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마당

열두마당

사전위치

한국민속문학사전 > 판소리 > 용어

집필자 유영대(劉永大)

정의

열두마당판소리의 전체 레퍼토리 숫자를 말하는데, 현재 전승되고 있는 다섯 작품과 창을 잃은 일곱 작품을 합하여 이르는 말.

개관

판소리의 전체 레퍼토리는 흔히 열두마당이라고 전해온다. 현재까지 알려진 판소리의 종류는 모두 12개다. ‘마당’이라는 용어는 판소리 광대가 마당에서 ‘길게 제대로 하는 소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판소리의 종류를 범칭하는 용어이다. 원래 판소리의 무대가 마당이라는 점에서 이렇게 두루 열두마당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최근에는 ‘판소리 다섯바탕’이라는 용어에서 보이듯 ‘바탕’을 사용하기도 한다. ‘마당소리’에서 ‘바탕소리’로의 진행은 판소리의 기반 변모와도 일정하게 관련된다. 판소리가 ‘마당’에서 함부로 불리는 예술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바탕소리’라는 용어가 ‘마당소리’에 대치되었기 때문이다. 김명환은 특히 ‘마당’이 아니라 ‘바탕’을 강력히 고집하였다. 바탕은 한바탕 전체, 본바탕, 본질 같은 의미망을 가지고 있으며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내용

판소리에는 열두마당이 있었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다섯 개의 노래는 전승되고 있으며, 일곱 개의 노래는 실전(失傳)되었다. 이들 판소리 작품의 이름은 19세기 송만재(宋晩載)가 쓴 「관우희(觀優戲)」와 신재효(申在孝)의 『판소리 사설집』, 정노식(鄭魯湜)의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 이선유(李善有)의 『오가전집(五歌全集)』 등에 내용과 함께 전한다. 이들의 이름을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송만재(관우희) 신재효(6) 정노식(12) 이선유(5)
<춘향가> 춘향가 춘향가 춘향가 춘향가
<심청가> 심청가 심청가 심청가 심청가
<흥보가> 흥보가 박타령 흥보가 박타령
<궁가> 수궁가 토별가 수궁가 수궁가
<적벽가> 적벽가 적벽가 적벽가 화용도
<변강쇠가> 변강쇠타령 변강쇠가 변강쇠타령
<배비장타령> 배비장타령 배비장타령
<강릉매화타령> 강릉매화전 강릉매화전
<옹고집전> 옹고집 옹고집
<장끼전> 장끼타령 장끼타령
<왈짜타령> 무숙이타령
<가짜신선타령> 숙영낭자전

<춘향가(春香歌)>는 조선 후기 사회의 본질적인 모순인 신분의 갈등 양상을, 신분이 서로 다른 남녀간의 사랑을 통하여 문제삼고 있는 작품이다. 춘향이라는 미천하지만 아름답고 당찬 기생과, 이몽룡이라는 멋지고 사내다운 양반집 도령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을 듯이 보이는 사랑의 과정을 달콤하게, 슬프게, 다시 신나게 묘사해 나가는 것이 이 작품의 흐름이다. 이 두 사람이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을 성취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당대 사람들의 자유로운 교류를 막아온 신분이라는 제도가 그 당시 사회의 심각한 모순이라는 점을 밝힌 점이 중요한 주제라고 하겠다. 또한 변학도를 통하여 당대의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지배층과, 이에 맞서 싸우는 서민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심청가(沈淸歌)>는 조선 후기 사회의 가난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 그것의 환상적 극복을 노래한 작품이다. 애초의 심청가는 미천한 신분의 모녀가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을 노래부르는 것으로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청 어미인 곽씨 부인의 <품팔이 노래>라든지, 심봉사나 심청의 <동냥하는 대목>, <선인들이 사람을 사가는 대목>, <뺑덕어미의 등장> 등은 조선 후기 민중 사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노래들이다. 작품의 후반부는 심청이 구출되고 귀하게 되는 과정을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 용궁에 가서 어머니와 상봉하고 귀하게 된 후 꽃봉오리를 타고 돌아온다. 도사공이 심청이 탄 꽃을 황제에게 바쳐 심청은 황후가 되며, 황후의 부탁으로 황성에서 맹인잔치를 열게 된다. 그 자리에서 부녀가 상봉하고, 심봉사가 눈을 뜨며, 모든 맹인도 함께 눈을 뜨게 된다는 낭만적 결말에 이른다.

