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

한자명

瀟湘八景圖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화

집필자 유미나(劉美那)

정의

중국 호남성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만나 동정호로 흘러드는 지역의 승경을 그린 그림.

개관

소상팔경은 중국에 실재하는 명소를 그린 그림으로, 전통적으로 산시청람山市晴嵐·연사모종煙寺暮鍾·소상야우瀟湘夜雨·동정추월洞庭秋月·어촌낙조漁村落照·원포귀범遠浦歸帆·평사낙안平沙落雁·강천모설江天暮雪의 여덟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고려시대에 우리나라로 이 주제가 전래된 이래 조선시대와 근대기에 이르기까지, 문인들에게는 실제로 접할 수 없고 상상으로만 그리게 되는 이상적 산수 공간을 형상화한 관념 산수화로 인식되었다. 동시에 소상팔경은 한국과 중국 모두에서 관련 시문詩文과 서화의 유구한 역사가 축적되어, 풍부한 이미지와 문학이 어우러진 인문적 경관으로서 지속적이고 활발한 창작의 대상이 되었다.
고려시대 명종이 소상팔경을 주제로 문신들에게 시를 짓게 하고 이광필李光弼에게 소상팔경도를 그리게 했던 일과, 조선 초기 안평 대군이 소상팔경을 주제로 「비해당소상팔경시권匪懈堂瀟湘八景詩卷」을 제작했던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소상팔경도의 수용 단계에서는 왕실을 중심으로 최고의 화가와 문인들이 어우러져 한 시대의 문화적 이정표를 이룰 만한 역작을 탄생시켰다.
궁중의 문화에서 흘러나온 소상팔경은 16세기 이후 사대부의 문화와 공간 속에서 그려지고 노래되며 유락적 상상 공간으로 변모되었다. 소상팔경은 문인들이 놀아보고 싶고 또 놀아볼 만한 풍류의 장소로 그려지고, 순임금과 두 비, 초회왕과 굴원, 이백과 소동파도 등장시킴으로써 중국 문학과 중국 산천에 대한 현학적 유희의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소상팔경의 오랜 문화적 전통이 19세기 후반에 대중들 사이로 저변화되면서 민화 소상팔경도가 크게 유행을 하게 되었다.

