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간(新舊間)

한자명

新舊間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겨울(冬) > 12월 > 정일

집필자 유철인(庾喆仁)

정의

대한(大寒) 후 5일부터 입춘(立春) 전 3일까지 약 일주일간. 제주도의 민간에서 이사나 집수리를 비롯한 집안 손질을 이 기간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믿는다.

내용

묵은해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과 새해의 첫 절기인 입춘 사이에 구년세관(舊年歲官)의 신들이 신년세관(新年歲官)의 신들과 임무를 교대한다. 『천기대요(天機大要)』 세관교승조(歲官交承條)에서는 신구세관(新舊歲官)이 바뀌는 때가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2일까지로 되어 있으나, 현재 제주도에서는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3일까지가 신구간의 기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간은 지상에 내려와 인간사를 수호, 관장하던 신들이 한 해의 임무를 마치고 하늘의 옥황상제 앞으로 올라가고, 새로 내려올 신들은 아직 내려오지 않은 ‘신들의 부재 기간’이다. 이때에는 불길한 날이나 길일(吉日)이 따로 없기 때문에 날을 가리지 않고 이사를 가거나 집과 변소를 고치거나 집 울타리 안의 땅을 파고 나무를 자른다 하더라도 재앙이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신구간이 아닌 시기에 조왕(부엌), 정낭, 통시(변소), 쇠막(외양간)을 고치거나 집의 일부분을 수리하거나, 울타리 안에서 흙을 파는 일, 울담(울타리 돌담)을 고치는 일 등을 하면 집 울타리 안 각각의 곳을 관장하는 신 때문에 동티[動土]가 난다고 생각한다. 다리, 눈, 머리, 목, 가슴 등이 아프거나, 전신불수가 되거나 하는 동티로 아픈 증상은 똑같지 않게 나타나는데, 조왕, 고팡[고방(庫房)의 제주어], 변소 등의 동티는 대개 눈이 아픈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특히 급한 동티가 생겼을 때에는 심방(무당)을 데려다가 빌 사이도 없이 죽는다.

신구간에 이사를 하지 못할 경우에는 체와 ‘푸는 체(키)’만이라도 이 기간에 먼저 옮긴다. 체와 푸는 체가 이사에 중심이 되는 물품이기 때문에 이것들을 옮겨버리면 이사는 다 된 것이나 다름없고, 나머지 살림들은 나중에 옮겨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사에 따르는 긴요한 물품으로 체와 푸는 체 이 외에 솥, 단지(요강), 화로를 넣기도 한다.

신구간이라 할지라도 이사 갈 곳의 방위만큼은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방위를 ‘명삼살이 방위’와 ‘해삼살이 방위’라 한다. 명삼살이는 평생 막혀 있는 방위를 가리키며, 가장(家長)인 대주 한 사람만으로 보는 방위이다. 해삼살이는 가족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으로서, 그해만 지나면 해삼살이의 방위는 트이게 된다.

명삼살이에 걸려 있는 방위에는 한 울타리 속에서도 그 쪽 방향에는 집을 못 짓게 되며, 다만 이사 가야 할 곳이 먼 곳이면 그러한 명삼살이를 무시하기도 한다. 해삼살이에 걸린 방향으로 이사를 가야 할 경우에는 돌아서 가는 방법이 있다. 가령 대주가 현재 북쪽에 살고 있고, 그해의 해삼살이가 남쪽에 있는데 남쪽으로 이사를 가야할 경우라면, 대주가 서쪽이나 동쪽에서 2~3주 가량 묵고서 그곳으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지금까지 신구간의 풍습이 지켜지고 있다. 신구간에 이사가 집중되고,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의 입주일도 대개 신구간에 맞춘다. 1998년 1월 9일자 제민일보 기사에 의하면, 제주도에서 신구간 동안 2만여 가구의 대이동이 있었다. 제주시의 경우, 13,751가구(제주시 전체 가구의 17퍼센트)의 34,484명(제주시 전체인구의 13퍼센트)이 신구간에 이사를 하였다. 이는 일년 동안 이사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한라일보 1991년 10월 4일자 사설).

