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굿(利市巫祭)

재수굿

한자명

利市巫祭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무속신앙 > 무속제의

집필자 이관호(李官浩)

정의

가정의 안녕과 재복(財福), 자손의 창성(昌盛), 가족의 수복(壽福) 등 집안에 재수가 형통하기를 빌기 위해 계절의 새로운 과일을 신령에게 바치며 지내는 넓은 의미에서의 무속제의.

역사

기록에 전하는 바 우리 민족은 예부터 봄·가을, 특히 가을 추수가 끝난 뒤 천제(天祭; 하느님굿)를 지내왔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재수굿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전통은 ‘한양열두거리’란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굿을 열두 거리로 논다는 뜻이다. 19세기 말에 그려진 「무당내력(巫黨來歷)」이란 책에 거리별로 열두거리굿을 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으며, 일본인 학자 아카마쓰 지조(赤松智城)와 아키바 다카시(秋葉隆)도 『朝鮮巫俗の硏究』에서 「경성십이제차(京城十二祭次)」라 하여 서울 지역 천신굿 열두 거리의 신가(神歌)를 채록하고 있다.

내용

보통 천신굿으로 불리는 재수굿은 계절의 새로운 소산을 신령에게 올리는 굿으로, 한국 무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굿이다. 재수굿을 기본으로, 해당 굿의 특징적인 내용을 첨가함으로써 ‘진오기굿’ 등 여러 형태의 다양한 굿거리가 파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천신굿과 재수굿의 차이를 살펴보면 재수굿은 서민들이 주로 하던 굿인 반면에 천신굿은 상류층이나 부유층이 격식을 제대로 갖춰 놀던 굿이다.

재수굿은 산 사람의 안녕과 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죽은 이의 영혼천도를 목적으로 하는 진오기굿과 대별된다. 명칭에 있어서도 지역에 따라 천신굿·경사굿·도신굿·성주굿·안택굿·신성굿·철물이굿(철맞이굿)이라 부른다. 여기서 철물이굿은 계절에 따라·꽃맞이굿·잎맞이굿·햇곡맞이굿·신곡맞이굿·단풍맞이굿 등으로도 불린다. 대개 중부지역에서 널리 행해지는 이 굿은 1년 또는 2년에 한 번 거행된다. 여기서 전통적으로 서울지역의 재수굿은 단골의 신분에 따라 상류층이나 부유층의 경우 천신(薦新)굿이라 하였고, 일반 하층민들의 경우 재수굿이라 하였다.

재수굿은 정기적으로 해마다 또는 2~3년에 한 번 치른다. 다만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특별히 재수를 빌어야 할 일이 발생하면 수시로 굿을 하기도 한다. 굿 날짜는 길일로 잡아야 한다. 시기적으로는 대개 정초 또는 봄·가을에 치르며 가족의 생기복덕을 보고 결정한다. 그러나 옛날에는 택일을 전문으로 하는 판수가 있어 판수에게 맡겼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무당이 직접 날짜를 잡는다.

굿은 보통 3~4명의 무당과 3~4명의 악사가 참여한다. 굿을 할 팀이 구성되면 2~3일 전에 굿값을 받아 전물(奠物)의 재료를 구입하는 등 직접 제물을 준비한다. 이때 제물은 신령이 드시는 성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무당이 직접 준비해야 한다. 모든 굿 준비가 끝나면 당일 아침 일찍 원무(元巫)는 전물과 신복(神服)·신구(神具) 등을 상짐이라 부르는 일꾼에게 지게하고, 만신 및 악사들과 함께 제갓집이나 굿당으로 향한다. 재수굿은 원래 아침에 시작하면 그날 밤을 새고 이튿날 아침까지 놀았고, 저녁에 시작하면 그 다음날 저녁에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래 시간이 단축되어 아침에 시작하면 저녁에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수굿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에서 친족과 이웃을 초청하여 잔치처럼 치르는 축원을 위한 경사굿이다. 따라서 신과 인간을 고루 대접함으로써 집안의 안녕과 길복을 계속 유지하고자 함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재수굿은 사회변동에 따라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사례

재수굿 중 서울·경기 지역의 상류층이나 부유층이 즐겨 놀았던 전통적인 천신굿의 구성과 순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부정-가망(청배)-진적 : 굿 첫머리의 준비과장으로, 굿판을 정화(淨化)하고 제반 신령을 청하여 모신 다음 술잔을 올려 정성을 보이는 의례이다. 굿 준비가 완료되면 부정에 앞서 집안의 주당살(周堂煞)을 제거하기 위한 주당물림을 행한다. 주당물림은 상산군웅(上山軍雄)만이 제압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신령을 상징하는 홍철릭을 굿청 안이나 문에다 걸어 놓고 장구와 제금만으로 굿거리와 당악을 느리게 치다가 갑자기 몰아친다. 그러면 그 위세에 눌려 주당살이 물러난다.

    주당물림이 끝나면 무당은 앉아서 노랫가락의 장단으로 장구를 치면서 부정신가를 부르며 부정거리를 시작한다. 부정거리에서는 가망·호구·불사·말명·상산·대감·군웅·성주·걸립·맹인·서낭·영산·상문(喪門) 등과 같은 각종 신령이 거론된다. 이들 가운데 걸립·맹인·서낭·영산·상문 등은 대개 뒷전에서 모셔지는 잡귀·잡신들이고, 가망·호구·불사·말명·상산·대감·군웅·성주 등은 본 과장에 등장하는 정신(正神)들이다.

    부정거리 다음에 이어지는 가망거리는 제반 신령을 굿판으로 모시는 거리로, 가망청배·가망노랫가락·사방청배·가망공수의 순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가망청배는 가망을 청하는 절을 올린다는 뜻으로, 가망거리는 인간사의 모든 근원, 특히 인간의 뿌리인 시조에 대한 숭앙의 뜻으로 펼치는 굿거리이다.

    진적[進爵]은 청하여 모신 신령들에게 술을 올리는 거리순서를 말한다. 이 거리에서는 산마누라에게만 약주를 올리고 산마누라 노랫가락을 부른다.

