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간(新舊間)

한자명

新舊間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용어

집필자 문무병(文武秉)

정의

24절기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 후 5일째부터 새로 시작하는 입춘(立春)이 되기 3일 전까지 일주일 동안을 인간이 사는 지상에 하늘의 신들이 없는 기간인 ‘신구간(新舊間)’이라 부르며 이사나 집수리 등을 하는 제주 특유의 세시풍속.

유래

신구간이라는 세시풍속은 고대로부터 전해온 풍속이지만 기록에 의하면, 1737년(영조 13)에 지백원(池百源)이 지은 『천기대요(天機大要)』에서 유래한다. 『천기대요』에 「세관교승(歲官交承)」이라는 항목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2일까지 신구세관이 교대하는 때이다(大寒後五日立春前二日新舊歲官交令之際).” 라고 하였다. 오문복의 『풍천약사(豐川略史)』에도 『천기대요』 「세관교승조」에 따르면, “대한 후 5일에서부터 입춘 전 2일은 ‘신구세관(新舊歲官)을 교체하는 때’라 하고, 이어서 먼저 선조의 신주를 길 한쪽으로 내어 모신다. 다만 날을 잘 가려서 출운하여 상극을 입음과 여러 가지 흉상을 꺼리지 말고 기조(起造) 장매를 마음대로 하여도 이롭지 아니함이 없다.”고 하였다.

송상조의 『제주말 큰 사전』에는 신구간에 대해 조금 다른 기록이 보인다. “신구간은 절기상으로도 대한 후 7일부터 입춘 전 3일까지 6일 동안의 기간이며,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손이 없다고 믿고 주로 이사를 가고, 집안에서 ‘동티’가 두려워서 제대로 다루지 못하던 일도 할 수 있다고 믿어서 집안을 뜯고 고치고 하는 기간”이라 하였다.

내용

제주 사람들은 해마다 하늘의 신들이 지상에 내려와 인간사를 관장하다가 신구간에 임무를 다하여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는다. 새해에 새로 부임하는 신들이 옥황상제에게 새해의 직책을 맡고 지상에 내려오기 전, 하늘로 올라간 신들이 내려오기 전에 지상에는 신들이 부재(不在)하는 기간이 생기게 된다. 이때는 그해의 운수가 불길하거나 길일(吉日)이 없어 채 이루지 못한 건축․수리․면례(緬禮)․이사 등 생활과 관련된 모든 일을 날을 가리지 않고 시행할 수 있다. 이때는 집안의 모든 신, 심지어는 칙간(厠間;변소)의 신까지 지상에 없기 때문에, 변소를 고쳐도 ‘동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제주 사람들에게 신구간은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시간이다. 이때는 헌집을 고치고 새집을 짓고 변소를 고치고 부정한 일을 하거나 쓰레기를 태워도 동티가 나지 않는다. 신의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신들이 부재하는 동안에 일어난 일은 새로 부임하는 신들에게 모두 용납된다. 신구간이 지나면 추위가 가고 새날 입춘을 맞이하는 것이니, 신구간은 신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의 겨울나기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제주도의 민간에서는 이사나 집수리 따위를 비롯한 집안 손질은 언제나 이 ‘신구간’’ 기간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기간에는 이사나 집수리를 비롯한 모든 지상의 일을 신적 조화로 믿고 평소에 꺼리는 일들을 손보아도 무탈하다고 한다. 그러나 평상시에 이러한 일들을 저질렀다가는 동티가 나서 그 집에 큰 가환이 닥치고 액운을 면치 못하게 된다고 한다.

