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祈子)

한자명

祈子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용어

집필자 이관호(李官浩)

정의

자식이 없는 부녀자가 자식을 낳기 위해 벌이는 여러 형태의 행위. 넓은 의미로는 자식을 얻기 위해 치르는 모든 의례를 말함

내용

‘기자신앙’ 또는 ‘기자행위’라고 하는 기자의례는 자식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특히 조선시대에 널리 행해졌다. 특히 민간에서는 자식들 중에서도 아들을 얻어 무병장수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자행위를 널리 행하였다. 유교적 관념 속에서 가계(家系)를 잇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딸보다는 아들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자행위는 『삼국사기(三國史記)』나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나타나는 ‘시조탄생’에 관한 기록으로 볼 때, 이미 고대사회에서 널리 성행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단군신화를 살펴보면, “웅녀(熊女)가 그와 결혼해 주는 이가 없으므로 매일 신단수(神壇樹) 아래에 가서 아이를 잉태하고자 정성을 다해 빌었다.” 라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웅녀가 신단수에 치성을 드림으로써 단군을 잉태했다고 하는 사실은 바로 기자치성(祈子致誠)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또한 신단수 아래에서 치성을 드렸다는 사실은 신수(神樹)에 깃든 정령(精靈)의 힘을 빌려 아이를 낳고자 한 행위로, 수목숭배(樹木崇拜) 사상의 한 형태이다. 이러한 단군신화의 기자의례는 후대로 내려오면서 큰 나무에 아들 낳기를 비는 기자행위로 전승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목포 유달산 입구 갓바위 아래에 있는 ‘성기숭배나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금와왕(金蛙王) 탄생설화’ 에서도 기자의례와 관련된 기록이 보인다. “북부여 왕 해부루(解夫婁)가 늙도록 자식이 없어 후사(後嗣)를 구하고자 산천에 제사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런데 왕이 탄 말이 곤연(鯤淵)에 이르러 큰 돌을 보고 멈춰서서 눈물을 흘리자, 왕이 이를 이상히 여겨 그 곳을 들춰보니 금색 개구리 모양(金色蛙形)의 어린 아이가 있어 데려가 키웠다. 바로 그가 동부여의 2대왕인 금와왕이다.” 이 설화에서 볼 때 해부루 왕은 산천에 제사함으로써 금와왕을 얻는다. 이는 곧 후대에 전해 내려오는 기자의례 가운데 산․하천․기암괴석․기자암․기자석 등에 치성을 드리는 기자행위와 연결되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기자의례와 관련된 기록은 『삼국유사』 「가락국기(駕洛國記)」 ‘김수로왕(金首露王) 탄생신화’에도 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구지봉(龜旨峰)에 오른 구간(九干)들이 흙을 파면서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 하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자 수로왕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는 일종의 기자행위로 이러한 행위 역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풍속이다. 이처럼 무당의 힘을 빌려 자식을 얻고자 했던 흔적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충북 진천 풍속에 3월 3일부터 4월 8일까지 여인들이 무당을 데리고 우담(牛潭)의 동서 용왕당 및 삼신당으로 가서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기도하는데, 그 행렬이 일년 내내 이어진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편 고대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출생담에서도 기자의례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춘향전』에서 “월매가 춘향을 얻기 위해 지리산 정상에 제단을 쌓아놓고 산신에게 빌었다.”는 것이나, 『심청전』에서 “곽씨부인이 석불미륵과 태상노군 후토부인에게 정성껏 빌어 심청을 얻었다.”는 내용은 널리 알려져 있는 기자의례들이다. 이외에도 영웅소설인 『유충렬전』에서, “유심 부부가 삼칠일 목욕재계를 한 다음, 제물을 준비해 가지고 남악산(南岳山;지리산)에 들어가 형산 산신에게 빌어 충렬을 얻었다”는 기록 역시 기자의례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와 같이 오랜 역사 속에 전승되는 기자의례는 지역, 또는 자식을 얻고자 하는 주체자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전승되고 있다. 즉 빌거나 굿을 하는 ‘치성행위(致誠行爲)’, 특별한 음식을 먹거나 마시는 ‘식음행위(食飮行爲)’, 주술적인 물건[呪物]이나 주술적인 힘[呪力]을 이용하는 ‘주술행위’, 좋은 일과 선심을 많이 쓰는 ‘공덕행위(功德行爲)’, 남녀 성기(性器) 모양의 돌이나 바위, 그리고 나무에다 잉태나 출산과 관련된 행위를 하는 ‘모의행위(模擬行爲)’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형은 초월적인 존재나 영험한 자연 대상물에 빌거나 굿을 하는 ‘치성의례’이다. 대개 기원 대상은 산신․용왕신․칠성․삼신․부처․미륵 등과 같은 자연신이나 도교신, 그리고 불교신들이다. 이외에도 일반에서는 암석․나무․동굴 등과 같은 자연물들을 널리 섬긴다. 대개 아들 낳기를 비는 장소는 집 밖일 경우에는 산이나 하천․바위․나무․절․산신당․삼신당․칠성당․용왕당 등이며, 집 안일 경우에는 마루나 뒤꼍․부엌․윗방 등이다. 치성의례 방법으로는 대개 제물을 진설해 놓고 비손을 하거나 불공을 드리는 것이 일반적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하기도 한다. 치성을 드리는 시기는 일정하지 않다. 그러나 주로 정월대보름날, 삼월삼짇날, 오월단오, 유월유두, 칠월칠석, 시월상달 등 절기나 명절과 관련하여 치성이 이루어진다. 기자치성을 드릴 때는 대개 남들이 모르게 빌어야 효험이 있다 하여 보통 밤이나 새벽시간을 택한다. 이러한 치성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산에 가서 3일, 7일, 21일, 100일 기도 등을 드린다. ② 절이나 산신각에 가서 불공을 드린다. ③집안에서 성주, 칠성, 조왕, 터주 또는 삼신에게 정화수를 떠놓고 빈다. ④샘이나 거목, 거암(선바위) 등을 대상으로 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기자암이나 기자석으로는 서울 인왕산 중턱에 있는 ‘선바위’와 충북 제천시 송학면 무도리의 ‘공알바위’, 전라도 지리산의 ‘선바위’, 제주도 용담 냇가의 ‘석불’ 등이 대표적이다. ⑤성황당이나 해변에 나가 용왕님께 빈다. ⑥정월 인일(寅日)에 부산 금정산 위 선바위에 가서 굿을 한다. ⑦칠석날 부산 봉래산 밑 당산나무에 가서 빈다.

