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개

사전위치

한국의식주생활사전 > 주생활

집필자 정정남(鄭貞男)

정의

공간을 구분하기 위하여 세우는 장자障子나 창과 문에 걸어서 가리는 장帳과 발[簾]의 총칭.

내용

가리개는 시야를 차단할 목적으로 설치하는 것으로, 공간 가운데 세워서 가리는 장자류障子類와 걸어서 가리는 장이나 발 등이 있다.

장자障子 가운데 가장 오래 된 것은 중국 주나라의 천자가 8자[尺] 크기의 판에 자루가 없는 여러 개의 도끼를 그리거나 수놓아 뒷벽을 장식한 부의斧扆에서 비롯된 병풍屛風으로 보고 있다. 병풍은 통병풍과 여러 폭을 만들어 접었다 폈다 하는 연병풍連屛風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고려 후기 이전 건물의 내부는 병풍屛風과 같은 장자障子를 단독으로 세워 공간을 구분하고 시야를 차단하였다. 건물로 드나드는 입구에는 두꺼운 판재로 만든 문을 설치하였기 때문에 실내는 늘 어두웠다. 어두운 실내가 밝아지기 시작한 것은 목재를 가늘고 길게 켤 수 있는 톱인 인거引鋸를 사용하면서부터이다. 인거로 켠 목재로 틀을 만들고 그 사이에 얇은 살을 끼워 넣은 후 한 면에만 종이를 바르자, 장자가 가벼워졌고 빛을 투과시키는 것도 가능해졌다. 가벼워진 장자를 틀에 축을 끼우거나 철물로 고정시켜서 여닫는 용도로 사용하면서 빛과 공기의 유입을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장자는 더 이상 고정 장치로만 쓰이지 않고 창이나 문의 기능을 하기 시작하였다.

장자는 본래 가로막아 공간을 구분하는 모든 것을 일컫던 용어였지만 종이를 바르고 창호 역할을 하면서 장지障紙, 帳紙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장지는 방 전면에 구들을 깔면서 더 다양한 종류로 변화하였다. 전면에 구들을 깐 온돌방은 불 지피는 쪽이 부엌, 다른 쪽은 또 다른 온돌이나 마루와 결합하게 된다. 이때 온돌방은 불기운이 들어가도록 바닥 높이를 똑같이 시설해야 하였지만 마루는 다양한 높이와 넓이로 조절이 가능하였다.

넓어진 온돌방은 필요에 따라 나누기도 하고 합치기도 하면서 공간 구분을 위한 설치물로 장지를 사용하였다. 공간 구분을 위한 빛이 거의 투과되지 않도록 살의 양쪽 면에 두꺼운 종이를 발라 벽처럼 만들었고, 이를 특별히 면장지[面障子]라 하였다. 면장지는 빛이 투과하는 기존의 장지에 반해 빛이 투과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맹장지[盲障子]로도 불리었다. 이는 1900년대 이후 등장한 용어이다. 면장지는 기존의 벽과 달리 문틀에 설치되어서 필요에 따라 밀어 열거나 떼어내어 공간 너비를 조절할 수 있는 가변성을 특징으로 한다. 면장지 가운데에는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키고 벽처럼 도배하여 만든 장지도 있다. 이는 종이로 만든 벽이라는 뜻으로 지벽장지[紙壁障子]라고 한다.

장지를 이용한 공간의 가변성 활용은 온돌방과 마루 사이에서도 이루어졌다. 여기에 설치된 장지는 온돌방의 지벽장지와 달리 문짝으로 만들어서 기온이 낮을 때는 필요한 부분만 여닫이로 하다가 여름철이나 행사가 있을 때는 겹쳐서 개폐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를 분합장지[分閤障子]라고 한다. 온돌방과 대청 사이에 설치된 분합장지는 빛이 투과할 수 있도록 한쪽에만 종이를 바르지만 지벽장지처럼 빛이 투과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때 분합의 중간 부분은 다양한 모양의 살을 넣어 장식하고 한 면에만 종이를 붙여 빛이 투과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이 부분을 불발기창이라고 한다.

장자 외에 가리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는 천으로 만든 장류帳類와 억새나 대나무를 엮어 만든 발류[簾類]가 있다. 장과 발은 창과 문 기능을 보조하거나 의장 기능을 위하여 설치하는 것이다. 천으로 만든 장류는 설치되는 위치에 따라 휘장揮帳·갑장甲帳·차장遮帳·면장面帳, 발은 재료에 따라 억새발[薍簾]과 대나무발[竹簾]로 각각 구분된다.

