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사전위치

한국의식주생활사전 > 주생활

집필자 김왕직(金王稙)

정의

눈비와 볕을 차단하는 건물의 가장 윗부분을 아우르는 말.

내용

한국건축물은 기단부, 몸체부, 지붕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기단은 대개 석재로 만들며, 지면의 습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목조로 이루어진 몸체부가 썩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몸체부는 기둥과 벽으로 구성되며, 외부로부터 거주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지붕부는 몸체부에 모자처럼 씌워 눈비를 막고 햇빛을 차단해서 사람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

원시시대 움집은 기단과 몸체가 없고 움에 씌운 지붕만 있는 구조였다. 움집은 채난採暖에는 유리하지만 습기에는 약하기 때문에 난방이 발달하는 시점에 지상화가 진행되면서 몸체와 분리된 지붕부가 탄생하였다. 움집의 지붕은 대개 원추형으로, 서까래고깔모자 모양으로 걸고 들에 많이 자라는 억새나 갈대 등으로 엮어서 완성하였다. 철기시대 이후에는 움의 평면이 장방형으로 발달함에 따라 지붕도 원추형의 모임지붕이 아닌 맞배지붕이나 우진각지붕이 등장하였다. 벽체가 없는 움집은 서까래를 지면에 직접 박고 내부 고주高柱가 지붕의 도리 등을 지탱하는 구조이다. 지붕의 빗물이 지면으로 바로 흘러내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움집 주변에 약간 높은 턱을 두어서 빗물이 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목조건축물은 다른 건물에 비하여 빗물에 의한 부식에 취약하기 때문에 지붕곡과 처마 등이 있는 발달된 지붕을 만들게 되었다. 지붕의 뼈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 위에 도리를 올린 다음 도리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서까래를 걸어 지붕 가구를 만든다. 서까래부터 지붕이라 할 수 있으며, 서까래 사이를 산자엮기나 개판으로 막은 다음 방수를 위한 재료를 올리면 지붕이 완성된다.

지붕 종류를 재료에 따라 구분할 때는 최종 마감재로 한다. 한국의 전통건축물에는 볏짚으로 이은 초가지붕이 가장 많다. 다음이 기와지붕, 너와지붕, 굴피지붕 등이다. 그러나 현재 남아 있는 건물로만 보면 초가는 수명이 짧고 급속도로 사라져서 기와집이 가장 많다. 벼농사가 시작되기 전, 움집의 경우 들이나 강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새[草]나 갈대로 이은 집이 대부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새는 띠나 억새 따위를 일컬으며, 이것으로 지은 집을 샛집이라고 하였다. 벼농사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주변에서 볏짚을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샛집의 지붕 재료는 대부분 새가 아닌 볏짚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초가지붕이라 하면 볏짚을 이은 집으로 알고 있으나 원래는 들에서 자란 새를 이은 지붕이었다. 초가지붕은 서까래 위에 수수깡이나 싸리나무 등을 발처럼 엮은 산자엮기를 깔고 그 위에 진흙에다 여물을 썰어 넣어 잘 이긴 알매흙을 골고루 펴 준다. 이것이 지붕의 바탕면이 된다. 알매흙 위에는 지붕의 물매를 잡아 주기 위하여 탈곡하고 남은 짚이나 청솔가지, 낡은 이엉 등을 펴서 깔아 준다. 이를 군새라고 한다. 군새를 두껍게 깔아 주면 외부에서 물이 스며들더라도 지붕 아래까지 전달되지 않는다. 군새 위에는 새나 볏짚을 엮어 만든 이엉을 일정한 간격으로 겹쳐 깐다. 이를 초가잇기라 한다. 지붕의 가장 윗부분은 용마름을 엮어 올린다. 이엉을 다 잇고 나면 이엉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새끼줄로 묶어 준다. 이를 고사새끼라 한다. 고사새끼는 묶는 방법에 따라 격자엮기와 마름모엮기가 있다. 고사새끼 끝은 서까래 끝에 고정시켜 놓은 연죽에 잡아맨다. 연죽은 대나무나 긴 장대를 사용하였다.

