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놀이(七夕-)

칠석놀이

한자명

七夕-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가을(秋) > 7월 > 정일

집필자 이창식(李昌植)

정의

음력 7월 7일 칠석날에 풍장패를 앞세워 길놀이, 합궁놀이, 황새샘치기, 칠성굿놀이, 견우직녀 상봉놀이, 장치기놀이로 이어지는 공동체 놀이. 대전광역시 중구 부사동(芙沙洞)의 칠석놀이를 비롯하여 경남 김해군 부서(府西)의 알촌과 하계(荷溪)마을의 칠석놀이, 충남 금산군 진악산의 송계놀이, 충남 당진군 송산면 부곡리에서 칠석날 행했던 풍년제, 전북 정읍의 솔불놀이, 전남 여수 일대의 진세놀이 등이 칠석놀이로 보고된 바 있다.

유래

대전광역시 중구 부사동에서는 칠석날 칠석놀이를 행하는데, 부사동은 보문산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보문산을 경계로 남쪽으로 대사동과 호동이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북쪽으로 문창동, 동쪽으로 석교동, 서쪽으로 대사동과 대흥동 일부가 동계(洞界)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전승되는 칠석놀이는 백제시대 두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일종의 촌락신화(村落神話)의 형태로 볼 수 있는데, 전체적인 서사 내용을 화소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백제시대에 부사동은 윗말과 아랫말로 나뉘어져 있다. 두 마을은 항상 갈등을 겪는다. ② 윗말의 부용(芙蓉)이라는 처녀와 아랫마을의 사득(沙得)이라는 총각이 사랑에 빠진다. ③ 신라가 백제를 침략하자 사득이는 백제군으로 징집되어 전장에서 전사한다. ④ 부용이는 매양 보문산 선바위에 올라 사득이를 그리워하다 실족하여 죽는다. ⑤ 몇 해 후, 마을에 가뭄이 들어 샘물이 마른다. 그래서 황새샘까지 가서 물을 길어온다. ⑥ 윗말의 한 노인 꿈에 부용이가 현몽하여 가뭄 해소의 대가로 사득이와 영혼결혼을 시켜줄 것을 원한다. ⑦ 아랫말의 한 노인 꿈에 사득이가 현몽하여 부용이와 같은 말을 건넨다. ⑧ 윗말과 아랫말 사람들이 화해하고 칠석날에 함께 모여 샘고사를 지낸 후 영혼결혼을 성사시킨다. ⑨ 샘물이 펑펑 솟는다. ⑩ 샘을 부용과 사득의 첫 자를 따서 ‘부사샘’이라고 일컫는다.

부사동이라는 마을의 이름도 이 촌락신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리고 촌락신화의 내용을 토대로, 부사동의 칠석놀이가 구비설화에서 삼국시대부터 형성(③참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려사(高麗史)』권38 세가(世家)38 공민왕(恭愍王) 2년(1353)에 “임신일에 칠석이므로 왕과 공주가 내정 뜰에서 견우와 직녀에게 제사지냈다(壬申 七夕 王與公主祭牽牛織女于內庭).”라는 것으로 보아 칠석놀이는 칠석제(七夕祭)에 근거하고 있다. 칠석놀이가 부용과 사득이라는 두 영혼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두 마을의 결합(화합)까지 의미하기 때문에 더욱 강한 전승력을 발휘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마을은 매년 칠석에 보문산 선바위에서 부용을 위로하는 제사를 올렸다. 그리고 부사샘을 깨끗이 치운 후에 샘고사를 올렸으며, 부용과 사득의 넋을 달래기 위해 합궁놀이를 하였다. 오늘날에는 선바위에서 부용을 위로하는 제사를 선바위 치성이라고 하며, 부녀자를 중심으로 제물을 진설한 후 비손하며 소지를 올리는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샘고사는 풍장을 동원하여 길놀이, 기세배, 샘풀이, 샘치기노래, 고사가 결합된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합궁놀이는 마을 공동체가 행하는 모의 결혼 행위로서 일종의 마을축제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부사동의 칠석놀이는 1930년대까지 온전한 형태로 전승되다가 단절된 후 최근에 재현을 시도하였다. 1992년 대전광역시 중구 민속놀이로 선정된 이래 1993년에 대전시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1994년에 제35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현재 부사칠석놀이보존회(회장 김준헌)가 결성되어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내용

