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궁가

한자명

水宮歌

사전위치

한국민속문학사전 > 판소리 > 판소리 다섯마당

집필자 김동건(金東建)
갱신일 2019-01-10

정의

토끼와 별주부의 속고 속이는 대결을 통해 조선 후기 사회를 풍자하고 있는 판소리 다섯마당 중 하나.

개관

<수궁가(水宮歌)>는 <구토지설(龜兎之說)>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열전(列傳)」 기록에 의하면, 고구려에 청병을 하러 간 김춘추가 옥에 갇혀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다. 마목령(麻木峴)과 죽령(竹嶺)을 돌려달라는 보장왕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신하가 국가의 토지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변명하였다가 벌어진 일이었는데, 이때 보장왕이 총애하는 선도해라는 사람이 김춘추를 찾아온다. 김춘추가 고구려에 도착하였을 때, 선도해에게 청포(靑布) 삼백 필을 바친 바 있었던 것이다. 선도해가 술을 마시면서 해 준 이야기를 듣고 김춘추는 기지를 발휘하여 무사히 고구려를 빠져 나오게 되는데, 이때 선도해가 김춘추에게 해준 이야기가 바로 <구토지설>이다.

수궁가의 기본 골격이 되는 <구토지설>은 인도 본생설화(本生說話, Jātaka)나 『육도집경(六度集經)』 등의 불전설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석가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던 때의 이야기인 본생설화는 기원전 3세기 이전까지 그 기원이 소급될 수 있는데, 이후 불교의 전파와 함께 많은 불교 정전이 한역된다. 이들 불전설화가 우리나라에까지 전파되어 <구토지설> 같이 문헌설화로 정착되거나 구비설화로 구전되다가 판소리 수궁가의 모태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궁가는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에 이르는 시기를 발생 및 형성기로 잡는다. 초기 수궁가는 독자성을 지니지 못한 채 여러 민간 연희 속에 혼재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그 내용도 단순·간결한 토끼의 지략담 위주였을 것이다. 19세기에 이르면 수궁가는 전성기를 맞게 된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광대로 꼽히던 송흥록과 염계달은 <토끼 배 가르는 대목>과 <토끼가 별주부에게 욕하는 대목>을 각각 잘 불렀다고 하는데, 이들이 수궁가에 특장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당시 수궁가가 인기 있는 판소리 레퍼토리의 하나로 널리 불렸음을 시사한다. 판소리가 동편제서편제로 나뉘어 음악적으로 세련되어 갔으며 지식층의 참여로 내용적 주제적 변화를 급격히 가져온 것도 이 시기였다. 19세기 중엽에서 말엽, 신재효(申在孝)는 <토별가(兎鼈歌)>라는 이름으로 수궁가를 개작하지만 신재효의 사설 개작은 지나치게 음악성을 무시한 것이어서 실제 창으로는 불리지 못하였고 전래의 수궁가가 거의 그대로 전승되었다. 20세기에 넘어와 이선유(李善有)는 신재효의 여섯마당에서 <변강쇠타령>을 제외한 다섯마당만을 전하면서 수궁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는 정리기 또는 보존기라 할 수 있다. 수궁가는 특정한 창자 계열의 고정된 창본으로 화석화되어 가는 한편, 방각되거나 혹은 한문본화되면서 독서물로서도 독자층을 확대함으로써 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였다.

현재까지 전하는 수궁가(『토끼전』) 이본은 창본, 판각본, 필사본, 활자본을 망라하여 약 12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명칭도 수궁가, 『토끼전』, 『별주부전』, 『토의간』, 『불로초』, 『토별산수록』, 『별토문답』, 『수궁용왕전』 등으로 매우 다양하며 이본간의 편차 역시 다른 판소리 작품에 비해 큰 편이다.

가람본 『별토가』 계열은 전 시기 창본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부분적으로 『중산망월전』 계열의 내용을 수용하고 있는데, 『중산망월전』 계열은 ‘우생원 만남’, ‘암자라 동침’ 등의 삽화가 첨가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수궁가 계열은 현재 판소리로 연행되는 수궁가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며, 신재효본 계열은 신재효에 의한 개작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작품군이다. 경판본 계열은 매우 간략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암토끼 등장’ 등 독특한 삽화가 첨가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현전 수궁가 사설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가람본 『토긔젼』 계열은 주로 한문본과 활자본이 이에 속한다.

