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속극 > 가면극

집필자 정형호(鄭亨鎬)
갱신일 2019-01-18

정의

할미의 남편으로, 가부장제의 남성 중심 사회에서 할미에게 자식 양육의 책임을 묻고, 첩을 들여서 처첩 갈등을 일으켜 할미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인물.

내용

영감은 가면극의 마지막 과장에 할미와 함께 등장하여 가족 문제로 인해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부부간의 사소한 다툼, 자식 양육에 따른 책임 문제로 인해, 그리고 첩에 의해 갈등이 일어나며, 이로 인해 할미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영감이 일반적인 명칭이지만 신할아비, 미얄영감이란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영감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봉산 탈춤 제7과장 미얄춤, 수영 야류 제3과장 할미・영감, 동래 야류 제4과장 할미・영감, 가산 오광대 제6과장 할미・영감, 진주 오광대 제4마당 할미・영감, 통영 오광대 제4과장 농창탈 등이다. 한편, 신할아비라는 명칭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양주 별산대 제7과장 신할아비・미얄할미, 송파 산대놀이 제7과장 신할아비・신할미이다. 그리고 미얄영감으로 등장하는 것은 강령 탈춤 제7과장 미얄영감・할미춤, 은율 탈춤 제6과장 미얄할미・영감춤이다.

영감과 할미가 등장하는 가면극은 강릉 관노 가면극예천 청단놀음을 제외한 전국에 분포되어 있다. 영감은 할미와 부부로 등장하며 부부간의 갈등이 일차적인 요인이지만, 여기에 첩이 등장하면서 3자 간의 대립・갈등이 두드러진다. 이 과장의 갈등은 가정 내의 부부 문제, 자식 양육과 교육 문제, 처첩 간의 갈등 문제에 의해 일어난다. 첩의 등장은 산대놀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타난다. 첩은 지역에 따라 삼개덜머리집, 뚱딴지집, 제대각시, 서울애기, 제밀지, 제물집, 각시, 작은마누라, 작은이, 후처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대체로 첩의 명칭 앞에 출신 지역명이나,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단어가 붙는다.

이 과장의 내용은 대체로 할미와 영감의 해후─첩의 등장으로 인한 할미와 영감의 갈등─갈등의 고조로 인한 할미(또는 영감)의 죽음─영감에 의한 소생 시도─진혼굿, 또는 상여 나가기의 순서로 진행된다. 할미 죽음의 직접적인 가해자는 영감이지만, 은율 탈춤・통영 오광대・고성 오광대 등은 첩이 가해자로 등장한다. 본처와 첩의 대면에 의한 갈등은 주로 첩의 첫 인사 과정에서부터 발생하며, 영감은 중재를 포기하고 오히려 본처를 질책해서 갈등을 더 키우게 된다.

그런데 보통은 할미가 죽지만, 가산 오광대・김해 오광대・해주 탈춤・서구 오광대 등은 영감이 죽게 되며, 자인 팔광대는 영감이 죽었다가 소생한다. 그중 김해 오광대 등은 영감이 화병에 의해 죽게 되며, 가산 오광대는 영감이 동티사를 당한다. 할미가 아닌 영감이 죽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은 일단 파격이다. 이것은 가족 관계의 갈등과 해체는 할미만이 피해자가 아님을 보여 주는 것이다. 곧 일부다처가 용인되는 사회에서 축첩제도는 첩 자신의 삶을 핍박하지만, 영감의 삶 자체도 파괴한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가부장제와 일부다처에 의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핍박과 고난을 받는 존재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가족 관계의 균열에 의해 가족 구성원이 받는 고통과 폐해가 함께 부각되고 있다.

영감의 시선은 매우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이다. 따라서 산대놀이나 야류에서 헤어진 부부 사이의 자식 양육의 모든 책임은 여성에게 씌워진다. 전통사회에서 자식 양육의 책임은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었다. 이것이 남성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즉, 남성들은 축첩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자식의 양육 문제를 들고 나온다. 여성은 자식 양육과 가족 보호라는 책임을 지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여성이 재산권을 주장할 수는 없었다. 특히 영감은 할미가 가출하면서 재산 분배 요구를 하자, 본처와 첩 사이에 심한 차별을 하여 할미로 하여금 포기하게 한다.

