처마

사전위치

한국의식주생활사전 > 주생활

집필자 김왕직(金王稙)

정의

서까래가 외벽 밖으로 빠져나온 부분을 통칭하는 명칭.

내용

외벽 밖으로 서까래를 돌출시켜 처마를 깊게 하는 이유는 빗물로부터 외벽을 보호하고 직사광선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그늘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나무와 흙을 사용하는 건축에서 처마는 필수 요소이다. 다만 그 처마의 구성과 깊이, 선형과 조형미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국건축에서 처마는 홑처마와 겹처마 두 종류가 있다. 홑처마는 서까래로만 구성된 처마를 일컫는다. 겹처마는 서까래 끝에 부연이라고 하는 방형 단면의 짧은 서까래를 한 단 더 덧붙인 것을 말한다. 서까래 끝에 부연을 덧달면 처마를 더 많이 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처마를 많이 뺄수록 외벽 보호와 그늘을 만드는 데는 유리하겠지만 구조 문제가 발생한다.

처마가 빠져나온 깊이 이상으로 서까래가 안쪽으로 물려 있어야 처마가 처지지 않고 안전한 구조가 될 수 있다. 또 처마를 만드는 긴서까래[長椽]의 길이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한정 뺄 수도 없다. 이를 약간 보완하는 정도가 부연을 단 겹처마이다. 겹처마는 기능 외에 미학적 측면도 있다. 홑처마는 대개 초가나 기와집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부속건물에 사용되며, 주건물은 겹처마가 일반적 형태이다. 즉 겹처마는 홑처마에 비하여 장식성이 강하고, 권위가 있으며, 화려한 느낌을 준다. 지붕을 바라볼 때도 지붕 면곡이 강하고 처마앙곡을 더욱 강조할 수 있어서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여 준다. 따라서 주전과 큰 건물에서는 겹처마를 선호하였다. 그러나 개인 취향에 따라서는 홑처마도 단순하지만 강직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번다한 장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형식이다.

처마 깊이는 지역과 건물 종류 및 규모에 따라 다르다. 남쪽으로 갈수록 깊어지는 경향이 있다. 비가 적고 추운 지역에서는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짧게 한다. 시대가 흐를수록 처마 깊이는 깊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구조와 건축 기술이 발달하면서 처마가 깊어졌다고 볼 수 있다. 건물 규모에 따라서는 기둥이 높고 규모가 큰 건물일수록 처마 깊이의 절대 수치는 크지만 비례로는 유사성을 보인다. 현존하는 한국건축물의 처마 깊이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둥 밑에서 처마 끝을 잇는 가상선을 그릴 때 그 내각이 28~33도로 나타났다. 순천 송광사 국사전의 경우 규모는 작은데 처마내밀기가 41도로 나타나는 등 한국건축물에서는 처마내밀기 비율이 가장 크다. 평균 30도가 일반적으로 기둥이 높으면 처마도 비례해서 함께 빠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수치는 건물 깊이 및 서까래 굵기에 비례한 길이의 한도 등 구조 문제와 태양의 남중고도, 강수량 등 기후가 복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하지 때 태양의 남중고도에 의하여 지면과 이루는 햇빛 각도는 76도이다. 이 정도면 건물 내부는 그늘이 지기 때문에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다. 반면 동지 때는 29도를 이루기 때문에 햇빛이 건물 안 깊숙이 들어온다. 처마 내밀기의 절대 길이로 보면 전체 평균은 2m 정도 된다. 이 가운데 살림집이 1.3m로 가장 짧고 궁궐 건물이 2.5m 정도로 가장 길다. 공포 형식별로는 출목이 많은 다포 형식 건물이 2.5m 정도로 가장 길다. 다음이 익공 형식, 주심포 형식, 민도리 형식으로 나타났다. 지붕 유형으로는 팔작지붕이 처마 내밀기가 가장 깊었고 우진각지붕이 가장 짧았다. 규모별로는 건물 규모가 크면 내밀기도 당연히 크게 나타났다.