여섯 계열 가운데 가람본 『별토가』·신재효본 계열·『수궁가』 계열은 창본이거나 창본에 밀착한 성격을 지니고 있고, 경판본 계열·『중산망월전』 계열·가람본 『토긔젼』 계열은 소설본에 밀착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현재 수궁가는 송흥록에 서 비롯되는 동편제와 박유전으로 시작되는 강산제 두 계열로 전승되고 있다. 송흥록으로부터 비롯되는 동편제 수궁가는 이선유제·송만갑제·유성준제가 있는데, 이 중 이선유제는 현재 전승이 끊어진 상태이다. 송만갑제는 박봉래―박봉술을 거쳐 송순섭 명창에게 전승되고 있고, 유성준제에는 정광수바디, 임방울바디, 김연수바디, 박동진바디가 있다. 정광수바디는 박초월을 거쳐 남해성, 최난수, 김수연으로 전승되고 있고, 임방울바디는 강도근, 조통달로 전승되고 있다. 김연수바디는 김연수·오정숙을 거쳐 고향임, 이일주로, 박동진바디는 김양숙에게 전승되고 있다. 박유전부터 시작되는 강산제 수궁가는 정재근―정응민―정권진을 거쳐 정회석에게 전승되고 있다.

내용

수궁가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해 용왕이 갑자기 병이 나 백약이 무효하여 탄식을 하고 있는 중, 도사가 나타나 토끼의 간을 먹으면 낫는다고 일러준다. 용왕은 수궁 대신을 모아놓고 육지에 나갈 사자(使者)를 고르는데 서로 다투기만 할 뿐 약을 구하러 가겠다는 신하가 없다. 이때 별주부 자라가 나타나 자원하여 별주부는 토끼화상을 가지고 육지에 이르게 된다. 자라가 토끼를 만나 수궁에 가면 높은 벼슬을 준다고 유혹하자 여기에 속은 토끼는 자라를 따라 용궁에 가게 된다. 간을 내놓으라는 용왕 앞에서 그제야 속은 것을 안 토끼는 꾀를 내어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한다. 이에 용왕은 토끼를 크게 환대하면서 다시 육지에 가서 간을 가져오라고 한다. 자라와 함께 육지에 이른 토끼는 자라의 어리석음을 조롱하면서 숲 속으로 도망가 버린다. 자라는 토끼똥을 약으로 가져가 용왕을 살리고, 토끼는 그물 위기·독수리 위기를 차례로 극복하고 육지에서의 삶을 영위한다.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 실려 있는 송흥록(宋興祿)의 일화에는 수궁가의 성격이 단적으로 나타난다. 송흥록의 연인이었던 맹렬이 진주 병사 이경하에게 가버리자, 송흥록은 맹렬을 찾아 진주로 갔다가 이경하의 부름을 받고 소리를 하게 된다. 이때에 맹렬은 송흥록을 궁지에 빠뜨리고자 하여 이경하에게 “송씨를 불러 소리를 시키되 분부하시기를 너는 본래 명창이니 네가 소리를 하는데 능히 나를 한번 웃게 하고 또 한 번 울게 하면 상급을 후히 하려니와 만일 그렇지 못하면 네의 목숨을 바치리라 하시고 소리를 밧삭 마른 토별가를 시키라.”라고 하였다. 이에 송흥록은 목숨을 걸고 소리를 하게 되는데 과연 진주 병사 이경하를 한 번 웃게 하고 한 번 울게 하여 맹렬을 다시 데려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예화에서 알 수 있듯이, 판소리의 묘미는 창자로 하여금 울게 하고 웃게 하는 것이었으나, 수궁가는 능히 그렇게 하기 어려운 ‘밧삭 마른’ 어려운 소리였다. 즉 수궁가는 다소 메마른 듯하면서도 진중하고 음악성이 뛰어난 대목이 많아, 경지에 이른 창자들이라야 소화할 수 있는 까다로운 소리이며, 이로 인하여 수궁가는 <소적벽가(小赤壁歌)>라는 이름을 얻고 있기도 하다.

