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베는소리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가을(秋) > 8월 > 구비전승

집필자 강등학(姜騰鶴)
갱신일 2018-11-16

정의

벼를 낫으로 베어 볏단으로 묶어내며 부르는 소리.

내용

한반도 전역에서 논농사를 짓지만 벼베는소리를 활발하게 불러온 곳은 다음의 4개 지역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연백, 연안, 재령, 해주, 옹진 등 황해도 서부 지역과 고성, 속초, 양양, 강릉, 삼척 등 강원도 영동 지역 그리고 군산, 익산, 김제, 부안 등 전북 서부 지역, 또 울진, 상주, 김천 등 경북 일부 지역이다. 그러므로 모심는소리와 논매는소리가 논농사를 짓는 거의 모든 곳에 분포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벼베는소리의 분포는 그다지 넓지 않다고 하겠다. 벼베기가 모심기 또는 논매기와 달리 적은 인원을 투입하여 비교적 자유롭게 진행하는 일이어서, 작업에 노래가 뒷받침되어야 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 그 이유가 있다.

벼베는소리로 널리 알려진 노래는 황해도 서부 지역의 베어라소리, 강원도 영동 지역의 한단소리, 전북 서부 지역의 산야소리, 경북 일부 지역의 어사용 등이 있다. 이 중에 베어라소리와 한단소리는 벼 베기를 할 때만 부르는 노래이다. 한단소리가 모찌기할 때 부르는 한춤소리와 곡을 같이 하지만, 사설이 서로 달라서 둘은 별개의 노래로 여겨진다. 그런가하면 산야소리와 어사용은 다른 일을 할 때에도 불려진다. 산야소리는 볏단나르는소리로도 많이 불리며, 또 나무하는소리와 논매는소리로도 불린다. 그리고 어사용은 나무하는소리로 많이 불리며, 역시 논매는소리로도 부른다. 베어라소리와 한단소리는 중부 지역의 것이며, 산야소리와 어사용은 남부 지역의 것이다. 즉, 중부 지역 벼베는소리는 그 쓰임새가 고정되어 있고, 남부 지역 벼베는소리는 그 쓰임새가 복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벼베는소리의 가창방식은 대부분 독창이다. 산야소리는 선후창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 경우 역시 선후창 못지않게 독창으로도 많이 부른다. 또한 벼베는소리는 리듬이 자유로운 노래여서, 곡이 엄격하게 틀이 잡혀 있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벼베는소리는 선율과 리듬 그리고 사설의 길이와 형식 또한 엄격하게 정해진 것이 없이 유동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벼베는소리의 사설은 실무성이 지배하는 노래와 놀이성 또는 감성이 짙은 노래로 나눌 수 있다. 베어라소리, 한단소리 등 중부 지역의 노래가 전자에 해당하고, 산야소리, 어사용 등 남부 지역의 노래가 후자에 해당한다. 전자에 해당하는 노래로 『조선민족음악전집』1에 실린 베어라소리와 『한국민요대전』 강원 강릉 지역에서 전하는 한단소리는 다음과 같다.

“베어라소리”
부여라부여 부여부여 부여라
동남풍에 쓰러진벼대를
걷어잡아서막 부여라 부여부여라

“한단소리”
얼른 하더니 묶었네
얼른 한단을 묶었네
에헤 어어이 하더니 또 한단이라
니가 한단을 묶으면 나두 도 한단이라

앞의 베어라소리는 바람에 쓰러진 벼를 거둬 잡고서 막 베어나가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 뒤의 한단소리는 표현은 달라도 내용은 모두 자신이 한 단을 묶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베어라소리와 한단소리의 사설은 거의 작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한단소리의 사설은 완전히 위와 같은 내용으로만 채워지며, 베어라소리의 사설은 다른 내용도 나타나기는 하지만 위의 예처럼 작업을 독려하는 내용이 지배적이다.

반면에 산야소리와 어사용의 사설은 놀이성과 감성이 주도하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한국의 농요』3에 실린 산야소리와 『한국민요대전』 경상북도 편에 실린 어사용의 사설은 다음과 같다.

