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농바우끄시기

한자명

錦山-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여름(夏) > 6월 > 의례

집필자 강성복(姜成福)
갱신일 2018-11-12

정의

충청남도 금산군 부리면 어재리에 있는 농바우를 대상으로 전승되는 여성이 주도하는 기우제(祈雨祭). 장수의 갑옷이 들어 있다고 전해지는 농바우에 동아줄을 매고 이를 잡아당기면서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우 풍속이다. 여기에서 ‘끄시기’란 ‘끌다’ 또는 ‘끌어내린다’는 뜻을 지닌 금산 지역의 사투리로 농바우끄시기는 농(籠)처럼 생긴 바위를 끈다는 뜻이다.

유래

농바우끄시기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기록은 전하지 않는다. 다만 주변마을에서 농바우에 얽힌 다양한 전설이 지금도 전해져 온다. 옛날에 어재리 느재마을에 두 아내를 거느린 장수가 살고 있었다. 부인들은 투기가 심하여 서로 장수를 차지하려고 늘 다투었다. 그러던 중 전쟁이 발발했다. 장수는 전쟁터에서 큰 공을 세우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벗어놓은 갑옷을 두고 또다시 다투기 시작했다. 화가 난 장수는 갑옷을 빼앗아 바위로 된 단단한 농에 넣고는 다시는 꺼내볼 수 없도록 뒤집어 놓았다. 그때 장수의 갑옷을 보관한 농이 지금의 농바우라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아기장수 전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옛날에 후사가 없어 근심하던 마음씨 착한 부부가 뒤늦게 아들을 얻게 되었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겨드랑이에 날개와 비슷한 비늘이 달렸는가 하면, 세 살이 지나면서 신이한 능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 챈 부모는 장차 집안에 화근이 될 것을 두려워하여 자식을 질식시켜 죽였다. 아이가 죽자 갑자기 뇌성벽력이 치더니 백마 한 마리가 슬피 울면서 농바우 곁에 와서 죽었다. 그 백마는 아이가 장성해서 탈 말이었고, 농바우 속에는 장수가 되면 입을 갑옷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욕심 많은 석공이 소문을 듣고 갑옷을 꺼내 입을 요량으로 농바우를 건드렸다가 혹독한 가뭄을 불러왔다. 이에 길을 지나던 노승이 농바우를 흔들어서 하늘을 노하게 만들면 비를 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노승의 처방대로 농바우를 끄시니 과연 효험이 있어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 뒤부터 한발이 들면 이웃마을의 부녀자들이 농바우를 끄시며 비를 기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장수 혹은 아기장수의 갑옷이 들어 있다고 전해져 오는 농바우에는 또 하나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산 중턱에 걸려 있는 농바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날에는 천지가 개벽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날이 가물면 아낙네들이 농바우를 끌어당기는 시늉을 하는 것인데, 이를 보고 깜짝 놀란 하늘에서 천지개벽이 일어나기 전에 비를 준다는 사고가 전제되어 있다.

내용

충남 금산군 부리면 어재리 느재마을에는 반닫이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농바우가 벼랑 위에 걸려 있다. 한발이 닥치면 부녀자들은 이 바위에 동아줄을 매고 그 줄을 끌어당기며 비를 기원한다. 그러나 초기 단계부터 농바우끄시기가 모의되는 것은 아니다. 가뭄의 징조가 엿보이면 집집마다 대문 앞에 황토를 깔고, 물병에 솔가지를 꽂아서 사립문에 거꾸로 매달아 놓는다. 그러면 솔잎을 타고 물이 흘러내려 비가 오는 것처럼 똑똑 떨어지는데, 이는 잘 알려진 대로 비가 오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실제 상황에서도 운우(雲雨)를 기원하는 유감주술이다. 이렇게 정성을 드린 뒤에도 해갈의 조짐이 없으면 비로소 농바우를 끄셔야 한다는 분위기가 점점 확산된다.

농바우끄시기는 ① 용줄(동아줄)꼬기 ② 용줄매기 ③ 기우제 ④ 농바우끄시기 ⑤ 개막기 ⑥ 날궂이 순으로 진행된다. 마을총회를 거쳐 날짜가 정해지면 밤새 꼰 동아줄을 농바우에 걸고, 부녀자들은 각자 바가지와 키를 가지고 농바우 앞으로 가서 소지를 올리며 치성을 드린다. 이를 ‘무지’ 또는 ‘무제 지낸다’라고 한다. 이윽고 입심 좋은 선소리꾼이 농바우 날망(꼭대기)에 올라앉아 비를 기원하는 선소리를 메기면, 아낙네들은 뒷소리를 받아넘기며 농바우를 끄신다. 이와 같이 선소리꾼과 아낙네들이 호흡을 맞추며 농바우끄시기는 반나절 가량 계속된다.

