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웅애기본풀이

허웅애기본풀이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무속신앙 > 무속신화

집필자 김혜정(金慧瀞)

정의

제주도 지역에서 불리는 서사무가로 사람이 이승과 저승을 왕래할 수 없게 된 내력을 밝히는 특수본풀이. 특수본풀이는 제주도 무가가 일반신본풀이, 당신본풀이, 조상신본풀이로 나뉘는 것과 별도로 일부 심방에 의한 구연과 자료집을 통해 확인되는 제주도 무가의 한 형태이다. 특수본풀이에 속하는 무가는 <세민황제본풀이>, <동방세기본풀이>, <원천강본풀이>, <허웅애기본풀이>, <영감본풀이>, <삼두구미본풀이>, <십이대왕본풀이> 등 모두 12개가 있다. 이들 무가는 신격이 불명확하고 제의나 제차와의 상관성이 희박한 관계로 제주도굿에서 거의 구연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세민황제본풀이>, <동방세기본풀이>, <원천강본풀이>, <허웅애기본풀이> 등은 서사적 내용의 분석 및 현지조사를 통해 본 결과 큰굿의 시왕맞이 제차의 <차사본풀이> 연장선상에서 불리거나 심방 개인의 신굿 등에서 구연되던 본풀이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용

허궁애기본풀이라고도 불리는 <허웅애기본풀이>는 현재까지 총 6개의 각 편이 채록되어 있다. 각 편의 제목, 구연자(채록지역), 채록시기, 채록자, 수록지 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허웅애기본풀이>는 무가 또는 민담 형태로 제주도 전역에서 고루 전승되고 있다. 현재 채록된 6개의 각 편 가운데 3개는 심방들에 의해 구연된 것이고 나머지 3개는 일반인에 의해 설화 형태로 구연되었다. 주인공의 이름이 이 본풀이의 제목이 되고 있으며, 총 6개의 각 편 가운데 5개의 자료가 주인공을 ‘허웅애기(아기)’라고 하고 있어 마땅히 허웅애기로 명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목 구연자 정보 채록자 채록시기 수록지
허웅아기 이오생 심방(서귀포시 서귀동) 진성기 1955~56년 진성기,『 탐라의 신화』, 평범사, 1980
어궁애기본 강을생 심방(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진성기 1964년 진성기,『 제주도무가본풀이』, 민속원, 1991
허웅아기 방아(제주시) 임석재 1964년 임석재,『 한국구전설화-제주도』, 평민사, 1992
허웅아기 윤추월(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 현용준 1981년 현용준·현길언,『한국구비문학대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3
허웅애기 부의함(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김태곤 외 1992년 『백록어문』 제10집,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국어교육학회, 1994
허궁애기본풀이 오인숙 심방(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김헌선 2002년 강권용,『 제주도특수본풀이 연구』, 경기대학교석사학위논문, 2002

<허웅애기본풀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자식을 여럿 낳아 기르고 있던 허웅애기라는 여인이 저승왕의 부름을 받아 저승에 갔다. 그러나 아이들 걱정에 눈물을 흘리자 이를 딱하게 여긴 저승왕이 밤이 되면 이승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고 아침이 되면 저승으로 돌아올 것을 허락한다. 허웅애기는 밤마다 이승으로 와서 아이들을 돌봐준다. 한편 어머니가 없는 아이들의 깔끔한 모습에 의문을 품은 이웃집 할머니가 아이들로부터 허웅애기가 밤마다 온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웃집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허웅애기가 저승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해주겠다며 어머니가 오면 기별해 달라고 하면서 자신의 발과 아이들의 발에 실을 묶어 놓는다. 이웃집 할머니는 허웅애기가 왔다는 아이들의 신호를 받고 찾아와 허웅애기를 저승에 가지 못하도록 숨겨 주었지만 결국 저승사자가 허웅애기의 혼을 데려가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승과 저승의 세계가 나뉘어 사람의 왕래가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한편 6개의 각 편 가운데 진성기가 채록한 <허웅애기본풀이>는 이러한 줄거리를 공유하면서도 전반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허웅애기에 해당하는 인물이 콩대기로 설정되어 있으며, 콩대기가 계모인 허궁애기와 그녀의 소생인 대기 사이에서 ‘콩쥐팥쥐’ 설화형 갈등을 겪는 것이 첨부되어 있다.