초가지붕 형태로는 우진각지붕이 가장 많다. 드물게 맞배지붕이나 외쪽지붕이 있다. 맞배지붕이나 외쪽지붕은 부속건물, 가축우리, 창고 등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많지는 않다. 초가지붕에 들어가는 재료는 농경사회에서 가장 흔하게 구할 수 있고 경제성이 가장 좋았다. 가을에 추수가 끝나면 대개 마을 단위로 품앗이 삼아 초가잇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초가지붕은 수명이 길지 않아 1년 또는 2년 주기로 이엉을 새로 이어야 한다. 따라서 농경사회가 아닌 지금과 같은 현대 사회에서는 초가지붕 재료를 사는 것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며 기능이 사라져서 품질도 떨어지고 인건비도 비싸 고가의 지붕 형식이 되었다. 초가지붕은 방수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3겹 이상으로 두껍게 잇고, 자주 갈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재료가 가벼워서 서까래와 기둥 등 가구 부재가 기와지붕에 비하여 절반 정도 굵기면 되기 때문에 경제성이 있다. 다만 단점은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개발된 것이 기와이다.

기와지붕은 안 되어도 기원전 3~2세기경 고조선 시대에 사용된 것이 확인되었다. 기와는 흙으로 빚어 굽기 때문에 공임이 많이 들어가는 비싼 재료이다. 따라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반가班家나 궁궐, 사찰 등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기와 자체의 수명은 70~80년으로 알려져 있으나 기와 교체 주기를 보면 30~40년으로 나타난다. 초가지붕 재료와 비교하면 수명이 15~30년이나 길다. 따라서 현재 기준으로 보면 경제성이 더 뛰어난 지붕 재료이다. 단점이라면 무겁기 때문에 기둥과 보 등 가구 부재들이 굵어진다는 것이다. 기와지붕의 구성은 서까래 위에 산자엮기나 개판을 깐 다음 지붕물매를 잡아 주기 위하여 잡목으로 채운다. 이를 적심이라고 한다. 초가지붕의 군새와 같은 역할이다. 적심 위에는 단열과 방수를 위하여 일정한 두께로 흙을 깔아 준다. 이를 보토라고 한다. 보토에는 생토를 사용하며, 습기가 없는 건토를 까는 것이 좋다. 그러나 건토는 기와를 이었을 때 흘러내리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보토 위에 차진 진흙을 치대 깐다. 이를 알매흙 또는 새우흙이라고 한다. 알매흙 위에는 바로 암키와를 깐다. 암키와는 알매흙에 의하여 고정된다. 암키와 위에는 수키와를 잇고, 수키와 아래에는 홍두깨흙으로 채워서 암키와에 접착시킨다. 바닥기와 잇기가 끝나면 면과 면이 만나는 부분에 지붕마루를 잇는다. 지붕마루는 대개 암키와를 여러 단 쌓고 수키와를 올려 마감한다. 처마 끝에는 원활한 낙수를 위하여 드림새가 있는 막새기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붕마루에는 벽사와 방화를 기원하는 용도로 치미, 취두, 용두, 잡상 등 장식기와를 올리기도 한다. 기와지붕 형태로는 맞배지붕, 팔작지붕(합각지붕), 우진각지붕, 모임지붕 등이 있다. 초가지붕에는 없는 지붕 형식이 팔작지붕이다.

너와지붕에는 나무너와지붕, 돌너와지붕 두 종류가 있다. 강원도 산간지역과 같이 논이 없고 목재가 풍부한 곳에는 초가지붕 대신 나무를 판재로 켜서 올리는 나무너와지붕이 있다. 나무너와 재료로는 소나무가 많으며, 크기는 사방 한 자 정도이다. 나무너와는 톱을 사용하지 않고 도끼로 켜서 만든다. 그래야 나무 골이 살아 있어서 배수가 원활하며 너와가 빨리 썩지 않고 오래 간다. 너와 수명은 5년 정도로, 초가에 비하여 상당히 길다. 나무너와는 바람에 날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누름대나 누름돌을 올려 고정시킨다. 점판암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에서는 나무 대신 판석으로 지붕을 올린다. 이를 돌너와라고 한다. 나무너와에 비하여 수명은 반영구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사라져서 거의 볼 수 없는 지붕 재료이다. 너와지붕 형태는 합각 부분이 작고 환기구 정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진각 형태에 가깝지만 합각지붕과 달리 까치구멍집이라고 일컫는다.