내용

민화 소상팔경도의 회화 양식은 매우 다채롭게 펼쳐졌으며 같은 시기의 대중적 가사문학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16세기 문인인 이후백1520~1578이 소상팔경을 노래한 국문 시조와 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소상팔경을 노래한 가사에 ‘황릉애원皇陵哀怨’의 주제가 등장하는 등 조선 후기 가사문학에 등장한 새로운 주제가 민화 소상팔경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아울러 연사모종이 한사모종寒寺暮鍾으로, 소상야우가 소상반죽瀟相斑竹 등의 화제畵題로 대체된 것도 대중적 가사문학의 전개와 관련된 것이었다. 또한 순임금이 남쪽 지방을 돌아보다가 창오야蒼梧野에서 세상을 뜬 내용을 주제로 한 황릉제견皇陵啼鵑과 창오모운蒼梧暮雲의 주제가 추가되는 주제의 확장이 이루어져 소상팔경이 아닌 소상십경도로 그려지는 등 형식에서 파격적인 변모가 일어났다.
소상팔경도 순서에서도 전통 소상팔경도에서 산시청람이 첫 순서로 등장하는 데 반해 민화에서 소상야우가 첫 폭으로 등장한 예가 눈에 띄고, 소상팔경도에 이백이나 소동파, 맹호연 등 고사인물도의 모티프가 수용·결합된 점도 새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주제의 확장뿐 아니라 민화 소상팔경도에서는 표현상의 다양함과 독특한 개성이 돋보인다.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따라 보수적으로 견지되어 온 소상팔경도의 도상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파격이 이루어졌다. 이는 신분이나 조직에서 자유로운 민화의 창작 환경에 기인한 것이며, 민화 소상팔경도는 근대 미술의 개성과 자유로움으로 향하는 전주곡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소상팔경의 주제와 회화 전통이 상층 문화에서 유래된 만큼 기존의 유·무명 화가들의 전통적 화면 구성과 화풍이 민화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주문자의 까다로운 심미안을 만족시키거나 엄격한 격식 혹은 높은 수준을 갖추어야 한다는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민화 작가들은 자신들의 재량을 십분 발휘하여 유구한 전통을 지닌 소상팔경도의 정해진 형식의 틀을 과감히 변형시키고 깨뜨리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더구나 조선 말기와 근대기 서민층이 주 향유자로 대두된 대중문화의 성행과 더불어 더욱 대중화된 소상팔경도의 제작이 활발히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제 민화 소상팔경도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우선 전통적인 소상팔경도의 주제와 화풍에 토대한 민화 소상팔경도의 예이다. 가회민화박물관 소장의 민화 <소상팔경도>는 근경과 중경, 원경의 삼단 구성으로 이루어진 가장 보수적인 구도법을 활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각 폭의 제목 또한 소상팔경의 전통적 주제로 어촌낙조, 원포귀범, 산시청람, 연사모종, 소상야우, 동정추월, 평사낙안, 강천모설로 이루어졌다. 이 병풍은 연녹색과 청·홍의 채색이 화면에 화사한 분위기를 더해 주었고, 그림 속의 다양한 인물 군상이 그림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어떤 이들은 고기잡이를 하고 어떤 이는 벗과 마주하고, 어떤 이는 길을 떠나는 등 풍속적 요소를 아우르고 있다.
이에 반해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 8폭 병풍>은 핵심이 되는 경물을 좀 더 근접해서 집중적으로 포착하여 특징적 요소를 화면 가득 부각시켜, 앞의 작품과는 다른 경향을 보여준다.
특히 일곱 번째 화폭인 <평사낙안>은 사구砂丘에 내려앉은 기러기 떼가 두 줄로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크게 부각시켰고, 화면 상단에 하늘에서 하강하는 다른 기러기 떼를 묘사하여 대비시켰다. 이는 중국에서 전래된 판본인 『해내기관』에 수록된 판화 <소상팔경도>의 영향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주목된다. 조선 후기 정통 화단에서도 중국 전래의 산수판화의 영향으로 소상팔경도의 도상이 일변했던 점과도 관련이 있는 구성이다.
한편, 화면의 자유로운 구성이나 파격적인 경물 묘사가 현대의 추상화에 가까운 구성미를 보여 주는 작품이 있다. 일본 민예관 소장의 <동정추월도>와 <평사낙안도>는 멀리 수평으로 펼쳐진 산 능선이 특이하게 점선으로 정의되었으며, 직선 혹은 물결치듯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산면을 채워 준법 아닌 준법의 역할을 하고있다. <동정추월도>에서 근경의 언덕에는 가옥이 있고 이와 더불어 허수아비 같은 인물상들이 몇몇 눈에 띈다. 멀리 산봉우리 사이로 둥근 달이 고개를 내밀고 이에 호응하듯 근경의 물에 둥근 달이 비추고 있는데, 마치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는 듯 두 팔을 내밀고 있는 인물은 이백의 고사를 연상시킨다. <평사낙안도>에서는 호선을 그리며 일렬로 하강하는 기러기 떼가 느긋한 수평의 공간을 깨뜨리고 시선을 하단 근경의 기러기 떼로 이끌고 있다.
민화에서는 소상팔경도의 두 주제가 한 폭에 결합된 형식도 종종 눈에 띄는데, 선문대학교 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의 경우 제3폭은 ‘산시청람’과 ‘소상야우’가, 제5폭에는 ‘동정추월’과 ‘강천모설’의 두 주제가 결합되어 표현되었다.
제3폭의 경우 화면의 상반부에 소상야우의 장면이 배치되고 하반부에 산시청람의 장면이 묘사되었다. 또 제5폭의 경우 흰 눈이 덮인 산 속에 누각이 보이고 화면 하단 강가에 낚시하는 사람이 눈에 띄는데 이는 강천모설의 장면을 그린 것이다. 화면 상단 병풍처럼 펼쳐진 산 너머에 둥근 달이 묘사되어 동정추월의 도상이 결합된 것임을 말해 주고 있다.
민화에서는 전혀 다른 두 제재를 동일 화폭에 배열하는 독특한 결합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소상팔경도와 화조화의 결합 같은 것이다. 이는 비용 때문에 용도에 따른 다양한 병풍을 장만하기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두 가지 이상의 제재를 결합한 병풍 형식이 제작되었던 데에 기인한 것이다. 호림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 8폭 병풍>의 경우 화면이 2단으로 구성되었고 각각 상단에는 소상팔경도가 하단에는 화조도가 배치되어 있다.
화면의 상단에 적힌 화제를 보면 산시청람, 원포귀범, 강천모설, 동정추월, 어촌낙조, 소상반죽, 평사낙안, 연사모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상야우 대신 소상반죽瀟湘斑竹이라는 화제가 쓰인 점이 특색이다. 소상반죽은 순임금의 두 비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순임금을 찾아 헤매면서 흘린 눈물이 대나무에 떨어져 검은 얼룩이 있는 대나무, 즉 반죽斑竹이 되었다는 데서 유래한 화제이다. 소상팔경도를 구성하는 화제에 변화가 생긴 점이 주목된다. 두 제재를 동일 병풍에 배열한 예는 이 외에도 다수 찾아볼 수 있는데 책거리와 소상팔경도가 결합 된 예, 십장생도와 소상팔경도가 결합된 작품의 예 등이 눈에 띈다.
민화 소상팔경도에 보이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소상팔경도 10폭 병풍>의 출현을 꼽게 된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 10폭 병풍>은 종이 바탕에 인두로 지져서 그린 낙화烙畵인데, 기존의 여덟 주제에 ‘황릉제견’과 ‘창오모운’이 새롭게 추가되어 총10폭으로 구성되었다. 황릉제견과 창오모운은 판소리 <심청가> 중 소상팔경을 노래한 대목에 “황릉묘 적막한 데 두견이 슬피 울고”라는 구절이나 서도민요 <수심가>중의 “황릉묘상에 두견이 울고”와 같은 구절과 연결된다. 즉, 이 시기의 대중적 가사문학과 판소리 단가, 잡가, 민요 등에서 수용한 소상팔경 이미지의 회화적 구현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연사모종 대신에 한사모종으로 주제가 대체된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변화이다. 소상팔경 향유층의 저변화와 함께 낯설고 이국적인 대상을 더욱 익숙한 우리 것으로 끌어들이고 익숙한 이야기를 접목시키고 추가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거부감 없이 이루어져 한국적 소상팔경도로 거듭났음을 살필 수 있다.
같은 의미에서 가회민화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 8폭 병풍>이 흥미를 끈다. 이 작품은 소상팔경도의 주제와 시의도詩意圖가 결합된 형식이다. 단순히 화면을 나누어 소상팔경도와 시의도를 병행 배치하는 방식이 아닌 소상팔경도의 주요 주제와 가장 인기 있는 시의도를 선정하여 한 세트를 구성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사모종, 황릉야우皇陵夜雨, 소상죽림瀟湘竹林, 창오모연蒼梧暮煙, 어촌낙조, 동정추월의 소상팔경도 여섯 주제와 명나라 시인 고계高啓, 1336~1374의 <호음군을 찾아가다尋胡陰君>라는 시를 주제로 한 시의도, 그리고 당나라 시인 맹호연의 고사를 그린 <패교심매도覇橋尋梅圖>로써 8폭 병풍을 이룬 것이다. 소상팔경도의 주제마저 원형에서 상당히 벗어나서 어촌낙조와 동정추월만이 원형을 유지한 것이고 나머지는 조선의 대중들 취향에 맞게 변형된 것이다. 소상팔경도의 형식을 자유롭게 변화시켜 재구성한 점을 주목해 볼 수 있다.

