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속극 > 가면극

집필자 이호승(李鎬丞)
갱신일 2019-01-18

정의

가면극양반 과장에서 등장하는 인물로, 부패하고 무능한 지배층으로 비판과 멸시의 대상이 되는 배역.

내용

우리나라 각 지역 가면극의 양반 마당에는 다양한 명칭을 가지고 양반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를 가면극의 계통과 지역에 따라 아래와 같이 살펴볼 수 있다.

  1. 본산대놀이 계통 가면극
    1) 경기도 산대놀이 가면극의 양반: 양주 별산대놀이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샌님과 서방님, 도련님이다. 양주 별산대놀이에서 샌님은 양반으로서 권위와 체통을 내세우지만, 말뚝이나 쇠뚝이에게 희롱을 당하는 무기력한 인물이다. 사리 판단이 흐리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샌님은 생원生員님의 준말로 상민이 선비를 부르는 말이다. 샌님은 과거를 보러 가다가 말뚝이가 돼지우리를 거처로 정하자 흐뭇해하며, 쇠뚝이의 오만한 자기소개에 모욕감을 느끼고 말뚝이를 치죄治罪하는 경우에는 없는 일을 꾸미기도 한다. 또한, 돈으로 죄를 감해 달라는 말뚝이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부패한 인물이기도 하다. 샌님은 젊은 포도부장에게 소첩少妾인 젊은 소무를 빼앗기는 무능력한 존재이다. 서방님은 지체 있는 집안 출신이기는 하지만, 무지하고 무능한 샌님의 권위에 편승하려는 무기력한 인물이다. 서방님은 전통사회에서 벼슬이 없는 젊은 선비를 부르던 말이었다. 도련님은 종갓집도련님이라고도 부른다. 서방님과 마찬가지로 샌님의 권위에 편승하여 사는 무능력하고 의존적인 존재이다.

    송파 산대놀이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의 인물은 샌님, 서방님, 도련님이다. 샌님은 양반의 권위와 체통을 내세우지만, 말뚝이나 쇠뚝이에게 조롱을 당한다. 샌님은 첩을 두어 처첩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조강지처를 버린다. 하지만 포도부장에게 첩을 빼앗기는 신세가 된다. 샌님은 양반으로서 실추된 권위를 회복하려고 애쓰지만 무능함과 나약함이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서방님은 샌님의 장자長子이다. 지체 있는 양반 출신이기는 하지만 무능한 샌님의 권위에 편승하려는 무력한 인물이다. 도련님은 큰형인 서방님과 아버지 샌님에게 종속된 존재로, 극 중에서 대사는 없다.

    퇴계원 산대놀이 제10과장 말뚝이놀이와 제11과장 포도부장놀이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샌님, 서방님, 도련님이다. 샌님은 매관매직賣官賣職으로 양반이 된 인물로, 무지하여 하인들에 의해 모욕을 당하고 소견이 좁으며 화를 잘 낸다. 퇴계원 산대놀이의 양반들은 다른 산대놀이 계통 가면극과 유사한 형상이다.

    2) 황해도 해서 탈춤의 양반: 봉산 탈춤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의 인물은 생원(맏양반), 서방(둘째 양반), 도령(셋째 양반)이다. 봉산 탈춤에서는 맏양반을 생원이라 부른다. 생원은 자신의 종자인 말뚝이에게 온갖 조롱을 당하면서도 조롱당하는 줄 모르고 넘어가다 결국에는 돼지우리에 들어가게 된다. 생원은 형제지간인 서방, 도령과 운자를 내어 시를 읊지만, 이 역시 말뚝이에게 조롱을 당하는 어리석은 인물이다. 도령은 대사는 없으며 형들의 동작을 따라하면서 형들의 면상을 부채로 때리거나 방정맞게 군다. 이런 경망스러운 행동은 양반으로서의 위신을 스스로 비하하게 된다.

    강령 탈춤에 나오는 양반 역할의 인물은 맏양반(마한 양반), 둘째 양반(진한 양반), 셋째 양반(변한 양반・재물대감), 넷째 양반(도령)이다. 봉산 탈춤이나 은율 탈춤에서 맏양반은 흰색 두루마기나 옥색 도포를 입고 등장하는 데에 비해, 강령 탈춤의 맏양반은 신분에 맞지 않는 의복을 착용함으로써 자기 비하를 드러낸다. 또한 머리에 개가죽 관을 썼는데, 이 때문에 둘째 양반에게 희롱을 당하기도 한다. 사자성어와 고사성어를 변용한 언어유희 등의 재담을 많이 한다. 전반적으로 풍류와 허세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둘째 양반인 진한 양반은 양반들끼리 서로 춤 동작, 복색, 머리에 쓰는 관, 양반의 근본 등에 관해 다툰다. 셋째 양반인 재물대감은 맏양반의 권유로 무당춤을 추고 만수받이굿을 하다가 쓰러지는데, 다른 양반들이 간절히 소생을 빌자 다시 살아나는 인물이다. 도령은 재물대감을 쫓아다니며 천방지축으로 행동한다.

    은율 탈춤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첫째 양반, 둘째 양반, 셋째 양반이다. 은율 탈춤에서 첫째 양반은 말뚝이를 불러도 대답이 없고, 말뚝이에게 채찍으로 등을 맞는 등 말뚝이에게 비하를 당하는 인물이다. 말뚝이는 둘째 양반 앞에 궁둥이를 대고 엎드리며, 머리에 방귀를 뀌는 등의 수모와 조롱을 가한다. 셋째 양반은 병신춤을 추면서 봉산 탈춤의 소무에 해당하는 새맥시를 데리고 두 양반들과 함께 일렬로 탈판에 등장한다. 셋째 양반은 팔과 다리가 비틀어져 거동이 불편한 형상을 하고 있으며, 말뚝이는 셋째 양반을 올라타서 깔아뭉개기도 하고 새맥시를 차지한다.

