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산천(故國山川)
개관
<고국산천(故國山川)>은 <소지노화(笑指蘆花)>, <노화월>, <백로횡강(白鷺橫江)>, <객래아문흥망사>, <가자 어서 가자>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이는 사설의 한 마디를 따서 붙인 명칭이다. 별주부의 꼬임에 빠져 용궁에 잡혀갔던 토끼가 용왕을 속이고 죽을 고비를 벗어나 육지로 향하는 기쁨을 표현한 대목이다. 단가 <고고천변(皐皐天邊)>의 도입부에서 불리기도 하는 이 대목은 독립하여 부르기도 하고, <혼령상봉>과 <고국산천>을 결합하여 부르기도 한다.
<고국산천>은 토끼가 용궁에서 벗어나 살아 돌아옴을 기뻐하는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으로 독립된 단가로도 불렸다. 전기 팔명창의 한 사람으로 수궁가에 능하였다는 신만엽의 <소지노화>가 주요 더늠으로 전한다. 중중모리장단의 석화제 가야금병창으로 불리기도 하는 <고국산천>은 철종·고종 때 서편제 명창으로 이름을 떨쳤던 백경순의 단가로도 전한다.
내용
<고국산천>과 유사한 대목이 <고고천변>과 <범피중류(泛彼中流)>이다. <고고천변>은 별주부가 토끼를 잡기 위해 육지로 나올 때, <범피중류>는 별주부가 토끼를 업고 용궁으로 향하는 대목에, <고국산천>은 토끼가 용궁에서의 죽을 위기를 모면하고 육지로 나오는 대목에서 등장한다. 이들 대목은 노정기 방식으로 전개되며, 바다가 배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신만엽제 <고국산천>이다. 신만엽제 <고국산천>은 수궁에서 살아나오는 토끼의 기쁜 심경보다는 스쳐 지나는 풍경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서술하고 있다. 신만엽의 <고국산천>은 송흥록의 단가 <만학천봉가(萬壑千峯歌)>를 수용한 수궁가의 <고고천변>과 거의 같다. 심상건이 가야금병창으로 부른 단가 <노화월>도 뒷부분의 극히 일부분만 다를 뿐 거의 동일하다. 수궁가의 <고고천변>은 별주부가 수중에서 가족들과 작별하고 토끼를 만나기 위해 육지로 향하는 대목이다. 별주부가 바다 위로 떠올라 육지라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때의 정서와 감흥을 풍경의 나열과 함께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신만엽제 <고국산천>은 자신이 살던 낯익은 육지로 돌아온 토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 수록된 백경순의 <고국산천>은 신만엽제 <고국산천>과는 다르다. 백경순의 <고국산천>은 토끼가 사지에서 벗어나 육지로 살아 돌아오는 기쁨을 드러내는 기능에 충실하며, 살아 돌아오는 토끼의 심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성준제 수궁가를 계승한 창자나 송만갑제 수궁가를 계승한 박봉술, 강산제의 정권진 등은 동일한 <고국산천>을 부르지만 뒷부분을 삭제하여 부른다. 죽을 위기에서 벗어난 토끼가 방정을 떨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이면에 맞지 않은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 세 유형의 <고국산천>은 신만엽제―백경순제―유성준제의 발전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상호 경쟁 관계에서 취사선택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개작의 변―새타령’으로 짜인 신재효본과 <혼령상봉> 장면이 삽입되어 있는 이선유 창본, <혼령상봉> 대목이 앞에 놓인 심정순 창본, 개작의 변이 뒤에 연결되어 있는 김연수 창본을 제외한 모든 창본은 <혼령상봉>과 <고국산천>이 결합된 형태로 진양조장단과 중중모리장단으로 불린다. 이 대목은 토끼가 육지로 돌아오는 과정에서의 풍경을 파노라마적으로 열거한 것으로 서사적인 구조와는 관계가 없는데, 수사학적으로 익숙한 중국의 고사와 풍경을 가락에 얹어 부름으로써 대중들의 호응을 얻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특징 및 의의
<고국산천>은 신재효의 개작의 변으로 보아 19세기 중반 이전부터 불렸던 것으로 <심청가(沈淸歌)>에서 생성의 연원을 찾을 수 있다. <고국산천>은 심청이 인당수로 향하면서 이비, 오자서, 굴원 등의 혼령과 만나 그들의 억울한 사연을 듣는 <혼령상봉> 대목에서 영향을 받아 생성된 것이다. 심청가의 <혼령상봉>은 죽음을 앞둔 심청의 억울한 심정을 역시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의 사연을 들으며 슬픔을 심화시킨다. 이에 비해 수궁가의 <고국산천>은 토끼가 기쁜 심정으로 풍경을 바라보는 대목에 등장한다. <고국산천>의 근원이 되는 <혼령상봉> 대목이 토끼가 살아나오는 대목에 등장하는 것은 수궁가의 서사구조와 큰 연관이 없다. 그럼에도 <고국산천>은 수궁가의 주요한 삽입가요로 사용되었다. 이런 형성과정을 통해 풍경을 묘사하는 데 자주 인용되는 중국의 고사와 인물, 시 구절을 나열하여 소리 대목을 만들어 가던 당대의 연행 관습을 확인할 수 있다.
고국산천

한자명 |
故國山川 |
---|---|
사전위치 |
한국민속문학사전 > 판소리 > 판소리 다섯마당 |
집필자 | 이기형(李起衡) |
정의
<수궁가(水宮歌)>에서 토끼가 별주부 등을 타고 수궁에서 육지로 귀환하면서 살아나온 것을 기뻐하며 풍경을 나열하는 소리 대목.