특징 및 의의

소상팔경도는 이상적 산수 공간을 형상화한 그림이며,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꾸준히 제작이 이어졌던 회화 주제이다. 그러나 조선 말기 향유층의 저변화에 따라 대중적 가사문학과 연행 문화의 교섭이 이루어지면서 대중들의 요구에 맞게 급격한 변화를 거치게 되었다. 천년 가까이 변함없이 유지되었던 소상팔경도의 화제에 변화가 이어지고 주제의 확장이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표현에 있어서도 자유롭고 개성적인 양식이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소상팔경도의 엄격한 틀이 깨어지고 형식과 양식에서 자유로운 변화와 재구성이 이루어져 한국적 소상팔경도로 거듭난 점은 민화 소상팔경도의 가장 큰 의의이다.

참고문헌

겸재 정선의 소상팔경도(안휘준, 미술사논단20, 한국미술연구소,2005), 민화 소상팔경도에 나타난 전통과 혁신(정병모, 강좌미술사40, 한국미술사연구소, 2013), 민화 소상팔경도와 시가문학의 교섭 양상(장계수, 동양미술사학17, 동악미술사학회, 2015), 소상팔경, 고려와 조선의 시·화에 나타나는 수용사(고연희, 동방학9, 한서대학교 동양고전연구소, 2003).

