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淨化)

한자명

淨化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마을신앙 > 용어

집필자 김헌선(金憲宣)

정의

부정한 장소나 특정한 생명체를 맑게 하는 행위를 총칭하는 개념. 외국어로 가령 purification나 lustration 등이 쓰이는 것은 이러한 각도에서 이 용어의 소종래를 규명하는 것일 수 있다. 신성한 장소에서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행위가 정화에 해당한다. 정화는 우리 마을신앙의 전통 속에서 유래했다고 보기 어려운 특징이 있지만 고유하게 존재하는 요소이다. 부정을 가시는 행위에서 비롯되어 부정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

내용

정화는 부정 가시기인데, 정화의 양상과 기원을 견주어 보면 이 점을 쉽게 유형적으로 정립할 수 있다. 물, 불, 흙, 피 등으로 하는 정화 방식이 가장 기본적인 유형이다. 이 밖에도 정화 방식이 더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정화가 복합적인 양태를 보여 준다.

물에 의한 정화 가운데 우주적 상상력을 보여 주는 전례는 홍수신화에서 찾을 수 있다. 홍수신화에서 물로 세상을 정화하고 이 정화에 의해 세상을 다시 창조하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생산과 파괴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물이다. 물에 의한 정화는 윤리적 측면이 있고, 인간의 선악을 심판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신화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것이 <장자못전설> 같은 사례이다.

물은 영원한 생명력의 상징이다. 생명수․정화수 등이 물이 지니는 생생력을 일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고,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맑게 하는 기본적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물은 생생력과 생산력에 기초하고 있다.

생명수의 신화적 기원은 죽은 생명의 더러움을 맑게 하고 이를 다시 살리는 부활의 개념적 요소이다. 생명수의 기원 신화 가운데 물로 사람을 살리는 <바리공주>, <말하는 꾀꼬리와 춤추는 소나무> 등이 생명수를 보여 주는 기본적인 신화이다. 약수나 샘물을 길어서 죽은 존재를 살리는 일을 물로 하게 된다.

정화수는 물로 정화하는 생명수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원초적 관념을 지니고 있다. 새벽에 물을 길어서 이 물로 정성을 바치는 것은 우리 신앙의 모태이고, 이것이 정화의 가장 근본적인 사유를 보여 주는 사례이다. 정화수를 길어서 새벽을 열고 이 정성으로 신앙에 기원을 이루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 서로 일맥상통하는 특징이 된다.

농악대굿으로 하는 샘굿이나 우물굿 역시 이러한 각도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샘굿과 우물굿은 한 해 동안 물이 잘나기를 기원하는 것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샘물이나 우물을 정화하면서 새로운 생명력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하는 속성이 있다.

불에 의한 정화 역시 간단하게 볼 수 없다. 불은 무엇을 태우는 속성이 있어서 이를 통해 대상을 정화하는 것은 민간신앙의 각도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불에 의한 정화를 보여 주는 적절한 사례 가운데 윤리적으로 못된 인간을 징벌함에 있어 불로 정화하는 실제적인 본풀이가 있는 점은 여러 각도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천지왕본풀이>에서 수명장자를 불로 징치하고 화덕진군에게 새로운 존재로 전환하는 것은 이러한 정화의 신화적 기원을 해명할 수 있는 소중한 전례가 된다. 불을 통해 악을 징치하는 것이지만 불에 의한 정화를 한다고 하는 점에서 이 자료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음은 정주변 구연본의 <천지왕본풀이>이다.

“베락장군 내보내라, 베락제 내보내라. 울레장군 내보내라, 울레제 내보내라. 화덕진군 화덕장군 내보내라.” 수명장제 칩의 정을 더꺼 놓고 불천수를 시겨 간다. “수명장제 칩의 사름 죽어난 딘 일곱 신당 뒤예 들어사근 얻어먹고, 화덕진군 화덕제 나간 딘 불찍제라 얻어먹기 서련라.

