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신

장독신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신격

집필자 서해숙(徐海淑)

정의

장독대에 좌정하여 가족들의 건강과 안위를 관장하는 신.

내용

장독대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담은 독을 두는 곳이다. 주로 집 뒤란이나 마당에 있다. 집 담장을 따라 약간 높직한 곳의 볕이 잘 드는 곳에 설치하며, 물이 잘 빠지도록 돌을 2∼3층가량 쌓은 다음 판석을 깔아 만든다. 가장 큰 독에는 간장, 중간들이에는 된장이나 막장을 담는다. 항아리에는 고추장이나 장아찌류를 담아 놓는다. 영남지방에는 안마당에 장독대가 위치하지만 전남지역에는 대체로 집 뒤란에 자리한다. 장독대는 ‘장꽝’, ‘장꼬방’이라고 불린다. 부유한 집안의 경우 장독대 주위에 담을 두르고 문까지 세운 집이 적지 않다.

장독에 담긴 음식은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생명의 젖줄과도 같다. 장독대는 방안 못지않게 청결한 곳이며, 여성들의 전용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외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않으며, 가족 내에서도 잦은 출입을 금한다. 집의 마당이 외부 사람이나 가족에게 개방된 열린 공간이라면 집 뒤란은 마당에 비해 패쇄된 닫힌 공간, 즉 성소로 인식되는 곳이다. 이러한 곳에 장독대가 있고, 장독 안의 음식은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당연히 장독대에 신이 있다고 믿는다.

주재자에 따라 가신의 거소를 달리한다. 집 뒤란에 장독대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철륭, 칠성, 장독신 등 가신도 더불어 그곳에 위치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집안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여성에 의해 이루어진 신앙 행위이므로 그 기능에 따라 얼마든지 장소적 수용은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독신은 독자적인 신으로 인식되지만 대체로 철륭, 지신, 터주, 칠성과 혼융되어 표출된다. 일반적으로 가신(家神)은 저마다의 기능이 있는 반면에 다른 가신의 기능을 함께하는 중층성을 강하게 나타낸다. 오랜 전승의 역사를 통해 때로 각 가신이 지닌 기능이 어느 한 신에게 통합되거나 잔존하기는 하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다. 가신 가운데 장독신은 이러한 특징을 온전히 갖추고 있다.

예전에 부잣집에서는 간장도 겹장을 담가 몇 년씩 묵은장을 보관하였다. 여러 가지 장아찌도 만들어 몇 년씩 묵은 것을 보관할 뿐만 아니라 고추장, 된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장과 양념 재료 등을 두었다. 서민 집에서는 최소의 양념과 장류를 담가 두었다. 한 집안에서 장독대는 대단히 중요한 곳이었고, 장독대의 크기가 곧 가세의 규모를 가늠하는 잣대였다. 또한 음식을 두는 곳이기 때문에 대개는 크고 깨끗한 돌로 대를 쌓고 그 돌 위에 독을 올려놓았다. 간장독에는 간장을 담그면 숯과 붉은 고추 등을 띄워 놓는다. 이는 간장의 맛을 지키기 위한 축귀적 주술이다. 여러 음식의 맛과 음식의 재물성을 지키는 것이 장독신의 주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지역사례

전남지역에서 철륭은 집 뒤란과 집터를 이른다. 장독대를 철륭이라 일컫는 것은 집 뒤란에 장독대가 위치하며, 장독대는 음식을 보관하는 곳으로 가장 깨끗하기 때문이다. 그곳에 철륭상을 차림으로써 자연히 장독대를 철륭으로 인식한다. 해남군 북평면지역에서 철륭은 장독대에 모시는 신체(神體)로서 장독의 신령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명절인 설, 보름, 추석 때 장독대 앞에 상을 차려 놓는다. 제물은 밥, 물, 떡, 과일, 나물, 술 등이다. 절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구례군 구례읍지역에서는 철륭이 집 뒤란을 이른다. 주로 음력 정월대보름날이면 집 뒤란의 장독대나 깨끗한 곳에 음식을 차려놓는다. 또한 자식의 무사안일을 기원한다. 장독대는 대체로 집 뒤편에 담을 두르고 그 안쪽에 옹기를 줄지어 놓아둔다. 매일 이른 아침이 되면 장독대 가운데 깨끗한 옹기 위에 물 한 그릇을 바친다. 이렇게 물을 떠놓는 사람은 따로 있으며, 아주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한다. 군대 간 자식, 시험을 앞둔 자식, 병든 자식 등이 있는 경우 장독대에서 비손한다.

