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海带)

미역

한자명

海带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제물

집필자 김상보(金尙寶)

정의

가정신앙에서 산모가 아이를 낳거나 삼신고사를 지낼 때 주로 사용하는 제물. 감곽(甘藿) 또는 해채(海菜)라고도 한다.

역사

미역은 신석기시대에 이미 해안가를 중심으로 섭취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불교 전래 이후 살생금지 사상과 함께 육류 섭취 금지와 맞물려 미역의 수요는 증가되었다. 육류가 배제된 식품을 소선(素膳)이라고 한다. 소선은 해초, 곡류, 채소가 중심 재료가 되어 몸을 청정하게 하기 위하여 먹는 불교 정진(精進) 음식의 하나이다.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 때 교류가 빈번한 중국 남조(南朝)의 양(梁) 나라 무제는 재위 10년(511)에 술과 육류를 금하는 법령을 공포함과 동시에 517년 국가의 모든 제사에 동물을 죽여 바치는 것 또한 못하게 하였다. 이때 우란분재를 백과(百果)와 채소를 재료로 하여 거행한 일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침류왕(재위 384~385) 이후 왕실의 비호 아래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해 있던 백제 왕실에서 양나라의 문물을 모범으로 하여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해초를 포함한 채소와 백과를 사용한 우란분재를 받아들여 거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확실한 기록은 없다. 백제가 살생을 금지한 시기는 599년(법왕 원년)이다.

예치주의(禮治主義)를 표방하여 유교를 국교로 채택한 조선왕조에서도 여전히 고려왕조의 불교음식 문화가 남아있었다. 선혜청(宣惠廳, 대동미와 대동목 등의 출납을 맡아보던 관청, 선조 41년에 처음으로 두었다가 고종 31년에 폐지되었음)에서 소선을 맡아보는 관아인 의영고(義盈庫, 기름 · 꿀 · 황랍 · 후추 등의 소물(素物)을 맡아보던 관아. 태조 원년에 설치하여 고종 19년에 폐지됨. 고려시대에도 기름 · 꿀 · 과일 등을 맡아보던 관아였음)에 지급하는 공물(貢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상곽(常藿)
황밀 조곽(早藿)
작설차 분곽(粉藿)
석이버섯 감태(甘苔)
참기름 황각(黃角)
들기름

총 12종에서 6종이 해채류이다. 이 가운데 3종이 미역이다. 고려왕조에 이어 조선왕조에 걸쳐서 근 1000년 동안 소물을 담당한 의영고에서 취급하던 식자재를 통하여 미역 섭취의 면면한 역사를 가늠케 한다.

품질이 보통 미역인 상곽, 일찍이 따서 말린 미역인 조곽, 품질이 좋은 미역인 분곽은 산모의 식이요법을 위한 식재료가 되기도 하였다. 조선왕조에서 중궁전의 유모상궁[阿只尙宮]에게 보낸 식재료는 중미(中米, 쌀) · 포태(泡太, 두부 만드는 콩) · 황대두 · 깨 · 대구 · 준치 · 조기 · 비웃 · 건숭어 · 새우젓 · 밴댕이젓 · 소금 · 간장 · 감장 · 참기름 · 식초 · 상곽 · 분곽 · 조곽 · 황각 · 김 · 다시마였다. 왕세자나 왕자에게 젖을 먹이는 유모가 먹는 식자재에 미역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궁궐에서도 아이 양육에 미역은 빠질 수 없는 식자재였음을 나타내 준다.

미역이 왕실에서 조차 산모의 식이재료로 고대 때부터 채택된 이유는 번열(煩熱, 몸에 열이 몹시 나고 가슴속이 답답하며 괴로운 증세)을 내리고 결기(結氣, 뭉친 것)를 다스리며 수도(水道, 소변 배설)에 좋다고 하는 미역에 대한 양생관(養生觀)에서 찾을 수 있다.

내용

미역이 젖이 뭉쳐지지 않게 하면서 소변 배설을 도움으로써 산모의 젖은 잘 나오고 붓기는 빠지는 식품이 된다. 미역은 분명히 산모에게 좋은 식품이다.