    3) 경상남도 야류・오광대의 양반: 수영 야류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수양반, 차양반(지차양반・모양반), 셋째 양반, 넷째 양반(째보양반), 종가도령(책방도령)이다. 수양반은 다섯 양반 중의 으뜸 양반으로 관복 차림이다. 양반의 풍모와 근엄하고 무게감 있는 한량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차양반은 지차之次양반이라고도 하고 털모자를 썼다고 모毛양반이라고도 한다. 차양반은 다섯 양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양반이다. 노인이기 때문에 다른 양반에 비하여 동작이 느리다. 셋째 양반은 젊고 여러 면에서 기본 소양이 없는 인물이다. 넷째 양반은 20대의 경박한 청년 양반으로 얼굴에는 흰색과 검은색 점이 무수히 찍혀 있다. 코가 약간 비뚤어지고, 입은 언청이라 째보양반이라 칭한다. 종가도령은 머리에 복건을 쓰고 청색 쾌자를 입은 어린 양반이며, 책방도령이라고도 부른다.

    동래 야류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원양반, 차양반, 셋째 양반(모양반・두룽다리・개잘량), 넷째 양반, 종갓집도령, 비비양반이다. 원양반은 “소년당상少年堂上 애기도령”으로 일찍이 과거에 급제한 인물이다. 원양반은 제2과장 양반 과장에서 양반을 대표하여 말뚝이와 갈등을 일으키는 중심인물이다. 차양반은 원양반의 말에 동조하여 맞장구를 치지만, 결국 다른 양반들과 마찬가지로 말뚝이에게 조롱을 당하는 인물이다. 셋째 양반은 모양반이다. 모양반은 얼굴 전체가 황색 개털로 덮여 있다. 모양반은 무능하고 모자란 양반을 의미한다. 가죽으로 만든 모자인 두룽다리 또는 개가죽으로 만든 방석을 쓰고 있어서 개잘량으로 불린다. 넷째 양반은 퇴임했을 정도로 나이가 가장 많고 수염이 길고 희다. 원양반의 말에 동조하여 맞장구를 치나, 결국 다른 양반들과 마찬가지로 말뚝이에게 조롱을 당하는 존재이다. 종갓집도령은 양반 중에서 가장 어린 양반으로 철부지이다. 종갓집도령은 모양반의 턱밑 방울을 흔들어 개 부르듯 조롱하고, 원양반을 흉내 내는 행위 등으로 양반의 허위를 드러낸다. 비비양반은 제3과장 영노 과장에 등장한다. 비비양반은 영노에 의해 극단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통영 오광대에 제2과장 풍자탈 대목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원양반(첫째 양반), 차양반(둘째 양반), 홍백양반(셋째 양반), 먹탈양반(넷째 양반), 손님양반(다섯째 양반), 비뚜르미양반(여섯째 양반), 조리중양반(일곱째 양반)이다. 말뚝이에 의해 양반들의 정체가 드러난다. 말뚝이는 원양반의 선대는 기생이 여덟이고, 차양반은 종의 자식으로 서출이고, 홍백양반은 홍洪가와 백白가 두 아비가 만들었고, 먹탈양반은 어미가 부정을 타서 온몸이 새까맣게 되었고, 손님양반은 어미가 부정하여 손님마마(천연두역신)가 흔적을 남겼고, 비뚜르미양반은 중풍기가 심하여 전신이 비틀어졌고, 조리중양반은 보살인 어미가 서방질하여 낳았다고 하면서 양반들의 근본을 폭로한다.

    고성 오광대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원양반(황제양반), 젓양반(청제양반·백제양반·적제양반·흑제양반), 종가도령(초랭이 또는 초라니), 비비양반, 홍백가이다. 원양반은 “소년당상 애기도령”으로 일찍이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에 오른 인물이며, 함께 등장하는 양반들을 대표한다. 젓양반은 원양반, 즉 중앙의 황제양반을 중심으로 볼 때 곁다리 양반이라는 뜻이다. 젓광대라고도 부르고 곁양반이라고도 한다. 종가도령은 촐랑거린다고 하여 초랭이라고도 불리며 다른 양반들에게 장난을 걸다가 지탄받는 행위를 반복한다. 비비양반은 비비에게 깜짝 놀라 자빠져서 기어나가기도 하고 혼비백산하여 도망가기도 한다. 홍백가는 원양반, 젓양반들과 함께 등장하고 얼굴의 반쪽이 홍색이고 나머지 반쪽은 백색인 인물이다. 원양반의 대사에 따르면 “한쪽은 수원 백 서방이 만들었고, 한쪽은 남양 홍 서방이 만들어서 접으로 접으로 된 양반”이라고 한다.

    가산 오광대에는 큰양반 한 명과 작은양반 네 명, 총 다섯 명의 양반 역할 인물이 등장한다. 큰양반은 검은색 정자관을 쓰고, 덧배기장단이 울리면 작은양반 넷과 함께 춤을 추며 등장한다. 이들 뒤에 말뚝이가 오른손에 채찍을 들고서 크게 머리 위로 휘두르며 탈판 가운데로 와서 왔다 갔다 한다. 이어 말뚝이는 한자 문답을 통해 양반을 계속해서 희롱하며 풍자한다. 이어 중 과장에서 양반은 서울애기를 노장에게 빼앗기자 말뚝이를 동원해 노장을 잡아들여 혹독하게 처벌한다. 작은양반은 큰양반을 따라 등장하는 무능력한 인물이다.