“산야소리”
선창: 영감아 영감아 우리 영감아
팔월열나흗날 송편 일곱 개만 먹으랑게
열일곱개 다먹고 배터져죽은 영감아
후창: 어우야 하고

“어사용”
구 시 월 새단풍으는 해마두루 드는데
내가슴에 속단풍으는 시시루마 든 다
……후략……

앞의 산야소리는 송편을 많이 먹고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여성의 마음을 장난스럽게 노래하고 있고, 뒤의 어사용은 근심(속단풍)이 수시로 드나드는 삶의 고달픔을 자연에 견주어 노래하고 있다. 산야소리의 경우 작업을 독려하는 내용의 사설이 불리기도 하지만,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실무 중심의 노래는 다룰 수 있는 소재가 주로 작업과 관련된 것으로 한정되지만, 놀이성과 감성이 실린 노래는 원칙적으로 소재의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따라서 실무 중심의 벼베는소리 사설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거나, 내용이 단조롭게 구성된다. 그래서 벼베는소리의 사설은 남부 지역의 것이 중부 지역의 것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부 지역 벼베는소리는 그 쓰임새가 벼 베는 일에만 고정되어 있기에 사설 또한 그 일과 관련된 것으로 한정될 수 있었고, 남부 지역 벼베는소리는 쓰임새가 유동적이어서 다른 일에도 두루 통할 수 있도록 사설이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했던 것이다.

의의

농사는 곡식을 얻기 위해 짓는 것이다. 그러므로 벼 베기에는 수확의 보람과 기쁨이 함께 한다. 그러기에 벼베는소리의 현장에는 정서적 긴장이 자리잡기 어렵다. 막 베어나가라고 외치거나, 나도 한단 베었다고 외치는 소리에는 일을 독려하고자 하는 마음보다 일년의 농사를 마무리 짓는 보람된 마음이 더 크게 깃들어 있다. 요컨대 신명으로 외치는 함성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벼베는소리의 사설로 익살과 해학, 장난기 섞인 것들이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 위에 놓여 있다. 이처럼 벼베는소리의 정서가 가벼움을 지향하기에 자신의 처지와 신세를 말하는 사설로 노래할 때도 진지함에 빠져들지 않는다. 노래를 통해 긴장을 가볍게 날려보내는 기분이다. 벼베는소리는 노동의 성격과 노래의 정서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어서 재미있는 면을 보여준다.

참고문헌

韓國의 農謠3 (이소라, 民俗苑, 1993)
한국민요대전 경상북도 편 (문화방송, 1995)
한국민요대전 강원도 편 (문화방송, 1996)
조선민족음악전집1 (예술교육출판사, 1998)
조선민족음악전집2 (예술교육출판사, 1998)

벼베는소리

벼베는소리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가을(秋) > 8월 > 구비전승

집필자 강등학(姜騰鶴)
갱신일 2018-11-16

정의

벼를 낫으로 베어 볏단으로 묶어내며 부르는 소리.