장류 가운데 휘장은 방문이나 감실 입구에 설치하는 것으로 지금의 커튼과 같은 기능을 한다. 갑장은 실외에 위치한 출입구에 설치하는 것으로, 출입은 빈번하지만 문을 설치할 수 없는 곳이나 문을 여닫을 때 소리가 요란한 대문에 걸던 가리개이다. 차장은 볕이나 바람 또는 시선을 차단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가리개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의례 장소를 가리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발은 재료에 따라 억새로 엮은 완렴薍簾과 대나무로 엮은 죽렴竹簾으로 구분된다. 대나무발 가운데 격식이 높은 것으로는 주렴朱簾이 있다. 주렴은 세죽細竹이나 중죽中竹에 주칠朱漆을 하고 비단실을 이용하여 귀갑문龜甲紋으로 엮은 것을 말한다. 주로 제사를 지내는 건물이나 궁궐에서 연회 등 행사가 있을 때 전각 안팎을 가려서 장식 역할을 하였다. 주렴은 위치나 거는 방식에 따라 달리 불리었다. 건물 내부에 거는 것은 내주렴內朱簾, 외부에 거는 것은 외주렴外朱簾이라 하였다. 공간을 구분할 용도로 거는 것은 격주렴隔朱簾 또는 격렴隔簾이라 하였다. 주렴 가운데 의례를 위하여 길게 늘어뜨려서 가리다가도 통행을 위하여 걷어서 말아 올리는 주렴은 권주렴捲朱簾 또는 권렴捲簾이라 한다.

특징 및 의의

가리개 가운데 장자의 변화는 건축 기술과 도구 발전의 영향을 받았다. 두꺼운 판재로 이루어진 장자는 종이를 바른 가벼운 구조체가 되면서 공간을 구성하는 기능 외에 빛을 투과시키고 공기의 드나듦을 차단하면서 내부의 온열 환경을 조절하는 창호로 진화하였다. 그러나 목재와 종이로 만들어진 창호는 재료 특성상 차가운 공기나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하였다. 장과 발은 창호로 변한 장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20세기 초 유리와 철이 건축 재료로 등장하면서 창호는 공기나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투명한 유리로 인해 더 이상 가리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빛을 가리고 시선을 차단하는 기능은 온전히 커튼이나 블라인드가 하였다.

참고문헌

영건의궤-의궤에 기록된 조선시대 건축(영건의궤연구회, 동녘, 2010), 한국건축개념사전(한국건축개념사전기획위원회, 동녘, 2013), 한국건축대계4-신편 한국건축사전(장기인, 보성각, 2005), 화성성역의궤 건축용어집(영건의궤연구회, 경기문화재단, 2007), 두산백과사전(doopedia.co.kr),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encykorea.aks.ac.kr).

가리개

가리개
사전위치

한국의식주생활사전 > 주생활

집필자 정정남(鄭貞男)

정의

공간을 구분하기 위하여 세우는 장자障子나 창과 문에 걸어서 가리는 장帳과 발[簾]의 총칭.

내용

가리개는 시야를 차단할 목적으로 설치하는 것으로, 공간 가운데 세워서 가리는 장자류障子類와 걸어서 가리는 장이나 발 등이 있다.

장자障子 가운데 가장 오래 된 것은 중국 주나라의 천자가 8자[尺] 크기의 판에 자루가 없는 여러 개의 도끼를 그리거나 수놓아 뒷벽을 장식한 부의斧扆에서 비롯된 병풍屛風으로 보고 있다. 병풍은 통병풍과 여러 폭을 만들어 접었다 폈다 하는 연병풍連屛風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고려 후기 이전 건물의 내부는 병풍屛風과 같은 장자障子를 단독으로 세워 공간을 구분하고 시야를 차단하였다. 건물로 드나드는 입구에는 두꺼운 판재로 만든 문을 설치하였기 때문에 실내는 늘 어두웠다. 어두운 실내가 밝아지기 시작한 것은 목재를 가늘고 길게 켤 수 있는 톱인 인거引鋸를 사용하면서부터이다. 인거로 켠 목재로 틀을 만들고 그 사이에 얇은 살을 끼워 넣은 후 한 면에만 종이를 바르자, 장자가 가벼워졌고 빛을 투과시키는 것도 가능해졌다. 가벼워진 장자를 틀에 축을 끼우거나 철물로 고정시켜서 여닫는 용도로 사용하면서 빛과 공기의 유입을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장자는 더 이상 고정 장치로만 쓰이지 않고 창이나 문의 기능을 하기 시작하였다.

장자는 본래 가로막아 공간을 구분하는 모든 것을 일컫던 용어였지만 종이를 바르고 창호 역할을 하면서 장지障紙, 帳紙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장지는 방 전면에 구들을 깔면서 더 다양한 종류로 변화하였다. 전면에 구들을 깐 온돌방은 불 지피는 쪽이 부엌, 다른 쪽은 또 다른 온돌이나 마루와 결합하게 된다. 이때 온돌방은 불기운이 들어가도록 바닥 높이를 똑같이 시설해야 하였지만 마루는 다양한 높이와 넓이로 조절이 가능하였다.

