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韓紙)

한자명

韓紙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신체

집필자 이윤선(李允先)

정의

가신(家神)으로 모셔지는 흰 종이.

형태

성주는 터주와 함께 전국적으로 공통된 명칭으로 불리며,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신격이다. 성주의 신체는 대체로 백지, 성줏단지, 성주동이 등으로 나타난다. 이를 크게 구분하면 한지로 된 것과 오지그릇으로 된 것이 있다. 한지로 된 것은 흔히 무명베, 즉 헝겊으로 된 것과 동일한 수준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여기서의 ‘한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가신 중의 ‘신체’를 말한다. 흔히 성주오가리, 성주독, 성줏단지와 더불어 가신의 대표성을 띠고 있는 ‘성주신’으로 이해된다. 제석오가리나 제석단지가 성주를 포함한 조상신격, 삼신신격, 불교적 신격 등을 복합적으로 내포하는 데 비해 한지로 된 신체는 주된 성격이 성주신이다. 물론 성주 주머니에 고깔을 씌우는 형태 등에 대해서는 불교적 영향으로 해석하고, 석짝(뚜껑이 있는 대바구니)에 한지를 넣는 형태에 대해서는 조상신의 영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양자 모두 신체이면서 신격의 기능도 겸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성주신(成主神)은 집안에 있는 가신 가운데 가장 상위신으로 여긴다. 집안의 대청 대들보나 안방의 문 위에 좌정하는 성주신은 ‘상량신(上樑神)’ 또는 ‘성조(成造)’등으로도 불린다. 성주는 남신(男神)으로, 집안의 대주라고도 한다. 성주를 맞이할 때는 안택굿, 성주굿을 올리는 것이 보편적이다. 성주는 대주를 위해 모신다고 하여 성주 상을 차려놓고 대주가 절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주맞이굿을 하면서 성주를 받기도 한다. 성주가 좌정한 곳은 집의 중앙부, 즉 마루이다. 일반적으로 마루의 대들보나 중심이 되는 기둥에 한지 등을 묶어서 신체를 표현하기도 하고 종이에 쌀을 놓고 싸거나 글을 써서 마루의 한 벽면에 붙이는 방식이 전해져오고 있다. 보통은 집안고사를 지낼 때 가장 먼저 비는 대상이다. 그러나 지역이나 집안의 전통에 따라서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대체로 신체로 기능하는 한지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꾸며져 신앙의 대상이 된다. 성주오가리 또는 성줏단지가 오지단지에 쌀을 가득 넣어 백지로 봉하고 무명실로 동여맨 것을 말하는 것에 비해 ‘성주 맨 것’이라고 표현되는 성주 신체는 한지를 접어 장방형이 되게 만든 것을 말한다. 이것을 대청의 기둥이나 안방쪽 벽에 붙이고 대를 깎아 만든 못을 네 귀퉁이에 꽂아 종이성주를 무명실로 고정시킨 형태이다.

집안의 으뜸신인 성주의 신체는 집을 처음 지을 때 상량식에서 명주실과 명태, 한지를 함께 묶어 상량목에 매달아 두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곳에 성주가 깃들기를 바라는 뜻에서이다. 이후 해마다 새로운 성주 꾸러미로 교환한다. 새해가 되면 명태 한 마리, 명주실 한 꾸러미, 한지 등을 한데 묶어서 그 집의 가장 중심이 되는 대들보나 대청마루의 보에 매달아 두는 것이다. 명주실은 집안 식구들의 장수를 기원한다. 한지는 명예, 즉 발원을 위해 사용한다고 해석된다. 명태는 건강을 위한 염원에서 사용한다. 한지는 지역에 따라 오지그릇을 덮는 용기 가운데 일부로 사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한지는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와 다른 신체들과 혼합되어 사용되는 경우로 나뉠 수 있다.

