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山水畵)

한자명

山水畵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화

집필자 고연희(高蓮姬)

정의

산수山水를 주제로 민화다운 기법으로 그린 그림.

내용

산수화의 주제는 소상팔경瀟湘八景, 금강산金剛山, 관동팔경關東八景, 무이구곡武夷九曲, 고산구곡高山九曲 및 한국 여러 지방의 명소집경名所集景 등 한국과 중국에서 명승지의 산수경 및 사계四季와 시의詩意를 표현하는 일반 산수경 등이다. 대개 8폭, 10폭으로 꾸민 병풍에 각 주제에 따른 팔경八景 혹은 십경十景의 명소들을 각 폭에 배치하는 형식이 주를 이룬다. 금강산도 경우는 연폭連幅에 이어서 파노라마로 금강산을 그린 대작이 상당수 전한다. 표현 매체는 수묵水墨, 수묵에 담채淡彩, 채색彩色, 낙화烙畵 등 다양하며, 다른 여타의 민화 장르에 비하여 민화산수화는 수묵화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
주로 다루어진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중국 후난성의 소강瀟江과 상강湘江이 만나는 동정호洞庭湖 일대의 경관을 여덟 장면으로 그린 산수화이다. 소상야우瀟湘夜雨, 평사낙안平沙落雁, 연사만종烟寺晩鐘, 산시청람山市晴嵐, 강천모설江天暮雪, 어촌석조漁村夕照, 동정추월洞庭秋月, 원포귀범遠浦歸帆의 팔경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구성은 중국의 북송北宋에서 유래된 전통이다. 소상팔경은 민화산수화에서 가장 많이 그려지면서 여러 계층의 향유자를 위하여 제작되었기에 표현의 변화도 매우 크다. 평사낙안에서 기러기가 내려앉는 장면이나 동정추월에서 달이 뜬 풍경등은 선명하게 부각되지만, 그 외의 그림들은 팔경 화면 위에 세부 표제를 화면에 적지 않으면 어느 장면의그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둘째, 금강산도金剛山圖는 한반도 최고 명산인 금강산을 그린 산수화이다. 18세기 초 인기를 누린 정선鄭敾, 1676~1759에서 18세기 후반 문인화가들과 김홍도金弘道로 이어지며 정착된 금강산 명소 시리즈와 형식을 기본적으로 계승한다. 특히 정선 작 <금강전도金剛全圖>의 기본 구도인 바위산과 흙산을 대비시키는 형식과 ‘단발령망금강斷髮嶺望金剛’에서 유람자와 금강산의 대비구도 속에서 백색 바위산의 금강산을 한눈에 보여 주는 틀은 민화의 기본 구도로 활용되었다. 인물 형상이나 동물 형상의 바위나 산봉우리의 기이함을 강조하는 표현법도 민화로 계승되어 발전되었다.
셋째, 관동팔경도關東八景圖는 강원도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한 명승지 여덟 곳을 그린 그림이다. 중간성의 청간정淸澗亭, 강릉의 경포대鏡浦臺, 고성의 삼일포三日浦, 삼척의 죽서루竹西樓, 양양의 낙산사洛山寺, 울진의 망양정望洋亭, 통천의 총석정叢石亭, 평해平海의 월송정越松亭 등을 중심으로 만경대萬景臺와 시중대侍中臺가 들고나면서 동해안 명승지 팔경의 구성을 유지한다. 관동팔경도의 유행 속에서 평양 일대 명승지를 그린 관서팔경關西八景 및 각 지방의 팔경도들이 함께 제작되었다.
넷째, 무이구곡도武夷九曲圖는 무이산武夷山 계곡 아홉 골짜기의 산수경이다. 남송南宋 때 성리학자 주자朱子, 1130~1200가 무이산에 머물며 강학을 하고 뱃놀이를 즐기며 지은 노래 ‘무이도가武夷棹歌’ 10수의 내용을 기본으로 한 산수경 위에 주자가 벗들과 더불어 뱃놀이하는 모습이 점철된다. 특히 무이구곡도의 제2곡 옥녀봉玉女峰과 같이 특이한 곳은 흥미롭게 강조하여 표현하곤 했다.
다섯째, 고산구곡도高山九曲圖는 조선 중기 학자 이이李珥, 1537~1584가 지은 국문시조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에 기반을 두어 황해도 석담의 자연경관 속에서 사색하며 유유자적하는 학자 이이의 모습을 보여 준다. 끝으로 사계산수도四季山水圖와 시의산수도詩意山水圖로 그려진 산수화의 경우에는 일반산수화에서 애호된 고전 시문의 시구詩句를 활용하면서 다양한 산수화면을 창출한다. 이러한 주제들이 민화로 그려지면서 변화된 양상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산수화 주제의 조합 및 혼합: 여러 주제와 각 주제에 따른 특징적 이미지를 조합 혹은 혼합하여 화면을 흥미롭고 풍부하게 만든다.
    소상팔경과 관동팔경을 한 가지 화풍으로 이어 그려 중국과 한국의 명소를 동등하게 감상하도록 만든 화첩이나 무이구곡과 고산구곡을 상하로 배치하여 중국의 학자와 한국의 학자가 머물렀던 산수 공간을 나란히 보여 주는 병풍이 제작되었다. 이런 조합은 유사한 주제의 병치竝置 조합이다. 나아가 소상팔경도 산수경에 관동팔경 산수경을 혼합하여 그려 중국의 경치를 친근한 한국식 산수경으로 만들거나, 관동팔경 표현 속에 소상팔경 요소를 혼합하여 한국의 경치를 이국적으로 이상화하는 상호습합相互拾合도 이루어졌다. 소상팔경도의 평사낙안을 배경으로 총석정의 바위들이 나란히 솟아 있는 모습이나, 소상팔경의 산수경에 한반도 관동 지역의 소나무들이 자라 있거나 완만한 산세의 먼 산들이 드리워져 한국 산천의 분위기를 보여 준다.