    진주 오광대 제2과장 오탈놀음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생원, 차생원, 옹생원이다. 양반 마당으로 말뚝이가 등장하여 채찍으로 다섯 문둥이를 쫓아내고 생원을 부르면 생원・차생원・옹생원(성질이 옹졸하고 도량이 좁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 등장한다. 생원은 말뚝이가 채찍을 휘둘러 거두면 그만 쫓겨서 달아난다. 혼자 남은 말뚝이가 덧배기장단에 맞추어 한바탕 춤을 추고 난 다음, 공연히 양반을 세 번 부를 때 등장한다. 이때 말뚝이는 생원을 찾으려고 목욕하고 절에 발원하고 원산, 경기, 남해, 강해 등등을 다녔다는 대사를 한다. 말뚝이는 장안에서 홍루의 기생을 만났다고 하면서 이 기생이 실은 옹생원과 차생원의 모친이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2. 마을굿놀이 계통 가면극의 양반
    강릉 관노 가면극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양반광대이다. 양반광대는 뾰족한 고깔을 쓰고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점잖고 위엄 있게 등장하여 소매각시에게 먼저 구애를 한다. 소매각시는 양반광대와 서로 뜻이 맞아 어깨를 끼고 장내를 돌아다니며 사랑을 나눈다. 돌연 양쪽에서 시시딱딱이 두 명이 손에 칼을 들고 나타나 양반과 소매각시의 사랑을 샘내며 방해한다. 때로 소매각시는 시시딱딱이 쪽에 끌려가 반강제로 어울려서 춤을 춘다. 양반이 시시딱딱이들을 쫓아 버린 후에 소매각시를 끌고 와서 시시딱딱이와 놀아났다고 힐난하자, 소매각시는 완강히 부인하면서 양반에게 용서를 빈다. 그래도 양반이 화를 풀지 않자, 소매각시는 양반의 긴 수염에 자기의 목을 매어 자결한다.

  3. 기타 계통 가면극의 양반
    북청 사자놀이 제2과장 꼭쇠・양반 대목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의 인물은 양반이다. 양반은 길잡이가 막대를 휘두르며 놀이판을 정리하면, 꼭쇠(꺽쇠)와 함께 등장하여 사자놀이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양반과 꼭쇠는 마당돌이에서 등장하여 마지막 과장이 끝날 때까지 계속 놀이판에 머물면서 놀이 내용을 소개하고 춤추는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남사당패 덧뵈기 제3과장 샌님잡이 대목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샌님이다. 샌님은 자신의 마누라인 노친네가 자신을 따라다닌다며 구박한다. 샌님은 재비와 자신의 하인인 말뚝이를 찾으러 다니는 사정을 묻고 대답하며 재담을 펼친다. 샌님은 말뚝이가 등장하자 자신이 양반임을 내세워 절을 하라고 요구한다. 샌님은 자신의 하인인 말뚝이에게 조롱을 당하는 봉건 제도의 허세를 보여 주는 인물이다.

특징 및 의의

한국 가면극에 등장하는 양반은 비정상적인 외모를 지닌 부정적인 존재, 배척받는 반사회적 존재, 대결에서 패배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그려진다. 가면극의 주요 등장인물인 양반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비정상적 외모를 지닌 부정적 존재
    가면극에서 양반의 외모는 대부분 흰색 바탕의 얼굴에 언청이의 모습, 입과 코가 비뚤어진 모습, 머리에 혹이 난 모습, 얼굴이 털로 덮여 있는 모습, 얼굴의 반쪽은 흰색이고 나머지 반쪽은 붉은색으로 된 홍백의 모습, 얼굴 전체가 검은 모습, 마마 자국으로 얽은 모습 등이다. 이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양반의 부정성을 근본적으로 드러낸다.

    양주 별산대놀이, 송파 산대놀이의 샌님은 언청이 형상이다. 언청이로 표현된 양반 중 특징적인 것은 봉산 탈춤의 생원과 수영 야류의 넷째 양반이다. 봉산 탈춤의 생원은 흰 얼굴에 따로 흰 털 수염과 흰 눈썹을 달고 있고, 창병瘡病에 걸려 콧등 또는 그 밑에 두 줄로 홈처럼 파인 상처가 붉은색으로 입술까지 연결되어 있는 쌍언청이다. 수영 야류의 넷째 양반은 눈과 코가 비대칭을 이루며 삐뚤어져 있고 입이 언청이라 째보양반이라 불린다. 강이천姜彛天(1769~1801)의 한시 <남성관희자南城觀戲子>를 통해서도 샌님의 형상을 살펴볼 수 있다. 늙은 유생의 “입술은 언청이 눈썹이 기다란데缺脣狵其眉”라는 표현에 의하면, 샌님은 늙은 사람이고 입술은 언청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1930년대 최상수가 수집한 구파발 본산대놀이의 샌님이 쌍언청이에 왼쪽 눈과 왼쪽 눈썹이 위로 찢어져 올라간 흉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 등을 종합해 볼 때, 전통적으로 양반은 언청이의 모습으로 형상화됐음을 알 수 있다.