이 신구간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시기에 조왕, 물류〔門戶〕, 통시(변소), 쇠막(외양간), 집중창(집의 일부분을 고침), 울타리 안에서의 흙 파는 일, 울타리 수리, 나무 자르기 따위의 일을 하면, 동티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티로 아프게 되는 증상으로는 다리아피〔脚疾〕, 눈아피〔眼疾〕, 머리아피〔頭痛〕, 목아피〔喉痛〕, 가슴아피〔胸痛〕, 전신불수 등이 있다. 이러한 아픈 증상이 한결같지 않게 나타나고, 급한 동티가 생겼을 때는 심방을 청해다가 빌 사이도 없이 죽는다고 한다. 특히 조왕, 칠성, 변소 등의 동티는 대개 눈아피〔眼病〕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일들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특별히 주의하여 이사나 집수리를 할 때 반드시 이 신구간을 찾게 되며, 평상시에는 그러한 일들에 대해서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으려고 매우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신구간’’이라 하더라도 또 한 가지 조심할 일은 이사 갈 곳의 방위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사를 할 때 이사에 중심이 되는 긴요한 물품들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사 갈 때 빼 놓을 수 없는 요긴한 물품은 체와 푸는 체(키)라고 한다. 그러므로 대개 이사할 때에는 체와 푸는 체만을 먼저 옮기면 이사는 다 한 것이나 다름이 없고, 나머지 살림들은 나중에 옮기거나 옮기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한다. 한편 이사에 수반되는 긴요한 물품을 솥, 단지(요강), 체, 푸는 체(키)라고 하며 여기에 화로 한 개를 추가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대주(大主)까지를 포함하여 말하는 이도 있으며, 여기에 다시 부부를 같이 말하는 이도 있다. 이상에서 보면 이사 갈 때의 중심이 되는 것으로는 체, 푸는 체(키), 솥, 단지(요강), 화로를 사람으로는 대주와 부인을 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사 끝, 상사 끝’이라는 속담에서 특별한 주의를 환기시켜 주고 있듯이, 이사할 때의 잘못으로 생기는 흉험조화(凶險造化) 역시 체와 키에서 생긴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속신은 농어촌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신구간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보아야 할 방위로는 ‘명삼살이 방위’‘와 ‘해삼살이 방위’’가 있다. 이러한 방위는 집안 식구마다 다 보지 않고, 그 집의 대주 한 사람만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명삼살이는 종신 막혀있는 방위를 가리킨다. 해삼살이의 경우는 모든 사람이 다 해당되는 것으로서, 그 한 해만 지내면 트이게 된다. 명삼살이에 걸려 있는 방위에는 한 울타리 속에서도 못짓게 된다고 하거니와, 다만 이사 가야 할 곳이 먼 데이면 명삼살이는 무시당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해삼살이에 걸렸어도 그 곳으로 꼭 이사를 가야 될 부득이한 경우에는 돌아서 가는 방법이 있다. 돌아서 가는 방법이란, 가령 대주가 현재 북쪽에 살고 있고, 그 해의 해삼살이가 남쪽에 있어, 그 곳으로 이사를 가야 될 경우라면 대주가 서쪽 또는 동쪽에 가 2,3주 가량 묵고서 그 곳으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삼살이인 경우는 돌아서 가는 방법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산업사회가 되면서 대부분 도시생활을 하게 되었다. 도시라는 곳이 본래 주택난이 심한 곳이므로 이 신구간이 이사하는 기간으로 바뀌었고, 여러 가지 폐단도 생겨났다. 한꺼번에 이사를 하려니 집세가 올라가고, 이사한 쓰레기가 산적하게 되어 청소부들이 밤을 새워야 하고, 전화, 컴퓨터 등을 한꺼번에 옮겨야 하니 관계기관이 특근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폐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 풍속은 유지되고 있다. 집을 빌리는 사람으로 보면 불편하지만 집을 빌려주는 주인 입장에서는 신구간에서 다음 신구간까지 임대기간에 따른 사용료를 정할 수 있고 회계연도가 정해져 있어 매우 편리하다. 따라서 신구간이라는 세시풍속은 불편함이 있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근래 일부 학자들은 이 시기의 제주의 기온이 섭씨 5도 정도이니 모든 병균이 기를 쓰지 못하고, 또 농한기여서 아주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다른 지방에서는 겨울에 추워서 이사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것을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천기대요』에는 대한 후 5일에서부터 입춘 전 2일이라 되어 있는데, 제주에서는 입춘 전 3일로 되어있는 것은 기후로 본 민속의 변화라고 설명할 수 있다.

