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인물화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화

집필자 윤열수(尹列秀)
갱신일 2019-01-24

정의

신화나 소설, 역사 속 특정 인물과 관련된 일화들을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

개관

고사古事란 한국이나 중국에서 전해오는 경서經書·역사적 사실·문학 작품에 실려 있는 내용을 말하며, 그중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거나 교훈이 되는 인물의 행적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그린 것이 고사인물화이다. 고사인물화는 초상화와 더불어 유행하였던 인물화로 교화를 목적으로 제작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사인물화는 대부분 특정 인물의 실제 행적을 주제로 그리기 때문에 기록화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 소재는 자연을 벗하여 재야在野에서 학문을 쌓고 후학을 양성하던 학자나 충·효에 귀감이 된 인물 또는 이름 난 현명한 군주나 충신, 왕후 등에 얽힌 일화를 바탕으로 하며 교훈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국 한漢대부터 도덕적 귀감이 되며 옛 사람들의 이상향을 담은 이야기들을 숭상하자는 취지에서 그려지다가, 이후 송宋대부터는 그림을 실질적으로 향유하고 소비하는 문인들의 취향이 반영했다. 그림은 주로 문인들이 생각하는 행복과 삶에 대한 소망 및 염원을 담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양상이 인물화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고려시대 때 북송회화사조北宋繪畵思潮의 영향을 받으면서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조선시대에 이르러 서화와 함께 눈에 띄는 발전을 보였다. 민화 속 인물화 중에서도 고사인물화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내용

