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제

한자명

-祭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정월(正月) > 1월 > 의례

집필자 강성복(姜成福)
갱신일 2018-10-30

정의

정월 초삼일이나 대보름 무렵에 마을 입구 또는 거리에서 무병제액(無病除厄)과 풍농을 기원하는 동제의 한 종류. 신앙 대상물의 신격(神格)에 따라 노신제(路神祭)·장승제·동고사(洞告祀)·노승제(路丞祭)·서낭제·목신제(木神祭)·탑제(塔祭)·수살제 등으로도 부른다. 넓은 의미에서 거리제는 길거리에서 행해지는 모든 제사를 일컫는 개념으로 볼 수 있으나, 제의 명칭에 거리[路] 또는 노신(路神)의 의미가 내포된 동제로 국한한다.

내용

거리제는 충청지방을 위시한 전남·경남 지역 일부에서 호칭되는 동제의 명칭이다. 특히, 대전·충남에서는 하당(下堂)에 대한 의례를 거리제 혹은 노신제라 칭하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로 광범위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물론 신앙 대상물이 장승인 경우에는 장승제, 탑을 모시면 탑제라 칭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거리제란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정월 초에서 대보름 사이에 주로 거행되는 거리제는 신년제(新年祭)의 성격이 짙다. 산신제로 대표되는 상당의례(上堂儀禮)가 마을 전체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거리제는 하당의례(下堂儀禮)의 특성상 재액소멸(災厄消滅), 역질퇴치(疫疾退治), 우마창성(牛馬昌盛) 등 좀더 구체적이고 세세한 소망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전염병과 괴질의 창궐로 인해 인명의 손실이 컸던 지난날의 열악한 사정을 일정부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거리제의 특징은 제의 과정에 그대로 수용되어 액운을 실어나르는 상징적인 존재로서 짚말[芻馬]이 등장하는가 하면, 해물리기(해물림)·헌식(獻食) 등과 같은 독특한 의식이 부가되기도 한다. 가령 거리제를 마치면 제물의 일부를 떼어 사방에 뿌려주거나 길 한복판에 열십자[十]를 그은 다음 그 위에 칼을 꽂고 바가지를 씌워 둔다. 때로 제관은 부엌칼을 집어던지며 사뭇 위협적인 말로 잡귀를 겁주고 어르기도 하는데, 지방에 따라서는 짚으로 엮은 오쟁이에 음식을 담아주거나 한지에 제물을 싸서 땅에 묻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거리제에 초대받지 못한 잡귀와 잡신을 풀어먹이는 의식으로, 이를 통해 혹시 마을에 해를 끼칠지도 모를 사악한 기운과 액운을 제거하는 것이다. 동해안별신굿의 마지막 거리에서도 잡신을 풀어먹이는 거리굿이 빠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리제의 대상신은 매우 다양하다. 이른바 하위신(下位神)으로 일컬어지는 장승, 솟대, 탑(塔), 선돌, 신목(神木)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들 하위신은 단독으로 세워지기도 하지만 몇 개의 신체(神體)가 복합양상을 이루면서 하나의 성역을 구성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령 충북 옥천군 군서면 사정리에서는 탑, 장승, 솟대, 신목이 거리제의 대상신이고, 충남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의 경우에는 장승, 솟대, 선돌이 복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부산시 금정구 두구동의 거리제는 탑과 그 위에 얹힌 오리 모양의 새를 신체로 모시는데 이를 ‘거릿대’라 부른다. 이와 같이 장승과 솟대, 탑과 선돌, 장승과 탑 등이 공존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며, 그것은 마을 입구에 이중삼중의 방어막을 구축함으로써 재액(災厄)의 침범을 막고 정주공간을 정화시키기 위한 일련의 조치이다.