”[벼락(霹靂)장군 내보내라, 벼락사자 내보내라. 우레장군 내보내라, 우레사자 내보내라. 화덕진군(火德眞君) 화덕장군 내보내라.” 수명장자 집의 정랑을 닫아 놓고 불천수를 시겨간다(불로 징벌을 가한다). “수명장자 집의 사람 죽어간 곳에는 일곱 신당 뒤에 들어서서는 얻어먹기 법, 화덕진군 화덕사자 나간 데는 불찍사자 얻어먹기 법을 마련하라]

불이 중요한 심판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면서 심판에 머무르지 않고 악행을 정화해서 새로운 존재로의 의미를 지니도록 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불이 생생한 정화와 심판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은 물과 거의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정화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황토도 있다. 황토는 물림의 기능이 본질적인 것이지만 황토를 배설하는 것 자체가 황토를 통해 정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세속적으로 더러워진 곳을 맑게 정화하는 데 쓰이는 것이 바로 황토인 점은 이에 대한 관념이 일정하게 작용 하면서 생긴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피는 매우 중요한 정화의 수단이 된다. 피를 가지고 특정하게 병든 쪽을 정화하거나 마을의 경계면에 뿌리는 행위 등을 볼 수 있다. 이는 정화의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대수대명을 하면서 피를 뿌리는 행위와 관련된다.

더욱이 희생이 된 짐승의 고기를 모든 주민이 나누어서 먹는 행위는 이러한 각도에서 정화 관념을 한층 제도화해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에 입각해 짐승의 피와 고기를 나누어 먹거나 잡아먹는 행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정화 방편이 된다.

정화는 형태와 수단을 달리하면서 세속적인 공간을 신성한 공간, 더러운 것을 깨끗한 것으로 전환한다. 이러한 점에서 정화의 유형은 우리 문화의 정신적 근간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로 모든 것을 정화하고 심판하는 관념이나 불로 정화하고 심판하는 기능이나 관념은 서로 깊은 관련이 있다. 이 관념은 자체적으로 생성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무속신앙과 서로 겹쳐지는 점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보면 일차적으로 부정관념과 정화관념은 서로 분리되지 않은 특징을 보인다. 정화와 부정은 서로 깊은 저층에서 만나는 면모를 갖추고 있다. 청정과 부정, 정갈과 오예 등은 신앙적으로 신성과 세속의 대립에 의한 기본적인 것이다.

무속신앙에서 씻김이라는 절차가 있다. 이 역시 장례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씻김은 씻골이라는 이중장제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씻골을 하게 되면 육탈을 하고 뼈에 온전한 것이 깃든다는 것이 정화의 관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절차의 무속적 의례화가 곧 씻김이다.

씻김은 정화의 핵심적인 절차를 이루게 된다. 영혼이 맑게 씻겨져 새로운 존재로 전환하고 새로운 형태로 증발하는 것이 핵심적인 제차이다. 물, 향물, 쑥물 등을 통해 영돈말이 형태로 된 존재를 씻기는 절차이다. 영돈말이에 누룩, 넋, 솥뚜껑을 얹고 비를 사용해 영혼을 맑게 하는 정화의례를 거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가시적인 형태의 정화를 하는 것이다. 물로 씻김을 하는 것과 물로 정화하는 마을신앙의 의례 역시 서로 통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불로 정화하는 의례 가운데 역시 무속의례에서 기원을 두고 있는 중요한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굿이나 황해도굿에서 정신이 혼란을 일으킨 존재에게 ‘화전치기’를 하는 굿은 이러한 각도에서 의의를 부여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불로 병든 영혼을 치유하고 맑은 영혼이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은 동일한 발상이다. 화전굿을 하면서 영혼을 정화하는 점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무속신앙에서만 불과 물을 통한 정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을신앙의 일반적인 관념 속에서 불과 물에 의한 정화가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뭄에 물을 기원하는 의례도 광의의 범주에서 필요한 물의 기원이고, 이와 달리 불에 의해 한 해 정화를 하는 의례 역시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까부리와 달집태우기는 이러한 관념을 보여 주는 적실한 사례이다. 물을 기원하면서 물을 뿌리는 행위를 하고 물을 까부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이와 달리 달집을 태워서 이를 통해 풍요가 오도록 기원하는 것은 서로 무관하지 않다.