중국의 고사를 바탕으로 그려진 고사인물화는 문인화에서 낱폭의 형태로 주로 그려지는 데 반해, 민화에서는 병풍의 형태로 주로 제작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교화와 함께 수양을 목적으로 그려지는 문인화와는 달리 민화 고사인물화는 주로 교화와 장식을 목적으로 그려 선비나 아이들 방에 두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사찰벽화에서도 고사인물도가 종종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사찰벽화를 제작할 때 제작비용을 대는 일반 민중들이 원하는 그림을 반영하여 나타난현상이다.
고사인물화는 뜻이 고상하고 인격이 청렴, 고결하며 벼슬을 탐내기보다는 지조와 절개를 중하게 여겨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성현, 충신, 시인이나 학자, 고승, 은일처사隱逸處士들이 주로 등장한다. 이들의 고결한 덕과 인품, 이상적인 삶의 추구와 은둔 세계를 나타내, 보는 이로 하여금 교훈을 얻게하기 위한 교육적인 목적으로 그려졌다.
고사인물화는 대부분 중국의 고전적인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지만, 마치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실감나게 풀어놓아 친근하게 느껴진다. 또한 인물들의 복장을 살펴보면 중국 고사를 그린 문인화의 고사인물화가 중국의 복식을 그대로 그린 것에 비해, 민화에서는 조선의 복식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 그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고사인물화의 소재는 중국에서 왔지만, 표현 방식은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창의적으로 변형한 것이다.
경서의 내용을 그린 고사인물화로는 빈풍칠월도·무일도 등이 있다. 빈풍칠월도는 『시경』 「빈풍칠월」편의 내용을 그린 것이고, 무일도는 『서경』 「무일」편의 내용을 묘사한 것이다. 모두 백성들이 생업에 종사하는 고통을 임금이 인식하여 정치에 힘쓰라는 교훈이 담겨있다. 역사적 사실을 묘사한 고사인물화로는 <기로회도耆老會圖>·<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설중방우도雪中訪友圖>·<금궤도金櫃圖> 등이 있다. 대부분 중국의 고사를 본 따서 제작한 것인데, 고려시대부터 <해동기로회도海東耆老會圖>와 같이 중국의 고사인물화를 한국화하거나, 금궤도와 같이 아예 『삼국사기三國史記』의 내용을 그린 것도 있다.
문학작품을 표현한 고사인물화로는 <어초문답도漁樵問答圖>·<귀거래사도歸去來辭圖>·<삼공불환도三公不還圖>·<음중팔선도飮中八仙圖>·<구가도九歌圖> 등이 있다. <어초문답도>는 북송대 문인 소식蘇軾의 ‘어초한화漁樵閑話’의 내용을 그린 것이고, <삼공불환도>는 중장통仲長統의「낙지론樂志論」을 조선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민화 고사인물화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중국 고사의 소재는 임포林逋, 967~1028, 상산사호商山四晧, 맹호연孟浩然, 노자老子, 소부와 허유, 강태공 등이 있다.
임포林逋, 967~1028는 오월吳越 사람으로 북송에게 오월이 망하자 항주抗州에 있는 고산孤山에 은거하였다. 임포는 매화와 학을 매우 사랑하여 장가도 가지 않고 매화를 부인 삼고 학 한 쌍을 아들로 삼아 기르면서 살았다고 전해지는 인물이다. 문인화에서는 임포가 밖에 외출했을 때 손님이 찾아오면 시중드는 아이가 학을 날려 보내어 임포에게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는 고사를 주로 묘사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민화에서는 주로 책상에 앉아있는 임포 앞에 매화 화분이나 화병, 춤추는 학이 그려져 있고, 곁에서 시중드는 아이를 그려놓은 구성이 대부분이다.
상산사호 고사는 한漢나라 고조高祖 때 상산에 은거하여 살던 네 노인을 가리킨다. 이들은 모두 수염과 눈썹이 희기 때문에 사호四皓라고 불렸다.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이다. 산속에 네 노인이 장기를 두거나 앉아 있는 모습 등으로 표현되며, 동자가 차를 끓이거나 시중을 들고 있는 모습도 함께 그려져 있다. 민화에서는 가끔 도끼를 든 사람도 함께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상산사호 고사가 <초부난가도樵夫爛柯圖>의 바둑 구경하다가 도끼자루가 썩는 줄도 몰랐다는 고사와 합쳐져서 나타나는 것이다. 맹호연 고사는 당唐나라 시인 맹호연이 당나귀를 타고 파교灞橋를 건너 눈 내리는 산으로 매화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눈 내린 산 속에 놓인 다리와 당나귀를 탄 맹호연, 그 뒤에 우산을 들고 따라가는 동자가 그려져 있다.