내용

한반도 전역에서 논농사를 짓지만 벼베는소리를 활발하게 불러온 곳은 다음의 4개 지역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연백, 연안, 재령, 해주, 옹진 등 황해도 서부 지역과 고성, 속초, 양양, 강릉, 삼척 등 강원도 영동 지역 그리고 군산, 익산, 김제, 부안 등 전북 서부 지역, 또 울진, 상주, 김천 등 경북 일부 지역이다. 그러므로 모심는소리와 논매는소리가 논농사를 짓는 거의 모든 곳에 분포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벼베는소리의 분포는 그다지 넓지 않다고 하겠다. 벼베기가 모심기 또는 논매기와 달리 적은 인원을 투입하여 비교적 자유롭게 진행하는 일이어서, 작업에 노래가 뒷받침되어야 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 그 이유가 있다. 벼베는소리로 널리 알려진 노래는 황해도 서부 지역의 베어라소리, 강원도 영동 지역의 한단소리, 전북 서부 지역의 산야소리, 경북 일부 지역의 어사용 등이 있다. 이 중에 베어라소리와 한단소리는 벼 베기를 할 때만 부르는 노래이다. 한단소리가 모찌기할 때 부르는 한춤소리와 곡을 같이 하지만, 사설이 서로 달라서 둘은 별개의 노래로 여겨진다. 그런가하면 산야소리와 어사용은 다른 일을 할 때에도 불려진다. 산야소리는 볏단나르는소리로도 많이 불리며, 또 나무하는소리와 논매는소리로도 불린다. 그리고 어사용은 나무하는소리로 많이 불리며, 역시 논매는소리로도 부른다. 베어라소리와 한단소리는 중부 지역의 것이며, 산야소리와 어사용은 남부 지역의 것이다. 즉, 중부 지역 벼베는소리는 그 쓰임새가 고정되어 있고, 남부 지역 벼베는소리는 그 쓰임새가 복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벼베는소리의 가창방식은 대부분 독창이다. 산야소리는 선후창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 경우 역시 선후창 못지않게 독창으로도 많이 부른다. 또한 벼베는소리는 리듬이 자유로운 노래여서, 곡이 엄격하게 틀이 잡혀 있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벼베는소리는 선율과 리듬 그리고 사설의 길이와 형식 또한 엄격하게 정해진 것이 없이 유동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벼베는소리의 사설은 실무성이 지배하는 노래와 놀이성 또는 감성이 짙은 노래로 나눌 수 있다. 베어라소리, 한단소리 등 중부 지역의 노래가 전자에 해당하고, 산야소리, 어사용 등 남부 지역의 노래가 후자에 해당한다. 전자에 해당하는 노래로 『조선민족음악전집』1에 실린 베어라소리와 『한국민요대전』 강원 강릉 지역에서 전하는 한단소리는 다음과 같다. “베어라소리”부여라부여 부여부여 부여라동남풍에 쓰러진벼대를걷어잡아서막 부여라 부여부여라 “한단소리”얼른 하더니 묶었네얼른 한단을 묶었네에헤 어어이 하더니 또 한단이라니가 한단을 묶으면 나두 도 한단이라 앞의 베어라소리는 바람에 쓰러진 벼를 거둬 잡고서 막 베어나가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 뒤의 한단소리는 표현은 달라도 내용은 모두 자신이 한 단을 묶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베어라소리와 한단소리의 사설은 거의 작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한단소리의 사설은 완전히 위와 같은 내용으로만 채워지며, 베어라소리의 사설은 다른 내용도 나타나기는 하지만 위의 예처럼 작업을 독려하는 내용이 지배적이다. 반면에 산야소리와 어사용의 사설은 놀이성과 감성이 주도하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한국의 농요』3에 실린 산야소리와 『한국민요대전』 경상북도 편에 실린 어사용의 사설은 다음과 같다. “산야소리”선창: 영감아 영감아 우리 영감아 팔월열나흗날 송편 일곱 개만 먹으랑게 열일곱개 다먹고 배터져죽은 영감아후창: 어우야 하고 “어사용”구 시 월 새단풍으는 해마두루 드는데내가슴에 속단풍으는 시시루마 든 다……후략…… 앞의 산야소리는 송편을 많이 먹고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여성의 마음을 장난스럽게 노래하고 있고, 뒤의 어사용은 근심(속단풍)이 수시로 드나드는 삶의 고달픔을 자연에 견주어 노래하고 있다. 산야소리의 경우 작업을 독려하는 내용의 사설이 불리기도 하지만,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실무 중심의 노래는 다룰 수 있는 소재가 주로 작업과 관련된 것으로 한정되지만, 놀이성과 감성이 실린 노래는 원칙적으로 소재의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따라서 실무 중심의 벼베는소리 사설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거나, 내용이 단조롭게 구성된다. 그래서 벼베는소리의 사설은 남부 지역의 것이 중부 지역의 것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부 지역 벼베는소리는 그 쓰임새가 벼 베는 일에만 고정되어 있기에 사설 또한 그 일과 관련된 것으로 한정될 수 있었고, 남부 지역 벼베는소리는 쓰임새가 유동적이어서 다른 일에도 두루 통할 수 있도록 사설이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했던 것이다.

의의

농사는 곡식을 얻기 위해 짓는 것이다. 그러므로 벼 베기에는 수확의 보람과 기쁨이 함께 한다. 그러기에 벼베는소리의 현장에는 정서적 긴장이 자리잡기 어렵다. 막 베어나가라고 외치거나, 나도 한단 베었다고 외치는 소리에는 일을 독려하고자 하는 마음보다 일년의 농사를 마무리 짓는 보람된 마음이 더 크게 깃들어 있다. 요컨대 신명으로 외치는 함성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벼베는소리의 사설로 익살과 해학, 장난기 섞인 것들이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 위에 놓여 있다. 이처럼 벼베는소리의 정서가 가벼움을 지향하기에 자신의 처지와 신세를 말하는 사설로 노래할 때도 진지함에 빠져들지 않는다. 노래를 통해 긴장을 가볍게 날려보내는 기분이다. 벼베는소리는 노동의 성격과 노래의 정서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어서 재미있는 면을 보여준다.

참고문헌

韓國의 農謠3 (이소라, 民俗苑, 1993)한국민요대전 경상북도 편 (문화방송, 1995)한국민요대전 강원도 편 (문화방송, 1996)조선민족음악전집1 (예술교육출판사, 1998)조선민족음악전집2 (예술교육출판사,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