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싸움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봄(春) > 3월 > 놀이

집필자 강성복(姜成福)
갱신일 2018-11-12

정의

음력 3~4월 무렵에 풀잎이나 화초를 꺾어서 승부를 겨루는 놀이. 옛 문헌에는 초전(草戰), 초희(草戱), 투초(鬪草), 교전희(較戰戱) 따위로 기록되어 있다. 풀싸움에 주로 이용되는 식물은 잔디, 자귀풀, 억새, 갈대, 질경이, 토끼풀, 제비꽃 같은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풀이지만, 더러는 잎사귀가 여럿 달린 나뭇잎이나 꽃망울을 이용하기도 한다.

내용

풀싸움은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그 대상이 되는 풀도 백초(百草)가 등장할 정도로 각양각색이다. 근래까지 아이들 사이에서 널리 전승되었던 풀싸움놀이의 유형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1. 물방울뺏기: 주로 잔디를 이용한 겨루기이다. 봄철이 되면 4~5센티미터 남짓한 잔디의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것을 뽑아서 엄지와 검지의 손톱 사이에 살짝 물린 다음, 훑으면 줄기 끝에 끈끈한 수액이 방울처럼 맺힌다. 이때 두 사람이 서로 진액을 마주 대면 어느 한쪽에 흡수되는데, 상대의 물방울을 빼앗으면 승자가 된다.
  2. 무늬맞추기: 자귀풀을 이용한 놀이이다. 콩과에 속한 자귀풀의 잎은 깃 모양의 겹잎으로 어긋맞게 난다. 그 잎을 양쪽에서 잡아당기면 암수가 교접을 이룬 것과 유사한 모양(≪ 또는 ≫)으로 떨어진다. 이때 잘라진 한 쪽 잎을 손에 감춘 뒤 상대로 하여금 그 무늬(암수)를 알아맞히게 한다.
  3. 잎사귀따기: 잎사귀가 여럿 달린 아카시아 나뭇잎 같은 것을 엄지와 중지로 세게 튀겨서 떼어내는 놀이이다. 방법은 각자 나뭇잎 하나씩을 따서 가위바위보로 차례를 정한 다음 이긴 사람이 먼저 나뭇잎을 튀기는데, 상대보다 적은 횟수에 잎사귀를 떼어내면 승자가 된다. 또는 하나의 나뭇잎을 가지고 동일한 방법으로 번갈아가며 따내다가,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남은 잎사귀를 모두 떼어내면 승부가 난다.
  4. 줄기끊기: 풀잎의 줄기를 엇갈리게 걸고 동시에 잡아당겨서 상대의 것을 먼저 끊어지게 하는 놀이이다. 토끼풀이나 질경이처럼 줄기가 억센 풀이 겨루기에 안성맞춤이다.
  5. 풀잎맞추기: 술래놀이의 일종이다. 가위바위보로 순위를 가린 다음, 일등을 한 아이가 하는 대로 뒤쫓아 다니며 여러 종류의 풀을 뜯어와서 확인을 한다. 이때 일등이 풀잎 하나를 내밀면 나머지 아이들도 동일한 종류를 내놓아야 하는데, 일일이 대조를 해서 엉뚱한 풀을 뜯어왔거나 빠뜨린 아이는 술래가 된다. 또는 두 패로 편을 짜서 놀이를 할 수도 있다.

19세기 문인화가로 널리 알려진 권용정(權用正)이 지은 『세시잡영(歲時雜詠)』은 여아들이 손에 쥔 풀잎을 서로 내밀며 놀이하는 정겨운 모습을 다음과 같이 잘 묘사하였다. “화창한 날씨에 봄놀이 나온 계집아이들, 푸른 잎 붉은 잎 서로 내밀며 다투네, 꿩사냥 토끼몰이 도롱뇽 잡지 않고, 저희들은 따로 풀싸움놀이 있다 하네(嬉春女兒趂晴天 拈綠抽紅較後先 稚兎人魚俱不用 儂家別有草投箋 ).”

이 밖에도 억새풀이나 갈대처럼 같이 키가 큰 식물의 줄기를 뽑아서 누가 멀리 던지는가 다투거나, 미리 시간을 정한 다음 많은 종류의 풀을 뜯어오기, 꽃망울 따기, 풀이름 알아맞히기 같은 놀이들이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전승된다.

