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공제(開工祭)

한자명

開工祭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제의

집필자 이영진(李榮鎭)

정의

집 짓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공사를 주관하는 대목이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상량신에게 올리는 의례.

역사

개공제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백제의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매지권(買地卷, 죽은 사람이 묻힐 땅을 매입한 증서)의 내용에 “지신으로부터 묘지를 매입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삼국시대에 이미 묘지나 건물의 터를 팔 때 지신을 의식하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복거(卜居)조에는 개공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기록을 살펴보면 “역사를 시작하는 날 제사가 끝나면 목수들은 마름질한 들보 아래(뿌리 부분)에 톱을 늘어놓고 가신을 모신 뒤에 제례를 올린다. 그리고 붉은 종이에 개공대길(開工大吉)이라 써서 들보머리에 붙인다. 따로 황색종이에 강태공재차(姜太公在此)라는 글귀를 붉은 글씨로 써서 처음 손질할 나무에 걸어 둔다. 이렇게 하면 잡귀가 붙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기록을 볼 때 조선시대에는 개공제가 일반화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내용

지역에 따라서는 ‘모탕고사’, ‘개공고사’, ‘밑고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탕은 순수한 우리말로서 나무나 돌을 다듬을 때 밑에 까는 바탕을 이르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도끼질할 때 나무를 올려놓고 패거나 자를 때 받쳐 놓은 나무 받침도 모탕이라고 부른다. 곡식이나 궤짝 따위를 땅바닥에 쌓을 때 밑에 괴는 나무 또한 모탕이라고 부른다. 상량(머릿대 또는 종도리라고도 함)은 한옥 건물에서 지붕을 짤 때 최상부에 자리 잡는 목재이다. 구조역학적으로 지붕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목재의 하나이다. 상량신은 상량이라는 목재가 중요한 만큼 여기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데 이 신을 일컫는 말이다. 상량신은 개공제 다음 단계에 지내는 건축의례인 상량제(상량고사)를 지낸 뒤 성주신으로 변한다. 주거 민속에서 성주신은 가정신앙의 가장 높은 신격이다.

집을 지을 때 행하는 주요 의례로는 개공제 외에도 텃신(토지신)에게 땅을 파고 집을 짓는다는 것을 알리는 개기제(텃고사), 기둥을 세울 때 지내는 입주고사(立柱告祀),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목재인 상량을 올릴 때 지내는 상량제, 집을 다 지은 뒤 성주신을 비롯한 여러 가신(家神)에게 입주한다는 것을 알리는 입택고사(집들이고사라고도 함) 등이 있다.

개공제는 여러 건축의례 가운데 개기제 다음에 지내는 의례이다. 개기제를 지냈다면 개공제를 생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빠짐없이 지낸다. 제사의 내용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제사 내용을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건축 의례 가운데 가장 먼저 지내는 개기제를 지내고 나면 지관은 즉시 집의 좌향과 주춧돌을 놓을 좌향을 정한다. 이어서 기둥 세울 길일을 택일한다. 그다음에 기공, 즉 공사 개시 날짜를 택일한다. 개공제는 공사를 시작하는 날에 지낸다. 개공제를 지내기 전에는 집 짓는 일을 일체 하지 않는다.

개공제를 지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준비 한다. 첫째 목수와 석수들은 목재와 석재를 다듬을 장소, 즉 공사장을 준비한다. 둘째 나무를 다듬을 때 사용하는 작업대, 즉 ‘모탕’을 준비한다. 모탕은 개공제 때 제사상으로도 사용된다. 셋째 상량할 목재와 기둥으로 쓸 목재를 준비한다. 집주인은 제사에 사용할 음식을 준비한다.