  2. 불사거리 : 불사거리를 불사맞이·천존굿·제석거리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불사는 부처를 가리키며, 천존은 옥황천존의 약칭이다. 이들 두 신은 각기 불교와 도교의 지고(至高)한 신령들이다. 제석 역시 불교의 신령이나 무속에서는 한민족의 하느님인 환인(桓因)으로 생각하여 믿고 있다. 이로 보아 불사거리는 지고신인 천신(天神)을 모시는 거리라 할 수 있다.

    불사거리는 그 자체가 열두 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즉 ‘불사·천궁(天宮)호구·천궁말명·천궁제장·천궁신장·천궁대감·천궁창부·천궁걸립·천궁서낭·천궁영산·천궁상문·천궁수비’ 등이 그것이다. 굿청 맨 위쪽 왼편에 불사상이 차려지면 다홍치마 위에 가사장삼을 입고 고깔을 쓴 원무당이 부채와 방울을 들고 장구잽이와 함께 불사만수받이를 시작한다. 이어 신이 실리면 제갓집에 공수[空唱]를 내린다. 공수를 주고 난 뒤에는 다시 반주에 맞춰 춤을 춘 다음 다시 공수를 내린다. 그런 다음 바라타령을 신나게 부르고 이어 손님들로부터 제금을 펼쳐들고 시줏돈을 받아 불사상에 붓는다.

    끝으로 무당은 산(算)보기와 소지를 행한다. 여기서 산보기는 일종의 점으로, 대개 쌀이나 대추 또는 잣을 이용한다. 방법으로는 제금에 쌀을 가득 담은 무당이 제갓집 식구들에게 일일이 다니면서 제금을 까불어 쌀을 떨어뜨려 준다. 이때 치마에 떨어진 쌀알을 세 개씩 가려 나머지가 없거나 짝수가 나오면 길(吉)한 것이고, 홀수가 나오면 흉한 것으로 여겼다. 산보기가 끝나면 무당은 신복을 벗고 소지를 올린다. 소지는 제갓집 가족 수대로 올린다. 이를 몸소지라고 한다. 소지가 잘 올라가면 건강하고, 그렇지 못하면 건강이 좋지 못할 징조로 여긴다.

  3. 호구 : 호구를 한자로 호귀(胡鬼) 또는 호구(戶口)라 쓴다. 한자어에서 보듯이 호구에 관한 설은 여럿이 있다. 우선 원(元)나라의 고려 침공과 원의 부마국 시절 원나라에 끌려간 수많은 우리 처녀 가운데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혼령이 나중에 호구로 모셔졌다는 설과 중국 강남에서 유래하여 우리나라에 들어온 천연두신이라는 설이 있다. 뒤에 설과 관련하여 호구거리는 천연두에 걸려 곰보로 죽은 부녀자를 위해 노는 거리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호구거리에서 무당은 다홍치마에 당의(唐衣)를 입고 오른손에 흰 부채, 왼손에 무당방울과 붉은 면사포를 들고 나선다. 주악이 울리면서 무당은 당악(唐樂) 장단에 맞춰 춤을 추다가 호구신이 내리면 공수를 준다. 이어 붉은 면사포를 덮어쓰고 방울과 부채를 쥔 손을 높이 올려 무당의 몸을 붉은 면사포로 덮은 가운데 춤을 추다가 공수를 내린다. 마지막으로 붉은 면사포를 벗어 양손에 든 채 다시 공수를 내린다. 호구신으로는 상·중·하단의 호구와 성인호구·상산호구·전안호구·애기씨호구·형제호구·대신호구·관왕(關王)대전호구 등이 있다.

  4. 본향(산신) : 본향은 성과 씨를 준 본향을 일컫는 말로, 산바래기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여기에는 좀 더 광범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즉 우리 민족의 첫 조상인 단군이 후에 산신이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본향산신이라고도 부른다. 본향산신은 한 집안의 조상이 묻혀 있는 조상의 산신과 단군으로 대표되는 한민족의 산신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본향산신은 본향조상·본향가망·대신할머니·도당말명 등 본향과 관련된 한 계열의 여러 거리를 곁들인다. 본향거리에서 무당은 홍철릭에 빗갓을 쓴 차림으로 본향종이를 양손에 들고서 제갓집의 본향산을 향해 흔들어 가며 산신의 강림을 축원한다. 신이 내리면 무당은 본향 공수를 제갓집에 준다. 본향상에는 시루떡 세 접시, 삼색과일, 밤과 대추, 술 석 잔이 올려진다. 양 옆에는 촛대가 놓여지며 본향종이도 함께 올려진다.

  5. 조상 : 조상거리에서는 내외 4대 조상을 모시는 거리이다. 조상거리 상에는 편떡 세 접시, 삼색과일, 술 석 잔에 도라지·고사리·시금치 등을 놓고 더러는 다시마튀각·북어포 등을 올리기도 한다. 작은 굿의 경우에는 무당이 협수만 입고 부채와 방울을 들고 놀지만 큰 굿의 경우 홍철릭에 빗갓을 쓴다. 무당은 장단에 맞춰 춤을 추다가 조상신이 내리면 껑충껑충 도무(跳舞)를 한다. 그러다가 살아있을 때 조상의 몸짓과 말투로 공수를 준다. 조상이 내리는 순서는 대개 선대 할아버지·할머니 내외, 이대 봉사 할아버지·할머니 내외, 할아버지·할머니 내외,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부모님 순으로 온다.

    한편 본향거리까지만 하더라도 신명이 나고 축제판이던 굿판은 조상거리로 들어오면서 숙연해진다. 제갓집 식구들은 어느 조상이 들어와 무슨 말을 하는지 긴장하고, 이웃들은 개인적으로 알았거나 들었던 그 조상들을 회상하며 공수에 귀 기울인다.

  6. 대신 할머니 : 노랑 몽두리를 입고 손에 방울을 쥔 할머니가 바로 대신 할머니이다. 대신 할머니는 무당의 조상, 즉 무업을 하다 죽은 무조(巫祖)를 일컫는다. 무당들에 따라 이 거리를 생략하거나 순서를 뒤바꿔 놀기도 한다. 만신의 몸주로서 대신 할머니는 장구 치는 법, 춤추는 법 등을 가르쳐 주는 신령이다.

