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주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신격

집필자 이관호(李官浩)
갱신일 2019-02-01

정의

집의 터를 지켜주는 신(神). 집안의 평안과 특히 택지(宅地)의 안전을 관장하는 가신(神家)이다. 지역에 따라 터주신, 텃대감, 터줏대감, 텃신, 터주할매, 터신, 지신 등으로도 불린다. 매년 음력 시월 가을걷이가 끝나면, 항아리 속에 쌀이나 벼, 콩이나 수수 등 곡식을 넣어 짚가리를 씌운 후, 뒤뜰 또는 장독대 근처에 모신다.

내용

집터를 지키는 터주신의 신체(神體)는 ‘터줏가리’이며, 집 뒤뜰 또는 장독대 근처에 모신다. 가을걷이를 하고 나서 햇곡식이 나오면 가장 먼저 타작한 좋은 나락(벼)을 항아리(단지)에 넣고 뚜껑을 덮은 다음 짚으로 ‘주저리’를 틀어서 터줏가리를 만들어 모신다. 이때 햇곡식으로는 지역이나 집안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곡식을 넣는다. 즉 나락 이외에도 쌀이나 콩, 수수, 팥 등 오곡(五穀)을 넣어 모시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주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터주항아리 안에 있는 곡식이 썩는다 하여 곡식 대신 동전을 넣어 모시는 경우도 있다. 『남양주시 호평․평내 택지개발지구 문화유적 지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 김식순 씨 댁의 사례가 해당한다. 터주항아리 안의 곡식이 최근 들어 자꾸 변질되자 그 대안으로 틈틈이 모아 둔 동전을 터주항아리 안에 넣어 모시고 있다. 그럼으로써 대대로 모셔오던 터주신을 지속적으로 모신다는 위안을 찾고 집안에 위급함이 있을 때 이 동전으로 대처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터주신앙 역시 원래 취지는 유지한 채 사회 변화에 맞게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터줏가리의 생김새는 전체적으로 원뿔형이다. 짚을 한 묶음 쥐고 볏짚 윗부분을 꺾어 묶은 다음 아랫부분을 원뿔형으로 벌려 터주항아리에 덮어씌우면 완성된다. 이처럼 터주의 신체인 질그릇 항아리를 짚으로 덮어씌우는 것을 ‘짚주저리’ 또는 ‘짚가리’ 튼다고 한다. 한편 터줏가리 중간 주저리에는 문종이를 접어서 왼새끼로 묶어 놓는다. 이를 ‘예단 드린다.’고 한다. 짚주저리 안에는 높이 30~40㎝ 되는 질그릇 항아리가 들어있고, 항아리 안에는 벼 또는 다른 곡물을 넣어 둔다. 이를 통틀어 ‘터줏가리’라고 한다. 짚주저리는 대개 남자들이 만든다.

원뿔 형태의 터줏가리 이외에도 지역에 따라 다소 변형된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내촌리 소일마을의 손귀녀 씨 댁(1998년 현재)에서는 터줏가리가 원뿔형이지만 맨 위에 짚으로 모자처럼 만들어 씌웠다. 양평군 개군면 하자포3리 김원득 씨 댁(1998년 현재)의 경우에는 터줏가리 윗부분을 똬리처럼 틀어놓아 원통형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편 터주의 신체가 ‘돌’로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이 쓴 『조선의 귀신(朝鮮の鬼神)』에는 “터주는 기주(基主)로서 일명 지주(地主), 토주(土主), 대감(大監)이라고도 한다. 이 신은 택지를 관장하는 신으로서 전국적으로 널리 모셔진다. 신체는 마당 한구석에 있는 ‘돌’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펴낸 『한국의 가정신앙』에서도 터주의 신체가 ‘돌’인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즉 양주시 백석면 가업리의 김옥안 씨 댁(1998년 현재)에서는 뒤꼍에 있는 바위를 ‘터줏대감’이라 하여 모시고 있다.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의 최양순 씨 댁(1999년 현재)과 여주군 대신면 초현2리에서는 터주 신체가 ‘터주 막대기’에 주저리를 씌운 형태로 나타난다. 김포시나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도 일부 지역에서는 ‘터줏대감’ 또는 ‘텃대감’이라 하여 ‘벙거지쾌자’를 한지에 싸서 거실 대청마루 구석 모서리 선반에 올려놓아 봉안하거나 대감독이라 하여 큰 항아리 속에 넣어 대청마루 모퉁이에 봉안하기도 한다. 여기서 터줏대감은 굿을 할 때 무당이 입었던 무복(巫服)으로, 굿이 끝난 다음 무당에 의해 단골집 터주 신체로 모셔졌다.