공사장은 집 지을 대지에서 편리한 곳으로 정한다. 공사장에는 특별히 황색 닥종이에 붉은 글씨로 ‘姜太公在此’(‘강태공이 여기에 있다’는 뜻이며 강태공은 대목을 지칭함)라는 글귀를 써 붙여 공사장임을 알리고 집을 다 지을 때까지 붙여 둔다. 기둥으로 사용할 목재는 대강 다듬어서 머리 부분[柱頭]에 붉은색 닥종이에 ‘개공대길(開工大吉)’이라는 글씨를 써서 붙이기도 한다. 제사 장소는 집터에 설치한다. 그 방법을 보면 서까래로 사용할 나무 두 개의 머리 부분을 묶어 양쪽에 다리발을 세우고, 양쪽 다리발 머리 부분에 가로로 서까래 나무를 걸친다. 가로로 세운 서까래 양쪽에 새끼줄을 묶어 늘어뜨리고 그 아래에 제사상 대신 ‘모탕’을 가져다 놓으면 제사 장소가 모두 준비된다. 모탕을 제사상으로 사용한다고 하여 개공제를 모탕고사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제사 음식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술과 돼지머리(또는 돼지수육), 명태, 과일(대추, 배, 사과, 감 등), 소금, 고춧가루 등을 준비한다.

제사 절차는 간단하다. 제사 장소에 설치되어 있는 모탕 위에 음식과 상량할 목재(상량목), 공사 때 사용하는 대패, 자, 먹통, 먹칼, 자귀 등 주요 건축 연장을 올린다. 궁궐과 같은 규모가 큰 건물을 지을 때에는 대장장이들이 풀무까지 모탕에 올렸다고 전해진다. 진설이 끝나면 먼저 제사를 주관(제주)하는 대목이 향을 피우고 상량신에게 술 한 잔을 올린 뒤 절을 한다. 그 다음 집터에 소금과 고춧가루를 뿌리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이때 “○○동네 ○○○집을 개공하였소!”라고 외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목수와 석수들이 제사 음식을 음복한다.

개공제 날짜를 미리 받아 놓았지만 사정에 의해 제사를 지낼 수 없을 때는 서까래로 사용할 나무 두 개의 머리 부분을 묶어 양쪽에 다리발을 세우고 양쪽 다리발 머리 부분에 가로로 서까래 나무를 걸쳐 놓는 것으로 고사를 대신한다. 이조차도 하지 못할 때에는 “아무 곳 아무개가 아무 시에 개공하였소.”라고 세 번 소리치는 것으로 개공제를 대신한다.

특징

일반적으로 제사 또는 고사를 지낼 때 고춧가루 사용을 금하지만 개공제에서는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지역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개공제의 고춧가루는 음식이 아니다. 소금과 함께 잡귀나 액을 물리치기 위해 진설하는 것이다. 고춧가루가 붉은 것이고 붉은 색은 민간에서 벽사를 상징하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개공제는 다른 건축의례와 비교할 때 집 주인이 아니라 대목이 제사를 주관하는 것이 다르다. 개공제를 대목이 주관하는 사례도 있지만 이는 집주인을 대신해서 대목이 지낼 뿐이다. 개공제를 대목이 주관하는 이유는 이 의례가 공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무사히 공사를 마칠 수 있도록 기원하기 위한 제사이기 때문이다. 집 짓는 공사를 주관하는 기술자의 우두머리는 대목이다. 개공제는 대목이 주제자(主祭者)가 되어 기술자들의 작업대인 모탕 위에 상량신과 연장을 모시고 목수와 석수 등 기술자들이 아무 사고 없이 공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원하는 의례이다.

지역사례

경북 예천지역에서는 개공제를 모탕고사라고 한다. 집주인은 음식만 준비하고 나머지 제사 준비와 주관은 대목이 한다. 제사상에는 돼지머리, 술, 명태, 실타래, 소금, 고춧가루를 올린다. 이 때 상량할 나무는 반드시 진설한다. 진설 뒤에 절을 한다. 고사가 끝나면 집터에 소금과 고춧가루를 뿌린다. 이는 잡귀를 물리치는 것으로, 잡귀를 몰아내어 공사를 하는 도중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미이다.

전남 남원지역에서는 급하게 집수리를 해야 할 때는 부정을 막기 위해 지붕마루에 기와 두 장을 여덟 팔(八)자 모양으로 세운 뒤 수리할 집의 네 귀퉁이에 말뚝을 박고 공사를 시작한다. 이는 길한 날을 택일하여 개공제를 지내지 못한 채 급히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해에 이미 공사를 시작하였다는 뜻을 전하고 액운을 막기 위한 것이다.

