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大洪水)

대홍수

한자명

大洪水

사전위치

한국민속문학사전 > 설화 > 전설

집필자 천혜숙(千惠淑)

정의

옛날 큰 홍수가 나서 산정(山頂)만 남고 온 세상이 물에 잠겼을 때 그곳에 표착한 남매가 혼인하여 인류의 시조가 되었다는 전설.

줄거리

아주 먼 옛날에 큰물이 져서 온 세상이 바다가 되었는데, 남매만 산꼭대기에 표착하여 살아남았다. 물이 다 걷힌 뒤 남매가 세상에 나와 보았는데, 인적이 없었다. 남매는 사람의 씨가 끊어질 것을 염려하여, 각각 마주보는 두 산정으로 올라가 여자는 암맷돌을, 남자는 숫맷돌을 굴렀더니 두 돌이 골짜기에서 합쳐졌다(혹은 청솔가지에 불을 붙였더니 그 연기가 공중에서 합쳐졌다). 남매는 그것을 천의(天意)로 여기고 혼인하였다. 사람의 씨는 이 혼인으로 계속되었으니, 이 남매가 지금 인류의 시조이다.

변이

대홍수 후의 남매혼을 통해서 인류의 시조가 아니라 특정 성씨의 시조가 태어난 변이가 나타난다. 또는 남매혼이 아닌 경우도 있다. 호랑이가 데리고 온 남자가 남매 중 누이와 결혼하거나, <목도령>형에서 보듯이 두 쌍의 남녀가 살아남아 각각 혼인을 함으로써 근친상간을 피하는 것이다. 홍수가 새로운 자연 창조의 계기가 되는 유형으로는 ‘산 이름 유래’ 전설을 들 수 있다. “홍수 때 산정이 ○○만큼 남아서 산 이름이 ○○산이 되었다.”라는 것인데, 전국 많은 산들의 이름이 그렇게 생겨났다. 이를테면 홍수 때 산정이 됫박만큼 남아서 승봉산(升峰山)이 되고, 말만큼 남아서 두봉산(斗峰山)이 되었다는 것이다.

홍수 때 배를 띄운 것과 연관된 지명도 나타난다. 홍수 때 배 고리를 매었다고 하여 ‘고리봉’, 배가 넘어간 고개라고 하여 ‘배너미재’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배와 연관된 변이는 <행주(行舟)>형 전설과도 연관된다. 행주형은 “홍수로 세상이 잠겼을 때 이 마을은 행주형국이어서 살아남았다.”라는 내용으로, 당시 배말뚝을 맸던 자리가 증거물로 남았다. <행주>형 가운데는 미래에 있을 홍수에 대비하여 돛대나 배말뚝을 마련해 두었다는 흥미로운 변이도 나타난다.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산 부근에 있는 ‘무너미재’도 장차 큰물이 넘어가면 후천개벽의 새 세상이 오리라는 도참설(圖讖說)이 전하는 고개로, 이것 역시 미래의 홍수와 관련되어 있다.

노파가 전하는 예언을 무시하여 함몰을 자초한 <광포(廣浦)>형 전설처럼, 시작보다는 종말에 초점을 둔 것도 있다. 이상은 모두 세계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망에 속한 유형들로서 홍수전설군의 범주를 설정할 만하다. 산 이름 유래 전설과 <남매혼전설>이 때로 복합되어 나타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용

홍수전설군은 홍수가 나서 세상이 물에 잠긴 상황을 기본단락으로 하면서, 홍수 이후의 종말과 새로운 창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큰물, 큰비, 해일 등으로 표현되는 대홍수로 인한 종말은 분명 재앙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산과 나무, 또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남매의 ‘산정 표착’ 모티프에도 “홍수로 세상이 물에 잠기고 ○○산만 남았다.”라는 모티프와, “남매가 그 산정에다 배를 맸다.”는 모티프가 전제되어 있다. 대홍수를 계기로 그 산은 새로운 이름을 얻고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게 되며, 살아남은 자들을 중심으로 그 터전에서 새로운 역사가 펼쳐진 것이다. 그들이 혼인을 하여 현세의 인류가, 또는 특정 씨족이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은 새로운 질서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때 홍수는 절멸이 아니라 신화적 재생의 상징이다. <광포>형처럼 종말에 더 초점을 둔 전설에서는 종말을 초래한 인간 세상의 타락이 강조되지만, 여기서도 역시 소수의 인간은 살아남는다. 한편으로 미래에 있을 홍수를 대비하는 유형은 현세에 대한 부정의식과 더불어 미래의 새 세상에 대한 희구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특징