둘째 유형은 특정한 음식이나 약물을 마시는 ‘식음행위’이다. 남성을 상징하는 생식기나 물건 또는 아들과 관련된 열매와 음식 등을 먹음으로써 그 기(氣)를 받아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오늘날까지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누런 장닭의 불알을 생으로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 ②남의 삼신상에 올려놓은 쌀을 훔쳐다 밥을 지어먹으면 아들을 낳는다. ③남의 집 금줄에 매단 고추를 훔쳐서 달여 먹는다. ④설날에 낳은 달걀을 삶아 먹는다. ⑤황소의 불알이나 살을 삶아 먹는다. ⑥줄다리기를 한 뒤 그 줄을 달여 먹는다. ⑦수평아리가 될 달걀을 매월 달 수대로 삶아 먹는다. ⑧산모에게 첫 국밥을 해주고, 그 산모와 함께 첫 국밥을 먹는다. ⑨한 개나 두 개만 열린 홍도 또는 석류를 따 먹거나 동쪽으로 뻗은 뽕나무 가지의 오디를 따 먹는다. ⑩석불이나 미륵불의 코를 갈아 그 가루를 먹는다. ⑪금줄에 끼워 둔 미역을 먹는다. ⑫아기 잘 낳는 집의 행주나 주걱을 몰래 가져와 삶아서 그 물을 먹는다. 이때 행주는 잘 간직해 두었다가 아기가 태어나면 물가에 가 태운다.