    이 외에도 같은 주제를 혼합하여 그려 주제를 압축하기도 하였다. 동정추월의 달 풍경에 평사낙안의 기러기가 합하여진 화면이 예이다. 산수 주제 간의 상호조합이나 혼합의 다양한 양상은 한국의 지명으로 구성된 팔경도와 구곡도 제작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2. 다른 장르와의 조합 및 혼합: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 시의도詩意圖, 화초영모도花草翎毛圖, 문방도文房圖 등 서로 다른 장르를 조합하여, 산수화의 내용을 흥미롭고 풍부하게 하고 단조로워 보이는 산수화의 화면을 다채롭게 만든다.
    고사인물도 삽입은 산수화의 각 주제에 원래 등장하지 않는 인물상을 삽입하여 서사적敍事的 스토리의 흥미 요소를 담아낸다. 소상팔경도의 경우, 인물 삽입 양상이 가장 다양하다. 소상야우의 화면에 우산 쓴 행락객을 그리거나 소상강 주변에 주막과 깃발 혹은 술상을 차린 모습을 그려 유락적 이야기를 상상하도록 한다. 혹은 소상팔경의 표제와 배경 아래에 바둑을 두는 상산사호商山四皓상이나 고기를 낚는 강태공姜太公상, 달을 잡으려 하는 이태백李太白상과 같이 잘 알려져 있는 전통적 고사인물도의 도상圖像을 삽입하여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또한 문학적으로 가공된 인물상인 설중기려雪中騎驢상, 혹은 송하문동松下問童의 주된 이미지인 소나무 아래 손님과 동자를 그려, 시인이 노닐고은자가 머무는 산수의 깊고 맑은 경치를 재미있게 보여주고자 한다. 소상팔경의 표제 사이로 고사인물도의 표제를 어울리게 섞어 넣어 병풍을 꾸린 경우도 있다. 또는 산수화로 분류된 병풍 안 모든 산수경을 고사인물도의 서사적 스토리의 모티프로 꾸린 병풍도 전한다. 프랑스 파리 기메미술관에 전하는 이 병풍은 산수도라는 주제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림 속 나무와 산 등은 하나 하나 고사 인물 속 숨겨진 지명이나 특정 지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수도와 고사인물도의 두 장르를 혼합한 그림은 산수화가 가지는 품격 위에 풍요로운 감상의 즐거움을 제공하였다.
    시의도와 조합은 산수화의 문인적 아취를 조장한다. 관동팔경이나 소상팔경에 고전적 문학작품의 명시 명구를 넣는 방식으로 고전적·학문적 분위기를 추가한다. 소상팔경 한 장면에 폭포 한 줄기를 그리고 이백의 여산폭포 시구를 적어 넣는 경우나, 관동팔경에 중국시를 적어 넣는 경우가 해당한다.
    또는 주제를 알 수 없는 산수화 병풍에 어울리지 않는 시구가 들어가고, 계절에 따른 변화의 정체적 풍경을 주제로 하는 소상팔경의 한 화면에 모란이나 황학黃鶴 등을 그려 넣어, 부귀와 장수를 상징하는 축복적 길상의 의미를 첨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전쟁이 없는 곳에서만 크게 자란다는 상상의 영수靈獸인 맥貘이나 복록을 뜻하는 사슴 등과 같은 동물들을 산수경 속에 큼직하게 그려 평화롭고 복된 산수를 만들기도 한다.
    특히 소상팔경과 영모화초화의 조합이 가장 다양하다. 화면을 상하로 나누어 상단에는 소상팔경을 그리고 하단에는 길상의 화초를 그려, 이상적 산수경과 이상적 삶의 소망을 함께 표현하기도 하고 소상팔경 안에 화초를 크게 삽입하여 유사한 효과를 구하기도 한다. 표현법 자체는 갈필渴筆의 차분한 수묵화에서 짙은 먹의 독특한 필묵법, 활기찬 원색의 채색화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폭이 크다. 화초花草 및 영모翎毛 장르의 조합은 산수도에 축복과 장식粧飾의 기능을 더해 준다. 각종 화조류와의 조합은 산수경의 운치에 화훼나 동물이 가지는 길상吉祥의 의미를, 산수화의 단조로움에 화사한 생기와 색채를 가미하는 장식의 효과를 준다.
    이 외에, 산수화의 범주에서는 벗어나지만 민화산수화와 다른 장르의 습합 현상도 나타난다. 이 중 하나가 문방도나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에 산수화를 소품으로 삽입하는 방식이다. 문방도 8폭병풍에 소상팔경도 여덟 점이 한 폭에 한 점씩 펼친 형태로 그린 경우가 가장 흔하다. 소상팔경도는 문인의 아취를 상징하기에 문방도 속에서 분위기와 품격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문방도에 있는 고급 청화백자도자기의 문양으로 소상팔경도를 그린 그림도 있다.