영암군 시종면지역에서는 제사 때가 되면 집안에 찾아드는 잡귀를 달래기 위한 방법으로 ‘해전밥’을 차려놓는다. 해전밥은 바구니에 떡 세 개, 밥, 나물 등을 각각 세 그릇 차려서 집안 장독대나 깨끗한 곳에 놓아둔다.
화순군 동면지역에서는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 식구가 아프면 장독대에 물을 떠 놓고 비손한다. 장독대가 깨끗하기 때문에 장독대에서 비손하는 것이다. 장독 가운데 가장 크고 깨끗한 것을 골라 그 위에 촛불을 켜놓고 정화수 한 그릇을 떠 놓고 북쪽 방향으로 절을 네 번 한다. 대개 동쪽으로 절을 하고 비손하지만 북쪽에 절을 하는 것은 그렇게 하면 좋기 때문이다. 북쪽으로 향하여 잠을 자면 꿈자리가 사납지만 동쪽으로 향해 잠을 자면 잘 자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쪽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북쪽을 향해 절을 하면 그만큼 좋다고 믿는다.

화순군 이양면지역에서는 아들이 군대에 있는 동안 아침 일찍 장독대에 물을 떠 놓고 비손한다. 집안에 제사가 있거나 사람이 죽거나 아이를 낳으면 물을 떠 놓지 않지만 이웃집이나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아이를 낳을 때에는 장독대에 물을 떠 놓지 않는다. 이는 삼신을 모시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군대 간 아들로부터 소식이 없으면 목욕재계한 다음 장독대에 물을 떠 놓고 축원한다. 자식들이 홍역을 치르고 아플 때에도 장독대에 공을 들인다.

화순군 한천면지역에서는 자식이 군대를 가거나 시험을 보러 가면 아무 사고 없이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면서 집 뒤란의 장독대에 물을 떠 놓고 비손한다. 자식이 시험 보러 가면 합격할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녘에 물을 떠 놓는다. 물은 동이로 떠 놓으며, 인적이 없는 시간에 동서남북 방향에 따라 절을 한다.

광양시 진월면 선소리 선소마을 역시 군대 간 자식을 위해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새벽마다 기원한다. 특히 아기 낳을 달에 장독대에 손대면 산모가 아프거나 죽게 된다는 말이 전한다.

장흥군 유치면과 화순군 일대에서는 칠성을 장독대에 모시기도 한다. 장독대를 가리켜 ‘칠성당’이라 부르면서 장독대 옆에 칠성당을 만들어 놓고 징용에 끌려간 아들을 위하기도 한다. 광주광역시 남구 칠석동에서는 칠월칠석날 저녁에 집안 마당이나 장독대에서 물 한 그릇을 떠 놓고 북두칠성을 향해 기원한다. 오늘날 이러한 의례행위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대신 칠월칠석, 사월초파일에 가까운 절을 찾아가 축원한다.