  7. 전안거리 : 전안거리에서는 중국의 관운장(關雲長)의 신령만 모시거나 촉(蜀)의 유비·관우·장비 삼형제와 오호(五虎)대장 등 중국의 신령을 모신다. 전안거리는 이 계통의 신령을 모신 만신만이 모실 수 있다. 무당은 남치마에 협수·전복의 신장의대(神將衣帶)를 먼저 입은 위에 황포 또는 황철릭을 입은 다음 각띠를 두른다. 여기서 황포는 이 거리의 주신인 관제(關帝)의 황제격 위의(威儀)를 나타낸다. 그런 다음 양손으로 금관을 받쳐 들고 주악에 맞춰 춤을 춘다. 왼손에는 관제의 몸기(旗)로서 남색 기와 홍색 기, 오른손에는 청룡도를 각각 들고 춤을 춘다. 신이 내리면 길군악 장단으로 넘어가고 또 자진굿거리로 논다. 말을 탄 듯한 자세로 춤을 추다가 공수를 내린다. 마지막으로 명잔(命盞)·복잔(福盞)이라 하여 술잔을 제갓집에 권한다. 전안상은 위축상(位祝床)이라 하여 대청마루의 상차림에서 뒤편 왼쪽에 차리는데, 반드시 둥근상에 차린다. 개피팥찰떡 위에 천장편 셋을 놓고 그 위에다 각기 수팥연을 꽂아 뒤편에 자리하고 그 옆으로 밤과 대추, 그 앞에는 어포·미나리·육포를 각각 놓는다. 맨 앞에는 배·감·사과를 접시에 담아 차린다.

  8. 신장-작두 : 신장거리는 오방신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신장거리에 들면 무당은 전안거리 복장인 금관·홍포·각띠를 벗고 그 위에 전립(戰笠)이라 불리는 안울립벙거지를 쓰고 손에는 오방신장기(五方神將旗)를 든다. 그런 다음 높이 도무하면서 춤을 추고 공수를 내린다. 이어 오방신장기로 신장기 점을 친다. 신장기 깃대를 뽑아 점을 치는데, 검은색은 죽을 운수, 파란색은 우환, 노란색은 조상, 하얀색은 천신(天神), 빨간색은 재수를 상징한다. 한편 신장거리의 상차림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마루굿상 전부에다 별도로 신장시루 하나가 있을 뿐이다.

    한편 작두거리를 장수거리라고도 한다. 작두거리는 여느 거리와 달리 마당에서 펼쳐진다. 무당은 신장거리 복장에 검무(劍舞) 칼을 들고 춤을 추다가 신이 내리면 맨발로 작두를 탄다. 공수가 내리면 작두에서 내려와 부채와 방울을 들고 춤을 추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러한 작두거리는 장수신이 내려야만 탈 수 있다. 장수신으로는 관우와 같은 중국 장수신과 최영 장군과 같은 우리나라 장수신이 있다. 이들 장수신은 제갓집의 안과태평과 무운장구를 축원해 준다.

  9. 상산거리 : 상산거리를 상산마누라거리 또는 산마누라거리·마누라거리라고도 한다. 이 거리의 주신은 최영 장군이며, 한라산 여장군과 평산 신장군·임장군 등을 함께 모신다. 여기서 상산은 최영 장군 사당이 있는 덕물산(德物山)의 별칭으로서 상산마누라는 덕물산의 상전, 즉 덕물산의 주인님이란 뜻이다. 상산거리 상차림은 대개 이 거리에 이어지는 별상거리의 별상거리 상차림을 겸해 사용된다. 개피팥편을 뒤쪽 한가운데 놓고 그 조금 앞으로 양옆에 누름부침개와 세반강정이 각 1기, 양쪽에는 산자·약과·배·감·계면떡이 1기씩 차려진다. 상 양 측면에는 촛대가 놓인다. 여기에 별도로 안주상이 차려진다.

    한편 무당은 무지견 치마에 갈매막대기를 싸서 치마끈으로 허리에 메고 그 위에 다시 무지견 치마를 두른다. 그리고 남치마·협수·전복·전띠를 두른 다음 전띠에 부채를 매단다. 이어 그 위에 남철릭을 입고 대띠를 두른 다음 두루주머니 세 개를 매단다. 머리에는 큰머리를 올리고, 그 위에 호수빗갓을 쓴다.

  10. 별상-대감 : 별상은 연산군·광해군·사도세자와 같이 왕위를 지키지 못하였거나 계승하지 못하고 비명(非命)에 죽은 이들을 일컫는다. 별상거리는 대개 같은 무당이 상산거리에 붙여 논다. 상산거리 복장에서 갓과 남철릭을 벗고 머리에는 큰머리를 올린 다음 전립을 쓴다.

    대감에는 안[內]대감과 밖[外]대감이 있다. 안대감을 웃대감, 밖대감을 아랫대감이라고도 한다. 웃대감으로는 상산대감·별상대감·신장대감·전안대감·제갓집군웅대감·몸주대감 등을 들 수 있고, 아랫대감으로는 도당대감·부군대감·터대감·수문장대감 등이 있다. 굿을 할 때는 군웅대감·벼슬대감·몸주대감·터대감 순으로 논다. 제갓집 조상 중에 높은 벼슬을 지낸 사람이 있으면 군웅대감과 벼슬대감을 논다. 이런 경우에는 홍철릭을 더 입는다. 보통 대감거리에서는 웃대감으로 몸주대감, 아랫대감으로 터줏대감을 각각 모시고 논다. 대감거리에서 무당은 쾌자를 입고 안울립벙거지를 쓴 다음 전복을 입고 전 띠를 맨다. 그런 다음 부채를 들고 대감 청배를 한다. 한편 대감상에는 찰팥편 두 접시, 우족 한 개, 탁주 한 사발을 차린다.