일반 민중의 가정신앙에서는 미역국으로 만들어 삼신께 올리는 것이 현재에도 행하여지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집안에 임신부가 있으면 달이 차오면 쌀, 미역, 기저귀를 장만하여 놓고 기다렸다가 출산과 어린아이 씻기기가 끝나면 곧바로 흰밥과 미역국을 낸다. 먼저 방의 서남쪽 구석을 정갈하게 하고 상위에 흰밥과 미역국을 세 그릇씩 차려 삼신(三神, 탄생의 신)께 제사를 드린다. 출산 후 사흘째 되는 날, 7일째 되는 날, 14일째 되는 날, 21일째 되는 날, 100일째 되는 날에도 이와 같이 삼신께 제사를 드렸다.

태가 「삼」이 되기 때문에 태신(胎神)을 「삼신」이라 하기도 하고 산신(産神), 제석신(帝釋神), 용신(龍神)이라고도 한다. 환인(桓因), 환웅(桓雄), 왕검(王儉)을 삼신이라고도 한다. 사람의 생명을 장악하는 신이어서 호신(護神)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혼란스러운 삼신관은 역사의 진행과 더불어 습합된 양상이 민심으로 표출된 것이다. 조선총독부 시절 경성과 오산의 열두거리 무속제에서 등장하는 제석거리의 청배(請拜) 사설을 보면 습합 현상이 잘 드러난다.

··삼신제석(三神帝釋)님 본을 풀면
삼신산(三神山)과 새미산(須彌山, 수미산)이 본이로소이다.
··삼신산(三神山) 불사약(不死藥)을 여기저기 다더젓든이
··제석님의 아버지는 해수뜰 해수선배[海水先輩, 선비는 유생(儒生)]
제석님의 어머니는 용궁뜰 용녀부인(龍女夫人)

삼신신앙이 지닌 불교, 도교, 유교와의 습합 현상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수미산이라고 하는 제석이 살고 있으면서 불사약이 존재하는 산은 역시 불사약이 있는 삼신산과 동격이다. 이는 불로장수를 최상의 목표로 한 도교의 양생관과도 통한다. 삼신이자 제석의 아버지는 해수의 유학자이고 어머니는 용녀부인으로 삼신은 용신 및 공자와도 밀접한 관계가 설정된 신이다.

따라서 신성한 삼신산에 거주하는 삼신께 공물을 바친다는 것은 인간의 마음으로 보면 신성하면서도 영험한 행위이다. 공물은 제석 및 용왕과도 통하는 깨끗한 소선(素膳)이어야 한다. 이들 소선 재료는 앞에서 언급한 쌀, 황밀, 작설차, 석이버섯, 참기름, 들기름, 상곽, 조곽, 분곽, 감태, 황각, 김 등임은 물론이다.

지역사례

1924년에 조선총독부에 의하여 발간된 조사보고서를 통하여 미역을 중심으로 한 제물이 삼신제에서 어떻게 차려졌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경북 김천지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려고 하면 삼신제를 지낸다. 산기가 있으면 곧 산모의 어머니가 주제(主祭)가 되어 백반과 미역국을 차린 밥상을 산실(産室) 벽으로 향하여 차리고 무사히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도한다. 출산하고 나면 산부(産婦)에게 이 제사음식을 음복하게 한다. 출산 7일째 되는 날에 아이를 해산할 때 입은 옷 하나를 흰 종이에 싸서 이것을 신체로 삼아 산실 선반 위에 모셔놓고 매일 백반을 올린다. 21일째 되는 날에는 산모의 어머니와 산모가 제주(祭主)가 되어 백반, 미역국, 과일을 차려서 제사한다.

경남 마산지역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일주일 간격으로 일곱 번 제사를 지내는 관습이 있다. 문에 새끼줄을 늘어뜨린다. 산실에 칼, 실, 볏짚묶음을 놓고 이것에 백반, 미역국, 차[茶] 등을 차려 제사한다.

충남 천안지역에서는 작은 항아리에 쌀을 담아 그 위에 흰 베를 씌워 삼신항아리라고 한다. 이것을 안방 모퉁이 선반 위에 모신다. 삼신항아리는 아이를 키우는 신이다. 임신을 축하하고 탄생을 축하할 때 등에 이 신에게 백반, 미역국, 떡을 차려 올림으로써 산모 및 아이의 안전과 태어난 아이가 재난이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기원한다.