전북 고창군 성송면지역에서는 집 뒤란의 장독대를 철륭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장독대에 모시는 것을 ‘철륭공’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자식들이 잘되라고 모두 철륭을 모셨다고 한다. 추석, 칠월칠석, 유월유두와 매월 초이렛날이면 물, 밥, 떡 등 장만한 모든 음식을 장독 위에 차려놓는다. 그러나 설과 대보름에는 차려놓지 않는다. 장독대 위에 음식을 차려놓은 뒤에 절은 하지 않고 가족의 건강과 무사안일을 기원한다. 차려놓은 음식은 여자들이 먹으면 사나워지기 때문에 먹지 않고 남자들이 먹었다고 한다. 박옥남 씨는 시집와서 시어머니가 ‘칠성공이 제일 크니 꼭 칠성공을 드려라.’고 해서 장독대에서 칠성공을 드렸다고 한다. 이 밖에 정월대보름날 저녁이면 짚 한 다발을 마당 가운데에 깔고 그 위에 물 한 동이를 가득 채워 놓는다. 그 앞에서 동서남북으로 네 번씩 절을 한다. 그리고 오곡밥을 쪽박에 퍼서 짚 속에 넣어둔다. 이튿날 새벽이 되면 집안 사방으로 돌면서 오곡밥을 수저로 떠 뿌린 뒤에 소금을 뿌리면서 일 년 열두 달 무사하게 해달라고 빈다. 그러고 난 뒤 물동이의 물을 대문 밖에 버리고 짚은 불사른다.

순창군 순창읍지역에서는 장독대에 철륭을 모시며, 지신은 마루에 상을 차려놓는 것으로 모신다고 한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성주, 삼신상, 선영상을 차려놓은 뒤에 바로 마루에 지신을 위한 상을 차려놓으며, 이어 장독대에 철륭상을 차려놓는다고 한다.

완주군 봉동읍지역에서는 집 뒤란에 위치한 장독대를 일러 당산, 철륭당산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철륭에 쌀을 담은 단지를 놓아두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집을 찾을 수 없다. 김학순 씨는 초사흗날, 초이렛날마다와 섣달그믐날에 장독대에서 철륭을 모셨다고 한다. 그러나 명절 때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장독대 앞에 준비한 음식과 물 한 그릇을 차려놓고 짚을 열십자로 놓아 그 위에 떡시루를 올려놓는다. 그런 뒤 동서남북으로 재배한다. 특히 집안에 어려움이 있을 때 장독대에서 많이 빌었다고 한다.

순창군 유등면지역에서는 집 뒤란에 위치한 장독대를 철륭이라고 인식하며, “철륭공이 칠성공이여”라고 말하기도 한다. 설, 보름, 추석 때 집 뒤란 장독대의 깨끗한 곳에 음식을 차려놓는다. 음식은 명절 때 장만한 음식 그대로이다. 이외에 촛불, 물 한 그릇을 올려놓는다.

익산시 여산면지역 역시 집 뒤란에 위치한 장독대에 갖은 음식을 차려놓는 것으로 철륭을 모신다. 이언봉 씨는 시집와서 남편이 군대에 가게 되자, 그날부터 장독대에 물 한 그릇을 받쳐놓고 비손하였으며, 초사흗날과 초이렛날마다 떡시루를 해놓고 비손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물은 저녁마다 새로 갈아서 놓아두었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는 남편이 군대에서 돌아올 때까지 했으며,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자 그 뒤로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장독대에 떡시루를 놓아두면 마을 장난꾼들이 몰래 가져가 지키고 있기도 했다고 한다.

정읍시 금붕동에서는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가장․자식이 집을 떠나 있을 때면 우환이 끝나거나 가장․자식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집 뒤란에 위치한 장독대에 정화수 한 그릇과 촛불, 시루떡, 밥, 나물 등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가정의 평안과 무사안일을 기원했다. 송배마을 수금댁은 장독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이 위했다고 한다. 이는 음식을 보관하는 장소로 그만큼 깨끗한 곳이기 때문이다. 명절 때가 되면 장독대에 밥, 나물 등 간단히 음식을 차려놓는다. 또 자식이 군대를 가거나 시험을 보는 등 공 드릴 일이 있으면 목욕재계한 뒤 옷을 정갈히 차려입고 공을 드렸다고 한다. 행정마을 김순옥 씨는 정월대보름날이면 집 뒤란의 장독대에 밥, 나물, 정화수 한 그릇을 차려놓는다. 동지 때에는 팥죽 한 그릇을 차려놓는다.

경기도지역에서는 앞의 사례와 유사하게 장독대를 철륭이나 칠성신을 모시는 곳으로 인식한다. 특히 장독대는 깨끗하고 신성한 곳으로 여겨져 만신을 불러 자리를 정했다고 한다.

