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써기놀이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겨울(冬) > 12월 > 정일

집필자 강성복(姜成福)
갱신일 2018-11-27

정의

음력 섣달그믐날 충남 도서 지역에서 등(燈)을 매개로 풍어(豊漁)를 기원하는 청소년들의 놀이. 지신밟기와 풍어제를 근간으로 성립된 풍어놀이로서 지역에 따라 등불싸움, 등불놀이, 등맞이라고도 부른다. 이 놀이는 제3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발굴된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장고도(長古島)의 사례가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매년 10월 1일 만세보령문화제 행사에서 시연되고 있다.

유래

등불써기놀이의 유래는 분명치 않다. 다만 지난날 서해안 섬마을에서 널리 전승되었던 그믐제사나 뱃고사의 전통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아울러 놀이의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샘굿과 걸립에서 알 수 있듯이 어른들의 지신밟기를 모방했을 개연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이 놀이의 심층에는 정월대보름 저녁에 아이들 사이에서 성행했던 밥얻어오기와의 친연성도 발견된다.

내용

충남 서해안의 장고도, 원산도, 효자도, 고대도에서는 해마다 음력 섣달그믐 저녁이 되면 15세 전후의 청소년들이 등불을 켜고 당산과 우물을 돌며 샘굿을 한다. 이어 집집마다 걸립으로 마련한 떡을 가지고 동산으로 올라가 풍어를 기원하는 의식을 베푼다. 이 놀이는 각 섬마다 대동소이한 절차로 진행되는데, 장고도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섣달그믐날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으레 등을 만들어준다. 등을 만들려면 가느다란 대나무를 깎아 네 기둥을 세우고 사면(四面)에 한지를 발라 팽팽하게 말린다. 이때 풀은 생선부레를 녹여서 만든 강력한 부레풀을 사용하는데, 요즘에는 재료를 구할 수 없어서 밀가루풀로 대신한다. 정육면체 형태의 등이 완성되면 이를 때려서 소리를 나게 하는 가느다란 대나무채를 준비한다.

이윽고 땅거미가 내리면 아이들은 각자 등을 들고 동산으로 몰려든다. 이 무렵 이웃한 고대도에서도 마주 보이는 봉화산에서 등불써기 준비를 한다. 잠시 후 아이들은 이웃 마을에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서 등불을 켠다. 만일 불을 켜다가 고대도 아이들에게 발각되면 상대편에서는 “고대도가 이겼다.” 하고 함성을 지른다. 어느 편이 먼저 상대에게 발각되면 일제히 고함을 지르면서 등에 불을 붙인다.

놀이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등불을 들고 동산의 상봉을 빙빙 돈 다음 두 패로 편을 나눈다. 그리고 한 무리는 당산 앞을 돌아 우물로 가고, 다른 한 패는 당산 뒷길을 거쳐 우물로 간다. 마을의 공동우물에서 합세한 아이들은 샘 주위를 돌며 “등하 등하 아하 등하” 혹은 “이엉(영) 이엉 아하 이엉”, “영소리가 아하 이엉” 하고 노래를 부른다. 아울러 그 장단에 맞춰 대나무채로 등을 때리면 한지가 울려서 마치 징소리처럼 “쨍쨍” 하고 굉음을 낸다. 아이들은 우물을 돌면서 “뚫어라 뚫어라, 물구녕만 뚫어라.” 하고 고사소리로 사시사철 우물물이 흘러넘치기를 기원한다. 그렇게 샘굿을 한 다음 걸립에 들어간다.

마을로 내려온 아이들은 처음 닿는 집부터 차례로 가가호호를 방문한다. 가령 어느 집에 도착하면 대문 앞에서 등을 두드리며 “문엽쇼, 문엽쇼, 수문대장 문엽쇼, 이엉 이엉 아하영 이엉서리가 아하영.” 하고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문을 열고 반갑게 맞이하여 떡과 사과 등을 성의껏 내준다. 이 음식은 그믐고사와 뱃고사를 지낸 제물(祭物)이다. 아이들은 그 보답으로 우물로 가서 “뚫어라 뚫어라 물구녕만 뚫어라, 곤지곤지 …… 이엉 이엉 아하영 이엉서리가 아하영.” 하고 고사덕담으로 축원을 해준다.

이와 같이 집집마다 돌고 나면 밤이 깊어지고 자루에는 떡이 차고 넘친다. 아이들은 더 신나게 등을 두드리며 처음 모였던 동산으로 다시 올라간다. 그리고 납작한 돌을 주워 사방팔방으로 제단을 쌓고 그 위에 떡과 사과를 진설한 뒤 절을 올리며 치성을 드린다. 축원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고도로 재물이 와서 장고도 배가 그득그득 차게 해주소
갯바닥의 조개나 굴도 모두 장고도로 와주소
굴아 다른 마을로 가지 말고 우리 마을로 와라
연평도 조기 때는 다 모여라
조개도 많이 들어오너라
모집하러 오는 놈들은 번지거리에 빠져라