인접국가사례

풀싸움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두루 전승되었던 놀이의 하나이다.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는 “단오에 여러 가지 풀싸움놀이를 벌인다(五月五日有鬪百草趾戱).”라는 내용이 있다. 또 유우(劉禹)는 오왕(吳王)과 서시(西施)의 풀싸움을 시로 남겼으며, 당의 유속(劉餗)도 『수당가화(隋唐嘉話)』에서 “중종 때 안락(安樂)공주가 단오에 풀싸움을 하였다.”라고 적고 있으며, 명대의 소설 『홍루몽(紅樓夢)』에는 등장 인물들이 저마다 화초를 꺾어서 풀싸움을 하는 장면이 생생하다.

일본에서는 풀싸움을 초합(草合), 투초(鬪草), 풀씨름[草木相撲]이라 불렀으며 8~9세기부터 궁정의 귀족들이 즐겼다. 가장 오랜 기록은 818년에 나온 『문화수려집(文化秀麗集)』에 실린 것으로, “백초(百草)로 겨루고 백화(百花)로 다툰다.”라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6세기 말 성덕태자가 건립하였다는 오사카 사천왕사(四天王寺)에 소장된 『선면법화경책자(扇面法華經冊子)』에는 두 계집아이가 마주 앉아 풀싸움을 하는 그림이 보인다.

의의

풀싸움은 자연에서 태어나서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놀이이다. 이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갖가지 초목의 이름을 자연스레 익힐 뿐 아니라, 식물의 특성을 세밀하게 관찰함으로써 스스로 배우고 터득하는 지혜를 키우게 된다. 놀이의 대상과 놀이감을 거의 전적으로 생활의 현장에서 찾아야 했던 지난날, 흔하디흔한 잡풀을 매개로 이루어졌던 다양한 겨루기의 전통은 건강한 놀이문화가 급속히 사라지는 오늘의 세태에 신선한 청량제가 되고 있다.

참고문헌

歲時雜詠
朝鮮の鄕土娛樂 (村山智順, 朝鮮總督府, 1941)
풀싸움과 꽃싸움 (리석중, 조선의 민속놀이, 푸른숲, 1988)
금산의 민속놀이 (강성복, 금산문화원, 1994)
부여의 민속놀이 (강성복, 부여문화원, 1994)
한국 민속의 세계5-세시풍속·전승놀이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1)
조선대세시기Ⅰ (국립민속박물관, 2003)
동아시아의 놀이 (김광언, 민속원, 2004)

풀싸움

풀싸움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봄(春) > 3월 > 놀이

집필자 강성복(姜成福)
갱신일 2018-11-12

정의

음력 3~4월 무렵에 풀잎이나 화초를 꺾어서 승부를 겨루는 놀이. 옛 문헌에는 초전(草戰), 초희(草戱), 투초(鬪草), 교전희(較戰戱) 따위로 기록되어 있다. 풀싸움에 주로 이용되는 식물은 잔디, 자귀풀, 억새, 갈대, 질경이, 토끼풀, 제비꽃 같은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풀이지만, 더러는 잎사귀가 여럿 달린 나뭇잎이나 꽃망울을 이용하기도 한다.

