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무리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가을(秋) > 9월 > 생업

집필자 박호석(朴虎錫)

정의

가을걷이한 곡식이나 채소를 식량과 종자로 쓰기 위해 잘 챙겨 간수하는 일. 저장(貯藏)이라고도 한다.

내용

가을걷이가 끝나면 추수한 곡식이나 채소를 양식이나 씨앗으로 쓰기 위해 갈무리를 해둔다. 갈무리에는 작물의 종류와 그 양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특히 씨앗의 경우에는 매우 소중하게 여겨 보관하는 장소를 가리는 풍습이 있다.

추수한 나락은 섬이나 가마니를 쓰기도 하지만 농사가 많으면 나락뒤주에 갈무리했다. 나락뒤주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 마당 한 쪽에 두툼하게 짚을 깔고 짚으로 엮은 날개를 둘러 울을 세운 다음 그 안에 나락을 채우고, 지붕은 빗물이 스미지 않도록 이엉을 덮고 꼭대기에는 고깔 모양의 덮개를 덮는 방식의 일종의 임시저장고가 있다. 경상도에서는 이를 볏두지라고 하고, 전라도에서는 둑집이라고도 부른다. 울을 짚으로 엮은 날개를 쓰지 않고 멍석으로 두르는 방식도 있다. 둘째, 한 칸 또는 서너 칸의 마치 작은 집처럼 지은 시설로, 사방의 벽을 널빤지로 하고 한쪽 벽의 설주에 홈을 파서 여러 개의 쪽널을 차곡차곡 끼워 넣어 문으로 사용한다. 지붕은 기와나 이엉으로 덮고 습기가 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뒤주 바닥을 땅에서 30~50센티미터를 띄운다. 셋째, 살림집의 방 한 칸을 뒤주로 쓰는 방식으로 곡식을 꺼내는 문에는 쪽널을 끼운다. 넷째, 대쪽으로 항아리처럼 큰 그릇을 만들고 틈새를 진흙으로 발라 나락이 새지 않도록 하고, 앞쪽 가운데로는 쪽널 문을 낸다. 큰 것은 열 섬 이상의 나락을 갈무리할 수 있다.

집 모양의 나락뒤주에는 벽에 ‘적소성대(積小成大)’와 같은 글귀를 쓰거나 주련으로 써서 기둥에 달기도 했다. 뒤주를 쓰지 않는 경우에는 섬이나 멱서리에 담아 곳간에 쌓아두었다.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섬 대신 가마니를 사용하다 근년부터는 40킬로그램짜리 마대나 플라스틱 포대를 사용한다. 또 최근에는 콤바인으로 수확한 벼를 대형 포대나 탱크에 담아 곧바로 미곡 종합 처리장으로 운반하여 그곳에서 건조하고 저장하는 가공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벼가 아닌 잡곡류는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가마니에 담아 갈무리한다.

한편 감자와 고구마는 캐거나 운반할 때 생긴 상처가 잘 말라 아물 때까지 그늘에 펴 널었다가 움[窖]에 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움은 갈무리할 양이 많고 적음에 따라 그 크기에 차이가 있지만, 대개 1.5미터의 깊이와 지름으로 둥글게 땅을 파고 바닥에는 왕겨나 짚을 깔고 그 안에 갈무리한다. 위는 다시 짚이나 왕겨로 덮고 겨울에 얼지 않게 충분히 흙으로 덮거나 지붕을 한다. 큰 움에는 움 속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지붕에 바람이 통하는 구멍을 낸다. 그리고 양이 많지 않거나 겨우내 식량으로 하는 경우에는 방 한 칸 모두나 일부에 통가리를 만들어 갈무리하기도 했다.

지금은 움 대신 비탈진 땅에 10미터 이상 되는 굴을 파서 저장하거나 저장실의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저온저장고에 갈무리한다.

이듬해 농사에 쓸 씨앗을 갈무리하는 일을 씨갈무리라고 한다. 가을걷이하면서 씨앗으로 쓸 것은 따로 베어서 떨어두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타작할 때 잘 여문 것으로 덜어둔다. 나락은 개상이나 탯돌로 타작할 때 맨 앞에 떨어진 것을 씨앗으로 쓰는데, 잘 여문 것이 앞쪽에 떨어지는 것으로 여겼다. 볍씨는 잘 말려 자루나 가마니에 담아 방 한구석에 쌓아두는데, 만약 그 방에서 사람이 죽거나 하면 부정하다 하여 이듬해 씨앗으로 쓰지 않았다.

재배가 적은 작물의 씨앗은 뒤웅박이나 씨주머니에 담아 보관하고 조, 수수, 기장, 옥수수의 이삭을 베어서 한 줌씩 묶어 방이나 곳간에 걸어두었다가 이듬해 떨어서 씨앗으로 쓴다.

한편 고구마는 씨로 쓸 것은 상강(霜降) 전에 캐서 크기가 적당하고 상처가 없는 것을 골라 며칠 동안 그늘에서 말린 다음, 여물과 섞어 망태에 담아 사람이 사는 방의 벽에 걸어 두거나 흙을 섞어 항아리에 담은 다음 방 한구석에 두었다. 감자는 서늘한 곳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움에 저장했던 것을 쓰거나 곳간에 얼지 않게 두었다가 씨앗으로 쓴다.

참고문헌

增補山林經濟, 作物學槪要 (趙載英, 鄕文社, 1962), 韓國 在來農耕의 地域差 (張籌根 외, 韓國의 農耕文化-京畿大學 博物館 開館 特輯, 京畿大學出版, 1983),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1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7), 한국 민속의 세계4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1), 한국의 농기구 (박호석·안승모, 어문각, 2001)

갈무리

갈무리
사전위치

한국세시풍속사전 > 가을(秋) > 9월 > 생업

집필자 박호석(朴虎錫)

정의

가을걷이한 곡식이나 채소를 식량과 종자로 쓰기 위해 잘 챙겨 간수하는 일. 저장(貯藏)이라고도 한다.