조령(祖靈)을 가신으로 모시는 경우에도 한지가 사용된다. 호남지역 일부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석짝 안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름을 적은 한지를 넣어 안방 시렁 위에 안치하는 형태이다. 또는 곡식 세 되 정도가 들어가는 주머니를 만들어 거기에 쌀을 가득 넣은 뒤 안방 벽에 걸어 놓는다. 이때도 햅쌀이 나면 묵은쌀과 바꾸어 넣는다. 여기서의 주머니도 크게는 한지와 동일하게 해석된다.

조사에 따르면 성주의 신체는 세 가지로 나뉜다. 종이나 베를 이용한 한지형, 항아리를 쓴 단지형, 이 둘이 섞인 복합형 등으로 나누어 세분화하면 성주신의 형태를 4개 문화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한지형이다. 한지나 베에 쌀, 동전을 봉안하여 집안 대들보에 매다는 형식이다. 한지로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금강 유역의 사례에 대한 보고에 따르면 한지를 꽃모양으로 오려서 대들보에 매다는 형태도 있다. 둘째는 충북 내륙지역의 사례를 근거로 보고된 것이다. 한지와 질그릇 단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형태이다. 조상단지나 조상오가리를 한지와 함께 모시기 때문에 한지+단지 복합형이라고 한다. 셋째는 전라도 지역의 사례를 근거로 보고한 것이다. 질그릇 단지에 쌀이나 벼를 넣어서 모시는 이른바 단지형이다. 넷째는 영동지역의 사례를 근거로 보고한 것이다. 한지를 사각형으로 접어서 매다는 또 다른 한지형이다. 그러나 동일 지역 내에서도 중첩되거나 달리 사용되는 사례들이 있고 다른 지역들 간에도 유사한 형태들이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대표적인 지역 특색을 보이고 있다.

한지로 된 성주 가운데 불교적 영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신체는 소청을 주머니 모양으로 만들어 윗목 천장에 걸어두는 형태이다. 주머니 위에 한로 만든 고깔을 씌우는 것이 이러한 대상이 된다. 제석은 불교적인 신이기 때문에 이 고깔은 스님의 고깔을 상징한다. 주머니 안에는 처음 수확한 벼나 쌀을 넣는다. 소청 주머니는 그대로 사용하지만 고깔은 가을에 고사를 지낼 때마다 갈아준다. 먼저 쓰던 고깔은 앞마당에서 손 없는 방향을 향해 소각한다. 주머니가 낡아 구멍이 났을 경우에는 바꾸어야 한다. 이 경우는 고사일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 낡은 주머니는 ‘깨끗한 것(신성하다는 뜻)’이므로 행주로도 사용하고 태우기도 한다. 주머니가 훼손되지 않고 때가 묻어 더러워진 경우에는 고사 사흘 전에 안에 들어있는 쌀을 비워내고 깨끗이 빨아 둔다. 이밖에 50~60㎝의 단지에 그해의 햅쌀이나 보리를 넣고 나무나 옹기 뚜껑으로 덮은 형태에서 한지가 속 덮개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 뚜껑 위에는 성주물그릇이라는 작은 종지를 놓고 정화수를 떠서 넣기도 한다.

내용

성주의 봉안은 어느 때나 하는 것이 아니다. 집을 새로 지어 입주를 하는 경우, 이사를 가서 새로운 성주신이 필요한 경우에 행한다. 대주의 나이가 7이라는 숫자에 해당되는 해에 시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37세, 47세, 57세 등 7의 수가 들어가는 해 10월에 날을 잡아야 한다. 이러한 성주신앙은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널리 분포되어 있다. 특히 경북 안동은 ‘성주풀이’노래에서 직접 거론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성주신앙의 근본 또는 성주의 본향이라고 말해진다. 한지를 포함하여 성주가 봉안되고 신앙되는 내용들을 보면 첫째 가정에서 모시는 신의 하나로서 가신 가운데 으뜸신이다. 둘째 집의 건물을 수호하고 집안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관장한다고 믿었다. 셋째 상량신(上樑神), 성조(成造), 성주대신이라고도 한다. 넷째 주로 대들보 밑이나 상기둥의 윗부분에 있다고 믿었다. 다섯째 신체는 한지를 접어서 실타래로 만들어 대들보 밑이나 상기둥의 윗부분에 붙였다. 같은 자리에 한지를 막걸리로 축여서 반구형(半球形)으로 만들어 붙이기도 하고, 직사각형의 한지를 실타래 외에 띠풀로 묶어 두기도 하였다. 여섯째 이 신체와 함께 대청마루 한 쪽에는 성줏단지나 성주독을 놓기도 하고, 성줏단지나 성주독만을 신체로 봉안하는 경우도 있다.