내용

풀싸움은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그 대상이 되는 풀도 백초(百草)가 등장할 정도로 각양각색이다. 근래까지 아이들 사이에서 널리 전승되었던 풀싸움놀이의 유형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물방울뺏기: 주로 잔디를 이용한 겨루기이다. 봄철이 되면 4~5센티미터 남짓한 잔디의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것을 뽑아서 엄지와 검지의 손톱 사이에 살짝 물린 다음, 훑으면 줄기 끝에 끈끈한 수액이 방울처럼 맺힌다. 이때 두 사람이 서로 진액을 마주 대면 어느 한쪽에 흡수되는데, 상대의 물방울을 빼앗으면 승자가 된다. 무늬맞추기: 자귀풀을 이용한 놀이이다. 콩과에 속한 자귀풀의 잎은 깃 모양의 겹잎으로 어긋맞게 난다. 그 잎을 양쪽에서 잡아당기면 암수가 교접을 이룬 것과 유사한 모양(≪ 또는 ≫)으로 떨어진다. 이때 잘라진 한 쪽 잎을 손에 감춘 뒤 상대로 하여금 그 무늬(암수)를 알아맞히게 한다. 잎사귀따기: 잎사귀가 여럿 달린 아카시아 나뭇잎 같은 것을 엄지와 중지로 세게 튀겨서 떼어내는 놀이이다. 방법은 각자 나뭇잎 하나씩을 따서 가위바위보로 차례를 정한 다음 이긴 사람이 먼저 나뭇잎을 튀기는데, 상대보다 적은 횟수에 잎사귀를 떼어내면 승자가 된다. 또는 하나의 나뭇잎을 가지고 동일한 방법으로 번갈아가며 따내다가,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남은 잎사귀를 모두 떼어내면 승부가 난다. 줄기끊기: 풀잎의 줄기를 엇갈리게 걸고 동시에 잡아당겨서 상대의 것을 먼저 끊어지게 하는 놀이이다. 토끼풀이나 질경이처럼 줄기가 억센 풀이 겨루기에 안성맞춤이다. 풀잎맞추기: 술래놀이의 일종이다. 가위바위보로 순위를 가린 다음, 일등을 한 아이가 하는 대로 뒤쫓아 다니며 여러 종류의 풀을 뜯어와서 확인을 한다. 이때 일등이 풀잎 하나를 내밀면 나머지 아이들도 동일한 종류를 내놓아야 하는데, 일일이 대조를 해서 엉뚱한 풀을 뜯어왔거나 빠뜨린 아이는 술래가 된다. 또는 두 패로 편을 짜서 놀이를 할 수도 있다. 19세기 문인화가로 널리 알려진 권용정(權用正)이 지은 『세시잡영(歲時雜詠)』은 여아들이 손에 쥔 풀잎을 서로 내밀며 놀이하는 정겨운 모습을 다음과 같이 잘 묘사하였다. “화창한 날씨에 봄놀이 나온 계집아이들, 푸른 잎 붉은 잎 서로 내밀며 다투네, 꿩사냥 토끼몰이 도롱뇽 잡지 않고, 저희들은 따로 풀싸움놀이 있다 하네(嬉春女兒趂晴天 拈綠抽紅較後先 稚兎人魚俱不用 儂家別有草投箋 ).” 이 밖에도 억새풀이나 갈대처럼 같이 키가 큰 식물의 줄기를 뽑아서 누가 멀리 던지는가 다투거나, 미리 시간을 정한 다음 많은 종류의 풀을 뜯어오기, 꽃망울 따기, 풀이름 알아맞히기 같은 놀이들이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전승된다.

인접국가사례

풀싸움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두루 전승되었던 놀이의 하나이다.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는 “단오에 여러 가지 풀싸움놀이를 벌인다(五月五日有鬪百草趾戱).”라는 내용이 있다. 또 유우(劉禹)는 오왕(吳王)과 서시(西施)의 풀싸움을 시로 남겼으며, 당의 유속(劉餗)도 『수당가화(隋唐嘉話)』에서 “중종 때 안락(安樂)공주가 단오에 풀싸움을 하였다.”라고 적고 있으며, 명대의 소설 『홍루몽(紅樓夢)』에는 등장 인물들이 저마다 화초를 꺾어서 풀싸움을 하는 장면이 생생하다. 일본에서는 풀싸움을 초합(草合), 투초(鬪草), 풀씨름[草木相撲]이라 불렀으며 8~9세기부터 궁정의 귀족들이 즐겼다. 가장 오랜 기록은 818년에 나온 『문화수려집(文化秀麗集)』에 실린 것으로, “백초(百草)로 겨루고 백화(百花)로 다툰다.”라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6세기 말 성덕태자가 건립하였다는 오사카 사천왕사(四天王寺)에 소장된 『선면법화경책자(扇面法華經冊子)』에는 두 계집아이가 마주 앉아 풀싸움을 하는 그림이 보인다.

의의

풀싸움은 자연에서 태어나서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놀이이다. 이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갖가지 초목의 이름을 자연스레 익힐 뿐 아니라, 식물의 특성을 세밀하게 관찰함으로써 스스로 배우고 터득하는 지혜를 키우게 된다. 놀이의 대상과 놀이감을 거의 전적으로 생활의 현장에서 찾아야 했던 지난날, 흔하디흔한 잡풀을 매개로 이루어졌던 다양한 겨루기의 전통은 건강한 놀이문화가 급속히 사라지는 오늘의 세태에 신선한 청량제가 되고 있다.

참고문헌

歲時雜詠朝鮮の鄕土娛樂 (村山智順, 朝鮮總督府, 1941)풀싸움과 꽃싸움 (리석중, 조선의 민속놀이, 푸른숲, 1988)금산의 민속놀이 (강성복, 금산문화원, 1994)부여의 민속놀이 (강성복, 부여문화원, 1994)한국 민속의 세계5-세시풍속·전승놀이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1)조선대세시기Ⅰ (국립민속박물관, 2003)동아시아의 놀이 (김광언, 민속원,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