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점고(軍士點考)

군사점고

한자명

軍士點考

사전위치

한국민속문학사전 > 판소리 > 판소리 다섯마당

집필자 서대석(徐大錫)

정의

판소리 <적벽가(赤壁歌)>에서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패퇴하여 도주하다가 화용도에 이르기 전에 따르는 군사들을 점고하는 사설.

개관

<군사점고(軍士點考)>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는 없는, 판소리 적벽가에서 창작된 부분이다. 창본에 따라서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신재효본에서는 조조가 호로곡에 이르러 장비를 만나기 전에 <군사점고> 사설이 등장한다. ‘조조와 정욱의 대화―전사한 군사 호명―장창수 장내두리―등채수성 까투리―조총수 한눈감이―궁노수 두팔잡이―복마군 마철이’ 순으로 점고가 행해진다. 명창들의 바디에 따라 등장인물이 다소 차이를 보인다. 조학진바디에서는 ‘허무적이―골래종이―허덜렁이―구먹쇠―장터진이―옹돌쇠’, 정응민바디에서는 ‘허무적이―골래종이―박덜렁이―왕덩방이―구먹쇠―목옹출이’, 김연수바디에서는 ‘허무적이―골래종이―둥덩바리―마병 덜렁쇠―복통쇠―옹돌쇠’, 박봉술바디에서는 ‘골래종이―전동다리―구먹쇠’ 순으로 등장한다. <군사점고> 사설은 창자에 따라서 점고 받는 군사들의 수를 늘일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으며, 조조와 군사들의 대화도 보탤 수도 있고 생략할 수도 있어 변이의 폭이 크다.

내용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주유의 화공에 대패하여 도주하다가 오림에서 조자룡의 복병을 만나고 호로곡에서 장비를 만나 패전하여 도주하면서 몇몇 모사(謀士)와 부상한 군사 십여 명만 따르는 비참한 상황에서 모사 정욱의 제안으로 군사들을 점고한다. 신재효본은 후대 창본과 다른 <군사점고>를 싣고 있는데 제일 먼저 전사한 군사들의 점고부터 시작한다.

군사들이 들어오는데 이것이 전장에 온 군사 뽄이 아니라
기(己) 갑년(甲年) 기민(飢民) 뽄이로구나.
얼인 작대안(作隊案)을 정욱이 펴여들고 차례로 부르는데 좌부좌사 전초 일기 일대장 공중쇠 기총이 옆에 서서 대답하되
물고요 이대장 육두쇠 물고요 삼대장 무거쇠 물고요
사대장 허망쇠 물고 소리 장하기가 기총도 무안하여
대답 뽄을 고쳐서 죽었소 오대장 맹랑쇠 그놈도 그랬소
낭선수 팔랑쇠 아까 하던 말이오 엇다 이놈아 쇠자 항렬은
다 죽었단 말이냐 적벽강 그 불 속에 무슨 쇠가 안 녹겠소.

이러한 점고 뒤에 장창수 장내두리가 다리를 절고 울면서 들어와 오림에서 복병을 만나 창 뺏기고 팔 부러져 병신된 사연을 말한다. 다음으로 등채수성 가토리가 들어오는데 고개를 뒤로 젖히고 배를 내밀고 입으로만 “절이요!” 하고 외친다. 조조가 그 절 뽄을 어디서 배웠느냐고 묻자, 적벽강에서 불에 데어 등덜미가 다 익어서 힘줄이 다 오그라들어 앞으로 숙이기는 죽어도 할 수 없다고 한다. 다음에 조총수 한눈감이가 똥구멍을 손으로 받치고 들어와서 오림에서 한 장수를 만나 갈대 숲 속으로 끌려가서 그 장수가 주장군을 자기 항문에 강제로 들이밀고 그 옆에 구경하던 놈 일곱이 차례로 달려드는 바람에 항문의 힘줄이 끊어져서 뱃속까지 훤하게 뚫리어 걸리는 데가 없어져서 먹는 대로 곧바로 나온다고 한다. 그 다음 궁수 두팔잡이는 아무 상처도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들어오는데, 남들이 싸울 제 저는 바위틈에 숨어 구경만 하다가 호궤령(犒饋令)이 내리면 살짝 나와 얻어먹고는 하였다고 한다. 다음 복마군 마철이가 전립 꼭지만 쓰고 말채만 쥐고 들어와서, 말은 뺏기고 오림에서 복병 만나 군복을 주어 사화하고 전립은 절초장수 칼받침으로 칠푼에 팔고 그 돈으로 고향에 가서 마누라를 만나 정담을 나누며 회포를 풀제 정표로 줄 선물로 바늘 한 쌈을 샀다고 한다.