소상팔경도

소상팔경도
한자명

瀟湘八景圖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화

집필자 유미나(劉美那)

정의

중국 호남성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만나 동정호로 흘러드는 지역의 승경을 그린 그림.

개관

소상팔경은 중국에 실재하는 명소를 그린 그림으로, 전통적으로 산시청람山市晴嵐·연사모종煙寺暮鍾·소상야우瀟湘夜雨·동정추월洞庭秋月·어촌낙조漁村落照·원포귀범遠浦歸帆·평사낙안平沙落雁·강천모설江天暮雪의 여덟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고려시대에 우리나라로 이 주제가 전래된 이래 조선시대와 근대기에 이르기까지, 문인들에게는 실제로 접할 수 없고 상상으로만 그리게 되는 이상적 산수 공간을 형상화한 관념 산수화로 인식되었다. 동시에 소상팔경은 한국과 중국 모두에서 관련 시문詩文과 서화의 유구한 역사가 축적되어, 풍부한 이미지와 문학이 어우러진 인문적 경관으로서 지속적이고 활발한 창작의 대상이 되었다.
고려시대 명종이 소상팔경을 주제로 문신들에게 시를 짓게 하고 이광필李光弼에게 소상팔경도를 그리게 했던 일과, 조선 초기 안평 대군이 소상팔경을 주제로 「비해당소상팔경시권匪懈堂瀟湘八景詩卷」을 제작했던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소상팔경도의 수용 단계에서는 왕실을 중심으로 최고의 화가와 문인들이 어우러져 한 시대의 문화적 이정표를 이룰 만한 역작을 탄생시켰다.
궁중의 문화에서 흘러나온 소상팔경은 16세기 이후 사대부의 문화와 공간 속에서 그려지고 노래되며 유락적 상상 공간으로 변모되었다. 소상팔경은 문인들이 놀아보고 싶고 또 놀아볼 만한 풍류의 장소로 그려지고, 순임금과 두 비, 초회왕과 굴원, 이백과 소동파도 등장시킴으로써 중국 문학과 중국 산천에 대한 현학적 유희의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소상팔경의 오랜 문화적 전통이 19세기 후반에 대중들 사이로 저변화되면서 민화 소상팔경도가 크게 유행을 하게 되었다.