처마 깊이가 구조와 기후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처럼 처마 기울기도 마찬가지이다. 처마 기울기는 장연長椽, 즉 처마서까래[檐椽]에 의하여 결정된다. 장연 물매는 건물 규모 및 종류와 관계없이 거의 일정하다. 보통 4치 물매 또는 5치 물매라고 한다. 이는 수평으로 10치를 갈 때 수직으로 4치 또는 5치를 올라가는 비율의 기울기라는 의미이다. 각도로 계산하면 23~26도이다. 단연短椽의 경우는 수평과 수직 비례가 1:1 정도이기 때문에 45도 정도를 이룬다. 이 둘이 결합하여 지붕물매를 만들기 때문에 한국건축물의 지붕물매는 6~7치 물매가 일반 형태이다. 하지만 장연으로만 구성되는 3량가에서는 지붕물매가 장연물매와 일치하기 때문에 4~5물매로 완만하다. 장연물매를 지붕물매에 맞추어 급하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채광 때문이다. 장연물매를 지붕물매와 같이 6~7물매로 하면 집이 어두워진다. 처마가 깊은 집에서는 채광 때문에 처마 물매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장연과 단연의 기울기 편차에 따른 구조 및 시공상의 어려움이 있음에도 물매를 달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지붕물매를 장연물매와 같이 완만하게 하면 배수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규모가 작은 3량가의 경우 5량가에 비하여 지붕물매가 완만해서 해체하여 보면 서까래가 많이 썩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붕의 빗물은 최대한 빨리 배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서까래에까지 습기가 도달하지 않도록 하고, 혹시 도달하였을 경우는 통풍에 의하여 빨리 건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따라서 처마 물매는 배수, 채광, 구조 등의 문제가 복합 작용하여 결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특징 및 의의

한국건축물에서 처마 선은 곡선이다. 처마 선은 재료에 따른 지붕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다. 초가지붕의 경우는 위에서 내려다보아 모서리 부분, 즉 추녀 부분을 둥글게 처리한다. 이처럼 모서리 부분을 둥글게 곡선으로 처리한 것을 방구매기라 한다. 초가의 추녀와 귀서까래를 짧게 잘라서 처마 기슭을 둥그스름하게 한 것으로, 귀에 오는 이엉을 둥글게 덮는 것이 목적이다. 초가에서 추녀 부분에 각이 지면 방수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와지붕에서는 기와의 방수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방구매기를 할 필요가 없다. 매기라는 의미는 막이의 변음으로, 서까래 및 부재의 끝 등을 가지런히 하는 것을 뜻한다. 방구매기와 달리 일자매기는 서까래 끝을 일직선으로 가지런하게 자르는 것을 뜻한다.