  11. 무감 : 무감은 한자로 무당의 느낌이란 무감(巫感)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떤 무당은 이를 ‘무관(舞觀)이라고도 한다. 즉 무당과 악사들이 잠시 쉬는 틈을 타서 기대무당이 장구채를 쥐고 굿거리장단을 치면서 누구든 나오기를 청하면 신명이 많은 여인들이 나와 한바탕 춤판이 벌어진다. 이를 무감이라 한다. 즉 제갓집 며느리를 비롯하여 딸 등 여인들이 나와 춤을 추면서 평소에 하지 못한 말들을 신의 말로써 대신 전하는 거리이다.

  12. 제석-호구 : 무감거리가 끝나면 이어 무당은 홍치마에 장삼을 입고 띠를 맨 다음 고깔을 쓰고 안당제석거리를 논다. 제석거리 또한 불사거리와 같은 순서로 논다. 제석 역시 불사와 마찬가지로 천신(天神)의 성격을 지닌 신령이다. 따라서 불사거리와 마찬가지로 제석에 붙여 호구거리가 이어진다. 한편 제석거리 중 창부·계면 거리에서는 이른바 가신을 신령으로 모신다.

  13. 성주-군웅 : 성주거리는 성주받이 또는 성주군웅거리라고도 하며, 지역에 따라서는 성주굿이라고도 한다. 한자로는 「무당내력」에 성조(成造)라 기록되어 있고, 성주(成主)·성주(城主) 등으로도 쓰인다. 여기서 보아 알 수 있듯이 성주신은 한 집안 또는 한 나라를 지켜주는 신령이다. 성주거리에서 무당은 남치마에 홍철릭을 입고 빗갓을 쓴 다음 성주 만수받이를 하고 춤을 춘다. 오른손에는 부채를, 왼손에는 성주군웅소지 석 장에 돈 세 푼을 싼 것을 각각 들고 춤을 춘다. 이어 공수가 내리면 술잔을 돌리고 성주노래가락을 부른 다음 소지를 올린다. 성주상에는 맨 앞쪽에 성주시루를 놓고, 그 뒤로 대감떡 위에 우족을 올린다. 맨 뒤에는 떡 위에 술 석 잔과 소지종이·실·촛대가 올려진다.

    한편 군웅은 대개 한 지역을 지켜주는 장수신령을 일컫는다. 대개 성주거리에 붙여서 놀거나 아예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군웅신앙은 거의 전국적인 분포를 보인다.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그 위력이 대단하다. 동해안별신굿의 경우 장수굿 또는 논동우굿이라 하여 무당이 무거운 놋동이를 입에 물고 춤을 추면, 사람들은 그 위력에 압도되어 돈을 낸다.

  14. 창부-계면 : 창부(唱夫)거리는 무당의 만수받이로부터 시작된다. 남치마에 색동거리를 입은 다음 그 위에 전복을 입고 띠를 맨다. 이어 초립을 쓰고 부채를 든 다음 주악에 맞춰 굿거리 춤을 춘다. 이어 공수가 내리고 공수가 끝나면 창부타령으로 들어간다. 창부타령에 이어 다시 공수가 내리고 마지막으로 홍수매기 타령을 부른 다음 덕담을 주고 거리를 마친다. 여기서 창부씨는 무당의 예능신으로서의 기능과 함께 병살(病煞)홍수·관재(官災)홍수·구설(口舌)홍수·물[水]홍수·불[火]홍수 등 제반 횡액을 막아주는 기능도 하고 있다. 이러한 창부거리는 뒷전 직전에 놀아지는 굿거리로, 주로 서울·경기 지역의 굿에서만 놀아진다.

    계면거리는 계면각시라고도 하며, 흔히 창부거리에 붙여 논다. 계면거리는 굿이 거의 끝날 무렵에 노는 거리로, 무당은 방울과 떡을 들고 계면떡 타령을 부르면서 사람들에게 떡을 판다. 이 떡을 명떡·복떡·재수떡이라 하여 즐겁게 받아먹고는 떡값을 무당에게 기꺼이 낸다. 한편 어떤 무당들은 계면각시를 주방이나 떡 만드는 광의 부엌신으로도 여긴다. 계면각시는 걸립하는 것을 수호하고 그것으로 전물을 준비하는 것을 관할하는 신령이라 할 수 있다.

  15. 뒷전거리 : 재수굿의 마지막 거리로 굿의 준비과장에서 굿판 주변으로 물려 놓았던 잡귀와 잡신들을 종류별로 모셔 놀려 보내는 거리이다. 마당에는 뒷전상이 차려진다. 뒷전상에는 떡, 나물, 빈대떡, 밥, 청수, 사과, 배, 감, 산자, 좁쌀 한 홉, 생계란 세 개, 북어 세 마리, 술 석 잔 등이 차려진다. 무당은 평복 차림에 오른손에는 부채, 왼손에는 북어를 각각 들고 만수받이를 한다. 지역에 따라 뒷전거리를 마당굿(경기도 화성)·수부굿(충청도 부여)·거리굿 또는 시식(施食)풀이(부산 및 경상도)·도진(제주도)·거리풀이(강원도)·뒷전풀이(평안도)라고 불린다. 한편 뒷전풀이에 모셔지는 잡귀와 잡신으로는 걸립·터주·지신할머니·수광대(首廣大)·서낭·사신(使臣)·맹인·하탈(下頉)·말명·객귀(客鬼)·영산·상문(喪門)·수비[隧陪]·잡귀·동법 등이 있다. 전라도 진도지방에서는 재수굿을 집굿이라고도 한다. 흔히 정월 보름 경에 치러지는 이 굿은 씻김굿과 제의 절차가 비슷하나 망자상이 따로 없다. 한편 경상도 통영지방에서는 집안의 안녕과 재복 및 자손의 창성을 비는 굿을 도신굿이라 하고, 경기도 지역에서는 이를 재수굿 또는 안택굿·경사굿이라 부르며, 평안도 지방에서는 신성굿이라 한다.