그런가 하면 별도의 신앙 대상물이 없는 경우에도 동구 밖 삼거리나 진입로에서 거리제를 지내기도 한다. 왜냐하면 사람과 우마차가 길을 통해서 마을로 출입하듯이 인간에게 해로운 존재인 온갖 부정과 전염병의 침입 역시 동일하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근래 들어 도로변에 위치한 마을에서는 빈발하는 자동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거리제를 지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역사례

충남 부여군 내산면 지티리에서는 정월 15일에 노신제를 지내는데, 짚으로 엮은 짚말이 등장하는 것이 흥미롭다. 여기에서 짚말은 마을의 재액과 잡신을 싣고 가는 상징적인 신승물(神乘物)의 성격을 띤다. 그리하여 제를 마칠 무렵에는 짚말의 오쟁이에 제물을 가득 담아 아이들로 하여금 동구 밖으로 번개처럼 뛰어가게 한다. 이로써 마을의 모든 액운을 짚말이 가져간다고 믿는다. 짚말은 천연두를 배송(拜送)하는 무속신앙의 마마배송굿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는 동해안별신굿에 등장하는 짚말, 곧 두창신(천연두)을 배송하고 축원하는 말놀이 혹은 말치레놀이와 동일한 의미이다. 전남 신안군 도초면 고란리 당제에도 대말[竹馬]을 만들어서 마부가 데리고 놀다가 동네 앞 개울가에 버리는 의식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대마가 잡신을 실어다 버리기 때문에 돌림병이 없고 풍년이 든다고 한다.

전남 진도군 군내면 덕병리에서는 정월 대보름날 삼거리에서 거리제를 올린 다음, 장승이 있는 곳으로 가는 도중에 잡곡밥을 뿌려서 잡귀·잡신을 먹인다. 그리고 왼새끼에 소의 턱뼈를 꿰어 장승의 목에 걸어주고, 제를 마치면 음식의 일부를 짚에 싸서 모두 12개를 제장 주변에 군데군데 놓아둔다. 이를 ‘헌식’이라 한다.

충남 아산의 일부 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격년제로 노승제를 지내는데, 대상신은 거리의 정승[路丞]으로 일컬어지는 장승과 솟대이다. 장승을 최고의 벼슬아치인 정승에 비유함으로써 그 주술적인 힘으로 돌림병과 재앙을 물리친다는 사고가 내포되어 있다. 노승제는 하루 전에 장승을 깎아서 어깨에 매고 집집마다 걸립을 도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풍물패를 맞이한 각 가정에서는 저고리의 동정을 떼어 장승의 관모에 달아주고 실타래로 온 몸을 감아준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충남 논산시 상월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즉, 거리제를 지내기 전에 짚으로 실물 크기의 신랑각시인형을 만들어 등에 짊어지고 다니며 가가호호를 방문한다. 이때 걸립을 당한 집에서 동정을 떼어 인형의 몸에 걸어주면 한 해의 액땜을 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것은 달집태우기에서 마을 사람들이 저고리의 동정을 불사르고, 액년(厄年)이 든 가정에서 별도로 거리제를 지내며 동정을 태우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장차 자신에게 닥칠 액운을 미연에 방지한다고 믿는다.

대전 유성의 한 마을에서는 특이하게도 거리제의 제물로 개를 잡아 통째로 바쳤다. 희생물로 진설되는 개는 흑구(黑狗)를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황구(黃狗)를 쓰기도 했다. 이와 함께 마을에서는 메밀묵을 따로 준비하는데 그 까닭은 도깨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거리제에 메밀묵을 올리는 것은 종종 목격되는 사례이며, 이는 제사 후에 도깨비와 사방의 잡신을 풀어먹이는 해물림에 사용된다.