축원문 속에는 고기잡이로 연명하던 섬마을 청소년들의 소박한 바람이 배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모집하러 오는 놈들’ 운운하는 마지막 구절인데, 이는 일제강점기에 젊은이들을 징발하러 장고도에 왔던 일본 순사는 번지거리에 빠지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비손을 하고 나면 서해의 고기떼를 부르는 주술적인 놀이가 시작된다. 놀이를 주도하는 아이가 “연평도 조기떼는 다 모여라.” 하고 명령을 내리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아이들은 양손을 옆구리에 대고 각자 바닥을 기면서 조기가 헤엄치는 시늉을 한다. “흑산도 갈치는 다 모여라.”라고 하면 역시 손을 엉덩이에 대고 꼬리를 휘젓는 갈치의 시늉을 하며 모여든다. 이와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모든 고기떼가 장고도로 몰려올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렇게 한바탕 놀이를 한 뒤에 떡과 사과를 조금씩 떼어 사방에 던지고 함께 나누어 먹는다.

한편 파제(罷祭) 후에 나이가 많은 몇몇 청소년들은 자루를 빌려준 집으로 가서 남은 떡을 준다. 혹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을 찾아다니면서 골고루 떡을 나누어 준다. 그러면 그 집에서는 국을 끓여 아이들을 대접하며 이로써 모든 과정은 끝이 난다. 장고도에서는 해마다 등불써기를 하지 않으면 마을에 궂은 일이 발생한다는 속설(俗說)이 전한다.

의의

등불써기놀이는 등바루놀이와 더불어 충남 도서지방을 상징하는 풍어놀이이다. 다만 등바루놀이가 굴과 조개의 성수기인 음력 4월에 여아들에 의해 행해진 놀이라면, 등불써기는 섣달그믐날 청소년들이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신밟기와 풍어제를 근간으로 성립된 이 놀이는 지난날 서해안 섬마을의 문화적 특징이 잘 녹아 있다. 무엇보다도 풍물의 대용으로 준비되는 등불과 제사 후에 어패류를 부르는 모방주술적 유희는 등불써기놀이의 독특한 특징으로 여겨진다.

참고문헌

향토문화 (충남대학교, 1986)
충남의 민속예술 (한상수, 충청남도, 1995)
島嶼誌-上·中·下- (忠淸南道·韓南大學校 忠淸文化硏究所 共編, 충청남도, 1997)
한국민속문화대사전 상, 하권 (김용덕 편, 창솔, 2004)
보령의 민요 (이소라, 대천문화원, 2005)

등불써기놀이

등불써기놀이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겨울(冬) > 12월 > 정일

집필자 강성복(姜成福)
갱신일 2018-11-27

정의

음력 섣달그믐날 충남 도서 지역에서 등(燈)을 매개로 풍어(豊漁)를 기원하는 청소년들의 놀이. 지신밟기와 풍어제를 근간으로 성립된 풍어놀이로서 지역에 따라 등불싸움, 등불놀이, 등맞이라고도 부른다. 이 놀이는 제3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발굴된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장고도(長古島)의 사례가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매년 10월 1일 만세보령문화제 행사에서 시연되고 있다.

유래

등불써기놀이의 유래는 분명치 않다. 다만 지난날 서해안 섬마을에서 널리 전승되었던 그믐제사나 뱃고사의 전통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아울러 놀이의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샘굿과 걸립에서 알 수 있듯이 어른들의 지신밟기를 모방했을 개연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이 놀이의 심층에는 정월대보름 저녁에 아이들 사이에서 성행했던 밥얻어오기와의 친연성도 발견된다.

