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목사본풀이(梁伊牧使本解)

양이목사본풀이

한자명

梁伊牧使本解

사전위치

한국민속문학사전 > 설화 > 신화

집필자 정진희(鄭眞熙)

정의

제주도 탐라 양씨 명월파 집안에서 모시는 무속적 조상인 양이목사의 내력을 풀이한 무속신화.

역사

과거 ‘탐라’라는 이름의 독립된 정치 집단을 이루었던 제주는 고려의 느슨한 지배와 원(元)의 직할 지배, 고려와 원의 지배권 쟁투를 거쳐 조선 초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반도 왕조 국가의 한 지방으로서 확고히 복속되었다. 섬 외부의 중앙 권력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반목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해 왔던 제주의 토착 지배세력 또한 이전의 정치권력을 상실했다. 조선의 변방이 된 제주는 말을 공급하는 목마장의 기능이 강조되는 등 과도한 진상에 시달렸다. 국가가 요구하는 진상에 저항하는 목사가 등장하는 이 서사무가는 이러한 제주의 역사적 경험을 배경으로 조선조 이후에 형성된 것이다.

줄거리

옛날 제주에서는 해마다 백마 백 필을 조정에 진상하였다. 서울에서 목사 벼슬을 받아 제주에 온 양이목사는 백마 백 필에 욕심이 생겨, 마부들에게 자기가 대신 진상하겠다고 하고는 한양에 올라가 진상할 말을 팔아 큰 재물을 챙긴다. 제주에서 진상품이 오지 않는 이유를 파악한 조정에서는 금부도사와 자객을 제주에 보내 양이목사의 목을 베어 올리라고 한다. 이를 눈치 챈 양이목사는 제주에서 가장 빠른 고동지 영감의 배를 타고 달아나다가 울돌목에서 그만 금부도사의 배와 마주친다. 어디로 가는 배냐고 묻는 금부도사의 물음에 사공 고동지 영감이 ‘제주 양이목사가 유람 가는 배’라고 대답한다. 그 바람에 위기에 처하게 된 양이목사는 배에 뛰어올라 자신을 찾는 금부도사에게 스스로 정체를 밝힌 후 덤벼드는 자객의 목을 베고 금부도사를 무릎 꿇리는 데 성공한다. 양이목사는 원래는 진상마를 횡령할 생각이었으나 과중한 진상에 시달리는 제주 백성 생각에 말을 팔아 물품으로 바꾸어 제주 백성을 도왔노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이, 양이목사는 그만 금부도사의 역습으로 돛대의 줄에 머리카락이 꽁꽁 묶이게 되고 만다. 금부도사의 명령으로 사공 고동지 영감이 돛대의 줄을 당기자 돛대 끝에 매달린 처지가 된 양이목사는 자신의 목을 베라고 금부도사에게 당당히 말한다. 양이목사의 목을 베자 그 몸은 바다에 떨어져 청룡·황룡·백룡으로 변해 용왕국으로 들어가고, 금부도사의 뱃머리에 놓인 양이목사의 머리는 고동지 영감에게 마지막 소원을 남긴다. 고향으로 돌아가 고의왕, 양의왕, 부의왕 세 성(姓) 가운데 토지관 탐라 양씨가 자신의 역사를 대대손손 전하게 해 주면, 자손들을 영원히 번성하게 해 주겠노라는 것이었다. 이후, 양이목사의 목과 함께 모든 사실에 대한 보고를 받은 조정에서는 제주 마장의 백마 백 필 진상 의무를 면하게 했다.

분석

양이목사는 자신을 희생하여 제주 백성들의 과도한 진상 의무를 면하게 했다. 양이목사는 집단을 위해 보통 사람과는 다른 자신의 힘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영웅적 존재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양이목사는 왕과 조정, 금부도사로 대표되는 국가 권력이 그 적대 세력이라는 점에서 민중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강하게 드러낸다. 중앙정부의 과도한 수탈에 시달렸던 제주 도민이 중앙정부의 권력에 대해 지녔던 저항 의식이 투사되어 양이목사라는 인물로 형상화된 것이다. <양이목사본풀이>는 특정 집안에서만 배타적으로 전승되는 조상(신)본풀이이지만, 여기에서 드러나는 양이목사의 저항 방식은 중앙정부 권력이 지배하는 현실에 대한 제주 도민의 집단적인 대응 방법과 매우 닮아 있다. 양이목사는 진상 과정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진상품을 횡령함으로써 지배 질서를 교란하며, 진상품을 빼돌려 물품을 사서 제주 백성들에게 줌으로써 진상으로 대표되는 위계 관계를 거래라는 수평 관계로 바꾸어 권력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체제 전복적 인물이다. 중앙의 국가 권력은 양이목사의 목을 베어 권력관계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되, 양이목사의 바람대로 과도한 진상을 감면해 준다. 양이목사는 체제의 전복에는 성공하지 못하지만 과도한 진상이라는 현실 문제를 드러내는 한편 스스로의 희생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유명한 이재수의 난에서 보듯, 일반적인 제주 민란은 난을 일으켜 문제를 제기하고 장두(狀頭)의 희생을 대가로 해결책을 얻어 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방법의 신화적 원형은 바로 ‘희생하는 영웅’인 양이목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양이목사본풀이>에서 발견된다.