<흥보가(興甫歌)>는 형제간의 우애 문제를 다루면서 조선 후기 서민 사회의 궁핍한 정황을 살갑게 그려내고 있는 예술 작품이다. 흥보가 갖고 있는 착한 성품과 놀보의 심술궂고 악착같은 성품을 대조하여 보여줌으로써 흥미를 돋군다. 흥보는 부러진 제비를 고쳐준 대가로 박씨를 얻고, 그곳에서 온갖 돈과 쌀과 비단과 집이 나와 행복하게 살게 된다. <매품팔이>이나 <가난타령>, <돈타령> 등을 통해서 가난한 서민들이 고생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흥보가의 전체 정조는 해학적이라 할 수 있다. 흥보의 박에서 밥과 옷과 집이 나온다는 것도 조선 후기 민중들의 의식주에 대한 꿈을 환상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수궁가(水宮歌)>는 조선 후기의 정치 현실을 우화적으로 풍자한 예술 작품이다. 힘은 없으나 살아가는 지혜를 갖춘 토끼로 대변되는 민중과, 탐욕적이고 부도덕한 용왕 및 별주부로 대표되는 지배층 사이의 갈등이 우의적으로 잘 그려진 통쾌한 정치 풍자 문학 작품이다. 『토끼전』은 토끼를 중심으로 한 지배층 풍자가 위주가 되면서 발랄한 서민의식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후대에 이르면 계층간의 갈등보다는 골계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별주부의 ‘충’을 강조하는 쪽으로 내용이 변이된다.

<적벽가(赤壁歌)>는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가운데 적벽대전(赤壁大戰)을 중심으로 조조의 화용도 피난까지의 줄거리를 차용하여, 서민의 입장에서 새롭게 개작한 정치 풍자 작품이다. 수많은 영웅, 장수들이 등장하여 전쟁과 웅혼한 기상을 전하는 대목이 많기 때문에, 빠른 장단에 웅장하고 씩씩한 우조 및 호령조를 많이 사용하는 남성적인 작품이다. 적벽가는 조조를 정당성이 결여된 권력의 핵심으로 규정하여 풍자하고, 부당하게 전쟁에 동원되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민중들의 한을 절실하게 그려내고 있다. 전쟁에 대한 혐오를 보여주는 것이 주된 내용을 이루며, 타락한 정치 지도자를 여지없이 풍자하는 완성도 높은 판소리 작품으로 평가된다.

판소리사의 전개 가운데 전승이 끊어진 작품을 실전판소리라고 한다. 이들은 <변강쇠타령>, <옹고집타령(壅固執打令)>, <배비장타령(裵裨將打令)>, <강릉매화타령(江陵梅花打令)>, <장끼타령>, <무숙이타령>, <가짜신선타령> 등 모두 7작품이다. 이들 판소리 작품도 조선 후기에는 중요한 레퍼토리로 전승되고 있었으나, 이 작품들이 갖고 있는 주제가 대체로 민중적 세계관에 철저하다는 점이나, 사설의 내용이 발랄한 민중 언어로 되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전승이 끊겼다. 이들이 전승과정에서 탈락한 시기는 19세기 후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중적 기반 속에서 태어난 판소리는 19세기 들어 자체 변모와 발전을 통하여 다수의 양반들을 청중으로 끌어들이기에 성공했으나, 또 이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 속에서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양반들의 감성과 미의식에 적합하지 않은 일곱 작품들이 탈락하게 되었다. 이 일곱 작품은 그 내용에 있어서 철저하게 세속적 욕망의 세계를 그려냈으며, 절제와 균형, 세련을 요구하는 양반층의 문화와는 어울릴 수 없었기 때문에 탈락한 것이다.