    송파 산대놀이, 봉산 탈춤에 등장하는 도련님은 입과 코가 한쪽으로 비뚤어져 있어, 경망스러움이 더해진다. 통영 오광대 비뚜르미양반(여섯째 양반)은 양반 가정에서 풍기가 심해서 코와 얼굴이 비뚤어져 있다. 은율 탈춤의 맏양반은 흰색 바탕에 네 개의 혹이 각각 이마에 둘, 양 볼에 하나씩 달려서 기괴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둘째 양반은 이마에 한 개, 양 볼에 각각 한 개씩의 혹이 달려 있어, 총 세 개의 혹이 있다. 셋째 양반은 흰색 바탕에 눈과 입이 삐뚤어졌고, 수염은 없으며 이마와 양 볼에 각각 한 개씩의 혹이 달려 있다. 동래 야류와 수영 야류의 모양반은 얼굴 전체가 개털 또는 소꼬리 털로 덮여 있다. 가산 오광대 큰양반탈은 흰색 개털로 온 얼굴을 덮고 있으며, 탈의 크기가 상당히 크다. 얼굴이 짐승의 털로 덮여 있다는 것은 이들이 가축과 동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통영 오광대의 홍백양반과 고성 오광대의 홍백가는 얼굴의 반쪽이 홍색이고 나머지 반쪽은 백색인 인물이다. 홍씨와 백씨 두 아비가 만들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는 혈통과 가문을 중시하는 양반 문화에서는 있을 수 없는 치욕스러운 문제로, 양반의 정체성이 이렇듯 이중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통영 오광대 먹탈양반은 얼굴 전체가 검고 손님양반은 구종(벼슬아치를 따라다니던 하인)의 자식으로서 어머니가 행실이 부정하였기 때문에 강남대한군 손님이 지나다가 곰보로 만들었다고 한다.

  2. 영물에게 배척받는 반사회적 존재
    수영 야류, 동래 야류, 통영 오광대, 가산 오광대에서는 영노, 고성 오광대에서는 비비가 사회적으로 공인된 양반의 실체를 폭로한다. 영노 과장이나 비비 과장에서 양반 아흔 아홉을 잡아먹고 하나만 더 잡아먹으면 하늘로 올라간다는 영노와 비비가 나타나서 양반을 잡아먹으려고 위협한다. 이때 양반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신의 숨겨진 정체를 드러낸다. 백성의 처지에서 보면 양반들은 적대적인 대상이며 사회적 재앙에 상응하는 역귀와 같은 존재이다. 이들은 부정적이고 적대적이며 혐오의 대상이기 때문에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사회에서 배척해야 할 존재이다.

    말뚝이에게 굴욕을 당한 양반에게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영노가 등장해서 목숨까지 위협한다. 생명이 다급해진 양반은 자신의 공인된 정체성을 부정하면서, ‘똥, 개, 돼지, 소, 쐐기, 구렁이’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낮춘다. 가면극은 양반에 의해 부당하게 억압받던 계층이 그들의 갈등을 해결하는 놀이판이었기 때문에, 이런 내용과 형식을 통해 양반을 풍자했다. 수영 야류에서 수양반은 영노의 위협에 자신의 정체를 쇠뭉치나 그림자라고 둘러댄다. 그러면 영노는 그런 것도 잘 먹는다고 한다. 양반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영노에게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영노는 참양반이라고 한다. 수양반은 조상의 내력을 대고 자신이 참양반이라고 한다. 영노는 그런 양반을 잡아먹어야 득천한다고 하면서 잡아먹는다. 통영 오광대에서 비비양반이 춤을 추며 등장하면, 영노가 입으로 호드기를 불어 “비비” 소리를 내면서 등장한다. 영노가 양반의 말을 흉내 내며 양반을 잡아먹으려 하자, 양반은 자기가 양반이 아니라고 하면서 도포를 벗겠다고 하나 영노는 도포를 벗어도 역시 양반이라고 한다. 양반은 다급하여 영노에게 맛있는 것을 주겠다면서 구렁이, 올챙이, 개구리 등을 먹을 줄 아느냐고 묻는다. 영노는 이 모든 것을 다 먹을 수 있으나 기어이 양반을 잡아먹겠다고 위협한다. 결국 양반은 영노에게 달려들어 대결을 펼치지만 영노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3. 본질적 대결에서 패배하는 무기력한 존재
    강이천의 한시 〈남성관희자〉에는 샌님과 포도부장춤 대목이 등장한다. 샌님(늙은 유생)이 소매(젊은 여자)를 차지하고 있는데, 칼을 찬 젊은 포도부장이 등장해 소매를 뺏고 칼춤을 추는 내용이다. 이는 현재 양주 별산대놀이, 송파 산대놀이, 봉산 탈춤 등의 샌님・포도부장 과장과 유사한 내용이다. 양주 별산대놀이에서 포도부장은 샌님의 첩인 소무를 빼앗는 강한 추진력을 지닌 인물이다. 늙고 나약한 샌님과 비교되며, 젊고 건장하며 성적 능력이 있는 인물로 나온다. 샌님을 물리치는 힘은 권력이나 세력 등의 의미가 아니라 실제적인 가치가 있는 힘을 의미한다. 송파 산대놀이에서 포도부장은 제11과장 샌님・미얄・포도부장놀이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샌님의 첩인 작은마누라와 눈이 맞아 작은마누라를 빼앗는 강한 힘과 집념을 지닌 인물로 나온다. 그러나 조선 후기 들어 성립된 가면극에 등장하는 여성을 사이에 둔 양반과 포도부장의 삼각관계에는 정조 관념이나 기존 질서의 회복이 중시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자유로운 애정의 갈등 양상이 더욱 중요하게 등장한다. 한 여인을 두고 두 명의 남성이 격렬하게 다투는 모습과 긍정적이고 새로운 애정을 선택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 본연의 욕망이 자연스럽게 표출되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대결에서 패배한 양반의 모습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추락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애정 관계에서도 실패를 보여 주는 것이다. 결국 양반이라는 존재의 총체적 무능을 표출하게 된다.

참고문헌

공연문화의 전통(사진실, 태학사, 2002), 민속극(전경욱, 한샘, 1993), 한국 민족 공연학(김익두, 지식산업사, 2013), 한국 연극사(이두현, 학연사, 2000), 한국고전희곡의 역사(박진태, 민속원, 2001), 한국의 가면극(전경욱, 열화당, 2007).