현재까지 조사 보고된 칠석놀이를 살펴보면, 전북 정읍의 솔불놀이는 두 동네가 달집짓기를 다투는 성장의례 관련 놀이이며, 전남 여수 일대의 진세놀이는 칠석날을 ‘진세먹는 날’이라고 하여 3세나 5세가 된 아이가 있는 집에서 술과 음식을 장만해 마을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노는 날이다. 대전광역시 중구 부사동 칠석놀이의 놀이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길놀이와 합궁놀이: 길놀이는 마을 축제유희(祝祭遊戱)에 기본적으로 있는 부수놀이인데, 합궁놀이와 한 단위로 묶을 수 있다. 여느 지역의 일반적인 기싸움처럼 용기(龍旗)를 세우기 위해 농악을 동원하여 윗마을과 아랫마을이 만나는 과정이다. 이른바 ‘깃봉싸움’이 전개되는데, 그 자체를 농경 모의축제라고 할 수 있다. 부사동 칠석놀이에서 주목되는 것은 ‘합궁(合宮)’인데, 이는 양쪽 마을의 기를 통해 화합을 표시하는 기세배의 일종이다. 이를 흔히 ‘상견례’라고 부른다. 기를 통한 인사굿인 셈이다.

    합궁놀이는 마을 사람들이 농악에 맞춰 대열을 이루고 농악소리에 따라 양쪽의 기를 숙이는 인사굿이다. 합궁이 남녀 결합방식을 모의하여 마을의 화합을 재확인하듯, 집단놀이의 겨루기 방식과 동일하게 음양 현상의 결연을 통해 풍농을 기원하는 뜻이 담긴 듯하다. 지역의 제보자들도 합궁을 성행위의 모의적 발상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두 마을이 힘을 모아 농사짓기를 합의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2. 황새샘치기와 칠성제: 황새샘은 부사동의 논에 물을 대는 수원(水源)이다. 매년 칠월 칠석 무렵에 지역의 농민들은 농기와 풍장을 앞세워 샘을 다시 치우고 고사를 올린다. 샘은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한 요인이기 때문에 장마가 지난 음력 7월에 샘을 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이때 ‘황새샘치는 노래’를 부르는데, 고사의 참여자들은 소리에 맞추어 다함께 물을 퍼낸다.

    샘치우세 샘치우세,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칠월이라 칠석날에,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샘치움을 잊었던가,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한바가지 두바가지,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정성으로 치운물로,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추석명절 돌아오면,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햇곡으로 밥을지어,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조상님전 제올리고,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부모님께 봉양하면,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이샘으로 합수되어,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만 복 이 기틀터니,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상하부사리 벗님들아,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유왕제를 지내로세,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풍장과 더불어 ‘메기고 받는 소리’를 통해 샘 주변에서 일종의 우물굿을 하는 방식이다. 칠성님의 도움으로 농사가 잘 되고 만복이 깃들기를 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사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설이다. 작업노동요나 작업의식요가 그러하듯이 메기는 사설은 2음보 연속이고, 후렴은 행위의 의성어와 감탄어구가 결합된 형태이다.