윤용택은 『제주도 신구간 풍속 연구』에서 신구간의 뿌리를 위의 선학들과 마찬가지로, 조선 후기 관청과 민간에서 널리 사용했던 도참서인 『천기대요』와 실학자 홍만선(洪萬選)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 찾아 정리했다. 그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동티’’의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계절을 분류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일평균 기온이 5~20℃이면 봄․가을, 20℃ 이상이면 여름, 5℃ 미만이면 겨울이라는 계절 분류를 가지고 1971년부터 2000년까지 신구간 동안 우리나라의 위, 중간, 아래인 서울, 광주, 제주의 기온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제주에는 일평균 기온 5℃ 이하인 날이 한 해 8일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지금 우리가 부르는 신구간과 거의 일치하는 8일이었다. 여기서 윤용택은 “기온이 5℃ 밑으로 내려가면 세균들이 활동을 할 수 없다. 그런데 5℃ 이상이면 세균이 활개를 펴 사람들을 이유없이 시름시름 앓게 하고 결국에는 목숨까지 앗아간다.“라고 하였고, 거기에서 동티의 정체를 찾아낼 수 있다 하였다. 그는 제주 사람들이 『천기대요』나 『산림경제』를 읽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신구간의 구체적인 날짜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옛사람들이 겨울에 이사하면서 동티가 나지 않고 무사히 이사를 마친 경험과 지혜가 후세에 전해지면서 신구간이 자리 잡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옛사람들에게 신구간은 ‘미신’‘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꽤나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라고 하였다.

즉 제주에만 신구간이 있는 이유를 이 지역의 독특한 풍습과 환경적 영향에서 찾아냈다. 제주는 여느 지역과 달리 유난히 섬기는 신이 많고, 세균의 활동이 뜸한 5℃ 미만의 날씨가 드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고문헌

南國의 民俗-제주도 무속 (진성기, 교학사, 1975), 내고장 傳統文化 (북제주군, 일신옵셋, 1982), 豐川略史 (오문복, 풍천초등학교, 1987), 韓國民俗大辭典 (민족문화사, 1991), 天機大要, 공자왈․맹자왈 (현용준, 민속원, 2007), 제주말 큰사전 (송상조, 한국문화사, 2007), 제주문화상징 (제주특별자치도, 2008)

신구간

신구간
한자명

新舊間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용어

집필자 문무병(文武秉)

정의

24절기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 후 5일째부터 새로 시작하는 입춘(立春)이 되기 3일 전까지 일주일 동안을 인간이 사는 지상에 하늘의 신들이 없는 기간인 ‘신구간(新舊間)’이라 부르며 이사나 집수리 등을 하는 제주 특유의 세시풍속.

유래

신구간이라는 세시풍속은 고대로부터 전해온 풍속이지만 기록에 의하면, 1737년(영조 13)에 지백원(池百源)이 지은 『천기대요(天機大要)』에서 유래한다. 『천기대요』에 「세관교승(歲官交承)」이라는 항목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2일까지 신구세관이 교대하는 때이다(大寒後五日立春前二日新舊歲官交令之際).” 라고 하였다. 오문복의 『풍천약사(豐川略史)』에도 『천기대요』 「세관교승조」에 따르면, “대한 후 5일에서부터 입춘 전 2일은 ‘신구세관(新舊歲官)을 교체하는 때’라 하고, 이어서 먼저 선조의 신주를 길 한쪽으로 내어 모신다. 다만 날을 잘 가려서 출운하여 상극을 입음과 여러 가지 흉상을 꺼리지 말고 기조(起造) 장매를 마음대로 하여도 이롭지 아니함이 없다.”고 하였다.

송상조의 『제주말 큰 사전』에는 신구간에 대해 조금 다른 기록이 보인다. “신구간은 절기상으로도 대한 후 7일부터 입춘 전 3일까지 6일 동안의 기간이며,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손이 없다고 믿고 주로 이사를 가고, 집안에서 ‘동티’가 두려워서 제대로 다루지 못하던 일도 할 수 있다고 믿어서 집안을 뜯고 고치고 하는 기간”이라 하였다.