터주는 집 뒤란 장독대나 그 주변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정에 따라 터주를 집 밖에 모시는 경우도 있다. 즉 터주를 ‘업가리’와 함께 집 밖에 있는 바깥마당에 모신다. 이러한 사례는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성동3리 삼산마을의 신언보 씨 댁(1998년 현재)과 고양시 덕양구 관산2동 김재경 씨 댁(1999년 현재)에서 보인다. 그렇지만 터주의 위치가 집 바깥에 있다 하여 그 집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터줏가리는 가을고사를 전후하여 일 년에 한 번 바꾼다. 헌 짚가리는 마당에서 불태운다. 이사할 때는 터주항아리를 가지고 가서 계속 모신다. 터주를 모실 때에는 “터주님, 이 터전 이 마을에서 자손들 잘되게 해 주십시오.”라고 하면서 주문을 왼다. 한편 터주항아리를 다시 위할 때는 그 속에 들어 있는 쌀로 밥이나 떡을 해 먹는다. 터주항아리 안의 곡식이 상했으면 버린다.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터주항아리 안에 있던 곡식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반드시 식구끼리 밥이나 떡을 해 먹어야 한다.

터주신에 대한 의례는 대개 여자들이 음력 시월쯤 길일을 택해 올린다. 이를 ‘가을고사 지낸다.’고 한다. 고사를 지낼 때에는 으레 목욕재계를 하여 부정을 가린다. 가을고사는 터주에게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 집안에서 모시는 성주신, 조왕신, 업신, 삼신, 대감신, 칠성신 등 여러 신에게도 동시에 올린다. 지역에 따라 가신을 모시는 순서가 약간씩 다르지만 대개 성주신이나 조왕신을 먼저 모신 다음 터주신을 모신다. 경기도 여주나 이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일년에 두 번 터주를 위하기도 한다. 즉 가정에 따라 터주항아리 안에다 가을에는 햇벼를 넣고, 초여름인 음력 오월쯤에는 벼를 꺼내 밥을 지어 먹은 다음 보리를 넣어 모시기도 한다.

제물로는 팥 시루떡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콩 시루떡을 하는 가정도 있다. 요즘도 가을에 농사를 짓고 난 뒤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쪄서 그것을 먹기 전에 장독대에 시루째 놓고 터를 위한다. 터주에게 고사를 지낼 때에는 팥 시루떡, 북어, 정화수(또는 막걸리) 등을 차린다. 만신이 와서 터주고사를 할 때에는 삼색실과 등 각종 제물을 골고루 차려 놓고 성대하게 지내기도 한다. 이 밖에도 부녀자들은 평소 집에 일이 있을 때마다 정화수와 메를 지어 터주에게 올려서 간단히 치성을 드린다. 또한 정초 지신밟기를 할 때 풍물패를 이끄는 상쇠꽹과리를 치면서 고사반(告祀盤)을 올린다.

우리 조상은 집안의 동, 서, 남, 북, 중앙 등 다섯 방위에 각각 다섯의 신이 있다고 믿었다. 그중 터주는 북쪽의 신이라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터주는 북으로부터 시작된다. 터주에는 항상 터주항아리 놓는 돌과 떡시루 놓는 돌 두 개를 놓는다. 집안 고사 후 항상 터주에게 먼저 봉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터주는 가정 상황이나 지역 여건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으로 존재하지만 터주를 위하는 목적은 집터를 지키고 자손의 평안과 가정의 복을 지켜주는 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사례

터주신앙은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서울, 경기도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에서 널리 전승되고 있다.