<변강쇠가>는 천하의 오입쟁이인 강쇠와 성욕이 왕성한 옹녀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조선 후기 서민과 천민들의 삶의 여러 모습을 흥미 있게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신재효 판소리 사설집에 실려있으며, 송흥록 명창이 이 소리를 잘했다고 전해지고 있고, 일제강점기 때까지도 부분적으로 불려졌다. 최근에 박동진 명창이 이를 재현하여 부른 적이 있다. <변강쇠가>는 <가루지기타령>, 혹은 <횡부가(橫負歌)>라고도 불린다. 시체를 ‘가로[橫]+지기[負]’하여 치상하는 정황을 그린 판소리라는 의미가 된다. <변강쇠가>는 음란한 노래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성(性)’을 직접적 소재로 하여 인간사의 여러 가지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농촌에서 유리된 유랑민들의 뿌리뽑힌 삶의 모습, 왈짜와 유랑연희패들의 구체적 삶의 모습, 장승과 관련한 신분간의 싸움의 모습들을 함께 읽을 때, 이 작품의 진정한 면모에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배비장타령(裵裨將打令)>은 실전판소리지만, 소설 『배비장전(裵裨將傳)』에 의해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도덕군자인 체하는 배비장이, 제주도에 가서 애랑이라는 여자에게 반한다는 내용의 판소리 작품이다. 행실의 바름을 뽐내던 배비장의 비속성이 드러나고, 형식에 치우쳐 공허한 유교적 도덕관념이 통렬하게 풍자되며 전체적으로 해학이 넘쳐흐르는 작품이다.

<강릉매화타령(江陵梅花打令)>은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 판소리 열두마당의 하나로 소개되었으나 사설이 전하지 않다가, 1992년 이 사설을 바탕으로 한 『매화가(梅花歌)』라는 소설이 발견되어 면모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은 타락한 인물인 골생원에 대한 풍자와 희화화를 통하여 삶의 건전성과 균형감각을 일깨우고자 한 작품이다.

<옹고집타령(雍固執打令)>은 소설 『옹고집전(雍固執傳)』의 내용과 일치할 것으로 생각된다. 옹진골 옹당촌에 사는 옹고집은 욕심 많고 고집이 센 인물이다. 그는 불도(佛道)를 능멸하여 동냥 온 중들에게 행패를 부리다가 도승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도승은 도술을 부려서, 지푸라기로 허수아비 옹고집을 만든다. 가짜 옹고집은 진짜 옹고집의 집을 찾아가서, 진짜를 내쫓고 그의 아내와 함께 살게 된다. 옹고집은 놀보와 같은 인물 유형으로서, 조선조 후기에 등장한 서민 부자 층을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조선 후기 화폐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심화된 계층간의 갈등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장끼타령>은 <자치가(雌稚歌)>라고도 불린다. 소리는 실전되었으나 소설 『장끼전』이 전하고 있어서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타인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하며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등의 교훈적인 내용이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여성의 정조 관념에 대한 풍자와 기층 민중에 대한 참혹한 수탈의 양상을 아울러 함축하고 있는 작품이다.

<왈짜타령[曰者打令]>은 <무숙이타령>이라고도 하며, 중고제 명창 김정근(金定根)이 잘 했다고 하나 소리는 전하지 않는다. 1991년 소설 『계우사(戒友辭)』가 <왈짜타령>의 사설 정착본인 것으로 판명된 바 있다. 이 작품은 18세기 이래 서울의 도시적 유흥이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된 현실을 배경으로 하여, 사회의 기생적 존재인 왈짜의 행태를 풍자함으로써, 새로이 등장한 평민 요호층의 삶에 대한 균형 감각을 일깨우고자하는 의도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짜신선타령[假神仙打令]>은 사설이나 소리가 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송만재의 「관우희」에 의하면, 한 사내가 신선이 되려고 금강산에 들어가 노승에게 신선이 먹는다는 복숭아와 술을 구해 먹었으나, 속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숙영낭자타령(淑英娘子打令)>은 적강소설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고전소설이다. 판소리로서의 전승은 끊겼지만 소설적 흥미 때문에 예전부터 많이 읽혔다. 백선군이 서당에서 독서를 하다가 조는 사이에 꿈속에서 선녀인 숙영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온갖 고난을 극복하며 끝끝내 사랑을 쟁취하는 구조를 지녔다. <숙영낭자타령>은 그동안 전승이 끊어진 것인데, 일제 때 정정렬(丁貞烈) 명창이 <천태산에 약 구하러 가는 대목> 등 몇 구절을 소리로 짜서 불렀었다. 이 노래가 박녹주 명창을 거쳐서 박송희 명창에게 전수되고 있다. 특히 박송희 명창은 전승되지 않은 앞부분을 새로 짜넣어 이 소리를 완미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특징 및 의의