셋째 유형은 특정한 물건을 몸에 지니고 다니거나 은밀한 장소에 숨겨두는 ‘주술행위’이다. 여기서 특정한 물건은 대개 남성을 상징하거나 생산을 상징하는 주술적인 물건을 말한다. 사례로는 ①다산한 여인의 월경대를 훔쳐와 몸에 두른다. ②아기 낳은 집 대문에 걸어 놓은 금줄을 몰래 훔쳐와 자기 집에 모셔둔다. ③다산한 여인이 출산할 때 입었던 치마를 얻어다 입는다. ④작은 도끼를 베개 속에 넣고 잔다. ⑤상여 나갈 때 공포 조각을 훔쳐다 속옷에 달고 다닌다. ⑥부적을 몸에 지니거나 베개 속 또는 문 위에 붙인다. ⑦기자도끼를 여자 허리에 차고 다닌다. ⑧친정어머니가 준 은장도를 치마 끝에 달고 다니거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문턱 밑에 석 달간 묻어두었다가 꺼내 허리에 차고 다닌다. ⑨아들을 많이 낳은 집의 부엌칼을 훔쳐다가 작은 도끼를 만들어 여자가 베개 밑에 놓고 자거나 속옷에 차고 다닌다. ⑩아들 3형제를 둔 집의 수저를 훔쳐다가 부인의 베개 밑에 몰래 감추어 둔다. ⑪붉은 고추나 알밤 또는 은행을 주머니에 넣어 치마 속에 차고 다니거나 남편 베개 속에 몰래 숨겨둔다. ⑫호랑이 발톱이나 수탉의 생식기를 지니고 다닌다. ⑬신부가 신행을 갈 때, 시댁 동네에서 아들을 낳은 집 금줄을 몰래 떼어다가 가마 앞에 걸어 둔다. ⑭임신할 때까지 옷 속에 구슬을 간직한다.

넷째 유형은 여러 사람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함으로써 공덕을 베풀어 자식을 얻고자 하는 ‘공덕행위’가 있다. 이 유형은 인과응보(因果應報)에 따라 소원성취가 이루어진다는 불교적 관념에서 나온 습속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정월보름날 밤에 남편이 징검다리를 놓아 다른 사람이 편히 건너다닐 수 있도록 한다. ②칠월칠석에 마을 공동우물을 푸는 선행을 베풀어 마을 사람들이 항상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한다. ③부부가 남에게 해로운 일을 하지 않으며 불쌍한 사람을 도와준다. ④허물어진 길을 잘 닦고 마을 길을 쓸어 마을을 깨끗하게 한다. ⑤시주승이 오면 정성껏 시주를 한다.

마지막 유형은 남녀 성기 모양의 돌이나 나무에다 잉태 및 출산과 관련된 행위를 하는 ‘모의행위’가 있다. 흔히 좆바위․자지바위․아들바위 등으로 불리는 남근석(男根石)이나, 공알바위․보지바위․붙임바위 등으로 불리는 여근석(女根石), 그리고 남근 또는 여근 형국에서 행해지는 풍수상의 암석숭배(巖石崇拜) 등이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이는 전국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모의행위는 성교를 상징하는 유사한 것들과의 접촉을 통해 유사한 결과를 이끌어 내려는 보다 적극적인 주술행위로 보통 치성행위와 더불어 행해진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①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녀자들이 밤에 몰래 남근석에 가서 음부를 비벼대며 기도한다. ②기자석 앞에 실 한쪽을 매 놓고, 다른 한쪽은 부인의 하복부에 둘러매고 기도한다. 이렇게 하기를 하복부에 찌르는 듯한 고통이 올 때까지 며칠을 두고 계속한다. ③어멈바위라고 하는 평편한 바위 표면을 애돌[子石]로 갈아 오목하게 파놓고, 그 애돌을 붙여둔다. 또는 한밤중에 이 붙임바위를 찾아와 어멈바위를 갈면서 아들 낳기를 빈다. ④두 나무 가지가 엉켜 한 나무처럼 된 연리지목(連理枝木)이나, 사람의 다리 모양처럼 생긴 Y자형 나뭇가지가 있는 근처에서 부부가 동침한다. ⑤Y자형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넣는다. ⑥산모가 아기를 낳을 때 입었던 피 묻은 속옷을 입고 산실(産室) 아랫목에 앉아 아기 낳는 흉내를 내며 하룻밤을 지낸다. ⑦경북 울릉군 북면 나리 해안가 바위산 왼쪽에 있는 암굴에서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에 음부(淫部)를 쬐면 아들을 낳는다하여 석양 무렵에 이곳에 와서 치마를 걷어 올린다. ⑧여근석에 돌을 돌리면서 비벼 돌을 붙인다. ⑨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갈남리 해신당에 있는 해랑이란 처녀에게 바친 나무로 깎아 만든 남근에게 빈다. ⑩전북 순창군 팔덕면 산동리 팔왕마을에 있는 남근석에 부녀자가 가서 빈다.

