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石塔)

한자명

石塔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마을신앙 > 신체

집필자 김효경(金孝慶)

정의

마을 어귀에 잡석(雜石)을 올려 쌓아 만든 정교한 원뿔대형의 탑으로, 마을로 들어오는 액(厄)을 막고 복을 불러들인다고 여기는 마을의 신앙 대상물.

내용

돌탑은 충청남도, 충청북도, 전라북도, 강원도, 경상남도 내륙의 산간지역에 주로 분포하지만 제주도에서도 발견된다. 태백산맥에서 소백산맥으로 이어지는 ‘1차 산맥’을 중심으로 그 주변의 산과 강의 흐름을 따라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특히 충청도의 금강 상류지역인 금산·영동·옥천·보은·대전과 전북의 무주·진안·장수가 중심을 이룬다. 이밖에 남쪽으로는 남원·순창·임실·담양·곡성·순천 등지에 산견되며, 경상남도의 거창·고성·산청·의령·함양 등지에서도 산견된다. 강원도에서는 강릉, 횡성, 동해시에 나타나지만 그 수가 적다. 이처럼 돌탑이 산악이나 돌이 많은 특정한 지역과 연계되어 나타나는 것은 지리적인 이점이 신앙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흔히 탑·돌탑이라고 부르지만, 경상도와 전라도 지방에서는 조산(造山), 조산탑 또는 조탑(造塔)이라고 부른다. 제주도에서는 ‘방사용탑’, ‘거욱’, ‘가마귀동산’이라고 한다. 이밖에 충북에서는 ‘수살막이’, 전북에서는 ‘도탐’, 경상도에서는 ‘밥무덤’이라고 각각 칭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돌탑은 마을로 들어오는 액이나 질병, 살(煞), 호환(虎患), 화기(火氣) 등을 막기 위해 쌓은 신앙 대상물이다. 하지만 마을 앞의 허한 방위를 막기 위해서나 특정한 모양의 지형을 보완하기 위해 쌓은 단순 비보물(裨補物)이기도 하다. 다른 신앙 대상물에 비해 풍수적인 비보(裨補)신앙의 모습을 가장 강하게 지니고 있다. 그러나 고갯마루나 사찰입구에 지나가는 길손이 마구잡이로 던져 놓은 잡석의 서낭당이나 개인이 신을 향한 구도의 마음으로 쌓은 돌탑과는 구별된다. 주민들의 소망과 정성이 모아진 비교적 정교한마을신앙 대상물이기 때문이다.

돌탑은 돌이 지닌 영구불변성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종교 원리를 이용한 신앙 대상물이다. 돌이 지닌 주술성을 토대로 주민들이 하나씩 정성껏 쌓아 올린다. 개인의 창작물이아니라 주민공동체의 발원 속에서 만들어진 원초적 신앙의 산물이다. 돌탑은 원뿔형, 원추형, 원통형, 반원형 등으로 정성스레 쌓는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인 돌탑은 주민들의 정성으로 정교하게 탄생한다. 이 가운데 원뿔대형이 가장 많다.

돌탑은 기단부, 몸체, 머릿돌, 탑 안의 내장물의 네 개 구조로 되어 있다. 탑의 몸체에 감실을 만들기도 하지만 흔하지는 않다. 이는 탑이 불탑(佛塔)과 같다는 관념에서이다. 탑의 머릿돌로는 뾰족하거나 둥글게 생긴 돌을 각각 얹는다. 할아버지탑에는 뾰족한 남성형 돌, 할머니탑에는 둥근 여성형 돌을 얹는다. 탑을 의인화할 때 탑윗돌이 그 표식이 된다. 사람에게 머리가 있듯이 머릿돌은 마을의 수호신인 탑할머니, 탑할아버지의 머리가 된다. 제사를 지낼 때에는 이 머릿돌에 흰종이나 고깔을 씌운다. 이를 ‘옷 입힌다’고 하며 탑을 의인화하는 작업이다. 탑윗돌은 액운의 증표가 되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탑 위에 사람 형상의 돌이나 까마귀 또는 그저 ‘지키는 거’로 불리는 새를얹는다. 이것은 사람이나 까마귀나 벽사(辟邪) 성격이 강해 ‘보초서는 것’, ‘지키는 것’이고 불린다.