  3. 산수형상의 단순화 혹은 과감한 변화: 필묵법을 간소하게 혹은 거칠게 표현하는 민화의 전반적 표현 특성 속에서 산수화 속 산수형상의 단순화가 나타난다.
    여러 가지 정해진 준법皴法으로 특정 양식樣式을 보여 주는 일반산수화의 표현법과는 달리, 민화산수화에서는 암석의 질감을 단순하게 처리하고 윤곽선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등 양식적 측면을 무시하는 속성이 있다. 암석의 질감을 인장으로 찍어서 표현하는 방식의 경우는 표현의 단순화를 넘어 변화를 지향한다.
    산수형상이나 세부 표현 방식을 변화시키는 양상은 매우 다양하고, 때로는 매우 과감하여 초현실적인 화면 혹은 해학적인 화면을 생산한다. 금강산 전체를 금색으로 칠하고 스님의 모습으로 봉우리를 모두 그려 불력佛力의 공간으로 보여 주려는 듯이 그린 경우도 있고, 폭포나 바위를 기이하고 재미있는 모양으로 변형시켜 유람의 흥미를 증폭시킨 경우도 있다. 정선의 <금강전도> 제작 이래 유지되던 금강산 표현의 기본 구도를 뒤집어서 금강산의 유명 봉우리들을 분리시켜 나열하거나 명소들만 연결하여 금강산 전체상을 만들기를 시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금강산도들은 금강산의 유명 봉우리와 명소의 특성을 보고자 하는 감상에 부응한다.
    한편 무이구곡도나 고산구곡도는 여타의 산수화 주제와 비교할 때, 변화의 폭이 가장 작다. 주제가 대학자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유락적 분위기나 화사한 채색화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구곡도류는 수묵법이 주를 이루면서 부드러운 문인화풍의 화면을 유지한다. 관동팔경이나 지방의 명소도에는 특정 건물이나 명소를 강조하면서 산수의 크기 비중을 조정하였다. 거북이 모양의 바위 혹은 커다란 거북이 지나가는 장면을 삽입하여 복지福地임을 알리는 방법 등 산수의 변형의 예는 다양하다.

