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보기(半途相会)

반보기

한자명

半途相会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가을(秋) > 8월 > 의례

집필자 김시덕(金時德)

정의

8월 추석 이후 농한기에 여성들이 일가친척이나 친정집 가족들과 양쪽 집의 중간 지점에서 만나 회포를 푸는 풍속. 원래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의 만남이 기원이지만 다양한 형태의 반보기가 있다. 지역에 따라 중로보기(中路-), 중로상봉(中路相逢) 같은 한자식 용어를 사용한다. 용어에서 짐작되듯 당일치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가 멀 경우 부득이 양쪽 집의 중간 지점에서 만났다가 다시 그날 안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애틋한 풍속이다.

내용

“처가와 변소는 멀어야 좋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남녀를 불문하고 사돈 간의 교류가 거의 없던 전통사회에서 상호 방문 혹은 왕래는 거의 불가능하였다. 또한 여성의 외출이 금기시되었던 전통사회에서 며느리의 외출은 생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특히 농사를 주업으로 하던 전통사회에서 가사와 농업 노동을 병행했던 며느리들이 며칠씩 집을 비우기는 쉽지 않았다. 농번기의 외출은 더더욱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이었다.

남자들은 다양한 외부 일로 사돈 간의 상호 교류가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여자들은 한 번 시집간 딸은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 했을 정도로 평상시 친정과의 교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번기를 벗어나는 추석 무렵이 되면 하루 정도 짬을 내어 외출하는 것이 묵인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하룻밤 묵는 것은 용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리가 멀 경우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반보기로 보인다. 약속한 날짜에 양쪽 집의 중간 지점에서 만나 회포를 풀고 그날 돌아오는 당일치기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반보기를 할 때는 특별한 음식을 가지고 가서 회식하고 환담하며 하루를 즐긴다. 사돈 간의 관계가 돈독한 집안에서는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뿐만 아니라 사돈 부인들이 함께 만나는 경우도 많았고, 동년배들이 함께 참석하여 흥을 돋우기도 하였다. 이러한 반보기는 딸과 친정어머니의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돈 간의 교류를 활성화시키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모녀 간의 상봉과 회포풀기가 사돈 간의 교류, 동년배 간의 교류, 지역 간의 공동체 교류로까지 이어지는 특성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반보기는 그리움의 해소라는 측면을 넘어서서 공동체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기능과 특성이 있었다.

반보기는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의 비밀스런 만남이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안사돈 간의 교류를 돈독히 하는 기제로 발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연비연사(聯臂聯査)’, ‘사돈관계가 연 걸리듯 한다.’, ‘겹사돈’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같은 지역에서 시집온 여자들이 많아 서로 친분이 있었다. 그래서 반보기를 할 때면 이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단체 유희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즉 좋은 날과 장소를 택하여 서로 음식을 장만하여 각종 놀이를 하면서 야외에서 하루를 보내는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 것이다. 전남 강진이나 송덕에서 매년 추석 무렵 이웃 마을과 함께 큰 방죽가에서 회식을 하고 강강술래를 하면서 하루를 즐기는 야유회로 발전된 것이 좋은 예다.

최근에는 사돈 간의 왕래가 자유로워지고 며느리의 친정 나들이가 용인되는 데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더 이상 반보기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아울러 추석이 사흘 간의 연휴로 정착됨에 따라 추석 차례라든가 시댁의 중요한 일을 마치면 친정에 다니러 가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자리 잡으면서 며느리의 친정나들이가 반보기를 대신하게 되었다.

또한 일가친척의 동년배나 같은 지역을 친정으로 하는 부인들의 모임으로서 반보기의 기능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른바 같은 지역과 집안을 친정으로 하는 부인들이 만든 ‘딸네들 모임’이 그것이다. 이는 친정과 시댁의 중간 지점이 아니라,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일년 일회의 모임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모임은 성별(性別)을 구별하지 않는다면 향우회의 형태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같은 지역을 친정으로 하는 딸네들’이라는 구분이 있기 때문에 반보기의 하나로 볼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같은 마을에서 자랐거나 같은 학교를 다니다가 혼인으로 인해 타지로 흩어진 동창생들의 모임을 위한 반보기가 있다. 혼인으로 인한 거주지 이동으로 쉽게 만나지 못하게 되자 서로의 중간 지점이나 교통의 요지를 택하여 만나는 반보기 형태도 등장하였는데, 이른바 동년배 모임이 그러한 것들이다. 동년배 모임은 중간 지점이라는 측면도 강하지만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를 만남의 장소로 하는 경우도 있어 동창회의 성격도 강하게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만의 모임이라는 측면에서 반보기의 변형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렇듯 모임화된 반보기는 교통의 발달로 인해 만나는 장소가 굳이 양가의 중간 지점이 아니라 경치 좋은 야외나 유원지로 변화하였고, 심지어는 관광으로 발달하기도 하였다. 시기 역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가리지 않는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반보기는 친구들의 모임을 위한 하나의 구실이 되었고 공동체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기제가 되었다.

