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고사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제의

집필자 황경순(黃慶順)
갱신일 2018-12-20

정의

음력 10월에 길일을 택해서 가신에게 지내는 고사.

내용

10월을 ‘상달’이라고 하며, 일 년에 한 번 고사를 지낸다. 고사의 날짜는 만신이 잡아 주거나 책력을 보고 택일 한다. 돼지날이나 말날이 좋다고 하여 이날 지내기도 한다. 돼지날보다 말날을 더 좋다고 여긴다. 마을에서도 공동으로 제사를 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정에 따라서는 마을고사 전에 집고사를 하기도 하고, 마을고사 후에 지내기도 한다.

마을에 출산이나 초상 등 부정이 들면 날을 연기한다. 보통 피부정은 일주일, 상문부정은 달을 미룬다. 때문에 초상이 나면 달을 걸러 동짓달에 고사를 지낸다. 동짓달에도 초상이 나면 정월로 날을 미룬다. 섣달은 ‘썩은 달’이라고 하여 고사를 지내지 않는다. 만약 정월에도 부정이 들어 고사를 지내지 못하면 삼월삼짇날 안으로 고사를 지낸다. 삼짇날이 지나면 뱀과 같이 긴 짐승이 동면에서 깨어나 활동하므로 좋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날을 잡으면 황토를 뿌리고 금줄을 친다. 또한 택일한 그날부터 집안의 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고사 날이 되면 집안의 안주인은 아침 일찍 일어나 목욕을 하고 몸을 정갈히 하여 시루를 찐다. 예전에는 백설기와 팥 시루를 집안에서 모시는 신령별로 별도로 쪘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을 먹지 않기 때문에 팥 시루 하나만 찐다. 떡을 찔 때에도 부정이 들면 안 된다. 떡이 잘 쪄지지 않아 쌀가루가 묻어 나오면 좋지 않다고 여긴다. 떡을 찔 때에는 잘 익게 해달라고 손을 비비며 계속 절을 한다.

지역사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서는 상달고사를 ‘가을고사’라고도 한다. 가을고사는 10월 초승 무렵 말날[午日]에 주로 지낸다.

가을고사는 농사를 다 끝내고 대체로 10월에 좋은 날을 잡아 지낸다. 예전에는 3년에 한 번 굿을 하는 집도 있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간단하게 고사만 지낸다. 고사는 보통 말날이나 돼지날이 좋다고 하여 그날 많이 지낸다. 현재는 가족들의 일정에 맞추어 편한 날에 지내는 가정이 늘고 있다.

가을 농사가 끝나면 처음 찧은 햅쌀은 대감항아리에 채워 넣는다. 가을고사를 지내는 날에는 집에서 모시고 있는 터줏가리업가리 안의 항아리에 새로 농사지은 햅쌀 또는 햇벼, 햇콩을 갈아 넣고 ‘지석주머니’[제석주머니]에도 햅쌀로 채워 넣는다. 그런 후 새 볏짚으로 터줏가리, 업가리를 만들어 세운다. 그런 다음 고사떡을 찌는데, 예전에는 고사 지내는 날 집 안에 팥 삶는 냄새가 나야 한다고 하여 모시는 신령 수대로 집에서 팥 시루를 쪘다.

광명시 가학동에서는 고사 날이 정해지면 사흘 전부터 부정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집 앞에 황토를 뿌린다. 고사 날을 잡은 후 동네에서 출산을 한 집이 있거나 상이 나면 이를 부정으로 여기고 며칠을 미룬다. ‘산부정(아기 낳은 부정)’은 3일, ‘죽은부정(상을 당한 부정)’은 7일 정도 가린다. 지역에 따라 한 달을 가리기도 한다.

가을고사 때 정성을 들여 준비하는 제물은 팥 시루떡이다. 예전에는 시루떡을 집에서 직접 쪘지만 요즘에는 을 방앗간에 가지고가서 쪄 온다. 쌀은 한 말 정도를 준비한다. 시루의 수는 집집마다 다르다. 시루떡을 찔 때는 맨 위 가운데다 쌀가루만 얹어서 조그맣게 백설기를 찐다. 시루를 찔 때 이 잘 익지 않으면 막대기로 시루 안을 쑤신 다음 정화수를 떠서 시루 안에다 두고 “떡이 잘 익게 해 달라”고 비손한다.