개관
<고국산천(故國山川)>은 <소지노화(笑指蘆花)>, <노화월>, <백로횡강(白鷺橫江)>, <객래아문흥망사>, <가자 어서 가자>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이는 사설의 한 마디를 따서 붙인 명칭이다. 별주부의 꼬임에 빠져 용궁에 잡혀갔던 토끼가 용왕을 속이고 죽을 고비를 벗어나 육지로 향하는 기쁨을 표현한 대목이다. 단가 <고고천변(皐皐天邊)>의 도입부에서 불리기도 하는 이 대목은 독립하여 부르기도 하고, <혼령상봉>과 <고국산천>을 결합하여 부르기도 한다.
<고국산천>은 토끼가 용궁에서 벗어나 살아 돌아옴을 기뻐하는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으로 독립된 단가로도 불렸다. 전기 팔명창의 한 사람으로 수궁가에 능하였다는 신만엽의 <소지노화>가 주요 더늠으로 전한다. 중중모리장단의 석화제 가야금병창으로 불리기도 하는 <고국산천>은 철종·고종 때 서편제 명창으로 이름을 떨쳤던 백경순의 단가로도 전한다.
내용
<고국산천>과 유사한 대목이 <고고천변>과 <범피중류(泛彼中流)>이다. <고고천변>은 별주부가 토끼를 잡기 위해 육지로 나올 때, <범피중류>는 별주부가 토끼를 업고 용궁으로 향하는 대목에, <고국산천>은 토끼가 용궁에서의 죽을 위기를 모면하고 육지로 나오는 대목에서 등장한다. 이들 대목은 노정기 방식으로 전개되며, 바다가 배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고국산천>은 세 가지 유형으로 존재한다.
먼저 신만엽제 <고국산천>이다. 신만엽제 <고국산천>은 수궁에서 살아나오는 토끼의 기쁜 심경보다는 스쳐 지나는 풍경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서술하고 있다. 신만엽의 <고국산천>은 송흥록의 단가 <만학천봉가(萬壑千峯歌)>를 수용한 수궁가의 <고고천변>과 거의 같다. 심상건이 가야금병창으로 부른 단가 <노화월>도 뒷부분의 극히 일부분만 다를 뿐 거의 동일하다. 수궁가의 <고고천변>은 별주부가 수중에서 가족들과 작별하고 토끼를 만나기 위해 육지로 향하는 대목이다. 별주부가 바다 위로 떠올라 육지라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때의 정서와 감흥을 풍경의 나열과 함께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신만엽제 <고국산천>은 자신이 살던 낯익은 육지로 돌아온 토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 수록된 백경순의 <고국산천>은 신만엽제 <고국산천>과는 다르다. 백경순의 <고국산천>은 토끼가 사지에서 벗어나 육지로 살아 돌아오는 기쁨을 드러내는 기능에 충실하며, 살아 돌아오는 토끼의 심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성준제 수궁가를 계승한 창자나 송만갑제 수궁가를 계승한 박봉술, 강산제의 정권진 등은 동일한 <고국산천>을 부르지만 뒷부분을 삭제하여 부른다. 죽을 위기에서 벗어난 토끼가 방정을 떨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이면에 맞지 않은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 세 유형의 <고국산천>은 신만엽제―백경순제―유성준제의 발전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상호 경쟁 관계에서 취사선택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개작의 변―새타령’으로 짜인 신재효본과 <혼령상봉> 장면이 삽입되어 있는 이선유 창본, <혼령상봉> 대목이 앞에 놓인 심정순 창본, 개작의 변이 뒤에 연결되어 있는 김연수 창본을 제외한 모든 창본은 <혼령상봉>과 <고국산천>이 결합된 형태로 진양조장단과 중중모리장단으로 불린다. 이 대목은 토끼가 육지로 돌아오는 과정에서의 풍경을 파노라마적으로 열거한 것으로 서사적인 구조와는 관계가 없는데, 수사학적으로 익숙한 중국의 고사와 풍경을 가락에 얹어 부름으로써 대중들의 호응을 얻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특징 및 의의
<고국산천>은 신재효의 개작의 변으로 보아 19세기 중반 이전부터 불렸던 것으로 <심청가(沈淸歌)>에서 생성의 연원을 찾을 수 있다. <고국산천>은 심청이 인당수로 향하면서 이비, 오자서, 굴원 등의 혼령과 만나 그들의 억울한 사연을 듣는 <혼령상봉> 대목에서 영향을 받아 생성된 것이다. 심청가의 <혼령상봉>은 죽음을 앞둔 심청의 억울한 심정을 역시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의 사연을 들으며 슬픔을 심화시킨다. 이에 비해 수궁가의 <고국산천>은 토끼가 기쁜 심정으로 풍경을 바라보는 대목에 등장한다. <고국산천>의 근원이 되는 <혼령상봉> 대목이 토끼가 살아나오는 대목에 등장하는 것은 수궁가의 서사구조와 큰 연관이 없다. 그럼에도 <고국산천>은 수궁가의 주요한 삽입가요로 사용되었다. 이런 형성과정을 통해 풍경을 묘사하는 데 자주 인용되는 중국의 고사와 인물, 시 구절을 나열하여 소리 대목을 만들어 가던 당대의 연행 관습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문헌
수궁가 범피중류 대목의 변모 양상(김석배, 수궁가 연구, 민속원, 2001), 수궁가 소재 노정기의 존립과 변이(류수열, 판소리연구14, 판소리학회, 2002), 수궁가 연구(최동현·김기형, 민속원, 2001), 토끼전 연구(김동건, 민속원,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