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판소리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음악

집필자 신은주(申銀珠)

정의

전통 판소리의 음악과 공연 방식을 활용하여 20세기 이후에 전혀 다른 내용으로 새롭게 창작된 판소리.

역사

창작판소리의 시작점은 창작판소리의 개념과 범위 설정에 의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창작판소리란 20세기 이후에 사설 및 음악 면에서 기존에 없던 내용으로 새롭게 창작된 판소리를 가리킨다. 이에 의하면 창작판소리의 시작은 광복 이후 박동실의 <열사가>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창작판소리의 개념을 좀 더 넓게 설정하여, 기존에 존재하던 사설을 판소리로 재구성하였거나 실전 판소리를 새롭게 복원한 소리까지 포괄하면 창작판소리의 시작은 20세기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즉 1904년 이동백과 김창환이 만들어 원각사에서 공연되었던 최초의 창작 창극인 <최병도타령>을 창작판소리의 시작으로 보기도 하고, 이는 창작판소리 보다는 창작 창극에 해당하므로 배제하기도 한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정정렬이 복원한 <숙영낭자전>과 <옥루몽> 역시 창작판소리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하고, 이들은 복원 판소리 및 신작 판소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엄밀한 의미에서 창작판소리라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의견들을 종합할 때, 창작판소리는 20세기 전반부터 시작되나, 본격적인 창작판소리는 박동실에 의해 주도되었다 하겠다.
박동실은 광복 직후 <이준열사가>, <안중근열사가>, <윤봉길열사가>, <유관순열사가>, <김유신보국가>, <해방가> 등을 만들어 당대의 민족적 사건을 판소리로 불렀다. <열사가>는 항일운동의 상징적 영웅 네 인물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과 그들이 항일하던 내용을 40~50분 정도의 길이로 엮어 부른 창작판소리이다. 박동실 한 사람에 의해 지어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열사가>의 작사와 작곡 및 보급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이가 박동실인 것만은 분명하다.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 자주 국가의 기틀을 다져나가는 것이 민족적 과제로 제기되던 때에, 일제의 부당한 식민지 지배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더불어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줄 영웅에 대한 열망이 담긴 <열사가>는 김연수, 정광수 등 여러 명창들에 의해 불렸다. 그러나 6·25전쟁 이후 박동실이 월북하면서 <열사가>를 비롯한 창작판소리의 흐름은 이어지지 못 하였다. 현재 <열사가>는 박동실의 제자인 장월중선을 이은 정순임 명창 등에 의해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에 이르러는 박동진과 정철호에 의해 새로운 판소리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박동진은 1969년에 예수의 일대기를 그린 <판소리 예수전>을 공연하였으며, 1973년에는 자신이 창작한 <충무공 이순신전>을 발표하였다. 또한 실전된 전통 판소리의 복원에도 관심을 기울여 <변강쇠가>, <배비장전>, <숙영낭자전> 등을 새로 만들어 불렀다. 정철호는 박동실의 <열사가>를 다시 작창하여 불렀고, <녹두장군 전봉준>·<권율장군> 등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판소리로 엮어 불렀다. 박동진과 정철호의 창작판소리는 음반으로 제작되어 전하나, 자주 공연되지는 못하였고 후대 판소리 창자들에게 전승되지도 못하였다.
1980년대에는 민주화 운동의 열기와 함께 역사·정치·사회 등의 문제의식을 담은 저항적 문학 운동으로서 창작판소리가 활용되었다. 대표적 인물은 임진택으로, 그는 1985년 김지하 시인의 담시를 판소리로 옮긴 <똥바다>를 발표함으로써 창작판소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똥바다>는 호시탐탐 한국을 노리던 일본인이 서울에 들어와 오랫동안 참았던 똥을 싸지르다가 똥바다에 빠져 죽는다는 내용을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일본의 경제 및 문화 침략을 풍자하고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임진택은 <똥바다>에 이어 강렬한 비판 의식과 풍자로 시대의 모순과 권력의 위선을 정면으로 고발한 <소리내력>과 <오적>을 발표하였고, 1990년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하여 <오월광주>라는 작품을 만들기도 하였다. <오월광주>는 각종 사료를 바탕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의 상황을 재구성해 낸 2시간에 걸친 대작이며, 비장미와 숭고미 및 해학적 요소가 적절히 가미되어 판소리 특유의 미학을 잘 살린 창작판소리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임진택은 전문 소리꾼은 아니었기에 그의 창작판소리가 음악적인 면에서는 다소 부족하였으나, 당시의 시대정신과 맞물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살아 있는 예술로서 판소리가 가진 가능성과 힘을 보여 주었다. 임진택의 <오월광주>는 2000년 전문 판소리 창자 윤진철에 의해 다시 재탄생하였다. 1990년대에는 조통달·안숙선·윤진철·김연·이용배 등 많은 판소리 창자들이 창작판소리를 만들기 시작하였고, 2000년 이후에는 대학 출신의 젊은 소리꾼들이 판소리 창작에 참여하였다. 특히 2001년 열린 제1회 또랑광대 콘테스트는 새로운 판소리에 대한 모색으로 개최된 창작판소리 경연 대회였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리지 않는 창작판소리꾼들이 참여하여 신선한 주제를 담은 새 판소리를 선보였고, 이후 몇 차례 더 지속되었다. 최근에는 젊은 소리꾼들이 바닥소리, 판세, 소리여세, 타루 등 창작판소리를 만들고 연주하는 단체를 만들어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용