  4. 새로운 내용의 삽입: 산수화의 본래의 주제를 바꾸는 수준으로 새로운 내용이 삽입되기도 한다.
    동해안의 실경을 바탕으로 한 관동팔경도에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담아내기도 하였다. 예컨대 청간정의 정자에 문인이 홀로 앉고, 앞의 강에는 다정한 젊은 남녀가 앉은 배 한 척이 지나가고 강 상류에 놓인 다리 위에는 벗이 반갑게 만난다. 이는 향유자들의 요구로 구체적 이야기가 삽입되어 그림의 주제가 달라진 경우이다.
    금강산도에서는 스님을 부각시켜 보여 주거나, 행복한 유람객이 다니는 모습을 삽입한다. 유람객을 그려 넣는 경우는 매우 많고 양상도 다양하다. 갓을 쓰고 말을 탄 전통적 선비의 유람 이미지를 넘어서 신선처럼 날듯 뛰듯 금강산을 유람하는 모습, 절경 속에서 벗과 나란히 누워 낮잠을 즐기는 모습, 나아가 음악을 연주하거나 놀이를 즐기는 모습 등이 있다. 이러한 여러 형태의 유람자는 금강산도의 성격을 낙원樂園이나 유락遊樂의 공간으로 상상하거나 기대했던 시절의 꿈을 자유롭게 반영한다.
    금강산도에 삽입된 새로운 내용 가운데 매우 특이한 예로, 치마저고리를 입고 머리를 올린 두 여성이 밧줄을 붙들고 금강산 정상에 오르는 한편, 그 아래 언덕을 오르던 남성은 넘어져 낙산하는 장면이 있다. 여성들이 오르는 금강산 정상에는 번듯한 주막이 있고 주막에는 깃발이 날린다. 그 시절 여성들이 상상한 금강산은 남성들의 유락공간이었음을 말해 주는 듯하다. 전통적으로 남성 문인들의 향유 문화였던 금강산도의 회화사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내용이며 변화된 주제이다.

특징 및 의의

첫째, 민화산수화는 조선시대 산수화가 제공한 구도와 명소의 특징적 내용을 계승하고 이를 기반으로 변화를 시도하면서 조선시대 산수화의 역사를 계승하고 전개시켰다는 회화사繪畵史적 의미가 있다. 소상팔경도는 고려 후기부터, 무이구곡도는 조선중기부터 지속적으로 제작되었다. 금강산도관동팔경도, 고산구곡도 등은 조선 후기에 인기가 급부상하였으며, 사계산수는 꾸준히 그려진 주제이다. 민화산수화는 이러한 조선시대 일반산수화의 역사를 계승하여 전개하면서 때론 소품으로 때론 거작으로 변화하였다.
둘째, 산수경의 자유로운 조합 및 다른 장르와의 습합을 통하여 전통 요소들을 선별하고 집합하면서, 산수에 대한 당대 현실의 소망所望을 이미지로 표현하였다. 총석정과 평사낙안의 조합은 잘 알려진 관동팔경의 주된 장면인 총석정도와 소상팔경에서 가장 인상적인 평사낙안의 이미지를 선별적으로 조합하여 우리 명승지의 평화로움을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산수경과 화초영모의 조합에서는 가보고 싶은 이상적 산수경과 함께 세속적 행복을 구가했던 당대인들의 현실적 소망을 보여준다.
셋째, 산수형상의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는 중에 발랄한 창의성을 보여 주고 동시에 산수를 친근하게 향유하는 한국적 산수관山水觀을 구가한다. 산이 많은 국토에서 살아가며 산수유람을 즐기고 산수와 함께 더불어 사는 상상과 정서를 반영하였다.
민화산수화는 그 내용상 중국과 한국의 가보고 싶은 산수경을 친근하고 풍요롭게 향유하고자 하는 소망의 표현으로, 전통적 산수화 문화와 고전문학적 아취를 지향하면서 현실적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꿈을 함께 담아낸 그림이다. 기법과 형식의 측면에서 민화산수화는 전통적인 산수화 주제와 소재를 존중하여 활용하고 동시에 다양한 조형적 참신함과 새로운 이야기의 삽입을 시도하여 산수관의 변화를 표현한 장르이다.

참고문헌

금강산도 연구(박은순, 일지사, 1997), 민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정병모, 돌베개, 2012), 민화 금강산도 연구(이영수, 홍익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5), 민화이야기(윤열수, 디자인하우스, 1995), 조선시대 관동팔경도 연구(이보라, 홍익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5), 조선시대 구곡도의 수용과 전개(윤진영, 미술사학연구217·218, 한국미술사학회, 1998), 조선시대 산수화(고연희, 돌베개, 2007), 조선시대 회화사론(홍선표, 문예출판사,1999), 한국회화의 전통(안휘준, 문예출판사, 1997).