특징

<허웅애기본풀이>는 애초 사람이 이승과 저승을 왕래할 수 있는 존재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원시신화적이다. 이와 관련해 허웅애기가 처음 저승에 가게 되는 이유, 허웅애기가 이승과 저승을 왕래하는 것을 막은 이웃집 할머니의 존재, 허웅애기가 살고 있는 작품 속의 시간성, 허웅애기가 이승과 저승을 오가지 못하는 이유 등에 의문이 생긴다.

허웅애기가 저승에 가게 되는 이유를 각 편의 내용에서 살펴보면 ‘살림 솜씨가 뛰어나서’(가) 또는 ‘얼굴과 소리와 춤이 뛰어나서’(마) 이 소문이 저승에까지 들려 불려가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본에서는 허웅애기가 무명짜기를 잘했는데 저승에 가서도 무명짜기를 하고 있었다(다, 라)고 했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허웅애기는 남들보다 뛰어난 장기가 있었고, 이로 인해 젊은 나이에 일찍 저승에 불려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제주도 서사무가인 <차사본풀이>에서 이승에 사는 강님이가 뛰어난 용기와 지혜로 결국 저승차사가 되어 불려간다는 내용과도 상통한다.

한편 허웅애기가 저승왕의 허락을 받아 밤이면 이승으로 돌아와 자신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는데 이를 이웃집 할머니에게 들키게 되었고, 이웃집 할머니의 만류로 허웅애기는 아침이면 저승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약속을 어기게 된다. 여기에서의 이웃집 할머니는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는 혹은 이승과 저승을 구분하는 세속적 관념을 지닌 인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본풀이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특징으로는 저승차사가 저승으로 돌아오지 않은 허웅애기를 잡아가는 대목이다. 이웃집 할머니는 허웅애기를 집안 깊숙이 숨겨서 문을 잠그고 올래에 가시나무를 쌓아 저승차사의 접근을 막지만 저승차사는 지붕 상가마로 올라가 허웅아기의 머리카락 세 개를 뽑아 그 혼을 저승으로 데려간다. 일부 자료에서는 이 과정에서 저승차사가 지상의 사람들에게 허웅애기의 육체를 갖겠느냐 혼을 갖겠느냐고 묻고, 혼이 무엇인지 모르는 인간들은 육체를 갖겠다고 하여 허웅애기의 혼만 빼가서 결국 죽은 육체가 남게 되었다고도 한다. 이는 인간이 죽으면 혼은 사라지고 육체는 그대로 있는 현상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는 기능도 지닌다.

이러한 결말에서 강조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허웅애기 때문에 이승과 저승이 갈라지게 되었다는 것(가, 나, 라, 바)과 허웅애기로 인해 저승의 소문이 이승에 날까봐 귀신 및 생인(生人)의 소통을 금지시키고 돌이나 나무가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는 결말이다(다, 라, 마). 이러한 결말을 통해 <허웅애기본풀이>가 이승과 저승이 갈라지기 이전인 사람이 귀신과 말을 하고 돌도 나무도 말을 할 수 있었던 신화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허웅애기의 실수로 인해 오늘날과 같이 저승과 이승이 구분되고 짐승과 사물들이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기원을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허웅애기본풀이>에서 또 하나 주목할 사항은 이방아, 윤추월이 구연한 자료에서 보이는 일월조정(日月調定) 화소이다. 두 자료에서는 허웅애기가 살던 시대에 해와 달이 두 개씩 있어 인간이 너무 덥고 너무 추워서 죽을 지경이었다는 <천지왕본풀이>의 일월조정 화소가 동일하게 발견된다. 이는 <허웅애기본풀이>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는 증거로, 허웅애기의 죽음으로 인해 이승과 저승이 구분된 시기가 해와 달이 하나씩 남게 되는 천지창조 시기와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의

