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박김치

사전위치

한국의식주생활사전 > 식생활

집필자 박채린(朴彩麟)

정의

납작하고 네모지게 썬 배추와 무를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채로 썬 마늘과 파, 생강, 미나리를 넣고 고춧가루로 물들인 소금물에 절여 담근 김치.

내용

무로 만든 국물김치이기 때문에 무의 한자어인 나복蘿蔔이 바뀌어 나박김치가 되었다는 의견도 있으나, 나박김치 형태가 무를 얇게 썰어 만든 물김치를 지칭하고 있기 때문에 무蘿를 얇게薄 썰어 만든 김치라는 의미로 나박蘿薄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더 짙다. 1400년대 어의 전순의가 집필한 『산가요록山家要錄』의 ‘나박蘿薄’이라는 항목에 나박김치의 원형으로 보이는 김치 담금법이 ‘무를 깨끗이 씻어 납작하고 잘게 썰어 바로 항아리에 담되 바람이 들지 않게 담가야 김치 맛이 좋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산가요록』 특성상 들어가는 재료나 조리 과정이 대폭 생략되어 있어 자세한 제조법은 알 수 없고 이 김치의 가장 큰 특징이 “무蘿를 얇게薄 썰어 만든 김치”라는 것만 강조해 둔 것이다. 18세기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의 나복황아저蘿葍黃芽葅는 얇게 썬 무와 파로 만든 물김치,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나박김치 형태를 볼 수 있다. 『증보산림경제』의 만청저蔓菁菹법에는 “순무를 취해 얇게 썰어 싱건지를 담는데 한때만 먹을 수 있고 겨울 나는 반찬이 될 수는 없다”고 하여 저장기간이 길지 않은 나박김치의 특징을 알려주고 있다. 특별히 지역성이 있는 김치는 아니지만 차례상, 제사상에 올릴 때 만드는 물김치이다 보니 양반가에서 용도가 많았다. 또, 대체로 국물 양이 많은 김치를 주로 담가 먹는 충청도 이북지역에서 많이 만들어 먹었다.

현재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15세기 조리서 『산가요록』에 기록되어 있는 만큼 나박김치는 적어도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김치로 추정된다. 국물 취식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장아찌 계통의 절임채소류 문화권으로부터 분리되어 기술이 진일보됐음을 시사한다. 동치미가 겨울철에만 담가 먹을 수 있는 김치인 데 반해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숙성에 걸리는 시간도 짧아 시대를 불문하고 널리 만들어 먹는 김치이다. 특히 국물 대용으로 먹을 수 있어 불을 지펴 국을 끓이기 번거로운 여름철에 활용도가 높다. 고추가 한반도에 유입된 이후 19세기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무우를 골 모양으로 얄게 쓰흐려 나김치 담아 쓰되 파고초 마 강 다 쳐 너허 닉히라.”라고 하여 고추는 다져서 넣는 형태로 기록되어 있다. 겨울김치가 떨어진 때쯤 속성으로 만들어 먹는 김치라 사과, 배 등 과일을 넣어 만들기도 한다.

무로 만든 물김치로 무를 썰지 않고 통으로 담그는 동치미도 있다. 주로 겨울철에 만들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김치이다. 반면에 나박김치는 재료를 얇게 저며서 속성 발효시킨 후 3~4일 안에 먹는 사계절용 김치이다. 나박김치는 유교가 생활 양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꼭 필요한 김치이다. 동치미가 다 떨어질 때쯤인 음력 설 차례상과 떡국상에 반드시 올렸다. 또 제사 상차림에 유교식 의례절차에 따라 침채沈菜, 숙채熟菜, 생채生菜를 진설해야 했다. 이때 침채로 물김치인 나박김치를 올렸다. 조상을 위한 제사에 각별히 예와 정성을 다하려는 뜻에서 먹던 김치보다 제사를 위해 새로 담근 김치를 올리고자 하는 욕구가 컸을 것이기에 만드는 것도 번거롭지 않고 익히는 데 2~3일이면 충분하다는 점에서 나박김치만한 것이 없었다. 게다가 원래 제사상 차림에 청저靑菹, 근저芹菹, 구저韭菹, 순저筍菹를 올리는 것이 고대의 예법이었으니 무로 만든 나박김치는 청저靑菹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었다. 게다가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었다. 다만 조상신이 드셔야 할 제사음식에 벽사辟邪 의미가 있는 붉은색 고추를 피해야 한다는 민간 속설의 영향으로 고추를 넣지 않은 하얀 나박김치를 담그는 사례가 많다.

