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공본풀이

삼공본풀이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무속신앙 > 무속신화

집필자 이수자(李秀子)

정의

제주도의 큰굿에서 불리는 신화로 전상차지신인 삼공신의 근본내력을 설명하고 있는 본풀이. 현재는 큰굿 31제차 가운데 14번째 거리에서 거행되는 제차인 ‘삼공본풀이’에서 구송되고 있지만 원래는 큰굿 열두 거리 가운데 초감제, 불도제, 초공제, 이공제에 이어 다섯 번째 거리인 삼공제에서 구송되던 신화로 볼 수 있다.

내용

<삼공본풀이>는 여러 자료에 소개되어 있으며, 큰 줄거리는 대동소이하다. 『제주도무속자료사전』의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거지인 강이영성이서불과 홍운소천궁에궁전궁납이 결혼하여 딸 세 명을 낳았다. 부부는 셋째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차츰 부자가 된다. 어느 날 아버지가 세 딸을 불러놓고 누구 덕에 먹고 사는가를 물으니 위의 두 딸은 부모 덕에 먹고 산다고 대답하지만 셋째 딸인 가믄장아기는 자기의 배꼽 밑 선그뭇줄 덕분에 먹고 산다고 대답한다. 화가 난 아버지가 셋째 딸을 내쫓으니 가믄장아기는 검은 암소에 먹을 것을 싣고 길을 떠난다. 어머니는 쫓겨난 딸이 불쌍하여 마지막으로 식은 밥이라도 먹고 가게 하려고 위의 두 딸을 시켜 동생을 불러 오도록 한다. 그러나 언니들은 동생을 멀리 쫓아내려고 부모님이 때리러 온다고 거짓말을 한다. 거짓임을 알고 있는 가믄장아기는 이를 괘씸하게 여겨 언니들을 청지네와 버섯으로 환생시킨다. 한편 부모는 딸들이 소식이 없자 문을 열고 나오다가 눈이 문 웃지방에 부딪쳐 장님이 되고, 이후 앉아서 먹고 입고 하다보니 재산이 탕진되어 다시 거지가 된다.

가믄장아기는 길을 가다가 깊은 산 속에 있는 마퉁이 삼형제의 초가집에 도착한다. 일하고 돌아온 첫째 마퉁이는 집에 가믄장아기가 있는 것을 보고, 우리 부모는 자기들이 애를 써 마를 파다가 배 불리게 해주니 지나가던 계집아이나 데려다 놀고 있다고 한다. 둘째 마퉁이도 똑같이 말한다. 그러나 셋째 마퉁이는 환히 웃으면서 우리 집에 검은 암소와 여자가 들어오니 하늘이 돕는 일이다 하면서 기뻐한다. 삼형제가 마를 삶아 첫째 마퉁이는 부모에게 먼저 태어나 많이 먹었으니 마의 목이나 드시라 하며 목을 주고 자기는 마 잔등이를 먹는다. 둘째 마퉁이 역시 부모에게는 마 꼬리 부분을 준다. 셋째 마퉁이는 부모가 자기들을 낳아 키우느라고 얼마나 힘이 들었으며, 이제 살면 얼마나 살겠느냐면서 마 잔등이를 부모에게 드린다. 또한 가믄장아기가 흰 쌀밥을 하여 부모, 큰형, 둘째 형에게 순서대로 주었지만 모두 벌레 같다고 하며 안 먹는다. 하지만 셋째 마퉁이가 밥을 먹기 시작하자 형들이 동생에게 밥을 달라고 한다. 셋째 마퉁이는 그들에게 밥을 나누어 준다. 가믄장아기가 가만히 보니 셋째 마퉁이가 쓸 만한 존재라 목욕을 시킨 후 함께 잠을 잔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가믄장아기는 셋째 마퉁이에게 마를 캐는 곳에 구경을 가겠다고 하면서 함께 길을 나선다. 큰 마퉁이 있는 곳에는 똥만 가득하고, 둘째 마퉁이 있는 곳에는 지네ㆍ뱀 같은 미물만 가득하나 셋째 마퉁이 있는 곳에는 자갈이라고 흩어져 있는 것을 주워 흙을 터니 모두 금덩이와 은덩이가 된다. 셋째 마퉁이와 가믄장아기는 이것을 검은 암소에 싣고 와 팔아서 큰 부자가 된다.