창작판소리는 20세기에 들어 이전 판소리의 사설과는 전혀 다른 내용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창작된 판소리를 일컫는다. 기존의 것을 변화시키거나 추가하는 방식이 아닌 전혀 새로운 내용으로 이루어진 판소리들을 말하며, 단가창극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창작판소리와 유사한 개념으로 ‘신작 판소리’와 ‘복원 판소리’가 있다. 신작 판소리란 고전 소설을 판소리화한 경우로 뚜렷한 창작 의식을 가지고 새롭게 지어진 레퍼토리가 아니다. 복원 판소리는 전승이 끊어진 판소리를 다시 재현한 경우로, 창법적인 면에서는 새로운 창작이 이루어지지만 사설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에서 창작판소리와 구별된다. 그러나 신작 판소리와 복원 판소리 역시 넓은 의미에서 창작판소리 영역에 포함시킬 수 있으며, 창작판소리의 활성화를 위해 창작판소리의 범위를 좀 더 포괄적으로 적용해야 할 필요성 또한 제기되었다. 이 경우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궁가>, <적벽가>의 전통 다섯 바탕을 제외하고 20세기 이후에 새롭게 만들어진 모든 판소리를 창작판소리로 규정할 수 있다. 창작판소리의 계열은 광복 직후에 만들어진 <열사가烈士歌> 류의 작품과 1980년대 사회 참여 작품들, 또랑광대나 바닥소리 등 근간에 젊은 판소리꾼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 등이 큰 줄기를 이룬다.
2000년대 들어 창작판소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계기는 2001년 전주산조페스티벌에서 개최된 제1회 ‘또랑깡대(또랑광대) 콘테스트’이다. 이는 새 시대 젊은 판소리의 열기를 불러일으킨 의미 있는 사건으로, 판소리 창자들 이외에 마당극 배우를 포함한 다양한 젊은 광대들이 나서서 독창적이고도 끼가 넘치는 작품들을 선보임으로써 큰 관심과 반향을 일으켰다. ‘또랑광대’로 통칭되는 젊은 창작판소리 운동은 ‘전국 또랑광대 협의회’를 축으로 ‘바닥소리’, ‘소리여세’, ‘타루’, ‘판세’ 등의 여러 모임이 함께한 것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판소리 공연의 틀을 깨고, 거리에서 지나가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소리판을 벌여 좀 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함께 소통하고 호흡하는 현장 음악으로서 판소리의 새로운 흐름을 열었다. 최근 들어 이들 젊은 소리꾼들은 창작판소리에 극적 요소를 강화하여 소리극 형태의 공연을 펼치기도 하였다. 창작판소리는 정형화되어 전승되는 전통판소리를 뛰어 넘어, 현재의 시대정신과 감각들을 녹여낸 살아 있는 예술로서 판소리의 가능성과 미래를 담지하고 있다.