‘대홍수’는 『구약』 「창세기」의 <노아의 홍수>, 중국의 복희(伏羲)와 여와(女渦) 관련 신화, 중국의 치수(治水) 신인 우(禹) 관련 신화에서 보듯이 세계적인 분포가 확인되는 신화소이다. 한국 대홍수전설의 남매혼은 복희와 여와의 남매혼과 유사하고, 목도령의 목선(木船)은 노아의 방주와도 흡사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창세기나 중국 신화처럼 신화의 범주에 들지 못하고 파편화된 전설로 전승된 차이가 있다. 그 가운데서도 남매혼형, 지명유래형, 광포형, 행주형이 전국적인 분포가 확인된 유형들이다. 한국에서는 종말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는 홍수전설이 높은 비중으로 나타난다. 또한 지명으로 미래 일어날 홍수를 예언하면서 새 세상에 대한 희구의 메시지를 전하는 행주형 홍수전설이 다수 나타나는 것도 풍수도참설이 바탕이 된 한국적 특수성이라 할 만하다.

의의

홍수는 국지적이든 세계적이든 인간이 몸담고 있는 세상의 침수로 인식되면서, 세상의 종말 또는 새로운 시작의 분기로 의미화되었다. ‘새로운 시작’이란 홍수 후에 이루어진 자연, 마을, 인간의 창조를 말하는 것이다. 이는 물 또는 홍수의 양가적(兩價的) 심벌리즘과도 연관이 있다. 따라서 홍수전설군은 비록 신화적 전설들로 파편화되어 전승되었지만, 종말론적 신화와 창세신화의 한국적 전형을 보여 주는 자료들이다. 또한 미래의 홍수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행주형 전설은 민중의 비보(裨補) 풍수 관념과 도참(圖讖) 사상이 투영된 자료로서 의의를 지닌다.

출처

조선민족설화의 연구(손진태, 을유문화사, 1947).

참고문헌

남매혼설화의 신화론적 검토(나경수, 한국언어문학26, 한국언어문학회, 1988), 한국구비전설의 연구(최래옥, 일조각, 1981), 홍수이야기의 연구사와 그 신화학적 조명(천혜숙, 황패강선생고희기념논총간행위원회 편, 설화문학연구(하)․각론, 단국대학교출판부, 1998).

대홍수

대홍수
한자명

大洪水

사전위치

한국민속문학사전 > 설화 > 전설

집필자 천혜숙(千惠淑)

정의

옛날 큰 홍수가 나서 산정(山頂)만 남고 온 세상이 물에 잠겼을 때 그곳에 표착한 남매가 혼인하여 인류의 시조가 되었다는 전설.

줄거리

아주 먼 옛날에 큰물이 져서 온 세상이 바다가 되었는데, 남매만 산꼭대기에 표착하여 살아남았다. 물이 다 걷힌 뒤 남매가 세상에 나와 보았는데, 인적이 없었다. 남매는 사람의 씨가 끊어질 것을 염려하여, 각각 마주보는 두 산정으로 올라가 여자는 암맷돌을, 남자는 숫맷돌을 굴렀더니 두 돌이 골짜기에서 합쳐졌다(혹은 청솔가지에 불을 붙였더니 그 연기가 공중에서 합쳐졌다). 남매는 그것을 천의(天意)로 여기고 혼인하였다. 사람의 씨는 이 혼인으로 계속되었으니, 이 남매가 지금 인류의 시조이다.

변이

대홍수 후의 남매혼을 통해서 인류의 시조가 아니라 특정 성씨의 시조가 태어난 변이가 나타난다. 또는 남매혼이 아닌 경우도 있다. 호랑이가 데리고 온 남자가 남매 중 누이와 결혼하거나, <목도령>형에서 보듯이 두 쌍의 남녀가 살아남아 각각 혼인을 함으로써 근친상간을 피하는 것이다. 홍수가 새로운 자연 창조의 계기가 되는 유형으로는 ‘산 이름 유래’ 전설을 들 수 있다. “홍수 때 산정이 ○○만큼 남아서 산 이름이 ○○산이 되었다.”라는 것인데, 전국 많은 산들의 이름이 그렇게 생겨났다. 이를테면 홍수 때 산정이 됫박만큼 남아서 승봉산(升峰山)이 되고, 말만큼 남아서 두봉산(斗峰山)이 되었다는 것이다.