후에 가믄장아기는 장님인 자기 부모가 거지가 되어 이리저리 돌아다닐 것을 생각하고 부모나 한번 찾아봐야겠다면서 백 일 동안 거지잔치를 벌인다. 석 달 열흘이 되던 날 자신의 부모가 걸인의 모습으로 나타나자 가믄장아기는 그들을 불러 그동안 살아온 말을 해 보라 한다. 부모가 지금까지 살아온 말을 마치자 가믄장아기는 술잔을 권하며 자신이 가믄장아기라고 말하니 부모는 그 순간 놀라서 술잔을 떨어뜨리고 눈도 뜨게 되었다.

지역사례

현재 육지 무속에서는 <삼공본풀이>와 같은 신화가 구송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내용의 이야기가 전국에 걸쳐 민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담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내복에 산다> 혹은 <숯구이 총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이야기는 아버지가 딸들을 앉혀 놓고 “누구 덕에 먹고 사느냐?”라고 물었을 때 셋째 딸이 “내복에 산다”고 대답함으로써 집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 딸이 숯구이 총각을 만나 결혼하고, 남편이 숯을 굽던 곳에서 금을 발견하여 큰 부자가 되어 잘살게 되었다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쫓겨난 셋째 딸이 간혹 마퉁이를 만났다는 자료도 있으나 많은 경우 숯구이 총각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에 걸인잔치를 벌여 부모를 만나는 자료도 있으나 흔하지는 않다. 이 유형의 이야기는 셋째 딸이 한 번만 결혼을 한다고 하여 ‘초혼형’으로 명명되어 연구되기도 했다.

둘째는 <복진 며느리> 유형이다. 어느 대감이 아들을 낳았지만 아들은 복이 없다. 대감은 백정의 딸이 복이 있어 그 딸을 며느리로 얻었다. 부친이 죽자 아들은 방탕한 생활을 하며 백정의 딸이라 하여 부인을 내쫓았다. 내쫓긴 부인은 숯 굽는 총각을 만나 결혼하고, 남편이 숯을 굽는 곳에서 금을 발견하여 큰 부자가 되었다. 전남편이 거지가 되어 있을 것을 아는 부인은 거지잔치를 벌여 전남편을 만나 다시 예전의 시가로 돌아가 큰 부자가 되어 잘 살았다. 이와 같은 유형의 이야기들은 부인이 결혼을 두 번 한다 하여 ‘재혼형’으로 명명되어 연구되기도 했다.

<내복에 산다> 유형과 유사한 화소를 지닌 이야기는 중국의 묘족이나 일본에도 전승되고 있다. <복진 며느리> 유형 역시 중국과 일본에서 전해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모두 전남편이 부인을 만난 후 부끄러워 죽는 것으로 끝나지만 중국에서는 전남편이 죽어 조왕신(竈王神)이 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일본에서는 전남편이 죽어 화장실 뒤편에 묻히며 여기에서 담배가 나왔다고 한다.

의의

<삼공본풀이>는 삼공신, 즉 전상신에 대한 내력을 설명하고 있는 신화로, 그간 전상신은 전생신(前生神)으로 연구되기도 했다. 「조선무속의 연구(朝鮮巫俗の硏究)」 상권에는 ‘인간살이 모든 일이 다 전상’이라 하고 있어서 전상은 ‘사람이 한평생 그렇게 살도록 마련된 어떤 운명이나 팔자’를 뜻하는 말로 추정되며,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우리의 옛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상신을 전생신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삼공신은 초공신ㆍ이공신ㆍ삼공신 등으로 보았을 때 세 번째 신을 높여 부르는 존칭어라 할 수 있다. 제주도 큰굿에서 놀아지는 놀이에는 ‘삼공맞이’라는 것이 있다. ‘전상놀이’라고도 하는 이 놀이는 내용상으로 볼 때 원래 삼공제 혹은 <삼공본풀이>와 상관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삼공본풀이>에서 중요한 화소는 셋째 딸, 내복에 산다, 마퉁이, 황금, 걸인잔치, 안맹(眼盲), 개안(開眼) 등으로 이러한 요소는 <삼공본풀이>와 상관있는 놀이였다고 볼 수 있는 삼공맞이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삼공제’, 혹은 ‘삼공맞이제’라는 굿거리에서 <삼공본풀이>는 신화로, 삼공놀이는 놀이로 놀아졌던 것이다.

