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완별록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속극 > 자료

집필자 윤주필(尹柱弼)

정의

1865년 윤 5월 상한上澣에 벽동병객碧洞病客이라는 미상의 작가가 광화문터에서 벌어진 전통연희의 대공연을 관람하고 그에 대한 감상을 적어 놓은 가사집.

내용

『기완별록奇玩別錄』은 경복궁 중건이 결정되고 고종이 경복궁터에 친림한 것을 기점으로 쓰여 진 책으로, 겉표지에 ‘奇琓別錄’이라 쓰여 있고 옆에 작은 글씨로 ‘가사’라고 부기附記되어 있다. 속표지에는 ‘긔완별녹’이라 별도로 쓰고 이하에서 2음보 두 줄을 상하단으로 배치하여, 필사본 장책 형식으로 15장에 걸쳐 내용을 적었다. 현재 단국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가사의 내용은 경복궁 중건의 송축頌祝, 부역장賦役場의 노동 상황, 놀이의 미학 등을 묘사한 부분으로 크게 나뉜다. 이 가운데에서 전통연희에 관계된 놀이의 종류 혹은 공연 상황은 다음과 같다.

  1. 승전놀음과 왈자들의 가장행렬, 2. 탈춤놀이, 3. 부역장 일과 업무 이후의 춤 자랑과 소리 겨룸, 4. 장기 공연 관람의 후유증, 5. 한양 북촌•남촌•서촌•동촌의 무동놀이, 6. 수할치의 사냥놀이, 7. 팔선녀놀이(Ⅰ), 8. 금강산놀이 9. 서유기놀이, 10. 팔선녀놀이(Ⅱ), 11. 신선놀이, 12. 상산사호놀이, 13. 선동놀이, 14. 기생놀이, 15. 축사놀이, 16. 백자도놀이.

위 16개의 항목에서 묘사한 세부 내용과 감상 및 비평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취타악吹打樂 연주와 무동 탄 동기童妓의 손춤과 칼춤, 별감들의 행색, 기찰포교의 행색, 별군직 선전관의 풍채, 나장의 활개 짓, ②노장, 취발이, 왜장녀 등의 탈춤 배역과 놀음 연기와 유행 민요 등의 노래 등이 놀아지는 광경, ③부역장의 음식 차림, 일과 후 궐문 밖의 상황으로 춤과 소리 겨룸, ④공연 관람의 부정적 사례로서 구경에 정신이 팔려 한 집안이 패가망신한 사연, ⑤일꾼들의 신•구 교대에 따라 특색 있게 벌어지는 서울 각 고을의 무동놀이, ⑥무동 탄 호녀胡女, 포수 차림의 배우, 몰이꾼 수할치, 여러 군인, 보라매, 사냥개, 까막까치, 호피를 쓴 호랑이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이루어지고 도청都廳의 놀이판이 벌어진 데 대해 관객들이 놀라워함, ⑦팔선녀와 성진이 분장하고 부역장에 등장한 것에 대해 핍진한 거동과 의사를 칭찬, ⑧군인들이 가마로 메고 온 금강산 모양의 산대와 성진•팔선녀 등의 잡상雜像에 대해 찬란한 의상과 선연한 태도를 칭찬, ⑨삼장 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백마 등의 다섯 일행이 경복궁 중건을 송축하러 나타남, ⑩팔선녀의 특색 없는 복색과 성진의 번잡한 거동이 눈에 거슬림, ⑪여동빈呂洞賓이 좌정하고 시동侍童이 차 시중을 들며 서왕모西王母가 선도仙桃를 바치고 유자선柳子仙이 해괴한 모습으로 나타남, ⑫네 신선이 바둑이나 훈수를 두고 선녀가 술 권하고 동자들은 차를 달이거나 피리를 불며 유자선이 그 사이에 끼어 파리채를 들고 있음, ⑬선동仙童놀이로서 7, 8세가량의 소년이 가학假鶴을 이고 춤을 추는데 당돌하고 재능스러움, ⑭푸르거나 붉은 치마를 입고 여자 기생으로 가장한 연기자들이 말을 타고 쌍으로 놀이하는데 박쥐우산 등의 소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교태로움, ⑮사기邪氣를 쫓는 놀이가 천태만상의 기괴한 모양을 지어 보이는데 호녀로 가장한 연기자의 여러 부적절한 거동이 거슬림, ⑯수많은 아이들이 연날리기, 제기차기, 깃발 들기, 활쏘기, 도르래 돌리기, 나무말 타기, 굴렁쇠 메기, 새 새끼 길들이기 등의 온갖 놀이를 연출하고 종국에는 전각터에 사배四拜하며 천추만세千秋萬歲 산호山呼를 부름.