그러나 1988년에 조사된 의식 조사를 보면, ‘나는 신구간에만 이사를 가거나 집을 고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는 문항에 대해 부정적 반응(57퍼센트)이 긍정적 반응(28퍼센트)보다 높게 나타났다. 신구간 풍습에 대해서 긍정적 의식은 낮으나 대부분의 주민들이 주로 신구간에 이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의식 차원과 행위 차원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서는 신구간을 미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주로 이 기간에 이사를 하기 때문에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신구간이 아닌 때에는 집을 빌리기가 어렵고, 추운 겨울철에 이사하는 것도 고역이다. 한꺼번에 이사를 하기 때문에 집세나 이사 비용도 오르고, 집을 짓는 것도 신구간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건축비를 비롯한 물가가 오르는 것 같은 문제점이 있다. 특히 다른 지방 사람들이 제주도로 이사를 올 때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제주도의 신구간 풍습이다.

1955년 무렵 제주시에서 축사와 변소의 악취를 없애기 위해 변소 개량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으나, 처음에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다시 신구간을 변소 개량 운동 기간으로 정하여 박차를 가하였더니 큰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제주신문의 사설은 신구간을 변소개량운동 기간으로 정한 그 시책이 현명한 시책이었다고 평가하였다.

의의

가신(家神)신앙이 무속에 뿌리를 두고 있고, 신구간에는 가신들이 전부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이사를 하거나 집안을 고치더라도 동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기에 신구간 풍습은 무속과 관련이 있다.

참고문헌

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濟州道 篇 (文化財管理局, 1974), 南國의 民俗-濟州道歲時風俗 (진성기, 敎學社, 1981), 豊川略史 (오문복, 풍천국민학교, 1987), 제주도의 전통문화에 대한 재평가 (김인호, 濟州文化의 再照明, 一念, 1991), 濟州의 民俗Ⅰ (濟州文化資料叢書1, 濟州道, 1993), 제주도 주민의 정체성 (김항원, 제주대학교 출판부, 1998)

신구간

신구간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겨울(冬) > 12월 > 정일

집필자 유철인(庾喆仁)

정의

대한(大寒) 후 5일부터 입춘(立春) 전 3일까지 약 일주일간. 제주도의 민간에서 이사나 집수리를 비롯한 집안 손질을 이 기간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믿는다.