탑 안에는 주민의 소망에 따라 복을 끌어들이는 쇠스랑, 풍농을 기원하는 오곡(五穀), 액을 막는 부적, 수마(水魔)를 막는 숯이나 소금단지, 돼지·무쇠솥·볏 등 풍수상의 허점을 막기 위한 주구(呪具), 탑을 만든 날짜와 탑을 쌓은 사람의 명단 등이 들어간다. 주민들의 소망을 담은 주구들은 마을 사람 이외에는 알 수가 없다.

마을에 산제당이 별도로 있는 경우 돌탑은 하당신으로 마을 어귀에 모셔지지만 산제당이 별도로 없는 경우에는 돌탑이 산제당이 되기도 한다. 마을 어귀에 있는 돌탑에 제사를 지낼 때 이를 흔히 ‘거리제’ 또는‘탑제’, ‘돌탑제’, ‘조탑제’라고 일컫는다. 지역에 따라 음력 정월 초순이나 보름, 시월에 주민들이 합심하여 제사를 지낸다.

탑은 다른 신앙 대상물과 함께 모셔지기도 한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신목(神木)이나 마을숲이다. 그 이외에 장승이나 솟대, 선돌 등과 함께 모셔지기도 하지만 드문 일이다.다른 신앙 대상물보다 특히 풍수(風水)와 관련하여 봉안되는 사례가 많은 것과 무관 하지 않다.

돌탑은 보통 마을 어귀에 한 개나 두 개를 세운다.‘할머니탑’, ‘할아버지탑’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가장 보편적이다. 이러한 명칭은 탑이 지닌 성격을 잘 드러낸다.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들을 돌보는 든든한 울타리인 것처럼 마을 어귀의 탑할머니, 탑할아버지 내외는 마을을 수호하는 신령이 된다. 탑제를 지낼 때에는 탑에 금줄을 두르고 머릿돌에 종이를 씌우며 이를 통해 돌탑은 의인화(擬人化)된다. 이로써 곧 일 년 동안 마을을 보호할 할아버지신령, 할머니신령이 된다.

지역사례

돌탑은 마을 어귀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살(殺) 또는 액을 막기 위해 쌓은 신앙 대상물이다. 지역적으로는 이러한 믿음의 사례가 대동소이하다. 액은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으로서 막연한 살(煞)이나 액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형태의 질병이나 화재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충남 금산군 남일면 황풍리의 탑에는 두꺼비 모양의 탑윗돌이 올려 있다. 이는 마을 앞으로 난 다리가 풍수상 ‘지네혈’이어서 마을로 뻗어오는 지네의 독(毒)을 막기 위해그 천적인 두꺼비의 형상을 탑윗돌로 사용한 것이다. 마을로 들어오는 직접적인 액을 막는 증표인 셈이다.

남일면 황풍리 사미실과 추부면 용지리 장바위, 진산면 엄정리 하엄정의 탑은 화재를 막기 위해 쌓았다. 하엄정은 남쪽과 북쪽으로 길게 형성된 골짜기를 따라 시냇물 양쪽에마을이 있다. 마을 북쪽에는 나무가 무성해 ‘숲거리’라고 부르는 허한 북쪽 방위를 막기 위해 조성된 비보숲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나무를 모두 베어간 뒤로 마을에 불이 자주 일어나고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 북쪽에 위치한 매봉산이 풍수적으로 화산(火山)이어서 그 화기(火氣)가 마을에 미쳐 수시로 화마(火魔)가 마을을 덮쳤다. 이를막기 위해 북쪽에 탑을 쌓고 탑제를 지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원범왕마을에서는 음력 삼월삼짇날에 마을 앞산인 갈미봉에 소금단지를 묻고 조산을 보수한다. 어느 날 마을 뒤 칠불사로 오가던 노승이 마을 앞의 갈미봉이 ‘불 화(火)’ 자의 형국이어서 마을에 화재가 자주 발생하니 마을 앞에 조산을 쌓고 갈미봉에 소금단지를 묻으면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는 비법을 일러 주었다. 노승의말대로 조치한 뒤 화재가 예방되어 지금껏 행하고 있다고 한다.