한지로 만든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조상숭배는 가신신앙과 무속에서 볼 수 있다. 가신신앙에서의 조상숭배는 가신의 하나로 조상신을 모시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조상신은 안방의 윗목에 위치한다고 여겨진다. 이는 제석오가리(전남), 조상단지(전북·경남), 세존단지(경북), 제석주머니(서울·경기), 조상님(충남) 등 여러 명칭에서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단지·항아리 외에 주머니와 한지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든 형태로 모신다. 단지나 주머니 안에는 쌀을 넣어두었다가 매년 가을에 신곡(新穀)이 나면 햅쌀로 바꿔 넣는다. 묵은쌀로는 밥을 지어 식구끼리만 나눠 먹고 남에게는 절대로 주지 않는다. 그 단지 안에 있는 쌀의 양이 늘어나면 풍년이 들고 집안이 잘되지만 양이 줄거나 색이 변하면 흉년이 들거나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하여 조상신을 정성껏 모신다. 주머니로 만든 경우에도 이러한 특성은 유사하다.

지역사례

성주의 신체를 한지로 하는 경우는 전국적인 분포를 보인다. 특히 경기도와 태백산맥 동쪽 지역에서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된다. 경북 안동시 송천동의 경우 ‘불줄’이라는 가신을 섬기고 있다. 불줄은 ‘불교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 자리는 성주의 맞은편 벽에 한지 신체 형태로 모셔진다. 한지로 만든 주머니에 쌀을 담아 실로 잡아맨 것을 여러 개 벽에 걸어놓는 것이 그것이다. 불교를 믿기 때문에 이처럼 불줄을 모시는 것이다. 성주 등 여타 가신과 마찬가지로 명절에 간단히 의례를 올리고, 햇과일이 나면 밥을 지어 수지를 올린다. 사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에도 간단히 불공을 올린다. 제의 주관은 삼신, 용단지 등과 마찬가지로 주부가 행한다.

영주시 풍기읍 금계2리 강신배(1992년 당시 54세)씨 댁의 경우 ‘조상 마우리’라 하여 고리짝무명 한 필씩을 넣어 두었다. 해마다 무명을 갈아 넣고 전에 담은 무명으로 옷을 해 입다가 무명 대신 한지를 넣는다. 그나마 근자에 들어서는 무명옷을 입지 않아 옷감 자체가 희귀하게 됨으로써 오래 묵은 무명천과 근래에 넣은 한지가 함께 담겨있다. 이 댁에서는 가신제도 유교 제례형식에 준하지만 성주신제와 마찬가지로 축문을 읽지 않고 “조상 마울님 소지올시다.”라며 소지를 올림으로써 제의를 행한다.