특징

영웅신화라는 시각에서 볼 때 양이목사는 태어날 때부터 비범한 여느 신화의 영웅과는 다르다. 애초에 재물이 탐나서 진상마를 빼돌린 것에서 드러나듯 양이목사의 행위는 타고난 영웅적 기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진상품을 횡령하여 자기 배를 불리려다가 과도한 수탈에 신음하는 제주 백성들을 가엾이 여겨 구휼하기에 이르는 내력을 금부도사에게 당당하게 선언하면서 임금으로 대표되는 국가 권력을 꾸짖는 순간, 양이목사는 자객을 죽이고 금부도사를 무릎 꿇리는 용맹한 영웅으로 다시 태어난다. 요컨대 <양이목사본풀이>의 양이목사는 타고난 영웅이 아니라 만들어진 영웅, 변화하고 발전하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여타의 신화적 영웅과 변별된다.

의의

정치적 타자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양이목사에 대한 이야기는 집단의 정치적 패배 의식이 투영된 변모된 영웅서사시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양이목사본풀이>는 변화한 정치 질서 속에서 삶을 영위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 그러한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활로를 모색하는 신화적 서사로 이해할 수 있다. 조선이라는 외부 왕조의 지배 하에서 정치적 권력을 상실한 호족 집단인 양씨 일족의 한 가문에서 발견되는 <양이목사본풀이>는 정치적으로 주변화된 호족 신화의 변모 양상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도 신화사적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출처

제주도무속자료사전(현용준, 각, 2007).

참고문헌

동아시아 구비서사시의 양상과 변천(조동일, 문학과지성사, 1997), 외부의 부당한 억압이 만들어 낸 비극적 남성 영웅(조현설,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3, 휴머니스트, 2008), 제주도 조상본풀이 양이목사본의 한 해석(정진희, 제주도연구32, 2009).

양이목사본풀이

양이목사본풀이
한자명

梁伊牧使本解

사전위치

한국민속문학사전 > 설화 > 신화

집필자 정진희(鄭眞熙)

정의

제주도 탐라 양씨 명월파 집안에서 모시는 무속적 조상인 양이목사의 내력을 풀이한 무속신화.

역사

과거 ‘탐라’라는 이름의 독립된 정치 집단을 이루었던 제주는 고려의 느슨한 지배와 원(元)의 직할 지배, 고려와 원의 지배권 쟁투를 거쳐 조선 초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반도 왕조 국가의 한 지방으로서 확고히 복속되었다. 섬 외부의 중앙 권력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반목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해 왔던 제주의 토착 지배세력 또한 이전의 정치권력을 상실했다. 조선의 변방이 된 제주는 말을 공급하는 목마장의 기능이 강조되는 등 과도한 진상에 시달렸다. 국가가 요구하는 진상에 저항하는 목사가 등장하는 이 서사무가는 이러한 제주의 역사적 경험을 배경으로 조선조 이후에 형성된 것이다.

줄거리

옛날 제주에서는 해마다 백마 백 필을 조정에 진상하였다. 서울에서 목사 벼슬을 받아 제주에 온 양이목사는 백마 백 필에 욕심이 생겨, 마부들에게 자기가 대신 진상하겠다고 하고는 한양에 올라가 진상할 말을 팔아 큰 재물을 챙긴다. 제주에서 진상품이 오지 않는 이유를 파악한 조정에서는 금부도사와 자객을 제주에 보내 양이목사의 목을 베어 올리라고 한다. 이를 눈치 챈 양이목사는 제주에서 가장 빠른 고동지 영감의 배를 타고 달아나다가 울돌목에서 그만 금부도사의 배와 마주친다. 어디로 가는 배냐고 묻는 금부도사의 물음에 사공 고동지 영감이 ‘제주 양이목사가 유람 가는 배’라고 대답한다. 그 바람에 위기에 처하게 된 양이목사는 배에 뛰어올라 자신을 찾는 금부도사에게 스스로 정체를 밝힌 후 덤벼드는 자객의 목을 베고 금부도사를 무릎 꿇리는 데 성공한다. 양이목사는 원래는 진상마를 횡령할 생각이었으나 과중한 진상에 시달리는 제주 백성 생각에 말을 팔아 물품으로 바꾸어 제주 백성을 도왔노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이, 양이목사는 그만 금부도사의 역습으로 돛대의 줄에 머리카락이 꽁꽁 묶이게 되고 만다. 금부도사의 명령으로 사공 고동지 영감이 돛대의 줄을 당기자 돛대 끝에 매달린 처지가 된 양이목사는 자신의 목을 베라고 금부도사에게 당당히 말한다. 양이목사의 목을 베자 그 몸은 바다에 떨어져 청룡·황룡·백룡으로 변해 용왕국으로 들어가고, 금부도사의 뱃머리에 놓인 양이목사의 머리는 고동지 영감에게 마지막 소원을 남긴다. 고향으로 돌아가 고의왕, 양의왕, 부의왕 세 성(姓) 가운데 토지관 탐라 양씨가 자신의 역사를 대대손손 전하게 해 주면, 자손들을 영원히 번성하게 해 주겠노라는 것이었다. 이후, 양이목사의 목과 함께 모든 사실에 대한 보고를 받은 조정에서는 제주 마장의 백마 백 필 진상 의무를 면하게 했다.