참고문헌

한국무교의 역사와 구조 (유동식, 연세대학교 출판부, 1975), 한국의 무당 (최길성, 열화당, 1981), 한국무속론 (최길성, 형설출판사, 1981), 한국민속대관 3-민간신앙·종교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편, 고대민족문화연구소 출판부, 1982), 한국의 무 (조흥윤, 정음사, 1983),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무의식 (국립문화재연구소, 1983), 무속신앙 (민속학회 편, 교문사, 1989),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9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한국의 무속 (김태곤, 대원사, 1991), 팔도굿 (황루시, 대원사, 1992), 무속과 영의 세계 (김태곤, 한울, 1993), 한국의 샤머니즘 (조흥윤, 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한국의 굿 (하효길 외, 도서출판 民俗苑, 2002), 한국민속문화대사전 상권 (김용덕, 도서출판 창솔, 2004), 전북지역 무당굿 연구 (이영금, 전북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7)

재수굿

재수굿
한자명

利市巫祭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무속신앙 > 무속제의

집필자 이관호(李官浩)

정의

가정의 안녕과 재복(財福), 자손의 창성(昌盛), 가족의 수복(壽福) 등 집안에 재수가 형통하기를 빌기 위해 계절의 새로운 과일을 신령에게 바치며 지내는 넓은 의미에서의 무속제의.

역사

기록에 전하는 바 우리 민족은 예부터 봄·가을, 특히 가을 추수가 끝난 뒤 천제(天祭; 하느님굿)를 지내왔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재수굿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전통은 ‘한양열두거리’란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굿을 열두 거리로 논다는 뜻이다. 19세기 말에 그려진 「무당내력(巫黨來歷)」이란 책에 거리별로 열두거리굿을 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으며, 일본인 학자 아카마쓰 지조(赤松智城)와 아키바 다카시(秋葉隆)도 『朝鮮巫俗の硏究』에서 「경성십이제차(京城十二祭次)」라 하여 서울 지역 천신굿 열두 거리의 신가(神歌)를 채록하고 있다.

내용

보통 천신굿으로 불리는 재수굿은 계절의 새로운 소산을 신령에게 올리는 굿으로, 한국 무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굿이다. 재수굿을 기본으로, 해당 굿의 특징적인 내용을 첨가함으로써 ‘진오기굿’ 등 여러 형태의 다양한 굿거리가 파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천신굿과 재수굿의 차이를 살펴보면 재수굿은 서민들이 주로 하던 굿인 반면에 천신굿은 상류층이나 부유층이 격식을 제대로 갖춰 놀던 굿이다.

재수굿은 산 사람의 안녕과 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죽은 이의 영혼천도를 목적으로 하는 진오기굿과 대별된다. 명칭에 있어서도 지역에 따라 천신굿·경사굿·도신굿·성주굿·안택굿·신성굿·철물이굿(철맞이굿)이라 부른다. 여기서 철물이굿은 계절에 따라·꽃맞이굿·잎맞이굿·햇곡맞이굿·신곡맞이굿·단풍맞이굿 등으로도 불린다. 대개 중부지역에서 널리 행해지는 이 굿은 1년 또는 2년에 한 번 거행된다. 여기서 전통적으로 서울지역의 재수굿은 단골의 신분에 따라 상류층이나 부유층의 경우 천신(薦新)굿이라 하였고, 일반 하층민들의 경우 재수굿이라 하였다.

재수굿은 정기적으로 해마다 또는 2~3년에 한 번 치른다. 다만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특별히 재수를 빌어야 할 일이 발생하면 수시로 굿을 하기도 한다. 굿 날짜는 길일로 잡아야 한다. 시기적으로는 대개 정초 또는 봄·가을에 치르며 가족의 생기복덕을 보고 결정한다. 그러나 옛날에는 택일을 전문으로 하는 판수가 있어 판수에게 맡겼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무당이 직접 날짜를 잡는다.

굿은 보통 3~4명의 무당과 3~4명의 악사가 참여한다. 굿을 할 팀이 구성되면 2~3일 전에 굿값을 받아 전물(奠物)의 재료를 구입하는 등 직접 제물을 준비한다. 이때 제물은 신령이 드시는 성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무당이 직접 준비해야 한다. 모든 굿 준비가 끝나면 당일 아침 일찍 원무(元巫)는 전물과 신복(神服)·신구(神具) 등을 상짐이라 부르는 일꾼에게 지게하고, 만신 및 악사들과 함께 제갓집이나 굿당으로 향한다. 재수굿은 원래 아침에 시작하면 그날 밤을 새고 이튿날 아침까지 놀았고, 저녁에 시작하면 그 다음날 저녁에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래 시간이 단축되어 아침에 시작하면 저녁에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수굿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에서 친족과 이웃을 초청하여 잔치처럼 치르는 축원을 위한 경사굿이다. 따라서 신과 인간을 고루 대접함으로써 집안의 안녕과 길복을 계속 유지하고자 함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재수굿은 사회변동에 따라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사례

재수굿 중 서울·경기 지역의 상류층이나 부유층이 즐겨 놀았던 전통적인 천신굿의 구성과 순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부정-가망(청배)-진적 : 굿 첫머리의 준비과장으로, 굿판을 정화(淨化)하고 제반 신령을 청하여 모신 다음 술잔을 올려 정성을 보이는 의례이다. 굿 준비가 완료되면 부정에 앞서 집안의 주당살(周堂煞)을 제거하기 위한 주당물림을 행한다. 주당물림은 상산군웅(上山軍雄)만이 제압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신령을 상징하는 홍철릭을 굿청 안이나 문에다 걸어 놓고 장구와 제금만으로 굿거리와 당악을 느리게 치다가 갑자기 몰아친다. 그러면 그 위세에 눌려 주당살이 물러난다.

주당물림이 끝나면 무당은 앉아서 노랫가락의 장단으로 장구를 치면서 부정신가를 부르며 부정거리를 시작한다. 부정거리에서는 가망·호구·불사·말명·상산·대감·군웅·성주·걸립·맹인·서낭·영산·상문(喪門) 등과 같은 각종 신령이 거론된다. 이들 가운데 걸립·맹인·서낭·영산·상문 등은 대개 뒷전에서 모셔지는 잡귀·잡신들이고, 가망·호구·불사·말명·상산·대감·군웅·성주 등은 본 과장에 등장하는 정신(正神)들이다.