이 가운데 ②의 탈춤놀이에 대한 묘사를 현대어 표기법으로 옮겨 적으면 다음과 같다. 한자어는 오른편에 해당 한자를 비정比定하여 넣는다.

푸른 송낙松落 숙여 쓰고 검은 장삼長衫 떨쳐입고
백팔염주百八念珠 목에 걸고 구절죽장九節竹杖 손에 들고
공손히恭遜- 허리 굽혀 합장合掌하고 염불念佛할 제
도승道僧처럼 음전하여 남 속일 성 싶었더니
굿거리 타령조에 엉덩이가 들먹들먹
별안간에 발광發狂 중[僧]이 생각밖에 내다르니
팔뚝 짓에 다리 짓에 대가리를 뒤흔들며
가로 뛰고 세로 뛰고 사지육신四肢六身 흐늘흐늘
체과린가 취과린가 잡상코도 수선하다
재채기도 야릇하고 헛맹세도 해참駭慚할사
어디서 왜장녀는 소리 없이 내다르니
아이들은 놀라 울고 어른들은 박장대소拍掌大笑
새끼 머리 되게 얹고 몽당치마 쳐져 입고
젖퉁이가 비어지게 깨끼적삼 무슨 맵시
노랑 수건 팔자 긋다 머리조차 질끈 매고
다 떨어진 베 고쟁이 무릎마디 울근불근
개천에 버린 헌 신 짝짝이 들메하고
검붉고 얽은 상판 눈망울도 불량不良하다
회칠인가 재칠인가 푸르기도 푸를시고
연지곤지 되는 대로 예도 찍고 제도 찍고
곰방이 돌통대는 무슨 꼴에 물었으며
엉큼성큼 다목다리 껑충거려 걷지 마라
입도 실긋 코도 찡긋 왼갖 광증狂症 다 피우고
그 흉상凶相에 백반교태百般嬌態 되지못한 어여쁜 체
소리판에 뛰어들어 번개 소고小鼓 두드리며
갖은 놀량 꺾음 염불 양산도방아타령
세청 곱청 들을 맛이 저 속에도 들었던가
우습고도 해괴駭怪하고 망측罔測고도 맹랑孟浪하다
천고千古에 이런 기관奇觀 뉘 듣고 보았는가

당시 부역장에서 탈춤판과 소리판이 구분 없이 뒤섞이는 장면을 묘사했다고 여겨진다. 뒷부분은 탈춤의 뒤풀이로서 난장판이 벌어진 광경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하여 이 작품의 작가는 다소 복잡한 감상평을 내놓았지만, 결국에는 천고에 없는 기이한 구경거리라는 식으로 흥겨움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당시 경복궁 중건 터에서 불려졌다는 ‘타령소리’들은 여러 토속민요들이 통속민요로 유행되는 계기를 잡았음을 증언한다.