그 밖에 창본들은 차이가 다소 있으나 대체로 첫 번째 등장하는 군사는 허무적이다. 천총 허무적이가 팔다리를 다쳐 뻣뻣이 들어오자 조조가 군례를 하지 않았다고 목을 베라고 한다. 허무적이는 어서 빨리 죽이라고 조조에게 대들며, 빨리 죽어 고향에 가서 부모형제를 만나 만단정회를 풀겠다고 한다. 다음 등장하는 인물은 골래종이라는 곱사등이에 절름발이에 눈, 입술, 팔, 다리가 모두 병신인 군사인데, 조조가 병신 부자라고 하며 저놈이 뒤쳐져 있다가 우리 간 곳을 적에게 알려줄 것이니 가마솥에 삶아 고깃국이나 나누어 먹자고 한다. 골래종은 조조의 눈이 사람을 장 담가 먹게 생겼다고 응수한다. 그 다음에 등장하는 군사는 허덜렁이 또는 박덜렁이라고 하는 몸이 온전한 군사인데, 조조가 장비 군사인줄 알고 놀라자 자기는 몸이 성하니 승상은 회를 쳐서 먹으라고 한다. 조조가 몸이 온전한 이유를 묻자 그 군사는 싸움터에서는 피신하여 숨어 있다가 밥 줄 때만 나타나서 얻어먹고 창날이며 화승을 팔아 이것저것 사서 먹고 마누라에게 선물하려고 바늘 한 쌈을 샀다고 한다. 다음에 등장하는 군사는 목이 쑥 움츠러진 대거수 장터진인데, 조조가 목이 움츠러진 이유를 묻자 어떤 장수가 요 조조 쥐새끼 같은 놈 어디 가더냐고 물으며 주먹으로 머리를 쳐서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조조가 저놈이 누구보고 조조라고 하느냐고 하자 그 군사는 그 장수가 그러더란 말이라고 하며 계속 조조를 욕한다. 다음 등장하는 군사는 옹돌쇠인데, 군량 사백오십 석을 닻줄로 묶어서 왼 어깨에 메고 오니 조자룡도 오림에서 도망치고 장비도 이릉에서 바지에 똥을 싸고 도망갔다고 큰소리를 친다. 그 다음 이야기를 더하라고 하자 목이 마르다고 하며 조조가 먹던 술을 다섯 잔이나 빼앗아 먹고 그간 사연은 백사지 땅에서 자다가 꾼 꿈 이야기라고 한다.

특징 및 의의

<군사점고>는 골계의 극치를 보여주는 재담 사설이다. 중국 삼국 시대 사람인 조조와 그의 군사들이 등장하는데 군사들은 이름부터 중국사람 이름이 아니고 한국의 전통사회 서민들의 별명들이며, 군사의 직책도 당시 조조 군사의 편제와는 다른 천총이나 조총수등이 등장한다. 덜렁쇠나 맹랑쇠와 같은 쇠자 항렬 이름은 쇠로 된 병장기를 다루는 군사라는 의미가 담겨 있으나, 한자식 중국 인명이 아니다. 허무적이는 허무하고 자취가 없다는 의미이고, 골래종이는 머릿속에 종기가 있다는 의미이며, 덜렁이는 덜렁거린다는 우리말 별명이다.

『삼국지연의』에는 본래 장수들의 이름만 등장하고 병졸의 이름은 나타나지도 않는다. 병졸들은 몇 만이나 몇 십만으로 수효만 나타나는데, 군사 개인은 고유명사가 없이 군사 수효를 나타내는 숫자 속에 함몰되어 있다. 그런데 적벽가에는 군사들의 이름이 등장할 뿐 아니라 조조와 대등한 위치에서 마주보고 조조를 비하하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신재효본에서는 어희적 재담이 많이 등장하는데 ‘죽었소.’라는 말을 ‘물고요.’라고 하다가 죽은 군사가 너무 많자 같은 의미의 다른 말로 ‘아까 하던 말이요.’, ‘그 놈도 그랬소,’ 등으로 대신한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조조는 전쟁에 패하기는 하였지만, 위엄이 천하에 진동하는 영웅이고 지략과 용병술이 뛰어나고 문재도 탁월한 인물이다. 가까이 모시는 모사들과는 전략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지만 병사들과의 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적벽가에서는 병사들이 적장이 하는 말을 인용하여 ‘조조 그놈 죽일 놈’이라고 하며 눈구녕이 인장식하게 생겼다느니, 나는 몸이 성하니 회를 쳐서 잡수라느니 하면서 대들고 조조가 들으면 화가 치밀 말들을 골라서 쏟아낸다. 전쟁터에서 싸우지 않고 숨어 있다가 밥만 타먹는다든지, 말이며 노구며 창날 등을 모두 팔아먹거나 내버린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놓는다. 이에 대해 조조는 군사들의 무례함이나 죄를 끝까지 추궁하지 않고 그대로 넘어간다.