기와지붕은 지붕의 모서리 부분이 바깥을 향하여 곡선을 이루면서 돌출되도록 처리한다. 이를 솟을매기라고 부른다. 기와지붕의 처마는 정면에서 볼 때 양쪽 추녀 쪽으로 갈수록 점차 높아지는 곡선 형태를 띤다. 이것을 조로 또는 앙곡昂曲이라고 일컫는다. 조로란 아래에서 위로 곡선이 져서 휘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추녀도 여기에 해당한다. 처마를 또 위에서 내려다보면 가운데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간 곡선 형태를 이룬다. 이를 후림 또는 안허리곡이라고 한다. 후림의 원래 뜻은 곡선으로 내밀거나 들어간 상태 모두를 말한다. 한국건축에서 지붕의 후림은 안으로 들어간, 내만한 후림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초가의 경우는 직선 형태여서 오히려 외만한 후림으로 보인다. 한국건축물은 대부분 조로와 후림, 즉 앙곡과 안허리곡이 있으나 일본의 경우 앙곡은 있지만 안허리곡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 그 선의 모양도 민족마다 차이가 있다. 네팔과 남아시아 지역의 처마는 강수량이 많아 더 깊고 물매도 세지만 앙곡과 안허리곡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처마의 앙곡은 건물 중앙에서 가장 낮고 귀로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추녀에서 가장 높다. 따라서 건물 중앙의 기준서까래와 추녀의 높이차가 전체 처마의 앙곡이 된다. 그런데 이 앙곡도 구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평연 구간에서는 완만하고 선자연 구간에서는 급격하다. 처마곡의 기준서까래는 건물 정면의 정중앙에 놓인 서까래이다. 이 기준서까래는 휘지 않은 직재를 사용한다. 기준서까래의 코 높이를 ‘0’으로 하였을 때 평연 제일 마지막 장 코의 높이를 평연의 앙곡이라 한다. 평연의 앙곡은 2치에서 7치로 건물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다. 중앙의 기준서까래는 휘지 않은 곧은 서까래를 사용하지만 양쪽으로 갈수록 점차 휜 서까래를 걸어서 앙곡을 잡아 나간다. 1961년에 숭례문을 수리하면서 2층 서까래의 경우 좌우로 29개의 평연을 걸고 가운데 3개는 곧은 서까래를 사용하였다. 이를 ‘정곡正曲’이라고 표현하였다. 3번부터는 조금씩 휜 서까래를 사용하였다. 곡이 2푼이었고, 마지막 29번 서까래는 곡이 7치였다. 21번까지는 완만한 사선으로 올라가다가 22번부터 29번까지 선자연과 만나는 구간에서 급격한 현수선으로 곡을 잡아 나갔다. 이는 선자연에서 곡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을 완충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판단된다. 요즘은 서까래를 제재소에서 구입해서 사용하여 운반 등의 이유로 곡선 부재가 반입되지 않기 때문에 평연곡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중국 청대 건물은 서까래 굵기를 기준으로 앙곡을 설정하였다. 서까래를 5치로 가정한다면 전체 앙곡은 20치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크다. 그러나 평연의 앙곡은 없고 모두 선자연 앙곡으로 전체 앙곡을 잡는다. 따라서 처마곡이 유려하지 못하고, 인공미가 강하며, 착시현상에 의하여 평연 구간에서 오히려 위쪽으로 배가 불러 보인다. 한국은 전체 앙곡이 중국보다 작고 평연 구간에서도 앙곡을 주기 때문에 전체 앙곡이 유려하고 탄력 있는 곡선으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평연 구간에서도 앙곡이 있어야 위로 휘어 보이지 않고 선자연 구간의 앙곡과 완충 작용하여 무겁고 인공적인 느낌이 아닌 가볍고 부드러운 곡선의 효과가 있다.

처마의 앙곡과 안허리곡은 처마 내밀기에 비하여 기후에 따른 기능성보다 민족과 장인의 조형성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궁궐목수 계보를 잇고 있는 조희환 도편수는 앙곡을 평연 구간은 1~2치로 약하게 하고 선자연 구간은 중도리와 처마도리 간격을 기준으로 한 자에 2.5치로 전체 앙곡을 잡았다. 예를 들어 중도리와 처마도리 간격이 5자라고 한다면 추녀곡은 1.25자가 된다. 이것이 앙곡이다. 안허리곡은 평연 구간에서는 1~2치, 선자연 구간에서는 8~12치로 한다.

또 다른 김창희 도편수의 경우 평연 구간에서는 앙곡과 안허리곡을 주지 않는다. 이는 중국 건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체 처마곡을 선자연 구간에서 준다는 의미이다. 즉 평연 구간에서는 수평으로 가다가 선자연 구간에서 급격히 들어 올라가는 처마곡을 갖는 것이다. 중국 송대에는 앙곡 관련 규정은 없지만 안허리곡은 건물 칸 수에 따라 4치, 5치, 7치 등으로 규정하였다. 5칸이 넘는 경우에는 이 비례에 의하여 가감하였다. 청대에는 서까래 직경을 기준으로 앙곡은 직경의 4배, 안허리곡은 3배를 기준으로 하였다. 서까래를 5치로 가정한다면 앙곡은 20치, 안허리곡은 15치라는 의미이다. 안허리곡은 송대 건물에 비하여 청대 건물이 2배 이상 커졌다. 한국에 비하여서도 앙곡과 안허리곡이 조금씩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건물의 앙곡과 안허리곡이 한국 건물에 비하여 크면서도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평연 구간이 앙곡 없이 수평으로 가기 때문이다. 또 평연 구간의 직선과 선자연 구간의 급격한 앙곡은 조화롭지 못하고 인공 느낌을 준다. 또 일본 건물은 안허리곡이 없어서 밋밋하다. 이처럼 앙곡은 처마선의 양쪽 끝이 아래로 처져 보이는 착시현상을 교정하는 역할을 하며, 무거운 지붕에 역동성을 주어 가볍게 보이게 한다. 여기에 안허리곡이 더해져서 처마 곡선은 더욱 경쾌해진다.