내용

충남 서해안의 장고도, 원산도, 효자도, 고대도에서는 해마다 음력 섣달그믐 저녁이 되면 15세 전후의 청소년들이 등불을 켜고 당산과 우물을 돌며 샘굿을 한다. 이어 집집마다 걸립으로 마련한 떡을 가지고 동산으로 올라가 풍어를 기원하는 의식을 베푼다. 이 놀이는 각 섬마다 대동소이한 절차로 진행되는데, 장고도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섣달그믐날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으레 등을 만들어준다. 등을 만들려면 가느다란 대나무를 깎아 네 기둥을 세우고 사면(四面)에 한지를 발라 팽팽하게 말린다. 이때 풀은 생선부레를 녹여서 만든 강력한 부레풀을 사용하는데, 요즘에는 재료를 구할 수 없어서 밀가루풀로 대신한다. 정육면체 형태의 등이 완성되면 이를 때려서 소리를 나게 하는 가느다란 대나무채를 준비한다. 이윽고 땅거미가 내리면 아이들은 각자 등을 들고 동산으로 몰려든다. 이 무렵 이웃한 고대도에서도 마주 보이는 봉화산에서 등불써기 준비를 한다. 잠시 후 아이들은 이웃 마을에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서 등불을 켠다. 만일 불을 켜다가 고대도 아이들에게 발각되면 상대편에서는 “고대도가 이겼다.” 하고 함성을 지른다. 어느 편이 먼저 상대에게 발각되면 일제히 고함을 지르면서 등에 불을 붙인다. 놀이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등불을 들고 동산의 상봉을 빙빙 돈 다음 두 패로 편을 나눈다. 그리고 한 무리는 당산 앞을 돌아 우물로 가고, 다른 한 패는 당산 뒷길을 거쳐 우물로 간다. 마을의 공동우물에서 합세한 아이들은 샘 주위를 돌며 “등하 등하 아하 등하” 혹은 “이엉(영) 이엉 아하 이엉”, “영소리가 아하 이엉” 하고 노래를 부른다. 아울러 그 장단에 맞춰 대나무채로 등을 때리면 한지가 울려서 마치 징소리처럼 “쨍쨍” 하고 굉음을 낸다. 아이들은 우물을 돌면서 “뚫어라 뚫어라, 물구녕만 뚫어라.” 하고 고사소리로 사시사철 우물물이 흘러넘치기를 기원한다. 그렇게 샘굿을 한 다음 걸립에 들어간다. 마을로 내려온 아이들은 처음 닿는 집부터 차례로 가가호호를 방문한다. 가령 어느 집에 도착하면 대문 앞에서 등을 두드리며 “문엽쇼, 문엽쇼, 수문대장 문엽쇼, 이엉 이엉 아하영 이엉서리가 아하영.” 하고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문을 열고 반갑게 맞이하여 떡과 사과 등을 성의껏 내준다. 이 음식은 그믐고사와 뱃고사를 지낸 제물(祭物)이다. 아이들은 그 보답으로 우물로 가서 “뚫어라 뚫어라 물구녕만 뚫어라, 곤지곤지 …… 이엉 이엉 아하영 이엉서리가 아하영.” 하고 고사덕담으로 축원을 해준다. 이와 같이 집집마다 돌고 나면 밤이 깊어지고 자루에는 떡이 차고 넘친다. 아이들은 더 신나게 등을 두드리며 처음 모였던 동산으로 다시 올라간다. 그리고 납작한 돌을 주워 사방팔방으로 제단을 쌓고 그 위에 떡과 사과를 진설한 뒤 절을 올리며 치성을 드린다. 축원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고도로 재물이 와서 장고도 배가 그득그득 차게 해주소갯바닥의 조개나 굴도 모두 장고도로 와주소굴아 다른 마을로 가지 말고 우리 마을로 와라연평도 조기 때는 다 모여라조개도 많이 들어오너라모집하러 오는 놈들은 번지거리에 빠져라 축원문 속에는 고기잡이로 연명하던 섬마을 청소년들의 소박한 바람이 배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모집하러 오는 놈들’ 운운하는 마지막 구절인데, 이는 일제강점기에 젊은이들을 징발하러 장고도에 왔던 일본 순사는 번지거리에 빠지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비손을 하고 나면 서해의 고기떼를 부르는 주술적인 놀이가 시작된다. 놀이를 주도하는 아이가 “연평도 조기떼는 다 모여라.” 하고 명령을 내리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아이들은 양손을 옆구리에 대고 각자 바닥을 기면서 조기가 헤엄치는 시늉을 한다. “흑산도 갈치는 다 모여라.”라고 하면 역시 손을 엉덩이에 대고 꼬리를 휘젓는 갈치의 시늉을 하며 모여든다. 이와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모든 고기떼가 장고도로 몰려올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렇게 한바탕 놀이를 한 뒤에 떡과 사과를 조금씩 떼어 사방에 던지고 함께 나누어 먹는다. 한편 파제(罷祭) 후에 나이가 많은 몇몇 청소년들은 자루를 빌려준 집으로 가서 남은 떡을 준다. 혹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을 찾아다니면서 골고루 떡을 나누어 준다. 그러면 그 집에서는 국을 끓여 아이들을 대접하며 이로써 모든 과정은 끝이 난다. 장고도에서는 해마다 등불써기를 하지 않으면 마을에 궂은 일이 발생한다는 속설(俗說)이 전한다.

의의

등불써기놀이는 등바루놀이와 더불어 충남 도서지방을 상징하는 풍어놀이이다. 다만 등바루놀이가 굴과 조개의 성수기인 음력 4월에 여아들에 의해 행해진 놀이라면, 등불써기는 섣달그믐날 청소년들이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신밟기와 풍어제를 근간으로 성립된 이 놀이는 지난날 서해안 섬마을의 문화적 특징이 잘 녹아 있다. 무엇보다도 풍물의 대용으로 준비되는 등불과 제사 후에 어패류를 부르는 모방주술적 유희는 등불써기놀이의 독특한 특징으로 여겨진다.

참고문헌

향토문화 (충남대학교, 1986)충남의 민속예술 (한상수, 충청남도, 1995)島嶼誌-上·中·下- (忠淸南道·韓南大學校 忠淸文化硏究所 共編, 충청남도, 1997)한국민속문화대사전 상, 하권 (김용덕 편, 창솔, 2004)보령의 민요 (이소라, 대천문화원,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