강원도 울진지역(현재 경북 울진)에서 각 가정의 주부는 대바구니 안에 쌀, 실, 종이 등 3종을 넣고 이것을 산신(産神)이라고 하면서 모신다. 자식을 출산할 때마다 이 3종은 계속 첨가해 넣는다. 출산의 무사함과 아이의 장수를 기도한다.

1924년 전후 삼신제와 그 제물을 살펴본 결과 육류를 전혀 넣지 않고 간장과 소금으로만 맛을 낸 미역국과 백반은 어느 곳에서나 보편적인 제물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전국적으로 행하여진 삼신제의 뿌리는 조선시대 여인의 사속관념(嗣續觀念)이 바탕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교의 종법숭중(宗法崇重) 제도는 대를 잇고자 하는 사속관념을 낳았다. 딸보다 아들을 중히 여기는 까닭에 여자로서 아들을 낳지 못하면 칠거(七去)의 악(惡)으로 여겼다.

결혼한 여인들은 아들을 낳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했고, 또 태어난 아이는 대를 잇기 위하여 무사히 성장하여 무병장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것은 명산에 기도하거나 부처님께 공양드리거나 삼신께 소원을 비는 행위로 연결되었다. 오늘날 급속한 산업화로 삼신제는 점차 퇴색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전국적으로 그 모습이 남아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2005년에 발간한 조사보고서를 통하여 각지의 잔존 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삼신할머니는 아기의 점지와 출산, 아이의 무병장수에 관여하는 신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아기가 태어난 지 7일째, 14일째, 21일째, 백일, 돌이 되는 날, 미역국 세 그릇과 백반 세 공기를 차려 아기 머리맡에 놓아 삼신께 올린다. 지역에 따라서는 백반 한 공기, 미역국 한 그릇을 놓기도 한다. 삼신상에 차린 백반과 미역국은 아기의 수명장수와 산모의 건강회복을 기원한 후 산모가 먹는다.

인천광역시 강화지역에서는 아기를 낳으면 젖이 잘 나오고 아기가 울지 않게 해달라고 백반과 미역국을 차려서 아기 머리맡에 놓고 아기를 낳은 자리에서 삼신할머니께 빈다. 아기를 낳을 때 난산하면 아기를 받는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삼신께 기도한다.

충북 단양지역에서는 집안에서 출산을 하면 출산 후 3일 만에 백반 한 그릇, 미역국 한 그릇, 정화수 한 그릇을 상에 차려 삼신에게 빈 다음 산모에게 먹인다.

보은지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산후 7일까지 짚을 깔고 백반 한 그릇, 미역국 한 그릇, 정화수 한 그릇을 차려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안방의 아랫목 또는 윗목에 모신 삼신할머니께 빈다. 이것을 산모가 먹는다. 아기가 열 살이 될 때까지 생일날에 백반과 미역국을 차려 빈다.

충남 공주지역에서는 삼신이 계시는 윗목에 백반 한 그릇, 미역국 한 그릇, 정화수 한 그릇을 짚을 깔고 차려 출산 후 7일째 되는 날에 빈다. 아이의 백일과 돌 때에는 백반, 미역국, 정화수 이외에도 수수팥떡과 백설기를 추가로 차려 올린다. 아이가 아플 때도 삼신께 치성을 드린다. 출산한 산모에게는 일주일 동안 미역국을 먹인다. 그 기간 동안 아이 아버지가 개고기를 먹는 등의 부정이 타면 아이가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울기 때문에, 이때는 부정을 풀어내기 위하여 삼신께 미역국과 백반을 올리며 잘못을 빈다. 삼신께 올리는 미역국에는 멸치도 넣지 않고 최대한 비리지 않게 끓인다. 제사에 올린 미역국과 백반은 산모가 먼저 먹는다. 백일과 돌 때 올렸던 수수팥떡과 백설기는 아이에게 먼저 먹인다. 산모가 먹는 미역은 출산 전에 미리 구입해 두는데, 이것을 산각이라 부른다. 산각을 구입할 때는 접거나 자르지 않고 장에서 파는 긴 미역 그대로 가져와 다락에 잘 보관한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가정에서는 용왕삼신이라 하여 대를 잡고 물의 용왕에게 가서 삼신을 받는다.

