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적굿(献酒巫祭)

진적굿

한자명

献酒巫祭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무속신앙 > 무속제의

집필자 김헌선(金憲宣)

정의

만신의 강신이 이루어진 날을 잡아서 자신의 몸주신과 여타의 신격에 감사의례를 올리는 굿. 이 굿은 본디 진적이라고 약칭하였으나 이것이 일반화되면서 진적굿이라고 널리 쓰였다. 진적은 ‘진작’이라고 하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진작(進爵)은 의궤 등에서도 보이는 특별한 명칭이다. ‘잔을 올린다’고 하는 것으로 신에게 감사의 술잔을 올린다는 말이기도 하고, 특정한 제차를 말하기도 한다.

내용

강신무권에서 봄과 가을로 계절이 바뀌고 특정하게 이 굿을 하게 된다. 진달래꽃이 피거나, 잎이 새로이 돋아나거나, 가을걷이가 마무리된 때에 이 굿을 한다.

2009년에 진행된 서울 진적굿의 사례이다. 이를 굿거리별에 의해 도표로 제시하면 다음과같다.

순서 서울진적굿
구분 굿거리 특징 (진적굿의 구조)
1 주당물림
2 초부정 초부정
3 초가망
4 본향노랫가락 본향 앉은굿(A1)
5 청계배웅/진적 말명 진적굿의 특징 구현
6 상산노랫가락 상산 앉은굿(B1)
7 천궁불사맞이 맞이
8 제당맞이 맞이
9 산바라기 맞이
10 본향바라기 맞이(본향 선굿 A2)
가망헤치기
말명놀리기
대신말명놀리기
11 관성제군 대안주 1
12 신장
13 상산마누라 대안주2(상산 선굿 B2)
14 별상
15 민중전마마굿 특별한 굿거리
16 대감 대감의 분화 중시
17 대감
18 조상 본향가망말명 조상 분리
19 안당제석
20 성주군웅
21 대신몸주놀리기 굿거리 아님
22 창부거리
23 작두신령
24 몸주놀리기 굿거리 아님
25 몸주놀리기 굿거리 아님
26 계면할머니
27 뒷전
28 회정맞이 맞이

굿이 일정한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 덩어리는 굿을 운용하는 일정한 단위이다. 굿거리의 단순한 제차가 아니라 굿거리를 좀 더 크게 묶는 단위이다. 이를 흔히 전통적인 용어로 맞이라 한다.

여느 굿과 다르게 맞이가 진적굿에 많다는 사실은 진적굿이 여느 굿과 다르게 일정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거리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청계배웅ㆍ천궁불사맞이ㆍ제당맞이ㆍ산바라기ㆍ본향바라기ㆍ회정맞이 등으로, 진적굿의 복합적인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단서이다.

이 굿거리의 특징은 신의 위계에 따라 여러 신격이 단계적으로 복합된다는 점에 있다. 아울러 남신과 여신이 동등한 대우를 이룩하면서 신격의 복합화를 시도하고 있는 점도 남다르다.

굿거리의 전반적인 구조는 여느 굿과 다르지 않으나 앉은굿의 노랫가락과 선굿의 굿거리가 구조적으로 대응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노랫가락 사이에 특정한 굿거리 요소를 삽입하는 면모가 있으며, 곧 바로 이어서 청계배웅과 만신말명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체로 굿거리의 일반적인 구성은 천신, 공간신, 인격신, 가신, 잡신 등 일정한 신격의 위계와 원리에 입각한다. 인격신을 놀리는 과정에서 만신의 으뜸인 조종신을 먼저 놀리고, 조상신을 나중에 이어서 놀리는 점이 남다르다. 또한 대감신과 조상신이 서로 연계된 점도 특징적이다.