양반

양반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속극 > 가면극

집필자 이호승(李鎬丞)
갱신일 2019-01-18

정의

가면극의 양반 과장에서 등장하는 인물로, 부패하고 무능한 지배층으로 비판과 멸시의 대상이 되는 배역.

내용

우리나라 각 지역 가면극의 양반 마당에는 다양한 명칭을 가지고 양반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를 가면극의 계통과 지역에 따라 아래와 같이 살펴볼 수 있다. 본산대놀이 계통 가면극1) 경기도 산대놀이 가면극의 양반: 양주 별산대놀이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샌님과 서방님, 도련님이다. 양주 별산대놀이에서 샌님은 양반으로서 권위와 체통을 내세우지만, 말뚝이나 쇠뚝이에게 희롱을 당하는 무기력한 인물이다. 사리 판단이 흐리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샌님은 생원生員님의 준말로 상민이 선비를 부르는 말이다. 샌님은 과거를 보러 가다가 말뚝이가 돼지우리를 거처로 정하자 흐뭇해하며, 쇠뚝이의 오만한 자기소개에 모욕감을 느끼고 말뚝이를 치죄治罪하는 경우에는 없는 일을 꾸미기도 한다. 또한, 돈으로 죄를 감해 달라는 말뚝이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부패한 인물이기도 하다. 샌님은 젊은 포도부장에게 소첩少妾인 젊은 소무를 빼앗기는 무능력한 존재이다. 서방님은 지체 있는 집안 출신이기는 하지만, 무지하고 무능한 샌님의 권위에 편승하려는 무기력한 인물이다. 서방님은 전통사회에서 벼슬이 없는 젊은 선비를 부르던 말이었다. 도련님은 종갓집도련님이라고도 부른다. 서방님과 마찬가지로 샌님의 권위에 편승하여 사는 무능력하고 의존적인 존재이다. 송파 산대놀이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의 인물은 샌님, 서방님, 도련님이다. 샌님은 양반의 권위와 체통을 내세우지만, 말뚝이나 쇠뚝이에게 조롱을 당한다. 샌님은 첩을 두어 처첩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조강지처를 버린다. 하지만 포도부장에게 첩을 빼앗기는 신세가 된다. 샌님은 양반으로서 실추된 권위를 회복하려고 애쓰지만 무능함과 나약함이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서방님은 샌님의 장자長子이다. 지체 있는 양반 출신이기는 하지만 무능한 샌님의 권위에 편승하려는 무력한 인물이다. 도련님은 큰형인 서방님과 아버지 샌님에게 종속된 존재로, 극 중에서 대사는 없다. 퇴계원 산대놀이 제10과장 말뚝이놀이와 제11과장 포도부장놀이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샌님, 서방님, 도련님이다. 샌님은 매관매직賣官賣職으로 양반이 된 인물로, 무지하여 하인들에 의해 모욕을 당하고 소견이 좁으며 화를 잘 낸다. 퇴계원 산대놀이의 양반들은 다른 산대놀이 계통 가면극과 유사한 형상이다. 2) 황해도 해서 탈춤의 양반: 봉산 탈춤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의 인물은 생원(맏양반), 서방(둘째 양반), 도령(셋째 양반)이다. 봉산 탈춤에서는 맏양반을 생원이라 부른다. 생원은 자신의 종자인 말뚝이에게 온갖 조롱을 당하면서도 조롱당하는 줄 모르고 넘어가다 결국에는 돼지우리에 들어가게 된다. 생원은 형제지간인 서방, 도령과 운자를 내어 시를 읊지만, 이 역시 말뚝이에게 조롱을 당하는 어리석은 인물이다. 도령은 대사는 없으며 형들의 동작을 따라하면서 형들의 면상을 부채로 때리거나 방정맞게 군다. 이런 경망스러운 행동은 양반으로서의 위신을 스스로 비하하게 된다. 강령 탈춤에 나오는 양반 역할의 인물은 맏양반(마한 양반), 둘째 양반(진한 양반), 셋째 양반(변한 양반・재물대감), 넷째 양반(도령)이다. 봉산 탈춤이나 은율 탈춤에서 맏양반은 흰색 두루마기나 옥색 도포를 입고 등장하는 데에 비해, 강령 탈춤의 맏양반은 신분에 맞지 않는 의복을 착용함으로써 자기 비하를 드러낸다. 또한 머리에 개가죽 관을 썼는데, 이 때문에 둘째 양반에게 희롱을 당하기도 한다. 사자성어와 고사성어를 변용한 언어유희 등의 재담을 많이 한다. 