특징

장독신은 독자적인 가신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아울러 철륭, 지신, 터주, 칠성 등 가신과 혼융되어 표출된다. 장독대라는 동일한 공간과 가족의 건강과 안위를 기원하는 동일한 목적 때문에 혼융은 가정신앙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가정신앙은 여느 종교와 달리 이념과 체계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으며, 전적으로 신심(信心)에 의지해 행위가 구체화된다. 또한 집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 각각의 기능으로 의례 행위를 표출하지만 의례 수행자의 인식과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가신들과 혼융되어 표현되기도 한다.

가정신앙의 목적인 가족의 평안은 특정 가신의 독자적인 기능으로 볼 수 없다. 철륭이 애초 장독신으로 장맛을 관장했지만 가옥구조, 생활환경, 의식 등의 변화로 인해 장맛을 위한 의례가 아닌 것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장맛은 그 집안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만큼 중요했기 때문에 장독신이 당연히 중요시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철륭이 장독신으로서 장류를 보살펴주는 독자적인 기능이던 것이 후대에 약화되었는지, 장독대 또는 뒤란이라는 철륭의 자리때문에 장독신으로 기능이 부여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가신의 기능이 다양하고 신축성 있게 행위화되고 있음을 이 장독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참고문헌

가정신앙 (서해숙, 남도민속연구 4, 남도민속학회, 1997), 가정신과 가정신앙 (서해숙, 화순군의 민속과 축제, 화순군, 1998), 호남지역 철륭신의 성격 (김명자, 남도민속학의 진전, 태학사, 1998), 가정신앙 (서해숙, 남도민속연구 5, 남도민속학회, 1999), 한국의 가정신앙-경기도 (국립문화재연구소, 2005), 한국의 가정신앙-상․하 (김명자 외, 민속원, 2005), 업신의 성격과 다른 가택신과의 친연성 (김명자, 민간신앙 1, 민속원, 2008), 한국의 가정신앙-전남․전북 (국립문화재연구소, 2008), 한국 터주신앙의 쌀 봉안의례와 문화권역 (서해숙, 지방사와 지방문화 12, 역사문화학회, 2009)

장독신

장독신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신격

집필자 서해숙(徐海淑)

정의

장독대에 좌정하여 가족들의 건강과 안위를 관장하는 신.

내용

장독대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담은 독을 두는 곳이다. 주로 집 뒤란이나 마당에 있다. 집 담장을 따라 약간 높직한 곳의 볕이 잘 드는 곳에 설치하며, 물이 잘 빠지도록 돌을 2∼3층가량 쌓은 다음 판석을 깔아 만든다. 가장 큰 독에는 간장, 중간들이에는 된장이나 막장을 담는다. 항아리에는 고추장이나 장아찌류를 담아 놓는다. 영남지방에는 안마당에 장독대가 위치하지만 전남지역에는 대체로 집 뒤란에 자리한다. 장독대는 ‘장꽝’, ‘장꼬방’이라고 불린다. 부유한 집안의 경우 장독대 주위에 담을 두르고 문까지 세운 집이 적지 않다.

장독에 담긴 음식은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생명의 젖줄과도 같다. 장독대는 방안 못지않게 청결한 곳이며, 여성들의 전용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외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않으며, 가족 내에서도 잦은 출입을 금한다. 집의 마당이 외부 사람이나 가족에게 개방된 열린 공간이라면 집 뒤란은 마당에 비해 패쇄된 닫힌 공간, 즉 성소로 인식되는 곳이다. 이러한 곳에 장독대가 있고, 장독 안의 음식은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당연히 장독대에 신이 있다고 믿는다.

주재자에 따라 가신의 거소를 달리한다. 집 뒤란에 장독대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철륭, 칠성, 장독신 등 가신도 더불어 그곳에 위치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집안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여성에 의해 이루어진 신앙 행위이므로 그 기능에 따라 얼마든지 장소적 수용은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독신은 독자적인 신으로 인식되지만 대체로 철륭, 지신, 터주, 칠성과 혼융되어 표출된다. 일반적으로 가신(家神)은 저마다의 기능이 있는 반면에 다른 가신의 기능을 함께하는 중층성을 강하게 나타낸다. 오랜 전승의 역사를 통해 때로 각 가신이 지닌 기능이 어느 한 신에게 통합되거나 잔존하기는 하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다. 가신 가운데 장독신은 이러한 특징을 온전히 갖추고 있다.