수궁가의 두드러지는 구조적 특징으로 반복 구조와 대립 구조를 들 수 있다. 작품의 공간은 ‘수궁→육지→수궁→육지’로 반복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공간의 변화와 함께 사건 전개 또한 위기와 극복의 반복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용왕과 자라로 대표되는 세계는 강자, 즉 통치자·지배자의 세계이고, 토끼와 여우로 대표되는 육지 세계는 약자, 즉 서민층·피지배층의 세계로, 수궁가의 인물(동물)과 그 동물이 의미하는 세계 또한 ‘강자’와 ‘약자’의 대립 관계를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거북이·고래 등 어류와 패류들이 등장하는 어족회의와 호랑이를 비롯한 너구리·다람쥐 등 짐승들이 등장하는 모족회의는 각각 관료 사회와 향촌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면서 조선 후기의 계급적 대립과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반복과 대립 구조의 중심에는 지략담이 자리하고 있다. 위기 극복 지략담, 유혹 지략담, 쟁장 지략담과 같은 무수한 지략담이 반복되면서 반전을 거듭하게 만드는데, 이처럼 작품 전체를 통해 관철되고 있는 대립과 반복 구조는 긴장의 고조와 흥미의 유발, 그리고 쾌감 충족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작품의 극적 효과를 점층적으로 고양시키고 있다.

수궁가의 대립 구조는 작품의 갈등을 심화시켜 긴장을 강화함으로써, 풍자와 해학이라는 미의식을 구현하고 있다. 수궁가는 비장미가 다른 판소리 작품에 비해서 적게 나타나는 대신 그 자리에 날카로운 풍자와 골계가 놓여 있다. 병든 용왕과 어족회의의 무능한 신하들을 통하여 봉건 질서를 비판하고 있으며, 약한 백성을 희생시켜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려는 용왕의 추한 모습과 부패한 권력에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어리석은 별주부를 통해서는 정치 권력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용왕의 약을 구하는 장면에서 “양기가 부족헌가 해구신도 권해보고”라고 한다든지, 용왕이 만조 입시하는 광경을 보고 “내가 용왕이 아니라 생선전 도물주가 되얏구나.”라고 한다든지, 주부가 마누라를 하직할 때 충신의 부인됨을 한참 칭찬한 뒤에 “그 의뭉한 남생이란 놈이 염려되네. 그렇지만 남생이가 생기기는 나하고 똑같지만 겨드랑이에서 노랑내가 나. 그러니 부디 조심허소.”라고 하는 등 작품 전편에 골계미를 배치해 놓고 있다. 이처럼 수궁가는 작품 전편에 걸쳐 해학과 함께 풍자를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봉건국가의 통치 질서를 정면에서 비판하고 있다.

수궁가는 조선 후기 서민 의식의 성장과 함께 용왕과 자라가 대변하는 봉건제도와 유교 이념을 부정·비판하는 한편 토끼로 대변되는 서민(민중)들이 봉건적 억압에 대처하면서 개인과 자유를 발견하고 있는 근대 지향적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수궁가에는 충에 대한 권장이나 찬양, 봉건 지배층의 무능과 위선에 대한 풍자 외에 다양한 결말을 보여주며, 국가에 대한 충과 풍자가 혼재되어 나타나는 작품도 많다. 18세기 중엽, 이유원(李裕元)은 어족회의를 어리석은 것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같은 시기의 송만재(宋晩載)는 자라의 충을 강조하고 토끼의 지략을 ‘요설’로 깎아내리면서 ‘용왕을 우롱한다.’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궁가는 당대에도 한 방향으로 이해하기가 용이하지 않았던 작품이다.

조선 후기 복잡하게 얽혀 있던 이행기적 상황에서 생각해 본다면, 별주부는 기존의 논의에서처럼 용왕과 함께 매도되는 부정적 인물이 아니라 당대인들에게는 연민과 동정의 시선을 받던 존재이다. 별주부와 토끼의 대립은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 국가에 대한 충과 개인의 자유라는 봉건적 이념과 근대적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중세 봉건 해체기에 몸담고 있던 두 인물이 각각 선택한 서로 다른 방향의 고민과 갈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즉, 토끼와 별주부는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이라는 이념적 정치적 혼란 속에서 혁신과 보수라고 하는 두 이념의 갈등과 양가적 조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등장인물