여기에 진적굿에서만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그것은 진적굿을 ‘이태말미 삼년시력’이라고 하는 구성 속에서 온전한 진적굿을 하면 청계배웅ㆍ제당맞이ㆍ회정맞이 등이 첨가 된다는 점이다. 진적굿의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삼산돌기 : 삼산돌기는 만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신령의 기운이 높은 것으로, 만신들의 말로는 영검이 많은 곳을 돌아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삼산은 영기가 있는 특정한 산을 이른다. 그러나 물도 일정한 구실을 하게 되며, 명산대천을 돌아오는 것이 핵심이다. 삼산돌기는 만신의 진적굿 준비에 핵심적인 절차이다.

    삼산돌기의 전통적인 방식은 만신들의 조종이라고 하는 개성 덕물산의 상산마누라 최영 장군에게 다녀오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남한과 북한이 갈려서 가지 못하기 때문에 삼산돌기가 변형된 것이다. 개성 덕물산을 다녀오는데 수영반장, 밥할머니, 임진강의 박씨만신과 임씨만신, 상산당의 안당과 밖당 등의 주요한 곳을 다녀오는 특징이 있다.

    개성 덕물산을 다녀오는 데 있어서는 상산물고지를 받아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대신하여 국사당에서 권능을 행사한다. 이 권능을 받아서 개성 덕물산에서 상산물고지에 도장을 받아 와서 이를 제당맞이와 회정맞이의 중요한 절차로 삼는다.

    자신의 근거지를 떠나서 이 먼 여행을 하는 이유는 신의 에너지가 일정 부분 고갈될 때에 영험한 곳으로 인식되는 개성을 다녀오면 그 기운을 보충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여행을 통해 만신은 신앙심을 회복하고 구도자로서의 자기갱신을 시도하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가진다.

    그러나 삼산돌기의 의미를 반추하면서 신상의 관념을 제도화하는 깊은 의미의 맥락이 있음을 이 절차로 감지할 수 있다. 신앙은 단순하게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연마와 갱신, 그리고 신 앞에서의 복종과 구도자로서의 삶을 다짐하면서 자신이 만신이 된 내력을 일깨우는 데 있다. 그 의미는 우리가 아무리 부정해도 되살아나는 아픈 고통과 신에 대한 복종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단골판을 다스리는 한 사람의 사제자는 신이 있는 곳까지 여행하고 돌아옴으로써 확실한 권능을 부여받고 자신의 갱신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삼산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평범한 사제자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 단골판의 체험이 삼산의 명기와 연결될 때 비로소 삿된 의미에서 벗어날 수 있다.

  2. 청계배웅-제당맞이-회정맞이 : 삼산을 다녀온 만신이 하는 굿의 구조적 구성에서도 진적굿의 의미는 명확하게 나타난다. 개성 덕물산을 다녀오는 것은 여러 당과 명소를 다녀오는 신화적 여행과 신앙적 신성 체험을 근간으로 한다. 여러 당에 있는 존재를 체험하고 그들에게 복종하며, 구도자로서 자기갱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흔히 이 과정에서 우리는 진적굿의 시작을 알리는 매우 중요한 절차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이 곧 청계배웅이 된다.

    청계는 곧 개성 덕물산에 있는 청계씨와 광대씨 같은 존재를 말한다. 이들은 그다지 바람직한 존재가 아니며, 굿판에 와서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이 청계를 벗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계만이 문제가 아니라 청계와 함께 온 총체적인 신격이 문제가 된다. 이들을 일관되게 물리치는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

    청계와 광대가 개성 덕물산의 당에 모셔져 있으므로 이들이 뒤를 따라와서 잡귀와 잡신을 물리는 행례를 필요로 한다.

    상당히 무섭게 생긴 이들 탈이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는 오늘날 알기 어렵다. 다만 청계는 사람에게 정신적인 이상을 일으키는 신격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 년 열두 달에 작용하는 청계홍수와도 있다고 생각한다. 광대 역시 이러한 각도에서 청계광대의 일종이라고 판단된다. 이들이 사람에게 일종의 해악을 끼치므로 이를 물리치는 절차를 행하지 않을 수 없다.