특징 및 의의

한국건축물의 지붕은 외벽 밖으로 처마가 나와 있고 경사 지붕이기 때문에 용적이 넓다. 전체 입면 비례에서도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따라서 한국건축물 하면 지붕 이미지가 압도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한국건축물 하면 아름다운 지붕 곡선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처마곡선뿐만 아니라 용마루, 내림마루, 추녀마루가 모두 곡선이다. 게다가 지붕면 자체도 곡선이다. 지붕면을 곡선으로 하는 이유는 가속도에 의하여 배수가 더 빨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처마곡선과 지붕 마루곡선을 현수곡선이라고 한다. 현수곡선은 컴퍼스를 사용해 그릴 수 없는 곡선이며, 지구의 만유인력이 만들어 낸 곡선이다. 미감으로는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곡선이라고 한다. 매우 완만한 일본의 지붕곡선이나 직선으로 가다가 추녀 있는 부분에서만 휘감아 올라가는 중국의 지붕곡선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이처럼 한국건축물의 지붕곡선은 인공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자연미학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붕에 곡선이 도입되지 않았다면 어떤 느낌을 주었을지 쉽게 추론해 볼 수 있다. 지붕의 모든 선을 수직과 수평의 직선으로 연결하고, 게다가 기와는 검고 육중하며 처마는 깊고 지붕이 크다면 압도하는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양어깨가 처져 있고 어둡고 무거운 정적 느낌의 지붕을 경쾌하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곡선의 도입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현수선이 가장 어색하지 않은 편안한 곡선으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한국건축 지붕의 특징이며 건축미학이다.

기와지붕은 위로 치켜 올라간 앙곡이지만 초가지붕은 아래로 처진 뒷동산과 같은 곡선으로 서로 다르다. 지붕면도 기와는 배를 들어가게 하고 초가는 배가 나오도록 하였다. 초가는 용마루 부분의 경사가 완만하고 처마 부분에서 급경사를 이룬다. 빗물을 흡수하기 쉬운 초가 특성상 수량이 적은 용마루 부분은 완만하고 수량이 많은 처마 부분은 급경사를 이루도록 해서 배수가 급격히 되도록 하였다. 반대로 기와는 용마루 부분에서 급경사를 이루고 처마 부분에서 완경사를 이룬다. 기와는 물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수량이 많은 처마 부분에서 오히려 유속을 줄여 기와의 손상을 방지한다. 재료에 따른 기능이 충분히 발현되면서도 미학이 반영된 지붕이라 할 수 있다.

기와지붕의 처마 부분에는 막새기와가 사용되고, 막새기와의 드림새 부분에는 각종 문양이 새겨진다. 불교가 들어온 이후로는 고구려, 백제, 신라를 막론하고 연꽃이 새겨진 연화문막새가 사용되었다. 고려시대에는 인도 문자가 새겨진 범문자막새가 사용되었다. 기와지붕에서 연화문은 막새기와를 대표하며, 조선시대 말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었다. 궁궐기와에서는 용과 봉황이 많이 나타난다. 민가에서는 복과 장수·벽사를 기원하는 수복문양, 당초문양, 동물문양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따라서 막새의 문양은 소망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막새나 망와에는 지붕 중수연도, 기와 제작처, 와공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문기와도 많이 남아 있다. 한민족은 기록문화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명문기와를 통해서도 여실히 알 수 있다. 일본이나 중국의 기와에서는 한국만큼 명문기와가 발견되지 않는다. 막새를 사용할 수 없는 집에서는 수키와 끝을 하얗게 회로 마감하였다. 이를 와구토라고 한다. 처마선을 따라 흰 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되어 지붕을 더욱 경쾌하게 하여 준다.

