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

줄다리기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속놀이

집필자 한양명(韓陽明)

정의

줄을 당겨 승부를 겨루는 편싸움 형식의 대동놀이.

내용

전통사회에서 대동놀이는 마을과 고을 축제의 중심적 연행 가운데 하나였고, 특히 줄다리기는 남녀노소가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최고의 대동을 구현하는 연행이었다. 줄다리기의 다양한 존재 양상을 전승집단의 규모, 연행의 시공간, 줄의 형태, 편의 구성 방식, 줄의 처리 방식, 줄의 재료, 공동체 신에 대한 제사와의 관계 등을 통해서 알아본다.

먼저 전승 집단의 규모이다. 줄다리기는 고을과 마을을 배경으로 전승되었다. 고을의 읍치邑治를 중심으로 전승된 ‘고을형’ 줄다리기는 평시에는 읍치의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연행하다가 풍년이 들어 경축할 일이 생기거나 흉년이나 질병 등 공동체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위기가 닥치게 되면 고을 사람들 대다수가 참여하는 초대형의 줄다리기가 되었다. 전자의 줄다리기를 ‘닫힌고을형’이라고 한다면, 후자의 줄다리기는 ‘열린고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마을을 배경으로 전승되던 ‘마을형’ 줄다리기 역시 ‘고을형’과 마찬가지 양상을 보여 준다. 평시에는 마을 사람들만 참여하여 줄을 당기다가 여건이 되면, 인근 마을의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의 줄다리기를 행하였다. 전자를 ‘닫힌마을형’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열린마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열린마을형’ 줄다리기는 모든 마을에서 전승된 게 아니라 대개 역촌, 면소재지, 시장의 소재지, 군사적 요충지 등 큰 마을에서만 전승이 가능했다. 외집단外集團의 참여가 보장되는 ‘열린고을형’과 ‘열린마을형’ 줄다리기는 특별히 ‘큰 줄’이라고 하였으며, 소규모의 줄다리기는 ‘골목줄’, ‘동네줄’, ‘애기줄’ 등으로 불렀다.