    제당맞이는 청계배웅과 구분되는 여러 신당의 신을 모시는 절차이다. 제당맞이 상은 두 개를 나란히 둔다. 제당상과 열두쟁반기가 그것이다. 제당상과 열두쟁반기는 제당의 여러 신령을 위한 상과 그에 뒤따르는 열두 대신을 위한 것이다. 주신은 제당의 신이고, 부신은 열두 대신일 수도 있고, 서로 대응하는 병렬적인 신일 수 있다.

    제당맞이는 흔히 빗갓을 쓰고, 홍천익과 홍치마를 입고서 상산물고지와 부채와 방울 등을 들고 하는 절차이다. 이 역시 하나의 신격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신격을 놀리는 제차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제당맞이상을 중심으로는 제당도령돌기를 한다. 제당도령돌기는 도령돌기와 대응하는 독자적인 거리이다.

    제당신을 초청해 음식도 대접하고 진적굿에서 공수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절차를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따라서 이 제당신의 효험을 감지할 수 있다. 하나의 신만이 아니라 제당신에 뒤따르는 신격의 모양새를 알려주는 중요한 절차이다.

    회정맞이는 뒷전 뒤에 하는 독자적인 절차이다. 전악은 흔히 굿이 끝나면 굿판에서 민적을 가르고(셈을 해서 돈을 나누고) 굿판을 떠나게 되는데 진적굿에서는 회정맞이에 따르는 음악을 조달하고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행할 수 없다. 진적굿에서 전악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3. 이태말미 삼년시력 : 진적굿은 만신의 개인적 사정과 단골판의 조화로운 관계를 구성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절대적인 구성 요건이 된다. 만신 개인의 준비로는 진적굿이 성립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만신은 공수나 덕담에서 무가를 항상 ‘이태말미 삼년시력’이라고 하는 상투어구로 구사한다. 이 말은 공년은 간단하게 넘기고 삼년이 되는 홀수 해에 진적을 드리는 모험을 감수한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신의 진적굿을 준비하는 과정과 공년으로 보내는 과정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단골판을 다스리는 사제자는 단골과 신앙적으로 돈독하게 결합해 있지만 단골판의 사제자로 존중받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신성한 능력과 권위로 신앙적인 성지 순례를 통해 보여주어야 할 책무가 있다.

    만신의 책무는 ‘상짐’을 지고 ‘채룽(차롱)’에 음식을 싸서 ‘노구메’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이러한 굿을 해마다 하는 것은 버겁고 감당하기에 벅찬 일이다. 그러므로 이를 해걸이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더구나 만신의 진적굿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균등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는 분배의 장이다. 이 분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참여와 균분이 일정하게 실현하도록 하는 단골판이다. 이것을 흔히 노누메기 또는 노나메기라는 말로 일정하게 실현하고 있었다.

    노누메기의 원리는 만신과 만신, 만신과 전악, 만신과 시봉자들, 만신과 단골들 사이에 구현된다. 자금을 단골이 대고 단골들은 신에게 신찬을 바치는 것이 노누메기의 기본적 원리이다. 단골은 이 원리에 입각해 단골판을 다스리는 제왕으로 존립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은 이제 사라졌다. 현금으로 대체되면서 전물보다 돈이 단골판을 다스리는 중요한 원리가 되었다. 단골판의 구조는 인간의 종교적 신앙심을 구현하는 얼개로 작동해 왔다. 사제자가 있으며, 사제자가 자신의 통치판도를 구현하는 것이다.

    진적굿의 사례에 입각한 착안을 구체적으로 해명하기 위해 내적 의미와 다르게 외적 의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삼산돌기(신화적 성지 순례, 내림굿의 재체험, 신기 보강) : 삼산돌기는 만신의 신화적 지리에 대한 탐구와 함께 성지 순례를 하는 과정의 구현이다. 이것은 자신의 단골판에서 성립한 단골판과 성지 순례 체험을 통해 공간적이고 신화적인 확장을 구현하는 특성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삼산돌기는 성지 순례의 면모를 구현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삼산돌기를 통해 신기를 보강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기(神氣)가 부족하고 원기가 없어 신을 모시고 사는 일이 불가능하게 된다.