산수화

산수화
한자명

山水畵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화

집필자 고연희(高蓮姬)

정의

산수山水를 주제로 민화다운 기법으로 그린 그림.

내용

산수화의 주제는 소상팔경瀟湘八景, 금강산金剛山, 관동팔경關東八景, 무이구곡武夷九曲, 고산구곡高山九曲 및 한국 여러 지방의 명소집경名所集景 등 한국과 중국에서 명승지의 산수경 및 사계四季와 시의詩意를 표현하는 일반 산수경 등이다. 대개 8폭, 10폭으로 꾸민 병풍에 각 주제에 따른 팔경八景 혹은 십경十景의 명소들을 각 폭에 배치하는 형식이 주를 이룬다. 금강산도 경우는 연폭連幅에 이어서 파노라마로 금강산을 그린 대작이 상당수 전한다. 표현 매체는 수묵水墨, 수묵에 담채淡彩, 채색彩色, 낙화烙畵 등 다양하며, 다른 여타의 민화 장르에 비하여 민화산수화는 수묵화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
주로 다루어진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중국 후난성의 소강瀟江과 상강湘江이 만나는 동정호洞庭湖 일대의 경관을 여덟 장면으로 그린 산수화이다. 소상야우瀟湘夜雨, 평사낙안平沙落雁, 연사만종烟寺晩鐘, 산시청람山市晴嵐, 강천모설江天暮雪, 어촌석조漁村夕照, 동정추월洞庭秋月, 원포귀범遠浦歸帆의 팔경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구성은 중국의 북송北宋에서 유래된 전통이다. 소상팔경은 민화산수화에서 가장 많이 그려지면서 여러 계층의 향유자를 위하여 제작되었기에 표현의 변화도 매우 크다. 평사낙안에서 기러기가 내려앉는 장면이나 동정추월에서 달이 뜬 풍경등은 선명하게 부각되지만, 그 외의 그림들은 팔경 화면 위에 세부 표제를 화면에 적지 않으면 어느 장면의그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둘째, 금강산도金剛山圖는 한반도 최고 명산인 금강산을 그린 산수화이다. 18세기 초 인기를 누린 정선鄭敾, 1676~1759에서 18세기 후반 문인화가들과 김홍도金弘道로 이어지며 정착된 금강산 명소 시리즈와 형식을 기본적으로 계승한다. 특히 정선 작 <금강전도金剛全圖>의 기본 구도인 바위산과 흙산을 대비시키는 형식과 ‘단발령망금강斷髮嶺望金剛’에서 유람자와 금강산의 대비구도 속에서 백색 바위산의 금강산을 한눈에 보여 주는 틀은 민화의 기본 구도로 활용되었다. 인물 형상이나 동물 형상의 바위나 산봉우리의 기이함을 강조하는 표현법도 민화로 계승되어 발전되었다.
셋째, 관동팔경도關東八景圖는 강원도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한 명승지 여덟 곳을 그린 그림이다. 중간성의 청간정淸澗亭, 강릉의 경포대鏡浦臺, 고성의 삼일포三日浦, 삼척의 죽서루竹西樓, 양양의 낙산사洛山寺, 울진의 망양정望洋亭, 통천의 총석정叢石亭, 평해平海의 월송정越松亭 등을 중심으로 만경대萬景臺와 시중대侍中臺가 들고나면서 동해안 명승지 팔경의 구성을 유지한다. 관동팔경도의 유행 속에서 평양 일대 명승지를 그린 관서팔경關西八景 및 각 지방의 팔경도들이 함께 제작되었다.
넷째, 무이구곡도武夷九曲圖는 무이산武夷山 계곡 아홉 골짜기의 산수경이다. 남송南宋 때 성리학자 주자朱子, 1130~1200가 무이산에 머물며 강학을 하고 뱃놀이를 즐기며 지은 노래 ‘무이도가武夷棹歌’ 10수의 내용을 기본으로 한 산수경 위에 주자가 벗들과 더불어 뱃놀이하는 모습이 점철된다. 특히 무이구곡도의 제2곡 옥녀봉玉女峰과 같이 특이한 곳은 흥미롭게 강조하여 표현하곤 했다.
다섯째, 고산구곡도高山九曲圖는 조선 중기 학자 이이李珥, 1537~1584가 지은 국문시조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에 기반을 두어 황해도 석담의 자연경관 속에서 사색하며 유유자적하는 학자 이이의 모습을 보여 준다. 끝으로 사계산수도四季山水圖와 시의산수도詩意山水圖로 그려진 산수화의 경우에는 일반산수화에서 애호된 고전 시문의 시구詩句를 활용하면서 다양한 산수화면을 창출한다. 이러한 주제들이 민화로 그려지면서 변화된 양상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산수화 주제의 조합 및 혼합: 여러 주제와 각 주제에 따른 특징적 이미지를 조합 혹은 혼합하여 화면을 흥미롭고 풍부하게 만든다.
소상팔경과 관동팔경을 한 가지 화풍으로 이어 그려 중국과 한국의 명소를 동등하게 감상하도록 만든 화첩이나 무이구곡과 고산구곡을 상하로 배치하여 중국의 학자와 한국의 학자가 머물렀던 산수 공간을 나란히 보여 주는 병풍이 제작되었다. 이런 조합은 유사한 주제의 병치竝置 조합이다. 나아가 소상팔경도 산수경에 관동팔경 산수경을 혼합하여 그려 중국의 경치를 친근한 한국식 산수경으로 만들거나, 관동팔경 표현 속에 소상팔경 요소를 혼합하여 한국의 경치를 이국적으로 이상화하는 상호습합相互拾合도 이루어졌다. 소상팔경도의 평사낙안을 배경으로 총석정의 바위들이 나란히 솟아 있는 모습이나, 소상팔경의 산수경에 한반도 관동 지역의 소나무들이 자라 있거나 완만한 산세의 먼 산들이 드리워져 한국 산천의 분위기를 보여 준다.