탑은 여느 신앙 대상물과 달리 풍수상 허(虛)한 방위를 막거나 끊어진 산의 지맥을 연결하기 위해 쌓기도 한다.

충남 금산군 제원면 한뫼마을은 마을 앞이 훤하게 뚫렸다. 까닭없이 젊은이가 죽거나 사고를 당하는가 하면 자살하는 사람도 많았다. 동네를 지나가던 지관이 “동구(洞口)가허해서 그런 것이니 숲을 가꾸고 탑을 쌓으면 괜찮아질 것이다”라고 일러 주었다. 이 말을 들은 촌로들이 탑을 쌓고 탑제를 지내기 시작했다.

경남 거창군 웅양면 동호마을 앞에는 조산 2기가 있다. 마을의 진산인 양각산의 정기가 마을로 이어지는 중간에 예전의 홍수로 계곡이 생겨남으로써 지맥이 끊겼다. 이 지맥을 연결시키기 위해 끊어진 산의 정기를 잇는 도구로 조산을 만들었다.

간혹 풍수적 특징과 관련하여 마을에 돌탑을 만들지 않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돌탑은 무겁기 때문에 행주형(行舟形) 지세의 마을에서는 모시지 않는다. 돌이 무거워 배가 가라앉기 때문이다.

돌탑에 특별한 물건을 매장하는 것은 마을별로 다르다. 돌탑의 내장물은 돌탑의 신앙적 욕구를 더욱 증대시킨다. 금산군 금산읍 양지리 정동이에서는 마을이 소가 누워 있는형국[臥牛形]이어서 소가 좋아하는 콩을 넣었다. 금산군 복수면 다복리 다복골에서는 재물을 많이 긁어 달라는 바람에서 쇠스랑을, 추부면 용지리에서는 화재를 막기 위해 숯을 각각 넣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1리에서는 액운을 삶아 없애라는 의미에서 무쇠솥을, 제주시 이호2동 골왓마을에서는 무엇이나 잘 먹어서 잡귀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 하여 돼지를 각각 넣었다. 청동쇠의 강한 기운으로 액기를 꺾는다는 의미로 우금(청동으로 만든 밥자)을 묻는 곳도 있다. 이처럼 탑의 내장물은 주민의소망이 응축된 주물(呪物)이다.

이 밖에 돌탑에 음식을 넣기도 하고, 음식을 넣는 시설물을 함께 설치하기도 한다. 경남 거창군 내계마을에는 ‘작은 산제당’이라 불리는 할매조산과 할배조산이 있다. 음력정월대보름날에 산제당에서 제사를 마치면 작은 산제당인 조산의 탑윗돌을 열고 그 아래에 밥을 넣는다. 경남 남해군 삼동면 봉화마을과 내산마을, 남해읍 동정마을 외금마을등 바닷가 마을에서는 조산 옆에 산제나 조산제를 마친 뒤에 밥이나 고기를 넣는 밥무덤을 두기도 한다. 마을 어귀로 들어오는 액과 잡병을 막고자 조산과 밥무덤을 함께 둔것이다.

이처럼 어느 지역의 돌탑은 액막이 기능이 강하다. 이러한 성향이 가장 강한 곳은 제주도이다. 사방이 트인 바닷가 마을이나 중산간 마을에서 바다를 향한 두려움을 극복하기위해 만들었다. 방사용 탑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악한 것을 막는 대표적인 신앙 대상물이 탑이다. 제주도의 탑은 탑 위에 세운 새와 관련지어 ‘거욱[까마귀]’, ‘가마귀동산’, ‘소로기[매]’, ‘소로깃동산’이라고 부른다. 또 탑 위의 석상과 관련하여서는 ‘영등하르방’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주민들은 종교적 기능이 액막이이기 때문에 흔히‘방사용(防邪用) 탑’이라고 부른다. 방사의 대상은 헛불, 날불, 사(邪), 살(煞), 광(光), 액(厄), 허(虛), 지형(地形), 모래(沙) 구릉의 피해, 바다로부터 떠밀려 온 시신 등으로 다양하다. 마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대상들이다.