예전에 부잣집에서는 간장도 겹장을 담가 몇 년씩 묵은장을 보관하였다. 여러 가지 장아찌도 만들어 몇 년씩 묵은 것을 보관할 뿐만 아니라 고추장, 된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장과 양념 재료 등을 두었다. 서민 집에서는 최소의 양념과 장류를 담가 두었다. 한 집안에서 장독대는 대단히 중요한 곳이었고, 장독대의 크기가 곧 가세의 규모를 가늠하는 잣대였다. 또한 음식을 두는 곳이기 때문에 대개는 크고 깨끗한 돌로 대를 쌓고 그 돌 위에 독을 올려놓았다. 간장독에는 간장을 담그면 숯과 붉은 고추 등을 띄워 놓는다. 이는 간장의 맛을 지키기 위한 축귀적 주술이다. 여러 음식의 맛과 음식의 재물성을 지키는 것이 장독신의 주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지역사례

전남지역에서 철륭은 집 뒤란과 집터를 이른다. 장독대를 철륭이라 일컫는 것은 집 뒤란에 장독대가 위치하며, 장독대는 음식을 보관하는 곳으로 가장 깨끗하기 때문이다. 그곳에 철륭상을 차림으로써 자연히 장독대를 철륭으로 인식한다. 해남군 북평면지역에서 철륭은 장독대에 모시는 신체(神體)로서 장독의 신령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명절인 설, 보름, 추석 때 장독대 앞에 상을 차려 놓는다. 제물은 밥, 물, 떡, 과일, 나물, 술 등이다. 절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구례군 구례읍지역에서는 철륭이 집 뒤란을 이른다. 주로 음력 정월대보름날이면 집 뒤란의 장독대나 깨끗한 곳에 음식을 차려놓는다. 또한 자식의 무사안일을 기원한다. 장독대는 대체로 집 뒤편에 담을 두르고 그 안쪽에 옹기를 줄지어 놓아둔다. 매일 이른 아침이 되면 장독대 가운데 깨끗한 옹기 위에 물 한 그릇을 바친다. 이렇게 물을 떠놓는 사람은 따로 있으며, 아주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한다. 군대 간 자식, 시험을 앞둔 자식, 병든 자식 등이 있는 경우 장독대에서 비손한다.

영암군 시종면지역에서는 제사 때가 되면 집안에 찾아드는 잡귀를 달래기 위한 방법으로 ‘해전밥’을 차려놓는다. 해전밥은 바구니에 떡 세 개, 밥, 나물 등을 각각 세 그릇 차려서 집안 장독대나 깨끗한 곳에 놓아둔다.
화순군 동면지역에서는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 식구가 아프면 장독대에 물을 떠 놓고 비손한다. 장독대가 깨끗하기 때문에 장독대에서 비손하는 것이다. 장독 가운데 가장 크고 깨끗한 것을 골라 그 위에 촛불을 켜놓고 정화수 한 그릇을 떠 놓고 북쪽 방향으로 절을 네 번 한다. 대개 동쪽으로 절을 하고 비손하지만 북쪽에 절을 하는 것은 그렇게 하면 좋기 때문이다. 북쪽으로 향하여 잠을 자면 꿈자리가 사납지만 동쪽으로 향해 잠을 자면 잘 자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쪽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북쪽을 향해 절을 하면 그만큼 좋다고 믿는다.

화순군 이양면지역에서는 아들이 군대에 있는 동안 아침 일찍 장독대에 물을 떠 놓고 비손한다. 집안에 제사가 있거나 사람이 죽거나 아이를 낳으면 물을 떠 놓지 않지만 이웃집이나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아이를 낳을 때에는 장독대에 물을 떠 놓지 않는다. 이는 삼신을 모시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군대 간 아들로부터 소식이 없으면 목욕재계한 다음 장독대에 물을 떠 놓고 축원한다. 자식들이 홍역을 치르고 아플 때에도 장독대에 공을 들인다.