판소리 열두마당의 존재에 대하여 우리는 그 대강의 모습을 헤아려볼 수 있다. 그런데 꼭 열두 편으로 한정될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판소리는 노랫말이 있으면 얼마든지 새롭게 만들어서 부를 수 있는 공연예술이다. 20세기는 판소리가 쇠락해가는 시대였다. 그럼에도 창작판소리가 생겨나서 일정하게 그 시대의 문제에 대하여 증언하고 있다.

판소리의 음악어법이 있으므로 창작판소리를 만드는 일은 어찌 보면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사설이 있을 경우 판소리 어법에 맞춰서 곡조와 장단에 맞추어 짜나가는 일은 어렵지 않다. 판소리의 어법에 숙달된 창자라면 작창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설의 내용을 분석하여 조를 정하고 장단을 짜맞춘 다음, 전승오가(傳承五歌)의 한 대목과 일정하게 연결시켜가는 것이 작창의 일반적 원리로 작용하였다. 전승오가를 중심으로 한 판소리에 담긴 고도의 예술성에 대하여 의심하는 시각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전승이 끊어진 판소리에 곡을 붙여 노래 부르고 음반으로 취입하였다. <변강쇠타령>, <옹고집타령>, <배비장타령>, <숙영낭자타령> 등이 복원되었다.

참고문헌

조선창극사(정노식, 조선일보사출판부, 1940), 판소리의 이해(유영대, 한국구비문학의 이해, 월인, 1998), 판소리의 이해(조동일·김흥규, 창작과비평사, 1984), 20세기 창작판소리의 존재양상과 의미(유영대, 한국민속학39, 한국민속학회, 2004).

열두마당

열두마당
사전위치

한국민속문학사전 > 판소리 > 용어

집필자 유영대(劉永大)

정의

열두마당은 판소리의 전체 레퍼토리 숫자를 말하는데, 현재 전승되고 있는 다섯 작품과 창을 잃은 일곱 작품을 합하여 이르는 말.

개관

판소리의 전체 레퍼토리는 흔히 열두마당이라고 전해온다. 현재까지 알려진 판소리의 종류는 모두 12개다. ‘마당’이라는 용어는 판소리 광대가 마당에서 ‘길게 제대로 하는 소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판소리의 종류를 범칭하는 용어이다. 원래 판소리의 무대가 마당이라는 점에서 이렇게 두루 열두마당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최근에는 ‘판소리 다섯바탕’이라는 용어에서 보이듯 ‘바탕’을 사용하기도 한다. ‘마당소리’에서 ‘바탕소리’로의 진행은 판소리의 기반 변모와도 일정하게 관련된다. 판소리가 ‘마당’에서 함부로 불리는 예술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바탕소리’라는 용어가 ‘마당소리’에 대치되었기 때문이다. 김명환은 특히 ‘마당’이 아니라 ‘바탕’을 강력히 고집하였다. 바탕은 한바탕 전체, 본바탕, 본질 같은 의미망을 가지고 있으며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내용

판소리에는 열두마당이 있었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다섯 개의 노래는 전승되고 있으며, 일곱 개의 노래는 실전(失傳)되었다. 이들 판소리 작품의 이름은 19세기 송만재(宋晩載)가 쓴 「관우희(觀優戲)」와 신재효(申在孝)의 『판소리 사설집』, 정노식(鄭魯湜)의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 이선유(李善有)의 『오가전집(五歌全集)』 등에 내용과 함께 전한다. 이들의 이름을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송만재(관우희) 신재효(6) 정노식(12) 이선유(5) <춘향가> 춘향가 춘향가 춘향가 춘향가 <심청가> 심청가 심청가 심청가 심청가 <흥보가> 흥보가 박타령 흥보가 박타령 <수궁가> 수궁가 토별가 수궁가 수궁가 <적벽가> 적벽가 적벽가 적벽가 화용도 <변강쇠가> 변강쇠타령 변강쇠가 변강쇠타령 <배비장타령> 배비장타령 배비장타령 <강릉매화타령> 강릉매화전 강릉매화전 <옹고집전> 옹고집 옹고집 <장끼전> 장끼타령 장끼타령 <왈짜타령> 무숙이타령 <가짜신선타령> 숙영낭자전

