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간(新舊間)

한자명

新舊間

사전위치

한국의식주생활사전 > 주생활

집필자 허남춘(許南春)

정의

절기상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3일 사이, 신구세관新舊歲官이 교체되는 손 없는 날을 택해 이사하는 일주일 정도의 기간.

개관

대한大寒과 입춘立春이라는 절기가 말해 주듯이 신구간은 ‘묵은철’과 ‘새철’이 교체되는 시기이다. 제주에서는 입춘을 ‘새철 드는 날’이라 하였다. 인간세상을 관장하는 1만 8,000여 신들이 모두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한 해 동안 일어난 일을 보고한 뒤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고 오게 된다. 인간세상에는 신들이 없는 상황이어서 이 기간에는 이사나 집수리, 변소나 외양간 고치는 일, 나무 자르는 일 등 금기된 일을 하여도 탈이 나지 않는다고 여긴다. 신구간 기간에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이사였다. 제주도가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신구간이 곧 ‘이사철’로 통용되면서 ‘이사하는 기간’이란 개념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내용

제주도에는 무속巫俗이 완강하여 1년 내내 신의 구속을 받으며 살아온 제주인에게 세관歲官 교체로 인한 신의 부재는 숨통이 트이는 기간이었다. 신구간 동안만이라도 일상의 모든 일을 좌우하는 신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여겨 금기된 일을 이 기간에 해치웠다. 그런데 이런 풍속은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2일 사이에 신구관이 교차하는 때여서 …… 집을 짓고 매장하는 일을 임의로 해도 불리함이 없다.”(大寒後五日立春前二日 乃新舊歲官交令之際 …… 起造葬埋 任意爲之 無不利, 『천기대요天機大要』)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문헌의 2일 전과 현재 풍속의 3일 전이 다름). 이런 풍속이 전국적인 세시풍속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제주도에서만 행해졌다.

조선 후기 세시풍속을 다룬 『동국세시시』, 『경도잡지』, 『열양세시기』 등 어디에도 신구간 풍속을 언급한 바는 없다. 물론 조선시대 제주에 파견된 관리나 유배객의 기록에도 신구간이 제주도 풍속이라고 언급된 바가 없다. 이는 외부인의 눈에 드러날 정도의 풍속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신구간의 집수리, 변소 개축, 이사 등 풍속은 있었지만 이사하는 빈도나 규모가 지금과는 달리 미미한 행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신구간 풍속은 한반도 전역에서 행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주 고유의 것이라는 주장과 제주 무가에도 언급된 바 없는 신구 세관의 교체 이야기가 『천기대요』가 제주에 유입되며 나타난 것으로 보아 외래의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특징 및 의의

남쪽 지방인 제주에서는 ‘신구간’ 기간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때이기도 하였다. 이 시기는 제주에서 일평균 기온이 5℃ 이하로 내려가는 유일한 기간이었고, 미생물 증식이 야기하는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었다. 또한 5℃ 이하로 내려가는 추위로 인해 식물의 성장이 멈추는 농한기 상황을 맞게 된다. 이 기간은 농사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곧바로 다시 농사일에 전념하기 위해서 그동안 미루어둔 집안일을 바삐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였다. 농사 시기에 전념하지 못한 집수리, 변소 개축, 이사, 이장 등 농사 외 일은 농한기인 신구간에 하였다고 볼 수 있다.

1970~1980년대도 신구간을 맞아 집 주변의 허물어진 돌담이나 변소를 고치는 것을 보았다는 경험담이 채록된 바 있다. 1970년대 제주시내 집주인이 학생에게 방을 빌려주었을 때 방을 빌린 학생이 신구간에 이사 오고 이사 간 사례도 보고되었다. 신구간 기간 택일한 날에 이사를 못하면 이사 갈 집 아궁이에 불을 피워 밥을 지어먹어야 하는 것으로 믿었다. 신구간 이사의 중요한 물품이 불과 솥이었고, 불씨와 불의 신을 옮기는 의례를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혹은 체와 푸는체(키)만 옮겨 놓으면 이사를 다한 것이라 여기고 나머지 살림은 나중에 옮겨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제주도의 신구간 풍속은 한반도의 윤달 풍속과 유사하다. 육지에서 윤달은 정상적인 달이 아니어서 지상의 신들이 월중행사에 관여하지 않는 텅 빈 달이란 관념에서 평상시 금기하던 일을 하는 것으로 속신되고 있다. 제주도의 신구간처럼 집수리, 이사, 단장, 이장 등 윤달에 처리하기 적합하다고 여겼다.

1970년대 근대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신구간이 ‘이사하는 기간’으로 굳어지고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이사하는 폐단이 발생하였다. 이 때문에 이사비 폭등과 쓰레기 급증, 전화와 가스 등 설비 교체 폭주가 발생하였다. 전통적인 세시풍속아파트 분양일자도 신구간에 맞추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 그 전통이 서서히 와해되고 혼란도 해소되고 있다.

참고문헌

天機大要, 제주도민속-세시풍속(제주민속연구소, 1997), 제주도 신구간 풍속 연구(윤용택, 제주대학교출판부, 2008), 디지털제주시문화대전(jeju.grandculture.net).