수궁가는 용왕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두 인물, 즉 토끼와 별주부의 대립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온갖 병에 걸린 용왕이 부패하고 무능한 봉건국가, 그 자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별주부와 토끼의 대립은 무너져가는 봉건국가를 바라보는 상반된 태도를 우언적(寓言的)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별주부의 꼬임에 빠져서 허황된 꿈을 꾼다든가, 용궁에서 허세를 부리는 모습 등에서 토끼는 경박하고 유아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토끼가 수궁행을 결심하는 것은 고난에 찬 현실을 벗어나려는 의지로 이해될 수 있으며, 용왕의 요구를 거부하고 용왕을 조롱하여 희화화시키고 있는 토끼는 용왕으로 표상되는 봉건 체제를 부정하고 인간성의 해방, 개인의 자유를 꿈꾸는 근대적인 시민 의식의 성장을 대변하고 있다. 즉, 토끼는 조선 후기 서민의 고난에 찬 삶과 의식의 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왕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육지행을 단행하는 별주부는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무능한 신하들과 대비되는 충성스러운 인물이다. 토끼를 놓친 후에도 용왕의 암혼을 원망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충성이 부족함을 원망하고, 용왕과 사직의 안위를 걱정한다. 이 때문에 우매한 인물로 여겨지는 측면도 있으나, 유교 사회의 전통 규범인 ‘충’을 드러내고 정당화하는 존재인 별주부는 용왕으로 표상되는 봉건 체제를 신봉하고 이를 고수하려는 보수적인 이념을 현시하고 있는 인물이다.

창본

수궁가 창본으로는 이선유 창본, 박봉술 창본, 임방울 창본, 김연수 창본, 정광수 창본, 박초월 창본, 박동진 창본, 정권진 창본 등이 있다. 정권진 창본을 제외한 모든 창본은 동편제에 속하는데, 이 가운데 이선유 창본과 송만갑제인 박봉술 창본을 제외하면 모두 유성준제에 속한다.

이선유 창본은 비교적 고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송만갑제에 속하는 박봉술 창본은 이선유 창본보다는 후대, 유성준제 수궁가보다는 앞선 시기의 창본으로 보인다.

유성준제 창본 가운데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는 창본은 정광수 창본이다. 신재효 개작본의 영향이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정광수 창본은 폭군의 모습을 띤 호랑이가 미화되어 나타나는 등 지배층에 대한 대결 의식은 희석되고 문제의식은 사라진 반면 오락성이 강화되고 있다.

임방울 창본은 토끼가 육지에 도착하는 것으로 작품이 종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박동진 창본은 아니리가 상당히 부연되어 있다는 점에서 각각 특징적이다. 한편 김연수 창본은 여타 창본에 비해 대단히 확장되어 있는데, 이는 정광수 창본의 사설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신재효에 의해 개작된 사설 또한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산제에 속하는 정권진 창본은 작품의 말미에 용왕이 산신에게 이문을 보내 다시 토끼를 잡아와 토끼의 간을 먹고 병이 낫는다는 내용이 첨가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그러나 이 외의 대목에서는 유성준제 수궁가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특징 및 의의

용왕의 득병에서부터 시작되는 수궁가는 당대인의 국가와 정치에 대한 의식과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병사설>과 <용왕탄식>에서는 용왕의 무능과 부패가 드러나며, 그러한 용왕에 대한 인물들의 냉소적인 태도는 국가나 정치 현실에 대한 당대인들의 의식을 보여준다. 토끼에게 간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용왕을 통해서는 지배와 종속 관계에 입각한 차별적 인간관이 드러나고 있으며, 토끼는 이를 단호히 거절함으로써 성장하는 서민 의식의 각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어족회의를 통해서는 부패한 정치와 책임자들의 모습이 고발되면서 정치 현실을 드러내는 등 수궁가는 무너져가는 봉건 질서와 거기에 대처하는 서민과 성장하는 서민 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당대의 정치 현실에 대한 예리한 풍자와 비판이 가능했던 이유는 수궁가가 우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토지설>이라는 짤막한 지략담을 바탕으로 <용궁설화>와 <쟁장설화>, <교토탈화설화> 등 구전·문헌설화를 고루 삽입하면서 당대의 우화 문학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 잡은 수궁가는 조선 후기의 정치 현실과 그에 대한 비판적 서민 의식을 드러냄으로써 대표적 풍자 문학으로 손꼽힌다. 현재에도 판소리·소설·전래동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마당극이나 창무극(唱舞劇)으로도 계속 공연되고 있는 수궁가는 우리 민족의 살아있는 고전이다.

