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속극 > 가면극

집필자 정형호(鄭亨鎬)
갱신일 2019-01-18

정의

가면극에서 영감과 부부 사이로 등장하며, 젊음과 출산 능력을 상실한 늙은 존재로서, 영감 부재중 자식 양육의 책임 문제, 축첩 제도에 의한 처첩 간 갈등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인물.

내용

할미는 가면극에서 매우 일탈적인 인물이다. 허리를 노출하고, 엉덩이춤을 현란하게 추면서 등장하며, 탈판에서 방뇨를 하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강한 성적 욕구를 나타낸다. 그리고 막판에 영감의 핍박, 또는 처첩 갈등에 의해 죽게 되는 인물이다. 할미는 지역에 따라 미얄할미(양주 별산대놀이·봉산 탈춤·강령 탈춤·은율 탈춤), 신할미(송파 산대놀이), 큰어미(고성 오광대), 큰이(김해 오광대), 노친네(남사당 덧뵈기, 북청 사자놀이)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할미와 영감(또는 할미 단독)이 등장하는 내용은 전국적 분포를 띠고 있는데, 강릉 관노 가면극예천 청단놀음만 예외이다. 할미와 영감은 부부로 등장하지만, 첩이 등장하여 3자 간의 대립·갈등이 나타나면서 가족 문제가 크게 부각된다.

가면극에서 할미 등장 부분은 대부분의 학자에 의해 가정 내의 처첩 간 갈등, 일부다처 상황에서 남성이 저지르는 횡포에 의한 여성 핍박이 주제로 제시된다. 그러나 논의의 초점은 학자마다 약간씩 다르다. 조동일과 채희완은 할미와 첩의 위상을 여성의 생산력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면서, 할미에 대한 핍박을 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았다. 정상박은 남성의 부도덕과 이로 인한 피해의 범위에 관심을 보였다. 즉, 남성의 방탕과 횡포를 나타내면서 부도덕한 생활에 대한 비판을 희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제시하였다. 임재해는 전승집단에 관심을 두어, 유교 사회를 바탕으로 한 탈춤은 남성 우위의 경향을, 무당 사회를 바탕으로 한 굿놀이는 여성 우위의 경향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박진태는 채록본에 따라 할미를 유형별로 분류해서, 삼신당의 늙은 여신에서부터 가부장제하의 남성의 독선과 횡포의 피해자, 아들을 내세워 가계 계승권과 상속권을 획득하는 인물, 젊고 생명력 넘치는 자유분방한 첩의 모습 등 여덟 가지 유형으로 제시하였다.

대체로 한국 가면극의 할미는 생산 주체로서의 여성신적 모습, 가부장제하의 핍박의 대상, 현실 저항적 인물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여성신적 성격을 보면, 할미는 원래 생산을 주도하는 신격에서 출발했으나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서 이런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의 할미에게 이런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하회 별신굿 탈놀이에는 영감이 등장하지 않고 생산의 주체로서의 할미의 모습, 생산 능력 회복을 위한 시도 등이 주로 부각된다. 대체로 경상도의 오광대나 부산의 야류에서는 할미가 방뇨를 하고, 영감과의 사이에 강한 성적 욕구를 표출한다. 여기서 여성의 소변은 단순한 배설 행위가 아니라 기우와 증식의 기능을 겸한 분만의 생식 행위로서 모방주술적 의례의 일종이다. 할미와 영감 성적 관계는 풍요를 가져다주는 신성 결합에 연원을 둔다. 이것이 인간 결합이란 양상으로 세속화되면서 할미의 생산신적 주체로서의 모습은 점차 약화되어 갔다.