<삼공본풀이> 및 전상놀이에서는 마지막에 장님 부부가 눈을 뜨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은 삼공신 혹은 <삼공본풀이>에 있어 안맹과 개안이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을 알게 한다. 육지 쪽 무속에는 맹인과 관련된 굿거리가 많다. 이들 내용에도 마지막에는 장님이 눈을 뜨고 있는 것이 많은데, 이러한 굿들은 기원적으로 삼공제 혹은 <삼공본풀이>, 삼공놀이 같은 것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삼공본풀이>는 비교적 일찍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삼공본풀이>와 유사한 내용의 민담이 전국에 걸쳐 전승되고 있을 뿐 아니라 『삼국유사(三國遺事)』 권 2 무왕조의 무왕설화, 즉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가 <삼공본풀이>의 이야기와 유사한 점이 많고, 또한 고구려 온달 전승의 서사구조도 <삼공본풀이>의 그것과 유사하며, 나아가 <심청전>에도 유사한 내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삼공본풀이>는 그와 유사한 내용들이 신화ㆍ전설ㆍ민담ㆍ판소리ㆍ고소설 등 여러 장르에 걸쳐 있는 셈이어서 이들의 수수관계가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동안에는 대체로 <삼공본풀이> 같은 무가가 민담에서 소재를 취한 것으로 추정되고 연구되어 온 편이지만 최근에는 <삼공본풀이>와 같은 신화가 선행했고, 이것으로부터 민담ㆍ전설ㆍ판소리ㆍ고소설 등이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학설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삼공본풀이>는 우리 민족의 고대적 제의라 할 수 있는 열두 거리 큰굿 가운데 다섯 번째 거리인 삼공제에서 구송되던 신화이다. 이 제의는 전상차지신인 삼공신에게 제의를 올리면서 우리 삶이 좋은 전상 속에서 잘 살기를 기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삼공본풀이>는 이와 같은 제의와 관련하여 창조되고 형성된 매우 고형(古形)의 신화라 할 수 있다. 고대 제의 속에서 구송되던 신화는 후일 제의의 현장을 벗어나 민담ㆍ전설ㆍ소설 등을 이루는 모태가 된다고 하는 일반적인 학설을 중시하면 <삼공본풀이> 역시 후일 제의의 현장을 벗어나 민담화되었을 수 있다. 또 중요한 화소, 즉 마퉁이나 황금 발견과 같은 요소는 무왕전설을 다채롭고 신성하게 구성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심청전>과 같은 판소리 혹은 고소설을 이루는 데 부분적으로 중요한 모태가 되기도 한 것이다.

인류가 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노천에 있는 생금을 발견하면서부터였고, 제련하여 금을 사용한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이다. <삼공본풀이>는 바로 생금을 발견하는 내용을 전하고 있기에 그만큼 고형일 수 있다. 육지에 <삼공본풀이> 내용과 유사한 민담이 많은 것은 고대에는 육지의 무속에서도 이 신화가 구송되었음을 알게 하는 단서가 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중국ㆍ일본ㆍ라오스 등의 주변국에서도 <삼공본풀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는 것은 이 신화의 역사가 그만큼 오래 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선행 연구에서는 육지에서 전승되고 있는 민담이 <내복에 산다> 유형 설화, 즉 ‘초혼형’ 설화가 많은 것으로 미루어 <삼공본풀이>가 원래는 이러한 내용의 신화였지만 나중에 또 다른 하나의 신화로 전승되던 안맹ㆍ개안 화소가 <삼공본풀이>에 유입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입장은 재고되어야 한다. <삼공본풀이>는 가난ㆍ거지 및 안맹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던 시대에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부자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개안이 될 수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하면서 창조된 주술적 신화이기에 처음부터 원래 현재의 <삼공본풀이> 내용처럼 신화가 창조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朝鮮巫俗の硏究 上 (赤松智城ㆍ秋葉隆, 조선총독부, 1937), 제주도무속자료사전 (현용준, 신구문화사, 1980), 여인발복 설화의 연구 (김대숙,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8), 내복에 산다계 설화 연구 (현승환, 제주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2), 제주도 무속을 통해서 본 큰굿 열두거리의 구조적 원형과 신화 (이수자, 집문당, 2004)

삼공본풀이

삼공본풀이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무속신앙 > 무속신화

집필자 이수자(李秀子)

정의

제주도의 큰굿에서 불리는 신화로 전상차지신인 삼공신의 근본내력을 설명하고 있는 본풀이. 현재는 큰굿 31제차 가운데 14번째 거리에서 거행되는 제차인 ‘삼공본풀이’에서 구송되고 있지만 원래는 큰굿 열두 거리 가운데 초감제, 불도제, 초공제, 이공제에 이어 다섯 번째 거리인 삼공제에서 구송되던 신화로 볼 수 있다.