이 외에도 같은 주제를 혼합하여 그려 주제를 압축하기도 하였다. 동정추월의 달 풍경에 평사낙안의 기러기가 합하여진 화면이 예이다. 산수 주제 간의 상호조합이나 혼합의 다양한 양상은 한국의 지명으로 구성된 팔경도와 구곡도 제작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다른 장르와의 조합 및 혼합: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 시의도詩意圖, 화초영모도花草翎毛圖, 문방도文房圖 등 서로 다른 장르를 조합하여, 산수화의 내용을 흥미롭고 풍부하게 하고 단조로워 보이는 산수화의 화면을 다채롭게 만든다.
고사인물도 삽입은 산수화의 각 주제에 원래 등장하지 않는 인물상을 삽입하여 서사적敍事的 스토리의 흥미 요소를 담아낸다. 소상팔경도의 경우, 인물 삽입 양상이 가장 다양하다. 소상야우의 화면에 우산 쓴 행락객을 그리거나 소상강 주변에 주막과 깃발 혹은 술상을 차린 모습을 그려 유락적 이야기를 상상하도록 한다. 혹은 소상팔경의 표제와 배경 아래에 바둑을 두는 상산사호商山四皓상이나 고기를 낚는 강태공姜太公상, 달을 잡으려 하는 이태백李太白상과 같이 잘 알려져 있는 전통적 고사인물도의 도상圖像을 삽입하여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또한 문학적으로 가공된 인물상인 설중기려雪中騎驢상, 혹은 송하문동松下問童의 주된 이미지인 소나무 아래 손님과 동자를 그려, 시인이 노닐고은자가 머무는 산수의 깊고 맑은 경치를 재미있게 보여주고자 한다. 소상팔경의 표제 사이로 고사인물도의 표제를 어울리게 섞어 넣어 병풍을 꾸린 경우도 있다. 또는 산수화로 분류된 병풍 안 모든 산수경을 고사인물도의 서사적 스토리의 모티프로 꾸린 병풍도 전한다. 프랑스 파리 기메미술관에 전하는 이 병풍은 산수도라는 주제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림 속 나무와 산 등은 하나 하나 고사 인물 속 숨겨진 지명이나 특정 지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수도와 고사인물도의 두 장르를 혼합한 그림은 산수화가 가지는 품격 위에 풍요로운 감상의 즐거움을 제공하였다.
시의도와 조합은 산수화의 문인적 아취를 조장한다. 관동팔경이나 소상팔경에 고전적 문학작품의 명시 명구를 넣는 방식으로 고전적·학문적 분위기를 추가한다. 소상팔경 한 장면에 폭포 한 줄기를 그리고 이백의 여산폭포 시구를 적어 넣는 경우나, 관동팔경에 중국시를 적어 넣는 경우가 해당한다.
또는 주제를 알 수 없는 산수화 병풍에 어울리지 않는 시구가 들어가고, 계절에 따른 변화의 정체적 풍경을 주제로 하는 소상팔경의 한 화면에 모란이나 황학黃鶴 등을 그려 넣어, 부귀와 장수를 상징하는 축복적 길상의 의미를 첨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전쟁이 없는 곳에서만 크게 자란다는 상상의 영수靈獸인 맥貘이나 복록을 뜻하는 사슴 등과 같은 동물들을 산수경 속에 큼직하게 그려 평화롭고 복된 산수를 만들기도 한다.
특히 소상팔경과 영모화초화의 조합이 가장 다양하다. 화면을 상하로 나누어 상단에는 소상팔경을 그리고 하단에는 길상의 화초를 그려, 이상적 산수경과 이상적 삶의 소망을 함께 표현하기도 하고 소상팔경 안에 화초를 크게 삽입하여 유사한 효과를 구하기도 한다. 표현법 자체는 갈필渴筆의 차분한 수묵화에서 짙은 먹의 독특한 필묵법, 활기찬 원색의 채색화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폭이 크다. 화초花草 및 영모翎毛 장르의 조합은 산수도에 축복과 장식粧飾의 기능을 더해 준다. 각종 화조류와의 조합은 산수경의 운치에 화훼나 동물이 가지는 길상吉祥의 의미를, 산수화의 단조로움에 화사한 생기와 색채를 가미하는 장식의 효과를 준다.
이 외에, 산수화의 범주에서는 벗어나지만 민화산수화와 다른 장르의 습합 현상도 나타난다. 이 중 하나가 문방도나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에 산수화를 소품으로 삽입하는 방식이다. 문방도 8폭병풍에 소상팔경도 여덟 점이 한 폭에 한 점씩 펼친 형태로 그린 경우가 가장 흔하다. 소상팔경도는 문인의 아취를 상징하기에 문방도 속에서 분위기와 품격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문방도에 있는 고급 청화백자도자기의 문양으로 소상팔경도를 그린 그림도 있다.