이와 같은 한국의 처마 곡선을 직접 결정하는 부재는 평고대이다. 평고대는 서까래 끝에 가로로 길게 올라가는 부재이다. 서까래보다 위에 있지만 시공할 때는 평고대를 먼저 걸고 거기에 맞춰 서까래를 걸어 나간다. 겹처마로 부연이 있는 경우 평고대가 부연 끝에도 걸린다. 이를 이매기라고 한다. 평고대를 걸 때는 먼저 앙곡과 안허리곡을 계산하여 건물 중앙에 기준서까래 1~3개와 양쪽 추녀를 건다. 기준서까래와 추녀를 기준점으로 하여 탱기를 틀어 평고대를 휘도록 잡아 걸고, 이를 기준으로 서까래를 걸어 나간다. 이렇게 휜 평고대를 조로평고대라 한다. 이 조로평고대에 의하여 한국건축물의 앙곡과 안허리곡이 만들어진다. 선자연 구간에서는 급격한 앙곡을 만들기 위하여 선자연 아래에 삼각형 부재인 갈모산방을 받치고 선자연을 올려놓는다. 갈모산방을 걸 때는 기문에 따라 기울여서 서까래와 수직으로 거는 경우도 있으나 이러한 경우는 드물다. 갈모산방은 추녀가 없는 맞배 건물에서 앙곡을 위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맞배 건물의 경우에도 선자연은 없지만 지붕 양쪽이 처져 보이는 착시현상을 교정하기 위하여서는 팔작지붕 평연 정도의 앙곡이 필요하다. 그러나 맞배지붕에서 앙곡은 점차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참고문헌

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김왕직, 동녘, 2007), 지혜로 지은 집 한국건축(김도경, 현암사, 2011), 한국건축사전(장기인, 보성각, 1998).

처마

처마
사전위치

한국의식주생활사전 > 주생활

집필자 김왕직(金王稙)

정의

서까래가 외벽 밖으로 빠져나온 부분을 통칭하는 명칭.

내용

외벽 밖으로 서까래를 돌출시켜 처마를 깊게 하는 이유는 빗물로부터 외벽을 보호하고 직사광선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그늘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나무와 흙을 사용하는 건축에서 처마는 필수 요소이다. 다만 그 처마의 구성과 깊이, 선형과 조형미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국건축에서 처마는 홑처마와 겹처마 두 종류가 있다. 홑처마는 서까래로만 구성된 처마를 일컫는다. 겹처마는 서까래 끝에 부연이라고 하는 방형 단면의 짧은 서까래를 한 단 더 덧붙인 것을 말한다. 서까래 끝에 부연을 덧달면 처마를 더 많이 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처마를 많이 뺄수록 외벽 보호와 그늘을 만드는 데는 유리하겠지만 구조 문제가 발생한다.

처마가 빠져나온 깊이 이상으로 서까래가 안쪽으로 물려 있어야 처마가 처지지 않고 안전한 구조가 될 수 있다. 또 처마를 만드는 긴서까래[長椽]의 길이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한정 뺄 수도 없다. 이를 약간 보완하는 정도가 부연을 단 겹처마이다. 겹처마는 기능 외에 미학적 측면도 있다. 홑처마는 대개 초가나 기와집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부속건물에 사용되며, 주건물은 겹처마가 일반적 형태이다. 즉 겹처마는 홑처마에 비하여 장식성이 강하고, 권위가 있으며, 화려한 느낌을 준다. 지붕을 바라볼 때도 지붕 면곡이 강하고 처마앙곡을 더욱 강조할 수 있어서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여 준다. 따라서 주전과 큰 건물에서는 겹처마를 선호하였다. 그러나 개인 취향에 따라서는 홑처마도 단순하지만 강직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번다한 장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형식이다.