이 사설에서 조조는 경망스럽고 잔인하면서 장난기 가득한 인물로 나타나고 점고 받는 군사들은 살아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과 가족의 정을 우선시하면서 조조를 공박하고 전쟁의 비참함을 골계적으로 보여준다. 싸우다가 부상을 당하여 만신창이가 된 병사를 삶아 먹자는 조조의 말에서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인명을 경시하는 잔인한 권력자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전쟁에서도 젊은 남성의 성적 욕구는 강렬하여 오림에서 적장에게 잡혀 항문을 망가트린 삽화나 고향에 가서 아내를 만나 만단정회를 풀어보려는 소망을 바늘 한 쌈에 담아 표현한 병사의 이야기는 인간의 진정한 소망이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부분이다. 또한 부상당한 과정을 이야기하는 병사들을 통하여 전쟁의 비참함을 드러내고 권력자의 횡포를 고발한다.

이런 점에서 <군사점고>는 주역(主役)이 군사들이고 조조가 조역(助役)을 담당한 대목 사설로서, 판소리가 바로 군사로 표징되는 서민 대중의 문학임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참고문헌

교주본 적벽가(최동현·최혜진, 민속원, 2005), 신재효 판소리 사설집(강한영 교주, 민중서관, 1971), 적벽가의 재검토(서대석, 도곡 정기호박사 화갑기념논총, 대제각, 1991).

군사점고

군사점고
한자명

軍士點考

사전위치

한국민속문학사전 > 판소리 > 판소리 다섯마당

집필자 서대석(徐大錫)

정의

판소리 <적벽가(赤壁歌)>에서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패퇴하여 도주하다가 화용도에 이르기 전에 따르는 군사들을 점고하는 사설.

개관

<군사점고(軍士點考)>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는 없는, 판소리 적벽가에서 창작된 부분이다. 창본에 따라서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신재효본에서는 조조가 호로곡에 이르러 장비를 만나기 전에 <군사점고> 사설이 등장한다. ‘조조와 정욱의 대화―전사한 군사 호명―장창수 장내두리―등채수성 까투리―조총수 한눈감이―궁노수 두팔잡이―복마군 마철이’ 순으로 점고가 행해진다. 명창들의 바디에 따라 등장인물이 다소 차이를 보인다. 조학진바디에서는 ‘허무적이―골래종이―허덜렁이―구먹쇠―장터진이―옹돌쇠’, 정응민바디에서는 ‘허무적이―골래종이―박덜렁이―왕덩방이―구먹쇠―목옹출이’, 김연수바디에서는 ‘허무적이―골래종이―둥덩바리―마병 덜렁쇠―복통쇠―옹돌쇠’, 박봉술바디에서는 ‘골래종이―전동다리―구먹쇠’ 순으로 등장한다. <군사점고> 사설은 창자에 따라서 점고 받는 군사들의 수를 늘일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으며, 조조와 군사들의 대화도 보탤 수도 있고 생략할 수도 있어 변이의 폭이 크다.

내용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주유의 화공에 대패하여 도주하다가 오림에서 조자룡의 복병을 만나고 호로곡에서 장비를 만나 패전하여 도주하면서 몇몇 모사(謀士)와 부상한 군사 십여 명만 따르는 비참한 상황에서 모사 정욱의 제안으로 군사들을 점고한다. 신재효본은 후대 창본과 다른 <군사점고>를 싣고 있는데 제일 먼저 전사한 군사들의 점고부터 시작한다.