산수형상의 단순화 혹은 과감한 변화: 필묵법을 간소하게 혹은 거칠게 표현하는 민화의 전반적 표현 특성 속에서 산수화 속 산수형상의 단순화가 나타난다.
여러 가지 정해진 준법皴法으로 특정 양식樣式을 보여 주는 일반산수화의 표현법과는 달리, 민화산수화에서는 암석의 질감을 단순하게 처리하고 윤곽선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등 양식적 측면을 무시하는 속성이 있다. 암석의 질감을 인장으로 찍어서 표현하는 방식의 경우는 표현의 단순화를 넘어 변화를 지향한다.
산수형상이나 세부 표현 방식을 변화시키는 양상은 매우 다양하고, 때로는 매우 과감하여 초현실적인 화면 혹은 해학적인 화면을 생산한다. 금강산 전체를 금색으로 칠하고 스님의 모습으로 봉우리를 모두 그려 불력佛力의 공간으로 보여 주려는 듯이 그린 경우도 있고, 폭포나 바위를 기이하고 재미있는 모양으로 변형시켜 유람의 흥미를 증폭시킨 경우도 있다. 정선의 <금강전도> 제작 이래 유지되던 금강산 표현의 기본 구도를 뒤집어서 금강산의 유명 봉우리들을 분리시켜 나열하거나 명소들만 연결하여 금강산 전체상을 만들기를 시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금강산도들은 금강산의 유명 봉우리와 명소의 특성을 보고자 하는 감상에 부응한다.
한편 무이구곡도나 고산구곡도는 여타의 산수화 주제와 비교할 때, 변화의 폭이 가장 작다. 주제가 대학자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유락적 분위기나 화사한 채색화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구곡도류는 수묵법이 주를 이루면서 부드러운 문인화풍의 화면을 유지한다. 관동팔경이나 지방의 명소도에는 특정 건물이나 명소를 강조하면서 산수의 크기 비중을 조정하였다. 거북이 모양의 바위 혹은 커다란 거북이 지나가는 장면을 삽입하여 복지福地임을 알리는 방법 등 산수의 변형의 예는 다양하다.