처마 깊이는 지역과 건물 종류 및 규모에 따라 다르다. 남쪽으로 갈수록 깊어지는 경향이 있다. 비가 적고 추운 지역에서는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짧게 한다. 시대가 흐를수록 처마 깊이는 깊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구조와 건축 기술이 발달하면서 처마가 깊어졌다고 볼 수 있다. 건물 규모에 따라서는 기둥이 높고 규모가 큰 건물일수록 처마 깊이의 절대 수치는 크지만 비례로는 유사성을 보인다. 현존하는 한국건축물의 처마 깊이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둥 밑에서 처마 끝을 잇는 가상선을 그릴 때 그 내각이 28~33도로 나타났다. 순천 송광사 국사전의 경우 규모는 작은데 처마내밀기가 41도로 나타나는 등 한국건축물에서는 처마내밀기 비율이 가장 크다. 평균 30도가 일반적으로 기둥이 높으면 처마도 비례해서 함께 빠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수치는 건물 깊이 및 서까래 굵기에 비례한 길이의 한도 등 구조 문제와 태양의 남중고도, 강수량 등 기후가 복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하지 때 태양의 남중고도에 의하여 지면과 이루는 햇빛 각도는 76도이다. 이 정도면 건물 내부는 그늘이 지기 때문에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다. 반면 동지 때는 29도를 이루기 때문에 햇빛이 건물 안 깊숙이 들어온다. 처마 내밀기의 절대 길이로 보면 전체 평균은 2m 정도 된다. 이 가운데 살림집이 1.3m로 가장 짧고 궁궐 건물이 2.5m 정도로 가장 길다. 공포 형식별로는 출목이 많은 다포 형식 건물이 2.5m 정도로 가장 길다. 다음이 익공 형식, 주심포 형식, 민도리 형식으로 나타났다. 지붕 유형으로는 팔작지붕이 처마 내밀기가 가장 깊었고 우진각지붕이 가장 짧았다. 규모별로는 건물 규모가 크면 내밀기도 당연히 크게 나타났다.

처마 깊이가 구조와 기후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처럼 처마 기울기도 마찬가지이다. 처마 기울기는 장연長椽, 즉 처마서까래[檐椽]에 의하여 결정된다. 장연 물매는 건물 규모 및 종류와 관계없이 거의 일정하다. 보통 4치 물매 또는 5치 물매라고 한다. 이는 수평으로 10치를 갈 때 수직으로 4치 또는 5치를 올라가는 비율의 기울기라는 의미이다. 각도로 계산하면 23~26도이다. 단연短椽의 경우는 수평과 수직 비례가 1:1 정도이기 때문에 45도 정도를 이룬다. 이 둘이 결합하여 지붕물매를 만들기 때문에 한국건축물의 지붕물매는 6~7치 물매가 일반 형태이다. 하지만 장연으로만 구성되는 3량가에서는 지붕물매가 장연물매와 일치하기 때문에 4~5물매로 완만하다. 장연물매를 지붕물매에 맞추어 급하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채광 때문이다. 장연물매를 지붕물매와 같이 6~7물매로 하면 집이 어두워진다. 처마가 깊은 집에서는 채광 때문에 처마 물매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장연과 단연의 기울기 편차에 따른 구조 및 시공상의 어려움이 있음에도 물매를 달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지붕물매를 장연물매와 같이 완만하게 하면 배수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규모가 작은 3량가의 경우 5량가에 비하여 지붕물매가 완만해서 해체하여 보면 서까래가 많이 썩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붕의 빗물은 최대한 빨리 배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서까래에까지 습기가 도달하지 않도록 하고, 혹시 도달하였을 경우는 통풍에 의하여 빨리 건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따라서 처마 물매는 배수, 채광, 구조 등의 문제가 복합 작용하여 결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특징 및 의의

한국건축물에서 처마 선은 곡선이다. 처마 선은 재료에 따른 지붕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다. 초가지붕의 경우는 위에서 내려다보아 모서리 부분, 즉 추녀 부분을 둥글게 처리한다. 이처럼 모서리 부분을 둥글게 곡선으로 처리한 것을 방구매기라 한다. 초가의 추녀와 귀서까래를 짧게 잘라서 처마 기슭을 둥그스름하게 한 것으로, 귀에 오는 이엉을 둥글게 덮는 것이 목적이다. 초가에서 추녀 부분에 각이 지면 방수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와지붕에서는 기와의 방수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방구매기를 할 필요가 없다. 매기라는 의미는 막이의 변음으로, 서까래 및 부재의 끝 등을 가지런히 하는 것을 뜻한다. 방구매기와 달리 일자매기는 서까래 끝을 일직선으로 가지런하게 자르는 것을 뜻한다.