정상박은 남성의 부도덕과 이로 인한 피해의 범위에 관심을 보였다. 곧 오광대와 야류에 나타난 할미 관련 내용은, 남성의 방탕과 횡포를 나타내면서 부도덕한 생활에 대한 비판을 희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제시하였다. 특히 할미의 자식 없음을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는 남성 중심의 사고를 비판하면서, 이런 횡포에 대한 결과가 양자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보았다. 그런 점에서 영감의 여성관은 남성 중심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여성을 가계 계승을 위한 자식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진 인물 정도로 보고 있다. 특히 출산 능력을 중시하면서 늙고 생산 능력을 상실한 할미보다 오히려 첩을 더 지지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남성들은 여성을 성적 능력의 대상이란 시각에서 차별적으로 접근한다. 그렇지만 할미 사후에 영감에 의해 일시적 화해가 나타나기도 한다. 곧 영감은 할미의 소생을 시도하며, 슬픔을 표현하고, 자식을 불러들여 해체된 가족을 복원하려고 시도하지만 근본적인 화해는 아니다.

그렇지만 전승집단의 시각에서 보면, 할미의 죽음은 비극적이지 않다. 죽음의 의식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다만 삶의 연장선상에서 통과의례로 인식한다. 그리고 죽음의 의식을 통해 기층집단은 현실적 한을 집단적 정화의식으로 전환한다. 그런 점에서 가면극은 할미의 죽음이라는 의식으로 마무리한다.

대체로 영감의 탈은 흰색 바탕이 많으며, 가산 오광대와 송파 산대놀이만 주황색 계통이다. 그리고 대체로 긴 수염을 드리우고 있는데, 동래 야류・수영 야류・가산 오광대・통영 오광대가 이에 해당된다. 나머지 지역의 탈에도 길지는 않지만 대체로 콧수염과 턱수염이 있다. 한편 봉산 탈춤과 강령 탈춤은 영감에게 머리에 개털 관을 씌워 은근히 비하하고 있다.

영감의 복식을 보면, 흰색 두루마기에 대체로 지팡이와 부채를 든 경우가 많다. 고성 오광대・은율 탈춤・양주 별산대놀이 등이 흰색 두루마기, 봉산 탈춤은 회색 두루마기, 수영 야류는 청색 도포, 강령 탈춤은 검은색 도포를 입고 있다.

특징 및 의의

가면극은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의 전승과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과거 모든 출연진은 남성이며, 여성역도 남성들이 맡았기에 남성 중심의 여성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양반을 희롱하는 말뚝이처럼 풍자를 주도하는 제3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단지 할미의 죽음을 통해 가족 제도의 모순을 노출할 뿐이다. 이것은 부권 중심의 세계관을 파기하지 않으려는 전승집단의 의도로 보인다. 양반을 중심으로 한 사회 지배층의 모순과 중에 의해 나타나는 관념적 세계관에 대한 풍자는 적극적이면서, 자신들의 삶의 모순을 드러내는 행위에는 소극적이다. 다만 가족 간의 갈등을 보여 주면서, 그 피해가 구성원 전체에 미친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조선 후기에 가족 관계가 해체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도, 이런 갈등, 대립, 이별, 죽음의 과정을 비극이 아닌 단지 세시적 대동놀이로 풀어 가는 연유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민속극의 전승집단과 영감・할미싸움(임재해, 여성문제연구, 효성여자대학교 한국여성문제연구소, 1984), 산대탈놀이(서연호, 열화당, 1987), 여성 방뇨를 통해 본 여성의 사회적 인식 변모양상(정형호, 동아시아고대학4, 동아시아고대학회, 2001), 오광대와 들놀음 연구(정상박, 집문당, 1986), 탈춤의 역사와 원리(조동일, 홍성사, 1979), 한국 가면극유형과 전승원리 연구(정형호, 중앙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5), 한국 전통연희의 전승과 미의식(정형호, 민속원, 2008), 한국가면극연구(박진태, 새문사, 1985), 한국의 가면극(이두현, 일지사, 1979), 한국의 가부장제에 관한 해석적 분석(조혜정, 한국의 여성과 남성, 문학과지성사, 1988).