한국건축물은 온돌이 있기 때문에 배연시설인 굴뚝이 발달하였다. 굴뚝은 재료도 다양하고 지역에 따라 크기와 모양도 다르다. 추운 북쪽으로 갈수록 굴뚝은 높아진다. 굴뚝은 배연을 위하여 하늘로 열려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빗물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래서 굴뚝에도 지붕을 설치한다. 규모가 있는 굴뚝은 건물과 같이 낱개 기와를 이어 만들지만 폭이 좁은 굴뚝은 기와지붕을 일체형으로 제작해서 올린다. 이를 연가煙家라 한다. 지붕이지만 집 모양을 닮았으며, 특수한 지붕에 속한다. 또 여기에는 특수 기와로 용마루가 없는 지붕에서 말안장처럼 생긴 마루기와를 사용한다. 이를 곡와曲瓦 또는 궁와弓瓦라 한다. 궁궐건축 중에서 대조전, 통명전, 교태전과 같은 건물에서 볼 수 있다. 반대로 지붕마루를 극도로 강조한 건축물도 있다. 궁궐, 관아, 서원, 향교와 같은 관영 건물에서 많이 나타난다. 지붕마루에 적새기와를 높이 쌓고 전체를 회칠해서 하얗게 마감하는 방식이다. 이를 ‘양성’이라고 한다. 건물이 크고 지붕마루가 높아 바람에 넘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양성을 하면 안정감을 준다. 검은 지붕에 하얗게 테두리를 둘러 깔끔하게 마감한 효과도 주며, 검은 지붕의 중압감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지금은 추녀마루의 끝을 마감하는 바래기기와, 귀면, 왕찌기와 등 장식 기와들이 사라져서 지붕 마감의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 이러한 고대 장식 기와가 다시 생산되어 한국 지붕의 완성도를 높여 주기를 바란다. 또 기와는 방수 기능 이외에 실내의 습기를 배출하는 통기성도 중요하다. 지붕 잇기가 쉽고 환경 친화적인 기와 개발이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또 아무리 재료가 발달해도 평지붕은 방수에 한계가 있으므로 경사 지붕을 이용한 건물 디자인이 많이 개발되어야 하며, 곡선이 아름다운 한국지붕의 미학이 현대 건축에도 잘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김왕직, 동녘, 2007), 지혜로 지은 집 한국건축(김도경, 현암사, 2011), 한국건축대계-신편 한국건축사전(장기인, 보성각, 1998).

지붕

지붕
사전위치

한국의식주생활사전 > 주생활

집필자 김왕직(金王稙)

정의

눈비와 볕을 차단하는 건물의 가장 윗부분을 아우르는 말.

내용

한국건축물은 기단부, 몸체부, 지붕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기단은 대개 석재로 만들며, 지면의 습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목조로 이루어진 몸체부가 썩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몸체부는 기둥과 벽으로 구성되며, 외부로부터 거주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지붕부는 몸체부에 모자처럼 씌워 눈비를 막고 햇빛을 차단해서 사람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

원시시대 움집은 기단과 몸체가 없고 움에 씌운 지붕만 있는 구조였다. 움집은 채난採暖에는 유리하지만 습기에는 약하기 때문에 난방이 발달하는 시점에 지상화가 진행되면서 몸체와 분리된 지붕부가 탄생하였다. 움집의 지붕은 대개 원추형으로, 서까래를 고깔모자 모양으로 걸고 들에 많이 자라는 억새나 갈대 등으로 엮어서 완성하였다. 철기시대 이후에는 움의 평면이 장방형으로 발달함에 따라 지붕도 원추형의 모임지붕이 아닌 맞배지붕이나 우진각지붕이 등장하였다. 벽체가 없는 움집은 서까래를 지면에 직접 박고 내부 고주高柱가 지붕의 도리 등을 지탱하는 구조이다. 지붕의 빗물이 지면으로 바로 흘러내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움집 주변에 약간 높은 턱을 두어서 빗물이 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목조건축물은 다른 건물에 비하여 빗물에 의한 부식에 취약하기 때문에 지붕곡과 처마 등이 있는 발달된 지붕을 만들게 되었다. 지붕의 뼈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 위에 도리를 올린 다음 도리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서까래를 걸어 지붕 가구를 만든다. 서까래부터 지붕이라 할 수 있으며, 서까래 사이를 산자엮기나 개판으로 막은 다음 방수를 위한 재료를 올리면 지붕이 완성된다.