전남지역에서는 집터를 지키는 터주신으로 ‘철륭’을 위하고 있다. 철륭의 신체는 짚주저리를 씌운 항아리이다. 항아리 안에 쌀과 한지 또는 한지만을 넣은 형태로 대개 뒤꼍 장독대에 모셔진다. 철륭은 마을에 따라 철령, 철령할마이, 철륭단지, 뒤꼍각시 등으로도 불린다. 이 지역에서는 집 뒤 자체를 ‘철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철륭은 터주신으로서의 신격 이외에도 산신(山神), 삼신(三神), 용신(龍神)의 기능도 한다.

경상도지역 역시 터주에 대한 신앙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단지 집안의 터를 지켜주며 관장하는 신령으로 인식된다. 터주를 모시는 신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의례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집을 짓기 전에 터를 지키는 지신(地神)에게 고사를 지내거나 집이 자리 잡은 터가 세기 때문에 이를 잘 모셔야 집안이 평안하다 하여 명절 차례를 지낸 뒤 마당 한쪽에 제물을 차려두고 비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주도지역에서는 터주신을 ‘토신(土神)’이라고 한다. ‘터신’이라고도 불리는 토신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터를 주관하는 신으로 관념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토신제를 여자가 아닌 남성들이 주관한다.

충청도지역에서는 터주에 대한 신앙의례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터주’, ‘터줏대감’이라 하여 집터의 안전과 보호를 관장하는 신으로 인식되어 집안의 무사와 무병, 풍년을 기원한다. 제천지역에서는 ‘터줏단지’, 영동지역에서는 ‘청륭단지’라고 각각 불린다.

터주신앙은 경기도지역에 오면 뚜렷해진다. 경기도지역에서는 많은 가신 중에서 터주가 제일 많이 보인다. 대개 ‘터주’, ‘터줏대감’, ‘지신’. ‘후토주임(後土主任)’으로 불린다. 신체는 작은 항아리에 쌀 등 곡식을 넣고 짚으로 주저리를 틀어 터줏가리를 만든 다음 뒤란에 있는 장독대나 그 부근에 모셔둔다.

터주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에 널리 분포한다. 영․호남 등 남부지방에서는 ‘철륭’이나 ‘지신’ 등 다른 형태로 존속하거나 존재가치가 미약하게 전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터주신앙 역시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존재 가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참고문헌

朝鮮の鬼神 (村山智順, 1929)
釋奠․祈雨․安宅 (조선총독부, 1938)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전남 (문화재관리국, 1977)
한국민속대관 3-민간신앙․종교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1982)
조선무속고 (이능화, 이재곤 역, 동문선, 199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3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경기도 민속지 Ⅰ-개관 (경기도박물관, 1998)
남양주시 호평․평내 택지개발지구 문화유적 지표조사 보고서 (숭실대박물관 외, 1998)
포천군의 역사와 문화유적 (포천군․단국대학교 사학과, 1998)
호남지역 철륭신의 성격 (김명자, 남도민속학의 진전, 태학사, 1998)
경기도 민속지 Ⅱ-신앙 (경기도박물관, 1999)
한국세시풍속사전-정월 (국립민속박물관, 2004)
한국의 가정신앙-하 (김명자 외, 민속원, 2005)
한국의 가정신앙-경기도 (국립문화재연구소, 2005)
한국의 가정신앙-강원도 (국립문화재연구소, 2006)
한국의 가정신앙-경남․경북 (국립문화재연구소, 2007)
한국의 가정신앙-제주도 (국립문화재연구소, 2007)
강화의 가정신앙 (강화문화원 가정신앙조사단, 민속원, 2010)