참고문헌

한국의 여속 (장덕순, 배영사, 1969),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문화재관리국, 1969~1981), 한국민속논고 (임동권, 선명문화사, 1971), 한국의 남아존중사상 (차재호 등, 행동과학연구소, 1975), 東國歲時記, 三國史記, 三國遺事, 부산지방의 산전속 (김승찬․허영순, 황제의학1-2호, 제한동의학술원, 1976), 조선시대 산속연구 (이경복, 한국민속학 11, 한국민속학회, 1979), 조선시대 기자의례 연구 (오출세, 동악어문논집, 동악어문학회, 1980), 한국민속대관 1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1980), 증보 한국민속학개론 (박계홍, 형설출판사, 1987),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4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성, 숭배와 금기의 문화 (이종철 외, 대원사, 1997), 한국의 성신앙 (김종대, 인디북, 2004), 한국의 가정신앙-강원도 (국립문화재연구소, 2006), 한국 민속신앙의 탐구 (이종철, 민속원, 2009)

기자

기자
한자명

祈子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용어

집필자 이관호(李官浩)

정의

자식이 없는 부녀자가 자식을 낳기 위해 벌이는 여러 형태의 행위. 넓은 의미로는 자식을 얻기 위해 치르는 모든 의례를 말함

내용

‘기자신앙’ 또는 ‘기자행위’라고 하는 기자의례는 자식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특히 조선시대에 널리 행해졌다. 특히 민간에서는 자식들 중에서도 아들을 얻어 무병장수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자행위를 널리 행하였다. 유교적 관념 속에서 가계(家系)를 잇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딸보다는 아들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자행위는 『삼국사기(三國史記)』나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나타나는 ‘시조탄생’에 관한 기록으로 볼 때, 이미 고대사회에서 널리 성행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단군신화를 살펴보면, “웅녀(熊女)가 그와 결혼해 주는 이가 없으므로 매일 신단수(神壇樹) 아래에 가서 아이를 잉태하고자 정성을 다해 빌었다.” 라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웅녀가 신단수에 치성을 드림으로써 단군을 잉태했다고 하는 사실은 바로 기자치성(祈子致誠)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또한 신단수 아래에서 치성을 드렸다는 사실은 신수(神樹)에 깃든 정령(精靈)의 힘을 빌려 아이를 낳고자 한 행위로, 수목숭배(樹木崇拜) 사상의 한 형태이다. 이러한 단군신화의 기자의례는 후대로 내려오면서 큰 나무에 아들 낳기를 비는 기자행위로 전승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목포 유달산 입구 갓바위 아래에 있는 ‘성기숭배나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금와왕(金蛙王) 탄생설화’ 에서도 기자의례와 관련된 기록이 보인다. “북부여 왕 해부루(解夫婁)가 늙도록 자식이 없어 후사(後嗣)를 구하고자 산천에 제사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런데 왕이 탄 말이 곤연(鯤淵)에 이르러 큰 돌을 보고 멈춰서서 눈물을 흘리자, 왕이 이를 이상히 여겨 그 곳을 들춰보니 금색 개구리 모양(金色蛙形)의 어린 아이가 있어 데려가 키웠다. 바로 그가 동부여의 2대왕인 금와왕이다.” 이 설화에서 볼 때 해부루 왕은 산천에 제사함으로써 금와왕을 얻는다. 