    2. 청계배웅-제당맞이-회정맞이(제당의 신과 모든 신의 구조적 합일) : 굿을 하는 당일에 필요한 것은 신들의 화의이다. 일반적인 굿의 절차 속에 이 신들을 배치해 일정하게 놀려주는 일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진적굿의 굿 덕을 보고자 하는 노력이 증진된다.

      제당의 신과 일반적인 신의 다양한 위계가 구조적으로 결합하게 된다. 제당의 신과 만신의 몸주신이 결합하고 천신과 산신 계통의 신을 만나서 화의하게 하고, 아울러서 본향ㆍ가망ㆍ말명ㆍ대신말명의 신과 대안주의 신과 조상신을 결합하면서 일정한 위계를 구성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집안에 있는 가신을 놀린다.

    3. 이태말미 삼년시력 (단골판 다스리기, 신정합일의 원리) : 경제권과 일상권을 장악하고 이를 정치적인 화해와 다스림으로 귀일하는 과정이 이태말미와 삼년시력에서 구체화된다. 신의 이름 아래 모인 신도를 궁극적으로 다스리는 제일 원칙은 신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는 신을 통해 단골과 만신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진적굿은 해마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신도들의 결속력을 다지고 단골판의 제정일치를 위하는 근간 원리를 구현한다. 신을 모시는 사제자, 신을 믿는 단골들이 가장 밀접하게 확인되는 굿판이다.

의의

  1. 다른 고장에서도 진적굿류의 굿이 있다. 황해도 굿판에서는 봄과 가을로 구분해 봄철에는 ‘꽃맞이’와 ‘잎맞이’라고 하며, 가을철에는 ‘단풍맞이’, ‘신곡차례정성’이라고 부른다.
    자연의 순환과 질서를 적용하여 이를 진적굿이라는 독자적인 개념을 창안한 것이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자연적 전환 속에서 인간의 질서를 창조하고, 이에 따른 굿을 만들어서 신을 기리는 일을 했다. 이런 식으로 인간과 자연, 신과 인간 등이 동일한 질서를 찾아가는 조화를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2. 만신을 위한 굿 가운데 2대 갈래가 곧 내림굿과 진적굿이다. 내림굿을 한 날이 곧 새로운 신을 섬기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날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신이 내린 날이 곧 만신의 진적굿 날짜가 된다. 만신의 진적굿과 내림굿은 이러한 의미에서 무당에게 소중한 날이다. 단골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체험을 다시 확인하고, 사제자의 권능을 인정하면서 그 만신과 맺은 관계를 신의 이름으로 기리는 날이 된다.
    만신은 단골판 위에서 존립할 때 진정한 가치를 가진다. 성지 순례를 거쳐 진정한 구도자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내림굿의 존엄성과 신성한 가치를 거듭 확인하는 순간이다.
  3. 만신의 진적굿과 단골판의 천신 및 성주받이는 깊은 관련이 있다. 만신이 꽃맞이 정성을 들이고 단풍맞이 정성을 들이듯이 단골판의 단골은 형편에 따라서 자신의 굿을 하게 되는데 봄에는 천신, 가을에는 성수받이를 지낸다.
  4. 진적굿과 치성을 통해 맺어지는 강신무권의 신앙판은 단골판이라고 한다. 이 단골판의 걷이나 세습무권의 봄걷이 및 가을걷이는 서로 깊이 관련된다. 이 둘은 형식적인 방식이 다를 뿐 내용면에서는 서로 깊은 관련이 있다. 이 단골판의 내용을 보면 경제력의 근간을 이루는 점이 일치한다. 다만 후불제인가 맞돈을 내는가에 차이가 있다.
    단골판에서 봄과 가을은 전통적 방식으로 하는 굿의 경제적 분배와 교환이 맞물려 있다. 경제적 자본의 회전과 이를 재분배하는 것에 기초해 굿이 짜여지고 형태가 다른 굿에도 성립된다.