    샘고사가 끝나면 칠성제(七星祭)를 행한다. 본디 칠성제 자체가 공동으로 거행된 경우가 드물지만, 부사동에서는 공동제의로서 칠성제를 통해 마을의 번영을 칠성신한테 기원한다. 칠성단의 제단에는 물동이에 정수를 다른 제물과 함께 진설한다. 제차(祭次)는 일반 동제와 동일하다. 부사동에서는 칠성제를 ‘부용제(芙蓉祭)’라고 하여, 선바위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3. 견우직녀 상봉놀이와 장치기놀이: 칠석놀이의 핵심은 견우직녀 상봉놀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알려져 있다. 부사동에서는 흔히 ‘부용·사득이놀이’라고 한다. 이 상봉놀이는 풍장에 따라 오작교 대열을 만들고 견우와 직녀로 가장한 놀이꾼이 각각 오작교 뒤쪽에서 앞으로 오면서 만나는 것이다. 만나는 과정에서 놋다리밟기처럼 노래를 부른다. 칠석놀이의 ‘부용·사득이 노래’는 다음과 같다.

    봄나비 꽃잎에 쌍쌍 (왼쪽),
    봄나비 꽃잎에 쌍쌍 (오른쪽)
    꾀꼬리 버들에 쌍쌍 (왼쪽),
    꾀꼬리 버들에 쌍쌍 (오른쪽)
    바위에 다람쥐 쌍쌍 (왼쪽),
    바위에 다람쥐 쌍쌍 (오른쪽)
    시냇가 가재가 쌍쌍 (왼쪽),
    시냇가 가재가 쌍쌍 (오른쪽)
    날짐승 길버러지 (왼쪽)제각각 쌍쌍인데
    어이해 부용사득은 (왼쪽),혈혈이 단신인고
    어이해 부용사득은 (왼쪽), 혈혈이 단신인고
    칠석날 견우직녀, 오작교 만나듯이
    부용사득 칠석날에, 오작교에 만났네
    어헤야 놀아나보세, 어헤야 놀아나보세

    오작교 대열을 이룬 양쪽 놀이꾼들은 ‘주고받는 소리’를 통해 대열의 길이에 따라 끊임없이 반복할 수 있다. 사설은 견우직녀 설화가 그러하듯이 남녀상사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 얽힌 전설을 바탕으로 형성된 오작교놀이인 셈이다. 곧 견우직녀의 고사를 통해 상부사리인 견우쪽과 하부사리인 직녀쪽 양편이 결합하는 모의 행위인 것이다. 곧 음과 양의 싸움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의 깃봉싸움처럼 음양의 화합을 통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의 생장을 기원한다. 양쪽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도움으로써 견우와 직녀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듯이 농민의 상부상조와 협동단결을 이루자는 의도가 함축되어 있다. 그 바탕은 제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칠석 풍속의 농경의례와 맞물려 있는 대표적인 전승물이 아닌가 한다.

    장치기놀이는 견우직녀 상봉놀이에 이어 견우쪽과 직녀쪽이 나누어 지게줄로 만든 공을 지게작대기로 치며 상대편 깃대를 맞추는 민속경기이다. 장치기에 참가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은 자기편을 응원하며, 풍물에 따라 다양한 종목의 노래를 부른다. 율동은 흔히 지게 장단이나 물박 장단이며, 풍물은 대전 지역에서 널리 전승되고 있는 웃다리농악과 대체로 일치한다.

인접국가사례

중국에서는 칠석이 여인들의 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여아절(女兒節)이라 부르는데, 이는 중국 전통 명절 중의 부녀절이다. 일본의 타나바타마츠리(七夕祭)는 중국의 경우와 직녀성의 전설 그리고 걸교전(乞巧奠: 지혜를 구하는 행사)의 풍습이 전해져서 일본 고유의 ‘타나바타쯔메(七夕律女)’ 신화로 습합(習合)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소원을 적은 ‘탄자쿠(短冊: 글씨를 쓰거나 표시로 물건에 매달거나 하는 데 쓰는 조붓한 종이)’를 매단 세죽(笹竹)을 장식하는 것이 주된 행사이다. 타나바타란 선반 구조가 있는 베틀로 베를 짜는 여자를 타나바타쯔메라고 하는데, 이는 신에게 인간의 더러움과 액을 실어 가져가게 하는 선녀였다. 타나바타는 이와 같이 액을 떨치는 일본 고유의 행사로 에도시대에는 5대 명절로 성행하였으나, 메이지 6년에 공식 행사로서의 칠석이 폐지되고부터 민중들 사이에서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최근에는 센다이(仙台)나 히라즈카(平塚) 같은 관광에서 명물로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