넓어진 온돌방은 필요에 따라 나누기도 하고 합치기도 하면서 공간 구분을 위한 설치물로 장지를 사용하였다. 공간 구분을 위한 빛이 거의 투과되지 않도록 살의 양쪽 면에 두꺼운 종이를 발라 벽처럼 만들었고, 이를 특별히 면장지[面障子]라 하였다. 면장지는 빛이 투과하는 기존의 장지에 반해 빛이 투과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맹장지[盲障子]로도 불리었다. 이는 1900년대 이후 등장한 용어이다. 면장지는 기존의 벽과 달리 문틀에 설치되어서 필요에 따라 밀어 열거나 떼어내어 공간 너비를 조절할 수 있는 가변성을 특징으로 한다. 면장지 가운데에는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키고 벽처럼 도배하여 만든 장지도 있다. 이는 종이로 만든 벽이라는 뜻으로 지벽장지[紙壁障子]라고 한다.

장지를 이용한 공간의 가변성 활용은 온돌방과 마루 사이에서도 이루어졌다. 여기에 설치된 장지는 온돌방의 지벽장지와 달리 문짝으로 만들어서 기온이 낮을 때는 필요한 부분만 여닫이로 하다가 여름철이나 행사가 있을 때는 겹쳐서 개폐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를 분합장지[分閤障子]라고 한다. 온돌방과 대청 사이에 설치된 분합장지는 빛이 투과할 수 있도록 한쪽에만 종이를 바르지만 지벽장지처럼 빛이 투과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때 분합의 중간 부분은 다양한 모양의 살을 넣어 장식하고 한 면에만 종이를 붙여 빛이 투과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이 부분을 불발기창이라고 한다.

장자 외에 가리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는 천으로 만든 장류帳類와 억새나 대나무를 엮어 만든 발류[簾類]가 있다. 장과 발은 창과 문 기능을 보조하거나 의장 기능을 위하여 설치하는 것이다. 천으로 만든 장류는 설치되는 위치에 따라 휘장揮帳·갑장甲帳·차장遮帳·면장面帳, 발은 재료에 따라 억새발[薍簾]과 대나무발[竹簾]로 각각 구분된다.

장류 가운데 휘장은 방문이나 감실 입구에 설치하는 것으로 지금의 커튼과 같은 기능을 한다. 갑장은 실외에 위치한 출입구에 설치하는 것으로, 출입은 빈번하지만 문을 설치할 수 없는 곳이나 문을 여닫을 때 소리가 요란한 대문에 걸던 가리개이다. 차장은 볕이나 바람 또는 시선을 차단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가리개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의례 장소를 가리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발은 재료에 따라 억새로 엮은 완렴薍簾과 대나무로 엮은 죽렴竹簾으로 구분된다. 대나무발 가운데 격식이 높은 것으로는 주렴朱簾이 있다. 주렴은 세죽細竹이나 중죽中竹에 주칠朱漆을 하고 비단실을 이용하여 귀갑문龜甲紋으로 엮은 것을 말한다. 주로 제사를 지내는 건물이나 궁궐에서 연회 등 행사가 있을 때 전각 안팎을 가려서 장식 역할을 하였다. 주렴은 위치나 거는 방식에 따라 달리 불리었다. 건물 내부에 거는 것은 내주렴內朱簾, 외부에 거는 것은 외주렴外朱簾이라 하였다. 공간을 구분할 용도로 거는 것은 격주렴隔朱簾 또는 격렴隔簾이라 하였다. 주렴 가운데 의례를 위하여 길게 늘어뜨려서 가리다가도 통행을 위하여 걷어서 말아 올리는 주렴은 권주렴捲朱簾 또는 권렴捲簾이라 한다.

특징 및 의의

가리개 가운데 장자의 변화는 건축 기술과 도구 발전의 영향을 받았다. 두꺼운 판재로 이루어진 장자는 종이를 바른 가벼운 구조체가 되면서 공간을 구성하는 기능 외에 빛을 투과시키고 공기의 드나듦을 차단하면서 내부의 온열 환경을 조절하는 창호로 진화하였다. 그러나 목재와 종이로 만들어진 창호는 재료 특성상 차가운 공기나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하였다. 장과 발은 창호로 변한 장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20세기 초 유리와 철이 건축 재료로 등장하면서 창호는 공기나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투명한 유리로 인해 더 이상 가리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빛을 가리고 시선을 차단하는 기능은 온전히 커튼이나 블라인드가 하였다.

참고문헌

영건의궤-의궤에 기록된 조선시대 건축(영건의궤연구회, 동녘, 2010), 한국건축개념사전(한국건축개념사전기획위원회, 동녘, 2013), 한국건축대계4-신편 한국건축사전(장기인, 보성각, 2005), 화성성역의궤 건축용어집(영건의궤연구회, 경기문화재단, 2007), 두산백과사전(doopedia.co.kr),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encykorea.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