청우출관靑牛出關 고사는 노자가 소를 타고 길을 떠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노자청우출관도老子靑牛出關圖>는 <청우출관도靑牛出關圖>,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 <출관도出關圖> 등으로도 불린다. 대개 푸른 소를 타고 동자를 거느린 인물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푸른색 소는 없지만, 민화에서는 푸른 소를 글자 그대로 해석해 푸른색으로 묘사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소부와 허유 고사를 살펴보면, 허유는 요임금이 왕위를 물려준다는 제안을 마다하고 더러운 소리를 들었다며 귀를 씻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으며, 이를 본 소부는 물을 먹이려던 소에게 더럽혀진 영천수를 먹이지 않기 위해 소의 고삐를 잡고 상류로 끌고 가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강태공의 고사는 조선 말기 민화 고사인물화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그려진 주제이다. 민화에서는 대개 강가에서 낚시 중인 강태공의 모습 뒤로 문왕의 행차가 그려져 있다. 강태공의 고사를 그린 그림들을 살펴보면, 중국 명나라와 조선 문인화에서는 강태공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왕을 마주보고 예를 갖추는 모습인데 비해 조선 후기의 민화에서는 대부분 초연히 앉아 여전히 낚시질을 하고 있다. 이는 지배층에 대한 서민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송반환도撫松盤桓圖는 도연명이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을 벗 삼으며 유유자적하고 있는 전원생활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도연명이 소나무를 짚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뒤에 동자가 서 있는 경우도 간혹 볼 수 있다. 이 소재는 고사인물화뿐만 아니라 백납도병에서도 주로 쓰였다.
이교납리圯橋納履는 ‘흙다리에서 신을 바치다.’라는 뜻으로 한고조 유방을 도와 초楚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건국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장량張良이 이교에서 황석공黃石公의 신발을 주워 바치고 태공망太公望의 병서兵書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다. ‘이교수서圯橋受書’라는 제목으로도 즐겨 그려진다. 이 고사는 다리 밑에서 신을 바치는 사람과 다리 위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을 묘사하고 있다. 역산질우歷山叱牛 고사는 순임금이 역산에서 소로 밭을 일구며 농사를 지었다는 내용을 표현한 것으로, 소를 데리고 밭을 가는 순임금과 순임금을 모시러 오는 행렬이 그려져 있다.
소설인물화는 소설의 내용을 그린 것을 말한다. 주로 『삼국지연의』 같은 중국 고전소설의 내용이 많다. 우리나라는 『춘향전』과 『구운몽』의 내용을 그린 그림을 자주 볼 수 있다. 소설인물화는 주로 여인들이나 아이들의 방을 장식하기 위한 용도로 그려졌는데,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고 화면을 가득히 채워 장식성을 높였다. 대개 한 폭 당 하나의 사건을 담아 구성하기도 했지만 한 폭에 여러 사건을 담는 경우도 있었다. 소설인물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설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하여 그렸기 때문에 그림을 보고 단번에 어떤 부분인지 알 수 있다. 그래도 인물 옆에 인물의 이름을 써 놓거나 그림 상단에 각 장면의 내용을 간략하게 써 놓은 작품들 을 자주 볼 수 있다.
신선을 소재로 삼은 신선도 또한 신선과 관련된 이야기를 묘사했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고사인물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즐겨 제작되었던 신선도의 종류를 보면, <요지연도瑤池宴圖>, <군선경수반도회도群仙慶壽蟠桃會圖>, <군선경수도群仙慶壽圖>, <파상군선도波上群仙圖>, <신선도神仙圖>, <수성도壽星圖> 등이 있다. 신선도는 대개 수복강녕壽福康寧과 같은 길상적인 의미를 담아 그려졌다.
철저하게 교화를 목적으로 제작된 고사인물화로는 효자도행실도가 대표적이다. 효자도는 부모에게 효도를 다한 사람들 중 모범이 될 만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며, 행실도는 나라에 충성을 다한 인물들이나 절개를 지킨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이다. 효자도와 행실도는 대개 한 폭 당 한 명의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이때 화폭에 시간 순서대로 내용을 그리기 때문에 같은 인물이 한 화면에 여러 번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효자도와 행실도는 병풍이나 족자의 형태뿐만 아니라 책의 형태로도 많이 제작되었다.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는 세종이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삼강오륜의 내용을 가르치기 위해 그림책의 형태로 발간한 행실도이다. 광해군 때는 임진왜란 이후 무너진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고 백성들을 교화하기 위해 『동국신속삼강행실도東國新續三綱行實圖』를 대량으로 발간하였는데, 이때 이징, 이신흠 등 당시 유명했던 화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민화 속의 고사인물도는 대체로 숙달된 필력과 안정된 구도, 화려한 색채를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여타의 민화에 비해 수작의 작품이 상당 수 남아있다.