터주

터주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신격

집필자 이관호(李官浩)
갱신일 2019-02-01

정의

집의 터를 지켜주는 신(神). 집안의 평안과 특히 택지(宅地)의 안전을 관장하는 가신(神家)이다. 지역에 따라 터주신, 텃대감, 터줏대감, 텃신, 터주할매, 터신, 지신 등으로도 불린다. 매년 음력 시월 가을걷이가 끝나면, 항아리 속에 쌀이나 벼, 콩이나 수수 등 곡식을 넣어 짚가리를 씌운 후, 뒤뜰 또는 장독대 근처에 모신다.

내용

집터를 지키는 터주신의 신체(神體)는 ‘터줏가리’이며, 집 뒤뜰 또는 장독대 근처에 모신다. 가을걷이를 하고 나서 햇곡식이 나오면 가장 먼저 타작한 좋은 나락(벼)을 항아리(단지)에 넣고 뚜껑을 덮은 다음 짚으로 ‘주저리’를 틀어서 터줏가리를 만들어 모신다. 이때 햇곡식으로는 지역이나 집안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곡식을 넣는다. 즉 나락 이외에도 쌀이나 콩, 수수, 팥 등 오곡(五穀)을 넣어 모시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주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터주항아리 안에 있는 곡식이 썩는다 하여 곡식 대신 동전을 넣어 모시는 경우도 있다. 『남양주시 호평․평내 택지개발지구 문화유적 지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 김식순 씨 댁의 사례가 해당한다. 터주항아리 안의 곡식이 최근 들어 자꾸 변질되자 그 대안으로 틈틈이 모아 둔 동전을 터주항아리 안에 넣어 모시고 있다. 그럼으로써 대대로 모셔오던 터주신을 지속적으로 모신다는 위안을 찾고 집안에 위급함이 있을 때 이 동전으로 대처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터주신앙 역시 원래 취지는 유지한 채 사회 변화에 맞게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터줏가리의 생김새는 전체적으로 원뿔형이다. 짚을 한 묶음 쥐고 볏짚 윗부분을 꺾어 묶은 다음 아랫부분을 원뿔형으로 벌려 터주항아리에 덮어씌우면 완성된다. 이처럼 터주의 신체인 질그릇 항아리를 짚으로 덮어씌우는 것을 ‘짚주저리’ 또는 ‘짚가리’ 튼다고 한다. 한편 터줏가리 중간 주저리에는 문종이를 접어서 왼새끼로 묶어 놓는다. 이를 ‘예단 드린다.’고 한다. 짚주저리 안에는 높이 30~40㎝ 되는 질그릇 항아리가 들어있고, 항아리 안에는 벼 또는 다른 곡물을 넣어 둔다. 이를 통틀어 ‘터줏가리’라고 한다. 짚주저리는 대개 남자들이 만든다. 원뿔 형태의 터줏가리 이외에도 지역에 따라 다소 변형된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내촌리 소일마을의 손귀녀 씨 댁(1998년 현재)에서는 터줏가리가 원뿔형이지만 맨 위에 짚으로 모자처럼 만들어 씌웠다. 양평군 개군면 하자포3리 김원득 씨 댁(1998년 현재)의 경우에는 터줏가리 윗부분을 똬리처럼 틀어놓아 원통형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편 터주의 신체가 ‘돌’로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이 쓴 『조선의 귀신(朝鮮の鬼神)』에는 “터주는 기주(基主)로서 일명 지주(地主), 토주(土主), 대감(大監)이라고도 한다. 이 신은 택지를 관장하는 신으로서 전국적으로 널리 모셔진다. 신체는 마당 한구석에 있는 ‘돌’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펴낸 『한국의 가정신앙』에서도 터주의 신체가 ‘돌’인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즉 양주시 백석면 가업리의 김옥안 씨 댁(1998년 현재)에서는 뒤꼍에 있는 바위를 ‘터줏대감’이라 하여 모시고 있다.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의 최양순 씨 댁(1999년 현재)과 여주군 대신면 초현2리에서는 터주 신체가 ‘터주 막대기’에 주저리를 씌운 형태로 나타난다. 