새로운 내용의 삽입: 산수화의 본래의 주제를 바꾸는 수준으로 새로운 내용이 삽입되기도 한다.
동해안의 실경을 바탕으로 한 관동팔경도에는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담아내기도 하였다. 예컨대 청간정의 정자에 문인이 홀로 앉고, 앞의 강에는 다정한 젊은 남녀가 앉은 배 한 척이 지나가고 강 상류에 놓인 다리 위에는 벗이 반갑게 만난다. 이는 향유자들의 요구로 구체적 이야기가 삽입되어 그림의 주제가 달라진 경우이다.
금강산도에서는 스님을 부각시켜 보여 주거나, 행복한 유람객이 다니는 모습을 삽입한다. 유람객을 그려 넣는 경우는 매우 많고 양상도 다양하다. 갓을 쓰고 말을 탄 전통적 선비의 유람 이미지를 넘어서 신선처럼 날듯 뛰듯 금강산을 유람하는 모습, 절경 속에서 벗과 나란히 누워 낮잠을 즐기는 모습, 나아가 음악을 연주하거나 놀이를 즐기는 모습 등이 있다. 이러한 여러 형태의 유람자는 금강산도의 성격을 낙원樂園이나 유락遊樂의 공간으로 상상하거나 기대했던 시절의 꿈을 자유롭게 반영한다.
금강산도에 삽입된 새로운 내용 가운데 매우 특이한 예로, 치마저고리를 입고 머리를 올린 두 여성이 밧줄을 붙들고 금강산 정상에 오르는 한편, 그 아래 언덕을 오르던 남성은 넘어져 낙산하는 장면이 있다. 여성들이 오르는 금강산 정상에는 번듯한 주막이 있고 주막에는 깃발이 날린다. 그 시절 여성들이 상상한 금강산은 남성들의 유락공간이었음을 말해 주는 듯하다. 전통적으로 남성 문인들의 향유 문화였던 금강산도의 회화사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내용이며 변화된 주제이다.

특징 및 의의

첫째, 민화산수화는 조선시대 산수화가 제공한 구도와 명소의 특징적 내용을 계승하고 이를 기반으로 변화를 시도하면서 조선시대 산수화의 역사를 계승하고 전개시켰다는 회화사繪畵史적 의미가 있다. 소상팔경도는 고려 후기부터, 무이구곡도는 조선중기부터 지속적으로 제작되었다. 금강산도와 관동팔경도, 고산구곡도 등은 조선 후기에 인기가 급부상하였으며, 사계산수는 꾸준히 그려진 주제이다. 민화산수화는 이러한 조선시대 일반산수화의 역사를 계승하여 전개하면서 때론 소품으로 때론 거작으로 변화하였다.
둘째, 산수경의 자유로운 조합 및 다른 장르와의 습합을 통하여 전통 요소들을 선별하고 집합하면서, 산수에 대한 당대 현실의 소망所望을 이미지로 표현하였다. 총석정과 평사낙안의 조합은 잘 알려진 관동팔경의 주된 장면인 총석정도와 소상팔경에서 가장 인상적인 평사낙안의 이미지를 선별적으로 조합하여 우리 명승지의 평화로움을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산수경과 화초영모의 조합에서는 가보고 싶은 이상적 산수경과 함께 세속적 행복을 구가했던 당대인들의 현실적 소망을 보여준다.
셋째, 산수형상의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는 중에 발랄한 창의성을 보여 주고 동시에 산수를 친근하게 향유하는 한국적 산수관山水觀을 구가한다. 산이 많은 국토에서 살아가며 산수유람을 즐기고 산수와 함께 더불어 사는 상상과 정서를 반영하였다.
민화산수화는 그 내용상 중국과 한국의 가보고 싶은 산수경을 친근하고 풍요롭게 향유하고자 하는 소망의 표현으로, 전통적 산수화 문화와 고전문학적 아취를 지향하면서 현실적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꿈을 함께 담아낸 그림이다. 기법과 형식의 측면에서 민화산수화는 전통적인 산수화 주제와 소재를 존중하여 활용하고 동시에 다양한 조형적 참신함과 새로운 이야기의 삽입을 시도하여 산수관의 변화를 표현한 장르이다.

참고문헌

금강산도 연구(박은순, 일지사, 1997), 민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정병모, 돌베개, 2012), 민화 금강산도 연구(이영수, 홍익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5), 민화이야기(윤열수, 디자인하우스, 1995), 조선시대 관동팔경도 연구(이보라, 홍익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5), 조선시대 구곡도의 수용과 전개(윤진영, 미술사학연구217·218, 한국미술사학회, 1998), 조선시대 산수화(고연희, 돌베개, 2007), 조선시대 회화사론(홍선표, 문예출판사,1999), 한국회화의 전통(안휘준, 문예출판사,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