참고문헌

서울굿의 다양성과 구조 (김헌선, 한국무속학 12, 한국무속학회,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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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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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무속신앙 > 무속제의

집필자 김헌선(金憲宣)

정의

만신의 강신이 이루어진 날을 잡아서 자신의 몸주신과 여타의 신격에 감사의례를 올리는 굿. 이 굿은 본디 진적이라고 약칭하였으나 이것이 일반화되면서 진적굿이라고 널리 쓰였다. 진적은 ‘진작’이라고 하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진작(進爵)은 의궤 등에서도 보이는 특별한 명칭이다. ‘잔을 올린다’고 하는 것으로 신에게 감사의 술잔을 올린다는 말이기도 하고, 특정한 제차를 말하기도 한다.

내용

강신무권에서 봄과 가을로 계절이 바뀌고 특정하게 이 굿을 하게 된다. 진달래꽃이 피거나, 잎이 새로이 돋아나거나, 가을걷이가 마무리된 때에 이 굿을 한다.

2009년에 진행된 서울 진적굿의 사례이다. 이를 굿거리별에 의해 도표로 제시하면 다음과같다.

순서 서울진적굿 구분 굿거리 특징 (진적굿의 구조) 1 주당물림 2 초부정 초부정 3 초가망 4 본향노랫가락 본향 앉은굿(A1) 5 청계배웅/진적 말명 진적굿의 특징 구현 6 상산노랫가락 상산 앉은굿(B1) 7 천궁불사맞이 맞이 8 제당맞이 맞이 9 산바라기 맞이 10 본향바라기 맞이(본향 선굿 A2) 가망헤치기 말명놀리기 대신말명놀리기 11 관성제군 대안주 1 12 신장 13 상산마누라 대안주2(상산 선굿 B2) 14 별상 15 민중전마마굿 특별한 굿거리 16 대감 대감의 분화 중시 17 대감 18 조상 본향가망말명 조상 분리 19 안당제석 20 성주군웅 21 대신몸주놀리기 굿거리 아님 22 창부거리 23 작두신령 24 몸주놀리기 굿거리 아님 25 몸주놀리기 굿거리 아님 26 계면할머니 27 뒷전 28 회정맞이 맞이

굿이 일정한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 덩어리는 굿을 운용하는 일정한 단위이다. 굿거리의 단순한 제차가 아니라 굿거리를 좀 더 크게 묶는 단위이다. 이를 흔히 전통적인 용어로 맞이라 한다.

여느 굿과 다르게 맞이가 진적굿에 많다는 사실은 진적굿이 여느 굿과 다르게 일정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거리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청계배웅ㆍ천궁불사맞이ㆍ제당맞이ㆍ산바라기ㆍ본향바라기ㆍ회정맞이 등으로, 진적굿의 복합적인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단서이다.

이 굿거리의 특징은 신의 위계에 따라 여러 신격이 단계적으로 복합된다는 점에 있다. 아울러 남신과 여신이 동등한 대우를 이룩하면서 신격의 복합화를 시도하고 있는 점도 남다르다.

굿거리의 전반적인 구조는 여느 굿과 다르지 않으나 앉은굿의 노랫가락과 선굿의 굿거리가 구조적으로 대응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노랫가락 사이에 특정한 굿거리 요소를 삽입하는 면모가 있으며, 곧 바로 이어서 청계배웅과 만신말명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체로 굿거리의 일반적인 구성은 천신, 공간신, 인격신, 가신, 잡신 등 일정한 신격의 위계와 원리에 입각한다. 인격신을 놀리는 과정에서 만신의 으뜸인 조종신을 먼저 놀리고, 조상신을 나중에 이어서 놀리는 점이 남다르다. 또한 대감신과 조상신이 서로 연계된 점도 특징적이다.