지붕 종류를 재료에 따라 구분할 때는 최종 마감재로 한다. 한국의 전통건축물에는 볏짚으로 이은 초가지붕이 가장 많다. 다음이 기와지붕, 너와지붕, 굴피지붕 등이다. 그러나 현재 남아 있는 건물로만 보면 초가는 수명이 짧고 급속도로 사라져서 기와집이 가장 많다. 벼농사가 시작되기 전, 움집의 경우 들이나 강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새[草]나 갈대로 이은 집이 대부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새는 띠나 억새 따위를 일컬으며, 이것으로 지은 집을 샛집이라고 하였다. 벼농사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주변에서 볏짚을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샛집의 지붕 재료는 대부분 새가 아닌 볏짚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초가지붕이라 하면 볏짚을 이은 집으로 알고 있으나 원래는 들에서 자란 새를 이은 지붕이었다. 초가지붕은 서까래 위에 수수깡이나 싸리나무 등을 발처럼 엮은 산자엮기를 깔고 그 위에 진흙에다 여물을 썰어 넣어 잘 이긴 알매흙을 골고루 펴 준다. 이것이 지붕의 바탕면이 된다. 알매흙 위에는 지붕의 물매를 잡아 주기 위하여 탈곡하고 남은 짚이나 청솔가지, 낡은 이엉 등을 펴서 깔아 준다. 이를 군새라고 한다. 군새를 두껍게 깔아 주면 외부에서 물이 스며들더라도 지붕 아래까지 전달되지 않는다. 군새 위에는 새나 볏짚을 엮어 만든 이엉을 일정한 간격으로 겹쳐 깐다. 이를 초가잇기라 한다. 지붕의 가장 윗부분은 용마름을 엮어 올린다. 이엉을 다 잇고 나면 이엉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새끼줄로 묶어 준다. 이를 고사새끼라 한다. 고사새끼는 묶는 방법에 따라 격자엮기와 마름모엮기가 있다. 고사새끼 끝은 서까래 끝에 고정시켜 놓은 연죽에 잡아맨다. 연죽은 대나무나 긴 장대를 사용하였다.

초가지붕 형태로는 우진각지붕이 가장 많다. 드물게 맞배지붕이나 외쪽지붕이 있다. 맞배지붕이나 외쪽지붕은 부속건물, 가축우리, 창고 등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많지는 않다. 초가지붕에 들어가는 재료는 농경사회에서 가장 흔하게 구할 수 있고 경제성이 가장 좋았다. 가을에 추수가 끝나면 대개 마을 단위로 품앗이 삼아 초가잇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초가지붕은 수명이 길지 않아 1년 또는 2년 주기로 이엉을 새로 이어야 한다. 따라서 농경사회가 아닌 지금과 같은 현대 사회에서는 초가지붕 재료를 사는 것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며 기능이 사라져서 품질도 떨어지고 인건비도 비싸 고가의 지붕 형식이 되었다. 초가지붕은 방수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3겹 이상으로 두껍게 잇고, 자주 갈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재료가 가벼워서 서까래와 기둥 등 가구 부재가 기와지붕에 비하여 절반 정도 굵기면 되기 때문에 경제성이 있다. 다만 단점은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개발된 것이 기와이다.

