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짚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신체

집필자 남근우(南根祐)
갱신일 2018-12-20

정의

벼의 낟알을 떨어낸 줄기.

역사

한국에서 언제부터 볏짚 사용이 일반화되었는지 그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볏짚이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마땅히 ‘밑동베기’라는 수확법의 보급이 전제되어야 한다. 밑동베기는 벼 포기와 지면이 맞닿는 곳의 바로 윗부분, 즉 밑동을 잘라내는 방법이다. 이 방법에는 낫과 같은 예리한 수확 도구가 필요한다. 원삼국시대까지는 돌칼이나 손칼[鐵刀子] 등으로 이삭의 모가지 관절 밑을 따내는 ‘이삭따기’가 일반적이었다. 밑동베기는 볏짚의 이용에 필요한 정도로 극히 부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당시 볏짚이 어떤 용도로 어떻게 쓰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가정신앙의 민속지적 맥락에서는 터주신앙과의 관련이 특히 눈에 띈다. 그리고 출산의례와 볏짚의 농밀한 관련 역시 주목을 요한다.

내용

터주신 제사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서울 부근의 민가에서는 뒷마당의 한 구석이나 장독대 옆에 높이 2~3척의 짚주저리[藳蔽]에 금줄을 달아 택지신을 모신다. 때로는 짚주저리의 상부에 갓 모양의 지붕을 씌우는 경우도 있다. 이를 ‘터줏가리’ 또는 대감주석이라고 부른다. 이 터줏가리 속에는 햇곡식을 넣은 단지가 안치되어 있다. 가을고사 때 이 신단지의 곡물을 교환하고 새 짚으로 터줏가리를 갈아 씌운다. 또 충북 증평군 증평읍 미암리의 터줏단지는 빈 시루에 쌀을 담은 사발을 넣고 그 위에 짚으로 지붕을 씌워 눈비를 맞지 않도록 덮어놓는다. 이렇게 지붕을 씌워놓은 것을 충주시 노은면 신효리에서는 ‘유두저리’, 음성군 폐벌리에서는 ‘유두지’라고 부른다. 전북 임실군 덕치면 두지리 신기마을에서는 예전에 가을일이 끝나면 음력 시월 중 날을 잡아 가을고사를 행했다. 그해에 거둬들인 나락 가운데 가장 잘 익은 것을 미리 석 되 정도 준비하여 마루방 안쪽 시렁에 모셔둔 성줏단지에 든 곡물과 교체한다. 즉 전년의 가을고사 때 넣어둔 구곡(舊穀)을 꺼내고 신곡(新穀)을 넣어 백지로 뚜껑을 씌운 다음 그 위에 금줄을 쳐서 시렁에 안치한다. 그리고 햇곡식으로 밥을 지어 이 성줏단지 밑에 올린 다음에 풍작을 감사드리고 더불어 가내태평을 기원한다. 그 다음 뒤뜰 장독대 옆에 모신 터줏단지 안의 곡물을 교체하고, 눈비를 피하기 위해 단지 상부에 씌워둔 원추형의 ‘주제비’(주저리)를 새 짚으로 갈아 씌운다. 이 주제비는 가을고사용으로 쓰일 신곡을 떨어내고 남은 짚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전년에 씌운 주제비는 행사 후에 태워없애고 단지에서 꺼낸 구곡으로 밥을 지어 가족끼리 나눠 먹는다.

또 제주도의 사례에서 밧칠성은 어미뱀이며 안칠성은 그 일곱째의 막내딸뱀이라고 한다. 밧칠성의 ‘칠성눌’은 밑에 암키와를 젖혀놓고 그 위에 수키와를 엎어놓은 다음 그 두 기왓장 사이에 조, 콩, 팥, 메밀, 산도(山稻, 밭벼) 등 오곡의 씨를 한줌씩 종이에 싸서 상곡(上穀)은 맨 위에 놓고 연 1회 손을 봐서 교체하는 것이라 한다. 그 씨는 사용되지 않고 그대로 썩는다. 그리고 명절 제사 때면 문전신, 조왕, 안칠성, 밧칠성에게 메를 올린다. 문전신은 집안일을 다 알아야 하는 신이기 때문에 문전제를 먼저 간단히 한 뒤 본제사를 하고나서 조왕, 안칠성, 밧칠성에게 제물을 차린다. 이것은 일반 조상제 때도 마찬가지로 행해진다. 철갈이 때에는 별도로 모든 가신에게 본풀이를 올리며 제사를 지낸다.