내용

가을걷이가 끝나면 추수한 곡식이나 채소를 양식이나 씨앗으로 쓰기 위해 갈무리를 해둔다. 갈무리에는 작물의 종류와 그 양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특히 씨앗의 경우에는 매우 소중하게 여겨 보관하는 장소를 가리는 풍습이 있다. 추수한 나락은 섬이나 가마니를 쓰기도 하지만 농사가 많으면 나락뒤주에 갈무리했다. 나락뒤주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 마당 한 쪽에 두툼하게 짚을 깔고 짚으로 엮은 날개를 둘러 울을 세운 다음 그 안에 나락을 채우고, 지붕은 빗물이 스미지 않도록 이엉을 덮고 꼭대기에는 고깔 모양의 덮개를 덮는 방식의 일종의 임시저장고가 있다. 경상도에서는 이를 볏두지라고 하고, 전라도에서는 둑집이라고도 부른다. 울을 짚으로 엮은 날개를 쓰지 않고 멍석으로 두르는 방식도 있다. 둘째, 한 칸 또는 서너 칸의 마치 작은 집처럼 지은 시설로, 사방의 벽을 널빤지로 하고 한쪽 벽의 설주에 홈을 파서 여러 개의 쪽널을 차곡차곡 끼워 넣어 문으로 사용한다. 지붕은 기와나 이엉으로 덮고 습기가 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뒤주 바닥을 땅에서 30~50센티미터를 띄운다. 셋째, 살림집의 방 한 칸을 뒤주로 쓰는 방식으로 곡식을 꺼내는 문에는 쪽널을 끼운다. 넷째, 대쪽으로 항아리처럼 큰 그릇을 만들고 틈새를 진흙으로 발라 나락이 새지 않도록 하고, 앞쪽 가운데로는 쪽널 문을 낸다. 큰 것은 열 섬 이상의 나락을 갈무리할 수 있다. 집 모양의 나락뒤주에는 벽에 ‘적소성대(積小成大)’와 같은 글귀를 쓰거나 주련으로 써서 기둥에 달기도 했다. 뒤주를 쓰지 않는 경우에는 섬이나 멱서리에 담아 곳간에 쌓아두었다.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섬 대신 가마니를 사용하다 근년부터는 40킬로그램짜리 마대나 플라스틱 포대를 사용한다. 또 최근에는 콤바인으로 수확한 벼를 대형 포대나 탱크에 담아 곧바로 미곡 종합 처리장으로 운반하여 그곳에서 건조하고 저장하는 가공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벼가 아닌 잡곡류는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가마니에 담아 갈무리한다. 한편 감자와 고구마는 캐거나 운반할 때 생긴 상처가 잘 말라 아물 때까지 그늘에 펴 널었다가 움[窖]에 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움은 갈무리할 양이 많고 적음에 따라 그 크기에 차이가 있지만, 대개 1.5미터의 깊이와 지름으로 둥글게 땅을 파고 바닥에는 왕겨나 짚을 깔고 그 안에 갈무리한다. 위는 다시 짚이나 왕겨로 덮고 겨울에 얼지 않게 충분히 흙으로 덮거나 지붕을 한다. 큰 움에는 움 속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지붕에 바람이 통하는 구멍을 낸다. 그리고 양이 많지 않거나 겨우내 식량으로 하는 경우에는 방 한 칸 모두나 일부에 통가리를 만들어 갈무리하기도 했다. 지금은 움 대신 비탈진 땅에 10미터 이상 되는 굴을 파서 저장하거나 저장실의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저온저장고에 갈무리한다. 이듬해 농사에 쓸 씨앗을 갈무리하는 일을 씨갈무리라고 한다. 가을걷이하면서 씨앗으로 쓸 것은 따로 베어서 떨어두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타작할 때 잘 여문 것으로 덜어둔다. 나락은 개상이나 탯돌로 타작할 때 맨 앞에 떨어진 것을 씨앗으로 쓰는데, 잘 여문 것이 앞쪽에 떨어지는 것으로 여겼다. 볍씨는 잘 말려 자루나 가마니에 담아 방 한구석에 쌓아두는데, 만약 그 방에서 사람이 죽거나 하면 부정하다 하여 이듬해 씨앗으로 쓰지 않았다. 재배가 적은 작물의 씨앗은 뒤웅박이나 씨주머니에 담아 보관하고 조, 수수, 기장, 옥수수의 이삭을 베어서 한 줌씩 묶어 방이나 곳간에 걸어두었다가 이듬해 떨어서 씨앗으로 쓴다. 한편 고구마는 씨로 쓸 것은 상강(霜降) 전에 캐서 크기가 적당하고 상처가 없는 것을 골라 며칠 동안 그늘에서 말린 다음, 여물과 섞어 망태에 담아 사람이 사는 방의 벽에 걸어 두거나 흙을 섞어 항아리에 담은 다음 방 한구석에 두었다. 감자는 서늘한 곳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움에 저장했던 것을 쓰거나 곳간에 얼지 않게 두었다가 씨앗으로 쓴다.

참고문헌

增補山林經濟作物學槪要 (趙載英, 鄕文社, 1962)韓國 在來農耕의 地域差 (張籌根 외, 韓國의 農耕文化-京畿大學 博物館 開館 特輯, 京畿大學出版, 1983)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1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7)한국 민속의 세계4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1)한국의 농기구 (박호석·안승모, 어문각,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