장승과 솟대를 모시는 충남 공주시 반포면에서는 수수망세기(수수팥떡)와 메밀묵을 제물로 올린다. 파제 후에 제관은 수수망세기를 화살에 꿰어 공중으로 날려보낸다. 이어 거리제에 참석한 주민들도 차례로 활을 돌려가며 그렇게 한 뒤에 비로소 음복(飮福)을 한다. 여기에는 잡신을 먼저 대접하고 배송한다는 의도와 함께 붉은색이 갖는 벽사력(辟邪力)을 차용한 재액구축(災厄驅逐)의 상징성이 내포되어 있다. 충남 금산에서도 이와 동일한 사례를 찾을 수 있는데 거리제의 제물로 수수팥떡 25개를 준비했다가 제를 마치면 꼬챙이에 꿰어 던지면서 “허세! 허세!” 하고 소리를 지른다. 이것은 경기도 도당굿에서 남자 무당인 산이가 군웅굿을 마치고 화살에 시루떡 한 조각을 꿰어 날려 보내는 것이나 무녀가 궁무(弓舞)를 춘 뒤에 복숭아나무로 만든 화살을 굿당 밖으로 날려 잡귀를 물리치는 의식과 동일한 상징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의의

전통사회에서 마을 입구는 성(聖)과 속(俗), 안과 밖의 세계가 경계지어지는 공간이다. 또한 이곳은 재복(財福)이 들어오는 동시에 빠져나가는 통로이고 나아가 온갖 재앙과 부정이 깃드는 길목으로 인식되었다. 이 때문에 바로 그러한 요충지에 숲과 탑을 조성하여 비보(裨補)하거나 장승, 솟대, 선돌 등을 인위적으로 건립함으로써 재액구축의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였다. 거리제의 신앙 대상물이 이들 하위신과 거리신이라고 한다면, 새해를 맞이하여 간절한 소망을 축원하는 거리제의 의미가 좀더 선명하게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朝鮮巫俗考 (李能和, 啓明19, 啓明俱樂部, 1927)
충남지방 장승·솟대신앙 (국립민속박물관, 1991)
錦江誌 (忠淸南道·韓南大學校, 1993)
마을신앙의 사회사 (이필영, 웅진, 1994)
한국의 마을제당1~7 (국립민속박물관, 1995~2003)
전남지방 장승·솟대신앙 (국립민속박물관, 1996)
경남지방 장승·솟대신앙 (국립민속박물관, 1997)
大田民俗誌 上 (大田廣域市史編纂委員會, 2002)
槐木亭 路神祭와 洞火 (강성복, 부여문화원, 2003)

거리제

거리제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정월(正月) > 1월 > 의례

집필자 강성복(姜成福)
갱신일 2018-10-30

정의

정월 초삼일이나 대보름 무렵에 마을 입구 또는 거리에서 무병제액(無病除厄)과 풍농을 기원하는 동제의 한 종류. 신앙 대상물의 신격(神格)에 따라 노신제(路神祭)·장승제·동고사(洞告祀)·노승제(路丞祭)·서낭제·목신제(木神祭)·탑제(塔祭)·수살제 등으로도 부른다. 넓은 의미에서 거리제는 길거리에서 행해지는 모든 제사를 일컫는 개념으로 볼 수 있으나, 제의 명칭에 거리[路] 또는 노신(路神)의 의미가 내포된 동제로 국한한다.