의의

여름철 세시풍속과 관련한 놀이가 백중놀이 외에 별로 보고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전 중구 부사동 칠석놀이는 성장의례의 생산성을 기원하는 세시놀이라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있다. 부사동 칠석놀이의 핵심 단위는 견우직녀 설화와 유사한 부용·사득 상봉놀이가 바탕이 된 것인데, 백중놀이와 함께 농작물 성장의례에 부합하는 공동체 놀이이다. 연인이 이루지 못한 인연을 맺어주고 달래주는 놀이를 통해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시에 마을의 화해와 화합을 기하고 있다. 촌락신화가 전승 지역의 세시풍속과 결부하여 길놀이, 합궁, 샘치기 같은 형태로 놀이화된 것인데, 칠석세시에 순차적인 놀이가 관행화되어 전승되고 있는 점은 여느 지역에서 발견할 수 없는 특징이다. 다만 설화의 놀이화라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농악의 경우에도 대전 지역의 웃다리농악과 동일하다는 점이 특이하다. 특히 농악과 어울려 불리는 ‘황새샘치는 노래’나 ‘부용·사득이 노래’는 놀이의 독자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부사칠석놀이는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수상한 후 보존회를 통해 관리되는 공동체 유산이다.

참고문헌

高麗史, 朝鮮常識-風俗篇 (崔南善, 東明社, 1948), 韓國民謠集Ⅰ (任東權 編, 集文堂, 1961), 韓國農耕歲時의 硏究 (金宅圭, 嶺南大學校出版部, 1985), 七夕놀이의 文化史的 意味 (이창식, 中央民俗學5, 中央民俗學硏究所, 1993), 韓國民俗祭儀와 陰陽五行 (김의숙, 집문당, 1993), 금산의 민속놀이 (강성복, 금산문화원, 1994), 경기민속지Ⅲ (경기도박물관, 2000), 지역민속의 세계 (이경엽, 민속원, 2004)

칠석놀이

칠석놀이
한자명

七夕-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가을(秋) > 7월 > 정일

집필자 이창식(李昌植)

정의

음력 7월 7일 칠석날에 풍장패를 앞세워 길놀이, 합궁놀이, 황새샘치기, 칠성굿놀이, 견우직녀 상봉놀이, 장치기놀이로 이어지는 공동체 놀이. 대전광역시 중구 부사동(芙沙洞)의 칠석놀이를 비롯하여 경남 김해군 부서(府西)의 알촌과 하계(荷溪)마을의 칠석놀이, 충남 금산군 진악산의 송계놀이, 충남 당진군 송산면 부곡리에서 칠석날 행했던 풍년제, 전북 정읍의 솔불놀이, 전남 여수 일대의 진세놀이 등이 칠석놀이로 보고된 바 있다.