각각의 신에게 올리기 위해 시루를 여러 개 준비한다. 두 시루를 찌는 집에서는 성주에 올리는 큰 시루 하나와 장독간에 올리는 작은 시루(세 켜) 하나를 준비한다. 시루떡이 쪄지면 가장 먼저 성주에게 올린다. 상은 안방 문을 열어둔 채 안방으로 향하게 놓는다. 상 위에 시루를 놓고 여기에 삶은 돼지고기, 술, 북어를 올린다. 북어는 대개 시루의 손잡이에 끼워 놓는다. 그런 다음 절을 하고 “가족들 모두 잘되게 해 달라.”, “먼 길 다니는 자손들을 돌봐 달라.”고 비손한다. 이어서 장독간에 시루를 가져다 두고 비손한다. 이는 ‘장맛 좋아지라’고 놓는 것이다. 그런 다음 성주에 올린 큰 시루의 떡을 쏟아 나눠서 접시에 담아 각 방(안방, 건넌방) 부엌, 광, 대감독, 대문간, 외양간, 우물 등지에 가져다 둔다. 외양간에 둘 때는 “소 잘되게 해 달라.”고 비손한다. 곳곳에 갖다 둔 떡은 운감하고 난 뒤에 다시 들여서 먹는다.

강원도 고성군 거전읍에서는 시월상달에 ‘텃고사’를 지낸다. 텃고사는 지신제라고도 하며 일 년에 한 번 주로 시월상달에 좋은 날을 받아서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날받이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따로 날을 받지 않아도 좋다고 하는 음력 9월 9일 중구날이나 삼월삼짇날에 텃고사를 지내는 가정이 늘고 있다. 날을 받아서 텃고사를 지낼 때에는 대주와 부인의 나이를 보고 생기를 맞춰서 날을 잡는다.

날을 받으면 일주일 전부터 집 앞에 금줄을 치고 부정을 가린다. 이렇게 해 두면 외부 사람들은 그 집 방문을 삼간다. 지금은 간소해져서 금줄을 치는 집이 없다. 제물은 집집마다 형편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대체로 백설기, 과일, 삶은 북어, , 오징어포, 무채나물, 쌀, 메를 준비한다. 메는 큰 그릇에 떠서 집안 식구들의 숟가락을 모두 꽂아 올린다. 이 가운데 백설기는 ‘정성떡’이라고 하여 꼭 석 되 서 홉의 양으로 찐다.

제물은 대청마루에 차린다. 마루가 없는 집에서는 안방에 상을 차려서 고사를 지낸다. 대부분은 대주가 직접 진행한다. 빌어 주는 이가 할 때에는 성주와 토주(터주)를 위하며 “집안이 편안하게 해 달라.”고 하면서 축원문을 읽는다. 또 “가족의 월액시액을 다 막아 달라”고 하면서 일 년 열두 달 드는 을 모두 쳐들며 이를 막게 해 달라고 기원한다.

충청남도 보령시 웅천읍 노천리에서는 추수를 끝내고 10월에 떡을 쪄서 고사를 지낸다. 이를 ‘집안고사’라고도 부른다. 일 년 열두 달 동안 집안이 평안하고 자손들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안의 신령을 위한다. 집안고사를 9월에 지낸다면 음력 9월 9일 중구일을 길일로 여긴다. 상달인 10월은 특별히 길일을 가리지 않아도 되지만 초사흗날에 많이 지낸다. 간혹 사람이 죽거나 아이가 태어나면 부정이 탔다고 하여 죽은 부정은 사흘, 산부정은 이레를 각각 미루어 다시 택일한다. 또한 고사를 지낼 때는 부정한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황토를 대문 앞 양옆에 세 무더기씩 여섯 무더기를 피워 둔다.

이때 마련하는 시루떡은 ‘집안시루’라고 한다. 혹시라도 모르고 지나친 부정이 있을 수 있으므로 팥을 넣어 부정을 막는다. 팥은 으깨지 않은 통팥을 사용하며, 켜켜로 넣지 않고 시루 위에 흩뿌린다. 팥 시루(팥고물)보다 백설기를 찌는 것은 정성이 곱절로 들어간다. 칠성을 극진히 위하는 가정에서는 칠성시루를 별도로 찌기도 한다. 이때는 칠성시루도 팥 시루를 찐다. 예전에는 아이들도 떡을 좋아하고 이웃과도 넉넉히 나누어 먹기 위해 두세 말 쪘다. 그러나 지금은 떡을 좋아하는 아이도 많지 않고, 고사를 크게 지내지 않기 때문에 한 되 서 홉이나 석 되를 찐다.