호남지역에서는 제석오가리를 ‘몸오가리’라고 호명하는 지역이 있다. 여기에도 쌀이나 한지를 넣거나 조상의 이름을 써 넣는 경우가 나타난다. 오지그롯이 귀한 곳에서는 뚜껑이 있는 대바구니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부루단지 또는 조상단지라고도 불리는 제석오가리는 질그릇으로 신체를 삼는 경우이다. 신줏단주라고도 불리는 몸오가리의 제사는 주로 명절이나 가족의 생일에 모셨다. 불교가 들어오면서부터는 술과 고기를 놓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 대신 음식을 바치고 나서는 농사가 잘되고 집안이 무고하며 자손들이 번영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경기도지역에서는 성주신에 대성주, 무성주, 떡성주 등 세 가지 형태가 나타난다. 대성주는 대나무에 성주의 신위를 한지로 오려 만들어 대청의 대들보 등지에 올려놓는 것을 말한다. 무성주는 한지로 만든 종이봉투에 대주의 나이만큼 동전이나 쌀 등을 넣어서 안방 출입문 위에 붙이는 것을 말한다. 떡성주는 한지를 막걸리에 적셔 덩어리처럼 만들어 문 위에 붙이는 방법이다. 모두 한지를 사용하여 신체를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원지역에서는 직사각형으로 접은 한지의 허리 부분을 실로 묶어 대들보에 매달아 성주신으로 삼은 사례가 보고되었다. “아파트에 살면서도 성주신을 모신 자리의 천장에만 숨을 쉬시라고 구멍을 뚫어놓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전남 지역은 부분 단지에 쌀이나 조상의 이름 등을 봉안하는 형태이다. 가족의 생일이나 명절에는 성주신에게 먼저 상을 올린 뒤 어른부터 아이에게까지 내려가는 상물림 풍습이 있었다. 함평지역에서는 일년 동안 봉안한 성주쌀을 음력 칠월에 식구끼리 먹었다는 사례도 있다. 집안에 유고가 있으면 먹지 않고 내다 팔기도 한다. 경북지역에서는 성주쌀에 좀이 슬거나 썩으면 집안에 좋지 않다 여겨서 먹지 않고 몰래 장에 내다 팔았다. 제주도지역에서는 술에 백지를 넣어뒀다가 종이가 녹으면서 생긴 하얀 풀을 천장에 붙여놓은 ‘성주풀’을 모시기도 한다.

참고문헌

백제의 제석신앙고 (홍윤식, 마한, 백제문화,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 1977), 한국민속대관 3 (김태곤 외,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1982), 가신신앙의 성격과 여성상 (김명자, 1986), 송천동의 가신신앙과 세시풍속 (김명자, 안동문화 9, 안동대학교 안동문화연구소, 1988), 풍기의 민속종교와 신앙생활 (김명자, 민속연구 3, 안동대학교 민속학연구소, 1993), 한국민속대사전 2 (한국민속대사전편찬위원회, 민족문화사, 1993), 용인지역의 가신신앙 (민병근, 인문사회과학연구 5, 용인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2000), 가신신앙과 외래종교의 만남 (김명자, 실천민속학 새책 4, 실천민속학회, 2003)

한지

한지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신체

집필자 이윤선(李允先)

정의

가신(家神)으로 모셔지는 흰 종이.