참고문헌

수궁가 연구(최동현·김기형 편, 민속원, 2001), 토끼전 연구(김동건, 민속원, 2003), 토끼전 전집1(김진영 외, 박이정, 1997), 토끼전·수궁가 연구(인권환,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2001).

수궁가

수궁가
사전위치

한국민속문학사전 > 판소리 > 판소리 다섯마당

집필자 김동건(金東建)
갱신일 2019-01-10

정의

토끼와 별주부의 속고 속이는 대결을 통해 조선 후기 사회를 풍자하고 있는 판소리 다섯마당 중 하나.

개관

는 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열전(列傳)」 기록에 의하면, 고구려에 청병을 하러 간 김춘추가 옥에 갇혀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다. 마목령(麻木峴)과 죽령(竹嶺)을 돌려달라는 보장왕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신하가 국가의 토지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변명하였다가 벌어진 일이었는데, 이때 보장왕이 총애하는 선도해라는 사람이 김춘추를 찾아온다. 김춘추가 고구려에 도착하였을 때, 선도해에게 청포(靑布) 삼백 필을 바친 바 있었던 것이다. 선도해가 술을 마시면서 해 준 이야기를 듣고 김춘추는 기지를 발휘하여 무사히 고구려를 빠져 나오게 되는데, 이때 선도해가 김춘추에게 해준 이야기가 바로 이다. 수궁가의 기본 골격이 되는 은 인도 본생설화(本生說話, Jātaka)나 『육도집경(六度集經)』 등의 불전설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석가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던 때의 이야기인 본생설화는 기원전 3세기 이전까지 그 기원이 소급될 수 있는데, 이후 불교의 전파와 함께 많은 불교 정전이 한역된다. 이들 불전설화가 우리나라에까지 전파되어 같이 문헌설화로 정착되거나 구비설화로 구전되다가 판소리 수궁가의 모태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궁가는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에 이르는 시기를 발생 및 형성기로 잡는다. 초기 수궁가는 독자성을 지니지 못한 채 여러 민간 연희 속에 혼재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그 내용도 단순·간결한 토끼의 지략담 위주였을 것이다. 19세기에 이르면 수궁가는 전성기를 맞게 된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광대로 꼽히던 송흥록과 염계달은 과 을 각각 잘 불렀다고 하는데, 이들이 수궁가에 특장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당시 수궁가가 인기 있는 판소리 레퍼토리의 하나로 널리 불렸음을 시사한다. 판소리가 동편제와 서편제로 나뉘어 음악적으로 세련되어 갔으며 지식층의 참여로 내용적 주제적 변화를 급격히 가져온 것도 이 시기였다. 19세기 중엽에서 말엽, 신재효(申在孝)는 라는 이름으로 수궁가를 개작하지만 신재효의 사설 개작은 지나치게 음악성을 무시한 것이어서 실제 창으로는 불리지 못하였고 전래의 수궁가가 거의 그대로 전승되었다. 20세기에 넘어와 이선유(李善有)는 신재효의 여섯마당에서 을 제외한 다섯마당만을 전하면서 수궁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는 정리기 또는 보존기라 할 수 있다. 수궁가는 특정한 창자 계열의 고정된 창본으로 화석화되어 가는 한편, 방각되거나 혹은 한문본화되면서 독서물로서도 독자층을 확대함으로써 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였다. 현재까지 전하는 수궁가(『토끼전』) 이본은 창본, 판각본, 필사본, 활자본을 망라하여 약 12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명칭도 수궁가, 『토끼전』, 『별주부전』, 『토의간』, 『불로초』, 『토별산수록』, 『별토문답』, 『수궁용왕전』 등으로 매우 다양하며 이본간의 편차 역시 다른 판소리 작품에 비해 큰 편이다. 가람본 『별토가』 계열은 전 시기 창본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부분적으로 『중산망월전』 계열의 내용을 수용하고 있는데, 『중산망월전』 계열은 ‘우생원 만남’, ‘암자라 동침’ 등의 삽화가 첨가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수궁가 계열은 현재 판소리로 연행되는 수궁가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며, 신재효본 계열은 신재효에 의한 개작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작품군이다. 경판본 계열은 매우 간략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암토끼 등장’ 등 독특한 삽화가 첨가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현전 수궁가 사설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가람본 『토긔젼』 계열은 주로 한문본과 활자본이 이에 속한다. 여섯 계열 가운데 가람본 『별토가』·신재효본 계열·『수궁가』 계열은 창본이거나 창본에 밀착한 성격을 지니고 있고, 경판본 계열·『중산망월전』 계열·가람본 『토긔젼』 계열은 소설본에 밀착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현재 수궁가는 송흥록에 서 비롯되는 동편제와 박유전으로 시작되는 강산제 두 계열로 전승되고 있다. 송흥록으로부터 비롯되는 동편제 수궁가는 이선유제·송만갑제·유성준제가 있는데, 이 중 이선유제는 현재 전승이 끊어진 상태이다. 송만갑제는 박봉래―박봉술을 거쳐 송순섭 명창에게 전승되고 있고, 유성준제에는 정광수바디, 임방울바디, 김연수바디, 박동진바디가 있다. 정광수바디는 박초월을 거쳐 남해성, 최난수, 김수연으로 전승되고 있고, 임방울바디는 강도근, 조통달로 전승되고 있다. 김연수바디는 김연수·오정숙을 거쳐 고향임, 이일주로, 박동진바디는 김양숙에게 전승되고 있다. 박유전부터 시작되는 강산제 수궁가는 정재근―정응민―정권진을 거쳐 정회석에게 전승되고 있다.