줄다리기의 연행 시기는 대보름과 단오, 추석 등으로 다양했지만 적어도 20세기 이후에는 대보름에 당기는 것이 일반화된 것으로 보인다. 줄다리기의 연행 공간은 기본적으로 줄을 당기는 데 불편함이 없는 넓고 긴 공간이면 되는데, 줄의 규모와 각 지역의 지리적 여건에 맞게 연행의 공간을 결정했다. 내륙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넓은 논밭이나 큰 길에서 줄을 당기고 소규모일 경우에는 골목에서도 당겼으며, 강을 끼고 있는 지역에서는 강변의 공터를 이용하기도 했다. 한편 해안지역에서도 내륙과 마찬가지의 양상이 나타나지만,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마을 단위로 줄을 당길 때 해변의 백사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줄다리기의 편 구성 방식은 대개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성별에 따라 남성과 여성으로 편을 가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체의 공간을 크게 둘로 나누어서 지역별로 편을 가르는 것이다. 남녀별로 편을 가를 경우 여성 편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미혼의 남성들도 포함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주로 호남의 줄다리기와 경기 일원의 쌍줄다리기에서 통용된다. 한편 지역별로 편을 가르는 경우에는 동/서, 남/북, 상/하 등의 기준에 따라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줄은 일반적으로 짚을 이용해 만드는데, 시대나 지역에 따라 칡, 삼, 굴피, 새, 대나무 등의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되기도 했다. 동해 연안 지역에서는 1920∼1930년대 이전에 칡으로 줄을 만들었으며 그 이후 어업에 사용하는 마닐라로프와 나일론로프를 이용하기도 했다. 또 경상북도 포항 장기면의 모포리에서는 칡과 새, 굴피 등을 이용하여 줄을 만들었다. 이로 보아 각 지역에서는 지리생태적 환경과 생업에 따라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다가, 수도재배의 일반화로 양질의 볏짚을 확보하는 것이 용이해지면서 짚으로 일원화하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줄의 형태로는 쌍줄과 외줄이 있다. 외줄은 주로 호남 지역과 동해 연안의 일부 지역 등에 분포하고, 쌍줄은 외줄을 당기지 않는 호남 지역과 그 밖의 지역에 두루 분포하였다. 외줄은 하나의 줄이므로 성의 구분이 없으나 쌍줄은 암줄과 수줄로 구분된다. 외줄다리기는 줄을 당길 때 별도의 보조장치 없이 줄을 통째로 잡아당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서 쌍줄은 대개 하나의 ‘몸줄’에 수많은 ‘종줄(가지줄, 곁줄)’을 달아서, 그 줄을 잡아당기는 형태를 취한다. 한편 강원도 삼척과 부산광역시 동래의 쌍줄은 몸줄 자체가, 마치 문어나 오징어처럼 여러 개로 이루어지고, 거기에 다시 종줄을 매어 당기는 형태를 취한다. 이밖에도 독특한 형태의 줄다리기가 있는데, 밀양의 감내를 비롯한 영남 내륙과 해안 지역에서 전승된 ‘게줄다리기’이다. 이 놀이는 길이 5∼6m 정도의 가는 줄을 연결한 뒤, 각기 반대 방향으로 엎드린 두 사람의 몸 뒤에서 사타구니 사이로 줄을 빼 목에 걸고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 나가 끌려가는 쪽이 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줄을 당기기 전에 벌이는 앞놀이는 줄의 규모와 형태에 따라서 달라진다. 먼저 일정 규모를 갖춘 쌍줄의 경우, 각 편의 줄머리(고) 위에 사람을 태우고 거주 공간을 돌아다니다가 상대편과 마주치면 공중에서 줄머리를 맞부딪혀 승부를 겨룬다. 광주광역시 남구 칠석동에서 전승하는 ‘고싸움’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비해 외줄다리기에서는 쌍줄다리기처럼 양식화된 앞놀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줄다리기에 이어서 행해지는 뒷놀이로 이제까지 보고된 것으로는 전라남도 순천 지역의 ‘싱전[勝戰]놀이’, 경상남도 의령의 ‘상여놀이’, 경북 의성 점곡면 사촌리의 ‘박시싸움’, 그리고 전라북도 정읍 정량의 ‘징싸기’, 경북 영천의 ‘곳나무싸움’ 등이 있다. 이 놀이들은 대개 양식적 독자성이 약하고 놀이 형식이 줄다리기와 직접적 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데 비해, 영천의 곳나무싸움은 줄을 결합하는 데 쓰는 곳나무를 활용하는 데다 양식적 독자성을 갖고 있어 특징적이다.

줄다리기가 끝난 뒤에 줄을 처리하는 방식은 ‘소비형’과 ‘보존형’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고, 소비형은 ‘즉시소비형’과 ‘송액형’, 보존형은 ‘일년보존형’과 ‘영구보존형’으로 나눌 수 있다. 즉시소비형은 줄다리기가 끝난 뒤에 줄을 해체하여 주술종교적, 실제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으로서 대부분의 쌍줄다리기에서 보편적이다. 송액형은 줄을 강에 쌓아두었다가 해동과 함께 강이 흐르면 줄과 함께 재액도 떠내려간다고 믿는 것으로서 남한강변의 강촌江村에서 주로 나타난다. 일년보존형은 줄을 동신의 신체인 당산에 감아두었다가 다음해 줄을 당긴 후에 새 줄로 교체하는 것으로서 호남 지역의 외줄다리기에서 주로 나타나고, 영구보존형은 줄을 동신으로 섬기며 영구 보존하는 형태로서 경북 포항 장기면 모포리에서만 나타난다.