내용

민화 소상팔경도의 회화 양식은 매우 다채롭게 펼쳐졌으며 같은 시기의 대중적 가사문학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16세기 문인인 이후백1520~1578이 소상팔경을 노래한 국문 시조와 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소상팔경을 노래한 가사에 ‘황릉애원皇陵哀怨’의 주제가 등장하는 등 조선 후기 가사문학에 등장한 새로운 주제가 민화 소상팔경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아울러 연사모종이 한사모종寒寺暮鍾으로, 소상야우가 소상반죽瀟相斑竹 등의 화제畵題로 대체된 것도 대중적 가사문학의 전개와 관련된 것이었다. 또한 순임금이 남쪽 지방을 돌아보다가 창오야蒼梧野에서 세상을 뜬 내용을 주제로 한 황릉제견皇陵啼鵑과 창오모운蒼梧暮雲의 주제가 추가되는 주제의 확장이 이루어져 소상팔경이 아닌 소상십경도로 그려지는 등 형식에서 파격적인 변모가 일어났다.
소상팔경도 순서에서도 전통 소상팔경도에서 산시청람이 첫 순서로 등장하는 데 반해 민화에서 소상야우가 첫 폭으로 등장한 예가 눈에 띄고, 소상팔경도에 이백이나 소동파, 맹호연 등 고사인물도의 모티프가 수용·결합된 점도 새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주제의 확장뿐 아니라 민화 소상팔경도에서는 표현상의 다양함과 독특한 개성이 돋보인다.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따라 보수적으로 견지되어 온 소상팔경도의 도상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파격이 이루어졌다. 이는 신분이나 조직에서 자유로운 민화의 창작 환경에 기인한 것이며, 민화 소상팔경도는 근대 미술의 개성과 자유로움으로 향하는 전주곡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소상팔경의 주제와 회화 전통이 상층 문화에서 유래된 만큼 기존의 유·무명 화가들의 전통적 화면 구성과 화풍이 민화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주문자의 까다로운 심미안을 만족시키거나 엄격한 격식 혹은 높은 수준을 갖추어야 한다는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민화 작가들은 자신들의 재량을 십분 발휘하여 유구한 전통을 지닌 소상팔경도의 정해진 형식의 틀을 과감히 변형시키고 깨뜨리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더구나 조선 말기와 근대기 서민층이 주 향유자로 대두된 대중문화의 성행과 더불어 더욱 대중화된 소상팔경도의 제작이 활발히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제 민화 소상팔경도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우선 전통적인 소상팔경도의 주제와 화풍에 토대한 민화 소상팔경도의 예이다. 가회민화박물관 소장의 민화 <소상팔경도>는 근경과 중경, 원경의 삼단 구성으로 이루어진 가장 보수적인 구도법을 활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각 폭의 제목 또한 소상팔경의 전통적 주제로 어촌낙조, 원포귀범, 산시청람, 연사모종, 소상야우, 동정추월, 평사낙안, 강천모설로 이루어졌다. 이 병풍은 연녹색과 청·홍의 채색이 화면에 화사한 분위기를 더해 주었고, 그림 속의 다양한 인물 군상이 그림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어떤 이들은 고기잡이를 하고 어떤 이는 벗과 마주하고, 어떤 이는 길을 떠나는 등 풍속적 요소를 아우르고 있다.
이에 반해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 8폭 병풍>은 핵심이 되는 경물을 좀 더 근접해서 집중적으로 포착하여 특징적 요소를 화면 가득 부각시켜, 앞의 작품과는 다른 경향을 보여준다.
특히 일곱 번째 화폭인 <평사낙안>은 사구砂丘에 내려앉은 기러기 떼가 두 줄로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크게 부각시켰고, 화면 상단에 하늘에서 하강하는 다른 기러기 떼를 묘사하여 대비시켰다. 이는 중국에서 전래된 판본인 『해내기관』에 수록된 판화 <소상팔경도>의 영향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주목된다. 조선 후기 정통 화단에서도 중국 전래의 산수판화의 영향으로 소상팔경도의 도상이 일변했던 점과도 관련이 있는 구성이다.
한편, 화면의 자유로운 구성이나 파격적인 경물 묘사가 현대의 추상화에 가까운 구성미를 보여 주는 작품이 있다. 일본 민예관 소장의 <동정추월도>와 <평사낙안도>는 멀리 수평으로 펼쳐진 산 능선이 특이하게 점선으로 정의되었으며, 직선 혹은 물결치듯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산면을 채워 준법 아닌 준법의 역할을 하고있다. <동정추월도>에서 근경의 언덕에는 가옥이 있고 이와 더불어 허수아비 같은 인물상들이 몇몇 눈에 띈다. 멀리 산봉우리 사이로 둥근 달이 고개를 내밀고 이에 호응하듯 근경의 물에 둥근 달이 비추고 있는데, 마치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는 듯 두 팔을 내밀고 있는 인물은 이백의 고사를 연상시킨다. <평사낙안도>에서는 호선을 그리며 일렬로 하강하는 기러기 떼가 느긋한 수평의 공간을 깨뜨리고 시선을 하단 근경의 기러기 떼로 이끌고 있다.
민화에서는 소상팔경도의 두 주제가 한 폭에 결합된 형식도 종종 눈에 띄는데, 선문대학교 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의 경우 제3폭은 ‘산시청람’과 ‘소상야우’가, 제5폭에는 ‘동정추월’과 ‘강천모설’의 두 주제가 결합되어 표현되었다.
제3폭의 경우 화면의 상반부에 소상야우의 장면이 배치되고 하반부에 산시청람의 장면이 묘사되었다. 또 제5폭의 경우 흰 눈이 덮인 산 속에 누각이 보이고 화면 하단 강가에 낚시하는 사람이 눈에 띄는데 이는 강천모설의 장면을 그린 것이다. 화면 상단 병풍처럼 펼쳐진 산 너머에 둥근 달이 묘사되어 동정추월의 도상이 결합된 것임을 말해 주고 있다.
민화에서는 전혀 다른 두 제재를 동일 화폭에 배열하는 독특한 결합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소상팔경도와 화조화의 결합 같은 것이다. 이는 비용 때문에 용도에 따른 다양한 병풍을 장만하기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두 가지 이상의 제재를 결합한 병풍 형식이 제작되었던 데에 기인한 것이다. 호림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 8폭 병풍>의 경우 화면이 2단으로 구성되었고 각각 상단에는 소상팔경도가 하단에는 화조도가 배치되어 있다.
화면의 상단에 적힌 화제를 보면 산시청람, 원포귀범, 강천모설, 동정추월, 어촌낙조, 소상반죽, 평사낙안, 연사모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상야우 대신 소상반죽瀟湘斑竹이라는 화제가 쓰인 점이 특색이다. 소상반죽은 순임금의 두 비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순임금을 찾아 헤매면서 흘린 눈물이 대나무에 떨어져 검은 얼룩이 있는 대나무, 즉 반죽斑竹이 되었다는 데서 유래한 화제이다. 소상팔경도를 구성하는 화제에 변화가 생긴 점이 주목된다. 두 제재를 동일 병풍에 배열한 예는 이 외에도 다수 찾아볼 수 있는데 책거리와 소상팔경도가 결합 된 예, 십장생도와 소상팔경도가 결합된 작품의 예 등이 눈에 띈다.
민화 소상팔경도에 보이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소상팔경도 10폭 병풍>의 출현을 꼽게 된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 10폭 병풍>은 종이 바탕에 인두로 지져서 그린 낙화烙畵인데, 기존의 여덟 주제에 ‘황릉제견’과 ‘창오모운’이 새롭게 추가되어 총10폭으로 구성되었다. 황릉제견과 창오모운은 판소리 <심청가> 중 소상팔경을 노래한 대목에 “황릉묘 적막한 데 두견이 슬피 울고”라는 구절이나 서도민요 <수심가>중의 “황릉묘상에 두견이 울고”와 같은 구절과 연결된다. 즉, 이 시기의 대중적 가사문학과 판소리 단가, 잡가, 민요 등에서 수용한 소상팔경 이미지의 회화적 구현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연사모종 대신에 한사모종으로 주제가 대체된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변화이다. 소상팔경 향유층의 저변화와 함께 낯설고 이국적인 대상을 더욱 익숙한 우리 것으로 끌어들이고 익숙한 이야기를 접목시키고 추가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거부감 없이 이루어져 한국적 소상팔경도로 거듭났음을 살필 수 있다.
같은 의미에서 가회민화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 8폭 병풍>이 흥미를 끈다. 이 작품은 소상팔경도의 주제와 시의도詩意圖가 결합된 형식이다. 단순히 화면을 나누어 소상팔경도와 시의도를 병행 배치하는 방식이 아닌 소상팔경도의 주요 주제와 가장 인기 있는 시의도를 선정하여 한 세트를 구성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사모종, 황릉야우皇陵夜雨, 소상죽림瀟湘竹林, 창오모연蒼梧暮煙, 어촌낙조, 동정추월의 소상팔경도 여섯 주제와 명나라 시인 고계高啓, 1336~1374의 <호음군을 찾아가다尋胡陰君>라는 시를 주제로 한 시의도, 그리고 당나라 시인 맹호연의 고사를 그린 <패교심매도覇橋尋梅圖>로써 8폭 병풍을 이룬 것이다. 소상팔경도의 주제마저 원형에서 상당히 벗어나서 어촌낙조와 동정추월만이 원형을 유지한 것이고 나머지는 조선의 대중들 취향에 맞게 변형된 것이다. 소상팔경도의 형식을 자유롭게 변화시켜 재구성한 점을 주목해 볼 수 있다.