부정거리 다음에 이어지는 가망거리는 제반 신령을 굿판으로 모시는 거리로, 가망청배·가망노랫가락·사방청배·가망공수의 순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가망청배는 가망을 청하는 절을 올린다는 뜻으로, 가망거리는 인간사의 모든 근원, 특히 인간의 뿌리인 시조에 대한 숭앙의 뜻으로 펼치는 굿거리이다.

진적[進爵]은 청하여 모신 신령들에게 술을 올리는 거리순서를 말한다. 이 거리에서는 산마누라에게만 약주를 올리고 산마누라 노랫가락을 부른다.

불사거리 : 불사거리를 불사맞이·천존굿·제석거리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불사는 부처를 가리키며, 천존은 옥황천존의 약칭이다. 이들 두 신은 각기 불교와 도교의 지고(至高)한 신령들이다. 제석 역시 불교의 신령이나 무속에서는 한민족의 하느님인 환인(桓因)으로 생각하여 믿고 있다. 이로 보아 불사거리는 지고신인 천신(天神)을 모시는 거리라 할 수 있다.

불사거리는 그 자체가 열두 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즉 ‘불사·천궁(天宮)호구·천궁말명·천궁제장·천궁신장·천궁대감·천궁창부·천궁걸립·천궁서낭·천궁영산·천궁상문·천궁수비’ 등이 그것이다. 굿청 맨 위쪽 왼편에 불사상이 차려지면 다홍치마 위에 가사와 장삼을 입고 고깔을 쓴 원무당이 부채와 방울을 들고 장구잽이와 함께 불사만수받이를 시작한다. 이어 신이 실리면 제갓집에 공수[空唱]를 내린다. 공수를 주고 난 뒤에는 다시 반주에 맞춰 춤을 춘 다음 다시 공수를 내린다. 그런 다음 바라타령을 신나게 부르고 이어 손님들로부터 제금을 펼쳐들고 시줏돈을 받아 불사상에 붓는다.

끝으로 무당은 산(算)보기와 소지를 행한다. 여기서 산보기는 일종의 점으로, 대개 쌀이나 대추 또는 잣을 이용한다. 방법으로는 제금에 쌀을 가득 담은 무당이 제갓집 식구들에게 일일이 다니면서 제금을 까불어 쌀을 떨어뜨려 준다. 이때 치마에 떨어진 쌀알을 세 개씩 가려 나머지가 없거나 짝수가 나오면 길(吉)한 것이고, 홀수가 나오면 흉한 것으로 여겼다. 산보기가 끝나면 무당은 신복을 벗고 소지를 올린다. 소지는 제갓집 가족 수대로 올린다. 이를 몸소지라고 한다. 소지가 잘 올라가면 건강하고, 그렇지 못하면 건강이 좋지 못할 징조로 여긴다.

호구 : 호구를 한자로 호귀(胡鬼) 또는 호구(戶口)라 쓴다. 한자어에서 보듯이 호구에 관한 설은 여럿이 있다. 우선 원(元)나라의 고려 침공과 원의 부마국 시절 원나라에 끌려간 수많은 우리 처녀 가운데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혼령이 나중에 호구로 모셔졌다는 설과 중국 강남에서 유래하여 우리나라에 들어온 천연두신이라는 설이 있다. 뒤에 설과 관련하여 호구거리는 천연두에 걸려 곰보로 죽은 부녀자를 위해 노는 거리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호구거리에서 무당은 다홍치마에 당의(唐衣)를 입고 오른손에 흰 부채, 왼손에 무당방울과 붉은 면사포를 들고 나선다. 주악이 울리면서 무당은 당악(唐樂) 장단에 맞춰 춤을 추다가 호구신이 내리면 공수를 준다. 이어 붉은 면사포를 덮어쓰고 방울과 부채를 쥔 손을 높이 올려 무당의 몸을 붉은 면사포로 덮은 가운데 춤을 추다가 공수를 내린다. 마지막으로 붉은 면사포를 벗어 양손에 든 채 다시 공수를 내린다. 호구신으로는 상·중·하단의 호구와 성인호구·상산호구·전안호구·애기씨호구·형제호구·대신호구·관왕(關王)대전호구 등이 있다.

본향(산신) : 본향은 성과 씨를 준 본향을 일컫는 말로, 산바래기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여기에는 좀 더 광범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즉 우리 민족의 첫 조상인 단군이 후에 산신이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본향산신이라고도 부른다. 본향산신은 한 집안의 조상이 묻혀 있는 조상의 산신과 단군으로 대표되는 한민족의 산신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본향산신은 본향조상·본향가망·대신할머니·도당말명 등 본향과 관련된 한 계열의 여러 거리를 곁들인다. 본향거리에서 무당은 홍철릭에 빗갓을 쓴 차림으로 본향종이를 양손에 들고서 제갓집의 본향산을 향해 흔들어 가며 산신의 강림을 축원한다. 신이 내리면 무당은 본향 공수를 제갓집에 준다. 본향상에는 시루떡 세 접시, 삼색과일, 밤과 대추, 술 석 잔이 올려진다. 양 옆에는 촛대가 놓여지며 본향종이도 함께 올려진다.

조상 : 조상거리에서는 내외 4대 조상을 모시는 거리이다. 조상거리 상에는 편떡 세 접시, 삼색과일, 술 석 잔에 도라지·고사리·시금치 등을 놓고 더러는 다시마튀각·북어포 등을 올리기도 한다. 작은 굿의 경우에는 무당이 협수만 입고 부채와 방울을 들고 놀지만 큰 굿의 경우 홍철릭에 빗갓을 쓴다. 무당은 장단에 맞춰 춤을 추다가 조상신이 내리면 껑충껑충 도무(跳舞)를 한다. 그러다가 살아있을 때 조상의 몸짓과 말투로 공수를 준다. 조상이 내리는 순서는 대개 선대 할아버지·할머니 내외, 이대 봉사 할아버지·할머니 내외, 할아버지·할머니 내외,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부모님 순으로 온다.

한편 본향거리까지만 하더라도 신명이 나고 축제판이던 굿판은 조상거리로 들어오면서 숙연해진다. 제갓집 식구들은 어느 조상이 들어와 무슨 말을 하는지 긴장하고, 이웃들은 개인적으로 알았거나 들었던 그 조상들을 회상하며 공수에 귀 기울인다.

