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 마당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속극 > 가면극

집필자 한양명(韓陽明)
갱신일 2019-01-17

정의

경상북도 안동의 하회 별신굿 탈놀이 가운데 백정이 등장하는 마당.

내용

한국의 가면극 가운데 백정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하회 별신굿 탈놀이뿐이다. 놀이가 시작되면 백정은 잔뜩 웅크리고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놀이판으로 들어온다. 백정은 어깨에 오쟁이를 메고 있으며, 그 안에는 소를 잡는 데 쓸 도끼와 칼이 들어 있다. 백정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가 들어와서 백정을 들이받으려고 한다. 백정은 화들짝 놀라지만 이내 진정하고 주위를 돌면서 소를 어르다가 도끼로 정수리를 내리쳐 죽인다.

소의 죽음을 확인한 백정은 득의만만하여 소의 해체와 발골 작업을 시작한다. 이어서 소의 염통과 낭심을 적출한 뒤에 일어나서 관객들에게 염통을 판다. “염통 사소, 염통. 염치없는 사람 염치 생기고 오줄없는 사람 오줄 생기니데이.” 하고 염통을 권하지만 선뜻 사려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 백정은 “그라면 우랑 사소, 우랑. 소불알 말이시더. 양기 없는 양반, 마누라 둘씩 데리고 살라면 우랑보다 좋은 게 없니데이.” 또는 “우랑 사소, 우랑. 과부 싫건 먹고도 피 껍질 안 시도록……” 하면서 소불알을 휘두른다. 이 과정에서 장난기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구매 의사를 밝히면 백정은 농지거리를 주고받으면서 상대방을 희롱한다. 그러구러 시간이 지나가면 백정은 더 이상 팔기를 멈추고 “에이, 오늘 장사 망했다, 망했어. 내사 춤이나 실컷 추고 가야 될따.”라고 하면서 백정춤을 추기 시작한다. 백정의 한 손에는 도끼가 다른 한 손에는 칼이 들려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풍물패들이 난타를 치면 백정은 화들짝 놀라면서 하늘을 쳐다본 뒤에 허겁지겁 퇴장한다.

이와 같은 내용을 지닌 백정 마당의 의미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그가 천시된 존재, 즉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비일상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극적 행위이긴 하지만 일상의 음지 또는 그늘에 있던 백정이 놀이판의 한가운데서 주인공으로 자리매김되는 상황, 그리고 거침없이 소를 도살하고 장기를 강매하는 상황은 축제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것으로서 일상의 차별적 위계를 뛰어넘는 축제의 특질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백정 마당의 의미는 이와 같은 축제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축제성의 요체가 일상의 가치와 질서에 대한 부정에 있기 때문에 축제 속에서 지배적 가치와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는 구조적 강제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백정은 염통을 팔면서는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윤리적 가치들을 내세우지만, 소불알을 팔면서부터 사정이 달라진다. 그가 소불알을 팔면서 풍자하는 대상은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대개 은폐된 양반 집단의 성과 그 성에 대한 허위의식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보는 것은 백정 마당의 의미를 너무 사회적인 것으로만 국한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사실 백정이 우랑을 먹어야만 한다고 강조하는 “마누라 둘씩 데리고 사는 양반”이라는 언술에서 양반은 신분제도상의 양반이라기보다는, 일상적 언어생활에서 쉽사리 접할 수 있는 ‘이 양반, 저 양반’의 양반, 즉 기혼의 남성 일반을 가리키는 보통 명사라고 봐야 한다. 물론 하회가 양반들이 세거해온 반촌인 만큼, 이때의 양반은 관중들에게 신분제도 상의 양반, 즉 탈꾼으로 참여하는 타성 민중들과 대립적 관계에 있는 하회의 풍산 류씨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수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랑을 파는 과정이 성적으로 방종한 양반을 풍자하는 것만으로 읽힌다면, 축제의 놀이로서 별신굿 탈놀이가 갖는 다성적 울림은 단성화되고 더욱 본질적인 문제의식은 소멸된다.