경북 고령지역에서 아기를 낳으면 손 없는 방향에 쌀, 미역, 물을 놓고 삼신반을 차린다. 7일째 되는 날 걷어다 백반과 미역국을 만든다. 만든 백반과 미역국은 먼저 삼신 앞에 놓고 ‘젖 많고 아기 잘 크게 해 달라’고 빈 다음 산모가 먹는다. 아들일 경우에는 이렇게 14일째, 21일째에도 하고 딸일 경우에는 7일째 되는 날만 해주기도 한다.

경남 거창지역에서 아기를 출산하면 쌀, 미역, 타래실, 물을 삼신반에 차려 삼신께 빈다. 7일째 되는 날 삼신반에 놓았던 쌀과 미역으로 백반과 미역국을 만들어 산모가 먹는다. 14일째, 21일째 되는 날에도 이와 같이 한다.

강원도 삼척지역에서는 혼인 후에도 태기가 없거나 아들 낳기를 바라는 부인은 깊은 산속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에서 실이나 종이를 넣은 바가지에 삼신을 받아 안방에 모셔서 임신할 것을 기원한다. 산모가 난산을 하면 삼신 앞에 미역 한 올과 물을 가져다 놓고 빈다. 아기가 태어나면 7일째, 14일째, 21일째 되는 날, 백일, 돌에 삼신 앞에 백반 한 그릇 · 미역국 한 그릇 · 물 한 그릇을 차린 밥상을 놓고 삼신에게 빈다.

제주도에서는 아기가 태어난지 사흘째 되는 날 궤짝 위에, 바구니에 담은 백반 한 그릇, 미역채 한 1그릇, 실, 돈, 쌀 한 사발을 놓고 할망상을 차린다. 산모의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에도 차린다.

전북 고창지역에서는 삼신을 지앙이라고 부른다. 아이가 태어날 무렵이 되면 아이 낳는 방 윗목에 배석(拜席)을 깔고 그 위에 지푸라기, 쌀, 미역, 정화수를 차리고 그 앞에서 산모의 순산을 빈다. 출산하면 상에 올린 쌀과 미역으로 백반과 미역국을 끓여 지앙에게 올린 다음 산모가 이 음식을 음복한다. 7일째, 14일째, 21일째, 28일째, 35일째, 42일째, 49일째 되는 날에도 이와 같이 차려 모신다. 지푸라기는 갈지 않고 그대로 둔다.

전남 강진지역에서는 전북지역과 마찬가지로 삼신을 지앙이라 한다. 산기(産氣)가 보이면 산실(産室) 윗목에 짚을 깔고 위에 미역 한 줄기를 걸쳐 놓은 쌀을 가득 담은 지앙동이와 정화수 한 그릇을 차린다. 아이가 태어나면 지앙동이의 쌀과 미역으로 백반과 미역국을 끓여 산모에게 먹인다. 이렇게 7일째, 21일째, 28일째, 35일째, 42일째, 49일째 되는 날에도 그대로 한다.

이상 전국적으로 잔존하고 있는 삼신신앙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미역국과 백반은 공통적인 공물로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제석, 용왕, 환인, 환웅, 왕검과도 통한 삼신관은 점차 퇴색되었다. 다만 산신(産神)적 성격의 산신할머니로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역국과 백반 세 그릇씩을 올리던 것이 모두 한 그릇씩으로 고정되고 있다.

도교의 양생관과 불교의 소선적 성격에서 출발한 불로장수 음식인 미역국은 생명을 관장하는 삼신에게 먼저 바친 다음 삼신이 먹고 남긴 것을 산모가 먹는다. 그러면 삼신이 복(福)을 내려 산모와 산모의 젖을 먹고 자라는 아이가 불로장수의 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釋奠 · 祈雨 · 安宅 (井坂圭一良, 國書刊行会, 1924), 三國史記, 東醫寶鑑, 萬機要覽, 朝鮮女俗考 (李能和, 翰南書林, 1927), 朝鮮巫俗の硏究 (赤松智城 · 秋葉隆 · 朝鮮印刷株式會社, 1937), 식생활 (김상보, 백제의 생활과 문화,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2007), 한국의 가정신앙-전남․전북 (국립문화재연구소, 2008)

미역

미역
한자명

海带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제물

집필자 김상보(金尙寶)

정의

가정신앙에서 산모가 아이를 낳거나 삼신고사를 지낼 때 주로 사용하는 제물. 감곽(甘藿) 또는 해채(海菜)라고도 한다.