형태

성주는 터주와 함께 전국적으로 공통된 명칭으로 불리며,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신격이다. 성주의 신체는 대체로 백지, 성줏단지, 성주동이 등으로 나타난다. 이를 크게 구분하면 한지로 된 것과 오지그릇으로 된 것이 있다. 한지로 된 것은 흔히 무명베, 즉 헝겊으로 된 것과 동일한 수준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여기서의 ‘한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가신 중의 ‘신체’를 말한다. 흔히 성주오가리, 성주독, 성줏단지와 더불어 가신의 대표성을 띠고 있는 ‘성주신’으로 이해된다. 제석오가리나 제석단지가 성주를 포함한 조상신격, 삼신신격, 불교적 신격 등을 복합적으로 내포하는 데 비해 한지로 된 신체는 주된 성격이 성주신이다. 물론 성주 주머니에 고깔을 씌우는 형태 등에 대해서는 불교적 영향으로 해석하고, 석짝(뚜껑이 있는 대바구니)에 한지를 넣는 형태에 대해서는 조상신의 영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양자 모두 신체이면서 신격의 기능도 겸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성주신(成主神)은 집안에 있는 가신 가운데 가장 상위신으로 여긴다. 집안의 대청 대들보나 안방의 문 위에 좌정하는 성주신은 ‘상량신(上樑神)’ 또는 ‘성조(成造)’등으로도 불린다. 성주는 남신(男神)으로, 집안의 대주라고도 한다. 성주를 맞이할 때는 안택굿, 성주굿을 올리는 것이 보편적이다. 성주는 대주를 위해 모신다고 하여 성주 상을 차려놓고 대주가 절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주맞이굿을 하면서 성주를 받기도 한다. 성주가 좌정한 곳은 집의 중앙부, 즉 마루이다. 일반적으로 마루의 대들보나 중심이 되는 기둥에 한지 등을 묶어서 신체를 표현하기도 하고 종이에 쌀을 놓고 싸거나 글을 써서 마루의 한 벽면에 붙이는 방식이 전해져오고 있다. 보통은 집안고사를 지낼 때 가장 먼저 비는 대상이다. 그러나 지역이나 집안의 전통에 따라서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대체로 신체로 기능하는 한지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꾸며져 신앙의 대상이 된다. 성주오가리 또는 성줏단지가 오지단지에 쌀을 가득 넣어 백지로 봉하고 무명실로 동여맨 것을 말하는 것에 비해 ‘성주 맨 것’이라고 표현되는 성주 신체는 한지를 접어 장방형이 되게 만든 것을 말한다. 이것을 대청의 기둥이나 안방쪽 벽에 붙이고 대를 깎아 만든 못을 네 귀퉁이에 꽂아 종이성주를 무명실로 고정시킨 형태이다. 집안의 으뜸신인 성주의 신체는 집을 처음 지을 때 상량식에서 명주실과 명태, 한지를 함께 묶어 상량목에 매달아 두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곳에 성주가 깃들기를 바라는 뜻에서이다. 이후 해마다 새로운 성주 꾸러미로 교환한다. 새해가 되면 명태 한 마리, 명주실 한 꾸러미, 한지 등을 한데 묶어서 그 집의 가장 중심이 되는 대들보나 대청마루의 보에 매달아 두는 것이다. 명주실은 집안 식구들의 장수를 기원한다. 한지는 명예, 즉 발원을 위해 사용한다고 해석된다. 명태는 건강을 위한 염원에서 사용한다. 한지는 지역에 따라 오지그릇을 덮는 용기 가운데 일부로 사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한지는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와 다른 신체들과 혼합되어 사용되는 경우로 나뉠 수 있다. 조령(祖靈)을 가신으로 모시는 경우에도 한지가 사용된다. 호남지역 일부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석짝 안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름을 적은 한지를 넣어 안방 시렁 위에 안치하는 형태이다. 또는 곡식 세 되 정도가 들어가는 주머니를 만들어 거기에 쌀을 가득 넣은 뒤 안방 벽에 걸어 놓는다. 이때도 햅쌀이 나면 묵은쌀과 바꾸어 넣는다. 여기서의 주머니도 크게는 한지와 동일하게 해석된다. 조사에 따르면 성주의 신체는 세 가지로 나뉜다. 종이나 베를 이용한 한지형, 항아리를 쓴 단지형, 이 둘이 섞인 복합형 등으로 나누어 세분화하면 성주신의 형태를 4개 문화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한지형이다. 한지나 베에 쌀, 동전을 봉안하여 집안 대들보에 매다는 형식이다. 한지로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금강 유역의 사례에 대한 보고에 따르면 한지를 꽃모양으로 오려서 대들보에 매다는 형태도 있다. 둘째는 충북 내륙지역의 사례를 근거로 보고된 것이다. 한지와 질그릇 단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형태이다. 조상단지나 조상오가리를 한지와 함께 모시기 때문에 한지+단지 복합형이라고 한다. 셋째는 전라도 지역의 사례를 근거로 보고한 것이다. 질그릇 단지에 쌀이나 벼를 넣어서 모시는 이른바 단지형이다. 넷째는 영동지역의 사례를 근거로 보고한 것이다. 한지를 사각형으로 접어서 매다는 또 다른 한지형이다. 그러나 동일 지역 내에서도 중첩되거나 달리 사용되는 사례들이 있고 다른 지역들 간에도 유사한 형태들이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대표적인 지역 특색을 보이고 있다. 한지로 된 성주 가운데 불교적 영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신체는 소청을 주머니 모양으로 만들어 윗목 천장에 걸어두는 형태이다. 주머니 위에 한로 만든 고깔을 씌우는 것이 이러한 대상이 된다. 제석은 불교적인 신이기 때문에 이 고깔은 스님의 고깔을 상징한다. 주머니 안에는 처음 수확한 벼나 쌀을 넣는다. 소청 주머니는 그대로 사용하지만 고깔은 가을에 고사를 지낼 때마다 갈아준다. 먼저 쓰던 고깔은 앞마당에서 손 없는 방향을 향해 소각한다. 주머니가 낡아 구멍이 났을 경우에는 바꾸어야 한다. 이 경우는 고사일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 낡은 주머니는 ‘깨끗한 것(신성하다는 뜻)’이므로 행주로도 사용하고 태우기도 한다. 주머니가 훼손되지 않고 때가 묻어 더러워진 경우에는 고사 사흘 전에 안에 들어있는 쌀을 비워내고 깨끗이 빨아 둔다. 이밖에 50~60㎝의 단지에 그해의 햅쌀이나 보리를 넣고 나무나 옹기 뚜껑으로 덮은 형태에서 한지가 속 덮개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 뚜껑 위에는 성주물그릇이라는 작은 종지를 놓고 정화수를 떠서 넣기도 한다.