특징 및 의의

고사인물화의 소재는 대개 중국의 고사에서 따 온 것이 많다. 그러나 고사인물화의 배경이나 인물의 복식 등 세부적인 묘사에서는 우리 민족의식이 깊게 반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민화고사인물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문화가 어떻게 한국화韓國化, 민중화民衆化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참고문헌

민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정병모, 돌베개, 2012), 민화이야기(윤열수, 디자인하우스, 2003), 조선후기 회화의 사실정신(이태호,학고재, 1996), 한국의 미20, 인물화(맹인재 감수, 중앙일보사, 1985).

고사인물화

고사인물화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화

집필자 윤열수(尹列秀)
갱신일 2019-01-24

정의

신화나 소설, 역사 속 특정 인물과 관련된 일화들을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

개관

고사古事란 한국이나 중국에서 전해오는 경서經書·역사적 사실·문학 작품에 실려 있는 내용을 말하며, 그중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거나 교훈이 되는 인물의 행적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그린 것이 고사인물화이다. 고사인물화는 초상화와 더불어 유행하였던 인물화로 교화를 목적으로 제작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사인물화는 대부분 특정 인물의 실제 행적을 주제로 그리기 때문에 기록화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 소재는 자연을 벗하여 재야在野에서 학문을 쌓고 후학을 양성하던 학자나 충·효에 귀감이 된 인물 또는 이름 난 현명한 군주나 충신, 왕후 등에 얽힌 일화를 바탕으로 하며 교훈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중국 한漢대부터 도덕적 귀감이 되며 옛 사람들의 이상향을 담은 이야기들을 숭상하자는 취지에서 그려지다가, 이후 송宋대부터는 그림을 실질적으로 향유하고 소비하는 문인들의 취향이 반영했다. 그림은 주로 문인들이 생각하는 행복과 삶에 대한 소망 및 염원을 담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양상이 인물화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고려시대 때 북송회화사조北宋繪畵思潮의 영향을 받으면서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조선시대에 이르러 서화와 함께 눈에 띄는 발전을 보였다. 민화 속 인물화 중에서도 고사인물화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내용