기와지붕은 지붕의 모서리 부분이 바깥을 향하여 곡선을 이루면서 돌출되도록 처리한다. 이를 솟을매기라고 부른다. 기와지붕의 처마는 정면에서 볼 때 양쪽 추녀 쪽으로 갈수록 점차 높아지는 곡선 형태를 띤다. 이것을 조로 또는 앙곡昂曲이라고 일컫는다. 조로란 아래에서 위로 곡선이 져서 휘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추녀도 여기에 해당한다. 처마를 또 위에서 내려다보면 가운데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간 곡선 형태를 이룬다. 이를 후림 또는 안허리곡이라고 한다. 후림의 원래 뜻은 곡선으로 내밀거나 들어간 상태 모두를 말한다. 한국건축에서 지붕의 후림은 안으로 들어간, 내만한 후림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초가의 경우는 직선 형태여서 오히려 외만한 후림으로 보인다. 한국건축물은 대부분 조로와 후림, 즉 앙곡과 안허리곡이 있으나 일본의 경우 앙곡은 있지만 안허리곡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 그 선의 모양도 민족마다 차이가 있다. 네팔과 남아시아 지역의 처마는 강수량이 많아 더 깊고 물매도 세지만 앙곡과 안허리곡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처마의 앙곡은 건물 중앙에서 가장 낮고 귀로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추녀에서 가장 높다. 따라서 건물 중앙의 기준서까래와 추녀의 높이차가 전체 처마의 앙곡이 된다. 그런데 이 앙곡도 구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평연 구간에서는 완만하고 선자연 구간에서는 급격하다. 처마곡의 기준서까래는 건물 정면의 정중앙에 놓인 서까래이다. 이 기준서까래는 휘지 않은 직재를 사용한다. 기준서까래의 코 높이를 ‘0’으로 하였을 때 평연 제일 마지막 장 코의 높이를 평연의 앙곡이라 한다. 평연의 앙곡은 2치에서 7치로 건물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다. 중앙의 기준서까래는 휘지 않은 곧은 서까래를 사용하지만 양쪽으로 갈수록 점차 휜 서까래를 걸어서 앙곡을 잡아 나간다. 1961년에 숭례문을 수리하면서 2층 서까래의 경우 좌우로 29개의 평연을 걸고 가운데 3개는 곧은 서까래를 사용하였다. 이를 ‘정곡正曲’이라고 표현하였다. 3번부터는 조금씩 휜 서까래를 사용하였다. 곡이 2푼이었고, 마지막 29번 서까래는 곡이 7치였다. 21번까지는 완만한 사선으로 올라가다가 22번부터 29번까지 선자연과 만나는 구간에서 급격한 현수선으로 곡을 잡아 나갔다. 이는 선자연에서 곡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을 완충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판단된다. 요즘은 서까래를 제재소에서 구입해서 사용하여 운반 등의 이유로 곡선 부재가 반입되지 않기 때문에 평연곡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중국 청대 건물은 서까래 굵기를 기준으로 앙곡을 설정하였다. 서까래를 5치로 가정한다면 전체 앙곡은 20치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크다. 그러나 평연의 앙곡은 없고 모두 선자연 앙곡으로 전체 앙곡을 잡는다. 따라서 처마곡이 유려하지 못하고, 인공미가 강하며, 착시현상에 의하여 평연 구간에서 오히려 위쪽으로 배가 불러 보인다. 한국은 전체 앙곡이 중국보다 작고 평연 구간에서도 앙곡을 주기 때문에 전체 앙곡이 유려하고 탄력 있는 곡선으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평연 구간에서도 앙곡이 있어야 위로 휘어 보이지 않고 선자연 구간의 앙곡과 완충 작용하여 무겁고 인공적인 느낌이 아닌 가볍고 부드러운 곡선의 효과가 있다.