밤 10시쯤이 되면 찐 떡을 가지고 뒤꼍 장독대의 당산으로 나간다. 바닥에는 벼이삭이 달린 부분이 동쪽을 향하도록 짚을 가지런히 깔고 그 위에 제물을 진설한다. 당산에는 후토당산, 터주, 북두칠성이 함께 있지만 특별히 이들의 신체를 모셔 두지는 않는다. 이들 세 신령을 위해 떡을 한 시루만 쪄서 올리거나 각기 세 시루를 마련하여 올리기도 한다. 대주 밥그릇에 불밝이쌀을 담아 촛불을 놓고 시루떡과 청수를 올린 뒤 동․남․서․북 사방을 돌면서 각기 삼배를 한다. “일 년 열두 달 과년 여섯 달 우리 ○서방네 집을 무탈하게 해 달라!”고 비손한다. 특히 가장의 안녕을 위해 비손한다. 소지는 식구 수대로 한 장씩 올린다.

예산군 광시면 운산리에서는 집안에 우환(憂患)이 있는 가정에서는 영신(무당)을 불러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수고비는 집안 형편에 따라 성의껏 마련하여 준다. 당산에서 소지까지 올리고는 방 안으로 들어가 성주를 위한다. 성주에게 당산과 마찬가지로 대주 밥그릇에 불밝이쌀을 담아 촛불을 밝히고 상이나 신문지 위에 떡과 청수를 올린다. 성주에게는 절을 하지 않고 간단히 비손만 한다.

성주를 위하고 나서 방 안에서 떡을 떼어내 대문간, 중문간, 안방, 마루, 굴뚝 등지에 조금씩 가져다 둔다. 굴뚝에는 불이 나지 말라는 의미, 대문에는 드나들면서 복도 함께 들어오라는 의미에서 각각 놓는다. 변소에 떡을 놓는 것은 집안의 형편에 따라 매우 다르다. 측신은 가장 무서운 귀신이므로 처음부터 위했다면 떡을 떼어 놓는다. 그러나 위하지 않았다면 굳이 위할 필요가 없으므로 떡을 놓지 않는다. 집 안 곳곳에 놓은 떡들을 나중에 모두 거두어들여 가족과 먹고 이웃에게도 나누어 준다. 그러나 6․25전쟁이 끝나고 집안고사가 줄기 시작해서 지금은 매우 드문 일이 되었다.

경상북도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에서는 시월상달에 성주고사를 지낸다. 성주고사는 집안의 대주를 상징하는 성주를 위하는 제의이다. 그러나 이때 성주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성주, 삼신, 조왕, 용단지 등을 차례로 모신다. 고사 날이 정해지면 당일에 햇곡식으로 찧은 쌀로 떡을 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조기와 명태를 장만한다. 배추전, 무전, 고구마전을 부치고 밥과 물을 떠 놓은 상을 성주에게 먼저 놓은 다음 빌면서 절한다. 삼신과 조왕은 밥과 물(정화수), 용단지에는 밥과 술을 각각 떠 놓는다.

봉화군 명호면 양곡2리에서는 나락을 수확하는 10월 가운데 좋은 날을 택해 햇곡식으로 집안의 가신에게 제의를 행한다. 이를 ‘시월고사’, ‘상달고사’라고 한다. 성주만 모시는 가정에서는 이를 ‘성주제사’라고 하면서 마을에서 날을 받는 분에게 부탁하여 좋은 날을 받는다. 고사를 지낼 때는 단지의 쌀을 갈아준다. 삼신단지를 모시는 가정에서는 삼신단지의 쌀도 햇곡식으로 간다. 안에 있던 쌀은 밥을 하거나 떡을 쪄서 가족끼리만 먹는다. 이 음식이 밖으로 나가면 불길한 것으로 여겼다.

떡은 팥 시루떡을 한다. 나물, 밥, 과일, 고기 등을 성줏단지 앞에 차려 놓고 가장이 먼저 절을 올린다. 그 뒤에 주부가 비손하면서 집안의 평안을 위하여 정성을 들인다.