배를 만드는 목수들도 개공제를 지낸다. 이를 ‘밑고사’라고도 한다. 전북 해안지역에서는 배를 건조할 때 목수가 자, 먹통, 먹칼 등을 늘어놓고 소지(燒紙)를 올리면서 “이 배 모아서 재수 보고 목수들 사고 없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읊조린다고 한다.

의의

건축 의례는 집의 건축 과정을 통하여 가정신앙의 으뜸 신인 성주신을 탄생시키는 과정이며 집을 거룩하고 신성한 공간으로 전환하는 의식 절차이다. 즉 개기제(텃제)는 텃신(지신)에게 집터에 성주신을 세운다는 것을 알리는 의례이다. 상량제는 건축물에서 가장 핵심적인 목재인 상량에 성주신을 불어넣는 의례이다. 입택고사는 가신 가운데 가장 으뜸인 성주신에게 집과 가족의 안녕 및 번영을 기원하는 축원의례이다.

이와 달리 개공제 또는 모탕고사는 비록 상량신(나중에 성주신으로 변함)을 대상으로 하는 의례이긴 하지만 그 목적이 안전공사를 기원하는 데 있다. 한옥공사는 수많은 연장을 만지면서 목수 일과 석수 일을 하며, 다듬은 돌과 목재를 짜 맞추는 위험한 일의 연속이다. 공사를 하다가 연장에 다치기도 하고 높은 곳에서 추락하여 부상을 입기도 한다. 이와 같이 위험한 공사를 사고 없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의례가 개공제이다. 개공제를 지낼 때 연장을 비롯하여 잡귀와 액을 막기 위해 소금과 고춧가루를 진설한 뒤 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한국고건축단장 (신영훈, 동산문화사, 1975), 한국의 민가연구 (장보웅, 보진재출판사, 1981), 집의 사회사 (강영환, 웅진출판사, 1992),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5), 가정신앙구조로 본 전통주거의 공간구성에 관한 연구 (정영철, 대한건축학회논문집 17-2, 1997), 주거의 의례공간에 관한 연구 (김계동․이영호, 한국주거학회지 7-2, 2000), 공간과 문화 (이영진, 민속원, 2007)

개공제

개공제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제의

집필자 이영진(李榮鎭)

정의

집 짓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공사를 주관하는 대목이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상량신에게 올리는 의례.

역사

개공제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백제의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매지권(買地卷, 죽은 사람이 묻힐 땅을 매입한 증서)의 내용에 “지신으로부터 묘지를 매입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삼국시대에 이미 묘지나 건물의 터를 팔 때 지신을 의식하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복거(卜居)조에는 개공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기록을 살펴보면 “역사를 시작하는 날 제사가 끝나면 목수들은 마름질한 들보 아래(뿌리 부분)에 톱을 늘어놓고 가신을 모신 뒤에 제례를 올린다. 그리고 붉은 종이에 개공대길(開工大吉)이라 써서 들보머리에 붙인다. 따로 황색종이에 강태공재차(姜太公在此)라는 글귀를 붉은 글씨로 써서 처음 손질할 나무에 걸어 둔다. 이렇게 하면 잡귀가 붙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기록을 볼 때 조선시대에는 개공제가 일반화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내용

