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扫利)

한자명

扫利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여름(夏) > 6월 > 놀이

집필자 천진기(千鎭基)

정의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주인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단지 약간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곡식이나 과일을 훔쳐 먹는 일종의 장난. 서리는 먹을 것이 흔하지 않았던 시대에 배도 채우고 재미도 느낄 수 있었던 애교스러운 도둑놀이였다. 서리의 주요 대상은 밀, 보리, 콩, 감자, 고구마, 가지, 옥수수, 단수수, 오이, 참외, 수박, 감, 살구에서 닭서리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서리는 주로 곡식과 과일이 많이 생산되는 여름에 밭에서 이루어진다.

내용

참외나 수박을 심은 밭에는 으레 밭을 지키기 위하여 밭머리나 밭 한가운데에 원두막을 짓는다. 원두막은 기둥 4개를 세우고 그 꼭대기에 보릿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만들고, 그 밑에 판자나 통나무로 높게 바닥을 만든다. 사방은 보릿짚이나 밀짚을 엮어 위아래로 열고 닫히게 되어 있는데, 더우면 막대기로 버티어 열 수 있었고 땅에서는 사다리를 놓아 오르내리도록 하였다. 보리나 밀을 베고 그 밭에 주로 참외와 수박을 심기 때문에 원두막을 지을 때는 보릿짚과 밀짚이 흔하다. 원두(園頭)라는 말은 원래 참외, 오이, 수박, 호박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이 중에서도 수박이나 참외, 딸기는 현장에서 따먹기 쉬어 원두막을 짓고 지켰다.

여름철의 참외서리와 수박서리는 고향, 친구와 함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즐거운 추억거리다. 오후에 학교 갔다 오는 길에 참외밭 곁에 있는 개천가에서 멱을 감으면서 원두막의 동향을 살핀다. 배가 실쭉해지면 또래 아이들은 근처 참외밭에 몰래 들어간다. 두서너 명은 원두막에서 낮잠 자는 주인의 동향을 살피고 한두 명은 살금살금 기어서 밭 가장자리에 있는 참외를 얼른 따가지고 줄행랑을 친다.

밤은 개구쟁이들에게 참외서리하기 좋은 시간이다. 저녁을 먹고 더위와 모기를 피해 동구 밖 버드나무 아래로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나온다. 저녁으로 먹은 보리밥은 금세 소화가 다 되고 밤이 으슥해지면 마음은 참외밭으로 향한다.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 않게 하려고 개천가의 진흙으로 온몸을 검게 위장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러고는 참외밭 근처까지 기어간다. 또 다른 한 명은 원두막 근처에서 주인이 잠자는지 어떤지를 뻐꾸기 소리로 알려준다. “뻐꾹뻐꾹” 하고 울면 돌격대는 행동을 개시한다. 주인도 뻐꾸기 소리가 나면 아예 큰 소리로 “다른 참외 상하지 않게 조심해라.” 하고서는 그냥 내버려둔다.

이러한 서리에는 불문율이 있었다. 서리를 하되 주인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 서리한 것을 두고두고 먹는 것이 아니라 당장에 먹어치운다. 그것으로 배를 채우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요기나 할 정도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서리한 것은 집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 그리고 한 집에 계속해서 서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면서 골고루 한다.

서리는 장난꾸러기 마을 악동들이 주로 떼를 지어서 농사지어 놓은 농산물을 훔쳐 먹는 일종의 장난이다. 여름철의 참외서리와 수박서리뿐만 아니라 봄에는 밀서리, 가을에는 콩서리와 사과서리, 겨울에는 닭서리까지 한다.

밀서리는 밀이 누릇누릇 익어 갈 무렵 마을의 꾼들이 떼를 지어 오후에 소먹이와 소꼴을 베러 간다. 소꼴을 다 베어 놓고는 들판의 밀밭으로 가서 밀대를 한아름의 베어서 불을 붙이면 밀이삭이 뚝뚝 떨어진다. 이렇게 잘 구워진 밀을 손바닥에 놓고 후후 입김을 불어 가며 비비면 탄 껍데기는 날아가고 익은 밀알만 남는다. 가을의 콩서리도 밀서리와 비슷하다. 나무꾼 아이들이 나무를 한 짐 지고 내려 오다가 모여서 쉬는 참에 콩을 꺾어 모닥불을 지피고, 그 위에 콩가지를 얹어 놓고 이리저리 뒤적이면 콩꼬투리 안에서 콩이 적당히 익게 된다. 이렇게 익은 콩을 주위에 둘러앉아 까먹는다. 밀서리와 콩서리는 주로 오후에 하는데, 곶감서리와 닭서리는 밤에 한다.

긴긴 겨울 저녁에 어느 사랑방에 모여서 새끼를 꼬거나 혹은 노름을 하다가 자정이 넘어 속이 출출해지면 그 중 한두 사람이 허술한 집 닭장에 들어가 소리 없이 닭을 잡아다가 볶아 먹는다.

의의

서리와 원두막은 오늘날의 삭막한 인정 속에 오아시스 같은 마음의 여유를 주는 풍속이자 풍물이다. 서리는 청소년들에게만 관용되던 장난으로 선조들의 넉넉한 인심을 읽을 수 있다.