김포시나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도 일부 지역에서는 ‘터줏대감’ 또는 ‘텃대감’이라 하여 ‘벙거지와 쾌자’를 한지에 싸서 거실 대청마루 구석 모서리 선반에 올려놓아 봉안하거나 대감독이라 하여 큰 항아리 속에 넣어 대청마루 모퉁이에 봉안하기도 한다. 여기서 터줏대감은 굿을 할 때 무당이 입었던 무복(巫服)으로, 굿이 끝난 다음 무당에 의해 단골집 터주 신체로 모셔졌다. 터주는 집 뒤란 장독대나 그 주변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정에 따라 터주를 집 밖에 모시는 경우도 있다. 즉 터주를 ‘업가리’와 함께 집 밖에 있는 바깥마당에 모신다. 이러한 사례는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성동3리 삼산마을의 신언보 씨 댁(1998년 현재)과 고양시 덕양구 관산2동 김재경 씨 댁(1999년 현재)에서 보인다. 그렇지만 터주의 위치가 집 바깥에 있다 하여 그 집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터줏가리는 가을고사를 전후하여 일 년에 한 번 바꾼다. 헌 짚가리는 마당에서 불태운다. 이사할 때는 터주항아리를 가지고 가서 계속 모신다. 터주를 모실 때에는 “터주님, 이 터전 이 마을에서 자손들 잘되게 해 주십시오.”라고 하면서 주문을 왼다. 한편 터주항아리를 다시 위할 때는 그 속에 들어 있는 쌀로 밥이나 떡을 해 먹는다. 터주항아리 안의 곡식이 상했으면 버린다.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터주항아리 안에 있던 곡식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반드시 식구끼리 밥이나 떡을 해 먹어야 한다. 터주신에 대한 의례는 대개 여자들이 음력 시월쯤 길일을 택해 올린다. 이를 ‘가을고사 지낸다.’고 한다. 고사를 지낼 때에는 으레 목욕재계를 하여 부정을 가린다. 가을고사는 터주에게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 집안에서 모시는 성주신, 조왕신, 업신, 삼신, 대감신, 칠성신 등 여러 신에게도 동시에 올린다. 지역에 따라 가신을 모시는 순서가 약간씩 다르지만 대개 성주신이나 조왕신을 먼저 모신 다음 터주신을 모신다. 경기도 여주나 이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일년에 두 번 터주를 위하기도 한다. 즉 가정에 따라 터주항아리 안에다 가을에는 햇벼를 넣고, 초여름인 음력 오월쯤에는 벼를 꺼내 밥을 지어 먹은 다음 보리를 넣어 모시기도 한다. 제물로는 팥 시루떡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콩 시루떡을 하는 가정도 있다. 요즘도 가을에 농사를 짓고 난 뒤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쪄서 그것을 먹기 전에 장독대에 시루째 놓고 터를 위한다. 터주에게 고사를 지낼 때에는 팥 시루떡, 북어, 정화수(또는 막걸리) 등을 차린다. 만신이 와서 터주고사를 할 때에는 삼색실과 등 각종 제물을 골고루 차려 놓고 성대하게 지내기도 한다. 이 밖에도 부녀자들은 평소 집에 일이 있을 때마다 정화수와 메를 지어 터주에게 올려서 간단히 치성을 드린다. 또한 정초 지신밟기를 할 때 풍물패를 이끄는 상쇠가 꽹과리를 치면서 고사반(告祀盤)을 올린다. 우리 조상은 집안의 동, 서, 남, 북, 중앙 등 다섯 방위에 각각 다섯의 신이 있다고 믿었다. 그중 터주는 북쪽의 신이라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터주는 북으로부터 시작된다. 터주에는 항상 터주항아리 놓는 돌과 떡시루 놓는 돌 두 개를 놓는다. 집안 고사 후 항상 터주에게 먼저 봉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터주는 가정 상황이나 지역 여건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으로 존재하지만 터주를 위하는 목적은 집터를 지키고 자손의 평안과 가정의 복을 지켜주는 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사례