정화는 결과적으로 다각도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른바 기원과 주술, 무속에서 심판과 정화 등의 관념이 복합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관념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정화의 핵심적인 공간이 바로 부엌이 되는 점을 항상 일상생활에서 경험한다. 부엌은 물, 불, 아궁이 등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생명으로 전환하는 핵심적인 정화의 공간이 된다. 이 정화의 공간은 무당들이 하는 굿, 농악대가 하는 농악 등에서 서로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이 정화의 관념은 서로 깊은 연관성을 맺고 있다. 마을의 공동우물 등지에서 이러한 관련 양상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참고문헌

제주도무속자료사전 (현용준, 신구문화사, 1980),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0)

정화

정화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마을신앙 > 용어

집필자 김헌선(金憲宣)

정의

부정한 장소나 특정한 생명체를 맑게 하는 행위를 총칭하는 개념. 외국어로 가령 purification나 lustration 등이 쓰이는 것은 이러한 각도에서 이 용어의 소종래를 규명하는 것일 수 있다. 신성한 장소에서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행위가 정화에 해당한다. 정화는 우리 마을신앙의 전통 속에서 유래했다고 보기 어려운 특징이 있지만 고유하게 존재하는 요소이다. 부정을 가시는 행위에서 비롯되어 부정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

내용

정화는 부정 가시기인데, 정화의 양상과 기원을 견주어 보면 이 점을 쉽게 유형적으로 정립할 수 있다. 물, 불, 흙, 피 등으로 하는 정화 방식이 가장 기본적인 유형이다. 이 밖에도 정화 방식이 더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정화가 복합적인 양태를 보여 준다. 물에 의한 정화 가운데 우주적 상상력을 보여 주는 전례는 홍수신화에서 찾을 수 있다. 홍수신화에서 물로 세상을 정화하고 이 정화에 의해 세상을 다시 창조하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생산과 파괴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물이다. 물에 의한 정화는 윤리적 측면이 있고, 인간의 선악을 심판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신화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것이 같은 사례이다. 물은 영원한 생명력의 상징이다. 생명수․정화수 등이 물이 지니는 생생력을 일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고,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맑게 하는 기본적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물은 생생력과 생산력에 기초하고 있다. 생명수의 신화적 기원은 죽은 생명의 더러움을 맑게 하고 이를 다시 살리는 부활의 개념적 요소이다. 생명수의 기원 신화 가운데 물로 사람을 살리는 , 등이 생명수를 보여 주는 기본적인 신화이다. 약수나 샘물을 길어서 죽은 존재를 살리는 일을 물로 하게 된다. 정화수는 물로 정화하는 생명수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원초적 관념을 지니고 있다. 새벽에 물을 길어서 이 물로 정성을 바치는 것은 우리 신앙의 모태이고, 이것이 정화의 가장 근본적인 사유를 보여 주는 사례이다. 정화수를 길어서 새벽을 열고 이 정성으로 신앙에 기원을 이루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 서로 일맥상통하는 특징이 된다. 농악대굿으로 하는 샘굿이나 우물굿 역시 이러한 각도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샘굿과 우물굿은 한 해 동안 물이 잘나기를 기원하는 것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샘물이나 우물을 정화하면서 새로운 생명력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하는 속성이 있다. 불에 의한 정화 역시 간단하게 볼 수 없다. 불은 무엇을 태우는 속성이 있어서 이를 통해 대상을 정화하는 것은 민간신앙의 각도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불에 의한 정화를 보여 주는 적절한 사례 가운데 윤리적으로 못된 인간을 징벌함에 있어 불로 정화하는 실제적인 본풀이가 있는 점은 여러 각도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에서 수명장자를 불로 징치하고 화덕진군에게 새로운 존재로 전환하는 것은 이러한 정화의 신화적 기원을 해명할 수 있는 소중한 전례가 된다. 불을 통해 악을 징치하는 것이지만 불에 의한 정화를 한다고 하는 점에서 이 자료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음은 정주변 구연본의 이다. “베락장군 내보내라, 베락제 내보내라. 울레장군 내보내라, 울레제 내보내라. 화덕진군 화덕장군 내보내라.” 수명장제 칩의 정을 더꺼 놓고 불천수를 시겨 간다. “수명장제 칩의 사름 죽어난 딘 일곱 신당 뒤예 들어사근 얻어먹고, 화덕진군 화덕제 나간 딘 불찍제라 얻어먹기 서련라. ”[벼락(霹靂)장군 내보내라, 벼락사자 내보내라. 우레장군 내보내라, 우레사자 내보내라. 화덕진군(火德眞君) 화덕장군 내보내라.” 