유래

대전광역시 중구 부사동에서는 칠석날 칠석놀이를 행하는데, 부사동은 보문산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보문산을 경계로 남쪽으로 대사동과 호동이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북쪽으로 문창동, 동쪽으로 석교동, 서쪽으로 대사동과 대흥동 일부가 동계(洞界)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전승되는 칠석놀이는 백제시대 두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일종의 촌락신화(村落神話)의 형태로 볼 수 있는데, 전체적인 서사 내용을 화소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백제시대에 부사동은 윗말과 아랫말로 나뉘어져 있다. 두 마을은 항상 갈등을 겪는다. ② 윗말의 부용(芙蓉)이라는 처녀와 아랫마을의 사득(沙得)이라는 총각이 사랑에 빠진다. ③ 신라가 백제를 침략하자 사득이는 백제군으로 징집되어 전장에서 전사한다. ④ 부용이는 매양 보문산 선바위에 올라 사득이를 그리워하다 실족하여 죽는다. ⑤ 몇 해 후, 마을에 가뭄이 들어 샘물이 마른다. 그래서 황새샘까지 가서 물을 길어온다. ⑥ 윗말의 한 노인 꿈에 부용이가 현몽하여 가뭄 해소의 대가로 사득이와 영혼결혼을 시켜줄 것을 원한다. ⑦ 아랫말의 한 노인 꿈에 사득이가 현몽하여 부용이와 같은 말을 건넨다. ⑧ 윗말과 아랫말 사람들이 화해하고 칠석날에 함께 모여 샘고사를 지낸 후 영혼결혼을 성사시킨다. ⑨ 샘물이 펑펑 솟는다. ⑩ 샘을 부용과 사득의 첫 자를 따서 ‘부사샘’이라고 일컫는다.

부사동이라는 마을의 이름도 이 촌락신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리고 촌락신화의 내용을 토대로, 부사동의 칠석놀이가 구비설화에서 삼국시대부터 형성(③참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려사(高麗史)』권38 세가(世家)38 공민왕(恭愍王) 2년(1353)에 “임신일에 칠석이므로 왕과 공주가 내정 뜰에서 견우와 직녀에게 제사지냈다(壬申 七夕 王與公主祭牽牛織女于內庭).”라는 것으로 보아 칠석놀이는 칠석제(七夕祭)에 근거하고 있다. 칠석놀이가 부용과 사득이라는 두 영혼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두 마을의 결합(화합)까지 의미하기 때문에 더욱 강한 전승력을 발휘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마을은 매년 칠석에 보문산 선바위에서 부용을 위로하는 제사를 올렸다. 그리고 부사샘을 깨끗이 치운 후에 샘고사를 올렸으며, 부용과 사득의 넋을 달래기 위해 합궁놀이를 하였다. 오늘날에는 선바위에서 부용을 위로하는 제사를 선바위 치성이라고 하며, 부녀자를 중심으로 제물을 진설한 후 비손하며 소지를 올리는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샘고사는 풍장을 동원하여 길놀이, 기세배, 샘풀이, 샘치기노래, 고사가 결합된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합궁놀이는 마을 공동체가 행하는 모의 결혼 행위로서 일종의 마을축제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부사동의 칠석놀이는 1930년대까지 온전한 형태로 전승되다가 단절된 후 최근에 재현을 시도하였다. 1992년 대전광역시 중구 민속놀이로 선정된 이래 1993년에 대전시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1994년에 제35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현재 부사칠석놀이보존회(회장 김준헌)가 결성되어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내용

현재까지 조사 보고된 칠석놀이를 살펴보면, 전북 정읍의 솔불놀이는 두 동네가 달집짓기를 다투는 성장의례 관련 놀이이며, 전남 여수 일대의 진세놀이는 칠석날을 ‘진세먹는 날’이라고 하여 3세나 5세가 된 아이가 있는 집에서 술과 음식을 장만해 마을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노는 날이다. 대전광역시 중구 부사동 칠석놀이의 놀이 구성은 다음과 같다.

길놀이와 합궁놀이: 길놀이는 마을 축제유희(祝祭遊戱)에 기본적으로 있는 부수놀이인데, 합궁놀이와 한 단위로 묶을 수 있다. 여느 지역의 일반적인 기싸움처럼 용기(龍旗)를 세우기 위해 농악을 동원하여 윗마을과 아랫마을이 만나는 과정이다. 이른바 ‘깃봉싸움’이 전개되는데, 그 자체를 농경 모의축제라고 할 수 있다. 부사동 칠석놀이에서 주목되는 것은 ‘합궁(合宮)’인데, 이는 양쪽 마을의 기를 통해 화합을 표시하는 기세배의 일종이다. 이를 흔히 ‘상견례’라고 부른다. 기를 통한 인사굿인 셈이다.