그런 다음 신기(神氣) 있는 할머니나 단골네가 신장대를 잡고 언제쯤 비가 내릴 것인지를 알아본다. 점괘가 좋게 나오면 아낙네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금강변의 갯여울로 내려가서 돌을 쌓아 냇물을 막는다. 이를 ‘개[洑] 막는다’라고 하는데, 가뭄이 심해 강물조차 바닥을 드러낼 지경이니 여울물을 막아서 날궂이를 하기 위함이다. 날궂이가 시작되면 아낙네들은 옷을 벗고 물 속에 들어가서 갯여울이 떠나가도록 물장난을 치고 논다. 혹은 더러운 고쟁이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강물에 속곳을 빨면서 온갖 해괴망측한 행동을 다한다. 뿐만 아니라 바가지로 물을 떠서 서로 머리에 부으면서, “비 맞아라, 비요! 비요! 이 비 맞고 목깡(목욕)이나 하거라!” 하고 소낙비 맞는 흉내를 낸다. 그런가 하면 챙이(키)에 물을 담아 마을을 향해 까부르거나, “우리 동네 처녀들이 빨래를 못해 시집을 못가니 오늘내루(로) 비 좀 내려 주시오.” 하고 간곡하게 호소를 드린다. 곧 날궂이는 단순한 물놀이가 아니라, 그 자체가 비를 염원하는 강력한 주술적 장치이다.

촌로들의 말에 따르면 농바우끄시기는 인명을 좌우하는 극심한 가뭄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은 주민들 스스로가 천지개벽을 도모하는 행위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곧 농바우를 끌어내리는 것은 절대자에 대한 위협이자 역습이요, 하늘의 섭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금단의 영역인 것이다. 그러므로 농바우끄시기는 마을 사람들의 간절한 호소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폐농 직전의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였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

의의

농바우에 깃든 전설을 매개로 성립된 농바우끄시기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기우 풍속 중에서도 전례가 드문 사례이다. 이 독특한 방식의 기우제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 후기 아기장수 전설과 같은 혁세사상과 절묘하게 결합되면서 그 경외감은 한층 증폭되었으리라 짐작된다. 그것은 곧 농바우끄시기가 금강 최대의 기우 행사로 확산되는 원천으로 작용하였다. 무엇보다도 전설이 지닌 상징성과 벌거벗은 아낙네들에 의한 날궂이 기우, 그리고 동아줄을 바위에 매고 끌어내리는 주술적 행위, 곧 천지개벽의 관념을 역이용하여 비를 부르는 역동적인 의례는 파격적인 연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그 속에 내재된 다양한 주술적 의미와 민간 사고는 우리나라의 기우 풍속과 생활문화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금산의 민속놀이 (강성복, 금산문화원, 1994)
한국민요대전 충청남도 편 (문화방송, 1995)
충청민속문화론 (강성복, 민속원, 2005)

금산농바우끄시기

금산농바우끄시기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여름(夏) > 6월 > 의례

집필자 강성복(姜成福)
갱신일 2018-11-12

정의

충청남도 금산군 부리면 어재리에 있는 농바우를 대상으로 전승되는 여성이 주도하는 기우제(祈雨祭). 장수의 갑옷이 들어 있다고 전해지는 농바우에 동아줄을 매고 이를 잡아당기면서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우 풍속이다. 여기에서 ‘끄시기’란 ‘끌다’ 또는 ‘끌어내린다’는 뜻을 지닌 금산 지역의 사투리로 농바우끄시기는 농(籠)처럼 생긴 바위를 끈다는 뜻이다.

유래

농바우끄시기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기록은 전하지 않는다. 다만 주변마을에서 농바우에 얽힌 다양한 전설이 지금도 전해져 온다. 옛날에 어재리 느재마을에 두 아내를 거느린 장수가 살고 있었다. 부인들은 투기가 심하여 서로 장수를 차지하려고 늘 다투었다. 그러던 중 전쟁이 발발했다. 장수는 전쟁터에서 큰 공을 세우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벗어놓은 갑옷을 두고 또다시 다투기 시작했다. 화가 난 장수는 갑옷을 빼앗아 바위로 된 단단한 농에 넣고는 다시는 꺼내볼 수 없도록 뒤집어 놓았다. 그때 장수의 갑옷을 보관한 농이 지금의 농바우라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아기장수 전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옛날에 후사가 없어 근심하던 마음씨 착한 부부가 뒤늦게 아들을 얻게 되었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겨드랑이에 날개와 비슷한 비늘이 달렸는가 하면, 세 살이 지나면서 신이한 능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 챈 부모는 장차 집안에 화근이 될 것을 두려워하여 자식을 질식시켜 죽였다. 아이가 죽자 갑자기 뇌성벽력이 치더니 백마 한 마리가 슬피 울면서 농바우 곁에 와서 죽었다. 그 백마는 아이가 장성해서 탈 말이었고, 농바우 속에는 장수가 되면 입을 갑옷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욕심 많은 석공이 소문을 듣고 갑옷을 꺼내 입을 요량으로 농바우를 건드렸다가 혹독한 가뭄을 불러왔다. 이에 길을 지나던 노승이 농바우를 흔들어서 하늘을 노하게 만들면 비를 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노승의 처방대로 농바우를 끄시니 과연 효험이 있어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 뒤부터 한발이 들면 이웃마을의 부녀자들이 농바우를 끄시며 비를 기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장수 혹은 아기장수의 갑옷이 들어 있다고 전해져 오는 농바우에는 또 하나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산 중턱에 걸려 있는 농바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날에는 천지가 개벽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날이 가물면 아낙네들이 농바우를 끌어당기는 시늉을 하는 것인데, 이를 보고 깜짝 놀란 하늘에서 천지개벽이 일어나기 전에 비를 준다는 사고가 전제되어 있다.