영감

영감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속극 > 가면극

집필자 정형호(鄭亨鎬)
갱신일 2019-01-18

정의

할미의 남편으로, 가부장제의 남성 중심 사회에서 할미에게 자식 양육의 책임을 묻고, 첩을 들여서 처첩 갈등을 일으켜 할미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인물.

내용

영감은 가면극의 마지막 과장에 할미와 함께 등장하여 가족 문제로 인해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부부간의 사소한 다툼, 자식 양육에 따른 책임 문제로 인해, 그리고 첩에 의해 갈등이 일어나며, 이로 인해 할미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영감이 일반적인 명칭이지만 신할아비, 미얄영감이란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영감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봉산 탈춤 제7과장 미얄춤, 수영 야류 제3과장 할미・영감, 동래 야류 제4과장 할미・영감, 가산 오광대 제6과장 할미・영감, 진주 오광대 제4마당 할미・영감, 통영 오광대 제4과장 농창탈 등이다. 한편, 신할아비라는 명칭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양주 별산대 제7과장 신할아비・미얄할미, 송파 산대놀이 제7과장 신할아비・신할미이다. 그리고 미얄영감으로 등장하는 것은 강령 탈춤 제7과장 미얄영감・할미춤, 은율 탈춤 제6과장 미얄할미・영감춤이다. 영감과 할미가 등장하는 가면극은 강릉 관노 가면극과 예천 청단놀음을 제외한 전국에 분포되어 있다. 영감은 할미와 부부로 등장하며 부부간의 갈등이 일차적인 요인이지만, 여기에 첩이 등장하면서 3자 간의 대립・갈등이 두드러진다. 이 과장의 갈등은 가정 내의 부부 문제, 자식 양육과 교육 문제, 처첩 간의 갈등 문제에 의해 일어난다. 첩의 등장은 산대놀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타난다. 첩은 지역에 따라 삼개덜머리집, 뚱딴지집, 제대각시, 서울애기, 제밀지, 제물집, 각시, 작은마누라, 작은이, 후처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대체로 첩의 명칭 앞에 출신 지역명이나,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단어가 붙는다. 이 과장의 내용은 대체로 할미와 영감의 해후─첩의 등장으로 인한 할미와 영감의 갈등─갈등의 고조로 인한 할미(또는 영감)의 죽음─영감에 의한 소생 시도─진혼굿, 또는 상여 나가기의 순서로 진행된다. 할미 죽음의 직접적인 가해자는 영감이지만, 은율 탈춤・통영 오광대・고성 오광대 등은 첩이 가해자로 등장한다. 본처와 첩의 대면에 의한 갈등은 주로 첩의 첫 인사 과정에서부터 발생하며, 영감은 중재를 포기하고 오히려 본처를 질책해서 갈등을 더 키우게 된다. 그런데 보통은 할미가 죽지만, 가산 오광대・김해 오광대・해주 탈춤・서구 오광대 등은 영감이 죽게 되며, 자인 팔광대는 영감이 죽었다가 소생한다. 그중 김해 오광대 등은 영감이 화병에 의해 죽게 되며, 가산 오광대는 영감이 동티사를 당한다. 할미가 아닌 영감이 죽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은 일단 파격이다. 이것은 가족 관계의 갈등과 해체는 할미만이 피해자가 아님을 보여 주는 것이다. 곧 일부다처가 용인되는 사회에서 축첩제도는 첩 자신의 삶을 핍박하지만, 영감의 삶 자체도 파괴한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가부장제와 일부다처에 의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핍박과 고난을 받는 존재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가족 관계의 균열에 의해 가족 구성원이 받는 고통과 폐해가 함께 부각되고 있다. 영감의 시선은 매우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이다. 따라서 산대놀이나 야류에서 헤어진 부부 사이의 자식 양육의 모든 책임은 여성에게 씌워진다. 전통사회에서 자식 양육의 책임은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었다. 이것이 남성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즉, 남성들은 축첩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자식의 양육 문제를 들고 나온다. 여성은 자식 양육과 가족 보호라는 책임을 지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여성이 재산권을 주장할 수는 없었다. 특히 영감은 할미가 가출하면서 재산 분배 요구를 하자, 본처와 첩 사이에 심한 차별을 하여 할미로 하여금 포기하게 한다. 정상박은 남성의 부도덕과 이로 인한 피해의 범위에 관심을 보였다. 곧 오광대와 야류에 나타난 할미 관련 내용은, 남성의 방탕과 횡포를 나타내면서 부도덕한 생활에 대한 비판을 희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제시하였다. 특히 할미의 자식 없음을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는 남성 중심의 사고를 비판하면서, 이런 횡포에 대한 결과가 양자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보았다. 그런 점에서 영감의 여성관은 남성 중심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여성을 가계 계승을 위한 자식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진 인물 정도로 보고 있다. 특히 출산 능력을 중시하면서 늙고 생산 능력을 상실한 할미보다 오히려 첩을 더 지지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남성들은 여성을 성적 능력의 대상이란 시각에서 차별적으로 접근한다. 그렇지만 할미 사후에 영감에 의해 일시적 화해가 나타나기도 한다. 곧 영감은 할미의 소생을 시도하며, 슬픔을 표현하고, 자식을 불러들여 해체된 가족을 복원하려고 시도하지만 근본적인 화해는 아니다. 그렇지만 전승집단의 시각에서 보면, 할미의 죽음은 비극적이지 않다. 죽음의 의식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다만 삶의 연장선상에서 통과의례로 인식한다. 그리고 죽음의 의식을 통해 기층집단은 현실적 한을 집단적 정화의식으로 전환한다. 그런 점에서 가면극은 할미의 죽음이라는 의식으로 마무리한다. 대체로 영감의 탈은 흰색 바탕이 많으며, 가산 오광대와 송파 산대놀이만 주황색 계통이다. 그리고 대체로 긴 수염을 드리우고 있는데, 동래 야류・수영 야류・가산 오광대・통영 오광대가 이에 해당된다. 나머지 지역의 탈에도 길지는 않지만 대체로 콧수염과 턱수염이 있다. 한편 봉산 탈춤과 강령 탈춤은 영감에게 머리에 개털 관을 씌워 은근히 비하하고 있다. 영감의 복식을 보면, 흰색 두루마기에 대체로 지팡이와 부채를 든 경우가 많다. 고성 오광대・은율 탈춤・양주 별산대놀이 등이 흰색 두루마기, 봉산 탈춤은 회색 두루마기, 수영 야류는 청색 도포, 강령 탈춤은 검은색 도포를 입고 있다.