이들 터주신 제사는 수확제의 일종으로 행해진다. 그 대상 신격인 터주신은 지역에 따라 터주지신, 터줏대감, 터줏대장, 토주신, 김첨지, 터줏단지, 귀신단지, 용단지, 청룡단지, 철륭단지, 철륭, 신단지, 뒤꼍각시, 뒷할망, 밧칠성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린다. 제일(祭日) 역시 지방마다 차이가 있다. 그러나 수확작업과 그 직후 노적 만들기가 끝난 뒤에 길일을 잡아 행하는 경우가 많다. 제장으로는 사람 눈에 띄지 않는 뒷마당의 한 구석이나 장독대 옆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터주신제의 제사 대상은 곡물종자를 안치한 기와, 사발, 단지, 항아리 등이다(이하 터줏단지로 통칭함). 그 안에 들어 있는 작년의 구곡과 이제 막 수확한 금년의 신곡을 교체하는 게 이 행사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터줏단지에 안치하는 곡물의 종류는 중·남부의 논농사지대의 경우는 벼가 많다. 이와 더불어 벼의 그루갈이로 재배한 맥류(麥類)를 집어넣는 사례도 많다. 즉 음력 시월의 상달고사 때 나락, 현미, 백미 등을 터줏단지 안에 봉안하고 그것을 음력 유월의 유두고사 때 겉보리, 쌀보리, 밀 등과 교체한다. 또 제주도를 비롯한 중․남부의 밭농사 탁월지대 및 동·북부의 화전지대에서는 조, 기장, 수수, 메밀, 콩 등 밭작물을 터줏단지에 안치하여 제사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터주신제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신성한 터줏단지를 둘러싼 신옥(神屋)의 교체이다. 이 신령의 집은 원추․원통형이라는 형태면에서 노적과 매우 유사하다. 이뿐만 아니라 방선부분의 ‘터줏가리’, ‘유두지’, ‘유두저리’, ‘주제비’, ‘칠성눌’ 등(이하 터줏가리로 통칭함)이 나타내듯이 호칭 면에서도 노적이나 노적의 최상부에 씌우는 지붕의 호칭과 일치한다. 이러한 형태상의 유사 및 호칭상의 일치는 터줏단지를 둘러싼 터줏가리가 노적 그 자체의 축소판임을 잘 보여준다.