특징 및 의의

소상팔경도는 이상적 산수 공간을 형상화한 그림이며,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꾸준히 제작이 이어졌던 회화 주제이다. 그러나 조선 말기 향유층의 저변화에 따라 대중적 가사문학과 연행 문화의 교섭이 이루어지면서 대중들의 요구에 맞게 급격한 변화를 거치게 되었다. 천년 가까이 변함없이 유지되었던 소상팔경도의 화제에 변화가 이어지고 주제의 확장이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표현에 있어서도 자유롭고 개성적인 양식이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소상팔경도의 엄격한 틀이 깨어지고 형식과 양식에서 자유로운 변화와 재구성이 이루어져 한국적 소상팔경도로 거듭난 점은 민화 소상팔경도의 가장 큰 의의이다.

참고문헌

겸재 정선의 소상팔경도(안휘준, 미술사논단20, 한국미술연구소,2005), 민화 소상팔경도에 나타난 전통과 혁신(정병모, 강좌미술사40, 한국미술사연구소, 2013), 민화 소상팔경도와 시가문학의 교섭 양상(장계수, 동양미술사학17, 동악미술사학회, 2015), 소상팔경, 고려와 조선의 시·화에 나타나는 수용사(고연희, 동방학9, 한서대학교 동양고전연구소,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