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좌다툼

사전위치

한국민속문학사전 > 판소리 > 판소리 다섯마당

집필자 김동건(金東建)

정의

<궁가(水宮歌)> 중 온갖 짐승들이 상좌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대목.

내용

<상좌다툼> 대목은 ‘날짐승 상좌다툼-길짐승 상좌다툼-호랑이 횡포’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날짐승 상좌다툼> 대목은 이후 전개되는 <길짐승 상좌다툼> 대목과 의미상으로 중복되는 대목으로, 현전 판소리 사설 중 임방울·김연수·정광수·박초월·정권진·박동진 창본에서만 나타난다. 판각본이나 필사본에서도 이 대목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것으로 보아 극히 후대에 첨가된 것으로 여겨진다. 유성준제 궁가를 계승한 정광수 창본은 ‘봉황의 어른 자랑(중모리장단)―까마귀의 어른 자랑(엇중모리장단)―부엉이의 까마귀 힐난(늦은자진모리장단)’으로 짜여 있으며, 다른 이본들도 구성이나 사설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날짐승 상좌다툼>에서는 상좌(上座)의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채 서로 다른 기준에 의해 상좌를 다투기 때문에 다툼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나고 만다. 조선 후기 우화소설이 쟁년형(爭年型)과 송사형(訟事型)으로 나뉘는 것으로 볼 때, ‘상좌다툼’이라고 하는 소재는 조선 후기 소설에서 흥미 요소 중 하나였다. 수궁가 역시 이러한 흥미 요소를 받아들여 사설을 확장한 것으로 보이는데, <날짐승 상좌다툼>은 우화 소설 중에서도 판소리계 소설인 『장끼전』에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끼전에는 홀로된 까투리를 두고 많은 날짐승들이 구혼하며 다툼을 벌이는데, 부엉이·까마귀 등은 『장끼전』에 등장하는 동물과 동일하고 사설 역시 매우 유사하다.

‘모족회의(毛族會議)’라고도 불리면서 <상좌다툼> 대목의 핵심에 해당하는 <길짐승 상좌다툼>은 현전하는 모든 창본에 들어 있으나, 그 구체적인 모습은 이본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길짐승 상좌다툼>은 두꺼비가 상좌를 차지하는 계열과 호랑이가 상좌를 차지하는 계열로 나뉜다. 이선유 창본은 너구리(늦은중모리장단)―멧돼지(중중모리장단)―토끼(늦은중모리장단) 순으로 나이 자랑이 전개되고 호랑이가 등장하기는 하나 호랑이의 나이 자랑이 나타나지 않는 등 비교적 소략하다. 정광수 창본은 노루(평중모리장단)―너구리(진양조장단)―멧돼지(중중모리장단)―토끼(중중모리장단)―호랑이(중모리장단)의 나이 자랑으로 짜여 있으며, 박봉술·박동진·정권진 창본 등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김연수 창본은 나이 자랑 뒤에 신재효 개작본의 <사냥개 대책 회의 사설>이 거의 그대로 삽입되어 있다. 임방울 창본은 <노루와 너구리의 나이 자랑>이 중중모리장단 하나로 되어 있고, 이선유 창본과 마찬가지로 호랑이가 등장하기는 하나 호랑이의 나이 자랑은 보이지 않는다. 박초월 창본은 다른 창본들과는 달리 ‘노루―너구리―토끼―멧돼지’ 순으로 나이 자랑이 전개되고 호랑이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 신재효 개작본은 기린의 양보로 호랑이가 당연히 상좌를 차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길짐승 상좌다툼>이 나타나지 않고, 대신 ‘사냥개 대책 회의’가 들어 있다.