<춘향가(春香歌)>는 조선 후기 사회의 본질적인 모순인 신분의 갈등 양상을, 신분이 서로 다른 남녀간의 사랑을 통하여 문제삼고 있는 작품이다. 춘향이라는 미천하지만 아름답고 당찬 기생과, 이몽룡이라는 멋지고 사내다운 양반집 도령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을 듯이 보이는 사랑의 과정을 달콤하게, 슬프게, 다시 신나게 묘사해 나가는 것이 이 작품의 흐름이다. 이 두 사람이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을 성취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당대 사람들의 자유로운 교류를 막아온 신분이라는 제도가 그 당시 사회의 심각한 모순이라는 점을 밝힌 점이 중요한 주제라고 하겠다. 또한 변학도를 통하여 당대의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지배층과, 이에 맞서 싸우는 서민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심청가(沈淸歌)>는 조선 후기 사회의 가난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 그것의 환상적 극복을 노래한 작품이다. 애초의 심청가는 미천한 신분의 모녀가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을 노래부르는 것으로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청 어미인 곽씨 부인의 <품팔이 노래>라든지, 심봉사나 심청의 <동냥하는 대목>, <선인들이 사람을 사가는 대목>, <뺑덕어미의 등장> 등은 조선 후기 민중 사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노래들이다. 작품의 후반부는 심청이 구출되고 귀하게 되는 과정을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 용궁에 가서 어머니와 상봉하고 귀하게 된 후 꽃봉오리를 타고 돌아온다. 도사공이 심청이 탄 꽃을 황제에게 바쳐 심청은 황후가 되며, 황후의 부탁으로 황성에서 맹인잔치를 열게 된다. 그 자리에서 부녀가 상봉하고, 심봉사가 눈을 뜨며, 모든 맹인도 함께 눈을 뜨게 된다는 낭만적 결말에 이른다.

<흥보가(興甫歌)>는 형제간의 우애 문제를 다루면서 조선 후기 서민 사회의 궁핍한 정황을 살갑게 그려내고 있는 예술 작품이다. 흥보가 갖고 있는 착한 성품과 놀보의 심술궂고 악착같은 성품을 대조하여 보여줌으로써 흥미를 돋군다. 흥보는 부러진 제비를 고쳐준 대가로 박씨를 얻고, 그곳에서 온갖 돈과 쌀과 비단과 집이 나와 행복하게 살게 된다. <매품팔이>이나 <가난타령>, <돈타령> 등을 통해서 가난한 서민들이 고생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흥보가의 전체 정조는 해학적이라 할 수 있다. 흥보의 박에서 밥과 옷과 집이 나온다는 것도 조선 후기 민중들의 의식주에 대한 꿈을 환상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수궁가(水宮歌)>는 조선 후기의 정치 현실을 우화적으로 풍자한 예술 작품이다. 힘은 없으나 살아가는 지혜를 갖춘 토끼로 대변되는 민중과, 탐욕적이고 부도덕한 용왕 및 별주부로 대표되는 지배층 사이의 갈등이 우의적으로 잘 그려진 통쾌한 정치 풍자 문학 작품이다. 『토끼전』은 토끼를 중심으로 한 지배층 풍자가 위주가 되면서 발랄한 서민의식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후대에 이르면 계층간의 갈등보다는 골계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별주부의 ‘충’을 강조하는 쪽으로 내용이 변이된다.