신구간

신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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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위치

한국의식주생활사전 > 주생활

집필자 허남춘(許南春)

정의

절기상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3일 사이, 신구세관新舊歲官이 교체되는 손 없는 날을 택해 이사하는 일주일 정도의 기간.

개관

대한大寒과 입춘立春이라는 절기가 말해 주듯이 신구간은 ‘묵은철’과 ‘새철’이 교체되는 시기이다. 제주에서는 입춘을 ‘새철 드는 날’이라 하였다. 인간세상을 관장하는 1만 8,000여 신들이 모두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한 해 동안 일어난 일을 보고한 뒤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고 오게 된다. 인간세상에는 신들이 없는 상황이어서 이 기간에는 이사나 집수리, 변소나 외양간 고치는 일, 나무 자르는 일 등 금기된 일을 하여도 탈이 나지 않는다고 여긴다. 신구간 기간에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이사였다. 제주도가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신구간이 곧 ‘이사철’로 통용되면서 ‘이사하는 기간’이란 개념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내용

제주도에는 무속巫俗이 완강하여 1년 내내 신의 구속을 받으며 살아온 제주인에게 세관歲官 교체로 인한 신의 부재는 숨통이 트이는 기간이었다. 신구간 동안만이라도 일상의 모든 일을 좌우하는 신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여겨 금기된 일을 이 기간에 해치웠다. 그런데 이런 풍속은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2일 사이에 신구관이 교차하는 때여서 …… 집을 짓고 매장하는 일을 임의로 해도 불리함이 없다.”(大寒後五日立春前二日 乃新舊歲官交令之際 …… 起造葬埋 任意爲之 無不利, 『천기대요天機大要』)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문헌의 2일 전과 현재 풍속의 3일 전이 다름). 이런 풍속이 전국적인 세시풍속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제주도에서만 행해졌다.

조선 후기 세시풍속을 다룬 『동국세시시』, 『경도잡지』, 『열양세시기』 등 어디에도 신구간 풍속을 언급한 바는 없다. 물론 조선시대 제주에 파견된 관리나 유배객의 기록에도 신구간이 제주도 풍속이라고 언급된 바가 없다. 이는 외부인의 눈에 드러날 정도의 풍속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신구간의 집수리, 변소 개축, 이사 등 풍속은 있었지만 이사하는 빈도나 규모가 지금과는 달리 미미한 행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신구간 풍속은 한반도 전역에서 행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주 고유의 것이라는 주장과 제주 무가에도 언급된 바 없는 신구 세관의 교체 이야기가 『천기대요』가 제주에 유입되며 나타난 것으로 보아 외래의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특징 및 의의

남쪽 지방인 제주에서는 ‘신구간’ 기간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때이기도 하였다. 이 시기는 제주에서 일평균 기온이 5℃ 이하로 내려가는 유일한 기간이었고, 미생물 증식이 야기하는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었다. 또한 5℃ 이하로 내려가는 추위로 인해 식물의 성장이 멈추는 농한기 상황을 맞게 된다. 이 기간은 농사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곧바로 다시 농사일에 전념하기 위해서 그동안 미루어둔 집안일을 바삐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였다. 농사 시기에 전념하지 못한 집수리, 변소 개축, 이사, 이장 등 농사 외 일은 농한기인 신구간에 하였다고 볼 수 있다.

1970~1980년대도 신구간을 맞아 집 주변의 허물어진 돌담이나 변소를 고치는 것을 보았다는 경험담이 채록된 바 있다. 1970년대 제주시내 집주인이 학생에게 방을 빌려주었을 때 방을 빌린 학생이 신구간에 이사 오고 이사 간 사례도 보고되었다. 신구간 기간 택일한 날에 이사를 못하면 이사 갈 집 아궁이에 불을 피워 밥을 지어먹어야 하는 것으로 믿었다. 신구간 이사의 중요한 물품이 불과 솥이었고, 불씨와 불의 신을 옮기는 의례를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혹은 체와 푸는체(키)만 옮겨 놓으면 이사를 다한 것이라 여기고 나머지 살림은 나중에 옮겨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제주도의 신구간 풍속은 한반도의 윤달 풍속과 유사하다. 육지에서 윤달은 정상적인 달이 아니어서 지상의 신들이 월중행사에 관여하지 않는 텅 빈 달이란 관념에서 평상시 금기하던 일을 하는 것으로 속신되고 있다. 제주도의 신구간처럼 집수리, 이사, 단장, 이장 등 윤달에 처리하기 적합하다고 여겼다.

1970년대 근대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신구간이 ‘이사하는 기간’으로 굳어지고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이사하는 폐단이 발생하였다. 이 때문에 이사비 폭등과 쓰레기 급증, 전화와 가스 등 설비 교체 폭주가 발생하였다. 전통적인 세시풍속은 아파트 분양일자도 신구간에 맞추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 그 전통이 서서히 와해되고 혼란도 해소되고 있다.

참고문헌

天機大要, 제주도민속-세시풍속(제주민속연구소, 1997), 제주도 신구간 풍속 연구(윤용택, 제주대학교출판부, 2008), 디지털제주시문화대전(jeju.grandcultur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