여기에 진적굿에서만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그것은 진적굿을 ‘이태말미 삼년시력’이라고 하는 구성 속에서 온전한 진적굿을 하면 청계배웅ㆍ제당맞이ㆍ회정맞이 등이 첨가 된다는 점이다. 진적굿의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삼산돌기 : 삼산돌기는 만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신령의 기운이 높은 것으로, 만신들의 말로는 영검이 많은 곳을 돌아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삼산은 영기가 있는 특정한 산을 이른다. 그러나 물도 일정한 구실을 하게 되며, 명산대천을 돌아오는 것이 핵심이다. 삼산돌기는 만신의 진적굿 준비에 핵심적인 절차이다.

삼산돌기의 전통적인 방식은 만신들의 조종이라고 하는 개성 덕물산의 상산마누라 최영 장군에게 다녀오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남한과 북한이 갈려서 가지 못하기 때문에 삼산돌기가 변형된 것이다. 개성 덕물산을 다녀오는데 수영반장, 밥할머니, 임진강의 박씨만신과 임씨만신, 상산당의 안당과 밖당 등의 주요한 곳을 다녀오는 특징이 있다.

개성 덕물산을 다녀오는 데 있어서는 상산물고지를 받아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대신하여 국사당에서 권능을 행사한다. 이 권능을 받아서 개성 덕물산에서 상산물고지에 도장을 받아 와서 이를 제당맞이와 회정맞이의 중요한 절차로 삼는다.

자신의 근거지를 떠나서 이 먼 여행을 하는 이유는 신의 에너지가 일정 부분 고갈될 때에 영험한 곳으로 인식되는 개성을 다녀오면 그 기운을 보충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여행을 통해 만신은 신앙심을 회복하고 구도자로서의 자기갱신을 시도하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가진다.

그러나 삼산돌기의 의미를 반추하면서 신상의 관념을 제도화하는 깊은 의미의 맥락이 있음을 이 절차로 감지할 수 있다. 신앙은 단순하게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연마와 갱신, 그리고 신 앞에서의 복종과 구도자로서의 삶을 다짐하면서 자신이 만신이 된 내력을 일깨우는 데 있다. 그 의미는 우리가 아무리 부정해도 되살아나는 아픈 고통과 신에 대한 복종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단골판을 다스리는 한 사람의 사제자는 신이 있는 곳까지 여행하고 돌아옴으로써 확실한 권능을 부여받고 자신의 갱신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삼산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평범한 사제자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 단골판의 체험이 삼산의 명기와 연결될 때 비로소 삿된 의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청계배웅-제당맞이-회정맞이 : 삼산을 다녀온 만신이 하는 굿의 구조적 구성에서도 진적굿의 의미는 명확하게 나타난다. 개성 덕물산을 다녀오는 것은 여러 당과 명소를 다녀오는 신화적 여행과 신앙적 신성 체험을 근간으로 한다. 여러 당에 있는 존재를 체험하고 그들에게 복종하며, 구도자로서 자기갱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흔히 이 과정에서 우리는 진적굿의 시작을 알리는 매우 중요한 절차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이 곧 청계배웅이 된다.

청계는 곧 개성 덕물산에 있는 청계씨와 광대씨 같은 존재를 말한다. 이들은 그다지 바람직한 존재가 아니며, 굿판에 와서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이 청계를 벗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계만이 문제가 아니라 청계와 함께 온 총체적인 신격이 문제가 된다. 이들을 일관되게 물리치는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

청계와 광대가 개성 덕물산의 당에 모셔져 있으므로 이들이 뒤를 따라와서 잡귀와 잡신을 물리는 행례를 필요로 한다.

상당히 무섭게 생긴 이들 탈이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는 오늘날 알기 어렵다. 다만 청계는 사람에게 정신적인 이상을 일으키는 신격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 년 열두 달에 작용하는 청계홍수와도 있다고 생각한다. 광대 역시 이러한 각도에서 청계광대의 일종이라고 판단된다. 이들이 사람에게 일종의 해악을 끼치므로 이를 물리치는 절차를 행하지 않을 수 없다.