<적벽가(赤壁歌)>는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가운데 적벽대전(赤壁大戰)을 중심으로 조조의 화용도 피난까지의 줄거리를 차용하여, 서민의 입장에서 새롭게 개작한 정치 풍자 작품이다. 수많은 영웅, 장수들이 등장하여 전쟁과 웅혼한 기상을 전하는 대목이 많기 때문에, 빠른 장단에 웅장하고 씩씩한 우조 및 호령조를 많이 사용하는 남성적인 작품이다. 적벽가는 조조를 정당성이 결여된 권력의 핵심으로 규정하여 풍자하고, 부당하게 전쟁에 동원되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민중들의 한을 절실하게 그려내고 있다. 전쟁에 대한 혐오를 보여주는 것이 주된 내용을 이루며, 타락한 정치 지도자를 여지없이 풍자하는 완성도 높은 판소리 작품으로 평가된다.

판소리사의 전개 가운데 전승이 끊어진 작품을 실전판소리라고 한다. 이들은 <변강쇠타령>, <옹고집타령(壅固執打令)>, <배비장타령(裵裨將打令)>, <강릉매화타령(江陵梅花打令)>, <장끼타령>, <무숙이타령>, <가짜신선타령> 등 모두 7작품이다. 이들 판소리 작품도 조선 후기에는 중요한 레퍼토리로 전승되고 있었으나, 이 작품들이 갖고 있는 주제가 대체로 민중적 세계관에 철저하다는 점이나, 사설의 내용이 발랄한 민중 언어로 되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전승이 끊겼다. 이들이 전승과정에서 탈락한 시기는 19세기 후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중적 기반 속에서 태어난 판소리는 19세기 들어 자체 변모와 발전을 통하여 다수의 양반들을 청중으로 끌어들이기에 성공했으나, 또 이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 속에서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양반들의 감성과 미의식에 적합하지 않은 일곱 작품들이 탈락하게 되었다. 이 일곱 작품은 그 내용에 있어서 철저하게 세속적 욕망의 세계를 그려냈으며, 절제와 균형, 세련을 요구하는 양반층의 문화와는 어울릴 수 없었기 때문에 탈락한 것이다.

<변강쇠가>는 천하의 오입쟁이인 강쇠와 성욕이 왕성한 옹녀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조선 후기 서민과 천민들의 삶의 여러 모습을 흥미 있게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신재효 판소리 사설집에 실려있으며, 송흥록 명창이 이 소리를 잘했다고 전해지고 있고, 일제강점기 때까지도 부분적으로 불려졌다. 최근에 박동진 명창이 이를 재현하여 부른 적이 있다. <변강쇠가>는 <가루지기타령>, 혹은 <횡부가(橫負歌)>라고도 불린다. 시체를 ‘가로[橫]+지기[負]’하여 치상하는 정황을 그린 판소리라는 의미가 된다. <변강쇠가>는 음란한 노래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성(性)’을 직접적 소재로 하여 인간사의 여러 가지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농촌에서 유리된 유랑민들의 뿌리뽑힌 삶의 모습, 왈짜와 유랑연희패들의 구체적 삶의 모습, 장승과 관련한 신분간의 싸움의 모습들을 함께 읽을 때, 이 작품의 진정한 면모에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배비장타령(裵裨將打令)>은 실전판소리지만, 소설 『배비장전(裵裨將傳)』에 의해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도덕군자인 체하는 배비장이, 제주도에 가서 애랑이라는 여자에게 반한다는 내용의 판소리 작품이다. 행실의 바름을 뽐내던 배비장의 비속성이 드러나고, 형식에 치우쳐 공허한 유교적 도덕관념이 통렬하게 풍자되며 전체적으로 해학이 넘쳐흐르는 작품이다.

<강릉매화타령(江陵梅花打令)>은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 판소리 열두마당의 하나로 소개되었으나 사설이 전하지 않다가, 1992년 이 사설을 바탕으로 한 『매화가(梅花歌)』라는 소설이 발견되어 면모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은 타락한 인물인 골생원에 대한 풍자와 희화화를 통하여 삶의 건전성과 균형감각을 일깨우고자 한 작품이다.