내용

충남 금산군 부리면 어재리 느재마을에는 반닫이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농바우가 벼랑 위에 걸려 있다. 한발이 닥치면 부녀자들은 이 바위에 동아줄을 매고 그 줄을 끌어당기며 비를 기원한다. 그러나 초기 단계부터 농바우끄시기가 모의되는 것은 아니다. 가뭄의 징조가 엿보이면 집집마다 대문 앞에 황토를 깔고, 물병에 솔가지를 꽂아서 사립문에 거꾸로 매달아 놓는다. 그러면 솔잎을 타고 물이 흘러내려 비가 오는 것처럼 똑똑 떨어지는데, 이는 잘 알려진 대로 비가 오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실제 상황에서도 운우(雲雨)를 기원하는 유감주술이다. 이렇게 정성을 드린 뒤에도 해갈의 조짐이 없으면 비로소 농바우를 끄셔야 한다는 분위기가 점점 확산된다. 농바우끄시기는 ① 용줄(동아줄)꼬기 ② 용줄매기 ③ 기우제 ④ 농바우끄시기 ⑤ 개막기 ⑥ 날궂이 순으로 진행된다. 마을총회를 거쳐 날짜가 정해지면 밤새 꼰 동아줄을 농바우에 걸고, 부녀자들은 각자 바가지와 키를 가지고 농바우 앞으로 가서 소지를 올리며 치성을 드린다. 이를 ‘무지’ 또는 ‘무제 지낸다’라고 한다. 이윽고 입심 좋은 선소리꾼이 농바우 날망(꼭대기)에 올라앉아 비를 기원하는 선소리를 메기면, 아낙네들은 뒷소리를 받아넘기며 농바우를 끄신다. 이와 같이 선소리꾼과 아낙네들이 호흡을 맞추며 농바우끄시기는 반나절 가량 계속된다. 그런 다음 신기(神氣) 있는 할머니나 단골네가 신장대를 잡고 언제쯤 비가 내릴 것인지를 알아본다. 점괘가 좋게 나오면 아낙네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금강변의 갯여울로 내려가서 돌을 쌓아 냇물을 막는다. 이를 ‘개[洑] 막는다’라고 하는데, 가뭄이 심해 강물조차 바닥을 드러낼 지경이니 여울물을 막아서 날궂이를 하기 위함이다. 날궂이가 시작되면 아낙네들은 옷을 벗고 물 속에 들어가서 갯여울이 떠나가도록 물장난을 치고 논다. 혹은 더러운 고쟁이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강물에 속곳을 빨면서 온갖 해괴망측한 행동을 다한다. 뿐만 아니라 바가지로 물을 떠서 서로 머리에 부으면서, “비 맞아라, 비요! 비요! 이 비 맞고 목깡(목욕)이나 하거라!” 하고 소낙비 맞는 흉내를 낸다. 그런가 하면 챙이(키)에 물을 담아 마을을 향해 까부르거나, “우리 동네 처녀들이 빨래를 못해 시집을 못가니 오늘내루(로) 비 좀 내려 주시오.” 하고 간곡하게 호소를 드린다. 곧 날궂이는 단순한 물놀이가 아니라, 그 자체가 비를 염원하는 강력한 주술적 장치이다. 촌로들의 말에 따르면 농바우끄시기는 인명을 좌우하는 극심한 가뭄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은 주민들 스스로가 천지개벽을 도모하는 행위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곧 농바우를 끌어내리는 것은 절대자에 대한 위협이자 역습이요, 하늘의 섭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금단의 영역인 것이다. 그러므로 농바우끄시기는 마을 사람들의 간절한 호소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폐농 직전의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였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

의의

농바우에 깃든 전설을 매개로 성립된 농바우끄시기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기우 풍속 중에서도 전례가 드문 사례이다. 이 독특한 방식의 기우제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 후기 아기장수 전설과 같은 혁세사상과 절묘하게 결합되면서 그 경외감은 한층 증폭되었으리라 짐작된다. 그것은 곧 농바우끄시기가 금강 최대의 기우 행사로 확산되는 원천으로 작용하였다. 무엇보다도 전설이 지닌 상징성과 벌거벗은 아낙네들에 의한 날궂이 기우, 그리고 동아줄을 바위에 매고 끌어내리는 주술적 행위, 곧 천지개벽의 관념을 역이용하여 비를 부르는 역동적인 의례는 파격적인 연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그 속에 내재된 다양한 주술적 의미와 민간 사고는 우리나라의 기우 풍속과 생활문화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금산의 민속놀이 (강성복, 금산문화원, 1994)한국민요대전 충청남도 편 (문화방송, 1995)충청민속문화론 (강성복, 민속원,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