참고문헌

한국의 가정신앙 (국립문화재연구소, 2005~2008)

가을고사

가을고사
사전위치

한국민속신앙사전 > 가정신앙 > 제의

집필자 황경순(黃慶順)
갱신일 2018-12-20

정의

음력 10월에 길일을 택해서 가신에게 지내는 고사.

내용

10월을 ‘상달’이라고 하며, 일 년에 한 번 고사를 지낸다. 고사의 날짜는 만신이 잡아 주거나 책력을 보고 택일 한다. 돼지날이나 말날이 좋다고 하여 이날 지내기도 한다. 돼지날보다 말날을 더 좋다고 여긴다. 마을에서도 공동으로 제사를 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정에 따라서는 마을고사 전에 집고사를 하기도 하고, 마을고사 후에 지내기도 한다. 마을에 출산이나 초상 등 부정이 들면 날을 연기한다. 보통 피부정은 일주일, 상문부정은 달을 미룬다. 때문에 초상이 나면 달을 걸러 동짓달에 고사를 지낸다. 동짓달에도 초상이 나면 정월로 날을 미룬다. 섣달은 ‘썩은 달’이라고 하여 고사를 지내지 않는다. 만약 정월에도 부정이 들어 고사를 지내지 못하면 삼월삼짇날 안으로 고사를 지낸다. 삼짇날이 지나면 뱀과 같이 긴 짐승이 동면에서 깨어나 활동하므로 좋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날을 잡으면 황토를 뿌리고 금줄을 친다. 또한 택일한 그날부터 집안의 쌀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고사 날이 되면 집안의 안주인은 아침 일찍 일어나 목욕을 하고 몸을 정갈히 하여 시루를 찐다. 예전에는 백설기와 팥 시루를 집안에서 모시는 신령별로 별도로 쪘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떡을 먹지 않기 때문에 팥 시루 하나만 찐다. 떡을 찔 때에도 부정이 들면 안 된다. 떡이 잘 쪄지지 않아 쌀가루가 묻어 나오면 좋지 않다고 여긴다. 떡을 찔 때에는 잘 익게 해달라고 손을 비비며 계속 절을 한다.