중국의 고사를 바탕으로 그려진 고사인물화는 문인화에서 낱폭의 형태로 주로 그려지는 데 반해, 민화에서는 병풍의 형태로 주로 제작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교화와 함께 수양을 목적으로 그려지는 문인화와는 달리 민화 고사인물화는 주로 교화와 장식을 목적으로 그려 선비나 아이들 방에 두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사찰벽화에서도 고사인물도가 종종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사찰벽화를 제작할 때 제작비용을 대는 일반 민중들이 원하는 그림을 반영하여 나타난현상이다.고사인물화는 뜻이 고상하고 인격이 청렴, 고결하며 벼슬을 탐내기보다는 지조와 절개를 중하게 여겨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성현, 충신, 시인이나 학자, 고승, 은일처사隱逸處士들이 주로 등장한다. 이들의 고결한 덕과 인품, 이상적인 삶의 추구와 은둔 세계를 나타내, 보는 이로 하여금 교훈을 얻게하기 위한 교육적인 목적으로 그려졌다.고사인물화는 대부분 중국의 고전적인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지만, 마치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실감나게 풀어놓아 친근하게 느껴진다. 또한 인물들의 복장을 살펴보면 중국 고사를 그린 문인화의 고사인물화가 중국의 복식을 그대로 그린 것에 비해, 민화에서는 조선의 복식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 그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고사인물화의 소재는 중국에서 왔지만, 표현 방식은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창의적으로 변형한 것이다.경서의 내용을 그린 고사인물화로는 빈풍칠월도·무일도 등이 있다. 빈풍칠월도는 『시경』 「빈풍칠월」편의 내용을 그린 것이고, 무일도는 『서경』 「무일」편의 내용을 묘사한 것이다. 모두 백성들이 생업에 종사하는 고통을 임금이 인식하여 정치에 힘쓰라는 교훈이 담겨있다. 역사적 사실을 묘사한 고사인물화로는 ··· 등이 있다. 대부분 중국의 고사를 본 따서 제작한 것인데, 고려시대부터 와 같이 중국의 고사인물화를 한국화하거나, 금궤도와 같이 아예 『삼국사기三國史記』의 내용을 그린 것도 있다.문학작품을 표현한 고사인물화로는 ···· 등이 있다. 는 북송대 문인 소식蘇軾의 ‘어초한화漁樵閑話’의 내용을 그린 것이고, 는 중장통仲長統의「낙지론樂志論」을 조선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민화 고사인물화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중국 고사의 소재는 임포林逋, 967~1028, 상산사호商山四晧, 맹호연孟浩然, 노자老子, 소부와 허유, 강태공 등이 있다.임포林逋, 967~1028는 오월吳越 사람으로 북송에게 오월이 망하자 항주抗州에 있는 고산孤山에 은거하였다. 임포는 매화와 학을 매우 사랑하여 장가도 가지 않고 매화를 부인 삼고 학 한 쌍을 아들로 삼아 기르면서 살았다고 전해지는 인물이다. 문인화에서는 임포가 밖에 외출했을 때 손님이 찾아오면 시중드는 아이가 학을 날려 보내어 임포에게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는 고사를 주로 묘사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민화에서는 주로 책상에 앉아있는 임포 앞에 매화 화분이나 화병, 춤추는 학이 그려져 있고, 곁에서 시중드는 아이를 그려놓은 구성이 대부분이다.상산사호 고사는 한漢나라 고조高祖 때 상산에 은거하여 살던 네 노인을 가리킨다. 이들은 모두 수염과 눈썹이 희기 때문에 사호四皓라고 불렸다.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이다. 산속에 네 노인이 장기를 두거나 앉아 있는 모습 등으로 표현되며, 동자가 차를 끓이거나 시중을 들고 있는 모습도 함께 그려져 있다. 민화에서는 가끔 도끼를 든 사람도 함께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상산사호 고사가 의 바둑 구경하다가 도끼자루가 썩는 줄도 몰랐다는 고사와 합쳐져서 나타나는 것이다. 맹호연 고사는 당唐나라 시인 맹호연이 당나귀를 타고 파교灞橋를 건너 눈 내리는 산으로 매화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눈 내린 산 속에 놓인 다리와 당나귀를 탄 맹호연, 그 뒤에 우산을 들고 따라가는 동자가 그려져 있다.청우출관靑牛出關 고사는 노자가 소를 타고 길을 떠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는 , , 등으로도 불린다. 대개 푸른 소를 타고 동자를 거느린 인물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푸른색 소는 없지만, 민화에서는 푸른 소를 글자 그대로 해석해 푸른색으로 묘사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소부와 허유 고사를 살펴보면, 허유는 요임금이 왕위를 물려준다는 제안을 마다하고 더러운 소리를 들었다며 귀를 씻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으며, 이를 본 소부는 물을 먹이려던 소에게 더럽혀진 영천수를 먹이지 않기 위해 소의 고삐를 잡고 상류로 끌고 가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강태공의 고사는 조선 말기 민화 고사인물화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그려진 주제이다. 민화에서는 대개 강가에서 낚시 중인 강태공의 모습 뒤로 문왕의 행차가 그려져 있다. 강태공의 고사를 그린 그림들을 살펴보면, 중국 명나라와 조선 문인화에서는 강태공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왕을 마주보고 예를 갖추는 모습인데 비해 조선 후기의 민화에서는 대부분 초연히 앉아 여전히 낚시질을 하고 있다. 이는 지배층에 대한 서민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무송반환도撫松盤桓圖는 도연명이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을 벗 삼으며 유유자적하고 있는 전원생활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도연명이 소나무를 짚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뒤에 동자가 서 있는 경우도 간혹 볼 수 있다. 이 소재는 고사인물화뿐만 아니라 백납도병에서도 주로 쓰였다.이교납리圯橋納履는 ‘흙다리에서 신을 바치다.’라는 뜻으로 한고조 유방을 도와 초楚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건국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장량張良이 이교에서 황석공黃石公의 신발을 주워 바치고 태공망太公望의 병서兵書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다. ‘이교수서圯橋受書’라는 제목으로도 즐겨 그려진다. 이 고사는 다리 밑에서 신을 바치는 사람과 다리 위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을 묘사하고 있다. 역산질우歷山叱牛 고사는 순임금이 역산에서 소로 밭을 일구며 농사를 지었다는 내용을 표현한 것으로, 소를 데리고 밭을 가는 순임금과 순임금을 모시러 오는 행렬이 그려져 있다.소설인물화는 소설의 내용을 그린 것을 말한다. 주로 『삼국지연의』 같은 중국 고전소설의 내용이 많다. 우리나라는 『춘향전』과 『구운몽』의 내용을 그린 그림을 자주 볼 수 있다. 소설인물화는 주로 여인들이나 아이들의 방을 장식하기 위한 용도로 그려졌는데,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고 화면을 가득히 채워 장식성을 높였다. 대개 한 폭 당 하나의 사건을 담아 구성하기도 했지만 한 폭에 여러 사건을 담는 경우도 있었다. 소설인물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설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하여 그렸기 때문에 그림을 보고 단번에 어떤 부분인지 알 수 있다. 그래도 인물 옆에 인물의 이름을 써 놓거나 그림 상단에 각 장면의 내용을 간략하게 써 놓은 작품들 을 자주 볼 수 있다.신선을 소재로 삼은 신선도 또한 신선과 관련된 이야기를 묘사했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고사인물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즐겨 제작되었던 신선도의 종류를 보면, , , , , , 등이 있다. 신선도는 대개 수복강녕壽福康寧과 같은 길상적인 의미를 담아 그려졌다.철저하게 교화를 목적으로 제작된 고사인물화로는 효자도와 행실도가 대표적이다. 효자도는 부모에게 효도를 다한 사람들 중 모범이 될 만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며, 행실도는 나라에 충성을 다한 인물들이나 절개를 지킨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이다. 효자도와 행실도는 대개 한 폭 당 한 명의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이때 화폭에 시간 순서대로 내용을 그리기 때문에 같은 인물이 한 화면에 여러 번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효자도와 행실도는 병풍이나 족자의 형태뿐만 아니라 책의 형태로도 많이 제작되었다.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는 세종이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삼강오륜의 내용을 가르치기 위해 그림책의 형태로 발간한 행실도이다. 광해군 때는 임진왜란 이후 무너진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고 백성들을 교화하기 위해 『동국신속삼강행실도東國新續三綱行實圖』를 대량으로 발간하였는데, 이때 이징, 이신흠 등 당시 유명했던 화가들이 대거 참여했다.민화 속의 고사인물도는 대체로 숙달된 필력과 안정된 구도, 화려한 색채를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여타의 민화에 비해 수작의 작품이 상당 수 남아있다.

특징 및 의의

고사인물화의 소재는 대개 중국의 고사에서 따 온 것이 많다. 그러나 고사인물화의 배경이나 인물의 복식 등 세부적인 묘사에서는 우리 민족의식이 깊게 반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민화고사인물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문화가 어떻게 한국화韓國化, 민중화民衆化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참고문헌

민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정병모, 돌베개, 2012), 민화이야기(윤열수, 디자인하우스, 2003), 조선후기 회화의 사실정신(이태호,학고재, 1996), 한국의 미20, 인물화(맹인재 감수, 중앙일보사,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