지역에 따라서는 ‘모탕고사’, ‘개공고사’, ‘밑고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탕은 순수한 우리말로서 나무나 돌을 다듬을 때 밑에 까는 바탕을 이르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도끼질할 때 나무를 올려놓고 패거나 자를 때 받쳐 놓은 나무 받침도 모탕이라고 부른다. 곡식이나 궤짝 따위를 땅바닥에 쌓을 때 밑에 괴는 나무 또한 모탕이라고 부른다. 상량(머릿대 또는 종도리라고도 함)은 한옥 건물에서 지붕을 짤 때 최상부에 자리 잡는 목재이다. 구조역학적으로 지붕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목재의 하나이다. 상량신은 상량이라는 목재가 중요한 만큼 여기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데 이 신을 일컫는 말이다. 상량신은 개공제 다음 단계에 지내는 건축의례인 상량제(상량고사)를 지낸 뒤 성주신으로 변한다. 주거 민속에서 성주신은 가정신앙의 가장 높은 신격이다. 집을 지을 때 행하는 주요 의례로는 개공제 외에도 텃신(토지신)에게 땅을 파고 집을 짓는다는 것을 알리는 개기제(텃고사), 기둥을 세울 때 지내는 입주고사(立柱告祀),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목재인 상량을 올릴 때 지내는 상량제, 집을 다 지은 뒤 성주신을 비롯한 여러 가신(家神)에게 입주한다는 것을 알리는 입택고사(집들이고사라고도 함) 등이 있다. 개공제는 여러 건축의례 가운데 개기제 다음에 지내는 의례이다. 개기제를 지냈다면 개공제를 생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빠짐없이 지낸다. 제사의 내용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제사 내용을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건축 의례 가운데 가장 먼저 지내는 개기제를 지내고 나면 지관은 즉시 집의 좌향과 주춧돌을 놓을 좌향을 정한다. 이어서 기둥 세울 길일을 택일한다. 그다음에 기공, 즉 공사 개시 날짜를 택일한다. 개공제는 공사를 시작하는 날에 지낸다. 개공제를 지내기 전에는 집 짓는 일을 일체 하지 않는다. 개공제를 지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준비 한다. 첫째 목수와 석수들은 목재와 석재를 다듬을 장소, 즉 공사장을 준비한다. 둘째 나무를 다듬을 때 사용하는 작업대, 즉 ‘모탕’을 준비한다. 모탕은 개공제 때 제사상으로도 사용된다. 셋째 상량할 목재와 기둥으로 쓸 목재를 준비한다. 집주인은 제사에 사용할 음식을 준비한다. 공사장은 집 지을 대지에서 편리한 곳으로 정한다. 공사장에는 특별히 황색 닥종이에 붉은 글씨로 ‘姜太公在此’(‘강태공이 여기에 있다’는 뜻이며 강태공은 대목을 지칭함)라는 글귀를 써 붙여 공사장임을 알리고 집을 다 지을 때까지 붙여 둔다. 기둥으로 사용할 목재는 대강 다듬어서 머리 부분[柱頭]에 붉은색 닥종이에 ‘개공대길(開工大吉)’이라는 글씨를 써서 붙이기도 한다. 제사 장소는 집터에 설치한다. 그 방법을 보면 서까래로 사용할 나무 두 개의 머리 부분을 묶어 양쪽에 다리발을 세우고, 양쪽 다리발 머리 부분에 가로로 서까래 나무를 걸친다. 가로로 세운 서까래 양쪽에 새끼줄을 묶어 늘어뜨리고 그 아래에 제사상 대신 ‘모탕’을 가져다 놓으면 제사 장소가 모두 준비된다. 모탕을 제사상으로 사용한다고 하여 개공제를 모탕고사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제사 음식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술과 돼지머리(또는 돼지수육), 명태, 과일(대추, 배, 사과, 감 등), 소금, 고춧가루 등을 준비한다. 제사 절차는 간단하다. 제사 장소에 설치되어 있는 모탕 위에 음식과 상량할 목재(상량목), 공사 때 사용하는 대패, 자, 먹통, 먹칼, 자귀 등 주요 건축 연장을 올린다. 궁궐과 같은 규모가 큰 건물을 지을 때에는 대장장이들이 풀무까지 모탕에 올렸다고 전해진다. 진설이 끝나면 먼저 제사를 주관(제주)하는 대목이 향을 피우고 상량신에게 술 한 잔을 올린 뒤 절을 한다. 그 다음 집터에 소금과 고춧가루를 뿌리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이때 “○○동네 ○○○집을 개공하였소!”라고 외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목수와 석수들이 제사 음식을 음복한다. 개공제 날짜를 미리 받아 놓았지만 사정에 의해 제사를 지낼 수 없을 때는 서까래로 사용할 나무 두 개의 머리 부분을 묶어 양쪽에 다리발을 세우고 양쪽 다리발 머리 부분에 가로로 서까래 나무를 걸쳐 놓는 것으로 고사를 대신한다. 이조차도 하지 못할 때에는 “아무 곳 아무개가 아무 시에 개공하였소.”라고 세 번 소리치는 것으로 개공제를 대신한다.