특징 및 의의

창작판소리는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예술은 전통으로서 보존되고 불변하는 그 무엇이기보다는 당대 현실과 긴밀한 연관을 맺으면서 유통될 때 그 존재 의의가 살아난다. 그런 점에서 창작판소리는 당대의 현실 문제나 새로운 주제를 담아 낼 수 있다는 매우 큰 장점이 있다. 20세기 전반 <최병도타령>은 창작판소리보다는 창작창극에 들긴 하나, 탐관오리 정 감사의 수탈과 몰락한 양반 최병도의 갈등을 통해 봉건사회의 모순을 드러냈다. 광복을 전후하여 형성·연행된 <열사가>는 항일운동의 상징적 네 인물의 삶을 그려 냄으로써 자주적 민족의식을 고취하였다. 최근 작품인 박태오의 <판소리스타대전>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로 유행하였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소재로 하였다. 김명자의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는 김치 냉장고를 타기 위해 ‘전국 여자 천하장사 씨름 대회’에 출전하는 성복동 장사슈퍼 ‘슈퍼댁’의 이야기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를 정겨우면서도 개성 있게 그려 냈다. 또한 김수미의 <재미네골 이야기>는 연변의 재미네골이라는 조선족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를 판소리로 만들어 어린이 동화 그림책과 그 부록 음반으로 함께 펴냄으로써 아이들이 그림책과 판소리를 함께 곁들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창작판소리는 전통 판소리와 비교할 때, 옛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현재를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 낼 수 있고, 특정 대상에 맞추어 그에 적합한 소리들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창작판소리 작품들을 통하여 향후 판소리의 재창조 방향과 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창작판소리는 전승오가傳承五歌, 즉 전통적으로 전승되어 내려오는 <춘향가>·<심청가>·<궁가>·<흥부가>·<적벽가> 만큼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지 못하다. 이는 오늘날 판소리 정책이 전통 5바탕의 온전한 보전과 계승에 집중되어, 이들 작품을 중심으로 교육과 공연이 이루어진 데에도 원인이 있겠으나, 내적으로는 창작판소리 작품 자체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전승오가가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판소리 창자들에 의하여 다듬어지고 보완되는 과정을 통해 적층적으로 사설과 음악을 발전시켜 온 것과 달리, 창작판소리는 한두 명의 소리꾼 혹은 작가에 의해 일시적 창작의 형태로 만들어지다 보니, 전통오가만큼의 공력을 갖추기 어렵다. 특히 판소리 전승오가는 18~19세기의 시대성을 담고 있음에도, 오늘날의 대중들에게도 보편적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에 비하여 창작판소리는 오늘날의 현실 반영과 흥미 유발이라는 두 요소를 작품에 녹여 내고는 있으나,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두루 포괄하는 보편적 정서와 예술적 깊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래지향적 예술로서의 판소리를 논하는 데 있어서 창작판소리의 의의는 결코 낮게 평가될 수 없다. 민중의 삶을 역동적으로 반영하면서 그 안에서 함께 즐기고, 자연스럽게 현실 세계에 대하여 명확한 인식을 갖게 해 주는 능동적인 예술로서 판소리가 갖고 있던 원 속성은 창작판소리를 통해 오늘에 구현될 수 있다. 대표적인 전통 예술이자 민족 예술인 판소리가 현대 대중들 속에서 온전히 살아남아 특유의 예술적 힘을 낼 수 있는가의 여부는 향후 새롭게 만들어질 창작판소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문헌

민중연희의 창조(임진택, 창작과비평사, 1990), 창작판소리 발전과정 연구(김연, 판소리연구24, 판소리학회, 2007), 창작판소리 사설의 표현특질과 주제의식(김기형, 판소리연구5, 판소리학회, 1994), 20세기 창작판소리의 존재양상과 의미(유영대, 한국민속학39, 한국민속학회, 2004).