방사용 탑은 방사를 위한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우선 탑을 마을에서 가장 나쁘다거나 약한 곳에 세운다. 비보를 위함이다. 돌탑의 첫돌은 액운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놓도록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주민들이 첫돌에 손을 함께 얹고 첫돌을 쌓는다. 액운을 똑같이 나눈다는 의미이다. 탑 위에 세운 조형물인 사람이나 새도 액을 막는 도구로 인식한다. 사람이나 새의 머리 방향을 액이 들어온다는 바다나 들, 오름으로 향하도록 세운다. 오름은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간혹 오름으로부터 날불(원인 모를 불)이나헛불(들이나 산에서 생겨서 날아온 불)이 날아와 화재가 발생하고, 오름에서 사기(邪氣)가 비춰서 사람에게 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육지와 달리 사면이 바다로 열려 있어 늘 그 위험을 막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 그 부담을 방사용 탑에 담았다. 탑에는 삶을 위협하는 바다를 향한 주민들의저항이 응집되어 있다. 제주시 이호2동 골왓마을은 4·3사건으로 피해가 컸다. 이 사건이 종료된 뒤 마을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무너진 탑을 보수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돌탑은 마을로 들어오는 온갖 액을 막아 마을을 화평한 세계로 이끌고, 마을의 지형지세의 부족한 부분까지 돌의 원초적이고 강한 힘으로 비보(裨補)하는 수호신이다.

참고문헌

장수지역당산제의 특징-누석형조탑제를 중심으로 (김형주, 전라문화연구 3, 전북향토문화연구회, 1988), 충남 금산의탑신앙 연구 (이필영, 백제연구 19, 충남대학교 백제문화연구소, 1988), 마을신앙으로 본 우리문화이야기 (이필영, 웅진닷컴, 1994), 강원도민속문화론 (김의숙, 집문당, 1995), 제주도의 방사용 탑 (강창언, 제주도사연구 4, 제주도사연구회, 1995), 진안의 마을신앙 (이상훈, 진안문화원, 1998), 금산의 탑신앙 (강성복, 금산문화원, 1999), 경남의 막돌탑과 선돌 (김봉우, 집문당, 2000), 금산의 민속 (김효경, 충청학과 충청문화 3, 2001)

돌탑

돌탑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마을신앙 > 신체

집필자 김효경(金孝慶)

정의

마을 어귀에 잡석(雜石)을 올려 쌓아 만든 정교한 원뿔대형의 탑으로, 마을로 들어오는 액(厄)을 막고 복을 불러들인다고 여기는 마을의 신앙 대상물.