역사

미역은 신석기시대에 이미 해안가를 중심으로 섭취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불교 전래 이후 살생금지 사상과 함께 육류 섭취 금지와 맞물려 미역의 수요는 증가되었다. 육류가 배제된 식품을 소선(素膳)이라고 한다. 소선은 해초, 곡류, 채소가 중심 재료가 되어 몸을 청정하게 하기 위하여 먹는 불교 정진(精進) 음식의 하나이다.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 때 교류가 빈번한 중국 남조(南朝)의 양(梁) 나라 무제는 재위 10년(511)에 술과 육류를 금하는 법령을 공포함과 동시에 517년 국가의 모든 제사에 동물을 죽여 바치는 것 또한 못하게 하였다. 이때 우란분재를 백과(百果)와 채소를 재료로 하여 거행한 일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침류왕(재위 384~385) 이후 왕실의 비호 아래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해 있던 백제 왕실에서 양나라의 문물을 모범으로 하여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해초를 포함한 채소와 백과를 사용한 우란분재를 받아들여 거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확실한 기록은 없다. 백제가 살생을 금지한 시기는 599년(법왕 원년)이다.

예치주의(禮治主義)를 표방하여 유교를 국교로 채택한 조선왕조에서도 여전히 고려왕조의 불교음식 문화가 남아있었다. 선혜청(宣惠廳, 대동미와 대동목 등의 출납을 맡아보던 관청, 선조 41년에 처음으로 두었다가 고종 31년에 폐지되었음)에서 소선을 맡아보는 관아인 의영고(義盈庫, 기름 · 꿀 · 황랍 · 후추 등의 소물(素物)을 맡아보던 관아. 태조 원년에 설치하여 고종 19년에 폐지됨. 고려시대에도 기름 · 꿀 · 과일 등을 맡아보던 관아였음)에 지급하는 공물(貢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쌀 상곽(常藿) 황밀 조곽(早藿) 작설차 분곽(粉藿) 석이버섯 감태(甘苔) 참기름 황각(黃角) 들기름 김

총 12종에서 6종이 해채류이다. 이 가운데 3종이 미역이다. 고려왕조에 이어 조선왕조에 걸쳐서 근 1000년 동안 소물을 담당한 의영고에서 취급하던 식자재를 통하여 미역 섭취의 면면한 역사를 가늠케 한다.

품질이 보통 미역인 상곽, 일찍이 따서 말린 미역인 조곽, 품질이 좋은 미역인 분곽은 산모의 식이요법을 위한 식재료가 되기도 하였다. 조선왕조에서 중궁전의 유모상궁[阿只尙宮]에게 보낸 식재료는 중미(中米, 쌀) · 포태(泡太, 두부 만드는 콩) · 황대두 · 깨 · 대구 · 준치 · 조기 · 비웃 · 건숭어 · 새우젓 · 밴댕이젓 · 소금 · 간장 · 감장 · 참기름 · 식초 · 상곽 · 분곽 · 조곽 · 황각 · 김 · 다시마였다. 왕세자나 왕자에게 젖을 먹이는 유모가 먹는 식자재에 미역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궁궐에서도 아이 양육에 미역은 빠질 수 없는 식자재였음을 나타내 준다.

미역이 왕실에서 조차 산모의 식이재료로 고대 때부터 채택된 이유는 번열(煩熱, 몸에 열이 몹시 나고 가슴속이 답답하며 괴로운 증세)을 내리고 결기(結氣, 뭉친 것)를 다스리며 수도(水道, 소변 배설)에 좋다고 하는 미역에 대한 양생관(養生觀)에서 찾을 수 있다.

내용

미역이 젖이 뭉쳐지지 않게 하면서 소변 배설을 도움으로써 산모의 젖은 잘 나오고 붓기는 빠지는 식품이 된다. 미역은 분명히 산모에게 좋은 식품이다.