전반적으로 풍류와 허세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둘째 양반인 진한 양반은 양반들끼리 서로 춤 동작, 복색, 머리에 쓰는 관, 양반의 근본 등에 관해 다툰다. 셋째 양반인 재물대감은 맏양반의 권유로 무당춤을 추고 만수받이굿을 하다가 쓰러지는데, 다른 양반들이 간절히 소생을 빌자 다시 살아나는 인물이다. 도령은 재물대감을 쫓아다니며 천방지축으로 행동한다. 은율 탈춤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첫째 양반, 둘째 양반, 셋째 양반이다. 은율 탈춤에서 첫째 양반은 말뚝이를 불러도 대답이 없고, 말뚝이에게 채찍으로 등을 맞는 등 말뚝이에게 비하를 당하는 인물이다. 말뚝이는 둘째 양반 앞에 궁둥이를 대고 엎드리며, 머리에 방귀를 뀌는 등의 수모와 조롱을 가한다. 셋째 양반은 병신춤을 추면서 봉산 탈춤의 소무에 해당하는 새맥시를 데리고 두 양반들과 함께 일렬로 탈판에 등장한다. 셋째 양반은 팔과 다리가 비틀어져 거동이 불편한 형상을 하고 있으며, 말뚝이는 셋째 양반을 올라타서 깔아뭉개기도 하고 새맥시를 차지한다. 3) 경상남도 야류・오광대의 양반: 수영 야류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수양반, 차양반(지차양반・모양반), 셋째 양반, 넷째 양반(째보양반), 종가도령(책방도령)이다. 수양반은 다섯 양반 중의 으뜸 양반으로 관복 차림이다. 양반의 풍모와 근엄하고 무게감 있는 한량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차양반은 지차之次양반이라고도 하고 털모자를 썼다고 모毛양반이라고도 한다. 차양반은 다섯 양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양반이다. 노인이기 때문에 다른 양반에 비하여 동작이 느리다. 셋째 양반은 젊고 여러 면에서 기본 소양이 없는 인물이다. 넷째 양반은 20대의 경박한 청년 양반으로 얼굴에는 흰색과 검은색 점이 무수히 찍혀 있다. 코가 약간 비뚤어지고, 입은 언청이라 째보양반이라 칭한다. 종가도령은 머리에 복건을 쓰고 청색 쾌자를 입은 어린 양반이며, 책방도령이라고도 부른다. 동래 야류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원양반, 차양반, 셋째 양반(모양반・두룽다리・개잘량), 넷째 양반, 종갓집도령, 비비양반이다. 원양반은 “소년당상少年堂上 애기도령”으로 일찍이 과거에 급제한 인물이다. 원양반은 제2과장 양반 과장에서 양반을 대표하여 말뚝이와 갈등을 일으키는 중심인물이다. 차양반은 원양반의 말에 동조하여 맞장구를 치지만, 결국 다른 양반들과 마찬가지로 말뚝이에게 조롱을 당하는 인물이다. 셋째 양반은 모양반이다. 모양반은 얼굴 전체가 황색 개털로 덮여 있다. 모양반은 무능하고 모자란 양반을 의미한다. 가죽으로 만든 모자인 두룽다리 또는 개가죽으로 만든 방석을 쓰고 있어서 개잘량으로 불린다. 넷째 양반은 퇴임했을 정도로 나이가 가장 많고 수염이 길고 희다. 원양반의 말에 동조하여 맞장구를 치나, 결국 다른 양반들과 마찬가지로 말뚝이에게 조롱을 당하는 존재이다. 종갓집도령은 양반 중에서 가장 어린 양반으로 철부지이다. 종갓집도령은 모양반의 턱밑 방울을 흔들어 개 부르듯 조롱하고, 원양반을 흉내 내는 행위 등으로 양반의 허위를 드러낸다. 비비양반은 제3과장 영노 과장에 등장한다. 비비양반은 영노에 의해 극단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통영 오광대에 제2과장 풍자탈 대목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원양반(첫째 양반), 차양반(둘째 양반), 홍백양반(셋째 양반), 먹탈양반(넷째 양반), 손님양반(다섯째 양반), 비뚜르미양반(여섯째 양반), 조리중양반(일곱째 양반)이다. 말뚝이에 의해 양반들의 정체가 드러난다. 말뚝이는 원양반의 선대는 기생이 여덟이고, 차양반은 종의 자식으로 서출이고, 홍백양반은 홍洪가와 백白가 두 아비가 만들었고, 먹탈양반은 어미가 부정을 타서 온몸이 새까맣게 되었고, 손님양반은 어미가 부정하여 손님마마(천연두역신)가 흔적을 남겼고, 비뚜르미양반은 중풍기가 심하여 전신이 비틀어졌고, 조리중양반은 보살인 어미가 서방질하여 낳았다고 하면서 양반들의 근본을 폭로한다. 고성 오광대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원양반(황제양반), 젓양반(청제양반·백제양반·적제양반·흑제양반), 종가도령(초랭이 또는 초라니), 비비양반, 홍백가이다. 