창작판소리

창작판소리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음악

집필자 신은주(申銀珠)

정의

전통 판소리의 음악과 공연 방식을 활용하여 20세기 이후에 전혀 다른 내용으로 새롭게 창작된 판소리.

역사

창작판소리의 시작점은 창작판소리의 개념과 범위 설정에 의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창작판소리란 20세기 이후에 사설 및 음악 면에서 기존에 없던 내용으로 새롭게 창작된 판소리를 가리킨다. 이에 의하면 창작판소리의 시작은 광복 이후 박동실의 <열사가>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창작판소리의 개념을 좀 더 넓게 설정하여, 기존에 존재하던 사설을 판소리로 재구성하였거나 실전 판소리를 새롭게 복원한 소리까지 포괄하면 창작판소리의 시작은 20세기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즉 1904년 이동백과 김창환이 만들어 원각사에서 공연되었던 최초의 창작 창극인 <최병도타령>을 창작판소리의 시작으로 보기도 하고, 이는 창작판소리 보다는 창작 창극에 해당하므로 배제하기도 한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정정렬이 복원한 <숙영낭자전>과 <옥루몽> 역시 창작판소리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하고, 이들은 복원 판소리 및 신작 판소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엄밀한 의미에서 창작판소리라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의견들을 종합할 때, 창작판소리는 20세기 전반부터 시작되나, 본격적인 창작판소리는 박동실에 의해 주도되었다 하겠다.
박동실은 광복 직후 <이준열사가>, <안중근열사가>, <윤봉길열사가>, <유관순열사가>, <김유신보국가>, <해방가> 등을 만들어 당대의 민족적 사건을 판소리로 불렀다. <열사가>는 항일운동의 상징적 영웅 네 인물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과 그들이 항일하던 내용을 40~50분 정도의 길이로 엮어 부른 창작판소리이다. 박동실 한 사람에 의해 지어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열사가>의 작사와 작곡 및 보급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이가 박동실인 것만은 분명하다.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 자주 국가의 기틀을 다져나가는 것이 민족적 과제로 제기되던 때에, 일제의 부당한 식민지 지배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더불어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줄 영웅에 대한 열망이 담긴 <열사가>는 김연수, 정광수 등 여러 명창들에 의해 불렸다. 그러나 6·25전쟁 이후 박동실이 월북하면서 <열사가>를 비롯한 창작판소리의 흐름은 이어지지 못 하였다. 현재 <열사가>는 박동실의 제자인 장월중선을 이은 정순임 명창 등에 의해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1970년대에 이르러는 박동진과 정철호에 의해 새로운 판소리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박동진은 1969년에 예수의 일대기를 그린 <판소리 예수전>을 공연하였으며, 1973년에는 자신이 창작한 <충무공 이순신전>을 발표하였다. 또한 실전된 전통 판소리의 복원에도 관심을 기울여 <변강쇠가>, <배비장전>, <숙영낭자전> 등을 새로 만들어 불렀다. 정철호는 박동실의 <열사가>를 다시 작창하여 불렀고, <녹두장군 전봉준>·<권율장군> 등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판소리로 엮어 불렀다. 박동진과 정철호의 창작판소리는 음반으로 제작되어 전하나, 자주 공연되지는 못하였고 후대 판소리 창자들에게 전승되지도 못하였다.
1980년대에는 민주화 운동의 열기와 함께 역사·정치·사회 등의 문제의식을 담은 저항적 문학 운동으로서 창작판소리가 활용되었다. 대표적 인물은 임진택으로, 그는 1985년 김지하 시인의 담시를 판소리로 옮긴 <똥바다>를 발표함으로써 창작판소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똥바다>는 호시탐탐 한국을 노리던 일본인이 서울에 들어와 오랫동안 참았던 똥을 싸지르다가 똥바다에 빠져 죽는다는 내용을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일본의 경제 및 문화 침략을 풍자하고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임진택은 <똥바다>에 이어 강렬한 비판 의식과 풍자로 시대의 모순과 권력의 위선을 정면으로 고발한 <소리내력>과 <오적>을 발표하였고, 1990년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하여 <오월광주>라는 작품을 만들기도 하였다. <오월광주>는 각종 사료를 바탕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의 상황을 재구성해 낸 2시간에 걸친 대작이며, 비장미와 숭고미 및 해학적 요소가 적절히 가미되어 판소리 특유의 미학을 잘 살린 창작판소리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임진택은 전문 소리꾼은 아니었기에 그의 창작판소리가 음악적인 면에서는 다소 부족하였으나, 당시의 시대정신과 맞물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살아 있는 예술로서 판소리가 가진 가능성과 힘을 보여 주었다. 임진택의 <오월광주>는 2000년 전문 판소리 창자 윤진철에 의해 다시 재탄생하였다. 1990년대에는 조통달·안숙선·윤진철·김연·이용배 등 많은 판소리 창자들이 창작판소리를 만들기 시작하였고, 2000년 이후에는 대학 출신의 젊은 소리꾼들이 판소리 창작에 참여하였다. 특히 2001년 열린 제1회 또랑광대 콘테스트는 새로운 판소리에 대한 모색으로 개최된 창작판소리 경연 대회였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리지 않는 창작판소리꾼들이 참여하여 신선한 주제를 담은 새 판소리를 선보였고, 이후 몇 차례 더 지속되었다. 최근에는 젊은 소리꾼들이 바닥소리, 판세, 소리여세, 타루 등 창작판소리를 만들고 연주하는 단체를 만들어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용