내용

<삼공본풀이>는 여러 자료에 소개되어 있으며, 큰 줄거리는 대동소이하다. 『제주도무속자료사전』의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거지인 강이영성이서불과 홍운소천궁에궁전궁납이 결혼하여 딸 세 명을 낳았다. 부부는 셋째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차츰 부자가 된다. 어느 날 아버지가 세 딸을 불러놓고 누구 덕에 먹고 사는가를 물으니 위의 두 딸은 부모 덕에 먹고 산다고 대답하지만 셋째 딸인 가믄장아기는 자기의 배꼽 밑 선그뭇줄 덕분에 먹고 산다고 대답한다. 화가 난 아버지가 셋째 딸을 내쫓으니 가믄장아기는 검은 암소에 먹을 것을 싣고 길을 떠난다. 어머니는 쫓겨난 딸이 불쌍하여 마지막으로 식은 밥이라도 먹고 가게 하려고 위의 두 딸을 시켜 동생을 불러 오도록 한다. 그러나 언니들은 동생을 멀리 쫓아내려고 부모님이 때리러 온다고 거짓말을 한다. 거짓임을 알고 있는 가믄장아기는 이를 괘씸하게 여겨 언니들을 청지네와 버섯으로 환생시킨다. 한편 부모는 딸들이 소식이 없자 문을 열고 나오다가 눈이 문 웃지방에 부딪쳐 장님이 되고, 이후 앉아서 먹고 입고 하다보니 재산이 탕진되어 다시 거지가 된다.

가믄장아기는 길을 가다가 깊은 산 속에 있는 마퉁이 삼형제의 초가집에 도착한다. 일하고 돌아온 첫째 마퉁이는 집에 가믄장아기가 있는 것을 보고, 우리 부모는 자기들이 애를 써 마를 파다가 배 불리게 해주니 지나가던 계집아이나 데려다 놀고 있다고 한다. 둘째 마퉁이도 똑같이 말한다. 그러나 셋째 마퉁이는 환히 웃으면서 우리 집에 검은 암소와 여자가 들어오니 하늘이 돕는 일이다 하면서 기뻐한다. 삼형제가 마를 삶아 첫째 마퉁이는 부모에게 먼저 태어나 많이 먹었으니 마의 목이나 드시라 하며 목을 주고 자기는 마 잔등이를 먹는다. 둘째 마퉁이 역시 부모에게는 마 꼬리 부분을 준다. 셋째 마퉁이는 부모가 자기들을 낳아 키우느라고 얼마나 힘이 들었으며, 이제 살면 얼마나 살겠느냐면서 마 잔등이를 부모에게 드린다. 또한 가믄장아기가 흰 쌀밥을 하여 부모, 큰형, 둘째 형에게 순서대로 주었지만 모두 벌레 같다고 하며 안 먹는다. 하지만 셋째 마퉁이가 밥을 먹기 시작하자 형들이 동생에게 밥을 달라고 한다. 셋째 마퉁이는 그들에게 밥을 나누어 준다. 가믄장아기가 가만히 보니 셋째 마퉁이가 쓸 만한 존재라 목욕을 시킨 후 함께 잠을 잔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가믄장아기는 셋째 마퉁이에게 마를 캐는 곳에 구경을 가겠다고 하면서 함께 길을 나선다. 큰 마퉁이 있는 곳에는 똥만 가득하고, 둘째 마퉁이 있는 곳에는 지네ㆍ뱀 같은 미물만 가득하나 셋째 마퉁이 있는 곳에는 자갈이라고 흩어져 있는 것을 주워 흙을 터니 모두 금덩이와 은덩이가 된다. 셋째 마퉁이와 가믄장아기는 이것을 검은 암소에 싣고 와 팔아서 큰 부자가 된다.