일반 민중의 가정신앙에서는 미역국으로 만들어 삼신께 올리는 것이 현재에도 행하여지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집안에 임신부가 있으면 달이 차오면 쌀, 미역, 기저귀를 장만하여 놓고 기다렸다가 출산과 어린아이 씻기기가 끝나면 곧바로 흰밥과 미역국을 낸다. 먼저 방의 서남쪽 구석을 정갈하게 하고 상위에 흰밥과 미역국을 세 그릇씩 차려 삼신(三神, 탄생의 신)께 제사를 드린다. 출산 후 사흘째 되는 날, 7일째 되는 날, 14일째 되는 날, 21일째 되는 날, 100일째 되는 날에도 이와 같이 삼신께 제사를 드렸다.

태가 「삼」이 되기 때문에 태신(胎神)을 「삼신」이라 하기도 하고 산신(産神), 제석신(帝釋神), 용신(龍神)이라고도 한다. 환인(桓因), 환웅(桓雄), 왕검(王儉)을 삼신이라고도 한다. 사람의 생명을 장악하는 신이어서 호신(護神)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혼란스러운 삼신관은 역사의 진행과 더불어 습합된 양상이 민심으로 표출된 것이다. 조선총독부 시절 경성과 오산의 열두거리 무속제에서 등장하는 제석거리의 청배(請拜) 사설을 보면 습합 현상이 잘 드러난다.

··삼신제석(三神帝釋)님 본을 풀면
삼신산(三神山)과 새미산(須彌山, 수미산)이 본이로소이다.
··삼신산(三神山) 불사약(不死藥)을 여기저기 다더젓든이
··제석님의 아버지는 해수뜰 해수선배[海水先輩, 선비는 유생(儒生)]
제석님의 어머니는 용궁뜰 용녀부인(龍女夫人)

삼신신앙이 지닌 불교, 도교, 유교와의 습합 현상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수미산이라고 하는 제석이 살고 있으면서 불사약이 존재하는 산은 역시 불사약이 있는 삼신산과 동격이다. 이는 불로장수를 최상의 목표로 한 도교의 양생관과도 통한다. 삼신이자 제석의 아버지는 해수의 유학자이고 어머니는 용녀부인으로 삼신은 용신 및 공자와도 밀접한 관계가 설정된 신이다.

따라서 신성한 삼신산에 거주하는 삼신께 공물을 바친다는 것은 인간의 마음으로 보면 신성하면서도 영험한 행위이다. 공물은 제석 및 용왕과도 통하는 깨끗한 소선(素膳)이어야 한다. 이들 소선 재료는 앞에서 언급한 쌀, 황밀, 작설차, 석이버섯, 참기름, 들기름, 상곽, 조곽, 분곽, 감태, 황각, 김 등임은 물론이다.

지역사례

1924년에 조선총독부에 의하여 발간된 조사보고서를 통하여 미역을 중심으로 한 제물이 삼신제에서 어떻게 차려졌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경북 김천지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려고 하면 삼신제를 지낸다. 산기가 있으면 곧 산모의 어머니가 주제(主祭)가 되어 백반과 미역국을 차린 밥상을 산실(産室) 벽으로 향하여 차리고 무사히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도한다. 출산하고 나면 산부(産婦)에게 이 제사음식을 음복하게 한다. 출산 7일째 되는 날에 아이를 해산할 때 입은 옷 하나를 흰 종이에 싸서 이것을 신체로 삼아 산실 선반 위에 모셔놓고 매일 백반을 올린다. 21일째 되는 날에는 산모의 어머니와 산모가 제주(祭主)가 되어 백반, 미역국, 과일을 차려서 제사한다.

경남 마산지역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일주일 간격으로 일곱 번 제사를 지내는 관습이 있다. 문에 새끼줄을 늘어뜨린다. 산실에 칼, 실, 볏짚묶음을 놓고 이것에 백반, 미역국, 차[茶] 등을 차려 제사한다.

충남 천안지역에서는 작은 항아리에 쌀을 담아 그 위에 흰 베를 씌워 삼신항아리라고 한다. 이것을 안방 모퉁이 선반 위에 모신다. 삼신항아리는 아이를 키우는 신이다. 임신을 축하하고 탄생을 축하할 때 등에 이 신에게 백반, 미역국, 떡을 차려 올림으로써 산모 및 아이의 안전과 태어난 아이가 재난이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기원한다.