창작판소리는 20세기에 들어 이전 판소리의 사설과는 전혀 다른 내용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창작된 판소리를 일컫는다. 기존의 것을 변화시키거나 추가하는 방식이 아닌 전혀 새로운 내용으로 이루어진 판소리들을 말하며, 단가나 창극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창작판소리와 유사한 개념으로 ‘신작 판소리’와 ‘복원 판소리’가 있다. 신작 판소리란 고전 소설을 판소리화한 경우로 뚜렷한 창작 의식을 가지고 새롭게 지어진 레퍼토리가 아니다. 복원 판소리는 전승이 끊어진 판소리를 다시 재현한 경우로, 창법적인 면에서는 새로운 창작이 이루어지지만 사설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에서 창작판소리와 구별된다. 그러나 신작 판소리와 복원 판소리 역시 넓은 의미에서 창작판소리 영역에 포함시킬 수 있으며, 창작판소리의 활성화를 위해 창작판소리의 범위를 좀 더 포괄적으로 적용해야 할 필요성 또한 제기되었다. 이 경우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의 전통 다섯 바탕을 제외하고 20세기 이후에 새롭게 만들어진 모든 판소리를 창작판소리로 규정할 수 있다. 창작판소리의 계열은 광복 직후에 만들어진 <열사가烈士歌> 류의 작품과 1980년대 사회 참여 작품들, 또랑광대나 바닥소리 등 근간에 젊은 판소리꾼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 등이 큰 줄기를 이룬다.
2000년대 들어 창작판소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계기는 2001년 전주산조페스티벌에서 개최된 제1회 ‘또랑깡대(또랑광대) 콘테스트’이다. 이는 새 시대 젊은 판소리의 열기를 불러일으킨 의미 있는 사건으로, 판소리 창자들 이외에 마당극 배우를 포함한 다양한 젊은 광대들이 나서서 독창적이고도 끼가 넘치는 작품들을 선보임으로써 큰 관심과 반향을 일으켰다. ‘또랑광대’로 통칭되는 젊은 창작판소리 운동은 ‘전국 또랑광대 협의회’를 축으로 ‘바닥소리’, ‘소리여세’, ‘타루’, ‘판세’ 등의 여러 모임이 함께한 것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판소리 공연의 틀을 깨고, 거리에서 지나가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소리판을 벌여 좀 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함께 소통하고 호흡하는 현장 음악으로서 판소리의 새로운 흐름을 열었다. 최근 들어 이들 젊은 소리꾼들은 창작판소리에 극적 요소를 강화하여 소리극 형태의 공연을 펼치기도 하였다. 창작판소리는 정형화되어 전승되는 전통판소리를 뛰어 넘어, 현재의 시대정신과 감각들을 녹여낸 살아 있는 예술로서 판소리의 가능성과 미래를 담지하고 있다.