기와지붕은 안 되어도 기원전 3~2세기경 고조선 시대에 사용된 것이 확인되었다. 기와는 흙으로 빚어 굽기 때문에 공임이 많이 들어가는 비싼 재료이다. 따라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반가班家나 궁궐, 사찰 등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기와 자체의 수명은 70~80년으로 알려져 있으나 기와 교체 주기를 보면 30~40년으로 나타난다. 초가지붕 재료와 비교하면 수명이 15~30년이나 길다. 따라서 현재 기준으로 보면 경제성이 더 뛰어난 지붕 재료이다. 단점이라면 무겁기 때문에 기둥과 보 등 가구 부재들이 굵어진다는 것이다. 기와지붕의 구성은 서까래 위에 산자엮기나 개판을 깐 다음 지붕물매를 잡아 주기 위하여 잡목으로 채운다. 이를 적심이라고 한다. 초가지붕의 군새와 같은 역할이다. 적심 위에는 단열과 방수를 위하여 일정한 두께로 흙을 깔아 준다. 이를 보토라고 한다. 보토에는 생토를 사용하며, 습기가 없는 건토를 까는 것이 좋다. 그러나 건토는 기와를 이었을 때 흘러내리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보토 위에 차진 진흙을 치대 깐다. 이를 알매흙 또는 새우흙이라고 한다. 알매흙 위에는 바로 암키와를 깐다. 암키와는 알매흙에 의하여 고정된다. 암키와 위에는 수키와를 잇고, 수키와 아래에는 홍두깨흙으로 채워서 암키와에 접착시킨다. 바닥기와 잇기가 끝나면 면과 면이 만나는 부분에 지붕마루를 잇는다. 지붕마루는 대개 암키와를 여러 단 쌓고 수키와를 올려 마감한다. 처마 끝에는 원활한 낙수를 위하여 드림새가 있는 막새기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붕마루에는 벽사와 방화를 기원하는 용도로 치미, 취두, 용두, 잡상 등 장식기와를 올리기도 한다. 기와지붕 형태로는 맞배지붕, 팔작지붕(합각지붕), 우진각지붕, 모임지붕 등이 있다. 초가지붕에는 없는 지붕 형식이 팔작지붕이다.

너와지붕에는 나무너와지붕, 돌너와지붕 두 종류가 있다. 강원도 산간지역과 같이 논이 없고 목재가 풍부한 곳에는 초가지붕 대신 나무를 판재로 켜서 올리는 나무너와지붕이 있다. 나무너와 재료로는 소나무가 많으며, 크기는 사방 한 자 정도이다. 나무너와는 톱을 사용하지 않고 도끼로 켜서 만든다. 그래야 나무 골이 살아 있어서 배수가 원활하며 너와가 빨리 썩지 않고 오래 간다. 너와 수명은 5년 정도로, 초가에 비하여 상당히 길다. 나무너와는 바람에 날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누름대나 누름돌을 올려 고정시킨다. 점판암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에서는 나무 대신 판석으로 지붕을 올린다. 이를 돌너와라고 한다. 나무너와에 비하여 수명은 반영구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사라져서 거의 볼 수 없는 지붕 재료이다. 너와지붕 형태는 합각 부분이 작고 환기구 정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진각 형태에 가깝지만 합각지붕과 달리 까치구멍집이라고 일컫는다.

특징 및 의의

한국건축물의 지붕은 외벽 밖으로 처마가 나와 있고 경사 지붕이기 때문에 용적이 넓다. 전체 입면 비례에서도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따라서 한국건축물 하면 지붕 이미지가 압도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한국건축물 하면 아름다운 지붕 곡선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처마곡선뿐만 아니라 용마루, 내림마루, 추녀마루가 모두 곡선이다. 게다가 지붕면 자체도 곡선이다. 지붕면을 곡선으로 하는 이유는 가속도에 의하여 배수가 더 빨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처마곡선과 지붕 마루곡선을 현수곡선이라고 한다. 현수곡선은 컴퍼스를 사용해 그릴 수 없는 곡선이며, 지구의 만유인력이 만들어 낸 곡선이다. 미감으로는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곡선이라고 한다. 매우 완만한 일본의 지붕곡선이나 직선으로 가다가 추녀 있는 부분에서만 휘감아 올라가는 중국의 지붕곡선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이처럼 한국건축물의 지붕곡선은 인공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자연미학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붕에 곡선이 도입되지 않았다면 어떤 느낌을 주었을지 쉽게 추론해 볼 수 있다. 지붕의 모든 선을 수직과 수평의 직선으로 연결하고, 게다가 기와는 검고 육중하며 처마는 깊고 지붕이 크다면 압도하는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양어깨가 처져 있고 어둡고 무거운 정적 느낌의 지붕을 경쾌하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곡선의 도입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현수선이 가장 어색하지 않은 편안한 곡선으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한국건축 지붕의 특징이며 건축미학이다.