『기완별록』은 조선시대 거의 마지막 전통연희 대공연을 관람하고 그에 대한 감회를 가사체로 기록한 자료이다. 관람한 놀이 종목이 많고 규모가 대단할 뿐만 아니라 놀이꾼의 출신과 놀이 방식, 관객들의 관람 태도들을 다면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 전통연희사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인정되고 있다. 특히 사진실의 「산희와 야희의 전승과 변천」에서는 유득공柳得恭의 『경도잡지京都雜志』에서 간략하게 언급됐던 산희山戲와 야희野戲의 공연 양상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하여 설명했다. 즉, 나례도감儺禮都監에 속한 연극演劇으로서 채붕綵棚을 설치하고 사자, 호랑이, 만석승의 춤 등을 추는 ‘산희’를 고사 재현의 길놀이로, 당녀唐女(사당)나 소매小梅(초라니) 등의 배역으로 분장하여 노는 ‘야희’를 세태 풍자를 통한 극적 구성의 판놀이로 해석하면서 『경도잡지』에서 언급한 여러 놀이 종목의 의미를 좀 더 자세하게 추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연극사에서 ‘각색놀이’라 일컫는 잡희雜戲의 세부 연행 종목들이 어떠한 범주로 특성화될 수 있는지를 논의할 수 있었다. 반면에 각 놀이는 연행 현장에서의 연출에 따라 변용의 묘를 더했다는 점도 이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작품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각 동네에서 나온 여러 놀이패들이 때로는 서로 다른 종목을, 때로는 같은 종목을 연기하면서 인기 경쟁을 벌인 대목에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이 자료에는 부역꾼과 놀이패와 구경꾼이 뒤섞여 있다거나 비조직적인 놀이의 양상도 나타나 보인다. 이 자료가 <경복궁가>와 같은 여타 연희 가사들보다는 연희에 대한 묘사가 퍽 상세하지만, 오로지 연희만을 전문적으로 기술한 것은 아니다.

경복궁 연희 시가들에는 국가에 대한 송축의 이념과 바람, 노동의 효용과 신명, 놀이의 화합과 파격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경복궁 중건의 연희는 상하 질서를 옹호하는 송축의 도상성, 사방 질서를 수용하며 노동을 긍정하는 도상성을 나타내면서도, 상하 질서와 사방 질서가 갈등하는 부분에서 신명풀이의 미학을 통해 화합을 표출했다. 또, 노래판에서 유행의 계기를 잡았던 <산타령>, <양산도>, <방아타령> 같은 타령소리들은 중건의 송축, 현실적 고난, 남녀 애정의 통속성을 여러 장에 나누어 배치함으로써 숭고와 비장의 상황을 골계의 미의식으로 수렴하고 신명풀이 미학을 구현했다. 근대 한민족의 대표적인 민요가 된 <아리랑>도 그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라 추정된다. 그러나 이 자료에는 아직까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전통연희의 공연 문화가 좀 더 상세하게 밝혀짐으로써 해명될 부분도 있고, 이 자료가 그러한 이해의 진전에 활용될 여지도 많이 남아 있다.

특징 및 의의

1865년(고종 2)에 경복궁 중건 작업이 시작될 때 일터에서 놀아진 전통연희와 관련하여 여러 종류의 역사적 기록과 문학 작품이 전한다. 문학 작품으로는 민요 등의 구비문학과, 상량문上樑文이나 참요시讖謠詩 등의 한문학, 단가와 가사 등의 국문 문학 등이 다양하게 마련됐다. 그 가운데 가사체로 이루어진 경복궁 중건의 연희 시가는 송축, 노동, 놀이에 대해 균형감 있게 읊고 있는 것이 일반적 특징인데, 『기완별록』은 특히 놀이에 대해서 대략 14종의 세부 사항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본 가사책은 19세기 중엽까지 조선에 전승됐던 전통연희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매우 귀중한 구실을 하는 자료로 평가된다.

참고문헌

경복궁중건 연희시가를 통해 본 전통 공연문화 연구(윤주필, 고전문학연구31, 한국고전문학학회, 2007), 공연문화의 전통(사진실, 태학사, 2002), 한국 전통연희의 도상성과 미학(윤주필, 열상고전연구38, 열상고전연구회, 2013).