강원도 울진지역(현재 경북 울진)에서 각 가정의 주부는 대바구니 안에 쌀, 실, 종이 등 3종을 넣고 이것을 산신(産神)이라고 하면서 모신다. 자식을 출산할 때마다 이 3종은 계속 첨가해 넣는다. 출산의 무사함과 아이의 장수를 기도한다.

1924년 전후 삼신제와 그 제물을 살펴본 결과 육류를 전혀 넣지 않고 간장과 소금으로만 맛을 낸 미역국과 백반은 어느 곳에서나 보편적인 제물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전국적으로 행하여진 삼신제의 뿌리는 조선시대 여인의 사속관념(嗣續觀念)이 바탕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교의 종법숭중(宗法崇重) 제도는 대를 잇고자 하는 사속관념을 낳았다. 딸보다 아들을 중히 여기는 까닭에 여자로서 아들을 낳지 못하면 칠거(七去)의 악(惡)으로 여겼다.

결혼한 여인들은 아들을 낳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했고, 또 태어난 아이는 대를 잇기 위하여 무사히 성장하여 무병장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것은 명산에 기도하거나 부처님께 공양드리거나 삼신께 소원을 비는 행위로 연결되었다. 오늘날 급속한 산업화로 삼신제는 점차 퇴색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전국적으로 그 모습이 남아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2005년에 발간한 조사보고서를 통하여 각지의 잔존 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삼신할머니는 아기의 점지와 출산, 아이의 무병장수에 관여하는 신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아기가 태어난 지 7일째, 14일째, 21일째, 백일, 돌이 되는 날, 미역국 세 그릇과 백반 세 공기를 차려 아기 머리맡에 놓아 삼신께 올린다. 지역에 따라서는 백반 한 공기, 미역국 한 그릇을 놓기도 한다. 삼신상에 차린 백반과 미역국은 아기의 수명장수와 산모의 건강회복을 기원한 후 산모가 먹는다.

인천광역시 강화지역에서는 아기를 낳으면 젖이 잘 나오고 아기가 울지 않게 해달라고 백반과 미역국을 차려서 아기 머리맡에 놓고 아기를 낳은 자리에서 삼신할머니께 빈다. 아기를 낳을 때 난산하면 아기를 받는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삼신께 기도한다.

충북 단양지역에서는 집안에서 출산을 하면 출산 후 3일 만에 백반 한 그릇, 미역국 한 그릇, 정화수 한 그릇을 상에 차려 삼신에게 빈 다음 산모에게 먹인다.

보은지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산후 7일까지 짚을 깔고 백반 한 그릇, 미역국 한 그릇, 정화수 한 그릇을 차려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안방의 아랫목 또는 윗목에 모신 삼신할머니께 빈다. 이것을 산모가 먹는다. 아기가 열 살이 될 때까지 생일날에 백반과 미역국을 차려 빈다.

충남 공주지역에서는 삼신이 계시는 윗목에 백반 한 그릇, 미역국 한 그릇, 정화수 한 그릇을 짚을 깔고 차려 출산 후 7일째 되는 날에 빈다. 아이의 백일과 돌 때에는 백반, 미역국, 정화수 이외에도 수수팥떡과 백설기를 추가로 차려 올린다. 아이가 아플 때도 삼신께 치성을 드린다. 출산한 산모에게는 일주일 동안 미역국을 먹인다. 그 기간 동안 아이 아버지가 개고기를 먹는 등의 부정이 타면 아이가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울기 때문에, 이때는 부정을 풀어내기 위하여 삼신께 미역국과 백반을 올리며 잘못을 빈다. 삼신께 올리는 미역국에는 멸치도 넣지 않고 최대한 비리지 않게 끓인다. 제사에 올린 미역국과 백반은 산모가 먼저 먹는다. 백일과 돌 때 올렸던 수수팥떡과 백설기는 아이에게 먼저 먹인다. 산모가 먹는 미역은 출산 전에 미리 구입해 두는데, 이것을 산각이라 부른다. 산각을 구입할 때는 접거나 자르지 않고 장에서 파는 긴 미역 그대로 가져와 다락에 잘 보관한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가정에서는 용왕삼신이라 하여 대를 잡고 물의 용왕에게 가서 삼신을 받는다.