백정 마당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것은 육체성이다. 백정의 강인한 육체와 폭력적인 도살, 그리고 금욕주의적 가치 체계 속에서 은폐된 성적 욕망이야말로 백정 마당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백정이 폭로하는 것은 양반의 축첩과 은폐된 성 이전에 문화적으로 억압되고 강제된 본능적 욕망들이다. 그 욕망은 폭력과 성으로 귀결되는 것인 바, 이 지점에 문화의 억압을 거부하고 신명을 추구하는 백정 마당의 축제성이 놓여 있다. 이렇게 보면, 결국 양반에 대한 풍자는 본능적 욕망에 대한 지지와 옹호의 과정에서 얻은 부산물인 셈이다.

임재해에 따르면 백정 마당의 연원은 별신굿에서 소를 잡아 제물로 쓰는 전통과 관련이 있다. 경북 영주의 순흥 두레골 동제나 영덕 영해 대진동의 별신굿과 같이 마을에서 큰굿을 할 때에는 소를 잡아 제물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하회 별신굿처럼 이웃 마을까지 가서 집돌이를 하면서 보름 동안 별신굿을 하려면 제물로 쓸 고기 외에도 놀이패와 주민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고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과거에는 실제로 소를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으로 보아 백정 마당은 별신굿의 준비 과정에서 소를 잡아 제물을 장만하는 전통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특징 및 의의

하회 별신굿 탈놀이의 백정 마당은 다른 지역의 탈놀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어떤 계기에 의해서 이 마당이 형성되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탈놀이가 별신굿이라는 축제의 중심적 연행이었고, 백정 마당은 탈놀이의 한 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이 마당의 축제적 의미를 읽어 볼 수 있다. 백정 마당은 문화의 강제에 의해서 억압된 인간의 폭력적, 성적 본능을 드러냄으로써 관중들의 잠재된 신명을 격동시켜 축제적 신명풀이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백정 마당의 내용은 반문화적인 성격을 지니는데, 일상의 영역에서 신분 구조의 최하단에 있는 백정이 축제의 전면에 등장해서 누구나 꺼리는 도살의 과정을 서슴없이 보여 주고, 사회적으로 억압되고 은폐된 성을 드러내며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참고문헌

眉叟記言, 하회별신굿탈놀이(박진태, 피아, 2006), 하회탈놀이의 주술성과 연극성(임재해, 세계 문화유산 하회마을의 세계, 민속원, 2012), 하회탈 하회탈춤(임재해, 지식산업사, 1999).

백정 마당

백정 마당
사전위치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속극 > 가면극

집필자 한양명(韓陽明)
갱신일 2019-01-17

정의

경상북도 안동의 하회 별신굿 탈놀이 가운데 백정이 등장하는 마당.