합궁놀이는 마을 사람들이 농악에 맞춰 대열을 이루고 농악소리에 따라 양쪽의 기를 숙이는 인사굿이다. 합궁이 남녀 결합방식을 모의하여 마을의 화합을 재확인하듯, 집단놀이의 겨루기 방식과 동일하게 음양 현상의 결연을 통해 풍농을 기원하는 뜻이 담긴 듯하다. 지역의 제보자들도 합궁을 성행위의 모의적 발상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두 마을이 힘을 모아 농사짓기를 합의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황새샘치기와 칠성제: 황새샘은 부사동의 논에 물을 대는 수원(水源)이다. 매년 칠월 칠석 무렵에 지역의 농민들은 농기와 풍장을 앞세워 샘을 다시 치우고 고사를 올린다. 샘은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한 요인이기 때문에 장마가 지난 음력 7월에 샘을 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이때 ‘황새샘치는 노래’를 부르는데, 고사의 참여자들은 소리에 맞추어 다함께 물을 퍼낸다.

샘치우세 샘치우세,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칠월이라 칠석날에,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샘치움을 잊었던가,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한바가지 두바가지,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정성으로 치운물로,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추석명절 돌아오면,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햇곡으로 밥을지어,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조상님전 제올리고,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부모님께 봉양하면,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이샘으로 합수되어,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만 복 이 기틀터니,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상하부사리 벗님들아,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유왕제를 지내로세, 우려러차하 우려러하차

풍장과 더불어 ‘메기고 받는 소리’를 통해 샘 주변에서 일종의 우물굿을 하는 방식이다. 칠성님의 도움으로 농사가 잘 되고 만복이 깃들기를 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사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설이다. 작업노동요나 작업의식요가 그러하듯이 메기는 사설은 2음보 연속이고, 후렴은 행위의 의성어와 감탄어구가 결합된 형태이다.

샘고사가 끝나면 칠성제(七星祭)를 행한다. 본디 칠성제 자체가 공동으로 거행된 경우가 드물지만, 부사동에서는 공동제의로서 칠성제를 통해 마을의 번영을 칠성신한테 기원한다. 칠성단의 제단에는 물동이에 정수를 다른 제물과 함께 진설한다. 제차(祭次)는 일반 동제와 동일하다. 부사동에서는 칠성제를 ‘부용제(芙蓉祭)’라고 하여, 선바위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견우직녀 상봉놀이와 장치기놀이: 칠석놀이의 핵심은 견우직녀 상봉놀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알려져 있다. 부사동에서는 흔히 ‘부용·사득이놀이’라고 한다. 이 상봉놀이는 풍장에 따라 오작교 대열을 만들고 견우와 직녀로 가장한 놀이꾼이 각각 오작교 뒤쪽에서 앞으로 오면서 만나는 것이다. 만나는 과정에서 놋다리밟기처럼 노래를 부른다. 칠석놀이의 ‘부용·사득이 노래’는 다음과 같다.

봄나비 꽃잎에 쌍쌍 (왼쪽),
봄나비 꽃잎에 쌍쌍 (오른쪽)
꾀꼬리 버들에 쌍쌍 (왼쪽),
꾀꼬리 버들에 쌍쌍 (오른쪽)
바위에 다람쥐 쌍쌍 (왼쪽),
바위에 다람쥐 쌍쌍 (오른쪽)
시냇가 가재가 쌍쌍 (왼쪽),
시냇가 가재가 쌍쌍 (오른쪽)
날짐승 길버러지 (왼쪽)제각각 쌍쌍인데
어이해 부용사득은 (왼쪽),혈혈이 단신인고
어이해 부용사득은 (왼쪽), 혈혈이 단신인고
칠석날 견우직녀, 오작교 만나듯이
부용사득 칠석날에, 오작교에 만났네
어헤야 놀아나보세, 어헤야 놀아나보세