참고문헌

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 (文化財管理局, 1969~1981), 韓國의 歲時風俗 (張籌根, 螢雪出版社, 1984), 한국민속학개설 (이두현 외, 일조각, 1991), 세시풍속 (국립문화재연구소, 2001~2003), 한국세시풍속Ⅰ (김명자, 민속원, 2005)

반보기

반보기
한자명

半途相会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가을(秋) > 8월 > 의례

집필자 김시덕(金時德)

정의

8월 추석 이후 농한기에 여성들이 일가친척이나 친정집 가족들과 양쪽 집의 중간 지점에서 만나 회포를 푸는 풍속. 원래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의 만남이 기원이지만 다양한 형태의 반보기가 있다. 지역에 따라 중로보기(中路-), 중로상봉(中路相逢) 같은 한자식 용어를 사용한다. 용어에서 짐작되듯 당일치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가 멀 경우 부득이 양쪽 집의 중간 지점에서 만났다가 다시 그날 안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애틋한 풍속이다.

내용

“처가와 변소는 멀어야 좋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남녀를 불문하고 사돈 간의 교류가 거의 없던 전통사회에서 상호 방문 혹은 왕래는 거의 불가능하였다. 또한 여성의 외출이 금기시되었던 전통사회에서 며느리의 외출은 생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특히 농사를 주업으로 하던 전통사회에서 가사와 농업 노동을 병행했던 며느리들이 며칠씩 집을 비우기는 쉽지 않았다. 농번기의 외출은 더더욱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이었다.

남자들은 다양한 외부 일로 사돈 간의 상호 교류가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여자들은 한 번 시집간 딸은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 했을 정도로 평상시 친정과의 교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번기를 벗어나는 추석 무렵이 되면 하루 정도 짬을 내어 외출하는 것이 묵인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하룻밤 묵는 것은 용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리가 멀 경우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반보기로 보인다. 약속한 날짜에 양쪽 집의 중간 지점에서 만나 회포를 풀고 그날 돌아오는 당일치기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반보기를 할 때는 특별한 음식을 가지고 가서 회식하고 환담하며 하루를 즐긴다. 사돈 간의 관계가 돈독한 집안에서는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뿐만 아니라 사돈 부인들이 함께 만나는 경우도 많았고, 동년배들이 함께 참석하여 흥을 돋우기도 하였다. 이러한 반보기는 딸과 친정어머니의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돈 간의 교류를 활성화시키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모녀 간의 상봉과 회포풀기가 사돈 간의 교류, 동년배 간의 교류, 지역 간의 공동체 교류로까지 이어지는 특성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반보기는 그리움의 해소라는 측면을 넘어서서 공동체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기능과 특성이 있었다.

반보기는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의 비밀스런 만남이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안사돈 간의 교류를 돈독히 하는 기제로 발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연비연사(聯臂聯査)’, ‘사돈관계가 연 걸리듯 한다.’, ‘겹사돈’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같은 지역에서 시집온 여자들이 많아 서로 친분이 있었다. 그래서 반보기를 할 때면 이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단체 유희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즉 좋은 날과 장소를 택하여 서로 음식을 장만하여 각종 놀이를 하면서 야외에서 하루를 보내는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 것이다. 전남 강진이나 송덕에서 매년 추석 무렵 이웃 마을과 함께 큰 방죽가에서 회식을 하고 강강술래를 하면서 하루를 즐기는 야유회로 발전된 것이 좋은 예다.

최근에는 사돈 간의 왕래가 자유로워지고 며느리의 친정 나들이가 용인되는 데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더 이상 반보기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아울러 추석이 사흘 간의 연휴로 정착됨에 따라 추석 차례라든가 시댁의 중요한 일을 마치면 친정에 다니러 가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자리 잡으면서 며느리의 친정나들이가 반보기를 대신하게 되었다.

또한 일가친척의 동년배나 같은 지역을 친정으로 하는 부인들의 모임으로서 반보기의 기능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른바 같은 지역과 집안을 친정으로 하는 부인들이 만든 ‘딸네들 모임’이 그것이다. 이는 친정과 시댁의 중간 지점이 아니라,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일년 일회의 모임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모임은 성별(性別)을 구별하지 않는다면 향우회의 형태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같은 지역을 친정으로 하는 딸네들’이라는 구분이 있기 때문에 반보기의 하나로 볼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같은 마을에서 자랐거나 같은 학교를 다니다가 혼인으로 인해 타지로 흩어진 동창생들의 모임을 위한 반보기가 있다. 혼인으로 인한 거주지 이동으로 쉽게 만나지 못하게 되자 서로의 중간 지점이나 교통의 요지를 택하여 만나는 반보기 형태도 등장하였는데, 이른바 동년배 모임이 그러한 것들이다. 동년배 모임은 중간 지점이라는 측면도 강하지만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를 만남의 장소로 하는 경우도 있어 동창회의 성격도 강하게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만의 모임이라는 측면에서 반보기의 변형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렇듯 모임화된 반보기는 교통의 발달로 인해 만나는 장소가 굳이 양가의 중간 지점이 아니라 경치 좋은 야외나 유원지로 변화하였고, 심지어는 관광으로 발달하기도 하였다. 시기 역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가리지 않는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반보기는 친구들의 모임을 위한 하나의 구실이 되었고 공동체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기제가 되었다.

참고문헌

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 (文化財管理局, 1969~1981)
韓國의 歲時風俗 (張籌根, 螢雪出版社, 1984)
한국민속학개설 (이두현 외, 일조각, 1991)
세시풍속 (국립문화재연구소, 2001~2003)
한국세시풍속Ⅰ (김명자, 민속원,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