두꺼비가 상좌를 차지하는 이본은 현전 판소리 사설에서 심정순 창본뿐인데, 호랑이와 두꺼비의 상좌다툼이라는 상황은 조선 후기 우화 소설인 『두껍전』의 양상과 유사하다. 그러나 『두껍전』에서는 이러한 대결이 수평적 관계에 있는 여우와 두꺼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음에 반해, 심정순 창본에서는 수직적 관계에 있는 산군(山君)인 호랑이와 두꺼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즉 『두껍전』의 상좌다툼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이 같은 동질 집단 내의 갈등이라면, 심정순 본에서는 계급 간의 상하 갈등을 문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약자인 두꺼비가 지혜로 호랑이를 이긴다는 것은 지혜담의 대표적인 구도로서 현실적인 질서를 부정하고 약자인 피지배 계층 나름의 기준으로 세계를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모족들이 상좌를 정하고 하는 이유는 모임의 질서를 찾기 위한 것으로 거의 모든 이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모임의 성격은 ‘회의’인 경우와 ‘잔치’인 경우로 나뉜다. 가람본 『별토가(鼈兎歌)』에서 모임의 이유가 ‘회의’로 설정되어 있음을 볼 때, 모임의 성격이 후대로 올수록 ‘회의’에서 ‘잔치’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옹구지게 논다.”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나듯이 걸판지게 놀아보자는 축제적 분위기,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의 분위기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의식의 소산이라 할 수 있으며, 수궁가가 흥미 위주로 사설이 변개되어 갔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아니리로 전개되는 <호랑이 횡포>는 호랑이의 횡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길짐승 상좌다툼>에서 호랑이가 위용으로 다른 짐승들을 겁주어 상좌를 차지하는 것도 일종의 횡포라 할 수 있지만, <호랑이 횡포>에서는 다른 짐승들의 목숨을 요구하는, 더 심각한 횡포를 부리고 있다. 신재효 개작본에서는 이 부분이 구체성을 띠면서 대폭 확장되어 있다. “시속에 비하면 산군은 수령 같고 여우는 간물출패, 사냥개는 세도아전, 너구리 멧돼지며 쥐와 다람쥐는 굶지 않는 백성이라.”라는 곰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산군인 호랑이가 직접 나서서 다른 동물들을 수탈하는 것이 아니라 여우가 중간에서 이를 대신하고 있다. 또한 곰은 호랑이의 횡포와 수탈을 인간사에 직접 비유하고 있는데, 산군인 호랑이는 부정한 수령의 모습으로, 여우는 호랑이의 위세를 등에 업고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을 못살게 구는 아전의 모습으로, 다람쥐와 쥐 등은 당대 수탈의 대상이었던 힘없는 백성들의 모습으로 비유되고 있다.

김연수 창본은 신재효 개작본의 사설을 부분적으로 차용하여 이 대목을 구성하고 있는데, 심정순 창본처럼 두꺼비에게 상좌를 빼앗긴 호랑이가 상좌를 못할 바에 있는 것이 망신이라고 하면서 자리를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이선유 창본과 정권진 창본처럼 호랑이가 횡포를 부리는 구체적인 모습 없이 호랑이가 요깃감을 찾는다는 간략한 서술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박봉술 창본은 호랑이가 다른 짐승들을 희생하여 자신의 구복을 채우려는 모습과 희생당하는 동물들이 한탄하는 모습이 대화로 전개되는데, 임방울 창본과 박동진 창본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박초월 창본은 멧돼지의 나이 자랑으로 <길짐승 상좌다툼>이 끝나고 있어 아예 호랑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 정광수 창본은 “내가 먹고 싶은 입맛을 좀 참으면 아니 좋으랴.”로 호랑이를 미화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특징 및 의의

<상좌다툼> 대목은 이후에 전개되는 토끼의 수난과 극복이 토끼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대목이 없다면 토끼의 수난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만, 상좌다툼과 함께 다른 동물들이 등장하면서 고난의 대상은 호랑이에게 수탈당하는 동물들로 확대된다. 토끼가 당하는 수난은 곧 약한 동물들이 당하는 수난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이로써 호랑이의 위협과 핍박은 토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 전체의 문제로 그 의미가 확대되는 것이다.

궁가에서 대립과 갈등 양상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대목은 <어족회의> 대목과 <상좌다툼> 대목이다. ‘어족회의’와 짝을 맞추어 ‘모족회의’라는 명칭이 사용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어족회의>에서는 지배층의 무능과 지배층 내부의 알력과 갈등을 드러내어 분열된 지배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상좌다툼>에서는 중세 지배 질서의 혼란과 지배층의 억압과 수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조선 후기에 성장한 서민 의식의 일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양 난(兩亂)을 거치면서 당대를 지배하던 체제의 허구성이 드러나고 그러한 불평등 체제가 서민들 자신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자각이 싹트기 시작하면서 지배 계층의 차별과 횡포에 반발하게 된다. 즉 작품에서 지혜 대결을 통하여 지배 계층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며, 여태까지는 당연한 틀로 여겨왔던 지배 체제에 ‘연치’라는 서민들 나름의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고 지배층과 정면으로 대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연치를 중시하던 조선 후기 향촌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요컨대 <상좌다툼>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당대 사회의 인물형을 대변함으로써 수탈과 억압이 가득 찬 사회 현실 고발과 지배층의 권위에 대한 부정을 통해 지배층에 대한 대결의식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궁가 연구(최동현·김기형 편, 민속원, 2001), 토끼전 연구(김동건, 민속원, 2003), 토끼전 전집1(김진영 외, 박이정, 1997), 토끼전·수궁가 연구(인권환,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2001).