원양반은 “소년당상 애기도령”으로 일찍이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에 오른 인물이며, 함께 등장하는 양반들을 대표한다. 젓양반은 원양반, 즉 중앙의 황제양반을 중심으로 볼 때 곁다리 양반이라는 뜻이다. 젓광대라고도 부르고 곁양반이라고도 한다. 종가도령은 촐랑거린다고 하여 초랭이라고도 불리며 다른 양반들에게 장난을 걸다가 지탄받는 행위를 반복한다. 비비양반은 비비에게 깜짝 놀라 자빠져서 기어나가기도 하고 혼비백산하여 도망가기도 한다. 홍백가는 원양반, 젓양반들과 함께 등장하고 얼굴의 반쪽이 홍색이고 나머지 반쪽은 백색인 인물이다. 원양반의 대사에 따르면 “한쪽은 수원 백 서방이 만들었고, 한쪽은 남양 홍 서방이 만들어서 접으로 접으로 된 양반”이라고 한다. 가산 오광대에는 큰양반 한 명과 작은양반 네 명, 총 다섯 명의 양반 역할 인물이 등장한다. 큰양반은 검은색 정자관을 쓰고, 덧배기장단이 울리면 작은양반 넷과 함께 춤을 추며 등장한다. 이들 뒤에 말뚝이가 오른손에 채찍을 들고서 크게 머리 위로 휘두르며 탈판 가운데로 와서 왔다 갔다 한다. 이어 말뚝이는 한자 문답을 통해 양반을 계속해서 희롱하며 풍자한다. 이어 중 과장에서 양반은 서울애기를 노장에게 빼앗기자 말뚝이를 동원해 노장을 잡아들여 혹독하게 처벌한다. 작은양반은 큰양반을 따라 등장하는 무능력한 인물이다. 진주 오광대 제2과장 오탈놀음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생원, 차생원, 옹생원이다. 양반 마당으로 말뚝이가 등장하여 채찍으로 다섯 문둥이를 쫓아내고 생원을 부르면 생원・차생원・옹생원(성질이 옹졸하고 도량이 좁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 등장한다. 생원은 말뚝이가 채찍을 휘둘러 거두면 그만 쫓겨서 달아난다. 혼자 남은 말뚝이가 덧배기장단에 맞추어 한바탕 춤을 추고 난 다음, 공연히 양반을 세 번 부를 때 등장한다. 이때 말뚝이는 생원을 찾으려고 목욕하고 절에 발원하고 원산, 경기, 남해, 강해 등등을 다녔다는 대사를 한다. 말뚝이는 장안에서 홍루의 기생을 만났다고 하면서 이 기생이 실은 옹생원과 차생원의 모친이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마을굿놀이 계통 가면극의 양반강릉 관노 가면극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양반광대이다. 양반광대는 뾰족한 고깔을 쓰고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점잖고 위엄 있게 등장하여 소매각시에게 먼저 구애를 한다. 소매각시는 양반광대와 서로 뜻이 맞아 어깨를 끼고 장내를 돌아다니며 사랑을 나눈다. 돌연 양쪽에서 시시딱딱이 두 명이 손에 칼을 들고 나타나 양반과 소매각시의 사랑을 샘내며 방해한다. 때로 소매각시는 시시딱딱이 쪽에 끌려가 반강제로 어울려서 춤을 춘다. 양반이 시시딱딱이들을 쫓아 버린 후에 소매각시를 끌고 와서 시시딱딱이와 놀아났다고 힐난하자, 소매각시는 완강히 부인하면서 양반에게 용서를 빈다. 그래도 양반이 화를 풀지 않자, 소매각시는 양반의 긴 수염에 자기의 목을 매어 자결한다. 기타 계통 가면극의 양반북청 사자놀이 제2과장 꼭쇠・양반 대목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의 인물은 양반이다. 양반은 길잡이가 막대를 휘두르며 놀이판을 정리하면, 꼭쇠(꺽쇠)와 함께 등장하여 사자놀이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양반과 꼭쇠는 마당돌이에서 등장하여 마지막 과장이 끝날 때까지 계속 놀이판에 머물면서 놀이 내용을 소개하고 춤추는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남사당패 덧뵈기 제3과장 샌님잡이 대목에 등장하는 양반 역할 인물은 샌님이다. 샌님은 자신의 마누라인 노친네가 자신을 따라다닌다며 구박한다. 샌님은 재비와 자신의 하인인 말뚝이를 찾으러 다니는 사정을 묻고 대답하며 재담을 펼친다. 샌님은 말뚝이가 등장하자 자신이 양반임을 내세워 절을 하라고 요구한다. 샌님은 자신의 하인인 말뚝이에게 조롱을 당하는 봉건 제도의 허세를 보여 주는 인물이다.

