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처리(胎处理)

태처리

한자명

胎处理

사전위치

한국일생의례사전 > 일생의례 > 출생의례

집필자 이필영(李弼泳)

정의

자궁에서 태아를 길러 낸 아기 방석方席인 태반胎盤과 생명줄인 탯줄을 출산 후에 일정한 격식에 의하여 처리하는 민속 관행.

내용

태는 보통 짚이나 종이에 정성스럽게 싸서 산실産室 혹은 산가産家의 길방吉方이나 깨끗한 장소 또는 삼신께(삼신을 모신 장소)에 잘 두었다가, 출산 후 3일 이내 또는 3일째에 부정하지 않은 장소를 가려서 태를 내보낸다. 이날을 ‘삼날’이라고 부른다. ‘삼’은 태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태는 열 달 동안 어머니와 태아를 한 몸으로 이어주고 태아를 키워 낸 생명줄이다. 분만 후에 잘라 낸 태는 이제 더는 쓸모가 없다고 해도, 새 생명을 기른 태에 대한 신비감과 고마움은 지극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태는 일정한 격식에 따라 내보내야 하는 공경恭敬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더욱이 태는 신격화되기도 한다. 삼날을 ‘삼 나가는 날’이라고 하는데, 태를 불에 태우면서 ‘태가 나간다’고 하거나 아예 태제胎祭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서 불에 태워진 무형의 태가 어디로 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쩌면 인간계가 아닌 자연계로 되돌아간 것인지 모른다. 태 내보내는 일을 왕실에서는 안태安胎라 했다. 이에 반하여, 다소 불경한 느낌이 드는 ‘태처리’란 말은 실제 잘 쓰이지 않는다.

태는 흔히 아기가 태어난 진자리의 짚과 함께 왕겨나 장작불 또는 숯불에 재만 남을 때까지 태운다. 지역이나 집안에 따라 태를 흐르는 물에 떠내려 보내거나 땅에 묻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 어느 경우든 태는 일단 태운 다음 그 재만 물에 흘려보내든가 땅에 묻는다. 서해안 어촌에서는 태를 갯벌에 묻기도 한다. 그래야 아기가 나중에 갯일을 잘할 수 있다고 한다. 남해안 어촌에서는 태를 단지에 넣어서 피를 뺀 다음에 바다에 흘려보내기도 한다. 이날 산모는 목욕재계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태를 태울 때는 반드시 그 자리를 누군가 지켜야 한다. 태는 매우 오랜 시간 서서히 타므로, 잠시 방심하여 자리를 뜰 수가 있다. 이렇게 태를 지키는 사람 없이 스스로 타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또한, 태를 태우는 동안 태를 약으로 쓰려고 노리는 사람이나 간절히 수태를 원하는 불임 여성이 태를 훔쳐 가도록 해서도 안 된다. 개나 다른 짐승이 접근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만일 태를 잃어버리거나 훼손하면 태주胎主인 갓난아기에게 좋지 않다고 한다. 아기 얼굴에 금세 열꽃이 피며, 더욱이 향후 팔자가 사나울 수 있다고 인식되었다. 태를 태울 때는 모든 과정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태를 태우는 삼불을 입으로 불어서도, 춥다고 삼불에 몸을 쪼여서도 안 된다. 삼불을 지키면서 덥다거나 냄새가 난다는 등 일체의 불평 섞인 말도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태는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사람의 왕래가 끊긴 시간에 내보낸다. 태를 내보내는 과정을 일체의 부정도 타지 않게 하려는 의도이다. 즉, 다른 사람 모르게 몰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 아래에 장태藏胎하는 사례도 매우 보편적이다. 이때도 태 자체를 묻든지 아니면 태를 태운 재를 묻는다. 특히 무성하게 잘 자라는 건강하고 튼튼한 나무 밑에 묻어야, 태주도 그처럼 씩씩하게 큰다고 한다. 태는 아기와 분리된 다음에도 일정한 관계를 지니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작은 단지에 태를 넣어서 매장하기도 한다. 이때 단지의 밑은 조금 뚫어 놓는다. 탯물이 빠지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전라남도 해안 및 도서지방 일부에서는 아들의 태는 오지항아리에, 딸의 태는 바가지에 담기도 한다. 그만큼 아들을 귀히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이 지역에는 마을마다 태를 묻는 산이 따로 있기도 했다.