상좌다툼

상좌다툼
사전위치

한국민속문학사전 > 판소리 > 판소리 다섯마당

집필자 김동건(金東建)

정의

<수궁가(水宮歌)> 중 온갖 짐승들이 상좌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대목.

내용

<상좌다툼> 대목은 ‘날짐승 상좌다툼-길짐승 상좌다툼-호랑이 횡포’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날짐승 상좌다툼> 대목은 이후 전개되는 <길짐승 상좌다툼> 대목과 의미상으로 중복되는 대목으로, 현전 판소리 사설 중 임방울·김연수·정광수·박초월·정권진·박동진 창본에서만 나타난다. 판각본이나 필사본에서도 이 대목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것으로 보아 극히 후대에 첨가된 것으로 여겨진다. 유성준제 수궁가를 계승한 정광수 창본은 ‘봉황의 어른 자랑(중모리장단)―까마귀의 어른 자랑(엇중모리장단)―부엉이의 까마귀 힐난(늦은자진모리장단)’으로 짜여 있으며, 다른 이본들도 구성이나 사설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날짐승 상좌다툼>에서는 상좌(上座)의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채 서로 다른 기준에 의해 상좌를 다투기 때문에 다툼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나고 만다. 조선 후기 우화소설이 쟁년형(爭年型)과 송사형(訟事型)으로 나뉘는 것으로 볼 때, ‘상좌다툼’이라고 하는 소재는 조선 후기 소설에서 흥미 요소 중 하나였다. 수궁가 역시 이러한 흥미 요소를 받아들여 사설을 확장한 것으로 보이는데, <날짐승 상좌다툼>은 우화 소설 중에서도 판소리계 소설인 『장끼전』에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끼전에는 홀로된 까투리를 두고 많은 날짐승들이 구혼하며 다툼을 벌이는데, 부엉이·까마귀 등은 『장끼전』에 등장하는 동물과 동일하고 사설 역시 매우 유사하다.

‘모족회의(毛族會議)’라고도 불리면서 <상좌다툼> 대목의 핵심에 해당하는 <길짐승 상좌다툼>은 현전하는 모든 창본에 들어 있으나, 그 구체적인 모습은 이본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길짐승 상좌다툼>은 두꺼비가 상좌를 차지하는 계열과 호랑이가 상좌를 차지하는 계열로 나뉜다. 이선유 창본은 너구리(늦은중모리장단)―멧돼지(중중모리장단)―토끼(늦은중모리장단) 순으로 나이 자랑이 전개되고 호랑이가 등장하기는 하나 호랑이의 나이 자랑이 나타나지 않는 등 비교적 소략하다. 정광수 창본은 노루(평중모리장단)―너구리(진양조장단)―멧돼지(중중모리장단)―토끼(중중모리장단)―호랑이(중모리장단)의 나이 자랑으로 짜여 있으며, 박봉술·박동진·정권진 창본 등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김연수 창본은 나이 자랑 뒤에 신재효 개작본의 <사냥개 대책 회의 사설>이 거의 그대로 삽입되어 있다. 임방울 창본은 <노루와 너구리의 나이 자랑>이 중중모리장단 하나로 되어 있고, 이선유 창본과 마찬가지로 호랑이가 등장하기는 하나 호랑이의 나이 자랑은 보이지 않는다. 박초월 창본은 다른 창본들과는 달리 ‘노루―너구리―토끼―멧돼지’ 순으로 나이 자랑이 전개되고 호랑이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 신재효 개작본은 기린의 양보로 호랑이가 당연히 상좌를 차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길짐승 상좌다툼>이 나타나지 않고, 대신 ‘사냥개 대책 회의’가 들어 있다.