줄다리기는 공동체 신에 대한 제사, 그리고 풍물 등의 민속예술들과 함께 축제를 구성하는데, 줄다리기와 제사는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다. 마을 단위로 이루어지는 호남의 줄다리기는 대개 당산제를 거행하는 당일에 제사에 앞서서 연행되어 ‘선놀이후제사형’에 속한다. 이와 달리 여타 지역의 줄다리기는 대부분 공동체신에 대한 제사에 앞서 연행되지 않고 제사를 지내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연행되는 ‘선제사후놀이형’에 속한다. ‘선놀이후제사형’에서 줄다리기와 제사는 아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줄 만들기, 마을 돌기, 줄다리기, 당산제 등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며 그 과정이 매우 유기적이다. 이에 비해서 ‘선제사후놀이형’에서 줄다리기와 제사는 상당한 시간적 거리를 두고 행해지기 때문에 표면상 유기적 관련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징 및 의의

한국 줄다리기의 사회문화적 보편성은 축제라는 문화 현상 속에서 포착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벌어진 줄다리기는 대부분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축제의 현장에서 연행되었다. 줄다리기의 축제성은 일상의 차별적 질서가 줄다리기의 연행 과정에서 전도되거나 약화 또는 무화되는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전라도의 외줄다리기에서 드러나는 여성 편의 압도적 우위는 남성 중심의 일상 세계가 전도되는 양상을 잘 보여 준다. 남녀가 일체가 되어 진행하는 쌍줄다리기에서도 축제성은 발현된다. 예컨대 경북 울진 평해읍 월송 줄다리기의 경우, 갓 시집온 새댁이 줄다리기에 참여하여 “좁은 틈새를 비집고 손을 넣어 줄을 당겼는데 나중에 보니 시아버지의 사타구니 밑으로 손을 넣은 것이더라.”는 에피소드는 ‘함께 줄을 당긴다.’라는 것 외에 어떤 차별적 가치도 존재하기 어려운 줄다리기의 축제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암줄과 수줄로 표상되는 거대한 성적 결합과 결합 과정에서의 노골적인 성적 언술, 그리고 같은 편에 속한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접촉 역시 유교적 이념에 의해서 억압된 성적 표현 및 교류에 관한 금기를 깨뜨리는 축제적 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줄다리기의 주술종교적 보편성은 여성의 생산력에 대한 유감주술적 믿음과 성행위의 모의를 통한 풍요다산의 기원, 그리고 용신신앙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줄다리기의 결과를 두고 한 해의 살림살이를 예측하는 경우, 여성 편의 승리를 공동체의 안녕과 연결 짓는 점세占歲의 방식은 일반적이다. 남녀별로 편을 구성하는 외줄다리기의 경우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 쌍줄의 경우에도 대체로 여성을 상징하는 좌향인 서부, 아래쪽, 음지쪽의 승리가 풍년 또는 좋은 시절을 미리 알려 주는 징표로 여겼다. 이처럼 여성 편의 승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여성의 생산력에 대한 주술종교적 믿음과 일정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쌍줄다리기에서 암·수줄을 결합시키는 것은 양성의 결합으로 인식된다. 예컨대 영산 줄다리기에서 암줄과 수줄을 결합하는 과정은 곧 남녀가 성적인 관계를 맺는 과정으로 인식되며 이런 양상은 쌍줄을 당기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통적이다. 이처럼 암줄과 수줄의 결합을 양성의 결합으로 인식하는 것은 생명의 형태와 행위 사이의 연대성에 기초한 것으로서 인간의 직접 성행위 혹은 모의적 성행위가 풍요다산을 불러온다는 주술적 사유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줄은 흔히 용으로 인식된다. 용신은 수신과 농신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 줄과 용의 관계를 보여 주는 사례들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예컨대 전북 정읍의 정량리에서는 완성된 외줄의 앞부분을 용대가리라 하고, 뒷부분을 용꼬리라고 한다. 경북 울진의 후정리에서는 암줄을 암용, 수줄을 숫용이라고 한다. 경남 영산에서 골목줄다리기에 앞서 벌이는 앞놀이는 아예, 이螭싸움, 즉 새끼용의 싸움이라고 불린다. 이처럼 줄과 용을 동일시하는 사유가 상당히 보편적으로 존재한 것은, 용신신앙을 바탕으로 풍요와 다산을 축원하는 주술종교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줄다리기의 다양성과 보편성(한양명, 실천민속학연구2, 실천민속학회, 2000).