<허웅애기본풀이>는 옛날에 인간이 저승과 이승을 오갈 수 있었다는 발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죽음에 대한 원시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이처럼 인간이 저승과 이승을 오갈 수 있다는 사고는 멀리로는 『삼국유사』의 <표훈대덕>에서부터 지금의 제주도 서사무가인 <차사본풀이>, 육지의 서사무가인 <바리데기>, 함경도 망묵굿에서 구연되는 <도랑선비 청정각시>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허웅애기본풀이>는 여성의 저승 여행이라는 점에서 <바리데기>와 함께 주목된다. 바리공주와 허웅애기는 나약한 여성이라는 점에서는 평범 이하의 존재이지만 각각 ‘효(孝)’와 ‘모정(母情)’이라는 덕목을 현현함으로써 이승과 저승을 오갈 수 있는 비범한 존재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허웅애기본풀이>는 위대한 모정으로 이승과 저승 사이의 험난한 경계를 넘을 수 있다는 진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 정도의 숭고한 모정으로도 끝내 삶과 죽음의 세계를 넘어설 수 없는 인간의 현실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탐라의 신화 (진성기, 평범사, 1980), 한국구비문학대계 9-3 (현용준ㆍ현길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3), 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 (진성기, 민속원, 1991), 한국구전설화-제주도 (임석재, 평민사, 1992), 서사무가와 고소설의 서사구조 비교 (김헌선, 경기교육논총 4, 경기대학교 교육대학원, 1995), 제주도 특수본풀이 연구 (강권용, 경기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2)

허웅애기본풀이

허웅애기본풀이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무속신앙 > 무속신화

집필자 김혜정(金慧瀞)

정의

제주도 지역에서 불리는 서사무가로 사람이 이승과 저승을 왕래할 수 없게 된 내력을 밝히는 특수본풀이. 특수본풀이는 제주도 무가가 일반신본풀이, 당신본풀이, 조상신본풀이로 나뉘는 것과 별도로 일부 심방에 의한 구연과 자료집을 통해 확인되는 제주도 무가의 한 형태이다. 특수본풀이에 속하는 무가는 <세민황제본풀이>, <동방세기본풀이>, <원천강본풀이>, <허웅애기본풀이>, <영감본풀이>, <삼두구미본풀이>, <십이대왕본풀이> 등 모두 12개가 있다. 이들 무가는 신격이 불명확하고 제의나 제차와의 상관성이 희박한 관계로 제주도굿에서 거의 구연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세민황제본풀이>, <동방세기본풀이>, <원천강본풀이>, <허웅애기본풀이> 등은 서사적 내용의 분석 및 현지조사를 통해 본 결과 큰굿의 시왕맞이 제차의 <차사본풀이> 연장선상에서 불리거나 심방 개인의 신굿 등에서 구연되던 본풀이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용