내용

돌탑은 충청남도, 충청북도, 전라북도, 강원도, 경상남도 내륙의 산간지역에 주로 분포하지만 제주도에서도 발견된다. 태백산맥에서 소백산맥으로 이어지는 ‘1차 산맥’을 중심으로 그 주변의 산과 강의 흐름을 따라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특히 충청도의 금강 상류지역인 금산·영동·옥천·보은·대전과 전북의 무주·진안·장수가 중심을 이룬다. 이밖에 남쪽으로는 남원·순창·임실·담양·곡성·순천 등지에 산견되며, 경상남도의 거창·고성·산청·의령·함양 등지에서도 산견된다. 강원도에서는 강릉, 횡성, 동해시에 나타나지만 그 수가 적다. 이처럼 돌탑이 산악이나 돌이 많은 특정한 지역과 연계되어 나타나는 것은 지리적인 이점이 신앙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흔히 탑·돌탑이라고 부르지만, 경상도와 전라도 지방에서는 조산(造山), 조산탑 또는 조탑(造塔)이라고 부른다. 제주도에서는 ‘방사용탑’, ‘거욱’, ‘가마귀동산’이라고 한다. 이밖에 충북에서는 ‘수살막이’, 전북에서는 ‘도탐’, 경상도에서는 ‘밥무덤’이라고 각각 칭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돌탑은 마을로 들어오는 액이나 질병, 살(煞), 호환(虎患), 화기(火氣) 등을 막기 위해 쌓은 신앙 대상물이다. 하지만 마을 앞의 허한 방위를 막기 위해서나 특정한 모양의 지형을 보완하기 위해 쌓은 단순 비보물(裨補物)이기도 하다. 다른 신앙 대상물에 비해 풍수적인 비보(裨補)신앙의 모습을 가장 강하게 지니고 있다. 그러나 고갯마루나 사찰입구에 지나가는 길손이 마구잡이로 던져 놓은 잡석의 서낭당이나 개인이 신을 향한 구도의 마음으로 쌓은 돌탑과는 구별된다. 주민들의 소망과 정성이 모아진 비교적 정교한마을신앙 대상물이기 때문이다. 돌탑은 돌이 지닌 영구불변성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종교 원리를 이용한 신앙 대상물이다. 돌이 지닌 주술성을 토대로 주민들이 하나씩 정성껏 쌓아 올린다. 개인의 창작물이아니라 주민공동체의 발원 속에서 만들어진 원초적 신앙의 산물이다. 돌탑은 원뿔형, 원추형, 원통형, 반원형 등으로 정성스레 쌓는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인 돌탑은 주민들의 정성으로 정교하게 탄생한다. 이 가운데 원뿔대형이 가장 많다. 돌탑은 기단부, 몸체, 머릿돌, 탑 안의 내장물의 네 개 구조로 되어 있다. 탑의 몸체에 감실을 만들기도 하지만 흔하지는 않다. 이는 탑이 불탑(佛塔)과 같다는 관념에서이다. 탑의 머릿돌로는 뾰족하거나 둥글게 생긴 돌을 각각 얹는다. 할아버지탑에는 뾰족한 남성형 돌, 할머니탑에는 둥근 여성형 돌을 얹는다. 탑을 의인화할 때 탑윗돌이 그 표식이 된다. 사람에게 머리가 있듯이 머릿돌은 마을의 수호신인 탑할머니, 탑할아버지의 머리가 된다. 제사를 지낼 때에는 이 머릿돌에 흰종이나 고깔을 씌운다. 이를 ‘옷 입힌다’고 하며 탑을 의인화하는 작업이다. 탑윗돌은 액운의 증표가 되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탑 위에 사람 형상의 돌이나 까마귀 또는 그저 ‘지키는 거’로 불리는 새를얹는다. 이것은 사람이나 까마귀나 벽사(辟邪) 성격이 강해 ‘보초서는 것’, ‘지키는 것’이고 불린다. 탑 안에는 주민의 소망에 따라 복을 끌어들이는 쇠스랑, 풍농을 기원하는 오곡(五穀), 액을 막는 부적, 수마(水魔)를 막는 숯이나 소금단지, 돼지·무쇠솥·볏 등 풍수상의 허점을 막기 위한 주구(呪具), 탑을 만든 날짜와 탑을 쌓은 사람의 명단 등이 들어간다. 주민들의 소망을 담은 주구들은 마을 사람 이외에는 알 수가 없다. 마을에 산제당이 별도로 있는 경우 돌탑은 하당신으로 마을 어귀에 모셔지지만 산제당이 별도로 없는 경우에는 돌탑이 산제당이 되기도 한다. 마을 어귀에 있는 돌탑에 제사를 지낼 때 이를 흔히 ‘거리제’ 또는‘탑제’, ‘돌탑제’, ‘조탑제’라고 일컫는다. 지역에 따라 음력 정월 초순이나 보름, 시월에 주민들이 합심하여 제사를 지낸다. 탑은 다른 신앙 대상물과 함께 모셔지기도 한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신목(神木)이나 마을숲이다. 그 이외에 장승이나 솟대, 선돌 등과 함께 모셔지기도 하지만 드문 일이다.다른 신앙 대상물보다 특히 풍수(風水)와 관련하여 봉안되는 사례가 많은 것과 무관 하지 않다. 돌탑은 보통 마을 어귀에 한 개나 두 개를 세운다.‘할머니탑’, ‘할아버지탑’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가장 보편적이다. 이러한 명칭은 탑이 지닌 성격을 잘 드러낸다.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들을 돌보는 든든한 울타리인 것처럼 마을 어귀의 탑할머니, 탑할아버지 내외는 마을을 수호하는 신령이 된다. 탑제를 지낼 때에는 탑에 금줄을 두르고 머릿돌에 종이를 씌우며 이를 통해 돌탑은 의인화(擬人化)된다. 이로써 곧 일 년 동안 마을을 보호할 할아버지신령, 할머니신령이 된다.