내용

성주의 봉안은 어느 때나 하는 것이 아니다. 집을 새로 지어 입주를 하는 경우, 이사를 가서 새로운 성주신이 필요한 경우에 행한다. 대주의 나이가 7이라는 숫자에 해당되는 해에 시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37세, 47세, 57세 등 7의 수가 들어가는 해 10월에 날을 잡아야 한다. 이러한 성주신앙은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널리 분포되어 있다. 특히 경북 안동은 ‘성주풀이’노래에서 직접 거론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성주신앙의 근본 또는 성주의 본향이라고 말해진다. 한지를 포함하여 성주가 봉안되고 신앙되는 내용들을 보면 첫째 가정에서 모시는 신의 하나로서 가신 가운데 으뜸신이다. 둘째 집의 건물을 수호하고 집안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관장한다고 믿었다. 셋째 상량신(上樑神), 성조(成造), 성주대신이라고도 한다. 넷째 주로 대들보 밑이나 상기둥의 윗부분에 있다고 믿었다. 다섯째 신체는 한지를 접어서 실타래로 만들어 대들보 밑이나 상기둥의 윗부분에 붙였다. 같은 자리에 한지를 막걸리로 축여서 반구형(半球形)으로 만들어 붙이기도 하고, 직사각형의 한지를 실타래 외에 띠풀로 묶어 두기도 하였다. 여섯째 이 신체와 함께 대청마루 한 쪽에는 성줏단지나 성주독을 놓기도 하고, 성줏단지나 성주독만을 신체로 봉안하는 경우도 있다. 한지로 만든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조상숭배는 가신신앙과 무속에서 볼 수 있다. 가신신앙에서의 조상숭배는 가신의 하나로 조상신을 모시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조상신은 안방의 윗목에 위치한다고 여겨진다. 이는 제석오가리(전남), 조상단지(전북·경남), 세존단지(경북), 제석주머니(서울·경기), 조상님(충남) 등 여러 명칭에서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단지·항아리 외에 주머니와 한지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든 형태로 모신다. 단지나 주머니 안에는 쌀을 넣어두었다가 매년 가을에 신곡(新穀)이 나면 햅쌀로 바꿔 넣는다. 묵은쌀로는 밥을 지어 식구끼리만 나눠 먹고 남에게는 절대로 주지 않는다. 그 단지 안에 있는 쌀의 양이 늘어나면 풍년이 들고 집안이 잘되지만 양이 줄거나 색이 변하면 흉년이 들거나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하여 조상신을 정성껏 모신다. 주머니로 만든 경우에도 이러한 특성은 유사하다.