태를 내보낼 때도 당연히 길방을 가린다. 특히 장태방藏胎方, 소태방燒胎方, 매태방埋胎方 등을 따진다. 아기가 태어난 해의 간지干支인 태세太歲, 달의 간지인 월건月建, 날의 간지인 일진日辰에 따라서 어느 방위에서 태를 내보내야 길吉한지를 살피는 것이다.

물론 시간도 신중히 고려된다. 특별히 일진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개 새벽이나 저녁 또는 한밤에 태를 태운다. 일부 해안지방에서는 땅거미가 지는 해거름에 한다. 또한, 반드시 인일寅日 인시寅時를 고집하기도 한다. 이 시간에 태워야 크게 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일子日은 피한다. 이날 태를 내보내면 아기가 나중에 쥐처럼 숨어 다니며 산다고 하여 매우 꺼린다.

한편, 신비한 생명력을 가졌다고 생각되었으므로, 태는 간질・폐병・경기 등의 불치병이나 급병에, 그리고 부스럼 등의 사소한 일상 질환에 두루 묘약으로 쓰였다. 만병통치의 명약이라 하여, 태로 술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소주 항아리에 태를 넣고 3년 동안 땅속에서 묵히는 식이다. 잘 말린 태를 빻아서 가루를 내고 기름에 개어 종기 등에 연고처럼 쓰기도 했다. 특히,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사용했다. 함경도 일부지역에서는 산모의 기력을 보補하기 위해 미역국에 태를 넣어 끓이기도 했다. 심지어 떨어진 배꼽조차 배냇저고리와 마찬가지로 각종 고시考試나 송사訟事에 큰 효험이 있다고 여겨서, 시험이나 송사에 응하는 사람은 건조된 배꼽을 소지했다.

특징 및 의의

태는 어머니 자궁에서 아기를 길러낸 생명줄이다. 출산 후 모체로부터 분리된 태반과 탯줄은 더는 소용이 없다. 아기를 무사히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순간에 태는 자신의 임무를 다 한 것이다. 그러나 소임을 다하고 이제는 쓸모가 없다고 해서 태를 그냥 버리지는 않았다. 삼신의 점지를 받아 열 달 동안 새 생명을 키운 태는 감사와 존숭의 대상이다. 마땅히 함부로 할수가 없다. 그래서 태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격식에 따라서 인간계가 아닌 자연계로 보내는데, 이러한 절차를 태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임신 기간에 어머니—태—태아는 하나의 생명공동체였다. 그러나 출산 후에는 태를 가르는 행위를 기점으로 어머니와 태는 분리된다. 한 몸이 바야흐로 두 몸이 된 것이다이. 제 어머니와 태아를 매개하는 존재였던 태는 자연으로 되돌아갔지만, 태와 태에서 자란 아기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며 영속적이다. 태를 자연스럽고 온전하게 내보내면 태주인 아기에게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길할 수 있다. 그래서 태를 내보내는 일의 절차는 엄중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태를 소중히 여기는 관념은 이[齒]나 머리카락 등과 마찬가지로 가장 보편적인 인류문화의 하나이다. 즉, 접촉주술(contagious magic)의 한 가지 대표적 사례인 것이다.

참고문헌

민속의 지속과 변동-출산의례 중의 안태를 중심으로(이필영, 역사민속학13, 한국역사민속학회, 2001),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1969~1994), 한국의 가정신앙(국립문화재연구소, 2005~2008), 한국의 일생의례(국립문화재연구소, 2009~2011).