지역사례

돌탑은 마을 어귀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살(殺) 또는 액을 막기 위해 쌓은 신앙 대상물이다. 지역적으로는 이러한 믿음의 사례가 대동소이하다. 액은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으로서 막연한 살(煞)이나 액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형태의 질병이나 화재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충남 금산군 남일면 황풍리의 탑에는 두꺼비 모양의 탑윗돌이 올려 있다. 이는 마을 앞으로 난 다리가 풍수상 ‘지네혈’이어서 마을로 뻗어오는 지네의 독(毒)을 막기 위해그 천적인 두꺼비의 형상을 탑윗돌로 사용한 것이다. 마을로 들어오는 직접적인 액을 막는 증표인 셈이다. 남일면 황풍리 사미실과 추부면 용지리 장바위, 진산면 엄정리 하엄정의 탑은 화재를 막기 위해 쌓았다. 하엄정은 남쪽과 북쪽으로 길게 형성된 골짜기를 따라 시냇물 양쪽에마을이 있다. 마을 북쪽에는 나무가 무성해 ‘숲거리’라고 부르는 허한 북쪽 방위를 막기 위해 조성된 비보숲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나무를 모두 베어간 뒤로 마을에 불이 자주 일어나고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 북쪽에 위치한 매봉산이 풍수적으로 화산(火山)이어서 그 화기(火氣)가 마을에 미쳐 수시로 화마(火魔)가 마을을 덮쳤다. 이를막기 위해 북쪽에 탑을 쌓고 탑제를 지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원범왕마을에서는 음력 삼월삼짇날에 마을 앞산인 갈미봉에 소금단지를 묻고 조산을 보수한다. 어느 날 마을 뒤 칠불사로 오가던 노승이 마을 앞의 갈미봉이 ‘불 화(火)’ 자의 형국이어서 마을에 화재가 자주 발생하니 마을 앞에 조산을 쌓고 갈미봉에 소금단지를 묻으면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는 비법을 일러 주었다. 노승의말대로 조치한 뒤 화재가 예방되어 지금껏 행하고 있다고 한다. 탑은 여느 신앙 대상물과 달리 풍수상 허(虛)한 방위를 막거나 끊어진 산의 지맥을 연결하기 위해 쌓기도 한다. 충남 금산군 제원면 한뫼마을은 마을 앞이 훤하게 뚫렸다. 까닭없이 젊은이가 죽거나 사고를 당하는가 하면 자살하는 사람도 많았다. 동네를 지나가던 지관이 “동구(洞口)가허해서 그런 것이니 숲을 가꾸고 탑을 쌓으면 괜찮아질 것이다”라고 일러 주었다. 이 말을 들은 촌로들이 탑을 쌓고 탑제를 지내기 시작했다. 경남 거창군 웅양면 동호마을 앞에는 조산 2기가 있다. 마을의 진산인 양각산의 정기가 마을로 이어지는 중간에 예전의 홍수로 계곡이 생겨남으로써 지맥이 끊겼다. 이 지맥을 연결시키기 위해 끊어진 산의 정기를 잇는 도구로 조산을 만들었다. 간혹 풍수적 특징과 관련하여 마을에 돌탑을 만들지 않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돌탑은 무겁기 때문에 행주형(行舟形) 지세의 마을에서는 모시지 않는다. 돌이 무거워 배가 가라앉기 때문이다. 돌탑에 특별한 물건을 매장하는 것은 마을별로 다르다. 돌탑의 내장물은 돌탑의 신앙적 욕구를 더욱 증대시킨다. 금산군 금산읍 양지리 정동이에서는 마을이 소가 누워 있는형국[臥牛形]이어서 소가 좋아하는 콩을 넣었다. 금산군 복수면 다복리 다복골에서는 재물을 많이 긁어 달라는 바람에서 쇠스랑을, 추부면 용지리에서는 화재를 막기 위해 숯을 각각 넣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1리에서는 액운을 삶아 없애라는 의미에서 무쇠솥을, 제주시 이호2동 골왓마을에서는 무엇이나 잘 먹어서 잡귀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 하여 돼지를 각각 넣었다. 