대신 할머니 : 노랑 몽두리를 입고 손에 방울을 쥔 할머니가 바로 대신 할머니이다. 대신 할머니는 무당의 조상, 즉 무업을 하다 죽은 무조(巫祖)를 일컫는다. 무당들에 따라 이 거리를 생략하거나 순서를 뒤바꿔 놀기도 한다. 만신의 몸주로서 대신 할머니는 장구 치는 법, 춤추는 법 등을 가르쳐 주는 신령이다.

전안거리 : 전안거리에서는 중국의 관운장(關雲長)의 신령만 모시거나 촉(蜀)의 유비·관우·장비 삼형제와 오호(五虎)대장 등 중국의 신령을 모신다. 전안거리는 이 계통의 신령을 모신 만신만이 모실 수 있다. 무당은 남치마에 협수·전복의 신장의대(神將衣帶)를 먼저 입은 위에 황포 또는 황철릭을 입은 다음 각띠를 두른다. 여기서 황포는 이 거리의 주신인 관제(關帝)의 황제격 위의(威儀)를 나타낸다. 그런 다음 양손으로 금관을 받쳐 들고 주악에 맞춰 춤을 춘다. 왼손에는 관제의 몸기(旗)로서 남색 기와 홍색 기, 오른손에는 청룡도를 각각 들고 춤을 춘다. 신이 내리면 길군악 장단으로 넘어가고 또 자진굿거리로 논다. 말을 탄 듯한 자세로 춤을 추다가 공수를 내린다. 마지막으로 명잔(命盞)·복잔(福盞)이라 하여 술잔을 제갓집에 권한다. 전안상은 위축상(位祝床)이라 하여 대청마루의 상차림에서 뒤편 왼쪽에 차리는데, 반드시 둥근상에 차린다. 개피팥찰떡 위에 천장편 셋을 놓고 그 위에다 각기 수팥연을 꽂아 뒤편에 자리하고 그 옆으로 밤과 대추, 그 앞에는 어포·미나리·육포를 각각 놓는다. 맨 앞에는 배·감·사과를 접시에 담아 차린다.

신장-작두 : 신장거리는 오방신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신장거리에 들면 무당은 전안거리 복장인 금관·홍포·각띠를 벗고 그 위에 전립(戰笠)이라 불리는 안울립벙거지를 쓰고 손에는 오방신장기(五方神將旗)를 든다. 그런 다음 높이 도무하면서 춤을 추고 공수를 내린다. 이어 오방신장기로 신장기 점을 친다. 신장기 깃대를 뽑아 점을 치는데, 검은색은 죽을 운수, 파란색은 우환, 노란색은 조상, 하얀색은 천신(天神), 빨간색은 재수를 상징한다. 한편 신장거리의 상차림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마루굿상 전부에다 별도로 신장시루 하나가 있을 뿐이다.

한편 작두거리를 장수거리라고도 한다. 작두거리는 여느 거리와 달리 마당에서 펼쳐진다. 무당은 신장거리 복장에 검무(劍舞) 칼을 들고 춤을 추다가 신이 내리면 맨발로 작두를 탄다. 공수가 내리면 작두에서 내려와 부채와 방울을 들고 춤을 추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러한 작두거리는 장수신이 내려야만 탈 수 있다. 장수신으로는 관우와 같은 중국 장수신과 최영 장군과 같은 우리나라 장수신이 있다. 이들 장수신은 제갓집의 안과태평과 무운장구를 축원해 준다.

상산거리 : 상산거리를 상산마누라거리 또는 산마누라거리·마누라거리라고도 한다. 이 거리의 주신은 최영 장군이며, 한라산 여장군과 평산 신장군·임장군 등을 함께 모신다. 여기서 상산은 최영 장군 사당이 있는 덕물산(德物山)의 별칭으로서 상산마누라는 덕물산의 상전, 즉 덕물산의 주인님이란 뜻이다. 상산거리 상차림은 대개 이 거리에 이어지는 별상거리의 별상거리 상차림을 겸해 사용된다. 개피팥편을 뒤쪽 한가운데 놓고 그 조금 앞으로 양옆에 누름부침개와 세반강정이 각 1기, 양쪽에는 산자·약과·배·감·계면떡이 1기씩 차려진다. 상 양 측면에는 촛대가 놓인다. 여기에 별도로 안주상이 차려진다.

한편 무당은 무지견 치마에 갈매막대기를 싸서 치마끈으로 허리에 메고 그 위에 다시 무지견 치마를 두른다. 그리고 남치마·협수·전복·전띠를 두른 다음 전띠에 부채를 매단다. 이어 그 위에 남철릭을 입고 대띠를 두른 다음 두루주머니 세 개를 매단다. 머리에는 큰머리를 올리고, 그 위에 호수빗갓을 쓴다.

별상-대감 : 별상은 연산군·광해군·사도세자와 같이 왕위를 지키지 못하였거나 계승하지 못하고 비명(非命)에 죽은 이들을 일컫는다. 별상거리는 대개 같은 무당이 상산거리에 붙여 논다. 상산거리 복장에서 갓과 남철릭을 벗고 머리에는 큰머리를 올린 다음 전립을 쓴다.

대감에는 안[內]대감과 밖[外]대감이 있다. 안대감을 웃대감, 밖대감을 아랫대감이라고도 한다. 웃대감으로는 상산대감·별상대감·신장대감·전안대감·제갓집군웅대감·몸주대감 등을 들 수 있고, 아랫대감으로는 도당대감·부군대감·터대감·수문장대감 등이 있다. 굿을 할 때는 군웅대감·벼슬대감·몸주대감·터대감 순으로 논다. 제갓집 조상 중에 높은 벼슬을 지낸 사람이 있으면 군웅대감과 벼슬대감을 논다. 이런 경우에는 홍철릭을 더 입는다. 보통 대감거리에서는 웃대감으로 몸주대감, 아랫대감으로 터줏대감을 각각 모시고 논다. 대감거리에서 무당은 쾌자를 입고 안울립벙거지를 쓴 다음 전복을 입고 전 띠를 맨다. 그런 다음 부채를 들고 대감 청배를 한다. 한편 대감상에는 찰팥편 두 접시, 우족 한 개, 탁주 한 사발을 차린다.