처마의 앙곡과 안허리곡은 처마 내밀기에 비하여 기후에 따른 기능성보다 민족과 장인의 조형성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궁궐목수 계보를 잇고 있는 조희환 도편수는 앙곡을 평연 구간은 1~2치로 약하게 하고 선자연 구간은 중도리와 처마도리 간격을 기준으로 한 자에 2.5치로 전체 앙곡을 잡았다. 예를 들어 중도리와 처마도리 간격이 5자라고 한다면 추녀곡은 1.25자가 된다. 이것이 앙곡이다. 안허리곡은 평연 구간에서는 1~2치, 선자연 구간에서는 8~12치로 한다.

또 다른 김창희 도편수의 경우 평연 구간에서는 앙곡과 안허리곡을 주지 않는다. 이는 중국 건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체 처마곡을 선자연 구간에서 준다는 의미이다. 즉 평연 구간에서는 수평으로 가다가 선자연 구간에서 급격히 들어 올라가는 처마곡을 갖는 것이다. 중국 송대에는 앙곡 관련 규정은 없지만 안허리곡은 건물 칸 수에 따라 4치, 5치, 7치 등으로 규정하였다. 5칸이 넘는 경우에는 이 비례에 의하여 가감하였다. 청대에는 서까래 직경을 기준으로 앙곡은 직경의 4배, 안허리곡은 3배를 기준으로 하였다. 서까래를 5치로 가정한다면 앙곡은 20치, 안허리곡은 15치라는 의미이다. 안허리곡은 송대 건물에 비하여 청대 건물이 2배 이상 커졌다. 한국에 비하여서도 앙곡과 안허리곡이 조금씩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건물의 앙곡과 안허리곡이 한국 건물에 비하여 크면서도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평연 구간이 앙곡 없이 수평으로 가기 때문이다. 또 평연 구간의 직선과 선자연 구간의 급격한 앙곡은 조화롭지 못하고 인공 느낌을 준다. 또 일본 건물은 안허리곡이 없어서 밋밋하다. 이처럼 앙곡은 처마선의 양쪽 끝이 아래로 처져 보이는 착시현상을 교정하는 역할을 하며, 무거운 지붕에 역동성을 주어 가볍게 보이게 한다. 여기에 안허리곡이 더해져서 처마 곡선은 더욱 경쾌해진다.

이와 같은 한국의 처마 곡선을 직접 결정하는 부재는 평고대이다. 평고대는 서까래 끝에 가로로 길게 올라가는 부재이다. 서까래보다 위에 있지만 시공할 때는 평고대를 먼저 걸고 거기에 맞춰 서까래를 걸어 나간다. 겹처마로 부연이 있는 경우 평고대가 부연 끝에도 걸린다. 이를 이매기라고 한다. 평고대를 걸 때는 먼저 앙곡과 안허리곡을 계산하여 건물 중앙에 기준서까래 1~3개와 양쪽 추녀를 건다. 기준서까래와 추녀를 기준점으로 하여 탱기를 틀어 평고대를 휘도록 잡아 걸고, 이를 기준으로 서까래를 걸어 나간다. 이렇게 휜 평고대를 조로평고대라 한다. 이 조로평고대에 의하여 한국건축물의 앙곡과 안허리곡이 만들어진다. 선자연 구간에서는 급격한 앙곡을 만들기 위하여 선자연 아래에 삼각형 부재인 갈모산방을 받치고 선자연을 올려놓는다. 갈모산방을 걸 때는 기문에 따라 기울여서 서까래와 수직으로 거는 경우도 있으나 이러한 경우는 드물다. 갈모산방은 추녀가 없는 맞배 건물에서 앙곡을 위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맞배 건물의 경우에도 선자연은 없지만 지붕 양쪽이 처져 보이는 착시현상을 교정하기 위하여서는 팔작지붕 평연 정도의 앙곡이 필요하다. 그러나 맞배지붕에서 앙곡은 점차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참고문헌

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김왕직, 동녘, 2007), 지혜로 지은 집 한국건축(김도경, 현암사, 2011), 한국건축사전(장기인, 보성각,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