두꺼비가 상좌를 차지하는 이본은 현전 판소리 사설에서 심정순 창본뿐인데, 호랑이와 두꺼비의 상좌다툼이라는 상황은 조선 후기 우화 소설인 『두껍전』의 양상과 유사하다. 그러나 『두껍전』에서는 이러한 대결이 수평적 관계에 있는 여우와 두꺼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음에 반해, 심정순 창본에서는 수직적 관계에 있는 산군(山君)인 호랑이와 두꺼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즉 『두껍전』의 상좌다툼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이 같은 동질 집단 내의 갈등이라면, 심정순 본에서는 계급 간의 상하 갈등을 문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약자인 두꺼비가 지혜로 호랑이를 이긴다는 것은 지혜담의 대표적인 구도로서 현실적인 질서를 부정하고 약자인 피지배 계층 나름의 기준으로 세계를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모족들이 상좌를 정하고 하는 이유는 모임의 질서를 찾기 위한 것으로 거의 모든 이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모임의 성격은 ‘회의’인 경우와 ‘잔치’인 경우로 나뉜다. 가람본 『별토가(鼈兎歌)』에서 모임의 이유가 ‘회의’로 설정되어 있음을 볼 때, 모임의 성격이 후대로 올수록 ‘회의’에서 ‘잔치’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옹구지게 논다.”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나듯이 걸판지게 놀아보자는 축제적 분위기,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의 분위기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의식의 소산이라 할 수 있으며, 수궁가가 흥미 위주로 사설이 변개되어 갔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아니리로 전개되는 <호랑이 횡포>는 호랑이의 횡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길짐승 상좌다툼>에서 호랑이가 위용으로 다른 짐승들을 겁주어 상좌를 차지하는 것도 일종의 횡포라 할 수 있지만, <호랑이 횡포>에서는 다른 짐승들의 목숨을 요구하는, 더 심각한 횡포를 부리고 있다. 신재효 개작본에서는 이 부분이 구체성을 띠면서 대폭 확장되어 있다. “시속에 비하면 산군은 수령 같고 여우는 간물출패, 사냥개는 세도아전, 너구리 멧돼지며 쥐와 다람쥐는 굶지 않는 백성이라.”라는 곰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산군인 호랑이가 직접 나서서 다른 동물들을 수탈하는 것이 아니라 여우가 중간에서 이를 대신하고 있다. 또한 곰은 호랑이의 횡포와 수탈을 인간사에 직접 비유하고 있는데, 산군인 호랑이는 부정한 수령의 모습으로, 여우는 호랑이의 위세를 등에 업고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을 못살게 구는 아전의 모습으로, 다람쥐와 쥐 등은 당대 수탈의 대상이었던 힘없는 백성들의 모습으로 비유되고 있다.

김연수 창본은 신재효 개작본의 사설을 부분적으로 차용하여 이 대목을 구성하고 있는데, 심정순 창본처럼 두꺼비에게 상좌를 빼앗긴 호랑이가 상좌를 못할 바에 있는 것이 망신이라고 하면서 자리를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이선유 창본과 정권진 창본처럼 호랑이가 횡포를 부리는 구체적인 모습 없이 호랑이가 요깃감을 찾는다는 간략한 서술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박봉술 창본은 호랑이가 다른 짐승들을 희생하여 자신의 구복을 채우려는 모습과 희생당하는 동물들이 한탄하는 모습이 대화로 전개되는데, 임방울 창본과 박동진 창본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박초월 창본은 멧돼지의 나이 자랑으로 <길짐승 상좌다툼>이 끝나고 있어 아예 호랑이가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 정광수 창본은 “내가 먹고 싶은 입맛을 좀 참으면 아니 좋으랴.”로 호랑이를 미화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특징 및 의의

<상좌다툼> 대목은 이후에 전개되는 토끼의 수난과 극복이 토끼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대목이 없다면 토끼의 수난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만, 상좌다툼과 함께 다른 동물들이 등장하면서 고난의 대상은 호랑이에게 수탈당하는 동물들로 확대된다. 토끼가 당하는 수난은 곧 약한 동물들이 당하는 수난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이로써 호랑이의 위협과 핍박은 토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 전체의 문제로 그 의미가 확대되는 것이다.

수궁가에서 대립과 갈등 양상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대목은 <어족회의> 대목과 <상좌다툼> 대목이다. ‘어족회의’와 짝을 맞추어 ‘모족회의’라는 명칭이 사용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어족회의>에서는 지배층의 무능과 지배층 내부의 알력과 갈등을 드러내어 분열된 지배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상좌다툼>에서는 중세 지배 질서의 혼란과 지배층의 억압과 수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조선 후기에 성장한 서민 의식의 일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양 난(兩亂)을 거치면서 당대를 지배하던 체제의 허구성이 드러나고 그러한 불평등 체제가 서민들 자신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자각이 싹트기 시작하면서 지배 계층의 차별과 횡포에 반발하게 된다. 즉 작품에서 지혜 대결을 통하여 지배 계층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며, 여태까지는 당연한 틀로 여겨왔던 지배 체제에 ‘연치’라는 서민들 나름의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고 지배층과 정면으로 대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연치를 중시하던 조선 후기 향촌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요컨대 <상좌다툼>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당대 사회의 인물형을 대변함으로써 수탈과 억압이 가득 찬 사회 현실 고발과 지배층의 권위에 대한 부정을 통해 지배층에 대한 대결의식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수궁가 연구(최동현·김기형 편, 민속원, 2001), 토끼전 연구(김동건, 민속원, 2003), 토끼전 전집1(김진영 외, 박이정, 1997), 토끼전·수궁가 연구(인권환,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