내용

수궁가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해 용왕이 갑자기 병이 나 백약이 무효하여 탄식을 하고 있는 중, 도사가 나타나 토끼의 간을 먹으면 낫는다고 일러준다. 용왕은 수궁 대신을 모아놓고 육지에 나갈 사자(使者)를 고르는데 서로 다투기만 할 뿐 약을 구하러 가겠다는 신하가 없다. 이때 별주부 자라가 나타나 자원하여 별주부는 토끼화상을 가지고 육지에 이르게 된다. 자라가 토끼를 만나 수궁에 가면 높은 벼슬을 준다고 유혹하자 여기에 속은 토끼는 자라를 따라 용궁에 가게 된다. 간을 내놓으라는 용왕 앞에서 그제야 속은 것을 안 토끼는 꾀를 내어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한다. 이에 용왕은 토끼를 크게 환대하면서 다시 육지에 가서 간을 가져오라고 한다. 자라와 함께 육지에 이른 토끼는 자라의 어리석음을 조롱하면서 숲 속으로 도망가 버린다. 자라는 토끼똥을 약으로 가져가 용왕을 살리고, 토끼는 그물 위기·독수리 위기를 차례로 극복하고 육지에서의 삶을 영위한다.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 실려 있는 송흥록(宋興祿)의 일화에는 수궁가의 성격이 단적으로 나타난다. 송흥록의 연인이었던 맹렬이 진주 병사 이경하에게 가버리자, 송흥록은 맹렬을 찾아 진주로 갔다가 이경하의 부름을 받고 소리를 하게 된다. 이때에 맹렬은 송흥록을 궁지에 빠뜨리고자 하여 이경하에게 “송씨를 불러 소리를 시키되 분부하시기를 너는 본래 명창이니 네가 소리를 하는데 능히 나를 한번 웃게 하고 또 한 번 울게 하면 상급을 후히 하려니와 만일 그렇지 못하면 네의 목숨을 바치리라 하시고 소리를 밧삭 마른 토별가를 시키라.”라고 하였다. 이에 송흥록은 목숨을 걸고 소리를 하게 되는데 과연 진주 병사 이경하를 한 번 웃게 하고 한 번 울게 하여 맹렬을 다시 데려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예화에서 알 수 있듯이, 판소리의 묘미는 창자로 하여금 울게 하고 웃게 하는 것이었으나, 수궁가는 능히 그렇게 하기 어려운 ‘밧삭 마른’ 어려운 소리였다. 즉 수궁가는 다소 메마른 듯하면서도 진중하고 음악성이 뛰어난 대목이 많아, 경지에 이른 창자들이라야 소화할 수 있는 까다로운 소리이며, 이로 인하여 수궁가는 라는 이름을 얻고 있기도 하다. 수궁가의 두드러지는 구조적 특징으로 반복 구조와 대립 구조를 들 수 있다. 작품의 공간은 ‘수궁→육지→수궁→육지’로 반복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공간의 변화와 함께 사건 전개 또한 위기와 극복의 반복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용왕과 자라로 대표되는 세계는 강자, 즉 통치자·지배자의 세계이고, 토끼와 여우로 대표되는 육지 세계는 약자, 즉 서민층·피지배층의 세계로, 수궁가의 인물(동물)과 그 동물이 의미하는 세계 또한 ‘강자’와 ‘약자’의 대립 관계를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거북이·고래 등 어류와 패류들이 등장하는 어족회의와 호랑이를 비롯한 너구리·다람쥐 등 짐승들이 등장하는 모족회의는 각각 관료 사회와 향촌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면서 조선 후기의 계급적 대립과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반복과 대립 구조의 중심에는 지략담이 자리하고 있다. 