군사들이 들어오는데 이것이 전장에 온 군사 뽄이 아니라
기(己) 갑년(甲年) 기민(飢民) 뽄이로구나.
얼인 작대안(作隊案)을 정욱이 펴여들고 차례로 부르는데 좌부좌사 전초 일기 일대장 공중쇠 기총이 옆에 서서 대답하되
물고요 이대장 육두쇠 물고요 삼대장 무거쇠 물고요
사대장 허망쇠 물고 소리 장하기가 기총도 무안하여
대답 뽄을 고쳐서 죽었소 오대장 맹랑쇠 그놈도 그랬소
낭선수 팔랑쇠 아까 하던 말이오 엇다 이놈아 쇠자 항렬은
다 죽었단 말이냐 적벽강 그 불 속에 무슨 쇠가 안 녹겠소.

이러한 점고 뒤에 장창수 장내두리가 다리를 절고 울면서 들어와 오림에서 복병을 만나 창 뺏기고 팔 부러져 병신된 사연을 말한다. 다음으로 등채수성 가토리가 들어오는데 고개를 뒤로 젖히고 배를 내밀고 입으로만 “절이요!” 하고 외친다. 조조가 그 절 뽄을 어디서 배웠느냐고 묻자, 적벽강에서 불에 데어 등덜미가 다 익어서 힘줄이 다 오그라들어 앞으로 숙이기는 죽어도 할 수 없다고 한다. 다음에 조총수 한눈감이가 똥구멍을 손으로 받치고 들어와서 오림에서 한 장수를 만나 갈대 숲 속으로 끌려가서 그 장수가 주장군을 자기 항문에 강제로 들이밀고 그 옆에 구경하던 놈 일곱이 차례로 달려드는 바람에 항문의 힘줄이 끊어져서 뱃속까지 훤하게 뚫리어 걸리는 데가 없어져서 먹는 대로 곧바로 나온다고 한다. 그 다음 궁수 두팔잡이는 아무 상처도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들어오는데, 남들이 싸울 제 저는 바위틈에 숨어 구경만 하다가 호궤령(犒饋令)이 내리면 살짝 나와 얻어먹고는 하였다고 한다. 다음 복마군 마철이가 전립 꼭지만 쓰고 말채만 쥐고 들어와서, 말은 뺏기고 오림에서 복병 만나 군복을 주어 사화하고 전립은 절초장수 칼받침으로 칠푼에 팔고 그 돈으로 고향에 가서 마누라를 만나 정담을 나누며 회포를 풀제 정표로 줄 선물로 바늘 한 쌈을 샀다고 한다.

그 밖에 창본들은 차이가 다소 있으나 대체로 첫 번째 등장하는 군사는 허무적이다. 천총 허무적이가 팔다리를 다쳐 뻣뻣이 들어오자 조조가 군례를 하지 않았다고 목을 베라고 한다. 허무적이는 어서 빨리 죽이라고 조조에게 대들며, 빨리 죽어 고향에 가서 부모형제를 만나 만단정회를 풀겠다고 한다. 다음 등장하는 인물은 골래종이라는 곱사등이에 절름발이에 눈, 입술, 팔, 다리가 모두 병신인 군사인데, 조조가 병신 부자라고 하며 저놈이 뒤쳐져 있다가 우리 간 곳을 적에게 알려줄 것이니 가마솥에 삶아 고깃국이나 나누어 먹자고 한다. 골래종은 조조의 눈이 사람을 장 담가 먹게 생겼다고 응수한다. 그 다음에 등장하는 군사는 허덜렁이 또는 박덜렁이라고 하는 몸이 온전한 군사인데, 조조가 장비 군사인줄 알고 놀라자 자기는 몸이 성하니 승상은 회를 쳐서 먹으라고 한다. 조조가 몸이 온전한 이유를 묻자 그 군사는 싸움터에서는 피신하여 숨어 있다가 밥 줄 때만 나타나서 얻어먹고 창날이며 화승을 팔아 이것저것 사서 먹고 마누라에게 선물하려고 바늘 한 쌈을 샀다고 한다. 다음에 등장하는 군사는 목이 쑥 움츠러진 대거수 장터진인데, 조조가 목이 움츠러진 이유를 묻자 어떤 장수가 요 조조 쥐새끼 같은 놈 어디 가더냐고 물으며 주먹으로 머리를 쳐서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조조가 저놈이 누구보고 조조라고 하느냐고 하자 그 군사는 그 장수가 그러더란 말이라고 하며 계속 조조를 욕한다. 다음 등장하는 군사는 옹돌쇠인데, 군량 사백오십 석을 닻줄로 묶어서 왼 어깨에 메고 오니 조자룡도 오림에서 도망치고 장비도 이릉에서 바지에 똥을 싸고 도망갔다고 큰소리를 친다. 그 다음 이야기를 더하라고 하자 목이 마르다고 하며 조조가 먹던 술을 다섯 잔이나 빼앗아 먹고 그간 사연은 백사지 땅에서 자다가 꾼 꿈 이야기라고 한다.