둘째, 할미는 가부장제하의 핍박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할미와 영감 관련 과장은 ‘할미·영감의 결합과 분리’가 중심을 이룬다. 두 인물의 해후에 의한 결합 이후에 갈등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주로 할미가 죽게 된다. 할미 사후에 영감에 의해 화해의 양상이 나타나지만 일시적이며, 외형적으로는 할미의 죽음에 의한 비극적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에는 양주 별산대놀이·송파 산대놀이·해주 탈춤·남사당 덧뵈기 등이 해당된다. 한편 할미와 영감 사이에 첩이 등장하면서 처첩 간의 갈등이 일어나는 유형이 가장 일반적이다. 결말 부분을 보면, 가정 내 갈등의 노출로 할미가 죽는 경우가 많으며, 황해도 탈춤은 할미는 죽기 전에 가출을 감행한다. 처첩 간의 갈등은 비록 사후 화해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죽음과 가출이라는 비극적 결말로 나타난다. 이것은 여성이 남성 중심 사회에서 핍박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셋째, 할미는 현실 저항적 인물의 성격도 띠고 있다. 일반적으로 할미와 영감과의 갈등에서 할미가 죽게 되지만, 영감이 죽는 경우도 나타난다. 그리고 강령 탈춤의 경우, 할미가 재산 분배를 요구하고 가출한다. 한편 경상도 지역의 통영 오광대에서는 첩이 외도를 하는데, 영감이 분노를 느끼지만 첩의 외도를 쉽게 용서를 한다. 영감이 첩의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부권의 상대적 약화를 의미한다.

할미는 가면극에서 여러 파격적인 행위를 하는 일탈적 인물로 등장한다. 대체로 허리 노출과 엉덩이춤, 나이에 걸맞지 않는 강한 성적 욕구, 일탈적인 노상 방뇨, 영감 및 첩과의 갈등에 의한 죽음과 장례의식 등이 이에 해당된다.

첫째, 할미의 허리 노출과 엉덩이춤, 영감과 재회한 후의 강한 성욕 등은 생산력과 젊음을 회복하려는 강한 욕구를 표현한다. 할미는 나이에 맞지 않게 성에 대한 강한 욕구를 지니고서 허리를 노출하며, 현란한 엉덩이춤을 추는 비일상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할미가 허리를 노출하는 것은 산대놀이를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의 가면극에 두루 나타난다.

출산과 육아의 과정에서, 또한 가사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허리가 노출될 수도 있다. 또한 조선 후기의 복식에서 기층 여성들의 저고리가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가면극에서 할미의 허리 노출은 비정상적이고 광범위하면서 의도적이다. 잦은 출산에 의해 허리가 트고 탄력을 잃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할미의 허리 노출은 일탈적 행위일 뿐이며, 성적 매력이나 이성에 대한 유혹의 수단이 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런 행위는 파격적이다. 할미는 이미 성적 능력을 상실한 존재로서, 허리 노출은 역으로 젊음과 성적 능력을 회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할미는 일탈적인 행위를 보여 주며, 오히려 이것이 탈판에서 할미의 성격을 더욱 부각한다. 할미의 성적 일탈과 이후에 나타나는 죽음은 관객에게는 의도치 않게 연민과 비극성보다는 극적 재미를 주고 죽음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된다.

둘째, 할미의 방뇨는 단순 배설 행위가 아니라 여성의 강한 생산성과 관련이 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할미의 극중 방뇨는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극중의 여성 방뇨는 일상적인 배설 행위로 보기 어렵다. 이것은 몸 안의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거나, 신체의 은밀한 부분을 노출해 남성을 유혹한다는 차원에서 해석할 수가 없다. 방뇨의 본질적 의미는 방뇨 관련 꿈 설화, 지리산 성모신의 방뇨, 현존 바닷가 별신굿의 방뇨 행위 등을 통해 규명할 수 있다. 여성 방뇨몽 관련 설화의 유형인 김유신 누이동생 자매인 문희와 보희의 방뇨몽 매매 설화, 고려 초 진의 설화 및 헌정왕후에 나타난 방뇨몽 매매설화, 익산 처녀의 방뇨몽 매매에 의한 설화 등에도 나타난다. 대부분 방뇨는 엄청난 양을 이루며, 이를 계기로 귀한 인연을 맺고 왕비로 신분 상승을 한다. 이런 점에서, 여성의 방뇨란 강한 생산성과 풍요를 상징한다. 할미가 후대에 생산신 내지 생산의 주체로서 성격이 약화되면서, 여성의 방뇨는 단지 생산력 저하에 맞서 젊음을 회복하려는 여성의 욕구 표출로 드러난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마치 예의에 벗어난 무의식적인 생리적 배출 행위이거나 간혹 이성 유혹의 수단으로 오인을 받게 된다.