줄다리기

줄다리기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속놀이

집필자 한양명(韓陽明)

정의

줄을 당겨 승부를 겨루는 편싸움 형식의 대동놀이.

내용

전통사회에서 대동놀이는 마을과 고을 축제의 중심적 연행 가운데 하나였고, 특히 줄다리기는 남녀노소가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최고의 대동을 구현하는 연행이었다. 줄다리기의 다양한 존재 양상을 전승집단의 규모, 연행의 시공간, 줄의 형태, 편의 구성 방식, 줄의 처리 방식, 줄의 재료, 공동체 신에 대한 제사와의 관계 등을 통해서 알아본다.

먼저 전승 집단의 규모이다. 줄다리기는 고을과 마을을 배경으로 전승되었다. 고을의 읍치邑治를 중심으로 전승된 ‘고을형’ 줄다리기는 평시에는 읍치의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연행하다가 풍년이 들어 경축할 일이 생기거나 흉년이나 질병 등 공동체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위기가 닥치게 되면 고을 사람들 대다수가 참여하는 초대형의 줄다리기가 되었다. 전자의 줄다리기를 ‘닫힌고을형’이라고 한다면, 후자의 줄다리기는 ‘열린고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마을을 배경으로 전승되던 ‘마을형’ 줄다리기 역시 ‘고을형’과 마찬가지 양상을 보여 준다. 평시에는 마을 사람들만 참여하여 줄을 당기다가 여건이 되면, 인근 마을의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의 줄다리기를 행하였다. 전자를 ‘닫힌마을형’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열린마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열린마을형’ 줄다리기는 모든 마을에서 전승된 게 아니라 대개 역촌, 면소재지, 시장의 소재지, 군사적 요충지 등 큰 마을에서만 전승이 가능했다. 외집단外集團의 참여가 보장되는 ‘열린고을형’과 ‘열린마을형’ 줄다리기는 특별히 ‘큰 줄’이라고 하였으며, 소규모의 줄다리기는 ‘골목줄’, ‘동네줄’, ‘애기줄’ 등으로 불렀다.