후에 가믄장아기는 장님인 자기 부모가 거지가 되어 이리저리 돌아다닐 것을 생각하고 부모나 한번 찾아봐야겠다면서 백 일 동안 거지잔치를 벌인다. 석 달 열흘이 되던 날 자신의 부모가 걸인의 모습으로 나타나자 가믄장아기는 그들을 불러 그동안 살아온 말을 해 보라 한다. 부모가 지금까지 살아온 말을 마치자 가믄장아기는 술잔을 권하며 자신이 가믄장아기라고 말하니 부모는 그 순간 놀라서 술잔을 떨어뜨리고 눈도 뜨게 되었다.

지역사례

현재 육지 무속에서는 <삼공본풀이>와 같은 신화가 구송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내용의 이야기가 전국에 걸쳐 민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담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내복에 산다> 혹은 <숯구이 총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이야기는 아버지가 딸들을 앉혀 놓고 “누구 덕에 먹고 사느냐?”라고 물었을 때 셋째 딸이 “내복에 산다”고 대답함으로써 집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 딸이 숯구이 총각을 만나 결혼하고, 남편이 숯을 굽던 곳에서 금을 발견하여 큰 부자가 되어 잘살게 되었다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쫓겨난 셋째 딸이 간혹 마퉁이를 만났다는 자료도 있으나 많은 경우 숯구이 총각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에 걸인잔치를 벌여 부모를 만나는 자료도 있으나 흔하지는 않다. 이 유형의 이야기는 셋째 딸이 한 번만 결혼을 한다고 하여 ‘초혼형’으로 명명되어 연구되기도 했다.

둘째는 <복진 며느리> 유형이다. 어느 대감이 아들을 낳았지만 아들은 복이 없다. 대감은 백정의 딸이 복이 있어 그 딸을 며느리로 얻었다. 부친이 죽자 아들은 방탕한 생활을 하며 백정의 딸이라 하여 부인을 내쫓았다. 내쫓긴 부인은 숯 굽는 총각을 만나 결혼하고, 남편이 숯을 굽는 곳에서 금을 발견하여 큰 부자가 되었다. 전남편이 거지가 되어 있을 것을 아는 부인은 거지잔치를 벌여 전남편을 만나 다시 예전의 시가로 돌아가 큰 부자가 되어 잘 살았다. 이와 같은 유형의 이야기들은 부인이 결혼을 두 번 한다 하여 ‘재혼형’으로 명명되어 연구되기도 했다.

<내복에 산다> 유형과 유사한 화소를 지닌 이야기는 중국의 묘족이나 일본에도 전승되고 있다. <복진 며느리> 유형 역시 중국과 일본에서 전해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모두 전남편이 부인을 만난 후 부끄러워 죽는 것으로 끝나지만 중국에서는 전남편이 죽어 조왕신(竈王神)이 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일본에서는 전남편이 죽어 화장실 뒤편에 묻히며 여기에서 담배가 나왔다고 한다.

의의

<삼공본풀이>는 삼공신, 즉 전상신에 대한 내력을 설명하고 있는 신화로, 그간 전상신은 전생신(前生神)으로 연구되기도 했다. 「조선무속의 연구(朝鮮巫俗の硏究)」 상권에는 ‘인간살이 모든 일이 다 전상’이라 하고 있어서 전상은 ‘사람이 한평생 그렇게 살도록 마련된 어떤 운명이나 팔자’를 뜻하는 말로 추정되며,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우리의 옛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상신을 전생신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삼공신은 초공신ㆍ이공신ㆍ삼공신 등으로 보았을 때 세 번째 신을 높여 부르는 존칭어라 할 수 있다. 제주도 큰굿에서 놀아지는 놀이에는 ‘삼공맞이’라는 것이 있다. ‘전상놀이’라고도 하는 이 놀이는 내용상으로 볼 때 원래 삼공제 혹은 <삼공본풀이>와 상관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삼공본풀이>에서 중요한 화소는 셋째 딸, 내복에 산다, 마퉁이, 황금, 걸인잔치, 안맹(眼盲), 개안(開眼) 등으로 이러한 요소는 <삼공본풀이>와 상관있는 놀이였다고 볼 수 있는 삼공맞이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삼공제’, 혹은 ‘삼공맞이제’라는 굿거리에서 <삼공본풀이>는 신화로, 삼공놀이는 놀이로 놀아졌던 것이다.