화순군 한천면지역에서는 자식이 군대를 가거나 시험을 보러 가면 아무 사고 없이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면서 집 뒤란의 장독대에 물을 떠 놓고 비손한다. 자식이 시험 보러 가면 합격할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녘에 물을 떠 놓는다. 물은 동이로 떠 놓으며, 인적이 없는 시간에 동서남북 방향에 따라 절을 한다.

광양시 진월면 선소리 선소마을 역시 군대 간 자식을 위해 장독대 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새벽마다 기원한다. 특히 아기 낳을 달에 장독대에 손대면 산모가 아프거나 죽게 된다는 말이 전한다.

장흥군 유치면과 화순군 일대에서는 칠성을 장독대에 모시기도 한다. 장독대를 가리켜 ‘칠성당’이라 부르면서 장독대 옆에 칠성당을 만들어 놓고 징용에 끌려간 아들을 위하기도 한다. 광주광역시 남구 칠석동에서는 칠월칠석날 저녁에 집안 마당이나 장독대에서 물 한 그릇을 떠 놓고 북두칠성을 향해 기원한다. 오늘날 이러한 의례행위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대신 칠월칠석, 사월초파일에 가까운 절을 찾아가 축원한다.

전북 고창군 성송면지역에서는 집 뒤란의 장독대를 철륭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장독대에 모시는 것을 ‘철륭공’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자식들이 잘되라고 모두 철륭을 모셨다고 한다. 추석, 칠월칠석, 유월유두와 매월 초이렛날이면 물, 밥, 떡 등 장만한 모든 음식을 장독 위에 차려놓는다. 그러나 설과 대보름에는 차려놓지 않는다. 장독대 위에 음식을 차려놓은 뒤에 절은 하지 않고 가족의 건강과 무사안일을 기원한다. 차려놓은 음식은 여자들이 먹으면 사나워지기 때문에 먹지 않고 남자들이 먹었다고 한다. 박옥남 씨는 시집와서 시어머니가 ‘칠성공이 제일 크니 꼭 칠성공을 드려라.’고 해서 장독대에서 칠성공을 드렸다고 한다. 이 밖에 정월대보름날 저녁이면 짚 한 다발을 마당 가운데에 깔고 그 위에 물 한 동이를 가득 채워 놓는다. 그 앞에서 동서남북으로 네 번씩 절을 한다. 그리고 오곡밥을 쪽박에 퍼서 짚 속에 넣어둔다. 이튿날 새벽이 되면 집안 사방으로 돌면서 오곡밥을 수저로 떠 뿌린 뒤에 소금을 뿌리면서 일 년 열두 달 무사하게 해달라고 빈다. 그러고 난 뒤 물동이의 물을 대문 밖에 버리고 짚은 불사른다.

순창군 순창읍지역에서는 장독대에 철륭을 모시며, 지신은 마루에 상을 차려놓는 것으로 모신다고 한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성주, 삼신상, 선영상을 차려놓은 뒤에 바로 마루에 지신을 위한 상을 차려놓으며, 이어 장독대에 철륭상을 차려놓는다고 한다.

완주군 봉동읍지역에서는 집 뒤란에 위치한 장독대를 일러 당산, 철륭당산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철륭에 쌀을 담은 단지를 놓아두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집을 찾을 수 없다. 김학순 씨는 초사흗날, 초이렛날마다와 섣달그믐날에 장독대에서 철륭을 모셨다고 한다. 그러나 명절 때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장독대 앞에 준비한 음식과 물 한 그릇을 차려놓고 짚을 열십자로 놓아 그 위에 떡시루를 올려놓는다. 그런 뒤 동서남북으로 재배한다. 특히 집안에 어려움이 있을 때 장독대에서 많이 빌었다고 한다.

