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내지리단잡기

사전위치

한국민속문학사전 > 민요 > 의식요

집필자 강성복(姜成福)
갱신일 2019-01-08

정의

충청남도 부여군 은산면 내지리에서 피부 질환의 일종인 ‘단(丹)’을 잡을 때 부르는 소리.

개관

‘단’이란 피부에 나타나는 급성열독병증(急性熱毒病症)의 하나로 환부(患部)가 홍단(紅丹)을 칠한 것처럼 붉은색을 띠는 까닭에 유래된 명칭이다. 민간에서는 흔히 두드러기로 불리기도 하는데, 현대 의학에서는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발병하는 대상포진(帶狀疱疹, herpes zoster)을 일컫는다. 내지리에서 단은 열두 단, 즉 풍단(風丹)·청단(靑丹)·황단(黃丹)·홍단(紅短)·태단(太丹)·녹두단(綠豆丹)·팥단·띠단·메밀단·토단(土丹)·백단(白丹)·두목광솔단(頭目廣率丹)으로 구분된다. 이처럼 열두 단은 그 종류를 지칭하는 동시에, 단을 이끄는 우두머리를 뜻하는 두목광솔단처럼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내지리에서는 지난날 단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마을에서 발생하면 일종의 괴질(怪疾)로 여겨 단잡기를 거행하였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는 1995년 10월 충남 공주시에서 열린 제36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현 한국민속예술축제)에 ‘단잡기 놀이’로 참가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당시 단잡기의 규모가 180여 명으로 크게 확대되고 연희적인 요소가 부가되었다. 이후 문화재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거쳐 다소 윤색된 ‘놀이’ 부분을 빼고 2000년 1월 11일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되었다. 현재 내지리에서는 ‘단잡기보존회’를 결성하여 매년 칠월칠석날 마을 축제로 승화시켜 단잡기 재연 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내용

단잡기는 환자의 증상을 보고 단에 의한 발병인지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가령 환자가 높은 열을 내며 피부가 발갛게 부어오르거나 화끈거리는 증상이 지속되면 단을 잡는 사람을 불러 환부를 보여준다. 이때 단잡이는 육안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펴서 확인하되, 환부에 미꾸라지를 올리거나 계란 흰자를 닭털로 찍어서 환부에 바르는 방법으로 단의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환자의 의식이 혼미해지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확인되면 서둘러 단기(丹旗)를 제작하고 오곡을 걸립하여 단잡기 준비에 들어간다. 단잡기의 내용은 샘굿, 오곡걸립, 단잡기, 단 보내기 등으로 구성된다. 이때 연행 절차에 따라 다양한 사설이 수반되는데,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매년 마을에서 펼쳐지는 단잡기 공개 행사는 샘굿, 오곡걸립, 단잡기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단잡기는 행사를 주관하는 당상관과 명을 받드는 사령(司令)의 재담으로 이루어진다. 당상관은 사령을 불러 “지금부터 건명대주 ○○생에 침범한 단을 모조리 잡을 것이니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라고 명을 내린다. 이어 “풍단 잡아와라! 청단 잡아와라! 황단 잡아와라!” 하고 열두 단을 차례로 잡아들일 것을 명한다. 또는 “원래 열두 단을 열두 번 잡아야 하나 오늘은 한 번에 모두 잡을 것이니 풍단·청단·황단·열두 단을 모두 잡아 대령하라.”라고 명을 내린다. 사령이 열두 단을 잡아 대령하면, 당상관은 사뭇 위협적인 어조로 단을 꾸짖는다. 아울러 어명으로 곤장을 친 뒤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단을 매장하고 화형에 처한다. 이어서 단을 멀리 떠나보내는 덕담과 액풀이, 축원 사설을 진행한다. 덕담은 환자의 집안이 오방장군의 가호를 입어 자자손손 만세 영화 및 수명장수를 누리도록 축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지신밟기나 회다지기에서 흔히 등장하는 사설과 대동소이하다. 그런 다음 정월부터 섣달까지 일 년 열두 달 온갖 재액이 소멸되기를 기원하는 액풀이를 한 뒤 간단한 축원 사설로 마무리한다. 축원 사설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이웃에는 덕을 베풀라는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특징 및 의의

내지리 단잡기는 ‘단’이라는 질병이 발생했을 때 마을 주민들이 협동·단결하여 물리치는 치병의례(治病儀禮)이다. 단으로 인한 피부 질환은 비록 전염병은 아니지만 자칫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무서운 질병으로 인식되었다. 그런 까닭에 마을 차원에서 단을 잡아 매장을 하고 이를 떠나보내는 의식을 베풀었던 것이다. 내지리 단잡기는 당상관과 사령이 주고받는 사설에서 잘 드러나듯이 연희적인 요소가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다. 그런가 하면 단잡기는 어명을 받들어서 질병을 추방한다는 민간 사고가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에 그 속에는 전쟁의 진법(陣法) 개념도 투영되어 있다. 군사가 많아야 승리한다거나, 단을 잡는 소리가 인접한 세 마을까지 울려 퍼져야 한다는 속설은 이를 잘 말해준다. 이러한 단잡기는 주당살을 맞은 환자를 위해 주민들이 모여서 치병의례를 행하는 ‘주당 방아 찧기’나, 천연두에 걸린 환자를 치유할 목적으로 두창신(痘瘡神)을 떠나보내는 ‘마마배송굿’과 일정한 친연성이 있다.

참고문헌

부여 내지리 단잡기(오문선, 민속원, 2011), 부여 내지리 단잡기(임동권, 부여문화원, 2008), 부여지방의 단잡기(오문선, 충청문화연구5, 한남대학교 충청문화연구소, 1997).