<옹고집타령(雍固執打令)>은 소설 『옹고집전(雍固執傳)』의 내용과 일치할 것으로 생각된다. 옹진골 옹당촌에 사는 옹고집은 욕심 많고 고집이 센 인물이다. 그는 불도(佛道)를 능멸하여 동냥 온 중들에게 행패를 부리다가 도승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도승은 도술을 부려서, 지푸라기로 허수아비 옹고집을 만든다. 가짜 옹고집은 진짜 옹고집의 집을 찾아가서, 진짜를 내쫓고 그의 아내와 함께 살게 된다. 옹고집은 놀보와 같은 인물 유형으로서, 조선조 후기에 등장한 서민 부자 층을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조선 후기 화폐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심화된 계층간의 갈등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장끼타령>은 <자치가(雌稚歌)>라고도 불린다. 소리는 실전되었으나 소설 『장끼전』이 전하고 있어서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타인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하며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등의 교훈적인 내용이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여성의 정조 관념에 대한 풍자와 기층 민중에 대한 참혹한 수탈의 양상을 아울러 함축하고 있는 작품이다.

<왈짜타령[曰者打令]>은 <무숙이타령>이라고도 하며, 중고제 명창 김정근(金定根)이 잘 했다고 하나 소리는 전하지 않는다. 1991년 소설 『계우사(戒友辭)』가 <왈짜타령>의 사설 정착본인 것으로 판명된 바 있다. 이 작품은 18세기 이래 서울의 도시적 유흥이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된 현실을 배경으로 하여, 사회의 기생적 존재인 왈짜의 행태를 풍자함으로써, 새로이 등장한 평민 요호층의 삶에 대한 균형 감각을 일깨우고자하는 의도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짜신선타령[假神仙打令]>은 사설이나 소리가 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송만재의 「관우희」에 의하면, 한 사내가 신선이 되려고 금강산에 들어가 노승에게 신선이 먹는다는 복숭아와 술을 구해 먹었으나, 속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숙영낭자타령(淑英娘子打令)>은 적강소설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고전소설이다. 판소리로서의 전승은 끊겼지만 소설적 흥미 때문에 예전부터 많이 읽혔다. 백선군이 서당에서 독서를 하다가 조는 사이에 꿈속에서 선녀인 숙영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온갖 고난을 극복하며 끝끝내 사랑을 쟁취하는 구조를 지녔다. <숙영낭자타령>은 그동안 전승이 끊어진 것인데, 일제 때 정정렬(丁貞烈) 명창이 <천태산에 약 구하러 가는 대목> 등 몇 구절을 소리로 짜서 불렀었다. 이 노래가 박녹주 명창을 거쳐서 박송희 명창에게 전수되고 있다. 특히 박송희 명창은 전승되지 않은 앞부분을 새로 짜넣어 이 소리를 완미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특징 및 의의

판소리 열두마당의 존재에 대하여 우리는 그 대강의 모습을 헤아려볼 수 있다. 그런데 꼭 열두 편으로 한정될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판소리는 노랫말이 있으면 얼마든지 새롭게 만들어서 부를 수 있는 공연예술이다. 20세기는 판소리가 쇠락해가는 시대였다. 그럼에도 창작판소리가 생겨나서 일정하게 그 시대의 문제에 대하여 증언하고 있다.

판소리의 음악어법이 있으므로 창작판소리를 만드는 일은 어찌 보면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사설이 있을 경우 판소리 어법에 맞춰서 곡조와 장단에 맞추어 짜나가는 일은 어렵지 않다. 판소리의 어법에 숙달된 창자라면 작창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설의 내용을 분석하여 조를 정하고 장단을 짜맞춘 다음, 전승오가(傳承五歌)의 한 대목과 일정하게 연결시켜가는 것이 작창의 일반적 원리로 작용하였다. 전승오가를 중심으로 한 판소리에 담긴 고도의 예술성에 대하여 의심하는 시각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전승이 끊어진 판소리에 곡을 붙여 노래 부르고 음반으로 취입하였다. <변강쇠타령>, <옹고집타령>, <배비장타령>, <숙영낭자타령> 등이 복원되었다.

참고문헌

조선창극사(정노식, 조선일보사출판부, 1940), 판소리의 이해(유영대, 한국구비문학의 이해, 월인, 1998), 판소리의 이해(조동일·김흥규, 창작과비평사, 1984), 20세기 창작판소리의 존재양상과 의미(유영대, 한국민속학39, 한국민속학회,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