지역사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서는 상달고사를 ‘가을고사’라고도 한다. 가을고사는 10월 초승 무렵 말날[午日]에 주로 지낸다. 가을고사는 농사를 다 끝내고 대체로 10월에 좋은 날을 잡아 지낸다. 예전에는 3년에 한 번 굿을 하는 집도 있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간단하게 고사만 지낸다. 고사는 보통 말날이나 돼지날이 좋다고 하여 그날 많이 지낸다. 현재는 가족들의 일정에 맞추어 편한 날에 지내는 가정이 늘고 있다. 가을 농사가 끝나면 처음 찧은 햅쌀은 대감항아리에 채워 넣는다. 가을고사를 지내는 날에는 집에서 모시고 있는 터줏가리나 업가리 안의 항아리에 새로 농사지은 햅쌀 또는 햇벼, 햇콩을 갈아 넣고 ‘지석주머니’[제석주머니]에도 햅쌀로 채워 넣는다. 그런 후 새 볏짚으로 터줏가리, 업가리를 만들어 세운다. 그런 다음 고사떡을 찌는데, 예전에는 고사 지내는 날 집 안에 팥 삶는 냄새가 나야 한다고 하여 모시는 신령 수대로 집에서 팥 시루를 쪘다. 광명시 가학동에서는 고사 날이 정해지면 사흘 전부터 부정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집 앞에 황토를 뿌린다. 고사 날을 잡은 후 동네에서 출산을 한 집이 있거나 상이 나면 이를 부정으로 여기고 며칠을 미룬다. ‘산부정(아기 낳은 부정)’은 3일, ‘죽은부정(상을 당한 부정)’은 7일 정도 가린다. 지역에 따라 한 달을 가리기도 한다. 가을고사 때 정성을 들여 준비하는 제물은 팥 시루떡이다. 예전에는 시루떡을 집에서 직접 쪘지만 요즘에는 쌀을 방앗간에 가지고가서 쪄 온다. 쌀은 한 말 정도를 준비한다. 시루의 수는 집집마다 다르다. 시루떡을 찔 때는 맨 위 가운데다 쌀가루만 얹어서 조그맣게 백설기를 찐다. 시루를 찔 때 떡이 잘 익지 않으면 막대기로 시루 안을 쑤신 다음 정화수를 떠서 시루 안에다 두고 “떡이 잘 익게 해 달라”고 비손한다. 각각의 신에게 올리기 위해 시루를 여러 개 준비한다. 두 시루를 찌는 집에서는 성주에 올리는 큰 시루 하나와 장독간에 올리는 작은 시루(세 켜) 하나를 준비한다. 시루떡이 쪄지면 가장 먼저 성주에게 올린다. 상은 안방 문을 열어둔 채 안방으로 향하게 놓는다. 상 위에 시루를 놓고 여기에 삶은 돼지고기, 술, 북어를 올린다. 북어는 대개 시루의 손잡이에 끼워 놓는다. 그런 다음 절을 하고 “가족들 모두 잘되게 해 달라.”, “먼 길 다니는 자손들을 돌봐 달라.”고 비손한다. 이어서 장독간에 시루를 가져다 두고 비손한다. 이는 ‘장맛 좋아지라’고 놓는 것이다. 그런 다음 성주에 올린 큰 시루의 떡을 쏟아 나눠서 접시에 담아 각 방(안방, 건넌방) 부엌, 광, 대감독, 대문간, 외양간, 우물 등지에 가져다 둔다. 외양간에 둘 때는 “소 잘되게 해 달라.”고 비손한다. 곳곳에 갖다 둔 떡은 운감하고 난 뒤에 다시 들여서 먹는다. 강원도 고성군 거전읍에서는 시월상달에 ‘텃고사’를 지낸다. 텃고사는 지신제라고도 하며 일 년에 한 번 주로 시월상달에 좋은 날을 받아서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날받이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따로 날을 받지 않아도 좋다고 하는 음력 9월 9일 중구날이나 삼월삼짇날에 텃고사를 지내는 가정이 늘고 있다. 날을 받아서 텃고사를 지낼 때에는 대주와 부인의 나이를 보고 생기를 맞춰서 날을 잡는다. 날을 받으면 일주일 전부터 집 앞에 금줄을 치고 부정을 가린다. 이렇게 해 두면 외부 사람들은 그 집 방문을 삼간다. 지금은 간소해져서 금줄을 치는 집이 없다. 제물은 집집마다 형편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대체로 백설기, 과일, 삶은 북어, 탕, 오징어포, 무채나물, 쌀, 메를 준비한다. 메는 큰 그릇에 떠서 집안 식구들의 숟가락을 모두 꽂아 올린다. 이 가운데 백설기는 ‘정성떡’이라고 하여 꼭 석 되 서 홉의 양으로 찐다. 제물은 대청마루에 차린다. 마루가 없는 집에서는 안방에 상을 차려서 고사를 지낸다. 대부분은 대주가 직접 진행한다. 빌어 주는 이가 할 때에는 성주와 토주(터주)를 위하며 “집안이 편안하게 해 달라.”고 하면서 축원문을 읽는다. 또 “가족의 월액시액을 다 막아 달라”고 하면서 일 년 열두 달 드는 액을 모두 쳐들며 이를 막게 해 달라고 기원한다. 충청남도 보령시 웅천읍 노천리에서는 추수를 끝내고 10월에 떡을 쪄서 고사를 지낸다. 이를 ‘집안고사’라고도 부른다. 일 년 열두 달 동안 집안이 평안하고 자손들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안의 신령을 위한다. 