부여 내지리단잡기

부여 내지리단잡기
사전위치

한국민속문학사전 > 민요 > 의식요

집필자 강성복(姜成福)
갱신일 2019-01-08

정의

충청남도 부여군 은산면 내지리에서 피부 질환의 일종인 ‘단(丹)’을 잡을 때 부르는 소리.

개관

‘단’이란 피부에 나타나는 급성열독병증(急性熱毒病症)의 하나로 환부(患部)가 홍단(紅丹)을 칠한 것처럼 붉은색을 띠는 까닭에 유래된 명칭이다. 민간에서는 흔히 두드러기로 불리기도 하는데, 현대 의학에서는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발병하는 대상포진(帶狀疱疹, herpes zoster)을 일컫는다. 내지리에서 단은 열두 단, 즉 풍단(風丹)·청단(靑丹)·황단(黃丹)·홍단(紅短)·태단(太丹)·녹두단(綠豆丹)·팥단·띠단·메밀단·토단(土丹)·백단(白丹)·두목광솔단(頭目廣率丹)으로 구분된다. 이처럼 열두 단은 그 종류를 지칭하는 동시에, 단을 이끄는 우두머리를 뜻하는 두목광솔단처럼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내지리에서는 지난날 단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마을에서 발생하면 일종의 괴질(怪疾)로 여겨 단잡기를 거행하였다. ‘부여 내지리 단잡기’는 1995년 10월 충남 공주시에서 열린 제36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현 한국민속예술축제)에 ‘단잡기 놀이’로 참가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당시 단잡기의 규모가 180여 명으로 크게 확대되고 연희적인 요소가 부가되었다. 이후 문화재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거쳐 다소 윤색된 ‘놀이’ 부분을 빼고 2000년 1월 11일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되었다. 현재 내지리에서는 ‘단잡기보존회’를 결성하여 매년 칠월칠석날 마을 축제로 승화시켜 단잡기 재연 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내용

단잡기는 환자의 증상을 보고 단에 의한 발병인지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가령 환자가 높은 열을 내며 피부가 발갛게 부어오르거나 화끈거리는 증상이 지속되면 단을 잡는 사람을 불러 환부를 보여준다. 이때 단잡이는 육안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펴서 확인하되, 환부에 미꾸라지를 올리거나 계란 흰자를 닭털로 찍어서 환부에 바르는 방법으로 단의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환자의 의식이 혼미해지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확인되면 서둘러 단기(丹旗)를 제작하고 오곡을 걸립하여 단잡기 준비에 들어간다. 단잡기의 내용은 샘굿, 오곡걸립, 단잡기, 단 보내기 등으로 구성된다. 이때 연행 절차에 따라 다양한 사설이 수반되는데,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매년 마을에서 펼쳐지는 단잡기 공개 행사는 샘굿, 오곡걸립, 단잡기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단잡기는 행사를 주관하는 당상관과 명을 받드는 사령(司令)의 재담으로 이루어진다. 당상관은 사령을 불러 “지금부터 건명대주 ○○생에 침범한 단을 모조리 잡을 것이니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라고 명을 내린다. 이어 “풍단 잡아와라! 청단 잡아와라! 황단 잡아와라!” 하고 열두 단을 차례로 잡아들일 것을 명한다. 또는 “원래 열두 단을 열두 번 잡아야 하나 오늘은 한 번에 모두 잡을 것이니 풍단·청단·황단·열두 단을 모두 잡아 대령하라.”라고 명을 내린다. 사령이 열두 단을 잡아 대령하면, 당상관은 사뭇 위협적인 어조로 단을 꾸짖는다. 아울러 어명으로 곤장을 친 뒤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단을 매장하고 화형에 처한다. 이어서 단을 멀리 떠나보내는 덕담과 액풀이, 축원 사설을 진행한다. 덕담은 환자의 집안이 오방장군의 가호를 입어 자자손손 만세 영화 및 수명장수를 누리도록 축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지신밟기나 회다지기에서 흔히 등장하는 사설과 대동소이하다. 그런 다음 정월부터 섣달까지 일 년 열두 달 온갖 재액이 소멸되기를 기원하는 액풀이를 한 뒤 간단한 축원 사설로 마무리한다. 축원 사설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이웃에는 덕을 베풀라는 교훈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특징 및 의의

내지리 단잡기는 ‘단’이라는 질병이 발생했을 때 마을 주민들이 협동·단결하여 물리치는 치병의례(治病儀禮)이다. 단으로 인한 피부 질환은 비록 전염병은 아니지만 자칫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무서운 질병으로 인식되었다. 그런 까닭에 마을 차원에서 단을 잡아 매장을 하고 이를 떠나보내는 의식을 베풀었던 것이다. 내지리 단잡기는 당상관과 사령이 주고받는 사설에서 잘 드러나듯이 연희적인 요소가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다. 그런가 하면 단잡기는 어명을 받들어서 질병을 추방한다는 민간 사고가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에 그 속에는 전쟁의 진법(陣法) 개념도 투영되어 있다. 군사가 많아야 승리한다거나, 단을 잡는 소리가 인접한 세 마을까지 울려 퍼져야 한다는 속설은 이를 잘 말해준다. 이러한 단잡기는 주당살을 맞은 환자를 위해 주민들이 모여서 치병의례를 행하는 ‘주당 방아 찧기’나, 천연두에 걸린 환자를 치유할 목적으로 두창신(痘瘡神)을 떠나보내는 ‘마마배송굿’과 일정한 친연성이 있다.

참고문헌

부여 내지리 단잡기(오문선, 민속원, 2011), 부여 내지리 단잡기(임동권, 부여문화원, 2008), 부여지방의 단잡기(오문선, 충청문화연구5, 한남대학교 충청문화연구소,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