특징 및 의의

<군사점고>는 골계의 극치를 보여주는 재담 사설이다. 중국 삼국 시대 사람인 조조와 그의 군사들이 등장하는데 군사들은 이름부터 중국사람 이름이 아니고 한국의 전통사회 서민들의 별명들이며, 군사의 직책도 당시 조조 군사의 편제와는 다른 천총이나 조총수등이 등장한다. 덜렁쇠나 맹랑쇠와 같은 쇠자 항렬 이름은 쇠로 된 병장기를 다루는 군사라는 의미가 담겨 있으나, 한자식 중국 인명이 아니다. 허무적이는 허무하고 자취가 없다는 의미이고, 골래종이는 머릿속에 종기가 있다는 의미이며, 덜렁이는 덜렁거린다는 우리말 별명이다.

『삼국지연의』에는 본래 장수들의 이름만 등장하고 병졸의 이름은 나타나지도 않는다. 병졸들은 몇 만이나 몇 십만으로 수효만 나타나는데, 군사 개인은 고유명사가 없이 군사 수효를 나타내는 숫자 속에 함몰되어 있다. 그런데 적벽가에는 군사들의 이름이 등장할 뿐 아니라 조조와 대등한 위치에서 마주보고 조조를 비하하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신재효본에서는 어희적 재담이 많이 등장하는데 ‘죽었소.’라는 말을 ‘물고요.’라고 하다가 죽은 군사가 너무 많자 같은 의미의 다른 말로 ‘아까 하던 말이요.’, ‘그 놈도 그랬소,’ 등으로 대신한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조조는 전쟁에 패하기는 하였지만, 위엄이 천하에 진동하는 영웅이고 지략과 용병술이 뛰어나고 문재도 탁월한 인물이다. 가까이 모시는 모사들과는 전략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지만 병사들과의 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적벽가에서는 병사들이 적장이 하는 말을 인용하여 ‘조조 그놈 죽일 놈’이라고 하며 눈구녕이 인장식하게 생겼다느니, 나는 몸이 성하니 회를 쳐서 잡수라느니 하면서 대들고 조조가 들으면 화가 치밀 말들을 골라서 쏟아낸다. 전쟁터에서 싸우지 않고 숨어 있다가 밥만 타먹는다든지, 말이며 노구며 창날 등을 모두 팔아먹거나 내버린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놓는다. 이에 대해 조조는 군사들의 무례함이나 죄를 끝까지 추궁하지 않고 그대로 넘어간다.

이 사설에서 조조는 경망스럽고 잔인하면서 장난기 가득한 인물로 나타나고 점고 받는 군사들은 살아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과 가족의 정을 우선시하면서 조조를 공박하고 전쟁의 비참함을 골계적으로 보여준다. 싸우다가 부상을 당하여 만신창이가 된 병사를 삶아 먹자는 조조의 말에서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인명을 경시하는 잔인한 권력자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전쟁에서도 젊은 남성의 성적 욕구는 강렬하여 오림에서 적장에게 잡혀 항문을 망가트린 삽화나 고향에 가서 아내를 만나 만단정회를 풀어보려는 소망을 바늘 한 쌈에 담아 표현한 병사의 이야기는 인간의 진정한 소망이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부분이다. 또한 부상당한 과정을 이야기하는 병사들을 통하여 전쟁의 비참함을 드러내고 권력자의 횡포를 고발한다.

이런 점에서 <군사점고>는 주역(主役)이 군사들이고 조조가 조역(助役)을 담당한 대목 사설로서, 판소리가 바로 군사로 표징되는 서민 대중의 문학임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참고문헌

교주본 적벽가(최동현·최혜진, 민속원, 2005), 신재효 판소리 사설집(강한영 교주, 민중서관, 1971), 적벽가의 재검토(서대석, 도곡 정기호박사 화갑기념논총, 대제각,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