이 터줏가리는 터줏단지에 봉안되는 곡물을 떨어낸 볏짚이나 보릿짚, 조짚 등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다. 즉 새로 거둬들인 곡물종자를 터줏단지 안에 안치하고, 그 모태라 할 수 있는 새 짚으로 터줏가리를 만들어 그것을 둘러싸는 것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구성요소를 핵심으로 하는 한국의 터주신제는 곡령의 새로운 출탄을 바라는 재생의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사례에 보이는 곡물종자를 안치한 암키와와 수키와 및 이에 따른 어미뱀[母蛇], 막내딸뱀[娘蛇] 전승은 곡모(穀母)와 곡부(穀父)가 결합하여 그 결과로 곡동(穀童)이 태어난다는 재생 모티브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경우 성스러운 곡물종자를 둘러싼 원추형의 터줏가리는 이듬해 활약할 곡령을 품어서 왕성한 생명력을 지닌 새로운 곡령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새 생명의 탄생에 필요한 출산의례의 경우 안방을 주 무대로 많이 삼으며 이때 짚과 곡물이 자주 사용되고 있어 주목된다. 예를 들어 1930년대 송석하가 보고한 조선의 산육의례에는 출산 때의 특이한 습속으로 짚을 많이 사용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짚을 깔고 그 위에서 분만을 하며, 태반을 짚으로 싸서 사흘 뒤에 짚불이나 왕겨불에 태우거나 개울에 흘려보내는 것이다. 또 부산광역시 동래지역에서는 짚을 까는 대신 짚 한 다발을 산실 구석에 세워놓는 경우도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두 개만 더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전남 신안군 안좌도에서는 아기를 낳은 날 바로 외인(外人)의 출입을 금하는 ‘검줄(금줄)’을 치고 집안에는 ‘문전지앙’을 모신다. 추한 사람이 검줄을 보지 못하고 산가(産家)에 들어올 경우 눈에 잘 띄는 문전지앙을 보면 놀라서 나가게 된다. 문전지앙의 형태는 짚뭇(짚단)을 토방 위의 마루기둥에 기대어놓은 것이다. 이곳에 이레 때마다 부모나 형제들이 밥, 미역국, 물을 소쿠리에 담아놓고 지앙할매에게 ‘앉을줄, 설줄 모르는 개 같은 아이 잘못하드라도 잘 보아 달라.’고 빈다. 문전지앙도 검줄과 같이 세이레나 망중이레가 지나면 치운다.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에서는 산신(産神)을 ‘제왕할매’라 칭한다. 그 수는 한 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기를 낳으면 산모가 있는 방의 손 없는 위치에 삼신상(제왕판)을 놓고 그 위에 첫이레 때는 가위, 실, 쌀, 미역, 정화수, 고춧가루, 고추장, 달걀, 소금 등을 얹어 놓고 제왕님에게 비손한다. 제왕 모시기는 일곱이레 동안 하며, 부정을 막기 위해 부정한 인물이나 사물의 출입을 일절 금지시킨다. 그리고 첫이레 사이에는 매일 아침 짚(이 짚은 사용하고는 제왕판 뒤에 세워 둠)을 펴고 그 위에 산모가 먹을 밥과 미역국을 차린 다음 아기의 무병장수를 비손한 뒤에 먹는다. 첫이레가 지나면 제왕판에 가위, 실과 제왕판 옆의 짚만 남겨두고 나머지 물건은 죄다 치운다. 쌀과 미역은 각각 밥과 국으로 만들어 제왕님에게 비손하고 산모가 먹는다. 그 뒤로는 이레마다 아침식사 때 산모가 제왕판 옆에 세워둔 짚을 펴고 그 위에 미역국을 차려 제왕님에게 비손하고 먹는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방에 짚을 깔고 그 위에서 출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물론 출산 즈음에 볏짚이 단순히 산욕(産褥)의 깔개로 사용된 것만은 아니다. 앞의 사례처럼 볏짚을 한 주먹 묶어 안방구석에 걸어놓거나, 또는 산실 구석 또는 문 밖에 볏단을 세워놓고 이를 출산과 육아의 신으로 모신다든지, 혹은 삼신상 위에 짚과 쌀을 올려놓고 순산을 기원하는 습속들을 보면, 볏짚이나 짚단은 그저 단순한 깔개가 아니라 아이를 낳아 길러주는 영적 존재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육의례에는 이처럼 아이를 낳아주는 모체로서의 짚뿐만 아니라 그 짚에서 산출되는 곡물을 주술적으로 사용하는 습속도 빈출한다. 이를테면 바가지나 주머니 등에 곡물을 안치하고 이를 아이를 태워주고 길러주는 삼신으로 모시며 순산을 위해 쌀되나 콩자루 위에서 아이를 낳고, 배내 베개 안의 좁쌀을 꺼내 뿌려 그 발아와 성장 상태로써 아이의 장래를 점치며, 아이의 무병장수를 위해 갓난아이를 오쟁이 속에 집어넣고, 기타 백일이나 돌의 수수팥떡과 관련된 속신 등에서 이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는 태어나는 아이가 짚의 자실(子實)로 산출되는 곡물의 유추로 인식된다. 따라서 산육의례에서 주술적으로 사용되는 볏짚과 곡물의 관계는 인간의 모자관계, 즉 새 생명의 탄생은 곡물의 수확으로 그리고 그 ‘아이=곡물’을 낳아 기르는 산모는 곡물을 산출하는 모체로서의 ‘볏짚=곡모’로 비정(比定)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김택규는 가정신앙에서 주부의 위치는 ‘무(巫)=신모(神母)=곡신(穀神)’의 위치에 있는 것이며, 호주는 ‘곡령=곡동’의 위치에 선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부언하면 인간의 ‘씨’의 상속자이자 곡물의 ‘씨’를 안치한 성주와도 동일시되는 호주를 곡동, 그 ‘씨’를 낳아 기르고 봉사하는 여성(주부)을 곡모로 각각 자리매김한 것이다.