위기 극복 지략담, 유혹 지략담, 쟁장 지략담과 같은 무수한 지략담이 반복되면서 반전을 거듭하게 만드는데, 이처럼 작품 전체를 통해 관철되고 있는 대립과 반복 구조는 긴장의 고조와 흥미의 유발, 그리고 쾌감 충족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작품의 극적 효과를 점층적으로 고양시키고 있다. 수궁가의 대립 구조는 작품의 갈등을 심화시켜 긴장을 강화함으로써, 풍자와 해학이라는 미의식을 구현하고 있다. 수궁가는 비장미가 다른 판소리 작품에 비해서 적게 나타나는 대신 그 자리에 날카로운 풍자와 골계가 놓여 있다. 병든 용왕과 어족회의의 무능한 신하들을 통하여 봉건 질서를 비판하고 있으며, 약한 백성을 희생시켜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려는 용왕의 추한 모습과 부패한 권력에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어리석은 별주부를 통해서는 정치 권력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용왕의 약을 구하는 장면에서 “양기가 부족헌가 해구신도 권해보고”라고 한다든지, 용왕이 만조 입시하는 광경을 보고 “내가 용왕이 아니라 생선전 도물주가 되얏구나.”라고 한다든지, 주부가 마누라를 하직할 때 충신의 부인됨을 한참 칭찬한 뒤에 “그 의뭉한 남생이란 놈이 염려되네. 그렇지만 남생이가 생기기는 나하고 똑같지만 겨드랑이에서 노랑내가 나. 그러니 부디 조심허소.”라고 하는 등 작품 전편에 골계미를 배치해 놓고 있다. 이처럼 수궁가는 작품 전편에 걸쳐 해학과 함께 풍자를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봉건국가의 통치 질서를 정면에서 비판하고 있다. 수궁가는 조선 후기 서민 의식의 성장과 함께 용왕과 자라가 대변하는 봉건제도와 유교 이념을 부정·비판하는 한편 토끼로 대변되는 서민(민중)들이 봉건적 억압에 대처하면서 개인과 자유를 발견하고 있는 근대 지향적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수궁가에는 충에 대한 권장이나 찬양, 봉건 지배층의 무능과 위선에 대한 풍자 외에 다양한 결말을 보여주며, 국가에 대한 충과 풍자가 혼재되어 나타나는 작품도 많다. 18세기 중엽, 이유원(李裕元)은 어족회의를 어리석은 것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같은 시기의 송만재(宋晩載)는 자라의 충을 강조하고 토끼의 지략을 ‘요설’로 깎아내리면서 ‘용왕을 우롱한다.’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궁가는 당대에도 한 방향으로 이해하기가 용이하지 않았던 작품이다. 조선 후기 복잡하게 얽혀 있던 이행기적 상황에서 생각해 본다면, 별주부는 기존의 논의에서처럼 용왕과 함께 매도되는 부정적 인물이 아니라 당대인들에게는 연민과 동정의 시선을 받던 존재이다. 별주부와 토끼의 대립은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 국가에 대한 충과 개인의 자유라는 봉건적 이념과 근대적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중세 봉건 해체기에 몸담고 있던 두 인물이 각각 선택한 서로 다른 방향의 고민과 갈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즉, 토끼와 별주부는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이라는 이념적 정치적 혼란 속에서 혁신과 보수라고 하는 두 이념의 갈등과 양가적 조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등장인물