내용

제주 사람들은 해마다 하늘의 신들이 지상에 내려와 인간사를 관장하다가 신구간에 임무를 다하여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는다. 새해에 새로 부임하는 신들이 옥황상제에게 새해의 직책을 맡고 지상에 내려오기 전, 하늘로 올라간 신들이 내려오기 전에 지상에는 신들이 부재(不在)하는 기간이 생기게 된다. 이때는 그해의 운수가 불길하거나 길일(吉日)이 없어 채 이루지 못한 건축․수리․면례(緬禮)․이사 등 생활과 관련된 모든 일을 날을 가리지 않고 시행할 수 있다. 이때는 집안의 모든 신, 심지어는 칙간(厠間;변소)의 신까지 지상에 없기 때문에, 변소를 고쳐도 ‘동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제주 사람들에게 신구간은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시간이다. 이때는 헌집을 고치고 새집을 짓고 변소를 고치고 부정한 일을 하거나 쓰레기를 태워도 동티가 나지 않는다. 신의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신들이 부재하는 동안에 일어난 일은 새로 부임하는 신들에게 모두 용납된다. 신구간이 지나면 추위가 가고 새날 입춘을 맞이하는 것이니, 신구간은 신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의 겨울나기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제주도의 민간에서는 이사나 집수리 따위를 비롯한 집안 손질은 언제나 이 ‘신구간’’ 기간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기간에는 이사나 집수리를 비롯한 모든 지상의 일을 신적 조화로 믿고 평소에 꺼리는 일들을 손보아도 무탈하다고 한다. 그러나 평상시에 이러한 일들을 저질렀다가는 동티가 나서 그 집에 큰 가환이 닥치고 액운을 면치 못하게 된다고 한다.

이 신구간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시기에 조왕, 물류〔門戶〕, 통시(변소), 쇠막(외양간), 집중창(집의 일부분을 고침), 울타리 안에서의 흙 파는 일, 울타리 수리, 나무 자르기 따위의 일을 하면, 동티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티로 아프게 되는 증상으로는 다리아피〔脚疾〕, 눈아피〔眼疾〕, 머리아피〔頭痛〕, 목아피〔喉痛〕, 가슴아피〔胸痛〕, 전신불수 등이 있다. 이러한 아픈 증상이 한결같지 않게 나타나고, 급한 동티가 생겼을 때는 심방을 청해다가 빌 사이도 없이 죽는다고 한다. 특히 조왕, 칠성, 변소 등의 동티는 대개 눈아피〔眼病〕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일들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특별히 주의하여 이사나 집수리를 할 때 반드시 이 신구간을 찾게 되며, 평상시에는 그러한 일들에 대해서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으려고 매우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신구간’’이라 하더라도 또 한 가지 조심할 일은 이사 갈 곳의 방위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사를 할 때 이사에 중심이 되는 긴요한 물품들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사 갈 때 빼 놓을 수 없는 요긴한 물품은 체와 푸는 체(키)라고 한다. 그러므로 대개 이사할 때에는 체와 푸는 체만을 먼저 옮기면 이사는 다 한 것이나 다름이 없고, 나머지 살림들은 나중에 옮기거나 옮기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한다. 한편 이사에 수반되는 긴요한 물품을 솥, 단지(요강), 체, 푸는 체(키)라고 하며 여기에 화로 한 개를 추가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대주(大主)까지를 포함하여 말하는 이도 있으며, 여기에 다시 부부를 같이 말하는 이도 있다. 이상에서 보면 이사 갈 때의 중심이 되는 것으로는 체, 푸는 체(키), 솥, 단지(요강), 화로를 사람으로는 대주와 부인을 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사 끝, 상사 끝’이라는 속담에서 특별한 주의를 환기시켜 주고 있듯이, 이사할 때의 잘못으로 생기는 흉험조화(凶險造化) 역시 체와 키에서 생긴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속신은 농어촌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신구간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보아야 할 방위로는 ‘명삼살이 방위’‘와 ‘해삼살이 방위’’가 있다. 이러한 방위는 집안 식구마다 다 보지 않고, 그 집의 대주 한 사람만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명삼살이는 종신 막혀있는 방위를 가리킨다. 해삼살이의 경우는 모든 사람이 다 해당되는 것으로서, 그 한 해만 지내면 트이게 된다. 명삼살이에 걸려 있는 방위에는 한 울타리 속에서도 못짓게 된다고 하거니와, 다만 이사 가야 할 곳이 먼 데이면 명삼살이는 무시당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해삼살이에 걸렸어도 그 곳으로 꼭 이사를 가야 될 부득이한 경우에는 돌아서 가는 방법이 있다. 돌아서 가는 방법이란, 가령 대주가 현재 북쪽에 살고 있고, 그 해의 해삼살이가 남쪽에 있어, 그 곳으로 이사를 가야 될 경우라면 대주가 서쪽 또는 동쪽에 가 2,3주 가량 묵고서 그 곳으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삼살이인 경우는 돌아서 가는 방법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산업사회가 되면서 대부분 도시생활을 하게 되었다. 도시라는 곳이 본래 주택난이 심한 곳이므로 이 신구간이 이사하는 기간으로 바뀌었고, 여러 가지 폐단도 생겨났다. 한꺼번에 이사를 하려니 집세가 올라가고, 이사한 쓰레기가 산적하게 되어 청소부들이 밤을 새워야 하고, 전화, 컴퓨터 등을 한꺼번에 옮겨야 하니 관계기관이 특근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폐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 풍속은 유지되고 있다. 집을 빌리는 사람으로 보면 불편하지만 집을 빌려주는 주인 입장에서는 신구간에서 다음 신구간까지 임대기간에 따른 사용료를 정할 수 있고 회계연도가 정해져 있어 매우 편리하다. 따라서 신구간이라는 세시풍속은 불편함이 있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근래 일부 학자들은 이 시기의 제주의 기온이 섭씨 5도 정도이니 모든 병균이 기를 쓰지 못하고, 또 농한기여서 아주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다른 지방에서는 겨울에 추워서 이사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것을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천기대요』에는 대한 후 5일에서부터 입춘 전 2일이라 되어 있는데, 제주에서는 입춘 전 3일로 되어있는 것은 기후로 본 민속의 변화라고 설명할 수 있다.