세계의 농경민족 사이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의인화(擬人化)된 곡령신앙, 특히 곡모가 곡동을 낳아 기른다는 관념이나 이를 구상화한 신앙행사를 한국의 수확의례에서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인간의 수확의례라 할 수 있는 출산습속에는 산모와 아이가 짚과 곡물의 유추로 간주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보인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산모(주부)=짚=곡모’, ‘아이(호주)=곡물=곡동’이라는 관계도식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도식이 성립될 수 있다면 ‘○○단지, ○○상자, ○○바가지’를 안방에 안치하고 이를 주부가 봉사하는 가신제의 원의(原義)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할 수 있다. 즉 풍작과 행복의 원천으로서 일 년동안의 소임을 다한 곡물종자를 새 생명의 탄생공간인 안방에 안치하고 이를 곡모적 성격을 지닌 주부가 겨우내 봉사함으로써 이듬해 활약할 새로운 곡령의 부활과 탄생을 기원하는 ‘씨’의 재생의례, 바로 이것이 ‘○○단지, ○○상자, ○○바가지’를 대상으로 한 가신제의 본질이다.

참고문헌

出産と藁の關係 (송석하, 旅と傳說 6․7, 三元社, 1933)
朝鮮巫俗の現地硏究 (秋葉隆, 養德社, 1940)
古代祭政と穀靈信仰 (三品彰英, 平凡社, 1973)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5-제주도 (문화재관리국, 1974)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7-충북 (문화재관리국, 1977)
한국농경세시의 연구 (김택규, 영남대학교 출판부, 1985)
안좌도지역의 민속지 (이종철, 도서문화 4,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소, 1986)
한국 짚 문화 (국립민속박물관, 1991)
가덕도의 기층문화 (김승찬, 부산대학교 한국문화연구소, 1993)
곡령숭배사상 (남근우, 한국의 민속사상, 집문당, 1996)

볏짚

볏짚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신체

집필자 남근우(南根祐)
갱신일 2018-12-20

정의

벼의 낟알을 떨어낸 줄기.

역사

한국에서 언제부터 볏짚 사용이 일반화되었는지 그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볏짚이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마땅히 ‘밑동베기’라는 수확법의 보급이 전제되어야 한다. 밑동베기는 벼 포기와 지면이 맞닿는 곳의 바로 윗부분, 즉 밑동을 잘라내는 방법이다. 이 방법에는 낫과 같은 예리한 수확 도구가 필요한다. 원삼국시대까지는 돌칼이나 손칼[鐵刀子] 등으로 이삭의 모가지 관절 밑을 따내는 ‘이삭따기’가 일반적이었다. 밑동베기는 볏짚의 이용에 필요한 정도로 극히 부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당시 볏짚이 어떤 용도로 어떻게 쓰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가정신앙의 민속지적 맥락에서는 터주신앙과의 관련이 특히 눈에 띈다. 그리고 출산의례와 볏짚의 농밀한 관련 역시 주목을 요한다.