특징 및 의의

나박김치를 담글 때의 특징은, 고춧가루를 김치국물에 바로 풀지 않고 베보자기에 싸서 붉은 고춧물을 우려내 사용하는 방식이다. 마늘, 생강 등도 다지지 않고 편으로 썰어서 김칫국물에 양념이 떠다니지 않도록 정갈함을 더하기 위함이다. 한편으로는 고추가 한반도에 유입된 직후 식재료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하층민의 음식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양반가에서 가루로 많은 양을 넣는 것보다 실고추로 소량 사용하거나 색을 예쁘게 내는 정도의 양만 넣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담백하고 상큼한 맛이 있어 고구마와 같이 수분이 적은 퍽퍽한 음식을 먹을 때 곁들여 소화를 돕기 위한 용도, 주안상·교자상에서 안주류나 국수·떡국·과정류 등을 먹을 때 곁들이는 김치로 활용도가 높았다.

참고문헌

山家要錄, 是議全書, 增補山林經濟, 지역토속김치종합조사보고서-서울·경기·강원(세계김치연구소, 2016), 지역토속김치종합조사보고서-충청·전라·제주(세계김치연구소, 2016), 한국 종가의 내림발효음식(세계김치연구소, 쿠켄, 2015).

나박김치

나박김치
사전위치

한국의식주생활사전 > 식생활

집필자 박채린(朴彩麟)

정의

납작하고 네모지게 썬 배추와 무를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채로 썬 마늘과 파, 생강, 미나리를 넣고 고춧가루로 물들인 소금물에 절여 담근 김치.

내용

무로 만든 국물김치이기 때문에 무의 한자어인 나복蘿蔔이 바뀌어 나박김치가 되었다는 의견도 있으나, 나박김치 형태가 무를 얇게 썰어 만든 물김치를 지칭하고 있기 때문에 무蘿를 얇게薄 썰어 만든 김치라는 의미로 나박蘿薄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더 짙다. 1400년대 어의 전순의가 집필한 『산가요록山家要錄』의 ‘나박蘿薄’이라는 항목에 나박김치의 원형으로 보이는 김치 담금법이 ‘무를 깨끗이 씻어 납작하고 잘게 썰어 바로 항아리에 담되 바람이 들지 않게 담가야 김치 맛이 좋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산가요록』 특성상 들어가는 재료나 조리 과정이 대폭 생략되어 있어 자세한 제조법은 알 수 없고 이 김치의 가장 큰 특징이 “무蘿를 얇게薄 썰어 만든 김치”라는 것만 강조해 둔 것이다. 18세기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의 나복황아저蘿葍黃芽葅는 얇게 썬 무와 파로 만든 물김치,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나박김치 형태를 볼 수 있다. 『증보산림경제』의 만청저蔓菁菹법에는 “순무를 취해 얇게 썰어 싱건지를 담는데 한때만 먹을 수 있고 겨울 나는 반찬이 될 수는 없다”고 하여 저장기간이 길지 않은 나박김치의 특징을 알려주고 있다. 특별히 지역성이 있는 김치는 아니지만 차례상, 제사상에 올릴 때 만드는 물김치이다 보니 양반가에서 용도가 많았다. 또, 대체로 국물 양이 많은 김치를 주로 담가 먹는 충청도 이북지역에서 많이 만들어 먹었다.