셋째, 할미의 죽음은 비극이기보다는 공동체의 통합을 위한 희생이며 집단 정화의식이다. 할미는 가부장제하의 남성 중심 사회에서 핍박을 받다가 죽게 된다. 그런데 할미의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하나의 통과의례로서 삶의 연장선상에서 인식된다. 할미의 죽음은 탈판에 참여하는 연희집단이나 이를 구경하는 향유집단의 공동체 속에서 함께 이루어지는 통과의례이다. 이것은 죽음의 사전 학습 효과를 거두며 할미의 죽음이 지닌 개인적 한을 정화하는 행위이지만, 기층 민중 집단은 삶 속에 지닌 각자의 슬픔과 아픔을 집단적으로 정화하는 의미도 있다. 이 과정에서 영감과 할미의 일시적 사후 화해, 헤어진 자식들과의 사후 만남을 통한 가족 관계의 회복, 집단 장례의식이나 굿을 통한 공동체의 회복이 이루어진다.

할미의 탈을 보면, 송파 산대놀이·동래 야류·가산 오광대·남사당 덧뵈기에서 주황색으로 나타나며, 수영 야류는 분홍색 계통이다. 그리고 봉산 탈춤·강령 탈춤·은율 탈춤·고성 오광대·퇴계원 산대놀이에는 감청색 계통으로 나타난다.

특히 할미의 신체적 비정상이 일부 가면극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수영 야류에서는 코와 입이 심하게 비뚤어져 있고, 양주 별산대놀이와 남사당 덧뵈기에서는 심하지 않지만 코와 입이 비정상이다. 그리고 동래 야류에서는 입이 돌아가고, 코 밑이 언청이 모습이다. 특히 양주 별산대와 수영 야류는 할미의 탈이 풍상에 찌든 모습이다.

할미의 복식은 대체로 흰색 치마저고리를 착용하고, 허리를 노출하며, 머리에 쪽을 찌고, 지팡이와 부채를 들고 등장하는 경우가 흔하다. 다만 봉산 탈춤은 할미가 방울을 들고 등장하며, 강령 탈춤은 할미가 허리에 방울을 착용하고 있어 신분상 무당의 흔적을 보여 준다.

특징 및 의의

가면극에서 할미는 남성 중심의 전통사회에서 핍박받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여신이 남신보다 더 많은 한국 신격의 분포를 고려하고, 일반화된 방뇨의 상징성, 생산 회복에 대한 강한 욕구 등을 고려하면 할미에게는 여신 및 생산의 주체적 성격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할미는 점차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생산 능력이 상실된 핍박의 대상으로 비하되어 왔고, 이런 까닭에 가면극에서 할미는 파격적이고 일탈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참고문헌

三國遺事, 高麗史, 남해안 별신굿(김선풍 외, 박이정, 1997), 민속극의 전승집단과 영감·할미싸움(임재해, 여성문제연구, 효성여자대학교 한국여성문제연구소, 1984), 여성 방뇨를 통해 본 여성의 사회적 인식 변모 양상(정형호, 동아시아고대학4, 동아시아고대학회, 2001), 오광대와 들놀음 연구(정상박, 집문당, 1986), 탈춤의 역사와 원리(조동일, 홍성사, 1979), 한국 전통연희의 전승과 미의식(정형호, 민속원, 2008), 한국가면극연구(박진태, 새문사, 1985), 한국의 가면극(이두현, 일지사, 1979), 한국가면극의 유형과 전승원리 연구(정형호, 중앙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5).