제당맞이는 청계배웅과 구분되는 여러 신당의 신을 모시는 절차이다. 제당맞이 상은 두 개를 나란히 둔다. 제당상과 열두쟁반기가 그것이다. 제당상과 열두쟁반기는 제당의 여러 신령을 위한 상과 그에 뒤따르는 열두 대신을 위한 것이다. 주신은 제당의 신이고, 부신은 열두 대신일 수도 있고, 서로 대응하는 병렬적인 신일 수 있다.

제당맞이는 흔히 빗갓을 쓰고, 홍천익과 홍치마를 입고서 상산물고지와 부채와 방울 등을 들고 하는 절차이다. 이 역시 하나의 신격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신격을 놀리는 제차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제당맞이상을 중심으로는 제당도령돌기를 한다. 제당도령돌기는 도령돌기와 대응하는 독자적인 거리이다.

제당신을 초청해 음식도 대접하고 진적굿에서 공수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절차를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따라서 이 제당신의 효험을 감지할 수 있다. 하나의 신만이 아니라 제당신에 뒤따르는 신격의 모양새를 알려주는 중요한 절차이다.

회정맞이는 뒷전 뒤에 하는 독자적인 절차이다. 전악은 흔히 굿이 끝나면 굿판에서 민적을 가르고(셈을 해서 돈을 나누고) 굿판을 떠나게 되는데 진적굿에서는 회정맞이에 따르는 음악을 조달하고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행할 수 없다. 진적굿에서 전악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태말미 삼년시력 : 진적굿은 만신의 개인적 사정과 단골판의 조화로운 관계를 구성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절대적인 구성 요건이 된다. 만신 개인의 준비로는 진적굿이 성립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만신은 공수나 덕담에서 무가를 항상 ‘이태말미 삼년시력’이라고 하는 상투어구로 구사한다. 이 말은 공년은 간단하게 넘기고 삼년이 되는 홀수 해에 진적을 드리는 모험을 감수한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신의 진적굿을 준비하는 과정과 공년으로 보내는 과정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단골판을 다스리는 사제자는 단골과 신앙적으로 돈독하게 결합해 있지만 단골판의 사제자로 존중받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신성한 능력과 권위로 신앙적인 성지 순례를 통해 보여주어야 할 책무가 있다.

만신의 책무는 ‘상짐’을 지고 ‘채룽(차롱)’에 음식을 싸서 ‘노구메’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이러한 굿을 해마다 하는 것은 버겁고 감당하기에 벅찬 일이다. 그러므로 이를 해걸이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더구나 만신의 진적굿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균등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는 분배의 장이다. 이 분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참여와 균분이 일정하게 실현하도록 하는 단골판이다. 이것을 흔히 노누메기 또는 노나메기라는 말로 일정하게 실현하고 있었다.

노누메기의 원리는 만신과 만신, 만신과 전악, 만신과 시봉자들, 만신과 단골들 사이에 구현된다. 자금을 단골이 대고 단골들은 신에게 신찬을 바치는 것이 노누메기의 기본적 원리이다. 단골은 이 원리에 입각해 단골판을 다스리는 제왕으로 존립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은 이제 사라졌다. 현금으로 대체되면서 전물보다 돈이 단골판을 다스리는 중요한 원리가 되었다. 단골판의 구조는 인간의 종교적 신앙심을 구현하는 얼개로 작동해 왔다. 사제자가 있으며, 사제자가 자신의 통치판도를 구현하는 것이다.

진적굿의 사례에 입각한 착안을 구체적으로 해명하기 위해 내적 의미와 다르게 외적 의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산돌기(신화적 성지 순례, 내림굿의 재체험, 신기 보강) : 삼산돌기는 만신의 신화적 지리에 대한 탐구와 함께 성지 순례를 하는 과정의 구현이다. 이것은 자신의 단골판에서 성립한 단골판과 성지 순례 체험을 통해 공간적이고 신화적인 확장을 구현하는 특성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삼산돌기는 성지 순례의 면모를 구현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삼산돌기를 통해 신기를 보강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기(神氣)가 부족하고 원기가 없어 신을 모시고 사는 일이 불가능하게 된다.