현재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15세기 조리서 『산가요록』에 기록되어 있는 만큼 나박김치는 적어도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김치로 추정된다. 국물 취식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장아찌 계통의 절임채소류 문화권으로부터 분리되어 기술이 진일보됐음을 시사한다. 동치미가 겨울철에만 담가 먹을 수 있는 김치인 데 반해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숙성에 걸리는 시간도 짧아 시대를 불문하고 널리 만들어 먹는 김치이다. 특히 국물 대용으로 먹을 수 있어 불을 지펴 국을 끓이기 번거로운 여름철에 활용도가 높다. 고추가 한반도에 유입된 이후 19세기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무우를 골 모양으로 얄게 쓰흐려 나김치 담아 쓰되 파고초 마 강 다 쳐 너허 닉히라.”라고 하여 고추는 다져서 넣는 형태로 기록되어 있다. 겨울김치가 떨어진 때쯤 속성으로 만들어 먹는 김치라 사과, 배 등 과일을 넣어 만들기도 한다.

무로 만든 물김치로 무를 썰지 않고 통으로 담그는 동치미도 있다. 주로 겨울철에 만들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김치이다. 반면에 나박김치는 재료를 얇게 저며서 속성 발효시킨 후 3~4일 안에 먹는 사계절용 김치이다. 나박김치는 유교가 생활 양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꼭 필요한 김치이다. 동치미가 다 떨어질 때쯤인 음력 설 차례상과 떡국상에 반드시 올렸다. 또 제사 상차림에 유교식 의례절차에 따라 침채沈菜, 숙채熟菜, 생채生菜를 진설해야 했다. 이때 침채로 물김치인 나박김치를 올렸다. 조상을 위한 제사에 각별히 예와 정성을 다하려는 뜻에서 먹던 김치보다 제사를 위해 새로 담근 김치를 올리고자 하는 욕구가 컸을 것이기에 만드는 것도 번거롭지 않고 익히는 데 2~3일이면 충분하다는 점에서 나박김치만한 것이 없었다. 게다가 원래 제사상 차림에 청저靑菹, 근저芹菹, 구저韭菹, 순저筍菹를 올리는 것이 고대의 예법이었으니 무로 만든 나박김치는 청저靑菹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었다. 게다가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었다. 다만 조상신이 드셔야 할 제사음식에 벽사辟邪 의미가 있는 붉은색 고추를 피해야 한다는 민간 속설의 영향으로 고추를 넣지 않은 하얀 나박김치를 담그는 사례가 많다.

특징 및 의의

나박김치를 담글 때의 특징은, 고춧가루를 김치국물에 바로 풀지 않고 베보자기에 싸서 붉은 고춧물을 우려내 사용하는 방식이다. 마늘, 생강 등도 다지지 않고 편으로 썰어서 김칫국물에 양념이 떠다니지 않도록 정갈함을 더하기 위함이다. 한편으로는 고추가 한반도에 유입된 직후 식재료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하층민의 음식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양반가에서 가루로 많은 양을 넣는 것보다 실고추로 소량 사용하거나 색을 예쁘게 내는 정도의 양만 넣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담백하고 상큼한 맛이 있어 고구마와 같이 수분이 적은 퍽퍽한 음식을 먹을 때 곁들여 소화를 돕기 위한 용도, 주안상·교자상에서 안주류나 국수·떡국·과정류 등을 먹을 때 곁들이는 김치로 활용도가 높았다.

참고문헌

山家要錄, 是議全書, 增補山林經濟, 지역토속김치종합조사보고서-서울·경기·강원(세계김치연구소, 2016), 지역토속김치종합조사보고서-충청·전라·제주(세계김치연구소, 2016), 한국 종가의 내림발효음식(세계김치연구소, 쿠켄,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