특징 및 의의

한국 가면극에 등장하는 양반은 비정상적인 외모를 지닌 부정적인 존재, 배척받는 반사회적 존재, 대결에서 패배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그려진다. 가면극의 주요 등장인물인 양반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비정상적 외모를 지닌 부정적 존재가면극에서 양반의 외모는 대부분 흰색 바탕의 얼굴에 언청이의 모습, 입과 코가 비뚤어진 모습, 머리에 혹이 난 모습, 얼굴이 털로 덮여 있는 모습, 얼굴의 반쪽은 흰색이고 나머지 반쪽은 붉은색으로 된 홍백의 모습, 얼굴 전체가 검은 모습, 마마 자국으로 얽은 모습 등이다. 이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양반의 부정성을 근본적으로 드러낸다. 양주 별산대놀이, 송파 산대놀이의 샌님은 언청이 형상이다. 언청이로 표현된 양반 중 특징적인 것은 봉산 탈춤의 생원과 수영 야류의 넷째 양반이다. 봉산 탈춤의 생원은 흰 얼굴에 따로 흰 털 수염과 흰 눈썹을 달고 있고, 창병瘡病에 걸려 콧등 또는 그 밑에 두 줄로 홈처럼 파인 상처가 붉은색으로 입술까지 연결되어 있는 쌍언청이다. 수영 야류의 넷째 양반은 눈과 코가 비대칭을 이루며 삐뚤어져 있고 입이 언청이라 째보양반이라 불린다. 강이천姜彛天(1769~1801)의 한시 를 통해서도 샌님의 형상을 살펴볼 수 있다. 늙은 유생의 “입술은 언청이 눈썹이 기다란데缺脣狵其眉”라는 표현에 의하면, 샌님은 늙은 사람이고 입술은 언청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1930년대 최상수가 수집한 구파발 본산대놀이의 샌님이 쌍언청이에 왼쪽 눈과 왼쪽 눈썹이 위로 찢어져 올라간 흉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 등을 종합해 볼 때, 전통적으로 양반은 언청이의 모습으로 형상화됐음을 알 수 있다. 송파 산대놀이, 봉산 탈춤에 등장하는 도련님은 입과 코가 한쪽으로 비뚤어져 있어, 경망스러움이 더해진다. 통영 오광대 비뚜르미양반(여섯째 양반)은 양반 가정에서 풍기가 심해서 코와 얼굴이 비뚤어져 있다. 은율 탈춤의 맏양반은 흰색 바탕에 네 개의 혹이 각각 이마에 둘, 양 볼에 하나씩 달려서 기괴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둘째 양반은 이마에 한 개, 양 볼에 각각 한 개씩의 혹이 달려 있어, 총 세 개의 혹이 있다. 셋째 양반은 흰색 바탕에 눈과 입이 삐뚤어졌고, 수염은 없으며 이마와 양 볼에 각각 한 개씩의 혹이 달려 있다. 동래 야류와 수영 야류의 모양반은 얼굴 전체가 개털 또는 소꼬리 털로 덮여 있다. 가산 오광대 큰양반탈은 흰색 개털로 온 얼굴을 덮고 있으며, 탈의 크기가 상당히 크다. 얼굴이 짐승의 털로 덮여 있다는 것은 이들이 가축과 동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통영 오광대의 홍백양반과 고성 오광대의 홍백가는 얼굴의 반쪽이 홍색이고 나머지 반쪽은 백색인 인물이다. 홍씨와 백씨 두 아비가 만들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는 혈통과 가문을 중시하는 양반 문화에서는 있을 수 없는 치욕스러운 문제로, 양반의 정체성이 이렇듯 이중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통영 오광대 먹탈양반은 얼굴 전체가 검고 손님양반은 구종(벼슬아치를 따라다니던 하인)의 자식으로서 어머니가 행실이 부정하였기 때문에 강남대한군 손님이 지나다가 곰보로 만들었다고 한다. 영물에게 배척받는 반사회적 존재수영 야류, 동래 야류, 통영 오광대, 가산 오광대에서는 영노, 고성 오광대에서는 비비가 사회적으로 공인된 양반의 실체를 폭로한다. 영노 과장이나 비비 과장에서 양반 아흔 아홉을 잡아먹고 하나만 더 잡아먹으면 하늘로 올라간다는 영노와 비비가 나타나서 양반을 잡아먹으려고 위협한다. 이때 양반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신의 숨겨진 정체를 드러낸다. 백성의 처지에서 보면 양반들은 적대적인 대상이며 사회적 재앙에 상응하는 역귀와 같은 존재이다. 이들은 부정적이고 적대적이며 혐오의 대상이기 때문에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사회에서 배척해야 할 존재이다. 말뚝이에게 굴욕을 당한 양반에게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영노가 등장해서 목숨까지 위협한다. 생명이 다급해진 양반은 자신의 공인된 정체성을 부정하면서, ‘똥, 개, 돼지, 소, 쐐기, 구렁이’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낮춘다. 가면극은 양반에 의해 부당하게 억압받던 계층이 그들의 갈등을 해결하는 놀이판이었기 때문에, 이런 내용과 형식을 통해 양반을 풍자했다. 수영 야류에서 수양반은 영노의 위협에 자신의 정체를 쇠뭉치나 그림자라고 둘러댄다. 그러면 영노는 그런 것도 잘 먹는다고 한다. 양반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영노에게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영노는 참양반이라고 한다. 수양반은 조상의 내력을 대고 자신이 참양반이라고 한다. 영노는 그런 양반을 잡아먹어야 득천한다고 하면서 잡아먹는다. 통영 오광대에서 비비양반이 춤을 추며 등장하면, 영노가 입으로 호드기를 불어 “비비” 소리를 내면서 등장한다. 영노가 양반의 말을 흉내 내며 양반을 잡아먹으려 하자, 양반은 자기가 양반이 아니라고 하면서 도포를 벗겠다고 하나 영노는 도포를 벗어도 역시 양반이라고 한다. 양반은 다급하여 영노에게 맛있는 것을 주겠다면서 구렁이, 올챙이, 개구리 등을 먹을 줄 아느냐고 묻는다. 영노는 이 모든 것을 다 먹을 수 있으나 기어이 양반을 잡아먹겠다고 위협한다. 결국 양반은 영노에게 달려들어 대결을 펼치지만 영노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본질적 대결에서 패배하는 무기력한 존재강이천의 한시 〈남성관희자〉에는 샌님과 포도부장춤 대목이 등장한다. 샌님(늙은 유생)이 소매(젊은 여자)를 차지하고 있는데, 칼을 찬 젊은 포도부장이 등장해 소매를 뺏고 칼춤을 추는 내용이다. 이는 현재 양주 별산대놀이, 송파 산대놀이, 봉산 탈춤 등의 샌님・포도부장 과장과 유사한 내용이다. 양주 별산대놀이에서 포도부장은 샌님의 첩인 소무를 빼앗는 강한 추진력을 지닌 인물이다. 늙고 나약한 샌님과 비교되며, 젊고 건장하며 성적 능력이 있는 인물로 나온다. 샌님을 물리치는 힘은 권력이나 세력 등의 의미가 아니라 실제적인 가치가 있는 힘을 의미한다. 송파 산대놀이에서 포도부장은 제11과장 샌님・미얄・포도부장놀이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샌님의 첩인 작은마누라와 눈이 맞아 작은마누라를 빼앗는 강한 힘과 집념을 지닌 인물로 나온다. 그러나 조선 후기 들어 성립된 가면극에 등장하는 여성을 사이에 둔 양반과 포도부장의 삼각관계에는 정조 관념이나 기존 질서의 회복이 중시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자유로운 애정의 갈등 양상이 더욱 중요하게 등장한다. 한 여인을 두고 두 명의 남성이 격렬하게 다투는 모습과 긍정적이고 새로운 애정을 선택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 본연의 욕망이 자연스럽게 표출되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대결에서 패배한 양반의 모습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추락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애정 관계에서도 실패를 보여 주는 것이다. 결국 양반이라는 존재의 총체적 무능을 표출하게 된다.

참고문헌

공연문화의 전통(사진실, 태학사, 2002), 민속극(전경욱, 한샘, 1993), 한국 민족 공연학(김익두, 지식산업사, 2013), 한국 연극사(이두현, 학연사, 2000), 한국고전희곡의 역사(박진태, 민속원, 2001), 한국의 가면극(전경욱, 열화당,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