터주신앙은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서울, 경기도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에서 널리 전승되고 있다. 전남지역에서는 집터를 지키는 터주신으로 ‘철륭’을 위하고 있다. 철륭의 신체는 짚주저리를 씌운 항아리이다. 항아리 안에 쌀과 한지 또는 한지만을 넣은 형태로 대개 뒤꼍 장독대에 모셔진다. 철륭은 마을에 따라 철령, 철령할마이, 철륭단지, 뒤꼍각시 등으로도 불린다. 이 지역에서는 집 뒤 자체를 ‘철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철륭은 터주신으로서의 신격 이외에도 산신(山神), 삼신(三神), 용신(龍神)의 기능도 한다. 경상도지역 역시 터주에 대한 신앙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단지 집안의 터를 지켜주며 관장하는 신령으로 인식된다. 터주를 모시는 신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의례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집을 짓기 전에 터를 지키는 지신(地神)에게 고사를 지내거나 집이 자리 잡은 터가 세기 때문에 이를 잘 모셔야 집안이 평안하다 하여 명절 차례를 지낸 뒤 마당 한쪽에 제물을 차려두고 비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주도지역에서는 터주신을 ‘토신(土神)’이라고 한다. ‘터신’이라고도 불리는 토신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터를 주관하는 신으로 관념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토신제를 여자가 아닌 남성들이 주관한다. 충청도지역에서는 터주에 대한 신앙의례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터주’, ‘터줏대감’이라 하여 집터의 안전과 보호를 관장하는 신으로 인식되어 집안의 무사와 무병, 풍년을 기원한다. 제천지역에서는 ‘터줏단지’, 영동지역에서는 ‘청륭단지’라고 각각 불린다. 터주신앙은 경기도지역에 오면 뚜렷해진다. 경기도지역에서는 많은 가신 중에서 터주가 제일 많이 보인다. 대개 ‘터주’, ‘터줏대감’, ‘지신’. ‘후토주임(後土主任)’으로 불린다. 신체는 작은 항아리에 쌀 등 곡식을 넣고 짚으로 주저리를 틀어 터줏가리를 만든 다음 뒤란에 있는 장독대나 그 부근에 모셔둔다. 터주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에 널리 분포한다. 영․호남 등 남부지방에서는 ‘철륭’이나 ‘지신’ 등 다른 형태로 존속하거나 존재가치가 미약하게 전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터주신앙 역시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존재 가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참고문헌

朝鮮の鬼神 (村山智順, 1929)釋奠․祈雨․安宅 (조선총독부, 1938)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전남 (문화재관리국, 1977)한국민속대관 3-민간신앙․종교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1982)조선무속고 (이능화, 이재곤 역, 동문선, 1991)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3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경기도 민속지 Ⅰ-개관 (경기도박물관, 1998)남양주시 호평․평내 택지개발지구 문화유적 지표조사 보고서 (숭실대박물관 외, 1998)포천군의 역사와 문화유적 (포천군․단국대학교 사학과, 1998)호남지역 철륭신의 성격 (김명자, 남도민속학의 진전, 태학사, 1998)경기도 민속지 Ⅱ-신앙 (경기도박물관, 1999)한국세시풍속사전-정월 (국립민속박물관, 2004)한국의 가정신앙-하 (김명자 외, 민속원, 2005)한국의 가정신앙-경기도 (국립문화재연구소, 2005)한국의 가정신앙-강원도 (국립문화재연구소, 2006)한국의 가정신앙-경남․경북 (국립문화재연구소, 2007)한국의 가정신앙-제주도 (국립문화재연구소, 2007)강화의 가정신앙 (강화문화원 가정신앙조사단, 민속원,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