내용

터주신 제사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서울 부근의 민가에서는 뒷마당의 한 구석이나 장독대 옆에 높이 2~3척의 짚주저리[藳蔽]에 금줄을 달아 택지신을 모신다. 때로는 짚주저리의 상부에 갓 모양의 지붕을 씌우는 경우도 있다. 이를 ‘터줏가리’ 또는 대감주석이라고 부른다. 이 터줏가리 속에는 햇곡식을 넣은 단지가 안치되어 있다. 가을고사 때 이 신단지의 곡물을 교환하고 새 짚으로 터줏가리를 갈아 씌운다. 또 충북 증평군 증평읍 미암리의 터줏단지는 빈 시루에 쌀을 담은 사발을 넣고 그 위에 짚으로 지붕을 씌워 눈비를 맞지 않도록 덮어놓는다. 이렇게 지붕을 씌워놓은 것을 충주시 노은면 신효리에서는 ‘유두저리’, 음성군 폐벌리에서는 ‘유두지’라고 부른다. 전북 임실군 덕치면 두지리 신기마을에서는 예전에 가을일이 끝나면 음력 시월 중 날을 잡아 가을고사를 행했다. 그해에 거둬들인 나락 가운데 가장 잘 익은 것을 미리 석 되 정도 준비하여 마루방 안쪽 시렁에 모셔둔 성줏단지에 든 곡물과 교체한다. 즉 전년의 가을고사 때 넣어둔 구곡(舊穀)을 꺼내고 신곡(新穀)을 넣어 백지로 뚜껑을 씌운 다음 그 위에 금줄을 쳐서 시렁에 안치한다. 그리고 햇곡식으로 밥을 지어 이 성줏단지 밑에 올린 다음에 풍작을 감사드리고 더불어 가내태평을 기원한다. 그 다음 뒤뜰 장독대 옆에 모신 터줏단지 안의 곡물을 교체하고, 눈비를 피하기 위해 단지 상부에 씌워둔 원추형의 ‘주제비’(주저리)를 새 짚으로 갈아 씌운다. 이 주제비는 가을고사용으로 쓰일 신곡을 떨어내고 남은 짚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전년에 씌운 주제비는 행사 후에 태워없애고 단지에서 꺼낸 구곡으로 밥을 지어 가족끼리 나눠 먹는다. 또 제주도의 사례에서 밧칠성은 어미뱀이며 안칠성은 그 일곱째의 막내딸뱀이라고 한다. 밧칠성의 ‘칠성눌’은 밑에 암키와를 젖혀놓고 그 위에 수키와를 엎어놓은 다음 그 두 기왓장 사이에 조, 콩, 팥, 메밀, 산도(山稻, 밭벼) 등 오곡의 씨를 한줌씩 종이에 싸서 상곡(上穀)은 맨 위에 놓고 연 1회 손을 봐서 교체하는 것이라 한다. 그 씨는 사용되지 않고 그대로 썩는다. 그리고 명절 제사 때면 문전신, 조왕, 안칠성, 밧칠성에게 메를 올린다. 문전신은 집안일을 다 알아야 하는 신이기 때문에 문전제를 먼저 간단히 한 뒤 본제사를 하고나서 조왕, 안칠성, 밧칠성에게 제물을 차린다. 이것은 일반 조상제 때도 마찬가지로 행해진다. 철갈이 때에는 별도로 모든 가신에게 본풀이를 올리며 제사를 지낸다. 이들 터주신 제사는 수확제의 일종으로 행해진다. 그 대상 신격인 터주신은 지역에 따라 터주지신, 터줏대감, 터줏대장, 토주신, 김첨지, 터줏단지, 귀신단지, 용단지, 청룡단지, 철륭단지, 철륭, 신단지, 뒤꼍각시, 뒷할망, 밧칠성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린다. 제일(祭日) 역시 지방마다 차이가 있다. 그러나 수확작업과 그 직후 노적 만들기가 끝난 뒤에 길일을 잡아 행하는 경우가 많다. 제장으로는 사람 눈에 띄지 않는 뒷마당의 한 구석이나 장독대 옆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터주신제의 제사 대상은 곡물종자를 안치한 기와, 사발, 단지, 항아리 등이다(이하 터줏단지로 통칭함). 그 안에 들어 있는 작년의 구곡과 이제 막 수확한 금년의 신곡을 교체하는 게 이 행사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터줏단지에 안치하는 곡물의 종류는 중·남부의 논농사지대의 경우는 벼가 많다. 이와 더불어 벼의 그루갈이로 재배한 맥류(麥類)를 집어넣는 사례도 많다. 즉 음력 시월의 상달고사 때 나락, 현미, 백미 등을 터줏단지 안에 봉안하고 그것을 음력 유월의 유두고사 때 겉보리, 쌀보리, 밀 등과 교체한다. 또 제주도를 비롯한 중․남부의 밭농사 탁월지대 및 동·북부의 화전지대에서는 조, 기장, 수수, 메밀, 콩 등 밭작물을 터줏단지에 안치하여 제사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터주신제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신성한 터줏단지를 둘러싼 신옥(神屋)의 교체이다. 