내용

거리제는 충청지방을 위시한 전남·경남 지역 일부에서 호칭되는 동제의 명칭이다. 특히, 대전·충남에서는 하당(下堂)에 대한 의례를 거리제 혹은 노신제라 칭하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로 광범위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물론 신앙 대상물이 장승인 경우에는 장승제, 탑을 모시면 탑제라 칭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거리제란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정월 초에서 대보름 사이에 주로 거행되는 거리제는 신년제(新年祭)의 성격이 짙다. 산신제로 대표되는 상당의례(上堂儀禮)가 마을 전체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거리제는 하당의례(下堂儀禮)의 특성상 재액소멸(災厄消滅), 역질퇴치(疫疾退治), 우마창성(牛馬昌盛) 등 좀더 구체적이고 세세한 소망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전염병과 괴질의 창궐로 인해 인명의 손실이 컸던 지난날의 열악한 사정을 일정부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거리제의 특징은 제의 과정에 그대로 수용되어 액운을 실어나르는 상징적인 존재로서 짚말[芻馬]이 등장하는가 하면, 해물리기(해물림)·헌식(獻食) 등과 같은 독특한 의식이 부가되기도 한다. 가령 거리제를 마치면 제물의 일부를 떼어 사방에 뿌려주거나 길 한복판에 열십자[十]를 그은 다음 그 위에 칼을 꽂고 바가지를 씌워 둔다. 때로 제관은 부엌칼을 집어던지며 사뭇 위협적인 말로 잡귀를 겁주고 어르기도 하는데, 지방에 따라서는 짚으로 엮은 오쟁이에 음식을 담아주거나 한지에 제물을 싸서 땅에 묻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거리제에 초대받지 못한 잡귀와 잡신을 풀어먹이는 의식으로, 이를 통해 혹시 마을에 해를 끼칠지도 모를 사악한 기운과 액운을 제거하는 것이다. 동해안별신굿의 마지막 거리에서도 잡신을 풀어먹이는 거리굿이 빠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리제의 대상신은 매우 다양하다. 이른바 하위신(下位神)으로 일컬어지는 장승, 솟대, 탑(塔), 선돌, 신목(神木)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들 하위신은 단독으로 세워지기도 하지만 몇 개의 신체(神體)가 복합양상을 이루면서 하나의 성역을 구성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령 충북 옥천군 군서면 사정리에서는 탑, 장승, 솟대, 신목이 거리제의 대상신이고, 충남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의 경우에는 장승, 솟대, 선돌이 복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부산시 금정구 두구동의 거리제는 탑과 그 위에 얹힌 오리 모양의 새를 신체로 모시는데 이를 ‘거릿대’라 부른다. 이와 같이 장승과 솟대, 탑과 선돌, 장승과 탑 등이 공존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며, 그것은 마을 입구에 이중삼중의 방어막을 구축함으로써 재액(災厄)의 침범을 막고 정주공간을 정화시키기 위한 일련의 조치이다. 그런가 하면 별도의 신앙 대상물이 없는 경우에도 동구 밖 삼거리나 진입로에서 거리제를 지내기도 한다. 왜냐하면 사람과 우마차가 길을 통해서 마을로 출입하듯이 인간에게 해로운 존재인 온갖 부정과 전염병의 침입 역시 동일하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근래 들어 도로변에 위치한 마을에서는 빈발하는 자동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거리제를 지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역사례