윤용택은 『제주도 신구간 풍속 연구』에서 신구간의 뿌리를 위의 선학들과 마찬가지로, 조선 후기 관청과 민간에서 널리 사용했던 도참서인 『천기대요』와 실학자 홍만선(洪萬選)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 찾아 정리했다. 그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동티’’의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계절을 분류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일평균 기온이 5~20℃이면 봄․가을, 20℃ 이상이면 여름, 5℃ 미만이면 겨울이라는 계절 분류를 가지고 1971년부터 2000년까지 신구간 동안 우리나라의 위, 중간, 아래인 서울, 광주, 제주의 기온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제주에는 일평균 기온 5℃ 이하인 날이 한 해 8일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지금 우리가 부르는 신구간과 거의 일치하는 8일이었다. 여기서 윤용택은 “기온이 5℃ 밑으로 내려가면 세균들이 활동을 할 수 없다. 그런데 5℃ 이상이면 세균이 활개를 펴 사람들을 이유없이 시름시름 앓게 하고 결국에는 목숨까지 앗아간다.“라고 하였고, 거기에서 동티의 정체를 찾아낼 수 있다 하였다. 그는 제주 사람들이 『천기대요』나 『산림경제』를 읽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신구간의 구체적인 날짜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옛사람들이 겨울에 이사하면서 동티가 나지 않고 무사히 이사를 마친 경험과 지혜가 후세에 전해지면서 신구간이 자리 잡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옛사람들에게 신구간은 ‘미신’‘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꽤나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라고 하였다.

즉 제주에만 신구간이 있는 이유를 이 지역의 독특한 풍습과 환경적 영향에서 찾아냈다. 제주는 여느 지역과 달리 유난히 섬기는 신이 많고, 세균의 활동이 뜸한 5℃ 미만의 날씨가 드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고문헌

南國의 民俗-제주도 무속 (진성기, 교학사, 1975)
내고장 傳統文化 (북제주군, 일신옵셋, 1982)
豐川略史 (오문복, 풍천초등학교, 1987)
韓國民俗大辭典 (민족문화사, 1991)
天機大要, 공자왈․맹자왈 (현용준, 민속원, 2007)
제주말 큰사전 (송상조, 한국문화사, 2007)
제주문화상징 (제주특별자치도,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