참고문헌

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 (文化財管理局, 1969~198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11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서리

서리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여름(夏) > 6월 > 놀이

집필자 천진기(千鎭基)

정의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주인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단지 약간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곡식이나 과일을 훔쳐 먹는 일종의 장난. 서리는 먹을 것이 흔하지 않았던 시대에 배도 채우고 재미도 느낄 수 있었던 애교스러운 도둑놀이였다. 서리의 주요 대상은 밀, 보리, 콩, 감자, 고구마, 가지, 옥수수, 단수수, 오이, 참외, 수박, 감, 살구에서 닭서리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서리는 주로 곡식과 과일이 많이 생산되는 여름에 밭에서 이루어진다.

내용

참외나 수박을 심은 밭에는 으레 밭을 지키기 위하여 밭머리나 밭 한가운데에 원두막을 짓는다. 원두막은 기둥 4개를 세우고 그 꼭대기에 보릿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만들고, 그 밑에 판자나 통나무로 높게 바닥을 만든다. 사방은 보릿짚이나 밀짚을 엮어 위아래로 열고 닫히게 되어 있는데, 더우면 막대기로 버티어 열 수 있었고 땅에서는 사다리를 놓아 오르내리도록 하였다. 보리나 밀을 베고 그 밭에 주로 참외와 수박을 심기 때문에 원두막을 지을 때는 보릿짚과 밀짚이 흔하다. 원두(園頭)라는 말은 원래 참외, 오이, 수박, 호박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이 중에서도 수박이나 참외, 딸기는 현장에서 따먹기 쉬어 원두막을 짓고 지켰다. 여름철의 참외서리와 수박서리는 고향, 친구와 함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즐거운 추억거리다. 오후에 학교 갔다 오는 길에 참외밭 곁에 있는 개천가에서 멱을 감으면서 원두막의 동향을 살핀다. 배가 실쭉해지면 또래 아이들은 근처 참외밭에 몰래 들어간다. 두서너 명은 원두막에서 낮잠 자는 주인의 동향을 살피고 한두 명은 살금살금 기어서 밭 가장자리에 있는 참외를 얼른 따가지고 줄행랑을 친다. 밤은 개구쟁이들에게 참외서리하기 좋은 시간이다. 저녁을 먹고 더위와 모기를 피해 동구 밖 버드나무 아래로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나온다. 저녁으로 먹은 보리밥은 금세 소화가 다 되고 밤이 으슥해지면 마음은 참외밭으로 향한다.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 않게 하려고 개천가의 진흙으로 온몸을 검게 위장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러고는 참외밭 근처까지 기어간다. 또 다른 한 명은 원두막 근처에서 주인이 잠자는지 어떤지를 뻐꾸기 소리로 알려준다. “뻐꾹뻐꾹” 하고 울면 돌격대는 행동을 개시한다. 주인도 뻐꾸기 소리가 나면 아예 큰 소리로 “다른 참외 상하지 않게 조심해라.” 하고서는 그냥 내버려둔다. 이러한 서리에는 불문율이 있었다. 서리를 하되 주인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 서리한 것을 두고두고 먹는 것이 아니라 당장에 먹어치운다. 그것으로 배를 채우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요기나 할 정도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서리한 것은 집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 그리고 한 집에 계속해서 서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면서 골고루 한다. 서리는 장난꾸러기 마을 악동들이 주로 떼를 지어서 농사지어 놓은 농산물을 훔쳐 먹는 일종의 장난이다. 여름철의 참외서리와 수박서리뿐만 아니라 봄에는 밀서리, 가을에는 콩서리와 사과서리, 겨울에는 닭서리까지 한다. 밀서리는 밀이 누릇누릇 익어 갈 무렵 마을의 꾼들이 떼를 지어 오후에 소먹이와 소꼴을 베러 간다. 소꼴을 다 베어 놓고는 들판의 밀밭으로 가서 밀대를 한아름의 베어서 불을 붙이면 밀이삭이 뚝뚝 떨어진다. 이렇게 잘 구워진 밀을 손바닥에 놓고 후후 입김을 불어 가며 비비면 탄 껍데기는 날아가고 익은 밀알만 남는다. 가을의 콩서리도 밀서리와 비슷하다. 나무꾼 아이들이 나무를 한 짐 지고 내려 오다가 모여서 쉬는 참에 콩을 꺾어 모닥불을 지피고, 그 위에 콩가지를 얹어 놓고 이리저리 뒤적이면 콩꼬투리 안에서 콩이 적당히 익게 된다. 이렇게 익은 콩을 주위에 둘러앉아 까먹는다. 밀서리와 콩서리는 주로 오후에 하는데, 곶감서리와 닭서리는 밤에 한다. 긴긴 겨울 저녁에 어느 사랑방에 모여서 새끼를 꼬거나 혹은 노름을 하다가 자정이 넘어 속이 출출해지면 그 중 한두 사람이 허술한 집 닭장에 들어가 소리 없이 닭을 잡아다가 볶아 먹는다.

의의

서리와 원두막은 오늘날의 삭막한 인정 속에 오아시스 같은 마음의 여유를 주는 풍속이자 풍물이다. 서리는 청소년들에게만 관용되던 장난으로 선조들의 넉넉한 인심을 읽을 수 있다.

참고문헌

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 (文化財管理局, 1969~1981)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11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