특징

일반적으로 제사 또는 고사를 지낼 때 고춧가루 사용을 금하지만 개공제에서는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지역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개공제의 고춧가루는 음식이 아니다. 소금과 함께 잡귀나 액을 물리치기 위해 진설하는 것이다. 고춧가루가 붉은 것이고 붉은 색은 민간에서 벽사를 상징하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개공제는 다른 건축의례와 비교할 때 집 주인이 아니라 대목이 제사를 주관하는 것이 다르다. 개공제를 대목이 주관하는 사례도 있지만 이는 집주인을 대신해서 대목이 지낼 뿐이다. 개공제를 대목이 주관하는 이유는 이 의례가 공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무사히 공사를 마칠 수 있도록 기원하기 위한 제사이기 때문이다. 집 짓는 공사를 주관하는 기술자의 우두머리는 대목이다. 개공제는 대목이 주제자(主祭者)가 되어 기술자들의 작업대인 모탕 위에 상량신과 연장을 모시고 목수와 석수 등 기술자들이 아무 사고 없이 공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원하는 의례이다.

지역사례

경북 예천지역에서는 개공제를 모탕고사라고 한다. 집주인은 음식만 준비하고 나머지 제사 준비와 주관은 대목이 한다. 제사상에는 돼지머리, 술, 명태, 실타래, 소금, 고춧가루를 올린다. 이 때 상량할 나무는 반드시 진설한다. 진설 뒤에 절을 한다. 고사가 끝나면 집터에 소금과 고춧가루를 뿌린다. 이는 잡귀를 물리치는 것으로, 잡귀를 몰아내어 공사를 하는 도중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미이다. 전남 남원지역에서는 급하게 집수리를 해야 할 때는 부정을 막기 위해 지붕마루에 기와 두 장을 여덟 팔(八)자 모양으로 세운 뒤 수리할 집의 네 귀퉁이에 말뚝을 박고 공사를 시작한다. 이는 길한 날을 택일하여 개공제를 지내지 못한 채 급히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해에 이미 공사를 시작하였다는 뜻을 전하고 액운을 막기 위한 것이다. 배를 만드는 목수들도 개공제를 지낸다. 이를 ‘밑고사’라고도 한다. 전북 해안지역에서는 배를 건조할 때 목수가 자, 먹통, 먹칼 등을 늘어놓고 소지(燒紙)를 올리면서 “이 배 모아서 재수 보고 목수들 사고 없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읊조린다고 한다.

의의

건축 의례는 집의 건축 과정을 통하여 가정신앙의 으뜸 신인 성주신을 탄생시키는 과정이며 집을 거룩하고 신성한 공간으로 전환하는 의식 절차이다. 즉 개기제(텃제)는 텃신(지신)에게 집터에 성주신을 세운다는 것을 알리는 의례이다. 상량제는 건축물에서 가장 핵심적인 목재인 상량에 성주신을 불어넣는 의례이다. 입택고사는 가신 가운데 가장 으뜸인 성주신에게 집과 가족의 안녕 및 번영을 기원하는 축원의례이다. 이와 달리 개공제 또는 모탕고사는 비록 상량신(나중에 성주신으로 변함)을 대상으로 하는 의례이긴 하지만 그 목적이 안전공사를 기원하는 데 있다. 한옥공사는 수많은 연장을 만지면서 목수 일과 석수 일을 하며, 다듬은 돌과 목재를 짜 맞추는 위험한 일의 연속이다. 공사를 하다가 연장에 다치기도 하고 높은 곳에서 추락하여 부상을 입기도 한다. 이와 같이 위험한 공사를 사고 없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의례가 개공제이다. 개공제를 지낼 때 연장을 비롯하여 잡귀와 액을 막기 위해 소금과 고춧가루를 진설한 뒤 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한국고건축단장 (신영훈, 동산문화사, 1975)한국의 민가연구 (장보웅, 보진재출판사, 1981)집의 사회사 (강영환, 웅진출판사, 1992)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5)가정신앙구조로 본 전통주거의 공간구성에 관한 연구 (정영철, 대한건축학회논문집 17-2, 1997)주거의 의례공간에 관한 연구 (김계동․이영호, 한국주거학회지 7-2, 2000)공간과 문화 (이영진, 민속원,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