할미

할미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속극 > 가면극

집필자 정형호(鄭亨鎬)
갱신일 2019-01-18

정의

가면극에서 영감과 부부 사이로 등장하며, 젊음과 출산 능력을 상실한 늙은 존재로서, 영감 부재중 자식 양육의 책임 문제, 축첩 제도에 의한 처첩 간 갈등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인물.

내용

할미는 가면극에서 매우 일탈적인 인물이다. 허리를 노출하고, 엉덩이춤을 현란하게 추면서 등장하며, 탈판에서 방뇨를 하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강한 성적 욕구를 나타낸다. 그리고 막판에 영감의 핍박, 또는 처첩 갈등에 의해 죽게 되는 인물이다. 할미는 지역에 따라 미얄할미(양주 별산대놀이·봉산 탈춤·강령 탈춤·은율 탈춤), 신할미(송파 산대놀이), 큰어미(고성 오광대), 큰이(김해 오광대), 노친네(남사당 덧뵈기, 북청 사자놀이)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할미와 영감(또는 할미 단독)이 등장하는 내용은 전국적 분포를 띠고 있는데, 강릉 관노 가면극과 예천 청단놀음만 예외이다. 할미와 영감은 부부로 등장하지만, 첩이 등장하여 3자 간의 대립·갈등이 나타나면서 가족 문제가 크게 부각된다. 가면극에서 할미 등장 부분은 대부분의 학자에 의해 가정 내의 처첩 간 갈등, 일부다처 상황에서 남성이 저지르는 횡포에 의한 여성 핍박이 주제로 제시된다. 그러나 논의의 초점은 학자마다 약간씩 다르다. 조동일과 채희완은 할미와 첩의 위상을 여성의 생산력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면서, 할미에 대한 핍박을 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았다. 정상박은 남성의 부도덕과 이로 인한 피해의 범위에 관심을 보였다. 즉, 남성의 방탕과 횡포를 나타내면서 부도덕한 생활에 대한 비판을 희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제시하였다. 임재해는 전승집단에 관심을 두어, 유교 사회를 바탕으로 한 탈춤은 남성 우위의 경향을, 무당 사회를 바탕으로 한 굿놀이는 여성 우위의 경향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박진태는 채록본에 따라 할미를 유형별로 분류해서, 삼신당의 늙은 여신에서부터 가부장제하의 남성의 독선과 횡포의 피해자, 아들을 내세워 가계 계승권과 상속권을 획득하는 인물, 젊고 생명력 넘치는 자유분방한 첩의 모습 등 여덟 가지 유형으로 제시하였다. 대체로 한국 가면극의 할미는 생산 주체로서의 여성신적 모습, 가부장제하의 핍박의 대상, 현실 저항적 인물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여성신적 성격을 보면, 할미는 원래 생산을 주도하는 신격에서 출발했으나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서 이런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의 할미에게 이런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하회 별신굿 탈놀이에는 영감이 등장하지 않고 생산의 주체로서의 할미의 모습, 생산 능력 회복을 위한 시도 등이 주로 부각된다. 대체로 경상도의 오광대나 부산의 야류에서는 할미가 방뇨를 하고, 영감과의 사이에 강한 성적 욕구를 표출한다. 여기서 여성의 소변은 단순한 배설 행위가 아니라 기우와 증식의 기능을 겸한 분만의 생식 행위로서 모방주술적 의례의 일종이다. 할미와 영감 성적 관계는 풍요를 가져다주는 신성 결합에 연원을 둔다. 이것이 인간 결합이란 양상으로 세속화되면서 할미의 생산신적 주체로서의 모습은 점차 약화되어 갔다. 둘째, 할미는 가부장제하의 핍박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할미와 영감 관련 과장은 ‘할미·영감의 결합과 분리’가 중심을 이룬다. 두 인물의 해후에 의한 결합 이후에 갈등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주로 할미가 죽게 된다. 할미 사후에 영감에 의해 화해의 양상이 나타나지만 일시적이며, 외형적으로는 할미의 죽음에 의한 비극적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에는 양주 별산대놀이·송파 산대놀이·해주 탈춤·남사당 덧뵈기 등이 해당된다. 한편 할미와 영감 사이에 첩이 등장하면서 처첩 간의 갈등이 일어나는 유형이 가장 일반적이다. 결말 부분을 보면, 가정 내 갈등의 노출로 할미가 죽는 경우가 많으며, 황해도 탈춤은 할미는 죽기 전에 가출을 감행한다. 처첩 간의 갈등은 비록 사후 화해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죽음과 가출이라는 비극적 결말로 나타난다. 이것은 여성이 남성 중심 사회에서 핍박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셋째, 할미는 현실 저항적 인물의 성격도 띠고 있다. 일반적으로 할미와 영감과의 갈등에서 할미가 죽게 되지만, 영감이 죽는 경우도 나타난다. 그리고 강령 탈춤의 경우, 할미가 재산 분배를 요구하고 가출한다. 한편 경상도 지역의 통영 오광대에서는 첩이 외도를 하는데, 영감이 분노를 느끼지만 첩의 외도를 쉽게 용서를 한다. 