기완별록

기완별록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속극 > 자료

집필자 윤주필(尹柱弼)

정의

1865년 윤 5월 상한上澣에 벽동병객碧洞病客이라는 미상의 작가가 광화문터에서 벌어진 전통연희의 대공연을 관람하고 그에 대한 감상을 적어 놓은 가사집.

내용

『기완별록奇玩別錄』은 경복궁 중건이 결정되고 고종이 경복궁터에 친림한 것을 기점으로 쓰여 진 책으로, 겉표지에 ‘奇琓別錄’이라 쓰여 있고 옆에 작은 글씨로 ‘가사’라고 부기附記되어 있다. 속표지에는 ‘긔완별녹’이라 별도로 쓰고 이하에서 2음보 두 줄을 상하단으로 배치하여, 필사본 장책 형식으로 15장에 걸쳐 내용을 적었다. 현재 단국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가사의 내용은 경복궁 중건의 송축頌祝, 부역장賦役場의 노동 상황, 놀이의 미학 등을 묘사한 부분으로 크게 나뉜다. 이 가운데에서 전통연희에 관계된 놀이의 종류 혹은 공연 상황은 다음과 같다.

승전놀음과 왈자들의 가장행렬, 2. 탈춤놀이, 3. 부역장 일과 업무 이후의 춤 자랑과 소리 겨룸, 4. 장기 공연 관람의 후유증, 5. 한양 북촌•남촌•서촌•동촌의 무동놀이, 6. 수할치의 사냥놀이, 7. 팔선녀놀이(Ⅰ), 8. 금강산놀이 9. 서유기놀이, 10. 팔선녀놀이(Ⅱ), 11. 신선놀이, 12. 상산사호놀이, 13. 선동놀이, 14. 기생놀이, 15. 축사놀이, 16. 백자도놀이.

위 16개의 항목에서 묘사한 세부 내용과 감상 및 비평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취타악吹打樂 연주와 무동 탄 동기童妓의 손춤과 칼춤, 별감들의 행색, 기찰포교의 행색, 별군직 선전관의 풍채, 나장의 활개 짓, ②노장, 취발이, 왜장녀 등의 탈춤 배역과 놀음 연기와 유행 민요 등의 노래 등이 놀아지는 광경, ③부역장의 음식 차림, 일과 후 궐문 밖의 상황으로 춤과 소리 겨룸, ④공연 관람의 부정적 사례로서 구경에 정신이 팔려 한 집안이 패가망신한 사연, ⑤일꾼들의 신•구 교대에 따라 특색 있게 벌어지는 서울 각 고을의 무동놀이, ⑥무동 탄 호녀胡女, 포수 차림의 배우, 몰이꾼 수할치, 여러 군인, 보라매, 사냥개, 까막까치, 호피를 쓴 호랑이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이루어지고 도청都廳의 놀이판이 벌어진 데 대해 관객들이 놀라워함, ⑦팔선녀와 성진이 분장하고 부역장에 등장한 것에 대해 핍진한 거동과 의사를 칭찬, ⑧군인들이 가마로 메고 온 금강산 모양의 산대와 성진•팔선녀 등의 잡상雜像에 대해 찬란한 의상과 선연한 태도를 칭찬, ⑨삼장 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백마 등의 다섯 일행이 경복궁 중건을 송축하러 나타남, ⑩팔선녀의 특색 없는 복색과 성진의 번잡한 거동이 눈에 거슬림, ⑪여동빈呂洞賓이 좌정하고 시동侍童이 차 시중을 들며 서왕모西王母가 선도仙桃를 바치고 유자선柳子仙이 해괴한 모습으로 나타남, ⑫네 신선이 바둑이나 훈수를 두고 선녀가 술 권하고 동자들은 차를 달이거나 피리를 불며 유자선이 그 사이에 끼어 파리채를 들고 있음, ⑬선동仙童놀이로서 7, 8세가량의 소년이 가학假鶴을 이고 춤을 추는데 당돌하고 재능스러움, ⑭푸르거나 붉은 치마를 입고 여자 기생으로 가장한 연기자들이 말을 타고 쌍으로 놀이하는데 박쥐우산 등의 소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교태로움, ⑮사기邪氣를 쫓는 놀이가 천태만상의 기괴한 모양을 지어 보이는데 호녀로 가장한 연기자의 여러 부적절한 거동이 거슬림, ⑯수많은 아이들이 연날리기, 제기차기, 깃발 들기, 활쏘기, 도르래 돌리기, 나무말 타기, 굴렁쇠 메기, 새 새끼 길들이기 등의 온갖 놀이를 연출하고 종국에는 전각터에 사배四拜하며 천추만세千秋萬歲 산호山呼를 부름.