오작교 대열을 이룬 양쪽 놀이꾼들은 ‘주고받는 소리’를 통해 대열의 길이에 따라 끊임없이 반복할 수 있다. 사설은 견우직녀 설화가 그러하듯이 남녀상사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 얽힌 전설을 바탕으로 형성된 오작교놀이인 셈이다. 곧 견우직녀의 고사를 통해 상부사리인 견우쪽과 하부사리인 직녀쪽 양편이 결합하는 모의 행위인 것이다. 곧 음과 양의 싸움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의 깃봉싸움처럼 음양의 화합을 통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의 생장을 기원한다. 양쪽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도움으로써 견우와 직녀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듯이 농민의 상부상조와 협동단결을 이루자는 의도가 함축되어 있다. 그 바탕은 제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칠석 풍속의 농경의례와 맞물려 있는 대표적인 전승물이 아닌가 한다.

장치기놀이는 견우직녀 상봉놀이에 이어 견우쪽과 직녀쪽이 나누어 지게줄로 만든 공을 지게작대기로 치며 상대편 깃대를 맞추는 민속경기이다. 장치기에 참가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은 자기편을 응원하며, 풍물에 따라 다양한 종목의 노래를 부른다. 율동은 흔히 지게 장단이나 물박 장단이며, 풍물은 대전 지역에서 널리 전승되고 있는 웃다리농악과 대체로 일치한다.

인접국가사례

중국에서는 칠석이 여인들의 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여아절(女兒節)이라 부르는데, 이는 중국 전통 명절 중의 부녀절이다. 일본의 타나바타마츠리(七夕祭)는 중국의 경우와 직녀성의 전설 그리고 걸교전(乞巧奠: 지혜를 구하는 행사)의 풍습이 전해져서 일본 고유의 ‘타나바타쯔메(七夕律女)’ 신화로 습합(習合)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소원을 적은 ‘탄자쿠(短冊: 글씨를 쓰거나 표시로 물건에 매달거나 하는 데 쓰는 조붓한 종이)’를 매단 세죽(笹竹)을 장식하는 것이 주된 행사이다. 타나바타란 선반 구조가 있는 베틀로 베를 짜는 여자를 타나바타쯔메라고 하는데, 이는 신에게 인간의 더러움과 액을 실어 가져가게 하는 선녀였다. 타나바타는 이와 같이 액을 떨치는 일본 고유의 행사로 에도시대에는 5대 명절로 성행하였으나, 메이지 6년에 공식 행사로서의 칠석이 폐지되고부터 민중들 사이에서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최근에는 센다이(仙台)나 히라즈카(平塚) 같은 관광에서 명물로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

의의

여름철 세시풍속과 관련한 놀이가 백중놀이 외에 별로 보고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전 중구 부사동 칠석놀이는 성장의례의 생산성을 기원하는 세시놀이라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있다. 부사동 칠석놀이의 핵심 단위는 견우직녀 설화와 유사한 부용·사득 상봉놀이가 바탕이 된 것인데, 백중놀이와 함께 농작물 성장의례에 부합하는 공동체 놀이이다. 연인이 이루지 못한 인연을 맺어주고 달래주는 놀이를 통해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시에 마을의 화해와 화합을 기하고 있다. 촌락신화가 전승 지역의 세시풍속과 결부하여 길놀이, 합궁, 샘치기 같은 형태로 놀이화된 것인데, 칠석세시에 순차적인 놀이가 관행화되어 전승되고 있는 점은 여느 지역에서 발견할 수 없는 특징이다. 다만 설화의 놀이화라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농악의 경우에도 대전 지역의 웃다리농악과 동일하다는 점이 특이하다. 특히 농악과 어울려 불리는 ‘황새샘치는 노래’나 ‘부용·사득이 노래’는 놀이의 독자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부사칠석놀이는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수상한 후 보존회를 통해 관리되는 공동체 유산이다.

참고문헌

高麗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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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民謠集Ⅰ (任東權 編, 集文堂,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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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의 민속놀이 (강성복, 금산문화원,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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