태처리

태처리
한자명

胎处理

사전위치

한국일생의례사전 > 일생의례 > 출생의례

집필자 이필영(李弼泳)

정의

자궁에서 태아를 길러 낸 아기 방석方席인 태반胎盤과 생명줄인 탯줄을 출산 후에 일정한 격식에 의하여 처리하는 민속 관행.

내용

태는 보통 짚이나 종이에 정성스럽게 싸서 산실産室 혹은 산가産家의 길방吉方이나 깨끗한 장소 또는 삼신께(삼신을 모신 장소)에 잘 두었다가, 출산 후 3일 이내 또는 3일째에 부정하지 않은 장소를 가려서 태를 내보낸다. 이날을 ‘삼날’이라고 부른다. ‘삼’은 태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태는 열 달 동안 어머니와 태아를 한 몸으로 이어주고 태아를 키워 낸 생명줄이다. 분만 후에 잘라 낸 태는 이제 더는 쓸모가 없다고 해도, 새 생명을 기른 태에 대한 신비감과 고마움은 지극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태는 일정한 격식에 따라 내보내야 하는 공경恭敬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더욱이 태는 신격화되기도 한다. 삼날을 ‘삼 나가는 날’이라고 하는데, 태를 불에 태우면서 ‘태가 나간다’고 하거나 아예 태제胎祭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서 불에 태워진 무형의 태가 어디로 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쩌면 인간계가 아닌 자연계로 되돌아간 것인지 모른다. 태 내보내는 일을 왕실에서는 안태安胎라 했다. 이에 반하여, 다소 불경한 느낌이 드는 ‘태처리’란 말은 실제 잘 쓰이지 않는다.

태는 흔히 아기가 태어난 진자리의 짚과 함께 왕겨나 장작불 또는 숯불에 재만 남을 때까지 태운다. 지역이나 집안에 따라 태를 흐르는 물에 떠내려 보내거나 땅에 묻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 어느 경우든 태는 일단 태운 다음 그 재만 물에 흘려보내든가 땅에 묻는다. 서해안 어촌에서는 태를 갯벌에 묻기도 한다. 그래야 아기가 나중에 갯일을 잘할 수 있다고 한다. 남해안 어촌에서는 태를 단지에 넣어서 피를 뺀 다음에 바다에 흘려보내기도 한다. 이날 산모는 목욕재계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태를 태울 때는 반드시 그 자리를 누군가 지켜야 한다. 태는 매우 오랜 시간 서서히 타므로, 잠시 방심하여 자리를 뜰 수가 있다. 이렇게 태를 지키는 사람 없이 스스로 타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또한, 태를 태우는 동안 태를 약으로 쓰려고 노리는 사람이나 간절히 수태를 원하는 불임 여성이 태를 훔쳐 가도록 해서도 안 된다. 개나 다른 짐승이 접근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만일 태를 잃어버리거나 훼손하면 태주胎主인 갓난아기에게 좋지 않다고 한다. 아기 얼굴에 금세 열꽃이 피며, 더욱이 향후 팔자가 사나울 수 있다고 인식되었다. 태를 태울 때는 모든 과정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태를 태우는 삼불을 입으로 불어서도, 춥다고 삼불에 몸을 쪼여서도 안 된다. 삼불을 지키면서 덥다거나 냄새가 난다는 등 일체의 불평 섞인 말도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태는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사람의 왕래가 끊긴 시간에 내보낸다. 태를 내보내는 과정을 일체의 부정도 타지 않게 하려는 의도이다. 즉, 다른 사람 모르게 몰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 아래에 장태藏胎하는 사례도 매우 보편적이다. 이때도 태 자체를 묻든지 아니면 태를 태운 재를 묻는다. 특히 무성하게 잘 자라는 건강하고 튼튼한 나무 밑에 묻어야, 태주도 그처럼 씩씩하게 큰다고 한다. 태는 아기와 분리된 다음에도 일정한 관계를 지니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작은 단지에 태를 넣어서 매장하기도 한다. 이때 단지의 밑은 조금 뚫어 놓는다. 탯물이 빠지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전라남도 해안 및 도서지방 일부에서는 아들의 태는 오지항아리에, 딸의 태는 바가지에 담기도 한다. 그만큼 아들을 귀히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이 지역에는 마을마다 태를 묻는 산이 따로 있기도 했다.