줄다리기의 연행 시기는 대보름과 단오, 추석 등으로 다양했지만 적어도 20세기 이후에는 대보름에 당기는 것이 일반화된 것으로 보인다. 줄다리기의 연행 공간은 기본적으로 줄을 당기는 데 불편함이 없는 넓고 긴 공간이면 되는데, 줄의 규모와 각 지역의 지리적 여건에 맞게 연행의 공간을 결정했다. 내륙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넓은 논밭이나 큰 길에서 줄을 당기고 소규모일 경우에는 골목에서도 당겼으며, 강을 끼고 있는 지역에서는 강변의 공터를 이용하기도 했다. 한편 해안지역에서도 내륙과 마찬가지의 양상이 나타나지만,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마을 단위로 줄을 당길 때 해변의 백사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줄다리기의 편 구성 방식은 대개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성별에 따라 남성과 여성으로 편을 가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체의 공간을 크게 둘로 나누어서 지역별로 편을 가르는 것이다. 남녀별로 편을 가를 경우 여성 편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미혼의 남성들도 포함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주로 호남의 줄다리기와 경기 일원의 쌍줄다리기에서 통용된다. 한편 지역별로 편을 가르는 경우에는 동/서, 남/북, 상/하 등의 기준에 따라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줄은 일반적으로 짚을 이용해 만드는데, 시대나 지역에 따라 칡, 삼, 굴피, 새, 대나무 등의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되기도 했다. 동해 연안 지역에서는 1920∼1930년대 이전에 칡으로 줄을 만들었으며 그 이후 어업에 사용하는 마닐라로프와 나일론로프를 이용하기도 했다. 또 경상북도 포항 장기면의 모포리에서는 칡과 새, 굴피 등을 이용하여 줄을 만들었다. 이로 보아 각 지역에서는 지리생태적 환경과 생업에 따라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다가, 수도재배의 일반화로 양질의 볏짚을 확보하는 것이 용이해지면서 짚으로 일원화하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줄의 형태로는 쌍줄과 외줄이 있다. 외줄은 주로 호남 지역과 동해 연안의 일부 지역 등에 분포하고, 쌍줄은 외줄을 당기지 않는 호남 지역과 그 밖의 지역에 두루 분포하였다. 외줄은 하나의 줄이므로 성의 구분이 없으나 쌍줄은 암줄과 수줄로 구분된다. 외줄다리기는 줄을 당길 때 별도의 보조장치 없이 줄을 통째로 잡아당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서 쌍줄은 대개 하나의 ‘몸줄’에 수많은 ‘종줄(가지줄, 곁줄)’을 달아서, 그 줄을 잡아당기는 형태를 취한다. 한편 강원도 삼척과 부산광역시 동래의 쌍줄은 몸줄 자체가, 마치 문어나 오징어처럼 여러 개로 이루어지고, 거기에 다시 종줄을 매어 당기는 형태를 취한다. 이밖에도 독특한 형태의 줄다리기가 있는데, 밀양의 감내를 비롯한 영남 내륙과 해안 지역에서 전승된 ‘게줄다리기’이다. 이 놀이는 길이 5∼6m 정도의 가는 줄을 연결한 뒤, 각기 반대 방향으로 엎드린 두 사람의 몸 뒤에서 사타구니 사이로 줄을 빼 목에 걸고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 나가 끌려가는 쪽이 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줄을 당기기 전에 벌이는 앞놀이는 줄의 규모와 형태에 따라서 달라진다. 먼저 일정 규모를 갖춘 쌍줄의 경우, 각 편의 줄머리(고) 위에 사람을 태우고 거주 공간을 돌아다니다가 상대편과 마주치면 공중에서 줄머리를 맞부딪혀 승부를 겨룬다. 광주광역시 남구 칠석동에서 전승하는 ‘고싸움’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비해 외줄다리기에서는 쌍줄다리기처럼 양식화된 앞놀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줄다리기에 이어서 행해지는 뒷놀이로 이제까지 보고된 것으로는 전라남도 순천 지역의 ‘싱전[勝戰]놀이’, 경상남도 의령의 ‘상여놀이’, 경북 의성 점곡면 사촌리의 ‘박시싸움’, 그리고 전라북도 정읍 정량의 ‘징싸기’, 경북 영천의 ‘곳나무싸움’ 등이 있다. 이 놀이들은 대개 양식적 독자성이 약하고 놀이 형식이 줄다리기와 직접적 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데 비해, 영천의 곳나무싸움은 줄을 결합하는 데 쓰는 곳나무를 활용하는 데다 양식적 독자성을 갖고 있어 특징적이다.

줄다리기가 끝난 뒤에 줄을 처리하는 방식은 ‘소비형’과 ‘보존형’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고, 소비형은 ‘즉시소비형’과 ‘송액형’, 보존형은 ‘일년보존형’과 ‘영구보존형’으로 나눌 수 있다. 즉시소비형은 줄다리기가 끝난 뒤에 줄을 해체하여 주술종교적, 실제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으로서 대부분의 쌍줄다리기에서 보편적이다. 송액형은 줄을 강에 쌓아두었다가 해동과 함께 강이 흐르면 줄과 함께 재액도 떠내려간다고 믿는 것으로서 남한강변의 강촌江村에서 주로 나타난다. 일년보존형은 줄을 동신의 신체인 당산에 감아두었다가 다음해 줄을 당긴 후에 새 줄로 교체하는 것으로서 호남 지역의 외줄다리기에서 주로 나타나고, 영구보존형은 줄을 동신으로 섬기며 영구 보존하는 형태로서 경북 포항 장기면 모포리에서만 나타난다.