무감 : 무감은 한자로 무당의 느낌이란 무감(巫感)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떤 무당은 이를 ‘무관(舞觀)이라고도 한다. 즉 무당과 악사들이 잠시 쉬는 틈을 타서 기대무당이 장구채를 쥐고 굿거리장단을 치면서 누구든 나오기를 청하면 신명이 많은 여인들이 나와 한바탕 춤판이 벌어진다. 이를 무감이라 한다. 즉 제갓집 며느리를 비롯하여 딸 등 여인들이 나와 춤을 추면서 평소에 하지 못한 말들을 신의 말로써 대신 전하는 거리이다.

제석-호구 : 무감거리가 끝나면 이어 무당은 홍치마에 장삼을 입고 띠를 맨 다음 고깔을 쓰고 안당제석거리를 논다. 제석거리 또한 불사거리와 같은 순서로 논다. 제석 역시 불사와 마찬가지로 천신(天神)의 성격을 지닌 신령이다. 따라서 불사거리와 마찬가지로 제석에 붙여 호구거리가 이어진다. 한편 제석거리 중 창부·계면 거리에서는 이른바 가신을 신령으로 모신다.

성주-군웅 : 성주거리는 성주받이 또는 성주군웅거리라고도 하며, 지역에 따라서는 성주굿이라고도 한다. 한자로는 「무당내력」에 성조(成造)라 기록되어 있고, 성주(成主)·성주(城主) 등으로도 쓰인다. 여기서 보아 알 수 있듯이 성주신은 한 집안 또는 한 나라를 지켜주는 신령이다. 성주거리에서 무당은 남치마에 홍철릭을 입고 빗갓을 쓴 다음 성주 만수받이를 하고 춤을 춘다. 오른손에는 부채를, 왼손에는 성주군웅소지 석 장에 돈 세 푼을 싼 것을 각각 들고 춤을 춘다. 이어 공수가 내리면 술잔을 돌리고 성주노래가락을 부른 다음 소지를 올린다. 성주상에는 맨 앞쪽에 성주시루를 놓고, 그 뒤로 대감떡 위에 우족을 올린다. 맨 뒤에는 떡 위에 술 석 잔과 소지종이·실·촛대가 올려진다.

한편 군웅은 대개 한 지역을 지켜주는 장수신령을 일컫는다. 대개 성주거리에 붙여서 놀거나 아예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군웅신앙은 거의 전국적인 분포를 보인다.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그 위력이 대단하다. 동해안별신굿의 경우 장수굿 또는 논동우굿이라 하여 무당이 무거운 놋동이를 입에 물고 춤을 추면, 사람들은 그 위력에 압도되어 돈을 낸다.

창부-계면 : 창부(唱夫)거리는 무당의 만수받이로부터 시작된다. 남치마에 색동거리를 입은 다음 그 위에 전복을 입고 띠를 맨다. 이어 초립을 쓰고 부채를 든 다음 주악에 맞춰 굿거리 춤을 춘다. 이어 공수가 내리고 공수가 끝나면 창부타령으로 들어간다. 창부타령에 이어 다시 공수가 내리고 마지막으로 홍수매기 타령을 부른 다음 덕담을 주고 거리를 마친다. 여기서 창부씨는 무당의 예능신으로서의 기능과 함께 병살(病煞)홍수·관재(官災)홍수·구설(口舌)홍수·물[水]홍수·불[火]홍수 등 제반 횡액을 막아주는 기능도 하고 있다. 이러한 창부거리는 뒷전 직전에 놀아지는 굿거리로, 주로 서울·경기 지역의 굿에서만 놀아진다.

계면거리는 계면각시라고도 하며, 흔히 창부거리에 붙여 논다. 계면거리는 굿이 거의 끝날 무렵에 노는 거리로, 무당은 방울과 떡을 들고 계면떡 타령을 부르면서 사람들에게 떡을 판다. 이 떡을 명떡·복떡·재수떡이라 하여 즐겁게 받아먹고는 떡값을 무당에게 기꺼이 낸다. 한편 어떤 무당들은 계면각시를 주방이나 떡 만드는 광의 부엌신으로도 여긴다. 계면각시는 걸립하는 것을 수호하고 그것으로 전물을 준비하는 것을 관할하는 신령이라 할 수 있다.

뒷전거리 : 재수굿의 마지막 거리로 굿의 준비과장에서 굿판 주변으로 물려 놓았던 잡귀와 잡신들을 종류별로 모셔 놀려 보내는 거리이다. 마당에는 뒷전상이 차려진다. 뒷전상에는 떡, 나물, 빈대떡, 밥, 청수, 사과, 배, 감, 산자, 좁쌀 한 홉, 생계란 세 개, 북어 세 마리, 술 석 잔 등이 차려진다. 무당은 평복 차림에 오른손에는 부채, 왼손에는 북어를 각각 들고 만수받이를 한다. 지역에 따라 뒷전거리를 마당굿(경기도 화성)·수부굿(충청도 부여)·거리굿 또는 시식(施食)풀이(부산 및 경상도)·도진(제주도)·거리풀이(강원도)·뒷전풀이(평안도)라고 불린다. 한편 뒷전풀이에 모셔지는 잡귀와 잡신으로는 걸립·터주·지신할머니·수광대(首廣大)·서낭·사신(使臣)·맹인·하탈(下頉)·말명·객귀(客鬼)·영산·상문(喪門)·수비[隧陪]·잡귀·동법 등이 있다. 전라도 진도지방에서는 재수굿을 집굿이라고도 한다. 흔히 정월 보름 경에 치러지는 이 굿은 씻김굿과 제의 절차가 비슷하나 망자상이 따로 없다. 한편 경상도 통영지방에서는 집안의 안녕과 재복 및 자손의 창성을 비는 굿을 도신굿이라 하고, 경기도 지역에서는 이를 재수굿 또는 안택굿·경사굿이라 부르며, 평안도 지방에서는 신성굿이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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