특징 및 의의

창작판소리는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예술은 전통으로서 보존되고 불변하는 그 무엇이기보다는 당대 현실과 긴밀한 연관을 맺으면서 유통될 때 그 존재 의의가 살아난다. 그런 점에서 창작판소리는 당대의 현실 문제나 새로운 주제를 담아 낼 수 있다는 매우 큰 장점이 있다. 20세기 전반 <최병도타령>은 창작판소리보다는 창작창극에 들긴 하나, 탐관오리 정 감사의 수탈과 몰락한 양반 최병도의 갈등을 통해 봉건사회의 모순을 드러냈다. 광복을 전후하여 형성·연행된 <열사가>는 항일운동의 상징적 네 인물의 삶을 그려 냄으로써 자주적 민족의식을 고취하였다. 최근 작품인 박태오의 <판소리스타대전>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로 유행하였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소재로 하였다. 김명자의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는 김치 냉장고를 타기 위해 ‘전국 여자 천하장사 씨름 대회’에 출전하는 성복동 장사슈퍼 ‘슈퍼댁’의 이야기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를 정겨우면서도 개성 있게 그려 냈다. 또한 김수미의 <재미네골 이야기>는 연변의 재미네골이라는 조선족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를 판소리로 만들어 어린이 동화 그림책과 그 부록 음반으로 함께 펴냄으로써 아이들이 그림책과 판소리를 함께 곁들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창작판소리는 전통 판소리와 비교할 때, 옛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현재를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 낼 수 있고, 특정 대상에 맞추어 그에 적합한 소리들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창작판소리 작품들을 통하여 향후 판소리의 재창조 방향과 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창작판소리는 전승오가傳承五歌, 즉 전통적으로 전승되어 내려오는 <춘향가>·<심청가>·<수궁가>·<흥부가>·<적벽가> 만큼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지 못하다. 이는 오늘날 판소리 정책이 전통 5바탕의 온전한 보전과 계승에 집중되어, 이들 작품을 중심으로 교육과 공연이 이루어진 데에도 원인이 있겠으나, 내적으로는 창작판소리 작품 자체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전승오가가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판소리 창자들에 의하여 다듬어지고 보완되는 과정을 통해 적층적으로 사설과 음악을 발전시켜 온 것과 달리, 창작판소리는 한두 명의 소리꾼 혹은 작가에 의해 일시적 창작의 형태로 만들어지다 보니, 전통오가만큼의 공력을 갖추기 어렵다. 특히 판소리 전승오가는 18~19세기의 시대성을 담고 있음에도, 오늘날의 대중들에게도 보편적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에 비하여 창작판소리는 오늘날의 현실 반영과 흥미 유발이라는 두 요소를 작품에 녹여 내고는 있으나,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두루 포괄하는 보편적 정서와 예술적 깊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래지향적 예술로서의 판소리를 논하는 데 있어서 창작판소리의 의의는 결코 낮게 평가될 수 없다. 민중의 삶을 역동적으로 반영하면서 그 안에서 함께 즐기고, 자연스럽게 현실 세계에 대하여 명확한 인식을 갖게 해 주는 능동적인 예술로서 판소리가 갖고 있던 원 속성은 창작판소리를 통해 오늘에 구현될 수 있다. 대표적인 전통 예술이자 민족 예술인 판소리가 현대 대중들 속에서 온전히 살아남아 특유의 예술적 힘을 낼 수 있는가의 여부는 향후 새롭게 만들어질 창작판소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문헌

민중연희의 창조(임진택, 창작과비평사, 1990), 창작판소리 발전과정 연구(김연, 판소리연구24, 판소리학회, 2007), 창작판소리 사설의 표현특질과 주제의식(김기형, 판소리연구5, 판소리학회, 1994), 20세기 창작판소리의 존재양상과 의미(유영대, 한국민속학39, 한국민속학회,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