홍수 때 배를 띄운 것과 연관된 지명도 나타난다. 홍수 때 배 고리를 매었다고 하여 ‘고리봉’, 배가 넘어간 고개라고 하여 ‘배너미재’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배와 연관된 변이는 <행주(行舟)>형 전설과도 연관된다. 행주형은 “홍수로 세상이 잠겼을 때 이 마을은 행주형국이어서 살아남았다.”라는 내용으로, 당시 배말뚝을 맸던 자리가 증거물로 남았다. <행주>형 가운데는 미래에 있을 홍수에 대비하여 돛대나 배말뚝을 마련해 두었다는 흥미로운 변이도 나타난다.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산 부근에 있는 ‘무너미재’도 장차 큰물이 넘어가면 후천개벽의 새 세상이 오리라는 도참설(圖讖說)이 전하는 고개로, 이것 역시 미래의 홍수와 관련되어 있다.

노파가 전하는 예언을 무시하여 함몰을 자초한 <광포(廣浦)>형 전설처럼, 시작보다는 종말에 초점을 둔 것도 있다. 이상은 모두 세계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망에 속한 유형들로서 홍수전설군의 범주를 설정할 만하다. 산 이름 유래 전설과 <남매혼전설>이 때로 복합되어 나타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용

홍수전설군은 홍수가 나서 세상이 물에 잠긴 상황을 기본단락으로 하면서, 홍수 이후의 종말과 새로운 창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큰물, 큰비, 해일 등으로 표현되는 대홍수로 인한 종말은 분명 재앙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산과 나무, 또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남매의 ‘산정 표착’ 모티프에도 “홍수로 세상이 물에 잠기고 ○○산만 남았다.”라는 모티프와, “남매가 그 산정에다 배를 맸다.”는 모티프가 전제되어 있다. 대홍수를 계기로 그 산은 새로운 이름을 얻고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게 되며, 살아남은 자들을 중심으로 그 터전에서 새로운 역사가 펼쳐진 것이다. 그들이 혼인을 하여 현세의 인류가, 또는 특정 씨족이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은 새로운 질서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때 홍수는 절멸이 아니라 신화적 재생의 상징이다. <광포>형처럼 종말에 더 초점을 둔 전설에서는 종말을 초래한 인간 세상의 타락이 강조되지만, 여기서도 역시 소수의 인간은 살아남는다. 한편으로 미래에 있을 홍수를 대비하는 유형은 현세에 대한 부정의식과 더불어 미래의 새 세상에 대한 희구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특징

‘대홍수’는 『구약』 「창세기」의 <노아의 홍수>, 중국의 복희(伏羲)와 여와(女渦) 관련 신화, 중국의 치수(治水) 신인 우(禹) 관련 신화에서 보듯이 세계적인 분포가 확인되는 신화소이다. 한국 대홍수전설의 남매혼은 복희와 여와의 남매혼과 유사하고, 목도령의 목선(木船)은 노아의 방주와도 흡사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창세기나 중국 신화처럼 신화의 범주에 들지 못하고 파편화된 전설로 전승된 차이가 있다. 그 가운데서도 남매혼형, 지명유래형, 광포형, 행주형이 전국적인 분포가 확인된 유형들이다. 한국에서는 종말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는 홍수전설이 높은 비중으로 나타난다. 또한 지명으로 미래 일어날 홍수를 예언하면서 새 세상에 대한 희구의 메시지를 전하는 행주형 홍수전설이 다수 나타나는 것도 풍수도참설이 바탕이 된 한국적 특수성이라 할 만하다.

의의

홍수는 국지적이든 세계적이든 인간이 몸담고 있는 세상의 침수로 인식되면서, 세상의 종말 또는 새로운 시작의 분기로 의미화되었다. ‘새로운 시작’이란 홍수 후에 이루어진 자연, 마을, 인간의 창조를 말하는 것이다. 이는 물 또는 홍수의 양가적(兩價的) 심벌리즘과도 연관이 있다. 따라서 홍수전설군은 비록 신화적 전설들로 파편화되어 전승되었지만, 종말론적 신화와 창세신화의 한국적 전형을 보여 주는 자료들이다. 또한 미래의 홍수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행주형 전설은 민중의 비보(裨補) 풍수 관념과 도참(圖讖) 사상이 투영된 자료로서 의의를 지닌다.

출처

조선민족설화의 연구(손진태, 을유문화사, 1947).

참고문헌

남매혼설화의 신화론적 검토(나경수, 한국언어문학26, 한국언어문학회, 1988), 한국구비전설의 연구(최래옥, 일조각, 1981), 홍수이야기의 연구사와 그 신화학적 조명(천혜숙, 황패강선생고희기념논총간행위원회 편, 설화문학연구(하)․각론, 단국대학교출판부,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