이는 곧 후대에 전해 내려오는 기자의례 가운데 산․하천․기암괴석․기자암․기자석 등에 치성을 드리는 기자행위와 연결되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기자의례와 관련된 기록은 『삼국유사』 「가락국기(駕洛國記)」 ‘김수로왕(金首露王) 탄생신화’에도 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구지봉(龜旨峰)에 오른 구간(九干)들이 흙을 파면서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 하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자 수로왕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는 일종의 기자행위로 이러한 행위 역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풍속이다. 이처럼 무당의 힘을 빌려 자식을 얻고자 했던 흔적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충북 진천 풍속에 3월 3일부터 4월 8일까지 여인들이 무당을 데리고 우담(牛潭)의 동서 용왕당 및 삼신당으로 가서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기도하는데, 그 행렬이 일년 내내 이어진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편 고대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출생담에서도 기자의례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춘향전』에서 “월매가 춘향을 얻기 위해 지리산 정상에 제단을 쌓아놓고 산신에게 빌었다.”는 것이나, 『심청전』에서 “곽씨부인이 석불미륵과 태상노군 후토부인에게 정성껏 빌어 심청을 얻었다.”는 내용은 널리 알려져 있는 기자의례들이다. 이외에도 영웅소설인 『유충렬전』에서, “유심 부부가 삼칠일 목욕재계를 한 다음, 제물을 준비해 가지고 남악산(南岳山;지리산)에 들어가 형산 산신에게 빌어 충렬을 얻었다”는 기록 역시 기자의례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와 같이 오랜 역사 속에 전승되는 기자의례는 지역, 또는 자식을 얻고자 하는 주체자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전승되고 있다. 즉 빌거나 굿을 하는 ‘치성행위(致誠行爲)’, 특별한 음식을 먹거나 마시는 ‘식음행위(食飮行爲)’, 주술적인 물건[呪物]이나 주술적인 힘[呪力]을 이용하는 ‘주술행위’, 좋은 일과 선심을 많이 쓰는 ‘공덕행위(功德行爲)’, 남녀 성기(性器) 모양의 돌이나 바위, 그리고 나무에다 잉태나 출산과 관련된 행위를 하는 ‘모의행위(模擬行爲)’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형은 초월적인 존재나 영험한 자연 대상물에 빌거나 굿을 하는 ‘치성의례’이다. 대개 기원 대상은 산신․용왕신․칠성․삼신․부처․미륵 등과 같은 자연신이나 도교신, 그리고 불교신들이다. 이외에도 일반에서는 암석․나무․동굴 등과 같은 자연물들을 널리 섬긴다. 대개 아들 낳기를 비는 장소는 집 밖일 경우에는 산이나 하천․바위․나무․절․산신당․삼신당․칠성당․용왕당 등이며, 집 안일 경우에는 마루나 뒤꼍․부엌․윗방 등이다. 치성의례 방법으로는 대개 제물을 진설해 놓고 비손을 하거나 불공을 드리는 것이 일반적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하기도 한다. 치성을 드리는 시기는 일정하지 않다. 그러나 주로 정월대보름날, 삼월삼짇날, 오월단오, 유월유두, 칠월칠석, 시월상달 등 절기나 명절과 관련하여 치성이 이루어진다. 기자치성을 드릴 때는 대개 남들이 모르게 빌어야 효험이 있다 하여 보통 밤이나 새벽시간을 택한다. 이러한 치성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산에 가서 3일, 7일, 21일, 100일 기도 등을 드린다. ② 절이나 산신각에 가서 불공을 드린다. ③집안에서 성주, 칠성, 조왕, 터주 또는 삼신에게 정화수를 떠놓고 빈다. ④샘이나 거목, 거암(선바위) 등을 대상으로 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기자암이나 기자석으로는 서울 인왕산 중턱에 있는 ‘선바위’와 충북 제천시 송학면 무도리의 ‘공알바위’, 전라도 지리산의 ‘선바위’, 제주도 용담 냇가의 ‘석불’ 등이 대표적이다. ⑤성황당이나 해변에 나가 용왕님께 빈다. ⑥정월 인일(寅日)에 부산 금정산 위 선바위에 가서 굿을 한다. ⑦칠석날 부산 봉래산 밑 당산나무에 가서 빈다.