이 신령의 집은 원추․원통형이라는 형태면에서 노적과 매우 유사하다. 이뿐만 아니라 방선부분의 ‘터줏가리’, ‘유두지’, ‘유두저리’, ‘주제비’, ‘칠성눌’ 등(이하 터줏가리로 통칭함)이 나타내듯이 호칭 면에서도 노적이나 노적의 최상부에 씌우는 지붕의 호칭과 일치한다. 이러한 형태상의 유사 및 호칭상의 일치는 터줏단지를 둘러싼 터줏가리가 노적 그 자체의 축소판임을 잘 보여준다. 이 터줏가리는 터줏단지에 봉안되는 곡물을 떨어낸 볏짚이나 보릿짚, 조짚 등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다. 즉 새로 거둬들인 곡물종자를 터줏단지 안에 안치하고, 그 모태라 할 수 있는 새 짚으로 터줏가리를 만들어 그것을 둘러싸는 것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구성요소를 핵심으로 하는 한국의 터주신제는 곡령의 새로운 출탄을 바라는 재생의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사례에 보이는 곡물종자를 안치한 암키와와 수키와 및 이에 따른 어미뱀[母蛇], 막내딸뱀[娘蛇] 전승은 곡모(穀母)와 곡부(穀父)가 결합하여 그 결과로 곡동(穀童)이 태어난다는 재생 모티브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경우 성스러운 곡물종자를 둘러싼 원추형의 터줏가리는 이듬해 활약할 곡령을 품어서 왕성한 생명력을 지닌 새로운 곡령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새 생명의 탄생에 필요한 출산의례의 경우 안방을 주 무대로 많이 삼으며 이때 짚과 곡물이 자주 사용되고 있어 주목된다. 예를 들어 1930년대 송석하가 보고한 조선의 산육의례에는 출산 때의 특이한 습속으로 짚을 많이 사용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짚을 깔고 그 위에서 분만을 하며, 태반을 짚으로 싸서 사흘 뒤에 짚불이나 왕겨불에 태우거나 개울에 흘려보내는 것이다. 또 부산광역시 동래지역에서는 짚을 까는 대신 짚 한 다발을 산실 구석에 세워놓는 경우도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두 개만 더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전남 신안군 안좌도에서는 아기를 낳은 날 바로 외인(外人)의 출입을 금하는 ‘검줄(금줄)’을 치고 집안에는 ‘문전지앙’을 모신다. 추한 사람이 검줄을 보지 못하고 산가(産家)에 들어올 경우 눈에 잘 띄는 문전지앙을 보면 놀라서 나가게 된다. 문전지앙의 형태는 짚뭇(짚단)을 토방 위의 마루기둥에 기대어놓은 것이다. 이곳에 이레 때마다 부모나 형제들이 밥, 미역국, 물을 소쿠리에 담아놓고 지앙할매에게 ‘앉을줄, 설줄 모르는 개 같은 아이 잘못하드라도 잘 보아 달라.’고 빈다. 문전지앙도 검줄과 같이 세이레나 망중이레가 지나면 치운다.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에서는 산신(産神)을 ‘제왕할매’라 칭한다. 그 수는 한 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기를 낳으면 산모가 있는 방의 손 없는 위치에 삼신상(제왕판)을 놓고 그 위에 첫이레 때는 가위, 실, 쌀, 미역, 정화수, 고춧가루, 고추장, 달걀, 소금 등을 얹어 놓고 제왕님에게 비손한다. 제왕 모시기는 일곱이레 동안 하며, 부정을 막기 위해 부정한 인물이나 사물의 출입을 일절 금지시킨다. 그리고 첫이레 사이에는 매일 아침 짚(이 짚은 사용하고는 제왕판 뒤에 세워 둠)을 펴고 그 위에 산모가 먹을 밥과 미역국을 차린 다음 아기의 무병장수를 비손한 뒤에 먹는다. 첫이레가 지나면 제왕판에 가위, 실과 제왕판 옆의 짚만 남겨두고 나머지 물건은 죄다 치운다. 쌀과 미역은 각각 밥과 국으로 만들어 제왕님에게 비손하고 산모가 먹는다. 그 뒤로는 이레마다 아침식사 때 산모가 제왕판 옆에 세워둔 짚을 펴고 그 위에 미역국을 차려 제왕님에게 비손하고 먹는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방에 짚을 깔고 그 위에서 출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물론 출산 즈음에 볏짚이 단순히 산욕(産褥)의 깔개로 사용된 것만은 아니다. 