허궁애기본풀이라고도 불리는 <허웅애기본풀이>는 현재까지 총 6개의 각 편이 채록되어 있다. 각 편의 제목, 구연자(채록지역), 채록시기, 채록자, 수록지 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허웅애기본풀이>는 무가 또는 민담 형태로 제주도 전역에서 고루 전승되고 있다. 현재 채록된 6개의 각 편 가운데 3개는 심방들에 의해 구연된 것이고 나머지 3개는 일반인에 의해 설화 형태로 구연되었다. 주인공의 이름이 이 본풀이의 제목이 되고 있으며, 총 6개의 각 편 가운데 5개의 자료가 주인공을 ‘허웅애기(아기)’라고 하고 있어 마땅히 허웅애기로 명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목 구연자 정보 채록자 채록시기 수록지 가 허웅아기 이오생 심방(서귀포시 서귀동) 진성기 1955~56년 진성기,『 탐라의 신화』, 평범사, 1980 나 어궁애기본 강을생 심방(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진성기 1964년 진성기,『 제주도무가본풀이』, 민속원, 1991 다 허웅아기 이방아(제주시) 임석재 1964년 임석재,『 한국구전설화-제주도』, 평민사, 1992 라 허웅아기 윤추월(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 현용준 1981년 현용준·현길언,『한국구비문학대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3 마 허웅애기 부의함(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김태곤 외 1992년 『백록어문』 제10집,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국어교육학회, 1994 바 허궁애기본풀이 오인숙 심방(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김헌선 2002년 강권용,『 제주도특수본풀이 연구』, 경기대학교석사학위논문, 2002

<허웅애기본풀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자식을 여럿 낳아 기르고 있던 허웅애기라는 여인이 저승왕의 부름을 받아 저승에 갔다. 그러나 아이들 걱정에 눈물을 흘리자 이를 딱하게 여긴 저승왕이 밤이 되면 이승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고 아침이 되면 저승으로 돌아올 것을 허락한다. 허웅애기는 밤마다 이승으로 와서 아이들을 돌봐준다. 한편 어머니가 없는 아이들의 깔끔한 모습에 의문을 품은 이웃집 할머니가 아이들로부터 허웅애기가 밤마다 온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웃집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허웅애기가 저승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해주겠다며 어머니가 오면 기별해 달라고 하면서 자신의 발과 아이들의 발에 실을 묶어 놓는다. 이웃집 할머니는 허웅애기가 왔다는 아이들의 신호를 받고 찾아와 허웅애기를 저승에 가지 못하도록 숨겨 주었지만 결국 저승사자가 허웅애기의 혼을 데려가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승과 저승의 세계가 나뉘어 사람의 왕래가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한편 6개의 각 편 가운데 진성기가 채록한 <허웅애기본풀이>는 이러한 줄거리를 공유하면서도 전반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허웅애기에 해당하는 인물이 콩대기로 설정되어 있으며, 콩대기가 계모인 허궁애기와 그녀의 소생인 대기 사이에서 ‘콩쥐팥쥐’ 설화형 갈등을 겪는 것이 첨부되어 있다.

특징

<허웅애기본풀이>는 애초 사람이 이승과 저승을 왕래할 수 있는 존재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원시신화적이다. 이와 관련해 허웅애기가 처음 저승에 가게 되는 이유, 허웅애기가 이승과 저승을 왕래하는 것을 막은 이웃집 할머니의 존재, 허웅애기가 살고 있는 작품 속의 시간성, 허웅애기가 이승과 저승을 오가지 못하는 이유 등에 의문이 생긴다.

허웅애기가 저승에 가게 되는 이유를 각 편의 내용에서 살펴보면 ‘살림 솜씨가 뛰어나서’(가) 또는 ‘얼굴과 소리와 춤이 뛰어나서’(마) 이 소문이 저승에까지 들려 불려가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본에서는 허웅애기가 무명짜기를 잘했는데 저승에 가서도 무명짜기를 하고 있었다(다, 라)고 했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허웅애기는 남들보다 뛰어난 장기가 있었고, 이로 인해 젊은 나이에 일찍 저승에 불려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제주도 서사무가인 <차사본풀이>에서 이승에 사는 강님이가 뛰어난 용기와 지혜로 결국 저승차사가 되어 불려간다는 내용과도 상통한다.