순창군 유등면지역에서는 집 뒤란에 위치한 장독대를 철륭이라고 인식하며, “철륭공이 칠성공이여”라고 말하기도 한다. 설, 보름, 추석 때 집 뒤란 장독대의 깨끗한 곳에 음식을 차려놓는다. 음식은 명절 때 장만한 음식 그대로이다. 이외에 촛불, 물 한 그릇을 올려놓는다.

익산시 여산면지역 역시 집 뒤란에 위치한 장독대에 갖은 음식을 차려놓는 것으로 철륭을 모신다. 이언봉 씨는 시집와서 남편이 군대에 가게 되자, 그날부터 장독대에 물 한 그릇을 받쳐놓고 비손하였으며, 초사흗날과 초이렛날마다 떡시루를 해놓고 비손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물은 저녁마다 새로 갈아서 놓아두었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는 남편이 군대에서 돌아올 때까지 했으며,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자 그 뒤로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장독대에 떡시루를 놓아두면 마을 장난꾼들이 몰래 가져가 지키고 있기도 했다고 한다.

정읍시 금붕동에서는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가장․자식이 집을 떠나 있을 때면 우환이 끝나거나 가장․자식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집 뒤란에 위치한 장독대에 정화수 한 그릇과 촛불, 시루떡, 밥, 나물 등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가정의 평안과 무사안일을 기원했다. 송배마을 수금댁은 장독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이 위했다고 한다. 이는 음식을 보관하는 장소로 그만큼 깨끗한 곳이기 때문이다. 명절 때가 되면 장독대에 밥, 나물 등 간단히 음식을 차려놓는다. 또 자식이 군대를 가거나 시험을 보는 등 공 드릴 일이 있으면 목욕재계한 뒤 옷을 정갈히 차려입고 공을 드렸다고 한다. 행정마을 김순옥 씨는 정월대보름날이면 집 뒤란의 장독대에 밥, 나물, 정화수 한 그릇을 차려놓는다. 동지 때에는 팥죽 한 그릇을 차려놓는다.

경기도지역에서는 앞의 사례와 유사하게 장독대를 철륭이나 칠성신을 모시는 곳으로 인식한다. 특히 장독대는 깨끗하고 신성한 곳으로 여겨져 만신을 불러 자리를 정했다고 한다.

특징

장독신은 독자적인 가신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아울러 철륭, 지신, 터주, 칠성 등 가신과 혼융되어 표출된다. 장독대라는 동일한 공간과 가족의 건강과 안위를 기원하는 동일한 목적 때문에 혼융은 가정신앙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가정신앙은 여느 종교와 달리 이념과 체계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으며, 전적으로 신심(信心)에 의지해 행위가 구체화된다. 또한 집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 각각의 기능으로 의례 행위를 표출하지만 의례 수행자의 인식과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가신들과 혼융되어 표현되기도 한다.

가정신앙의 목적인 가족의 평안은 특정 가신의 독자적인 기능으로 볼 수 없다. 철륭이 애초 장독신으로 장맛을 관장했지만 가옥구조, 생활환경, 의식 등의 변화로 인해 장맛을 위한 의례가 아닌 것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장맛은 그 집안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만큼 중요했기 때문에 장독신이 당연히 중요시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철륭이 장독신으로서 장류를 보살펴주는 독자적인 기능이던 것이 후대에 약화되었는지, 장독대 또는 뒤란이라는 철륭의 자리때문에 장독신으로 기능이 부여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가신의 기능이 다양하고 신축성 있게 행위화되고 있음을 이 장독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참고문헌

가정신앙 (서해숙, 남도민속연구 4, 남도민속학회, 1997)
가정신과 가정신앙 (서해숙, 화순군의 민속과 축제, 화순군, 1998)
호남지역 철륭신의 성격 (김명자, 남도민속학의 진전, 태학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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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정신앙-경기도 (국립문화재연구소, 2005)
한국의 가정신앙-상․하 (김명자 외, 민속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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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정신앙-전남․전북 (국립문화재연구소, 2008)
한국 터주신앙의 쌀 봉안의례와 문화권역 (서해숙, 지방사와 지방문화 12, 역사문화학회,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