줄다리기는 공동체 신에 대한 제사, 그리고 풍물 등의 민속예술들과 함께 축제를 구성하는데, 줄다리기와 제사는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다. 마을 단위로 이루어지는 호남의 줄다리기는 대개 당산제를 거행하는 당일에 제사에 앞서서 연행되어 ‘선놀이후제사형’에 속한다. 이와 달리 여타 지역의 줄다리기는 대부분 공동체신에 대한 제사에 앞서 연행되지 않고 제사를 지내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연행되는 ‘선제사후놀이형’에 속한다. ‘선놀이후제사형’에서 줄다리기와 제사는 아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줄 만들기, 마을 돌기, 줄다리기, 당산제 등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며 그 과정이 매우 유기적이다. 이에 비해서 ‘선제사후놀이형’에서 줄다리기와 제사는 상당한 시간적 거리를 두고 행해지기 때문에 표면상 유기적 관련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징 및 의의

한국 줄다리기의 사회문화적 보편성은 축제라는 문화 현상 속에서 포착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벌어진 줄다리기는 대부분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축제의 현장에서 연행되었다. 줄다리기의 축제성은 일상의 차별적 질서가 줄다리기의 연행 과정에서 전도되거나 약화 또는 무화되는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전라도의 외줄다리기에서 드러나는 여성 편의 압도적 우위는 남성 중심의 일상 세계가 전도되는 양상을 잘 보여 준다. 남녀가 일체가 되어 진행하는 쌍줄다리기에서도 축제성은 발현된다. 예컨대 경북 울진 평해읍 월송 줄다리기의 경우, 갓 시집온 새댁이 줄다리기에 참여하여 “좁은 틈새를 비집고 손을 넣어 줄을 당겼는데 나중에 보니 시아버지의 사타구니 밑으로 손을 넣은 것이더라.”는 에피소드는 ‘함께 줄을 당긴다.’라는 것 외에 어떤 차별적 가치도 존재하기 어려운 줄다리기의 축제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암줄과 수줄로 표상되는 거대한 성적 결합과 결합 과정에서의 노골적인 성적 언술, 그리고 같은 편에 속한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접촉 역시 유교적 이념에 의해서 억압된 성적 표현 및 교류에 관한 금기를 깨뜨리는 축제적 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줄다리기의 주술종교적 보편성은 여성의 생산력에 대한 유감주술적 믿음과 성행위의 모의를 통한 풍요다산의 기원, 그리고 용신신앙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줄다리기의 결과를 두고 한 해의 살림살이를 예측하는 경우, 여성 편의 승리를 공동체의 안녕과 연결 짓는 점세占歲의 방식은 일반적이다. 남녀별로 편을 구성하는 외줄다리기의 경우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 쌍줄의 경우에도 대체로 여성을 상징하는 좌향인 서부, 아래쪽, 음지쪽의 승리가 풍년 또는 좋은 시절을 미리 알려 주는 징표로 여겼다. 이처럼 여성 편의 승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여성의 생산력에 대한 주술종교적 믿음과 일정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쌍줄다리기에서 암·수줄을 결합시키는 것은 양성의 결합으로 인식된다. 예컨대 영산 줄다리기에서 암줄과 수줄을 결합하는 과정은 곧 남녀가 성적인 관계를 맺는 과정으로 인식되며 이런 양상은 쌍줄을 당기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통적이다. 이처럼 암줄과 수줄의 결합을 양성의 결합으로 인식하는 것은 생명의 형태와 행위 사이의 연대성에 기초한 것으로서 인간의 직접 성행위 혹은 모의적 성행위가 풍요다산을 불러온다는 주술적 사유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줄은 흔히 용으로 인식된다. 용신은 수신과 농신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 줄과 용의 관계를 보여 주는 사례들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예컨대 전북 정읍의 정량리에서는 완성된 외줄의 앞부분을 용대가리라 하고, 뒷부분을 용꼬리라고 한다. 경북 울진의 후정리에서는 암줄을 암용, 수줄을 숫용이라고 한다. 경남 영산에서 골목줄다리기에 앞서 벌이는 앞놀이는 아예, 이螭싸움, 즉 새끼용의 싸움이라고 불린다. 이처럼 줄과 용을 동일시하는 사유가 상당히 보편적으로 존재한 것은, 용신신앙을 바탕으로 풍요와 다산을 축원하는 주술종교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줄다리기의 다양성과 보편성(한양명, 실천민속학연구2, 실천민속학회,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