수궁가는 용왕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두 인물, 즉 토끼와 별주부의 대립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온갖 병에 걸린 용왕이 부패하고 무능한 봉건국가, 그 자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별주부와 토끼의 대립은 무너져가는 봉건국가를 바라보는 상반된 태도를 우언적(寓言的)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별주부의 꼬임에 빠져서 허황된 꿈을 꾼다든가, 용궁에서 허세를 부리는 모습 등에서 토끼는 경박하고 유아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토끼가 수궁행을 결심하는 것은 고난에 찬 현실을 벗어나려는 의지로 이해될 수 있으며, 용왕의 요구를 거부하고 용왕을 조롱하여 희화화시키고 있는 토끼는 용왕으로 표상되는 봉건 체제를 부정하고 인간성의 해방, 개인의 자유를 꿈꾸는 근대적인 시민 의식의 성장을 대변하고 있다. 즉, 토끼는 조선 후기 서민의 고난에 찬 삶과 의식의 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왕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육지행을 단행하는 별주부는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무능한 신하들과 대비되는 충성스러운 인물이다. 토끼를 놓친 후에도 용왕의 암혼을 원망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충성이 부족함을 원망하고, 용왕과 사직의 안위를 걱정한다. 이 때문에 우매한 인물로 여겨지는 측면도 있으나, 유교 사회의 전통 규범인 ‘충’을 드러내고 정당화하는 존재인 별주부는 용왕으로 표상되는 봉건 체제를 신봉하고 이를 고수하려는 보수적인 이념을 현시하고 있는 인물이다.

창본

수궁가 창본으로는 이선유 창본, 박봉술 창본, 임방울 창본, 김연수 창본, 정광수 창본, 박초월 창본, 박동진 창본, 정권진 창본 등이 있다. 정권진 창본을 제외한 모든 창본은 동편제에 속하는데, 이 가운데 이선유 창본과 송만갑제인 박봉술 창본을 제외하면 모두 유성준제에 속한다. 이선유 창본은 비교적 고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송만갑제에 속하는 박봉술 창본은 이선유 창본보다는 후대, 유성준제 수궁가보다는 앞선 시기의 창본으로 보인다. 유성준제 창본 가운데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는 창본은 정광수 창본이다. 신재효 개작본의 영향이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정광수 창본은 폭군의 모습을 띤 호랑이가 미화되어 나타나는 등 지배층에 대한 대결 의식은 희석되고 문제의식은 사라진 반면 오락성이 강화되고 있다. 임방울 창본은 토끼가 육지에 도착하는 것으로 작품이 종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박동진 창본은 아니리가 상당히 부연되어 있다는 점에서 각각 특징적이다. 한편 김연수 창본은 여타 창본에 비해 대단히 확장되어 있는데, 이는 정광수 창본의 사설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신재효에 의해 개작된 사설 또한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산제에 속하는 정권진 창본은 작품의 말미에 용왕이 산신에게 이문을 보내 다시 토끼를 잡아와 토끼의 간을 먹고 병이 낫는다는 내용이 첨가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그러나 이 외의 대목에서는 유성준제 수궁가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특징 및 의의

용왕의 득병에서부터 시작되는 수궁가는 당대인의 국가와 정치에 대한 의식과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과 에서는 용왕의 무능과 부패가 드러나며, 그러한 용왕에 대한 인물들의 냉소적인 태도는 국가나 정치 현실에 대한 당대인들의 의식을 보여준다. 토끼에게 간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용왕을 통해서는 지배와 종속 관계에 입각한 차별적 인간관이 드러나고 있으며, 토끼는 이를 단호히 거절함으로써 성장하는 서민 의식의 각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어족회의를 통해서는 부패한 정치와 책임자들의 모습이 고발되면서 정치 현실을 드러내는 등 수궁가는 무너져가는 봉건 질서와 거기에 대처하는 서민과 성장하는 서민 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당대의 정치 현실에 대한 예리한 풍자와 비판이 가능했던 이유는 수궁가가 우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는 짤막한 지략담을 바탕으로 와 , 등 구전·문헌설화를 고루 삽입하면서 당대의 우화 문학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 잡은 수궁가는 조선 후기의 정치 현실과 그에 대한 비판적 서민 의식을 드러냄으로써 대표적 풍자 문학으로 손꼽힌다. 현재에도 판소리·소설·전래동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마당극이나 창무극(唱舞劇)으로도 계속 공연되고 있는 수궁가는 우리 민족의 살아있는 고전이다.

참고문헌

수궁가 연구(최동현·김기형 편, 민속원, 2001), 토끼전 연구(김동건, 민속원, 2003), 토끼전 전집1(김진영 외, 박이정, 1997), 토끼전·수궁가 연구(인권환,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2001).