한편 허웅애기가 저승왕의 허락을 받아 밤이면 이승으로 돌아와 자신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는데 이를 이웃집 할머니에게 들키게 되었고, 이웃집 할머니의 만류로 허웅애기는 아침이면 저승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약속을 어기게 된다. 여기에서의 이웃집 할머니는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는 혹은 이승과 저승을 구분하는 세속적 관념을 지닌 인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본풀이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특징으로는 저승차사가 저승으로 돌아오지 않은 허웅애기를 잡아가는 대목이다. 이웃집 할머니는 허웅애기를 집안 깊숙이 숨겨서 문을 잠그고 올래에 가시나무를 쌓아 저승차사의 접근을 막지만 저승차사는 지붕 상가마로 올라가 허웅아기의 머리카락 세 개를 뽑아 그 혼을 저승으로 데려간다. 일부 자료에서는 이 과정에서 저승차사가 지상의 사람들에게 허웅애기의 육체를 갖겠느냐 혼을 갖겠느냐고 묻고, 혼이 무엇인지 모르는 인간들은 육체를 갖겠다고 하여 허웅애기의 혼만 빼가서 결국 죽은 육체가 남게 되었다고도 한다. 이는 인간이 죽으면 혼은 사라지고 육체는 그대로 있는 현상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는 기능도 지닌다.

이러한 결말에서 강조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허웅애기 때문에 이승과 저승이 갈라지게 되었다는 것(가, 나, 라, 바)과 허웅애기로 인해 저승의 소문이 이승에 날까봐 귀신 및 생인(生人)의 소통을 금지시키고 돌이나 나무가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는 결말이다(다, 라, 마). 이러한 결말을 통해 <허웅애기본풀이>가 이승과 저승이 갈라지기 이전인 사람이 귀신과 말을 하고 돌도 나무도 말을 할 수 있었던 신화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허웅애기의 실수로 인해 오늘날과 같이 저승과 이승이 구분되고 짐승과 사물들이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기원을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허웅애기본풀이>에서 또 하나 주목할 사항은 이방아, 윤추월이 구연한 자료에서 보이는 일월조정(日月調定) 화소이다. 두 자료에서는 허웅애기가 살던 시대에 해와 달이 두 개씩 있어 인간이 너무 덥고 너무 추워서 죽을 지경이었다는 <천지왕본풀이>의 일월조정 화소가 동일하게 발견된다. 이는 <허웅애기본풀이>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는 증거로, 허웅애기의 죽음으로 인해 이승과 저승이 구분된 시기가 해와 달이 하나씩 남게 되는 천지창조 시기와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의

<허웅애기본풀이>는 옛날에 인간이 저승과 이승을 오갈 수 있었다는 발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죽음에 대한 원시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이처럼 인간이 저승과 이승을 오갈 수 있다는 사고는 멀리로는 『삼국유사』의 <표훈대덕>에서부터 지금의 제주도 서사무가인 <차사본풀이>, 육지의 서사무가인 <바리데기>, 함경도 망묵굿에서 구연되는 <도랑선비 청정각시>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허웅애기본풀이>는 여성의 저승 여행이라는 점에서 <바리데기>와 함께 주목된다. 바리공주와 허웅애기는 나약한 여성이라는 점에서는 평범 이하의 존재이지만 각각 ‘효(孝)’와 ‘모정(母情)’이라는 덕목을 현현함으로써 이승과 저승을 오갈 수 있는 비범한 존재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허웅애기본풀이>는 위대한 모정으로 이승과 저승 사이의 험난한 경계를 넘을 수 있다는 진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 정도의 숭고한 모정으로도 끝내 삶과 죽음의 세계를 넘어설 수 없는 인간의 현실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탐라의 신화 (진성기, 평범사, 1980)
한국구비문학대계 9-3 (현용준ㆍ현길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3)
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 (진성기, 민속원, 1991)
한국구전설화-제주도 (임석재, 평민사, 1992)
서사무가와 고소설의 서사구조 비교 (김헌선, 경기교육논총 4, 경기대학교 교육대학원, 1995)
제주도 특수본풀이 연구 (강권용, 경기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