둘째 유형은 특정한 음식이나 약물을 마시는 ‘식음행위’이다. 남성을 상징하는 생식기나 물건 또는 아들과 관련된 열매와 음식 등을 먹음으로써 그 기(氣)를 받아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오늘날까지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누런 장닭의 불알을 생으로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 ②남의 삼신상에 올려놓은 쌀을 훔쳐다 밥을 지어먹으면 아들을 낳는다. ③남의 집 금줄에 매단 고추를 훔쳐서 달여 먹는다. ④설날에 낳은 달걀을 삶아 먹는다. ⑤황소의 불알이나 살을 삶아 먹는다. ⑥줄다리기를 한 뒤 그 줄을 달여 먹는다. ⑦수평아리가 될 달걀을 매월 달 수대로 삶아 먹는다. ⑧산모에게 첫 국밥을 해주고, 그 산모와 함께 첫 국밥을 먹는다. ⑨한 개나 두 개만 열린 홍도 또는 석류를 따 먹거나 동쪽으로 뻗은 뽕나무 가지의 오디를 따 먹는다. ⑩석불이나 미륵불의 코를 갈아 그 가루를 먹는다. ⑪금줄에 끼워 둔 미역을 먹는다. ⑫아기 잘 낳는 집의 행주나 주걱을 몰래 가져와 삶아서 그 물을 먹는다. 이때 행주는 잘 간직해 두었다가 아기가 태어나면 물가에 가 태운다.

셋째 유형은 특정한 물건을 몸에 지니고 다니거나 은밀한 장소에 숨겨두는 ‘주술행위’이다. 여기서 특정한 물건은 대개 남성을 상징하거나 생산을 상징하는 주술적인 물건을 말한다. 사례로는 ①다산한 여인의 월경대를 훔쳐와 몸에 두른다. ②아기 낳은 집 대문에 걸어 놓은 금줄을 몰래 훔쳐와 자기 집에 모셔둔다. ③다산한 여인이 출산할 때 입었던 치마를 얻어다 입는다. ④작은 도끼를 베개 속에 넣고 잔다. ⑤상여 나갈 때 공포 조각을 훔쳐다 속옷에 달고 다닌다. ⑥부적을 몸에 지니거나 베개 속 또는 문 위에 붙인다. ⑦기자도끼를 여자 허리에 차고 다닌다. ⑧친정어머니가 준 은장도를 치마 끝에 달고 다니거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문턱 밑에 석 달간 묻어두었다가 꺼내 허리에 차고 다닌다. ⑨아들을 많이 낳은 집의 부엌칼을 훔쳐다가 작은 도끼를 만들어 여자가 베개 밑에 놓고 자거나 속옷에 차고 다닌다. ⑩아들 3형제를 둔 집의 수저를 훔쳐다가 부인의 베개 밑에 몰래 감추어 둔다. ⑪붉은 고추나 알밤 또는 은행을 주머니에 넣어 치마 속에 차고 다니거나 남편 베개 속에 몰래 숨겨둔다. ⑫호랑이 발톱이나 수탉의 생식기를 지니고 다닌다. ⑬신부가 신행을 갈 때, 시댁 동네에서 아들을 낳은 집 금줄을 몰래 떼어다가 가마 앞에 걸어 둔다. ⑭임신할 때까지 옷 속에 구슬을 간직한다.