앞의 사례처럼 볏짚을 한 주먹 묶어 안방구석에 걸어놓거나, 또는 산실 구석 또는 문 밖에 볏단을 세워놓고 이를 출산과 육아의 신으로 모신다든지, 혹은 삼신상 위에 짚과 쌀을 올려놓고 순산을 기원하는 습속들을 보면, 볏짚이나 짚단은 그저 단순한 깔개가 아니라 아이를 낳아 길러주는 영적 존재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육의례에는 이처럼 아이를 낳아주는 모체로서의 짚뿐만 아니라 그 짚에서 산출되는 곡물을 주술적으로 사용하는 습속도 빈출한다. 이를테면 바가지나 주머니 등에 곡물을 안치하고 이를 아이를 태워주고 길러주는 삼신으로 모시며 순산을 위해 쌀되나 콩자루 위에서 아이를 낳고, 배내 베개 안의 좁쌀을 꺼내 뿌려 그 발아와 성장 상태로써 아이의 장래를 점치며, 아이의 무병장수를 위해 갓난아이를 오쟁이 속에 집어넣고, 기타 백일이나 돌의 수수팥떡과 관련된 속신 등에서 이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는 태어나는 아이가 짚의 자실(子實)로 산출되는 곡물의 유추로 인식된다. 따라서 산육의례에서 주술적으로 사용되는 볏짚과 곡물의 관계는 인간의 모자관계, 즉 새 생명의 탄생은 곡물의 수확으로 그리고 그 ‘아이=곡물’을 낳아 기르는 산모는 곡물을 산출하는 모체로서의 ‘볏짚=곡모’로 비정(比定)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김택규는 가정신앙에서 주부의 위치는 ‘무(巫)=신모(神母)=곡신(穀神)’의 위치에 있는 것이며, 호주는 ‘곡령=곡동’의 위치에 선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부언하면 인간의 ‘씨’의 상속자이자 곡물의 ‘씨’를 안치한 성주와도 동일시되는 호주를 곡동, 그 ‘씨’를 낳아 기르고 봉사하는 여성(주부)을 곡모로 각각 자리매김한 것이다. 세계의 농경민족 사이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의인화(擬人化)된 곡령신앙, 특히 곡모가 곡동을 낳아 기른다는 관념이나 이를 구상화한 신앙행사를 한국의 수확의례에서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인간의 수확의례라 할 수 있는 출산습속에는 산모와 아이가 짚과 곡물의 유추로 간주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보인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산모(주부)=짚=곡모’, ‘아이(호주)=곡물=곡동’이라는 관계도식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도식이 성립될 수 있다면 ‘○○단지, ○○상자, ○○바가지’를 안방에 안치하고 이를 주부가 봉사하는 가신제의 원의(原義)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할 수 있다. 즉 풍작과 행복의 원천으로서 일 년동안의 소임을 다한 곡물종자를 새 생명의 탄생공간인 안방에 안치하고 이를 곡모적 성격을 지닌 주부가 겨우내 봉사함으로써 이듬해 활약할 새로운 곡령의 부활과 탄생을 기원하는 ‘씨’의 재생의례, 바로 이것이 ‘○○단지, ○○상자, ○○바가지’를 대상으로 한 가신제의 본질이다.

참고문헌

出産と藁の關係 (송석하, 旅と傳說 6․7, 三元社, 1933)朝鮮巫俗の現地硏究 (秋葉隆, 養德社, 1940)古代祭政と穀靈信仰 (三品彰英, 平凡社, 1973)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5-제주도 (문화재관리국, 1974)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7-충북 (문화재관리국, 1977)한국농경세시의 연구 (김택규, 영남대학교 출판부, 1985)안좌도지역의 민속지 (이종철, 도서문화 4,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소, 1986)한국 짚 문화 (국립민속박물관, 1991)가덕도의 기층문화 (김승찬, 부산대학교 한국문화연구소, 1993)곡령숭배사상 (남근우, 한국의 민속사상, 집문당,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