이 가운데 ②의 탈춤놀이에 대한 묘사를 현대어 표기법으로 옮겨 적으면 다음과 같다. 한자어는 오른편에 해당 한자를 비정比定하여 넣는다.

푸른 송낙松落 숙여 쓰고 검은 장삼長衫 떨쳐입고
백팔염주百八念珠 목에 걸고 구절죽장九節竹杖 손에 들고
공손히恭遜- 허리 굽혀 합장合掌하고 염불念佛할 제
도승道僧처럼 음전하여 남 속일 성 싶었더니
굿거리 타령조에 엉덩이가 들먹들먹
별안간에 발광發狂 중[僧]이 생각밖에 내다르니
팔뚝 짓에 다리 짓에 대가리를 뒤흔들며
가로 뛰고 세로 뛰고 사지육신四肢六身 흐늘흐늘
체과린가 취과린가 잡상코도 수선하다
재채기도 야릇하고 헛맹세도 해참駭慚할사
어디서 왜장녀는 소리 없이 내다르니
아이들은 놀라 울고 어른들은 박장대소拍掌大笑
새끼 머리 되게 얹고 몽당치마 쳐져 입고
젖퉁이가 비어지게 깨끼적삼 무슨 맵시
노랑 수건 팔자 긋다 머리조차 질끈 매고
다 떨어진 베 고쟁이 무릎마디 울근불근
개천에 버린 헌 신 짝짝이 들메하고
검붉고 얽은 상판 눈망울도 불량不良하다
회칠인가 재칠인가 푸르기도 푸를시고
연지곤지 되는 대로 예도 찍고 제도 찍고
곰방이 돌통대는 무슨 꼴에 물었으며
엉큼성큼 다목다리 껑충거려 걷지 마라
입도 실긋 코도 찡긋 왼갖 광증狂症 다 피우고
그 흉상凶相에 백반교태百般嬌態 되지못한 어여쁜 체
소리판에 뛰어들어 번개 소고小鼓 두드리며
갖은 놀량 꺾음 염불 양산도 회방아타령
세청 곱청 들을 맛이 저 속에도 들었던가
우습고도 해괴駭怪하고 망측罔測고도 맹랑孟浪하다
천고千古에 이런 기관奇觀 뉘 듣고 보았는가

당시 부역장에서 탈춤판과 소리판이 구분 없이 뒤섞이는 장면을 묘사했다고 여겨진다. 뒷부분은 탈춤의 뒤풀이로서 난장판이 벌어진 광경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하여 이 작품의 작가는 다소 복잡한 감상평을 내놓았지만, 결국에는 천고에 없는 기이한 구경거리라는 식으로 흥겨움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당시 경복궁 중건 터에서 불려졌다는 ‘타령소리’들은 여러 토속민요들이 통속민요로 유행되는 계기를 잡았음을 증언한다.