분석

양이목사는 자신을 희생하여 제주 백성들의 과도한 진상 의무를 면하게 했다. 양이목사는 집단을 위해 보통 사람과는 다른 자신의 힘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영웅적 존재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양이목사는 왕과 조정, 금부도사로 대표되는 국가 권력이 그 적대 세력이라는 점에서 민중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강하게 드러낸다. 중앙정부의 과도한 수탈에 시달렸던 제주 도민이 중앙정부의 권력에 대해 지녔던 저항 의식이 투사되어 양이목사라는 인물로 형상화된 것이다. <양이목사본풀이>는 특정 집안에서만 배타적으로 전승되는 조상(신)본풀이이지만, 여기에서 드러나는 양이목사의 저항 방식은 중앙정부 권력이 지배하는 현실에 대한 제주 도민의 집단적인 대응 방법과 매우 닮아 있다. 양이목사는 진상 과정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진상품을 횡령함으로써 지배 질서를 교란하며, 진상품을 빼돌려 물품을 사서 제주 백성들에게 줌으로써 진상으로 대표되는 위계 관계를 거래라는 수평 관계로 바꾸어 권력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체제 전복적 인물이다. 중앙의 국가 권력은 양이목사의 목을 베어 권력관계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되, 양이목사의 바람대로 과도한 진상을 감면해 준다. 양이목사는 체제의 전복에는 성공하지 못하지만 과도한 진상이라는 현실 문제를 드러내는 한편 스스로의 희생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유명한 이재수의 난에서 보듯, 일반적인 제주 민란은 난을 일으켜 문제를 제기하고 장두(狀頭)의 희생을 대가로 해결책을 얻어 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방법의 신화적 원형은 바로 ‘희생하는 영웅’인 양이목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양이목사본풀이>에서 발견된다.

특징

영웅신화라는 시각에서 볼 때 양이목사는 태어날 때부터 비범한 여느 신화의 영웅과는 다르다. 애초에 재물이 탐나서 진상마를 빼돌린 것에서 드러나듯 양이목사의 행위는 타고난 영웅적 기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진상품을 횡령하여 자기 배를 불리려다가 과도한 수탈에 신음하는 제주 백성들을 가엾이 여겨 구휼하기에 이르는 내력을 금부도사에게 당당하게 선언하면서 임금으로 대표되는 국가 권력을 꾸짖는 순간, 양이목사는 자객을 죽이고 금부도사를 무릎 꿇리는 용맹한 영웅으로 다시 태어난다. 요컨대 <양이목사본풀이>의 양이목사는 타고난 영웅이 아니라 만들어진 영웅, 변화하고 발전하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여타의 신화적 영웅과 변별된다.

의의

정치적 타자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양이목사에 대한 이야기는 집단의 정치적 패배 의식이 투영된 변모된 영웅서사시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양이목사본풀이>는 변화한 정치 질서 속에서 삶을 영위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 그러한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활로를 모색하는 신화적 서사로 이해할 수 있다. 조선이라는 외부 왕조의 지배 하에서 정치적 권력을 상실한 호족 집단인 양씨 일족의 한 가문에서 발견되는 <양이목사본풀이>는 정치적으로 주변화된 호족 신화의 변모 양상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도 신화사적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출처

제주도무속자료사전(현용준, 각, 2007).

참고문헌

동아시아 구비서사시의 양상과 변천(조동일, 문학과지성사, 1997), 외부의 부당한 억압이 만들어 낸 비극적 남성 영웅(조현설,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3, 휴머니스트, 2008), 제주도 조상본풀이 양이목사본의 한 해석(정진희, 제주도연구32,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