영감이 첩의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부권의 상대적 약화를 의미한다. 할미는 가면극에서 여러 파격적인 행위를 하는 일탈적 인물로 등장한다. 대체로 허리 노출과 엉덩이춤, 나이에 걸맞지 않는 강한 성적 욕구, 일탈적인 노상 방뇨, 영감 및 첩과의 갈등에 의한 죽음과 장례의식 등이 이에 해당된다. 첫째, 할미의 허리 노출과 엉덩이춤, 영감과 재회한 후의 강한 성욕 등은 생산력과 젊음을 회복하려는 강한 욕구를 표현한다. 할미는 나이에 맞지 않게 성에 대한 강한 욕구를 지니고서 허리를 노출하며, 현란한 엉덩이춤을 추는 비일상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할미가 허리를 노출하는 것은 산대놀이를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의 가면극에 두루 나타난다. 출산과 육아의 과정에서, 또한 가사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허리가 노출될 수도 있다. 또한 조선 후기의 복식에서 기층 여성들의 저고리가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가면극에서 할미의 허리 노출은 비정상적이고 광범위하면서 의도적이다. 잦은 출산에 의해 허리가 트고 탄력을 잃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할미의 허리 노출은 일탈적 행위일 뿐이며, 성적 매력이나 이성에 대한 유혹의 수단이 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런 행위는 파격적이다. 할미는 이미 성적 능력을 상실한 존재로서, 허리 노출은 역으로 젊음과 성적 능력을 회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할미는 일탈적인 행위를 보여 주며, 오히려 이것이 탈판에서 할미의 성격을 더욱 부각한다. 할미의 성적 일탈과 이후에 나타나는 죽음은 관객에게는 의도치 않게 연민과 비극성보다는 극적 재미를 주고 죽음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된다. 둘째, 할미의 방뇨는 단순 배설 행위가 아니라 여성의 강한 생산성과 관련이 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할미의 극중 방뇨는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극중의 여성 방뇨는 일상적인 배설 행위로 보기 어렵다. 이것은 몸 안의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거나, 신체의 은밀한 부분을 노출해 남성을 유혹한다는 차원에서 해석할 수가 없다. 방뇨의 본질적 의미는 방뇨 관련 꿈 설화, 지리산 성모신의 방뇨, 현존 바닷가 별신굿의 방뇨 행위 등을 통해 규명할 수 있다. 여성 방뇨몽 관련 설화의 유형인 김유신 누이동생 자매인 문희와 보희의 방뇨몽 매매 설화, 고려 초 진의 설화 및 헌정왕후에 나타난 방뇨몽 매매설화, 익산 처녀의 방뇨몽 매매에 의한 설화 등에도 나타난다. 대부분 방뇨는 엄청난 양을 이루며, 이를 계기로 귀한 인연을 맺고 왕비로 신분 상승을 한다. 이런 점에서, 여성의 방뇨란 강한 생산성과 풍요를 상징한다. 할미가 후대에 생산신 내지 생산의 주체로서 성격이 약화되면서, 여성의 방뇨는 단지 생산력 저하에 맞서 젊음을 회복하려는 여성의 욕구 표출로 드러난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마치 예의에 벗어난 무의식적인 생리적 배출 행위이거나 간혹 이성 유혹의 수단으로 오인을 받게 된다. 셋째, 할미의 죽음은 비극이기보다는 공동체의 통합을 위한 희생이며 집단 정화의식이다. 할미는 가부장제하의 남성 중심 사회에서 핍박을 받다가 죽게 된다. 그런데 할미의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하나의 통과의례로서 삶의 연장선상에서 인식된다. 할미의 죽음은 탈판에 참여하는 연희집단이나 이를 구경하는 향유집단의 공동체 속에서 함께 이루어지는 통과의례이다. 이것은 죽음의 사전 학습 효과를 거두며 할미의 죽음이 지닌 개인적 한을 정화하는 행위이지만, 기층 민중 집단은 삶 속에 지닌 각자의 슬픔과 아픔을 집단적으로 정화하는 의미도 있다. 이 과정에서 영감과 할미의 일시적 사후 화해, 헤어진 자식들과의 사후 만남을 통한 가족 관계의 회복, 집단 장례의식이나 굿을 통한 공동체의 회복이 이루어진다. 할미의 탈을 보면, 송파 산대놀이·동래 야류·가산 오광대·남사당 덧뵈기에서 주황색으로 나타나며, 수영 야류는 분홍색 계통이다. 그리고 봉산 탈춤·강령 탈춤·은율 탈춤·고성 오광대·퇴계원 산대놀이에는 감청색 계통으로 나타난다. 특히 할미의 신체적 비정상이 일부 가면극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수영 야류에서는 코와 입이 심하게 비뚤어져 있고, 양주 별산대놀이와 남사당 덧뵈기에서는 심하지 않지만 코와 입이 비정상이다. 그리고 동래 야류에서는 입이 돌아가고, 코 밑이 언청이 모습이다. 특히 양주 별산대와 수영 야류는 할미의 탈이 풍상에 찌든 모습이다. 할미의 복식은 대체로 흰색 치마저고리를 착용하고, 허리를 노출하며, 머리에 쪽을 찌고, 지팡이와 부채를 들고 등장하는 경우가 흔하다. 다만 봉산 탈춤은 할미가 방울을 들고 등장하며, 강령 탈춤은 할미가 허리에 방울을 착용하고 있어 신분상 무당의 흔적을 보여 준다.