청계배웅-제당맞이-회정맞이(제당의 신과 모든 신의 구조적 합일) : 굿을 하는 당일에 필요한 것은 신들의 화의이다. 일반적인 굿의 절차 속에 이 신들을 배치해 일정하게 놀려주는 일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진적굿의 굿 덕을 보고자 하는 노력이 증진된다.

제당의 신과 일반적인 신의 다양한 위계가 구조적으로 결합하게 된다. 제당의 신과 만신의 몸주신이 결합하고 천신과 산신 계통의 신을 만나서 화의하게 하고, 아울러서 본향ㆍ가망ㆍ말명ㆍ대신말명의 신과 대안주의 신과 조상신을 결합하면서 일정한 위계를 구성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집안에 있는 가신을 놀린다.

이태말미 삼년시력 (단골판 다스리기, 신정합일의 원리) : 경제권과 일상권을 장악하고 이를 정치적인 화해와 다스림으로 귀일하는 과정이 이태말미와 삼년시력에서 구체화된다. 신의 이름 아래 모인 신도를 궁극적으로 다스리는 제일 원칙은 신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는 신을 통해 단골과 만신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진적굿은 해마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신도들의 결속력을 다지고 단골판의 제정일치를 위하는 근간 원리를 구현한다. 신을 모시는 사제자, 신을 믿는 단골들이 가장 밀접하게 확인되는 굿판이다.

의의

다른 고장에서도 진적굿류의 굿이 있다. 황해도 굿판에서는 봄과 가을로 구분해 봄철에는 ‘꽃맞이’와 ‘잎맞이’라고 하며, 가을철에는 ‘단풍맞이’, ‘신곡차례정성’이라고 부른다.
자연의 순환과 질서를 적용하여 이를 진적굿이라는 독자적인 개념을 창안한 것이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자연적 전환 속에서 인간의 질서를 창조하고, 이에 따른 굿을 만들어서 신을 기리는 일을 했다. 이런 식으로 인간과 자연, 신과 인간 등이 동일한 질서를 찾아가는 조화를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만신을 위한 굿 가운데 2대 갈래가 곧 내림굿과 진적굿이다. 내림굿을 한 날이 곧 새로운 신을 섬기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날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신이 내린 날이 곧 만신의 진적굿 날짜가 된다. 만신의 진적굿과 내림굿은 이러한 의미에서 무당에게 소중한 날이다. 단골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체험을 다시 확인하고, 사제자의 권능을 인정하면서 그 만신과 맺은 관계를 신의 이름으로 기리는 날이 된다.
만신은 단골판 위에서 존립할 때 진정한 가치를 가진다. 성지 순례를 거쳐 진정한 구도자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내림굿의 존엄성과 신성한 가치를 거듭 확인하는 순간이다. 만신의 진적굿과 단골판의 천신 및 성주받이는 깊은 관련이 있다. 만신이 꽃맞이 정성을 들이고 단풍맞이 정성을 들이듯이 단골판의 단골은 형편에 따라서 자신의 굿을 하게 되는데 봄에는 천신, 가을에는 성수받이를 지낸다. 진적굿과 치성을 통해 맺어지는 강신무권의 신앙판은 단골판이라고 한다. 이 단골판의 걷이나 세습무권의 봄걷이 및 가을걷이는 서로 깊이 관련된다. 이 둘은 형식적인 방식이 다를 뿐 내용면에서는 서로 깊은 관련이 있다. 이 단골판의 내용을 보면 경제력의 근간을 이루는 점이 일치한다. 다만 후불제인가 맞돈을 내는가에 차이가 있다.
단골판에서 봄과 가을은 전통적 방식으로 하는 굿의 경제적 분배와 교환이 맞물려 있다. 경제적 자본의 회전과 이를 재분배하는 것에 기초해 굿이 짜여지고 형태가 다른 굿에도 성립된다.

참고문헌

서울굿의 다양성과 구조 (김헌선, 한국무속학 12, 한국무속학회,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