충남 부여군 내산면 지티리에서는 정월 15일에 노신제를 지내는데, 짚으로 엮은 짚말이 등장하는 것이 흥미롭다. 여기에서 짚말은 마을의 재액과 잡신을 싣고 가는 상징적인 신승물(神乘物)의 성격을 띤다. 그리하여 제를 마칠 무렵에는 짚말의 오쟁이에 제물을 가득 담아 아이들로 하여금 동구 밖으로 번개처럼 뛰어가게 한다. 이로써 마을의 모든 액운을 짚말이 가져간다고 믿는다. 짚말은 천연두를 배송(拜送)하는 무속신앙의 마마배송굿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는 동해안별신굿에 등장하는 짚말, 곧 두창신(천연두)을 배송하고 축원하는 말놀이 혹은 말치레놀이와 동일한 의미이다. 전남 신안군 도초면 고란리 당제에도 대말[竹馬]을 만들어서 마부가 데리고 놀다가 동네 앞 개울가에 버리는 의식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대마가 잡신을 실어다 버리기 때문에 돌림병이 없고 풍년이 든다고 한다. 전남 진도군 군내면 덕병리에서는 정월 대보름날 삼거리에서 거리제를 올린 다음, 장승이 있는 곳으로 가는 도중에 잡곡밥을 뿌려서 잡귀·잡신을 먹인다. 그리고 왼새끼에 소의 턱뼈를 꿰어 장승의 목에 걸어주고, 제를 마치면 음식의 일부를 짚에 싸서 모두 12개를 제장 주변에 군데군데 놓아둔다. 이를 ‘헌식’이라 한다. 충남 아산의 일부 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격년제로 노승제를 지내는데, 대상신은 거리의 정승[路丞]으로 일컬어지는 장승과 솟대이다. 장승을 최고의 벼슬아치인 정승에 비유함으로써 그 주술적인 힘으로 돌림병과 재앙을 물리친다는 사고가 내포되어 있다. 노승제는 하루 전에 장승을 깎아서 어깨에 매고 집집마다 걸립을 도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풍물패를 맞이한 각 가정에서는 저고리의 동정을 떼어 장승의 관모에 달아주고 실타래로 온 몸을 감아준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충남 논산시 상월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즉, 거리제를 지내기 전에 짚으로 실물 크기의 신랑각시인형을 만들어 등에 짊어지고 다니며 가가호호를 방문한다. 이때 걸립을 당한 집에서 동정을 떼어 인형의 몸에 걸어주면 한 해의 액땜을 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것은 달집태우기에서 마을 사람들이 저고리의 동정을 불사르고, 액년(厄年)이 든 가정에서 별도로 거리제를 지내며 동정을 태우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장차 자신에게 닥칠 액운을 미연에 방지한다고 믿는다. 대전 유성의 한 마을에서는 특이하게도 거리제의 제물로 개를 잡아 통째로 바쳤다. 희생물로 진설되는 개는 흑구(黑狗)를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황구(黃狗)를 쓰기도 했다. 이와 함께 마을에서는 메밀묵을 따로 준비하는데 그 까닭은 도깨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거리제에 메밀묵을 올리는 것은 종종 목격되는 사례이며, 이는 제사 후에 도깨비와 사방의 잡신을 풀어먹이는 해물림에 사용된다. 장승과 솟대를 모시는 충남 공주시 반포면에서는 수수망세기(수수팥떡)와 메밀묵을 제물로 올린다. 파제 후에 제관은 수수망세기를 화살에 꿰어 공중으로 날려보낸다. 이어 거리제에 참석한 주민들도 차례로 활을 돌려가며 그렇게 한 뒤에 비로소 음복(飮福)을 한다. 여기에는 잡신을 먼저 대접하고 배송한다는 의도와 함께 붉은색이 갖는 벽사력(辟邪力)을 차용한 재액구축(災厄驅逐)의 상징성이 내포되어 있다. 충남 금산에서도 이와 동일한 사례를 찾을 수 있는데 거리제의 제물로 수수팥떡 25개를 준비했다가 제를 마치면 꼬챙이에 꿰어 던지면서 “허세! 허세!” 하고 소리를 지른다. 이것은 경기도 도당굿에서 남자 무당인 산이가 군웅굿을 마치고 화살에 시루떡 한 조각을 꿰어 날려 보내는 것이나 무녀가 궁무(弓舞)를 춘 뒤에 복숭아나무로 만든 화살을 굿당 밖으로 날려 잡귀를 물리치는 의식과 동일한 상징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의의

전통사회에서 마을 입구는 성(聖)과 속(俗), 안과 밖의 세계가 경계지어지는 공간이다. 또한 이곳은 재복(財福)이 들어오는 동시에 빠져나가는 통로이고 나아가 온갖 재앙과 부정이 깃드는 길목으로 인식되었다. 이 때문에 바로 그러한 요충지에 숲과 탑을 조성하여 비보(裨補)하거나 장승, 솟대, 선돌 등을 인위적으로 건립함으로써 재액구축의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였다. 거리제의 신앙 대상물이 이들 하위신과 거리신이라고 한다면, 새해를 맞이하여 간절한 소망을 축원하는 거리제의 의미가 좀더 선명하게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朝鮮巫俗考 (李能和, 啓明19, 啓明俱樂部, 1927)충남지방 장승·솟대신앙 (국립민속박물관, 1991)錦江誌 (忠淸南道·韓南大學校, 1993)마을신앙의 사회사 (이필영, 웅진, 1994)한국의 마을제당1~7 (국립민속박물관, 1995~2003)전남지방 장승·솟대신앙 (국립민속박물관, 1996)경남지방 장승·솟대신앙 (국립민속박물관, 1997)大田民俗誌 上 (大田廣域市史編纂委員會, 2002)槐木亭 路神祭와 洞火 (강성복, 부여문화원,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