기와지붕은 위로 치켜 올라간 앙곡이지만 초가지붕은 아래로 처진 뒷동산과 같은 곡선으로 서로 다르다. 지붕면도 기와는 배를 들어가게 하고 초가는 배가 나오도록 하였다. 초가는 용마루 부분의 경사가 완만하고 처마 부분에서 급경사를 이룬다. 빗물을 흡수하기 쉬운 초가 특성상 수량이 적은 용마루 부분은 완만하고 수량이 많은 처마 부분은 급경사를 이루도록 해서 배수가 급격히 되도록 하였다. 반대로 기와는 용마루 부분에서 급경사를 이루고 처마 부분에서 완경사를 이룬다. 기와는 물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수량이 많은 처마 부분에서 오히려 유속을 줄여 기와의 손상을 방지한다. 재료에 따른 기능이 충분히 발현되면서도 미학이 반영된 지붕이라 할 수 있다.

기와지붕의 처마 부분에는 막새기와가 사용되고, 막새기와의 드림새 부분에는 각종 문양이 새겨진다. 불교가 들어온 이후로는 고구려, 백제, 신라를 막론하고 연꽃이 새겨진 연화문막새가 사용되었다. 고려시대에는 인도 문자가 새겨진 범문자막새가 사용되었다. 기와지붕에서 연화문은 막새기와를 대표하며, 조선시대 말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었다. 궁궐기와에서는 용과 봉황이 많이 나타난다. 민가에서는 복과 장수·벽사를 기원하는 수복문양, 당초문양, 동물문양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따라서 막새의 문양은 소망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막새나 망와에는 지붕 중수연도, 기와 제작처, 와공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문기와도 많이 남아 있다. 한민족은 기록문화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명문기와를 통해서도 여실히 알 수 있다. 일본이나 중국의 기와에서는 한국만큼 명문기와가 발견되지 않는다. 막새를 사용할 수 없는 집에서는 수키와 끝을 하얗게 회로 마감하였다. 이를 와구토라고 한다. 처마선을 따라 흰 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되어 지붕을 더욱 경쾌하게 하여 준다.

한국건축물은 온돌이 있기 때문에 배연시설인 굴뚝이 발달하였다. 굴뚝은 재료도 다양하고 지역에 따라 크기와 모양도 다르다. 추운 북쪽으로 갈수록 굴뚝은 높아진다. 굴뚝은 배연을 위하여 하늘로 열려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빗물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래서 굴뚝에도 지붕을 설치한다. 규모가 있는 굴뚝은 건물과 같이 낱개 기와를 이어 만들지만 폭이 좁은 굴뚝은 기와지붕을 일체형으로 제작해서 올린다. 이를 연가煙家라 한다. 지붕이지만 집 모양을 닮았으며, 특수한 지붕에 속한다. 또 여기에는 특수 기와로 용마루가 없는 지붕에서 말안장처럼 생긴 마루기와를 사용한다. 이를 곡와曲瓦 또는 궁와弓瓦라 한다. 궁궐건축 중에서 대조전, 통명전, 교태전과 같은 건물에서 볼 수 있다. 반대로 지붕마루를 극도로 강조한 건축물도 있다. 궁궐, 관아, 서원, 향교와 같은 관영 건물에서 많이 나타난다. 지붕마루에 적새기와를 높이 쌓고 전체를 회칠해서 하얗게 마감하는 방식이다. 이를 ‘양성’이라고 한다. 건물이 크고 지붕마루가 높아 바람에 넘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양성을 하면 안정감을 준다. 검은 지붕에 하얗게 테두리를 둘러 깔끔하게 마감한 효과도 주며, 검은 지붕의 중압감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지금은 추녀마루의 끝을 마감하는 바래기기와, 귀면, 왕찌기와 등 장식 기와들이 사라져서 지붕 마감의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 이러한 고대 장식 기와가 다시 생산되어 한국 지붕의 완성도를 높여 주기를 바란다. 또 기와는 방수 기능 이외에 실내의 습기를 배출하는 통기성도 중요하다. 지붕 잇기가 쉽고 환경 친화적인 기와 개발이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또 아무리 재료가 발달해도 평지붕은 방수에 한계가 있으므로 경사 지붕을 이용한 건물 디자인이 많이 개발되어야 하며, 곡선이 아름다운 한국지붕의 미학이 현대 건축에도 잘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김왕직, 동녘, 2007), 지혜로 지은 집 한국건축(김도경, 현암사, 2011), 한국건축대계-신편 한국건축사전(장기인, 보성각,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