지역사례

성주의 신체를 한지로 하는 경우는 전국적인 분포를 보인다. 특히 경기도와 태백산맥 동쪽 지역에서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된다. 경북 안동시 송천동의 경우 ‘불줄’이라는 가신을 섬기고 있다. 불줄은 ‘불교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 자리는 성주의 맞은편 벽에 한지 신체 형태로 모셔진다. 한지로 만든 주머니에 쌀을 담아 실로 잡아맨 것을 여러 개 벽에 걸어놓는 것이 그것이다. 불교를 믿기 때문에 이처럼 불줄을 모시는 것이다. 성주 등 여타 가신과 마찬가지로 명절에 간단히 의례를 올리고, 햇과일이 나면 밥을 지어 수지를 올린다. 사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에도 간단히 불공을 올린다. 제의 주관은 삼신, 용단지 등과 마찬가지로 주부가 행한다. 영주시 풍기읍 금계2리 강신배(1992년 당시 54세)씨 댁의 경우 ‘조상 마우리’라 하여 고리짝에 무명 한 필씩을 넣어 두었다. 해마다 무명을 갈아 넣고 전에 담은 무명으로 옷을 해 입다가 무명 대신 한지를 넣는다. 그나마 근자에 들어서는 무명옷을 입지 않아 옷감 자체가 희귀하게 됨으로써 오래 묵은 무명천과 근래에 넣은 한지가 함께 담겨있다. 이 댁에서는 가신제도 유교 제례형식에 준하지만 성주신제와 마찬가지로 축문을 읽지 않고 “조상 마울님 소지올시다.”라며 소지를 올림으로써 제의를 행한다. 호남지역에서는 제석오가리를 ‘몸오가리’라고 호명하는 지역이 있다. 여기에도 쌀이나 한지를 넣거나 조상의 이름을 써 넣는 경우가 나타난다. 오지그롯이 귀한 곳에서는 뚜껑이 있는 대바구니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부루단지 또는 조상단지라고도 불리는 제석오가리는 질그릇으로 신체를 삼는 경우이다. 신줏단주라고도 불리는 몸오가리의 제사는 주로 명절이나 가족의 생일에 모셨다. 불교가 들어오면서부터는 술과 고기를 놓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 대신 음식을 바치고 나서는 농사가 잘되고 집안이 무고하며 자손들이 번영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경기도지역에서는 성주신에 대성주, 무성주, 떡성주 등 세 가지 형태가 나타난다. 대성주는 대나무에 성주의 신위를 한지로 오려 만들어 대청의 대들보 등지에 올려놓는 것을 말한다. 무성주는 한지로 만든 종이봉투에 대주의 나이만큼 동전이나 쌀 등을 넣어서 안방 출입문 위에 붙이는 것을 말한다. 떡성주는 한지를 막걸리에 적셔 덩어리처럼 만들어 문 위에 붙이는 방법이다. 모두 한지를 사용하여 신체를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원지역에서는 직사각형으로 접은 한지의 허리 부분을 실로 묶어 대들보에 매달아 성주신으로 삼은 사례가 보고되었다. “아파트에 살면서도 성주신을 모신 자리의 천장에만 숨을 쉬시라고 구멍을 뚫어놓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전남 지역은 부분 단지에 쌀이나 조상의 이름 등을 봉안하는 형태이다. 가족의 생일이나 명절에는 성주신에게 먼저 상을 올린 뒤 어른부터 아이에게까지 내려가는 상물림 풍습이 있었다. 함평지역에서는 일년 동안 봉안한 성주쌀을 음력 칠월에 식구끼리 먹었다는 사례도 있다. 집안에 유고가 있으면 먹지 않고 내다 팔기도 한다. 경북지역에서는 성주쌀에 좀이 슬거나 썩으면 집안에 좋지 않다 여겨서 먹지 않고 몰래 장에 내다 팔았다. 제주도지역에서는 술에 백지를 넣어뒀다가 종이가 녹으면서 생긴 하얀 풀을 천장에 붙여놓은 ‘성주풀’을 모시기도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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