수명장자 집의 정랑을 닫아 놓고 불천수를 시겨간다(불로 징벌을 가한다). “수명장자 집의 사람 죽어간 곳에는 일곱 신당 뒤에 들어서서는 얻어먹기 법, 화덕진군 화덕사자 나간 데는 불찍사자 얻어먹기 법을 마련하라] 불이 중요한 심판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면서 심판에 머무르지 않고 악행을 정화해서 새로운 존재로의 의미를 지니도록 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불이 생생한 정화와 심판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은 물과 거의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정화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황토도 있다. 황토는 물림의 기능이 본질적인 것이지만 황토를 배설하는 것 자체가 황토를 통해 정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세속적으로 더러워진 곳을 맑게 정화하는 데 쓰이는 것이 바로 황토인 점은 이에 대한 관념이 일정하게 작용 하면서 생긴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피는 매우 중요한 정화의 수단이 된다. 피를 가지고 특정하게 병든 쪽을 정화하거나 마을의 경계면에 뿌리는 행위 등을 볼 수 있다. 이는 정화의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대수대명을 하면서 피를 뿌리는 행위와 관련된다. 더욱이 희생이 된 짐승의 고기를 모든 주민이 나누어서 먹는 행위는 이러한 각도에서 정화 관념을 한층 제도화해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에 입각해 짐승의 피와 고기를 나누어 먹거나 잡아먹는 행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정화 방편이 된다. 정화는 형태와 수단을 달리하면서 세속적인 공간을 신성한 공간, 더러운 것을 깨끗한 것으로 전환한다. 이러한 점에서 정화의 유형은 우리 문화의 정신적 근간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로 모든 것을 정화하고 심판하는 관념이나 불로 정화하고 심판하는 기능이나 관념은 서로 깊은 관련이 있다. 이 관념은 자체적으로 생성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무속신앙과 서로 겹쳐지는 점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보면 일차적으로 부정관념과 정화관념은 서로 분리되지 않은 특징을 보인다. 정화와 부정은 서로 깊은 저층에서 만나는 면모를 갖추고 있다. 청정과 부정, 정갈과 오예 등은 신앙적으로 신성과 세속의 대립에 의한 기본적인 것이다. 무속신앙에서 씻김이라는 절차가 있다. 이 역시 장례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씻김은 씻골이라는 이중장제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씻골을 하게 되면 육탈을 하고 뼈에 온전한 것이 깃든다는 것이 정화의 관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절차의 무속적 의례화가 곧 씻김이다. 씻김은 정화의 핵심적인 절차를 이루게 된다. 영혼이 맑게 씻겨져 새로운 존재로 전환하고 새로운 형태로 증발하는 것이 핵심적인 제차이다. 물, 향물, 쑥물 등을 통해 영돈말이 형태로 된 존재를 씻기는 절차이다. 영돈말이에 누룩, 넋, 솥뚜껑을 얹고 비를 사용해 영혼을 맑게 하는 정화의례를 거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가시적인 형태의 정화를 하는 것이다. 물로 씻김을 하는 것과 물로 정화하는 마을신앙의 의례 역시 서로 통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불로 정화하는 의례 가운데 역시 무속의례에서 기원을 두고 있는 중요한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굿이나 황해도굿에서 정신이 혼란을 일으킨 존재에게 ‘화전치기’를 하는 굿은 이러한 각도에서 의의를 부여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불로 병든 영혼을 치유하고 맑은 영혼이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은 동일한 발상이다. 화전굿을 하면서 영혼을 정화하는 점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무속신앙에서만 불과 물을 통한 정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을신앙의 일반적인 관념 속에서 불과 물에 의한 정화가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뭄에 물을 기원하는 의례도 광의의 범주에서 필요한 물의 기원이고, 이와 달리 불에 의해 한 해 정화를 하는 의례 역시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까부리와 달집태우기는 이러한 관념을 보여 주는 적실한 사례이다. 물을 기원하면서 물을 뿌리는 행위를 하고 물을 까부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이와 달리 달집을 태워서 이를 통해 풍요가 오도록 기원하는 것은 서로 무관하지 않다. 정화는 결과적으로 다각도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른바 기원과 주술, 무속에서 심판과 정화 등의 관념이 복합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관념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정화의 핵심적인 공간이 바로 부엌이 되는 점을 항상 일상생활에서 경험한다. 부엌은 물, 불, 아궁이 등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생명으로 전환하는 핵심적인 정화의 공간이 된다. 이 정화의 공간은 무당들이 하는 굿, 농악대가 하는 농악 등에서 서로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이 정화의 관념은 서로 깊은 연관성을 맺고 있다. 마을의 공동우물 등지에서 이러한 관련 양상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참고문헌

제주도무속자료사전 (현용준, 신구문화사, 1980)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