집안고사를 9월에 지낸다면 음력 9월 9일 중구일을 길일로 여긴다. 상달인 10월은 특별히 길일을 가리지 않아도 되지만 초사흗날에 많이 지낸다. 간혹 사람이 죽거나 아이가 태어나면 부정이 탔다고 하여 죽은 부정은 사흘, 산부정은 이레를 각각 미루어 다시 택일한다. 또한 고사를 지낼 때는 부정한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황토를 대문 앞 양옆에 세 무더기씩 여섯 무더기를 피워 둔다. 이때 마련하는 시루떡은 ‘집안시루’라고 한다. 혹시라도 모르고 지나친 부정이 있을 수 있으므로 팥을 넣어 부정을 막는다. 팥은 으깨지 않은 통팥을 사용하며, 켜켜로 넣지 않고 시루 위에 흩뿌린다. 팥 시루(팥고물)보다 백설기를 찌는 것은 정성이 곱절로 들어간다. 칠성을 극진히 위하는 가정에서는 칠성시루를 별도로 찌기도 한다. 이때는 칠성시루도 팥 시루를 찐다. 예전에는 아이들도 떡을 좋아하고 이웃과도 넉넉히 나누어 먹기 위해 두세 말 쪘다. 그러나 지금은 떡을 좋아하는 아이도 많지 않고, 고사를 크게 지내지 않기 때문에 한 되 서 홉이나 석 되를 찐다. 밤 10시쯤이 되면 찐 떡을 가지고 뒤꼍 장독대의 당산으로 나간다. 바닥에는 벼이삭이 달린 부분이 동쪽을 향하도록 짚을 가지런히 깔고 그 위에 제물을 진설한다. 당산에는 후토당산, 터주, 북두칠성이 함께 있지만 특별히 이들의 신체를 모셔 두지는 않는다. 이들 세 신령을 위해 떡을 한 시루만 쪄서 올리거나 각기 세 시루를 마련하여 올리기도 한다. 대주 밥그릇에 불밝이쌀을 담아 촛불을 놓고 시루떡과 청수를 올린 뒤 동․남․서․북 사방을 돌면서 각기 삼배를 한다. “일 년 열두 달 과년 여섯 달 우리 ○서방네 집을 무탈하게 해 달라!”고 비손한다. 특히 가장의 안녕을 위해 비손한다. 소지는 식구 수대로 한 장씩 올린다. 예산군 광시면 운산리에서는 집안에 우환(憂患)이 있는 가정에서는 영신(무당)을 불러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수고비는 집안 형편에 따라 성의껏 마련하여 준다. 당산에서 소지까지 올리고는 방 안으로 들어가 성주를 위한다. 성주에게 당산과 마찬가지로 대주 밥그릇에 불밝이쌀을 담아 촛불을 밝히고 상이나 신문지 위에 떡과 청수를 올린다. 성주에게는 절을 하지 않고 간단히 비손만 한다. 성주를 위하고 나서 방 안에서 떡을 떼어내 대문간, 중문간, 안방, 마루, 굴뚝 등지에 조금씩 가져다 둔다. 굴뚝에는 불이 나지 말라는 의미, 대문에는 드나들면서 복도 함께 들어오라는 의미에서 각각 놓는다. 변소에 떡을 놓는 것은 집안의 형편에 따라 매우 다르다. 측신은 가장 무서운 귀신이므로 처음부터 위했다면 떡을 떼어 놓는다. 그러나 위하지 않았다면 굳이 위할 필요가 없으므로 떡을 놓지 않는다. 집 안 곳곳에 놓은 떡들을 나중에 모두 거두어들여 가족과 먹고 이웃에게도 나누어 준다. 그러나 6․25전쟁이 끝나고 집안고사가 줄기 시작해서 지금은 매우 드문 일이 되었다. 경상북도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에서는 시월상달에 성주고사를 지낸다. 성주고사는 집안의 대주를 상징하는 성주를 위하는 제의이다. 그러나 이때 성주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성주, 삼신, 조왕, 용단지 등을 차례로 모신다. 고사 날이 정해지면 당일에 햇곡식으로 찧은 쌀로 떡을 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조기와 명태를 장만한다. 배추전, 무전, 고구마전을 부치고 밥과 물을 떠 놓은 상을 성주에게 먼저 놓은 다음 빌면서 절한다. 삼신과 조왕은 밥과 물(정화수), 용단지에는 밥과 술을 각각 떠 놓는다. 봉화군 명호면 양곡2리에서는 나락을 수확하는 10월 가운데 좋은 날을 택해 햇곡식으로 집안의 가신에게 제의를 행한다. 이를 ‘시월고사’, ‘상달고사’라고 한다. 성주만 모시는 가정에서는 이를 ‘성주제사’라고 하면서 마을에서 날을 받는 분에게 부탁하여 좋은 날을 받는다. 고사를 지낼 때는 단지의 쌀을 갈아준다. 삼신단지를 모시는 가정에서는 삼신단지의 쌀도 햇곡식으로 간다. 안에 있던 쌀은 밥을 하거나 떡을 쪄서 가족끼리만 먹는다. 이 음식이 밖으로 나가면 불길한 것으로 여겼다. 떡은 팥 시루떡을 한다. 나물, 밥, 과일, 고기 등을 성줏단지 앞에 차려 놓고 가장이 먼저 절을 올린다. 그 뒤에 주부가 비손하면서 집안의 평안을 위하여 정성을 들인다.

참고문헌

한국의 가정신앙 (국립문화재연구소, 2005~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