경북 고령지역에서 아기를 낳으면 손 없는 방향에 쌀, 미역, 물을 놓고 삼신반을 차린다. 7일째 되는 날 걷어다 백반과 미역국을 만든다. 만든 백반과 미역국은 먼저 삼신 앞에 놓고 ‘젖 많고 아기 잘 크게 해 달라’고 빈 다음 산모가 먹는다. 아들일 경우에는 이렇게 14일째, 21일째에도 하고 딸일 경우에는 7일째 되는 날만 해주기도 한다.

경남 거창지역에서 아기를 출산하면 쌀, 미역, 타래실, 물을 삼신반에 차려 삼신께 빈다. 7일째 되는 날 삼신반에 놓았던 쌀과 미역으로 백반과 미역국을 만들어 산모가 먹는다. 14일째, 21일째 되는 날에도 이와 같이 한다.

강원도 삼척지역에서는 혼인 후에도 태기가 없거나 아들 낳기를 바라는 부인은 깊은 산속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에서 실이나 종이를 넣은 바가지에 삼신을 받아 안방에 모셔서 임신할 것을 기원한다. 산모가 난산을 하면 삼신 앞에 미역 한 올과 물을 가져다 놓고 빈다. 아기가 태어나면 7일째, 14일째, 21일째 되는 날, 백일, 돌에 삼신 앞에 백반 한 그릇 · 미역국 한 그릇 · 물 한 그릇을 차린 밥상을 놓고 삼신에게 빈다.

제주도에서는 아기가 태어난지 사흘째 되는 날 궤짝 위에, 바구니에 담은 백반 한 그릇, 미역채 한 1그릇, 실, 돈, 쌀 한 사발을 놓고 할망상을 차린다. 산모의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에도 차린다.

전북 고창지역에서는 삼신을 지앙이라고 부른다. 아이가 태어날 무렵이 되면 아이 낳는 방 윗목에 배석(拜席)을 깔고 그 위에 지푸라기, 쌀, 미역, 정화수를 차리고 그 앞에서 산모의 순산을 빈다. 출산하면 상에 올린 쌀과 미역으로 백반과 미역국을 끓여 지앙에게 올린 다음 산모가 이 음식을 음복한다. 7일째, 14일째, 21일째, 28일째, 35일째, 42일째, 49일째 되는 날에도 이와 같이 차려 모신다. 지푸라기는 갈지 않고 그대로 둔다.

전남 강진지역에서는 전북지역과 마찬가지로 삼신을 지앙이라 한다. 산기(産氣)가 보이면 산실(産室) 윗목에 짚을 깔고 위에 미역 한 줄기를 걸쳐 놓은 쌀을 가득 담은 지앙동이와 정화수 한 그릇을 차린다. 아이가 태어나면 지앙동이의 쌀과 미역으로 백반과 미역국을 끓여 산모에게 먹인다. 이렇게 7일째, 21일째, 28일째, 35일째, 42일째, 49일째 되는 날에도 그대로 한다.

이상 전국적으로 잔존하고 있는 삼신신앙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미역국과 백반은 공통적인 공물로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제석, 용왕, 환인, 환웅, 왕검과도 통한 삼신관은 점차 퇴색되었다. 다만 산신(産神)적 성격의 산신할머니로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역국과 백반 세 그릇씩을 올리던 것이 모두 한 그릇씩으로 고정되고 있다.

도교의 양생관과 불교의 소선적 성격에서 출발한 불로장수 음식인 미역국은 생명을 관장하는 삼신에게 먼저 바친 다음 삼신이 먹고 남긴 것을 산모가 먹는다. 그러면 삼신이 복(福)을 내려 산모와 산모의 젖을 먹고 자라는 아이가 불로장수의 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釋奠 · 祈雨 · 安宅 (井坂圭一良, 國書刊行会, 1924)
三國史記, 東醫寶鑑, 萬機要覽, 朝鮮女俗考 (李能和, 翰南書林, 1927)
朝鮮巫俗の硏究 (赤松智城 · 秋葉隆 · 朝鮮印刷株式會社, 1937)
식생활 (김상보, 백제의 생활과 문화,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2007)
한국의 가정신앙-전남․전북 (국립문화재연구소,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