청동쇠의 강한 기운으로 액기를 꺾는다는 의미로 우금(청동으로 만든 밥자)을 묻는 곳도 있다. 이처럼 탑의 내장물은 주민의소망이 응축된 주물(呪物)이다. 이 밖에 돌탑에 음식을 넣기도 하고, 음식을 넣는 시설물을 함께 설치하기도 한다. 경남 거창군 내계마을에는 ‘작은 산제당’이라 불리는 할매조산과 할배조산이 있다. 음력정월대보름날에 산제당에서 제사를 마치면 작은 산제당인 조산의 탑윗돌을 열고 그 아래에 밥을 넣는다. 경남 남해군 삼동면 봉화마을과 내산마을, 남해읍 동정마을 외금마을등 바닷가 마을에서는 조산 옆에 산제나 조산제를 마친 뒤에 밥이나 고기를 넣는 밥무덤을 두기도 한다. 마을 어귀로 들어오는 액과 잡병을 막고자 조산과 밥무덤을 함께 둔것이다. 이처럼 어느 지역의 돌탑은 액막이 기능이 강하다. 이러한 성향이 가장 강한 곳은 제주도이다. 사방이 트인 바닷가 마을이나 중산간 마을에서 바다를 향한 두려움을 극복하기위해 만들었다. 방사용 탑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악한 것을 막는 대표적인 신앙 대상물이 탑이다. 제주도의 탑은 탑 위에 세운 새와 관련지어 ‘거욱[까마귀]’, ‘가마귀동산’, ‘소로기[매]’, ‘소로깃동산’이라고 부른다. 또 탑 위의 석상과 관련하여서는 ‘영등하르방’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주민들은 종교적 기능이 액막이이기 때문에 흔히‘방사용(防邪用) 탑’이라고 부른다. 방사의 대상은 헛불, 날불, 사(邪), 살(煞), 광(光), 액(厄), 허(虛), 지형(地形), 모래(沙) 구릉의 피해, 바다로부터 떠밀려 온 시신 등으로 다양하다. 마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대상들이다. 방사용 탑은 방사를 위한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우선 탑을 마을에서 가장 나쁘다거나 약한 곳에 세운다. 비보를 위함이다. 돌탑의 첫돌은 액운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놓도록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주민들이 첫돌에 손을 함께 얹고 첫돌을 쌓는다. 액운을 똑같이 나눈다는 의미이다. 탑 위에 세운 조형물인 사람이나 새도 액을 막는 도구로 인식한다. 사람이나 새의 머리 방향을 액이 들어온다는 바다나 들, 오름으로 향하도록 세운다. 오름은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간혹 오름으로부터 날불(원인 모를 불)이나헛불(들이나 산에서 생겨서 날아온 불)이 날아와 화재가 발생하고, 오름에서 사기(邪氣)가 비춰서 사람에게 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육지와 달리 사면이 바다로 열려 있어 늘 그 위험을 막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 그 부담을 방사용 탑에 담았다. 탑에는 삶을 위협하는 바다를 향한 주민들의저항이 응집되어 있다. 제주시 이호2동 골왓마을은 4·3사건으로 피해가 컸다. 이 사건이 종료된 뒤 마을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무너진 탑을 보수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돌탑은 마을로 들어오는 온갖 액을 막아 마을을 화평한 세계로 이끌고, 마을의 지형지세의 부족한 부분까지 돌의 원초적이고 강한 힘으로 비보(裨補)하는 수호신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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