넷째 유형은 여러 사람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함으로써 공덕을 베풀어 자식을 얻고자 하는 ‘공덕행위’가 있다. 이 유형은 인과응보(因果應報)에 따라 소원성취가 이루어진다는 불교적 관념에서 나온 습속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정월보름날 밤에 남편이 징검다리를 놓아 다른 사람이 편히 건너다닐 수 있도록 한다. ②칠월칠석에 마을 공동우물을 푸는 선행을 베풀어 마을 사람들이 항상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한다. ③부부가 남에게 해로운 일을 하지 않으며 불쌍한 사람을 도와준다. ④허물어진 길을 잘 닦고 마을 길을 쓸어 마을을 깨끗하게 한다. ⑤시주승이 오면 정성껏 시주를 한다.

마지막 유형은 남녀 성기 모양의 돌이나 나무에다 잉태 및 출산과 관련된 행위를 하는 ‘모의행위’가 있다. 흔히 좆바위․자지바위․아들바위 등으로 불리는 남근석(男根石)이나, 공알바위․보지바위․붙임바위 등으로 불리는 여근석(女根石), 그리고 남근 또는 여근 형국에서 행해지는 풍수상의 암석숭배(巖石崇拜) 등이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이는 전국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모의행위는 성교를 상징하는 유사한 것들과의 접촉을 통해 유사한 결과를 이끌어 내려는 보다 적극적인 주술행위로 보통 치성행위와 더불어 행해진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①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녀자들이 밤에 몰래 남근석에 가서 음부를 비벼대며 기도한다. ②기자석 앞에 실 한쪽을 매 놓고, 다른 한쪽은 부인의 하복부에 둘러매고 기도한다. 이렇게 하기를 하복부에 찌르는 듯한 고통이 올 때까지 며칠을 두고 계속한다. ③어멈바위라고 하는 평편한 바위 표면을 애돌[子石]로 갈아 오목하게 파놓고, 그 애돌을 붙여둔다. 또는 한밤중에 이 붙임바위를 찾아와 어멈바위를 갈면서 아들 낳기를 빈다. ④두 나무 가지가 엉켜 한 나무처럼 된 연리지목(連理枝木)이나, 사람의 다리 모양처럼 생긴 Y자형 나뭇가지가 있는 근처에서 부부가 동침한다. ⑤Y자형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넣는다. ⑥산모가 아기를 낳을 때 입었던 피 묻은 속옷을 입고 산실(産室) 아랫목에 앉아 아기 낳는 흉내를 내며 하룻밤을 지낸다. ⑦경북 울릉군 북면 나리 해안가 바위산 왼쪽에 있는 암굴에서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에 음부(淫部)를 쬐면 아들을 낳는다하여 석양 무렵에 이곳에 와서 치마를 걷어 올린다. ⑧여근석에 돌을 돌리면서 비벼 돌을 붙인다. ⑨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갈남리 해신당에 있는 해랑이란 처녀에게 바친 나무로 깎아 만든 남근에게 빈다. ⑩전북 순창군 팔덕면 산동리 팔왕마을에 있는 남근석에 부녀자가 가서 빈다.

참고문헌

한국의 여속 (장덕순, 배영사, 1969)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문화재관리국, 1969~1981)
한국민속논고 (임동권, 선명문화사, 1971)
한국의 남아존중사상 (차재호 등, 행동과학연구소, 1975)
東國歲時記, 三國史記, 三國遺事, 부산지방의 산전속 (김승찬․허영순, 황제의학1-2호, 제한동의학술원, 1976)
조선시대 산속연구 (이경복, 한국민속학 11, 한국민속학회, 1979)
조선시대 기자의례 연구 (오출세, 동악어문논집, 동악어문학회, 1980)
한국민속대관 1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1980)
증보 한국민속학개론 (박계홍, 형설출판사, 1987)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4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성, 숭배와 금기의 문화 (이종철 외, 대원사, 1997)
한국의 성신앙 (김종대, 인디북, 2004)
한국의 가정신앙-강원도 (국립문화재연구소, 2006)
한국 민속신앙의 탐구 (이종철, 민속원,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