<삼공본풀이> 및 전상놀이에서는 마지막에 장님 부부가 눈을 뜨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은 삼공신 혹은 <삼공본풀이>에 있어 안맹과 개안이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을 알게 한다. 육지 쪽 무속에는 맹인과 관련된 굿거리가 많다. 이들 내용에도 마지막에는 장님이 눈을 뜨고 있는 것이 많은데, 이러한 굿들은 기원적으로 삼공제 혹은 <삼공본풀이>, 삼공놀이 같은 것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삼공본풀이>는 비교적 일찍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삼공본풀이>와 유사한 내용의 민담이 전국에 걸쳐 전승되고 있을 뿐 아니라 『삼국유사(三國遺事)』 권 2 무왕조의 무왕설화, 즉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가 <삼공본풀이>의 이야기와 유사한 점이 많고, 또한 고구려 온달 전승의 서사구조도 <삼공본풀이>의 그것과 유사하며, 나아가 <심청전>에도 유사한 내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삼공본풀이>는 그와 유사한 내용들이 신화ㆍ전설ㆍ민담ㆍ판소리ㆍ고소설 등 여러 장르에 걸쳐 있는 셈이어서 이들의 수수관계가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동안에는 대체로 <삼공본풀이> 같은 무가가 민담에서 소재를 취한 것으로 추정되고 연구되어 온 편이지만 최근에는 <삼공본풀이>와 같은 신화가 선행했고, 이것으로부터 민담ㆍ전설ㆍ판소리ㆍ고소설 등이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학설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삼공본풀이>는 우리 민족의 고대적 제의라 할 수 있는 열두 거리 큰굿 가운데 다섯 번째 거리인 삼공제에서 구송되던 신화이다. 이 제의는 전상차지신인 삼공신에게 제의를 올리면서 우리 삶이 좋은 전상 속에서 잘 살기를 기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삼공본풀이>는 이와 같은 제의와 관련하여 창조되고 형성된 매우 고형(古形)의 신화라 할 수 있다. 고대 제의 속에서 구송되던 신화는 후일 제의의 현장을 벗어나 민담ㆍ전설ㆍ소설 등을 이루는 모태가 된다고 하는 일반적인 학설을 중시하면 <삼공본풀이> 역시 후일 제의의 현장을 벗어나 민담화되었을 수 있다. 또 중요한 화소, 즉 마퉁이나 황금 발견과 같은 요소는 무왕전설을 다채롭고 신성하게 구성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심청전>과 같은 판소리 혹은 고소설을 이루는 데 부분적으로 중요한 모태가 되기도 한 것이다.

인류가 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노천에 있는 생금을 발견하면서부터였고, 제련하여 금을 사용한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이다. <삼공본풀이>는 바로 생금을 발견하는 내용을 전하고 있기에 그만큼 고형일 수 있다. 육지에 <삼공본풀이> 내용과 유사한 민담이 많은 것은 고대에는 육지의 무속에서도 이 신화가 구송되었음을 알게 하는 단서가 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중국ㆍ일본ㆍ라오스 등의 주변국에서도 <삼공본풀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는 것은 이 신화의 역사가 그만큼 오래 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선행 연구에서는 육지에서 전승되고 있는 민담이 <내복에 산다> 유형 설화, 즉 ‘초혼형’ 설화가 많은 것으로 미루어 <삼공본풀이>가 원래는 이러한 내용의 신화였지만 나중에 또 다른 하나의 신화로 전승되던 안맹ㆍ개안 화소가 <삼공본풀이>에 유입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입장은 재고되어야 한다. <삼공본풀이>는 가난ㆍ거지 및 안맹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던 시대에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부자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개안이 될 수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하면서 창조된 주술적 신화이기에 처음부터 원래 현재의 <삼공본풀이> 내용처럼 신화가 창조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朝鮮巫俗の硏究 上 (赤松智城ㆍ秋葉隆, 조선총독부, 1937)
제주도무속자료사전 (현용준, 신구문화사, 1980)
여인발복 설화의 연구 (김대숙,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8)
내복에 산다계 설화 연구 (현승환, 제주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2)
제주도 무속을 통해서 본 큰굿 열두거리의 구조적 원형과 신화 (이수자, 집문당,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