내용

묵은해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과 새해의 첫 절기인 입춘 사이에 구년세관(舊年歲官)의 신들이 신년세관(新年歲官)의 신들과 임무를 교대한다. 『천기대요(天機大要)』 세관교승조(歲官交承條)에서는 신구세관(新舊歲官)이 바뀌는 때가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2일까지로 되어 있으나, 현재 제주도에서는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3일까지가 신구간의 기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간은 지상에 내려와 인간사를 수호, 관장하던 신들이 한 해의 임무를 마치고 하늘의 옥황상제 앞으로 올라가고, 새로 내려올 신들은 아직 내려오지 않은 ‘신들의 부재 기간’이다. 이때에는 불길한 날이나 길일(吉日)이 따로 없기 때문에 날을 가리지 않고 이사를 가거나 집과 변소를 고치거나 집 울타리 안의 땅을 파고 나무를 자른다 하더라도 재앙이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신구간이 아닌 시기에 조왕(부엌), 정낭, 통시(변소), 쇠막(외양간)을 고치거나 집의 일부분을 수리하거나, 울타리 안에서 흙을 파는 일, 울담(울타리 돌담)을 고치는 일 등을 하면 집 울타리 안 각각의 곳을 관장하는 신 때문에 동티[動土]가 난다고 생각한다. 다리, 눈, 머리, 목, 가슴 등이 아프거나, 전신불수가 되거나 하는 동티로 아픈 증상은 똑같지 않게 나타나는데, 조왕, 고팡[고방(庫房)의 제주어], 변소 등의 동티는 대개 눈이 아픈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특히 급한 동티가 생겼을 때에는 심방(무당)을 데려다가 빌 사이도 없이 죽는다. 신구간에 이사를 하지 못할 경우에는 체와 ‘푸는 체(키)’만이라도 이 기간에 먼저 옮긴다. 체와 푸는 체가 이사에 중심이 되는 물품이기 때문에 이것들을 옮겨버리면 이사는 다 된 것이나 다름없고, 나머지 살림들은 나중에 옮겨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사에 따르는 긴요한 물품으로 체와 푸는 체 이 외에 솥, 단지(요강), 화로를 넣기도 한다. 신구간이라 할지라도 이사 갈 곳의 방위만큼은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방위를 ‘명삼살이 방위’와 ‘해삼살이 방위’라 한다. 명삼살이는 평생 막혀 있는 방위를 가리키며, 가장(家長)인 대주 한 사람만으로 보는 방위이다. 해삼살이는 가족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으로서, 그해만 지나면 해삼살이의 방위는 트이게 된다. 명삼살이에 걸려 있는 방위에는 한 울타리 속에서도 그 쪽 방향에는 집을 못 짓게 되며, 다만 이사 가야 할 곳이 먼 곳이면 그러한 명삼살이를 무시하기도 한다. 해삼살이에 걸린 방향으로 이사를 가야 할 경우에는 돌아서 가는 방법이 있다. 가령 대주가 현재 북쪽에 살고 있고, 그해의 해삼살이가 남쪽에 있는데 남쪽으로 이사를 가야할 경우라면, 대주가 서쪽이나 동쪽에서 2~3주 가량 묵고서 그곳으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지금까지 신구간의 풍습이 지켜지고 있다. 신구간에 이사가 집중되고,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의 입주일도 대개 신구간에 맞춘다. 1998년 1월 9일자 제민일보 기사에 의하면, 제주도에서 신구간 동안 2만여 가구의 대이동이 있었다. 제주시의 경우, 13,751가구(제주시 전체 가구의 17퍼센트)의 34,484명(제주시 전체인구의 13퍼센트)이 신구간에 이사를 하였다. 이는 일년 동안 이사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한라일보 1991년 10월 4일자 사설). 그러나 1988년에 조사된 의식 조사를 보면, ‘나는 신구간에만 이사를 가거나 집을 고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는 문항에 대해 부정적 반응(57퍼센트)이 긍정적 반응(28퍼센트)보다 높게 나타났다. 신구간 풍습에 대해서 긍정적 의식은 낮으나 대부분의 주민들이 주로 신구간에 이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의식 차원과 행위 차원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서는 신구간을 미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주로 이 기간에 이사를 하기 때문에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신구간이 아닌 때에는 집을 빌리기가 어렵고, 추운 겨울철에 이사하는 것도 고역이다. 한꺼번에 이사를 하기 때문에 집세나 이사 비용도 오르고, 집을 짓는 것도 신구간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건축비를 비롯한 물가가 오르는 것 같은 문제점이 있다. 특히 다른 지방 사람들이 제주도로 이사를 올 때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제주도의 신구간 풍습이다. 1955년 무렵 제주시에서 축사와 변소의 악취를 없애기 위해 변소 개량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으나, 처음에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다시 신구간을 변소 개량 운동 기간으로 정하여 박차를 가하였더니 큰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제주신문의 사설은 신구간을 변소개량운동 기간으로 정한 그 시책이 현명한 시책이었다고 평가하였다.

의의

가신(家神)신앙이 무속에 뿌리를 두고 있고, 신구간에는 가신들이 전부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이사를 하거나 집안을 고치더라도 동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기에 신구간 풍습은 무속과 관련이 있다.

참고문헌

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濟州道 篇 (文化財管理局, 1974)南國의 民俗-濟州道歲時風俗 (진성기, 敎學社, 1981)豊川略史 (오문복, 풍천국민학교, 1987)제주도의 전통문화에 대한 재평가 (김인호, 濟州文化의 再照明, 一念, 1991)濟州의 民俗Ⅰ (濟州文化資料叢書1, 濟州道, 1993)제주도 주민의 정체성 (김항원, 제주대학교 출판부,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