태를 내보낼 때도 당연히 길방을 가린다. 특히 장태방藏胎方, 소태방燒胎方, 매태방埋胎方 등을 따진다. 아기가 태어난 해의 간지干支인 태세太歲, 달의 간지인 월건月建, 날의 간지인 일진日辰에 따라서 어느 방위에서 태를 내보내야 길吉한지를 살피는 것이다.

물론 시간도 신중히 고려된다. 특별히 일진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개 새벽이나 저녁 또는 한밤에 태를 태운다. 일부 해안지방에서는 땅거미가 지는 해거름에 한다. 또한, 반드시 인일寅日 인시寅時를 고집하기도 한다. 이 시간에 태워야 크게 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일子日은 피한다. 이날 태를 내보내면 아기가 나중에 쥐처럼 숨어 다니며 산다고 하여 매우 꺼린다.

한편, 신비한 생명력을 가졌다고 생각되었으므로, 태는 간질・폐병・경기 등의 불치병이나 급병에, 그리고 부스럼 등의 사소한 일상 질환에 두루 묘약으로 쓰였다. 만병통치의 명약이라 하여, 태로 술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소주 항아리에 태를 넣고 3년 동안 땅속에서 묵히는 식이다. 잘 말린 태를 빻아서 가루를 내고 기름에 개어 종기 등에 연고처럼 쓰기도 했다. 특히,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사용했다. 함경도 일부지역에서는 산모의 기력을 보補하기 위해 미역국에 태를 넣어 끓이기도 했다. 심지어 떨어진 배꼽조차 배냇저고리와 마찬가지로 각종 고시考試나 송사訟事에 큰 효험이 있다고 여겨서, 시험이나 송사에 응하는 사람은 건조된 배꼽을 소지했다.

특징 및 의의

태는 어머니 자궁에서 아기를 길러낸 생명줄이다. 출산 후 모체로부터 분리된 태반과 탯줄은 더는 소용이 없다. 아기를 무사히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순간에 태는 자신의 임무를 다 한 것이다. 그러나 소임을 다하고 이제는 쓸모가 없다고 해서 태를 그냥 버리지는 않았다. 삼신의 점지를 받아 열 달 동안 새 생명을 키운 태는 감사와 존숭의 대상이다. 마땅히 함부로 할수가 없다. 그래서 태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격식에 따라서 인간계가 아닌 자연계로 보내는데, 이러한 절차를 태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임신 기간에 어머니—태—태아는 하나의 생명공동체였다. 그러나 출산 후에는 태를 가르는 행위를 기점으로 어머니와 태는 분리된다. 한 몸이 바야흐로 두 몸이 된 것이다이. 제 어머니와 태아를 매개하는 존재였던 태는 자연으로 되돌아갔지만, 태와 태에서 자란 아기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며 영속적이다. 태를 자연스럽고 온전하게 내보내면 태주인 아기에게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길할 수 있다. 그래서 태를 내보내는 일의 절차는 엄중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태를 소중히 여기는 관념은 이[齒]나 머리카락 등과 마찬가지로 가장 보편적인 인류문화의 하나이다. 즉, 접촉주술(contagious magic)의 한 가지 대표적 사례인 것이다.

참고문헌

민속의 지속과 변동-출산의례 중의 안태를 중심으로(이필영, 역사민속학13, 한국역사민속학회, 2001),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1969~1994), 한국의 가정신앙(국립문화재연구소, 2005~2008), 한국의 일생의례(국립문화재연구소, 2009~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