특징 및 의의

가면극은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의 전승과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과거 모든 출연진은 남성이며, 여성역도 남성들이 맡았기에 남성 중심의 여성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양반을 희롱하는 말뚝이처럼 풍자를 주도하는 제3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단지 할미의 죽음을 통해 가족 제도의 모순을 노출할 뿐이다. 이것은 부권 중심의 세계관을 파기하지 않으려는 전승집단의 의도로 보인다. 양반을 중심으로 한 사회 지배층의 모순과 중에 의해 나타나는 관념적 세계관에 대한 풍자는 적극적이면서, 자신들의 삶의 모순을 드러내는 행위에는 소극적이다. 다만 가족 간의 갈등을 보여 주면서, 그 피해가 구성원 전체에 미친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조선 후기에 가족 관계가 해체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도, 이런 갈등, 대립, 이별, 죽음의 과정을 비극이 아닌 단지 세시적 대동놀이로 풀어 가는 연유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민속극의 전승집단과 영감・할미싸움(임재해, 여성문제연구, 효성여자대학교 한국여성문제연구소, 1984), 산대탈놀이(서연호, 열화당, 1987), 여성 방뇨를 통해 본 여성의 사회적 인식 변모양상(정형호, 동아시아고대학4, 동아시아고대학회, 2001), 오광대와 들놀음 연구(정상박, 집문당, 1986), 탈춤의 역사와 원리(조동일, 홍성사, 1979), 한국 가면극의 유형과 전승원리 연구(정형호, 중앙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5), 한국 전통연희의 전승과 미의식(정형호, 민속원, 2008), 한국가면극연구(박진태, 새문사, 1985), 한국의 가면극(이두현, 일지사, 1979), 한국의 가부장제에 관한 해석적 분석(조혜정, 한국의 여성과 남성, 문학과지성사,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