내용

한국의 가면극 가운데 백정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하회 별신굿 탈놀이뿐이다. 놀이가 시작되면 백정은 잔뜩 웅크리고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놀이판으로 들어온다. 백정은 어깨에 오쟁이를 메고 있으며, 그 안에는 소를 잡는 데 쓸 도끼와 칼이 들어 있다. 백정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가 들어와서 백정을 들이받으려고 한다. 백정은 화들짝 놀라지만 이내 진정하고 주위를 돌면서 소를 어르다가 도끼로 정수리를 내리쳐 죽인다. 소의 죽음을 확인한 백정은 득의만만하여 소의 해체와 발골 작업을 시작한다. 이어서 소의 염통과 낭심을 적출한 뒤에 일어나서 관객들에게 염통을 판다. “염통 사소, 염통. 염치없는 사람 염치 생기고 오줄없는 사람 오줄 생기니데이.” 하고 염통을 권하지만 선뜻 사려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 백정은 “그라면 우랑 사소, 우랑. 소불알 말이시더. 양기 없는 양반, 마누라 둘씩 데리고 살라면 우랑보다 좋은 게 없니데이.” 또는 “우랑 사소, 우랑. 과부 싫건 먹고도 피 껍질 안 시도록……” 하면서 소불알을 휘두른다. 이 과정에서 장난기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구매 의사를 밝히면 백정은 농지거리를 주고받으면서 상대방을 희롱한다. 그러구러 시간이 지나가면 백정은 더 이상 팔기를 멈추고 “에이, 오늘 장사 망했다, 망했어. 내사 춤이나 실컷 추고 가야 될따.”라고 하면서 백정춤을 추기 시작한다. 백정의 한 손에는 도끼가 다른 한 손에는 칼이 들려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풍물패들이 난타를 치면 백정은 화들짝 놀라면서 하늘을 쳐다본 뒤에 허겁지겁 퇴장한다. 이와 같은 내용을 지닌 백정 마당의 의미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그가 천시된 존재, 즉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비일상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극적 행위이긴 하지만 일상의 음지 또는 그늘에 있던 백정이 놀이판의 한가운데서 주인공으로 자리매김되는 상황, 그리고 거침없이 소를 도살하고 장기를 강매하는 상황은 축제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것으로서 일상의 차별적 위계를 뛰어넘는 축제의 특질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백정 마당의 의미는 이와 같은 축제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축제성의 요체가 일상의 가치와 질서에 대한 부정에 있기 때문에 축제 속에서 지배적 가치와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는 구조적 강제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백정은 염통을 팔면서는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윤리적 가치들을 내세우지만, 소불알을 팔면서부터 사정이 달라진다. 그가 소불알을 팔면서 풍자하는 대상은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대개 은폐된 양반 집단의 성과 그 성에 대한 허위의식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보는 것은 백정 마당의 의미를 너무 사회적인 것으로만 국한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사실 백정이 우랑을 먹어야만 한다고 강조하는 “마누라 둘씩 데리고 사는 양반”이라는 언술에서 양반은 신분제도상의 양반이라기보다는, 일상적 언어생활에서 쉽사리 접할 수 있는 ‘이 양반, 저 양반’의 양반, 즉 기혼의 남성 일반을 가리키는 보통 명사라고 봐야 한다. 물론 하회가 양반들이 세거해온 반촌인 만큼, 이때의 양반은 관중들에게 신분제도 상의 양반, 즉 탈꾼으로 참여하는 타성 민중들과 대립적 관계에 있는 하회의 풍산 류씨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수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랑을 파는 과정이 성적으로 방종한 양반을 풍자하는 것만으로 읽힌다면, 축제의 놀이로서 별신굿 탈놀이가 갖는 다성적 울림은 단성화되고 더욱 본질적인 문제의식은 소멸된다. 백정 마당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것은 육체성이다. 백정의 강인한 육체와 폭력적인 도살, 그리고 금욕주의적 가치 체계 속에서 은폐된 성적 욕망이야말로 백정 마당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백정이 폭로하는 것은 양반의 축첩과 은폐된 성 이전에 문화적으로 억압되고 강제된 본능적 욕망들이다. 그 욕망은 폭력과 성으로 귀결되는 것인 바, 이 지점에 문화의 억압을 거부하고 신명을 추구하는 백정 마당의 축제성이 놓여 있다. 이렇게 보면, 결국 양반에 대한 풍자는 본능적 욕망에 대한 지지와 옹호의 과정에서 얻은 부산물인 셈이다. 임재해에 따르면 백정 마당의 연원은 별신굿에서 소를 잡아 제물로 쓰는 전통과 관련이 있다. 경북 영주의 순흥 두레골 동제나 영덕 영해 대진동의 별신굿과 같이 마을에서 큰굿을 할 때에는 소를 잡아 제물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하회 별신굿처럼 이웃 마을까지 가서 집돌이를 하면서 보름 동안 별신굿을 하려면 제물로 쓸 고기 외에도 놀이패와 주민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고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과거에는 실제로 소를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으로 보아 백정 마당은 별신굿의 준비 과정에서 소를 잡아 제물을 장만하는 전통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특징 및 의의

하회 별신굿 탈놀이의 백정 마당은 다른 지역의 탈놀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어떤 계기에 의해서 이 마당이 형성되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탈놀이가 별신굿이라는 축제의 중심적 연행이었고, 백정 마당은 탈놀이의 한 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이 마당의 축제적 의미를 읽어 볼 수 있다. 백정 마당은 문화의 강제에 의해서 억압된 인간의 폭력적, 성적 본능을 드러냄으로써 관중들의 잠재된 신명을 격동시켜 축제적 신명풀이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백정 마당의 내용은 반문화적인 성격을 지니는데, 일상의 영역에서 신분 구조의 최하단에 있는 백정이 축제의 전면에 등장해서 누구나 꺼리는 도살의 과정을 서슴없이 보여 주고, 사회적으로 억압되고 은폐된 성을 드러내며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참고문헌

眉叟記言, 하회별신굿탈놀이(박진태, 피아, 2006), 하회탈놀이의 주술성과 연극성(임재해, 세계 문화유산 하회마을의 세계, 민속원, 2012), 하회탈 하회탈춤(임재해, 지식산업사,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