특징 및 의의

가면극에서 할미는 남성 중심의 전통사회에서 핍박받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여신이 남신보다 더 많은 한국 신격의 분포를 고려하고, 일반화된 방뇨의 상징성, 생산 회복에 대한 강한 욕구 등을 고려하면 할미에게는 여신 및 생산의 주체적 성격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할미는 점차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생산 능력이 상실된 핍박의 대상으로 비하되어 왔고, 이런 까닭에 가면극에서 할미는 파격적이고 일탈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참고문헌

三國遺事, 高麗史, 남해안 별신굿(김선풍 외, 박이정, 1997), 민속극의 전승집단과 영감·할미싸움(임재해, 여성문제연구, 효성여자대학교 한국여성문제연구소, 1984), 여성 방뇨를 통해 본 여성의 사회적 인식 변모 양상(정형호, 동아시아고대학4, 동아시아고대학회, 2001), 오광대와 들놀음 연구(정상박, 집문당, 1986), 탈춤의 역사와 원리(조동일, 홍성사, 1979), 한국 전통연희의 전승과 미의식(정형호, 민속원, 2008), 한국가면극연구(박진태, 새문사, 1985), 한국의 가면극(이두현, 일지사, 1979), 한국가면극의 유형과 전승원리 연구(정형호, 중앙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