『기완별록』은 조선시대 거의 마지막 전통연희 대공연을 관람하고 그에 대한 감회를 가사체로 기록한 자료이다. 관람한 놀이 종목이 많고 규모가 대단할 뿐만 아니라 놀이꾼의 출신과 놀이 방식, 관객들의 관람 태도들을 다면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 전통연희사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인정되고 있다. 특히 사진실의 「산희와 야희의 전승과 변천」에서는 유득공柳得恭의 『경도잡지京都雜志』에서 간략하게 언급됐던 산희山戲와 야희野戲의 공연 양상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하여 설명했다. 즉, 나례도감儺禮都監에 속한 연극演劇으로서 채붕綵棚을 설치하고 사자, 호랑이, 만석승의 춤 등을 추는 ‘산희’를 고사 재현의 길놀이로, 당녀唐女(애사당)나 소매小梅(초라니) 등의 배역으로 분장하여 노는 ‘야희’를 세태 풍자를 통한 극적 구성의 판놀이로 해석하면서 『경도잡지』에서 언급한 여러 놀이 종목의 의미를 좀 더 자세하게 추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연극사에서 ‘각색놀이’라 일컫는 잡희雜戲의 세부 연행 종목들이 어떠한 범주로 특성화될 수 있는지를 논의할 수 있었다. 반면에 각 놀이는 연행 현장에서의 연출에 따라 변용의 묘를 더했다는 점도 이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작품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각 동네에서 나온 여러 놀이패들이 때로는 서로 다른 종목을, 때로는 같은 종목을 연기하면서 인기 경쟁을 벌인 대목에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이 자료에는 부역꾼과 놀이패와 구경꾼이 뒤섞여 있다거나 비조직적인 놀이의 양상도 나타나 보인다. 이 자료가 <경복궁가>와 같은 여타 연희 가사들보다는 연희에 대한 묘사가 퍽 상세하지만, 오로지 연희만을 전문적으로 기술한 것은 아니다.

경복궁 연희 시가들에는 국가에 대한 송축의 이념과 바람, 노동의 효용과 신명, 놀이의 화합과 파격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경복궁 중건의 연희는 상하 질서를 옹호하는 송축의 도상성, 사방 질서를 수용하며 노동을 긍정하는 도상성을 나타내면서도, 상하 질서와 사방 질서가 갈등하는 부분에서 신명풀이의 미학을 통해 화합을 표출했다. 또, 노래판에서 유행의 계기를 잡았던 <산타령>, <양산도>, <방아타령> 같은 타령소리들은 중건의 송축, 현실적 고난, 남녀 애정의 통속성을 여러 장에 나누어 배치함으로써 숭고와 비장의 상황을 골계의 미의식으로 수렴하고 신명풀이 미학을 구현했다. 근대 한민족의 대표적인 민요가 된 <아리랑>도 그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라 추정된다. 그러나 이 자료에는 아직까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전통연희의 공연 문화가 좀 더 상세하게 밝혀짐으로써 해명될 부분도 있고, 이 자료가 그러한 이해의 진전에 활용될 여지도 많이 남아 있다.

특징 및 의의

1865년(고종 2)에 경복궁 중건 작업이 시작될 때 일터에서 놀아진 전통연희와 관련하여 여러 종류의 역사적 기록과 문학 작품이 전한다. 문학 작품으로는 민요 등의 구비문학과, 상량문上樑文이나 참요시讖謠詩 등의 한문학, 단가와 가사 등의 국문 문학 등이 다양하게 마련됐다. 그 가운데 가사체로 이루어진 경복궁 중건의 연희 시가는 송축, 노동, 놀이에 대해 균형감 있게 읊고 있는 것이 일반적 특징인데, 『기완별록』은 특히 놀이에 대해서 대략 14종의 세부 사항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본 가사책은 19세기 중엽까지 조선에 전승됐던 전통연희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매우 귀중한 구실을 하는 자료로 평가된다.

참고문헌

경복궁중건 연희시가를 통해 본 전통 공연문화 연구(윤주필, 고전문학연구31, 한국고전문학학회, 2007), 공연문화의 전통(사진실, 태학사, 2002), 한국 전통연희의 도상성과 미학(윤주필, 열상고전연구38, 열상고전연구회,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